가이아의 고동

[아록슈슈] 가시인간

퍄퍙책미 2024. 2. 7. 10:27

KPC 프루헤 슈테른     PC 시아록

날짜 2024.01.22 ~ 2024.02.01

플레이타임 총 11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없음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스포방지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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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선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울림과 약간 콤콤한 오래된 책 냄새.
 
서재에는 수없이 많은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이 빽빽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앉은 연인은 편안한 얼굴로 책장을 넘깁니다.
 
팔랑, 팔랑.
 
그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열차에 관한 일은 물론 식사 예절부터 알 수 없는 외국어로 된 책을 읽는 법, 지리, 종이접기, …
 
이곳은 그런 둘만의 추억이 어린 장소입니다.
 
곧이어 벨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부드럽게 귀를 자극하는 피아노곡입니다.
 
음량이 좀 높긴 하나 다정하게 사람을 부르는 듯한 멜로디가 소음처럼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당신은 연인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 별 것 아닌 일상에도, 당신을 보면 웃음이 지어진다) 식사하러 갈까요?
 
▦▦▦:응, 오늘 밥은 뭘까? (네 웃음에 마주 웃으며 대답한다.)
 
■■■:메뉴도 늘 똑같고, 맛을 느껴본지도 오래됐지만...
...당, 당신과 같이 먹으면 그래도, 맛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니까... 조금은 기대되네요.
 
▦▦▦:그렇긴 하지만, 혹시나~? 색다른 게 들어왔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해보는 건 재밌는 일이니까. (씩 웃으며 당신에게 손을 뻗었다.) 식당에 가자.
 
두 사람은 행복하게 식당으로 향합니다.
 
맛은 없지만, 함께 밥을 먹는다는 그 자체로 즐거운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
 
……
 
이번엔 어둠이 깔린 열차 안입니다.
 
새벽녘, 어스름한 푸른빛이 창밖에서 새어 들어옵니다.
 
당신은 연인을 내려다봅니다.
 
영원을 달리는 열차.
 
신관으로 선발되어 죽지 못한 채 열차에 갇혀 있던 그와
 
정체 모를 가시를 달고 나타난 자신.
 
함께 있던 시간은 짧았으나 오직 서로밖에 없는 공간이기에 두 사람은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잠시 뒤척이는 소리와 함께 손과 손이 닿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은 그는 눈을 비비며
 
■■■:오늘도 저만 잠들었네요.
 
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말에 작게 키득거리다가 네 옆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잘 잤어?
 
■■■:네. ...저도 시아록한테 잘 잤냐는 인사 해 보고 싶어요.
 
약간 서운한 말투로 얘기한 연인은 조용히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각입니다.
 
……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에 당신의 연인이 놀란 듯 뒤를 돌아봅니다.
 
■■■:절 찍으시는 거에요?
 
그는 그나마 햇빛이 드는 곳에 화단을 조성해 두고,
 
물을 주며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손에 물과 흙이 점점이 묻었네요.
 
▦▦▦:응, 널 찍었지. (찍고 싶은 피사체도 너 외엔 딱히 없기도 하다. 당신의 곁으로 다가가 화단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다 잘 자라서 다행이야.
 
■■■:그렇죠? 아마란스의 이름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대요.
이 꽃도, 우리도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당신도 영생을 혼자 버티는 건 너무 외로운 일일 테니까.
(어느새 꽃을 돌보던 것도 잊고 사진이 나오는 걸 기다리다가) 그런데 그런 사진을 찍어서 어디에 쓰려고요?
 
▦▦▦:오, 그렇구나.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손 끝으로 잎만 슬쩍 건드렸다가 손을 뗐다.) 그러게, 우리처럼 영원하면 좋겠다, 우린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지만.
응? 사진? 음, 우린 늘 같은 시간을 이 좁은 열차 안에서 보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을 찍은 날은 하나뿐인 또 다른 날인 거지. 그런 추억 겸 기념 겸 하나씩 쌓아두면 또 다른 날 들여다 볼 때 그 날도 특별한 새로운 날이 될 테니까 찍어서 모으는 거야.
그러다 또 여기저기 숨겨놓고 잊을만 하면 찾게 되었을 때의 특별한 날을 맞이하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지.
(영원에 외로움을 얘기하는 너에게 새롭고 즐거운 나날들이 늘 닿길 바라서..)
 
■■■:...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그런 생각으로 카메라를 가져간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한다면 정말로 같은 열차 안이라도 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겠네요.
혹시 잊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너무 꽁꽁 숨기진 마세요... (괜한 걱정임을 알긴 아는지, 그렇게 말하는 표정은 밝다.)
 
그리고 다시, 당신이 대답하기 전에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
 
세상이 무너집니다.
 
썩어버린 땅은 구제할 길 없이 퍼지며 숲과 강, 민가를 덮칩니다.
 
휘말려 온몸이 썩어 죽어가는 동물들과 문드러지는 식물들.
 
최소한의 짐만을 들고 삶의 터전을 버리는 인간들.
 
올려다보며 매달리는 얼굴과 맥동하는 심장.
 
이어 보이는 것은 울고 있는 ■■■의 얼굴.
 
■■■:이제 그만 내리고 싶어요...
 
괴로워 보이는 그를 내려다보는 당신의 시야가 점차 어두워지고…
 
당신은 눈을 뜹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났지만,
 
눈을 뜬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렴풋이 아련한 기분이 들 뿐입니다.
 
잊어서는 안 될 것을 잊어버리고 만 ??, 이성이 10 감소하고 시작합니다.
 
몸을 일으킨 당신은 누군가 눈앞에 서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딘가 공허한 얼굴을 한 긴 머리의 사람.
 
기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
SAN Roll
기준치: 20/10/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두 개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어쩐지 그가 나오는 꿈을 꾼 것만 같습니다.
 
당신은 저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도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기억은 여전히 어렴풋하고 멀게만 느껴지나 이름은 그래도 설명해서 느리게 입에 올렸다.) 프루헤, 슈테른. 시아록... (우물우물 입에 올린 이름이 더 선명해졌다.)
 
??:......?
당, 당신이 어떻게 그 이름을, 아니, ...
 
??:응?
 
??:직접... 떠오르신 건가요.
한 쪽은 제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의 이름이에요.
저는 프루헤 슈테른이라고 불렸고, 당신은 시아록이에요.
 
??:아, 내 이름이랑 당신 이름이었구나. (이름 외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한결 가신 얼굴에 안도가 서린 미소가 떠올랐다.)
 
슈테른:...(고개를 숙이...려다가, 곧 당신을 보고 눈이 조금 커진다.) 그거, 또 길어졌네요.
 
??:길어져?
 
슈테른:...당신의 일부인 걸까요? 하지만 자란다니 대체 어떻게...? (혼자 뭐라 중얼거린다)
 
그 말에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당신의 목덜미가 보입니다.
 
곧이어 목덜미에 솟은 가시도요.
 
창문에 어렴풋이 비춰보니 그건 한 뼘 정도의 길이군요.
 
시아록:어...? 이게 뭐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목덜미에 솟은 가시를 매만진다.)
 
만져보면 아주 매끈매끈하고 차갑습니다.
 
더 살펴보려면 관찰력 또는 의학 판정합니다.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미책 (GM):어째서
 
하늘:(*대실패????????? 90에?????????)
 
미책 (GM):아니 수중단맛에서도 그렇고 왜 하필 관찰력이 대실패
 
이리저리 살피고 두드리면... 왠지 금속 같은 느낌입니다.
 
건너편의 사람, 그러니까 슈테른은 당신을 따라 창문을 들여다보다가
 
곧 고개를 숙이고 말합니다.
 
슈테른:열차는 성에 찰 만큼 둘러보셔도 좋아요.
용건이 있다면 저를 부르세요.
 
그리고 철제 상자 사이에 힘없이 앉습니다.
 
시아록:어, 음... 넌 뭐할 건데?
 
슈테른:아무것도요.
 
시아록:아무것도? (우물쭈물거리며 당신 곁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왜? 피곤해?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슈테른:저는 괜찮아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젓는다)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향해 고개를 올린다) 오늘은 열차 정기점검 날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하루종일 일정이 없어요.
식사할 때는 식당 칸으로 이동해야겠지만, 그럴 때가 아닌 이상 당신을 따라다닐 거에요.
 
시아록:어.. 그래?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뜻모를 소리에 고개만 갸웃거리다가 같이 다닌다는 말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당신에게 손을 뻗었다.) 음, 일단 여길 나가자.
 
그는 당신을 물끄럼 바라보다가 느리게 몸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바닥을 짚느라 차가워진 손으로 당신의 손을 맞잡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창밖으로 눈이 펑펑 내리는 게 보입니다.
 
눈
 
앞과 뒤로 길게 이어지는 열차의 차체.
 
아무래도 이곳은 열차 안인 것 같습니다.
 
덜컹거리는 소음으로 조금은 예상했겠지만요.
 
시아록:(맞잡은 손을 좀 더 힘주어 당겨 당신이 제대로 설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여전히 손은 맞잡은 채로 밖을 내다본다.) 온통 새하얗네.
 
슈테른:그렇네요. ...바깥은 지금 추울까요?
눈에 맞으면 뜨거웠던가요, 차가웠던가요.
 
시아록:어, 음.. 잘 모르겠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머릿속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걸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도 않았다. 여전히 맞잡은 손을 당겨 창문에 다가가 맞잡지 않은 제 손을 창문으로 뻗었다. 바깥의 시린 온도가 창문을 타고 손으로 전달되었다.)
오, 차갑다. 이거봐, 밖은 추운가보다. 눈도 그럼 찹겠지? (어느새 맞잡은 당신의 손을 끌어 창문에 함께 올려두었다.)
 
슈테른:(갑작스러운 한기에 놀란 듯 손을 움찔거리지만, 창문에서 떼어 놓지는 않는다.) ...그런 것 같네요.
맞아요, 눈은 분명히 맞으면 차가웠어요. 지금도 열차 창문에 부딪히며 성에에 달라붙고 있으니까요...
...저는 너무 오래 살아서 가끔은 이렇게 기본적인 것조차 잊곤 해요. 당신에게 묻는 건, 이런 건 당신에게 물어보면 금방 답을 내려 주니까.
 
시아록:오, 내가 그랬었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듣는, 기억도 없는 자신이란 신기한 기분이다.)
여기서 오래오래 살았어? 나도 같이?
 
슈테른:그랬었고, 지금도 그렇죠. (덤덤히 답하며 같은 온도가 된 두 손을 창문에서 뗀다.)
조금은 신기한 일이에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이 저보다 많은 걸 안다는 건요.
... 저는 영원을 달리는 열차에 사는 신관이에요. 당신은...
갑작스러운 얘기겠지만, 여기에서 계속해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해요.
 
시아록:(당신의 말을 얌전히 듣다가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계속 죽고 되살아나? ...그럼 난 금방도 다시 태어난 거야? (현재 기억이라곤 없는 자신을 상기했다.)
 
슈테른:네.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에요. 자신이 누구인지, 제가 누구인지.
지금의 당신의 특이한 점이라면, 하필 오늘 태어난 것이겠네요.
오늘은 100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정기 점검 날이거든요. 오늘 하루만큼은 방송도 없고, 그들도 움직이지 않죠.
 
시아록:그럼 내가... 널 외롭게 만들었겠네. (백년에 한 번 온다는 특별할 정기점검일보다도 어쩐지 이게 더 먼저 신경쓰였다.)
 
슈테른:(그 말을 듣고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림자와 앞머리에 온 얼굴이 가려진다.) ...저는 괜찮아요. 당신이 절 외롭지 않게 해줄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당신대로 있으면 돼요.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다간 무너져버려요.
 
시아록:(푹 숙여진 고개에 당신의 머리만 내려보다가 그치만 네가 너무 지쳐보인다고 힘들어보인다는 말이 떠올랐으나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 원인이 어쩐지 자신일 것 같아서.) 음, 그치만 어느정도 기대는 건 괜찮아. 나도 너한테 그럴 것 같고...
 
슈테른:...당신은 그 짧은 삶을 매번 절 살피는 데 쓰잖아요. 곧 죽고 다시 태어난다는데 저와 대화하는 게 질린다거나, 자신의 처지가 슬프지도 않아요? 전 이렇게나 당신이 걱정되는데... (길다면 긴 대화를 종결짓는 건 결국 도망이다. 눈을 피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어디로 향하실 건가요.
 
그 말에 근처를 살피면 각각 앞과 뒤로 향하는 문이 있습니다.
 
시아록:그게 뭐. 태어나서 기억도 없는데 그때마다 매번 혼자 있었으면 난 심심하고 외로웠을 거야. (당신이 피하는 것 같은 눈치이자 그이상 말을 더 얹지는 않았다.)
음, 앞으로 갈까?
 
슈테른:(무슨 말을 하려다가도 곧 전부 삼킨다. 입 밖으로 나오는 건 한숨 뿐이다.) 네.
마침 설명하려던 게 있어요.
 
시아록:응? 뭔데?
 
슈테른:가서 얘기할게요. (그리고 당신이 먼저 향하기를 기다린다.)
 
시아록:그래. (당신의 손을 잡아끌며 앞 문으로 향한다.)
 
잠깐 대화해 봤지만, 알아낸 건 별로 없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과거에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왜 당신이 친해지고 싶다며 다가가도 멀어지는 걸까요?
 
그는 무슨 생각인 걸까요. 살피고 싶다면 심리학 판정해도 좋습니다.
 
시아록: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지쳐 보입니다.
 
하지만 묻는 말에 꼬박꼬박 답해주는 걸 보면 당신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걸까요. 그렇다기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태도가 걸립니다.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면 그 감정은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요......
 
고민하는 사이, 발걸음이 다음 칸에 닿습니다.
 
구분선
 
서재
 
그는 당신을 한 책장 앞으로 이끕니다.
 
그리고 어찌나 낡고 닳았는지 분리되고 빠개지는 책을 꺼내 읽어줍니다.
 
슈테른:“신이 이 별을 버리고 땅이 썩어가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유일하게 떠나지 않은 신을 붙잡고 살려 달라 빌었다. 그러자 신은 이런 예언을 내렸다.”...
이 열차의 기원이 된 사람, 테일러 에반이 오래전 쓴 글이에요.
“온 세상을 덮는 길을 만들고, 나를 섬길 신전을 지어라. 그리고 신전을 돌볼 신관을 뽑아라. 나 신전과 하나 되어 눈이 불을 밝히는 동안은 땅이 썩지 않으리라.”
이 말은 이런 뜻이에요. “온 세상을 덮는 철도를 만들고 나의 몸과 하나 될 열차를 만들어라. 나의 신체는 무한히 달릴 차체가 될 것이며 심장은 영원한 동력이 될 것이다. 열차를 돌보고 나와 함께 할 제물을 바친다면 온 세상을 살피며 땅이 썩지 않게 만들리라.”
인간은 신의 뜻에 따라 열차를 만들었고, 신은 열차를 짓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어줬어요.
피부, 팔다리, 뇌, 두 눈, 장기, 마지막으로 심장까지도.
 
슈테른:신체神體로 만들어진 이 열차는 영원히 멈추지 않고 선로를 달리죠. 인간이 만든 시스템만이 영원하지 않아서 가끔씩 정비를 위해 정기 점검이 있을 뿐.
 
얘기를 다 듣고 나면 조금 기괴함이 느껴집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9/9/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어.. 이 열차가 그 신의 몸으로 만든 거라고...? (제 맨발에 닿는 밑바닥이 순간 찝찝해져서 한 발을 들어올려 제 발바닥을 살폈다.)
 
발바닥엔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열차의 재료에 대해 들었기 때문일까요,
 
어딘가에서 고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주 미약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심장의 고동입니다.
 
슈테른의 것일까요?
 
슈테른:...차가우세요? 화물칸에서 신발을 찾아드릴까요?
당신은 맨발로 다니는 걸 더 좋아하는 줄 알고...
 
시아록:엉? 아.. 살짝 시리긴 한데 그보다 그냥... 그 몸체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괜히 찝찝해서...? 신발 있건 없건 괜찮긴 해...
 
슈테른:그런가요.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죠. 심장을 잃은 신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때가.
바닥은 차가우니까, 무언가 신는 게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잡아끈다.)
 
시아록:그렇지...? 나도 금방 좀 그래서 그랬어.
(네가 이끄는 대로 졸졸 따라간다.)
 
다시 돌아온 곳은 당신이 깨어난, 철제 상자가 가득 쌓인 곳입니다.
 
그는 얼마간 상자를 뒤집니다만...
 
슈테른:
기준치: 45/22/9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나오는 신발은 온통 당신에게 맞지 않는 사이즈뿐입니다.
 
그는 미약하게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합니다.
 
슈테른:뒷쪽에서 아직 수거하지 않은 신발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아까 가보지 않은 뒤로 향하는 문을 엽니다.
 
문은 약간의 묵직한 소리와 함께 열립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천창이 달린 빛의 공간입니다.
 
가뜩이나 새하얀 벽이 희미한 빛을 받아 더 빛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슈테른은 바닥을 구르던 신발 한 쌍을 겨우 찾아내 당신에게 줍니다.
 
슈테른:이건 당신에게 맞을 거에요.
 
시아록:오, 와... 엄청 밝네, 여기. (눈이 부시는 탓에 슬쩍 눈가를 찌푸리며 당신에게서 신발을 받아 신었다. 어쩐지 낯선 감각에 신고 한동안 발만 동동 굴렸다.)
 
슈테른:천장이 온통 투명해서 그럴 거에요.
원래는 이 천장이 열려서 사람들이 공물을 바치거나 필요한 보급품을 싣는데, 오늘은 점검 날이라 닫혀있나 봐요.
(첫 걸음마를 떼는 듯 어색하게 걷는 당신을 바라본다) 깨어난 지 꽤 됐는데, 배고프지는 않으세요?
 
시아록:그렇구나. 어떻게 들어오는 거지? 계속 쉬지 않고 달리는데..? 던지면 들어오나..
(여전히 눈이 부신지 눈가에 손으로 창을 만들어 주변을 둘러보다가 네게로 시선을 둘렸다.) 음... 네 말 들으니까 배고픈 거 같기도 하고...?
 
배가 고픈가? 이성 판정합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8/9/3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처음 눈을 떴을 때 창밖에서 동이 트고 있었으니
 
시간이 꽤 지난 것 같기는 한데...
 
딱히 배가 고프진 않네요.
 
크게 생각이 없어 보이는 당신에게 그가 제안합니다.
 
슈테른:괜찮으시면 다른 곳에 갈까요.
이 열차에서 그나마 살아있는 게 있는 칸이 있어요.
 
시아록:어, 좋아!
 
당신의 말에 그는 또 발을 끌어 어딘가로 향합니다.
 
구분선
 
도착한 곳은 천장에 달린 조명으로 인해 다른 장소보다 비교적 환합니다.
 
적당한 크기로 자라있는 나무나 환하게 피어있는 꽃과 중앙에 놓인 흔들의자까지.
 
이곳은 식물로 가득하네요.
 
그것들은 푸른 잎사귀를 흔들며 당신에게 인사합니다.
 
실내를 이렇게까지 꾸며놓다니 감탄사가 나옵니다.
 
어디선가 이슬이 떨어지고, 싱그러운 향기가 나는 착각이 듭니다.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하늘:(*관찰력 성공할 기미가 없습니다..)
 
...아니, 정말 착각입니다.
 
자세히 살피니 여기 있는 모든 건 가짜거든요.
 
당신의 반응을 살피던 그는 곧 어딘가로 움직입니다.
 
한 작은 화단 앞에 멈춰서 쪼그려앉는데,
 
그 화단에는 흰색 앙증맞은 꽃과 푸른색의 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런데 재질을 보아 이건 진짜 꽃 같아요.
 
슈테른:왼쪽부터 각각 델피니움, 물망초라는 꽃이에요.
누가 공물을 씨로 바쳤길래 심어 봤어요.
 
시아록:오, 그렇구나.
 
슈테른:(그렇게 말하고 옆에 놓인 물뿌리개를 건넨다.) 옆 방에 화장실이 있을 거에요.
거기에서 이 꽃들에게 줄 물을 받아와 주세요.
 
시아록:아, 응. 가져올게. (당신에게서 물뿌리개를 받아 물을 받으러 향한다.)
 
구분선
 
ROOM 3
 
당신은 슈테른의 말을 따라 다음 방으로 향합니다.
 
지금까지 중 제일 생활감이 넘치는 방입니다.
 
하지만 온통 하얀 벽지와 바닥, 흰 가구들은 왠지 모를 섬뜩함을 줍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8/9/3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욕실로 보이는 문 앞에는 낡은 발 매트가 놓여 있습니다.
 
시아록:어.. 신발 벗어야 해? (우물쭈물거리다 욕실 문을 열었다.)
 
주인도 여기 없는데 마음대로 해도 되겠죠.
 
욕실은 낡았지만 깨끗한 공간입니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돌리면 투명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옵니다.
 
이만 돌아갈까요? 아니면...
 
시아록:(물을 가득 받은 탓에 꽤 무게감이 있는 물뿌리개를 양손으로 들어올리고는 다시 당신이 있는 정원으로 돌아갔다.)
 
당신이 물을 받아 돌아오면
 
흔들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는 슈테른을 발견합니다.
 
화단에 물을 줄까요?\
 
시아록:(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당신을 보다가 화단에 물부터 주었다. 그리 크지 않은 정원인데도 받아온 물뿌리개의 물은 거의 다 소모했다. 젖은 손을 바지에 닦아내리고 당신에게 다가갔다.) 슈테른, 나 물 다 줬는데.
 
슈테른:...아, 오셨었나요. (뒷목을 쓸어내린다) 수고하셨어요.
(그러다 고개를 기울인다) 이번의 당신은 녹음기에 대해서는 묻지 않네요. 궁금해하실 줄 알았는데.
(어딘가 편안한, 또는 체념한 얼굴로) 어쩌면 당신에겐 그게 나을지도 몰라요. 그 끝에 당신이 외로워지더라도.
 
녹음기?
 
그게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익숙한 기시감은 듭니다.
 
시아록:녹음기...?
 
슈테른:...과거의 당신이 녹음했던 녹음기가 있었어요.
둘러보고 올 줄 알았는데 뒤지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다행이에요. 벌써 올 줄 모르고 치우지 않았거든요. (치울 것도 없으면서 농담하듯 얘기한다)
 
시아록:어... 그래? (네가 무얼 안 치웠는지도 모르겠지만, 기억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겐 무엇을 찾아야할지도 몰랐을 뿐인데. 네 말을 듣고 있자니 녹음기를 지금이라도 찾아봐야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슈테른:...당신이 저에 대해서 무지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을 곁눈질로 바라보다 다른 얘기를 꺼낸다) 많은 걸 알아갈수록 당신은 빨리 무너지거든요.
죽음은 고통스러울 거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은 혼란스럽겠죠.
당신이 그럼에도 알고 싶다고 말한다면 말릴 수 없겠지만.
 
시아록:(당신의 말을 들으며 당신의 말대로 무지한 눈으로 천천히 눈만 깜빡였다.) 죽음은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건, 글쎄... 이게 무슨 기분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네 말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넌 아주 오랫동안 날 봐왔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널 아주 천천히 알아가도록 해볼게.
 
슈테른:(당신이 그만두겠다 말하는 것도, 결국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구나.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반사적으로 입술을 깨문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지금도 당신은 저밖에 모르시는 것 같아요.
 
시아록:음, 너만 알면 안 돼?
 
슈테른:...그건 아니지만...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당신이 그렇게 많은 걸 주어도 저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어요.
지금도 '당신을 위해서'라고 가장하고 이기적인 부탁만 하고 있는데......
...(마른세수를 한다) 시간을 주실래요.
 
시아록:(너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두어번 깜짝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슈테른:무슨 말을 할지 정리하고 있을게요.
그동안 할 것이라면... 식사는 어떠세요? 아직 괜찮으시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엔 이 열차는 너무 좁고 따분할 거에요.
 
시아록:슈테른은? 여기서 생각을 정리할 거야?
 
슈테른:아뇨. 따라갈 거에요. 오늘은 요리까지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데 당신 혼자서는 너무 위험해요.
무언가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생각해두세요. 물론 식재료가 다양하진 않지만 최대한 비슷한 요리를 해 볼 테니까...
 
시아록:그래.(같이 간다는 말에 조금 안도한 기색으로) 그럼 조리실, 앞으로 더 가면 있나?
음식은. 뭐 있는지 보고 생각할래.
 
슈테른:(끄덕이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주머니에서 접힌 쪽지를 건넨다)
이 열차의 지도에요.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모형정원이고, 조리실은 한 칸만 가면 있어요.
알겠어요. (그리고 당신을 조리실로 데리고 간다)
 
시아록:(열차 내부 지도같아 보이는 쪽지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곤 당신을 따라 움직였다.)
 
당신은 그를 따라 조리실로 향합니다.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는 착각이 듭니다.
 
하긴 인간은 밥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조리실은 어쩐지 한기가 도는 장소입니다.
 
한쪽 벽은 거대한 냉장고가 꽉 들어차 있고,
 
반대쪽 벽에는 전자레인지와 오븐, 싱크대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뭉툭한 냄비가 올려져 있는 가스레인지가 놓여 있습니다.
 
그마저도 앞쪽으로 몰려있고
 
뒤쪽은 식료품 보관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척 보기에도 빼어난 조리보단 많은 음식을 싣는 것에 의의를 둔 구조입니다.
 
슈테른:무언가 먹고 싶은 식재료를 가져오세요.
 
그는 식료품 보관대 쪽으로 당신을 떠밉니다.
 
냉장고식료품 보관대를 뒤져 조리할 식재료를 찾아봅시다.
 
시아록:(당신에게 등떠밀려 우물쭈물하다가 식료품 보관대부터 뒤진다.)
 
각종 통조림과 소스들이 보관된 곳입니다.
 
생선과 각종 스프, 절인 과일, 콩, 옥수수, 피클 등의 통조림이
 
칸마다 꽉 꽉 들어차 있습니다.
 
소스의 경우는 1인분으로 잘게 포장된 것들뿐입니다.
 
시아록:(한참 고민하듯 들여다보다가 스프 통조림 두 개와 절인과일 통조림을 하나 집어 조리대 위에 올려놓고는 냉장고 문도 열어 뒤적인다.)
 
세 개의 냉동고와 두 개의 냉장고에는 재료가 나뉘어 들어있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포함한 각종 고기와
 
망고나 베리류 등의 냉동 과일, 양배추며 당근이나 감자 등의 채소, 종류별 빵, 치즈…
 
신선한 원재료보다는 조리와 보관이 간편한 냉동식품 위주로군요.
 
시아록:(고기를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닭고기와 몇가지 채소들과 바게트를 꺼냈다. 식료품 보관대에 다시 가 토마토 소스도 한 캔 꺼내왔다.)
이거에 닭고기랑 야채 넣고 끓여먹으면 되지 않을까..? (토마토 소스를 흔들며 제가 얘기하는 조리법이 맞는지 모르는 탓에 말에 자신감은 없었다.)
 
슈테른:그거라면 요리할 수 있어요. 직접 요리한 게 너무나 오래 전 일이라 자신은 없지만...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제 분량에서는 고기를 빼 주세요.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면 늘 안 먹고 싶었거든요.
 
시아록:아, 고기 안 먹는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꺼냈던 닭고기 2팩 중 하나는 냉장고에 다시 집어넣었다.) 알았어. 그럼 그 토마토 소스랑 야채는 같이 끓이고, 닭고기는 내가 따로 구워볼게.
 
슈테른:그럼 저는 서고에 레시피 북이 있는지 찾아볼게요.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서툰 손길로 조리대에 냄비를 올리고 불을 켭니다.
 
곧 그가 문을 다시 열고 책 하나를 들고 옵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레시피 100가지>
 
읽어 볼까요?
 
시아록:(당신이 가져온 책을 펼쳤다.)
 
중간에 토마토 소스를 활용하는 레시피가 몇 개 보입니다.
 
에그인헬, 토마토 스프, 브루스케타...
 
당신은 조리법을 얼추 참고해 재료를 썰고, 끓입니다.
 
시아록:
손놀림
기준치: 35/17/7
굴림: 34, 91, 91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처음 요리해보는 게 맞나요?
 
생각보다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의 입맛으로도 이건 "맛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태우거나, 설익은 재료 하나 없이 따끈따끈한 토마토 스프와 닭고기 구이, 바삭한 바게트 빵이 완성됐습니다.
 
시아록:오... 다행이다. 생각보다 맛있는 거 같은데! (처음 해본 요리가 제 예상보다 맛있게 나온 탓에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었다.) 슈테른은 어때?
 
슈테른:잠시만요.
 
그는 당신을 도와 음식을 덜고, 식탁 위에 수저와 함께 차립니다.
 
작고 딱딱하고 아무 색 없던 테이블이 색색의 요리들로 가득 채워집니다.
 
한입 떠먹은 그는...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슈테른:이걸 직접 만드신 건가요. (기계 시종이 요리한 것과 달리 울퉁불퉁하게 썰린 채소들을 휘젓는다)
 
시아록:(맛보라고 불렀는데 순식간에 차려진 식탁에 눈을 깜빡이다가 당신의 맞은 편에 앉아서 맛에 대해 얘기해주길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응, 네가 갖다준 요리책 보고 따라 했지. (너도 옆에 있었잖아? 고개를 기울이며 쳐다본다.)
 
슈테른:당신이 만든 요리를 맛본 건 처음이라, 실감이 안 나서요.
맛은 있어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시아록:나 요리한 거 처음이구나. (그 오랜시간동안 자신의 요리가 처음이라니 이건 또 새로운 사실이다.)
맛있다니까 다행이다.
 
들뜬 당신을 보던 그의 얼굴에 순간 미소 비슷한 것이 스쳐 지나갑니다.
 
눈을 깜빡이는 새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지만요.
 
...
 
식사를 하고 있으면, 문득 그가 건너편 의자에 앉느라 바닥으로 치웠던 곰인형에 시선이 갑니다.
 
뭘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식탁에 앉아 있었을까요?
 
시아록:근데.. 이 곰인형은 왜 여기 있어...?
 
슈테른:아, 이건... (곰인형을 들어올려 배를 꾹 누른다.)
 
인형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나더니 "오늘도 맛있었어요."라는 음성이 나옵니다.
 
시아록:어, 인형에서 소리가 나네.
 
슈테른:열차 설계자들이, 제가 외롭지 말라고 태워준 거에요.
그 사람들은 당신이 나타날 거라는 건 몰랐나 봐요.
 
시아록:그렇구나...(인형의 팔을 만지작거린다. 이게 있다고 해서 너의 외로움이 정말로 사그라들었을까.)
이제는 얘가 아니라 내자리인 거 같지만.
 
슈테른:이 자리에 주로 앉아 있는 건 당신이니까, 그렇게 되겠네요.
 
시아록:얜 나중에 새로운 자리 찾아줘야겠다. (웃으며 당신에게 얘기하고는 인형에게서 손을 뗐다.)
 
식사는 나름, 아니 꽤 맛있습니다.
 
토마토 스프는 야채에 스며들어 식감을 부드럽게 해 주고,
 
겉을 바삭하게 구운 닭고기는 속에서 따끈한 육즙이 흘러나와 촉촉합니다.
 
바게트는 바싹 구워 고소한 향이 납니다.
 
그렇게 식사를 해결하고 나면, 그는 입을 닦으며 이야기합니다.
 
슈테른:이제 뭘 하실 건가요.
 
시아록:음.. 다른 장소도 보고 싶은데
 
슈테른:......2번 방만 아니라면 어디든 괜찮아요.
 
시아록:그래, 거긴 안 들리지 뭐. 앞에 기도실도 갈 수 있는 거야?
 
슈테른:갈 수 있어요. 당신이 가기에 기분 좋은 장소는 아니겠지만.
 
시아록:내가 거길 가면 기분 나빠했어..?
 
슈테른:...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럴 거에요.
저는 익숙해져서, 당신이 그런 반응을 보이기 전까진 이상함을 느끼지도 못했지만.
 
시아록:어.. 그렇구나. 되게 이상한 장소인가 보네. (당신에게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호기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기도실 앞에 3번 방엔 뭐가 있어?
 
슈테른:당신이 물뿌리개에 물을 떠 왔던 곳이에요.
(고개를 숙인다) 거기에 가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시아록:아, 거기가 3번 방이었구나.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의아한 표정이 된다.) 거기 가서? (꼭 거기가서 해야할 중요한 얘기라도 있나보다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서 얘기하자.
 
모형정원을 지나고 있으면, 당신은 문득 시야가 어두워짐을 느낍니다.
 
창밖으로 어둠이 깔립니다.
 
터널을 지나는 걸까, 생각하고 있으면 금세 시야가 밝아집니다.
 
눈앞이 일순 희게 물들었다 가라앉습니다.
 
눈이 내리는 풍경 너머로 몇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손에 꽃다발이나 편지 등의 물건을 손에 들고
 
조금 어리둥절하게 열차의 꼬리 쪽을 보고 있습니다.
 
슈테른:오늘은 점검 날이라 공물을 바칠 수 없었나 봐요.
 
잠시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창밖으로...
 
시아록:공물...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4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열차의 차체가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곧 이상함을 눈치챕니다.
 
지도에 표시된 칸 수보다 기차의 실제 칸 수가 더 많네요.
 
지도에 없는 칸이 있는 걸까요?
 
시아록:어.. 기차가 훨씬 기네.. (창문 가까이 매달려 앞의 열차 칸들을 들여다본다.)
 
앞의 열차 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상으로는 앞으로 2칸밖에 남지 않았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건 훨씬 많네요.
 
창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면 그도 이쪽을 살핍니다.
 
슈테른:제가 처음 열차에 타던 날도 이렇게 눈이 왔어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그 날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물론 당신과는 다른 걸 보지만요.
 
시아록:그랬어? (당신에게로 눈길이 향했다가 다시 눈밭을 지나 열차로 시선이 향한다.)
 
슈테른:...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에도, 당신이 처음으로 제 애칭을 기억해냈던 날에도 눈은 왔어요.
그래서, 이렇게 무의미한 영생을 사는 와중에도... 눈이 오는 날에는 저도 기대 비슷한 걸 하고 말아요.
 
시아록:그럼 너에겐 눈오는 날이 행운의 날이구나.
저 눈마다 네 행운이 하나씩 올라가서 내려오나보다. (그제야 열차에서 시선을 떼고 당신을 쳐다보았다.)
 
슈테른:......
하지만 행운이 쌓인다고 해서 열차가 멈추지는 않아요.
 
시아록:언젠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네가 원한다면
 
슈테른:그런 큰 소원은 지금의 저에겐 과분해요. 게다가 열차가 멈추면 이 땅은 망가질 게 분명하고요.
...그래도, 열차에서 내리게 된다면 당신과 가고 싶은 장소가 있었는데.
 
시아록:그래? 어디에 가고 싶은데?
 
슈테른:바다.
바다라고 해서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전부 물로 가득찬 장소가 있어요. 이 계절에는 바닷물도 선명한 푸른색으로 빛나죠.
그 청색을 직접 눈에 담고 싶었어요. 열차에 타고 나서 같이 보고 싶은 사람도 생겼고.
소용없는 바람이지만, 당신은 제가 희망을 갖길 바랐으니까. 버리지 않았어요.
 
시아록:바다... (네 말을 듣고 그 모든 걸 상상해보지만 메마른 기억에는 역시 한계가 있어서 바다에 대해 뿌연 기대감만 남았다.)
그런 곳이면 나 정말 같이 가보고 싶은데. (당신을 향해 느리게 웃었다.)
 
슈테른:...열차에 처음 탄 것도 그곳을 보고 싶어서였는데, 아쉽게도 선로는 바다까지는 포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바다라는 곳이 지금도 푸른색일지 저는 몰라요.
그러니까, 제가 말한 것처럼 눈부신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소리에요.
그래도 당신이 원한다면... (말끝을 흐린다)
 
그는 말을 하다 말고 손을 이끕니다.
 
슈테른:죄송해요. 말이 너무 많았죠. 답지 않게 감상에 젖어서.
 
시아록:왜? 난 그런 얘기 좋은데.
 
슈테른:저는 열차 밖에 대해서라면 아무것도 제대로 알려드릴 수가 없어요.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불확실한 감상에 불과해요.
그래도 당신에게 도움이 됐다면, 그건...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앞 방에서 보여드릴 건 당신에게 혼란스러운 얘기일 거에요.
알려주지 않는 것보다는 덜 혼란스럽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말하고 나면, 두 사람의 발은 문턱에 닿습니다.
 
구분선
 
ROOM 3
 
그는 방에 들어와 책상 위를 뒤집니다.
 
방금 전까지도 사용한 듯 어지럽혀진 그 위에는 책 한 권과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있습니다.
 
그는 책은 덮고, 폴라로이드 사진은 펼쳐 보여줍니다.
 
슈테른:우리는 한때 연인이었어요.
 
사진에는 온통 슈테른이 찍혀 있습니다.
 
화단에 물을 주거나, 식사하거나, 웃고 있는 모습.
 
그리고 한 장은 찢어져있습니다.
 
거기에는 당신과 침대 위에서 입 맞추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놀랐나요? 시아록, 이성 판정.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7/8/3
굴림: 1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안에 담긴 순간순간들이 지독하게 낯섭니다.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그의 이야기도, 아마 당신이 찍었을 터인 사진도.
 
한때 그가 이렇게 웃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납니다.
 
시아록:
rolling 1d3
 
(
3
 
)
 
 
=
3
 
슈테른:'이전의 당신들'이 찍었던 것들인데...
...역시 놀라셨죠. 이만 치울까요.
 
시아록:아, 아니.. 놀라긴 했는데.. (세상 낯설게 느껴지는 사진들을 몇 번이고 확인하다가 조심히 원래 자리에 내려놓았다. 제게 기억이 없다는 걸 새삼 강하게 깨달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이런 거네....
 
슈테른:그래도 당신이 이런 걸 남겨준 덕분에 다른 당신에게도 기억이 계승될 수 있었어요. 저라면 이런 방법을 떠올려내진 못했을 텐데.
지쳐 있는 저를 도와주는 건, 늘 당신이었어요. (사랑이라기엔 너무 삭아 있고, 그리움이라기엔 너무나 무거운 감정이 담긴다.)
이전의 당신은 저에게도 기록을 남기고 갔어요. 그게 아까 말한 녹음기에요.
 
시아록:그렇구나. (너는 몇번이고 반복하는 이런 나를 늘 견뎌온 거구나.)
녹음기 확인 했어?
 
슈테른:(끄덕인다) 지금은 방전됐어요.
그러니 내용은 비밀로 간직할게요. 이전의 당신과 저의.
 
시아록:그래.. (너에게만 고스란히 남은 기억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실은 '내'가 너에게 제일 고통을 주는 존재가 아닐런지 싶어서, 그런데 그 말을 입에 직접 담고 물어볼 수는 없어서 저도 모르게 나직한 한숨을 뱉어내고는 입을 다물었다.)
 
슈테른:(저를 따라서 무거운 표정이 된 당신을 쳐다본다) 괜찮아요.
저는 당신은 다시 태어났어도 죽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변하지 않았으니까.
이 모든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단지 당신을 마음 놓고 대하기에는 지금의 제가 너무나 많이 변해 버린 탓이에요.
자신이라는 게 누구인지 혼란스러우신 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결국 모두 당신일 거에요.
 
시아록:그치만 늘 기억에 없는 내가, 힘겹진 않아...?
(겨우 힘겹게 뱉어낸 한문장이었다.)
 
슈테른:...힘겹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제가 정말 괜찮았다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테니. (저도 모르게 진심을 툭 뱉어낸다.)
하지만 이런 삶이라면 당신이 없었어도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외롭고 힘들었겠죠.
 
시아록:그치만 내가 애초에 없었으면....
 
슈테른:...제가 사랑한 모든 건 저를 떠났어요. 저는 영생을 사니까. 당신이 저를 떠나는 건 당신의 잘못도, 저의 잘못도 아니에요.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그러니까 자책은 하지 마세요. (쓰게 웃으며 당신의 얼굴을 감싼다.)
 
시아록:(깊게 호흡을 하고는 네 손에 얼굴을 기댔다.)
 
그렇게 얼마간 있으면, 시아록, 지능 판정.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고,
 
그와 연인이였다는 얘기도 낯설지만, 어째서일까요.
 
그를 위하고 싶다는 감정만은 선명합니다.
 
괴로워했을 그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요.
 
그가 바라는 대로 이 열차에서 내리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시아록:(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대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우리 그래도 내리는 거 한 번 찾아볼까? 아까 창문으로 보니까 네게서 받은 열차 지도보다 열차칸 수가 훨씬 많더라. 그보다 앞칸을 확인하면 우리만 내리더라도 열차는 계속 굴러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슈테른:......어째서에요? (힘겹게 웃어주던 표정이 굳는다. 방법에 앞서 물어야만 하는 말.) 왜, 아무 사이도 아닌 저를 위해서 당신은 얘기를 들어주고, 마음 아파해 주고, 끝내는 열차에서 내리게 해 주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 건가요.
자책같은 거 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시아록:그렇게 네가 말하면 할 말 없긴 한데... 그냥 내가 그러고 싶은데...? 너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잖아.
 
슈테른:(숨을 들이쉰다) 저는 당신이 그렇게 할 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정말 저를 믿을 수 있나요? 당신이 몇 번이고 죽었을 때, 그렇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시잖아요.
 
시아록:음... 그건 지금 정말 중요한 일이야? (죽었다 몇 번이고 되살아나는 것은 자신인데..
 
슈테른:중요해요.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네요.
(그리고 다시 한 번 손을 잡아끈다. 향하는 곳은 열차의 뒷쪽.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던 2번 방.)
 
그를 따라가자 보이는 건 자물쇠가 채워진 어느 문 앞입니다.
 
구분선
 
ROOM 2
 
창문도 모조리 가려져 있는 문 너머에서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옵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4/7/2
굴림: 32
판정결과: 실패
 
슈테른은 주머니에서 어떤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풀며 말합니다.
 
슈테른:저는 당신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이 열차에 타셨는지는 몰라요.
확실한 것은 단 하나,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미쳐서 열차를 부수거나 저를 해치려고 해요.
...그마저도 지나고 나면 결국 죽고 말죠.
그러면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화물칸에서 다시 나타나요. 한때는 그런 당신이 너무나 미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가 문을 열면 방 안에 가득 쌓인 시체 더미가 보입니다.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얼굴을 한,
 
당신과 똑같이 생긴 시체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는 팔다리 중 어딘가 부러지거나 칼로 찔려 있는 등,
 
살해당한 흔적이 만연합니다.
 
그것들은 마치 쓰레기처럼 방 안에 가득 쌓여 있습니다.
 
열차가 덜컹, 덜컹하고 흔들릴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수백 개의 팔다리를 꿈틀거리는 괴물을 닮았습니다.
 
...이 열차에서 당신을 죽일 사람이란 한 명밖에 없잖아요.
 
끔찍한 광경에 이성 판정(1D10/1D8).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3/6/2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8
 
(
1
 
)
 
 
=
1
 
이 안에 쌓인 것은 모두 그에게 죽임당한 과거의 당신들입니다.
 
당신은 그것들을 보며, 영문 모를 슬픔을 느낍니다.
 
나를 왜 그렇게까지 싫어했냐고 묻고 싶어집니다.
 
문득 고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열차 어딘가에서 두근, 두근, 느릿하게 울려퍼집니다.
 
시아록:(몇 번이고 살해당해 끔찍한 모습으로 무더기처럼 쌓여있는 '자신'의 시체를 보다가 흐리게 웃었다.) 썩지도 않았네... 고이고 고여서 내가 너에게 독이 되었었구나.
 
슈테른: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너무 큰 감정에 말문이 턱 막힌다)
전 그저, 절 믿을 수 있겠냐고. 다시 죽임당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묻고 싶은 거에요.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죽지만, 당신이 미치고 난 뒤에는 저조차 막기 버거우니까 그러기 전에 제가 당신을...... (이 뒤는 차마 말하지 못한다)
우습죠? 저. (헛웃음을 흘린다) 늘 호의를 갖고 다가오는 당신에게 건네는 건 고작해야 죽음밖에 없어요.
 
시아록:다 괜찮을 거야. 난 후회 안 할 거니까 너도 하지마.
 
슈테른:전 후회할 수밖에 없어요. 다 괜찮지도 않을 거에요. (이제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기로 한다) 그건 눈밭 위를 지나가는 열차가 궤적을 남기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거에요.
저는 항상 후회할 거에요. 언젠가 열차에서 내린다고 해도 그건 달라지지 않겠죠. 그게 모든 걸 기억하는 자의 특권이니까.
 
시아록:그렇지만 '나'는 분명 다 괜찮았을 걸.
 
슈테른:그래도, 당신이 후회하지 않는다면... (시야에 온전히 당신만을 담고 말한다) 그런 건 아무렴 됐어요.
 
시아록:딱히 후회도 안 했을 거야.
 
슈테른:그런가요... (꽤 체력을 쓴 듯 기대고 만다) 이렇게 많이 배신당했으면서 후회하지 않는다니, 당신은 정말 대단해요.
같은 인간이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까요.
 
시아록:(정말로 제 '자신'들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뭐, 모든 사람은 다 다른 거겠지.
다 똑같았으면 되려 이상했을 거야.
 
슈테른:(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믿었다고, 믿는다고, 앞으로도 믿을 거라고 말하는 당신을 보며 한동안 말없이 서 있는다)
...하지만 열차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모르겠어요.
처음 열차에 탄 건 맨 끝 칸의 천장을 통해서였지만, 거긴 지금 열리지 않을 거고.
몇 번 점검 때를 노려서 당신과 기도실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그쯤 갔을 땐 당신이 버티질 못 했어요.
 
시아록:지금의 난 갈 수 있지 않을까?
 
슈테른:모르겠어요. 시도해봐야 알겠죠. 이번의 당신은 다를지. (당신이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몇십만, 몇백만 번을 시도하고도 그만둘 수가 없다)
 
시아록:그럼 가보자. 난 아직 괜찮은 거 같으니까.
 
슈테른:(당신을 오래 바라보다가 스치듯이 한 마디를 얘기한다.) ...죽지 마세요.
 
시아록:알았어. (저 스치듯한 한 마디가 당신의 진심인 게 뻔해서 알았다는 한 마디였지만 저도 정성스레 대답했다.)
 
화물칸으로 향하는 길. 길다면 긴 틈에서 그가 다시 입을 엽니다.
 
슈테른:눈, 오래 내리네요... (창밖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렇게 쌓여서 열차가 제대로 굴러갈 수는 있을까요.
 
시아록:오래 내리면 좋지. 전부 너의 행운일 거 아냐.
 
슈테른:그런 건 지금으로도 충분해요. (길게 숨을 내쉰다)
생각해보면 처음 타던 날에도 이렇게 눈이 한가득 쌓였었어요.
기차를 타러 오는 길에 종아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면서 걸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멈춰서서 얘기합니다.
 
슈테른:이 질문은 한 번도 못 해봤던 것 같아서.
기차에 타기 전의 기억은 하나도 없나요?
열차에 오르기 전의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곳에 살았나요.
 
시아록:그러게...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곰곰히 뭐라도 떠올려보려고 머리를 굴려보지만 역시 제 기억은 뿌연 안개 속이다.) 아무것도 기억 안 나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하긴 그와의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이 더 전의 일을 기억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지도요.
 
슈테른:전 늘 궁금했는데. 당신이라면 분명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자랐을 것 같지만.
...그럼, 나가게 되면 하고 싶은 일이라든지, 그런 것도 없는데 저랑 나가겠다고 하시는 거에요?
 
시아록:그래...? 난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도 나가고 싶어하고, 바다도 같이 보고 싶다고 하니까. 거기다 여기만 있는 거 나도 오래 있으면 너무 지루할 거 같은데.
 
슈테른:하긴 당신은 호기심이 많으니까요. 이곳은 당신을 만족시키기엔 너무 좁겠죠. (끄덕이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슈테른:사실은 저도 돌아갈 곳은 없어요. 제 고향 땅은 강이 있고 고요한 도시였는데, 지금은 전부 썩어 버렸거든요.
저는 거기서 작은 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아이들과 지내며 저도 제 소견을 넓힐 수 있는 게 좋았죠.
열차에 오르기로 한 것도 그래서 지원한 거였어요. 세상을 지탱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고, 여기 타고 있으면 가지 못했던 곳을 여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놓아 버리네요...
 
시아록:교사였구나. 뭔가 어울리네. 그럼 내려서도 교사 하고 싶어? 아니다, 그런 것보단... 일단 바다부터 보러 가는 게 우선인가.
누구든 여기에 그토록 오래 타고 있게 된다면 똑같지 않을까...
 
슈테른:...세상을 유지하는 열차도 내팽개치고 내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교사라는 직종은 이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시아록:그런가...? 난 이정도 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슈테른:저도 막상 미래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지금은 그저 내리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한숨을 삼킨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절 원망할까봐...
하지만 더는 이대로 있게 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그걸 위해서라도 내려야겠죠.
 
시아록:여기까지 신 하나와 사람 하나가 희생해줬으면.. 알아서 하라 그래. (네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는 듯 장난스럽게 웃었다.)
 
말이 멈추고 위를 올려다봅니다.
 
그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방은...
 
구분선
 
기도실
 
창문 하나 없는 칸의 천장에 달린 유일한 광원은 불그스름한 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덕분에 으스스한 색으로 물들어 있는 기도실은
 
벽과 바닥에 그려진 기괴한 문양의 그림과
 
정면에 달린 어떤 존재의 조각상으로 인해 더욱 괴기해 보입니다.
 
당신은 조각상을 바라봅니다.
 
검은 산양의 뿔을 달고 얼굴 전체를 눈이 뒤덮고 있는 괴물의 상입니다.
 
조각임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공포는 당신을 주춤거리게 하기 충분합니다.
 
수많은 눈과 시선이 마주하는 기분이 들며, 시아록, 이성 판정.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2/6/2
굴림: 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저 조각임을 알고 있음에도
 
범접하는 공포감에 당신은 순간 한발 물러납니다.
 
시아록:
rolling 1d5
 
(
1
 
)
 
 
=
1
 
하지만 순간의 공포가 지나가면 당신은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낍니다.
 
기분 탓일까요?
 
다음 칸이 있을 텐데, 문이 있어야 할 곳에는 석상이 있습니다.
 
어쩌면 석상이 가로막는 용도였을까요?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치우죠...?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세히 보니, 석상의 왼쪽 뿔 이음새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군요.
 
시아록:(주춤거리며 다가가 석상의 왼쪽 뿔 이음새를 관찰한다.) 슈테른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뿔이 통째로 석상에서 약간 떨어져 있습니다.
 
마치... 부러트리거나 돌릴 수 있을 것처럼.
 
슈테른:음, 왼쪽 뿔이라...
 
시아록:만져볼까?
 
슈테른:저도 확실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벽화에 뿔과 관련된 단락이 있었어요.
이걸 보세요.
 
그는 양초에 불을 붙이고 당신을 한 벽화 앞으로 데려갑니다.
 
슈테른:성전에 나오는 말이라 기억하고 있어요.
 
시아록:(당신을 따라 벽화 앞에 섰다.)
 
슈테른:성전은 우리의 톱니바퀴 신이 인간들을 위해 희생한 기록을 낱낱이 적고,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신이 어떻게 태어났다거나 힘을 썼다기보다는, 신체를 어떻게 지상으로 날라 열차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에요.
 
그가 네 개의 그림 중 신에게서 심장을 꺼내는 그림에 양초를 가까이 가져다 대자
 
아래에 적힌 희미한 글씨가 보입니다.

핸드아웃: 벽화 아래의 글씨

 

우리는 가장 먼저 신의 심장을 뽑았다. 직접 배를 가르고 꺼내신 심장은 기이한 검은 빛으로 번뜩여, 인간이 미치지 않고 그것을 운반하기까지 7일 하고도 하루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중략)

…그분의 뿔은 두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지상으로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의 몸에 세 번째 뿔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아록:세번째 뿔..?
 
슈테른:그분의 뿔은 석상의 모양대로 두 개로 알려졌었는데, (여기서 신의 석상을 가리킨다) 사실, 석상에는 없지만 뿔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해요. 목덜미에.
 
시아록:목덜미...?
 
슈테른:네. 그러니까 두 개의 뿔 중 하나를 어떻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두 번의 실패라고 했으니까.
 
시아록:곧장 뽑는 건 그렇고.. 한 번 돌려볼까? 돌려보고 뽑든지 꺾든지 해보면 될 거 같기도 한데..
 
그는 당신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험 삼아 뿔을 두 번 돌려 보면,
 
바닥에서 우르릉,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곧 석상이 움직입니다.
 
그리고 뒤에 있던 문이 드러납니다.
 
슈테른:......맙소사.
 
시아록:오... 움직인다.
 
슈테른:저, 정말로 문이 있었다니, 어쩐지 기계 시종들이 엄청나게 출입을 막긴 했지만...
(긴장한 듯 손에 힘이 들어간다) ...들어가볼게요.
 
시아록:응, 같이 가자.
 
두 사람은 벽 너머의 문을 넘어갑니다.
 
구분선
 
두 사람은 문을 넘어 흰 조명이 깜빡이는 칸으로 들어갑니다.
 
천장부터 바로 발아래까지 온갖 케이블과 버튼, 기계들이 뒤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케이블 사이로,
 
불빛 아래서 희게 빛나는 기계장치 시종들을 마주합니다.
 
그것들은 어딘가 인간을 닮은 기계 덩어리입니다.
 
긴 원기둥 형태의 몸체 아래엔 커다란 바퀴가 달려있으며,
 
딱 인간의 팔 길이만 한 집게발을 양옆에 달고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따라한 듯한 머리에 박혀있는
 
하나의 카메라 렌즈가 검은색으로 번뜩입니다.
 
그 아래로 검은 스피커가 활짝 벌린 입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약 20대.
 
저마다 이상한 선에 연결된 채 한 줄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기묘한 광경에 시아록, 이성 판정(1D5/1D3).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11/5/2
굴림: 31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3
 
)
 
 
=
3
 
머리가 띵 울리는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귓가에 또다시 고동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까보다 좀 더 강하게,
 
마치 당신을 부르는 듯…
 
아까부터 이 고동은 대체 뭘까요?
 
여하튼 내부를 둘러보면 알 수 없는 기계장치만 가득하네요.
 
거의 모든 장치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이 어쩐지 꺼림칙합니다.
 
맞은편 벽에는 검은색 문이 달려있습니다.
 
시아록:(머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을 가리키며 당신에게 작게 속삭였다.) 우리 저기로 몰래 갈까..? 여기 있는 기계 좀, 꺼림칙하니까 안 들키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슈테른:그렇겠죠. 바닥에 있는 호스를 조심하기만 하면 괜찮을 거에요.
 
몰래 지나가려면 은밀행동 판정합니다.
 
시아록:
은밀행동
기준치: 65/32/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정체 모를 호스는 밟지 않는 것이 최선이죠.
 
당신은 조심조심 몸을 움직이며 안전하게 그것들을 건넙니다.
 
하지만 슈테른은 당신만큼 민첩하지 못한 모양이에요.
 
우당탕!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따라오던 슈테른이 호스에 걸려 넘어져 있습니다.
 
기계 시종에게 연결된 호스가 빠지고,
 
동시에 삐로롱 전원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며
 
2대의 기계 시종이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니, 정확히는 넘어진 슈테른을 바라봅니다.
 
스피커에서 2대의 기계음이 동시에 흘러나옵니다.
 
그 섬뜩한 음성에 시아록, 이성 판정(1D4/1D2).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8/4/1
굴림: 19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2
 
(
1
 
)
 
 
=
1
 
당신의 몸이 조금 떨립니다.
 
동시에 익숙한 고동 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당신은 그것이 열차의 앞쪽에서 들리는 것을 깨닫습니다.
 
두근두근.
 
마치 빨려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고동 소리는 이제 잦아들지 않습니다.
 
귓가에 달라붙습니다. 계속, 계속, 계속...
 
시아록:
rolling 1d3
 
(
3
 
)
 
 
=
3
 
슈테른:시아록, 뒤에!
 
한편 기계장치 시종들이 우리를 쫓아오는군요.
 
앞으로 나아갑시다!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에게도 '저들에게 잡히면 안 된다'는 자각 정도는 있습니다.
 
저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문을 막든지 해야겠어요.
 
시아록:(화들짝 놀라 문을 넘어서 닫으려고 해본다.)
 
구분선
 
당신은 슈테른과 함께 문 너머로 도망칩니다.
 
문을 닫는 순간, 그것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기계장치 시종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으나 꾸준히,
 
시선은 슈테른에게 고정한 채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분명 뚫릴 거에요.
 
도구를 이용해서 문을 막아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주변에 여러 물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금으로 장식된 십자가,
 
기묘한 빛의 가죽 표지를 가진 ,
 
벽에 걸린
 
이 물건들은 뭘까요?
 
슈테른:아마 성물들일 거에요.
 
그가 추측합니다.
 
신의 몸을 써서 만든 열차.
 
인간들이 그것을 찬미하는 자리를 만든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시아록:일단은, 뭐라도 막는게 좋겠는데 관으로 막을까? (그나마 커다래서 문을 막기에 좋아보였다. 성물이건 뭐건 그건 나중에 확인할 일이지. 관을 잡아 끌었다.)
 
당신은 무거운 관으로 문을 막았습니다.
 
건너편에서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문을 부수거나 관을 치우기엔 역부족일 겁니다.
 
아직은요.
 
문이 막힌 틈에 다음 방으로 전진하려고 했지만,
 
그는 이 내부가 신경쓰이는 것 같습니다.
 
슈테른:열차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혹시 다음 문을 막을 도구가 없는지 찾아볼게요. 다음 방에도 이런 물건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물건들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당신도 무언가 둘러볼까요?
 
눈에 띄는 건 문을 막는 데 쓴 과 진열장의 거대한 십자가, 책, 검입니다.
 
시아록:(주변을 한참 둘러보다가 문을 막는데 쓰긴 했지만 아까부터 시야에 들어왔던 관부터 살피기로 한다.)
 
불길한 검은 빛으로 빛나는 관입니다.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관의 뚜껑을 열어보면
 
검은 미라 형태의 인간이 들어있습니다.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기괴한 형태에 이성 판정(1/0).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2/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이건 누구의 시체일까요.
 
잘 보존되었기에 썩은 내는 나지 않습니다.
 
열차 바깥엔 썩는 냄새가 가득하겠지만요.
 
시아록:(기괴한 미라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확인만 한다.) 이런 걸 여기에 왜 보관해둔 거람...
 
슈테른:중요한 사람이었을 거에요. 가령 나라의 지도자라거나.
신관은 저 하나뿐이지만, 신과 하나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요.
이걸 태운 자들은 죽어서도 신의 보살핌 아래 평안을 찾길 바랐던 거겠죠.
 
시아록:그런가...? 이해는 못하겠지만... (죄 새까맣게 말라비틀어진 육신만 이런 곳에 덩그러니 남아서 신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감각 자체를 전혀 모르겠어서 진저리치며 관의 뚜껑을 닫았다.)
여기 문이나 잘 막고 있으면 좋겠네..
(관은 내버려두고 진열장으로 향했다. 십자가와 책, 검이 가지런히 진열된 걸 보다가 십자가를 검지손가락으로 건들였다.)
 
사람 키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십자가입니다.
 
꽤 묵직합니다.
 
십자가의 가운데엔 기도실에서 본 석상이 머리가 달려있습니다.
 
문득 드는 섬뜩함에 이성 판정(1D3/1).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2/0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십자가에 석상 머리는 왜 달아둔 거야.. 섬뜩하게...
 
크기도 커서 더 반감이 듭니다...
 
시아록:(십자가에서 눈을 뗴고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긴 몸체를 가진 것부터 한 뼘 길이의 짧은 단검까지
 
각양각색의 검이 모여 있습니다.
 
문을 막기 좋게 길다란 검도 있네요.
 
시아록:검은 왜 이렇게 많이 모아둔 거람. (하나하나 확인하다가 딱 문을 막기 좋아보이는 검을 들어 문으로 향한다.) 최대한 막을 수 있는 건 다 써먹는 게 좋겠지.
 
그는 진열장을 살펴보더니 책을 한 권 들고 옵니다.
 
페이지를 훑다가 당신에게 한 페이지를 보여주려는 듯 내밉니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을 막은 물건이 부서지며 기계 시종이 넘어옵니다.
 
그리고 한 시종이 파편을 주워 슈테른에게 던집니다.
 
어떻게 하나요?
 
시아록:(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쥐고 있던 검면으로 파편을 막아보려고 한다.)
 
파편이 너무 커서 검으로 막았다간 검이 부러져서 더 다칠 것 같습니다.
 
시아록:(*파편 크기가 어느정도인 거예요;;)
 
미안합니다
 
정 방법이 생각 안 난다면 민첩 판정으로 감싸고 피해도 괜찮습니다.
 
시아록: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가까스로 그를 밀쳐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대신 파편에 맞고 말았습니다.
 
시야가 까무룩 잠드는 기분과 함께...
 
...
 
...
 
구분선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울림과 약간 쿰쿰한 오래된 책 냄새.
 
서재에는 수없이 많은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이 빽빽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시아닌Cyanine.
 
그 사이에서, 누군가 얘기합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슈테른입니다.
 
그는 소설책을 하나 들고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합니다.
 
당신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응? (손짓하는 당신을 보고 곧장 다가섰다.)
 
슈테른:바다의 색과 꼭 닮은 푸른빛 염료에요. 이 소설에서 바다의 색을 ‘시아닌 톤’이라고 표현했길래 생각났는데…
당신의 이름으로 쓰는 건 어때요? 계속 ‘저’라던가 ‘당신’이라고만 부를 수도 없고…
무엇보다 전 당신을 보면 푸른 바다가 생각나거든요. 자유롭고, 방대하고, 빛나는.
 
▦▦▦:시아닌? (저를 보고 바다가 떠오른다는 당신의 말에 눈만 깜빡이다가 웃었다.) 그래, 좋아. 나한테 좀 과분한 것 같은 이름이긴 한데.
 
슈테른:과분하다니요,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요...
 
그 이상으로 말을 꺼내진 않지만,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그에게 얼마나 당신이 큰 존재인지는 조금, 짐작이 갑니다.
 
그를 바다처럼 끝도 없는 고독에서 꺼내줄 존재란 당신밖에 없으니.
 
당신이 수긍하면, 그는 조금 슬프게 웃습니다.
 
슈테른:어떤 의미에선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바다는 결국 흘러가 버리잖아요. 파도치며 돌아왔다가도 다시 밀려나며 떠나가길 반복하죠……
…당신이 또다시 떠나갈 때,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치만 바다가 어디로 가버리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흘러가도 결국은 돌아오는 게 바다인 거지.
 
슈테른:하지만 어느 날 정말 떠나게 된다면 어쩌죠.
 
당신이 안심시켜 줘도, 그는 쉽게 표정을 바꾸지 않습니다.
 
당신보다 삼백 년은 더 살았다던 사람인데,
 
이럴 땐 마냥 위태로워 보입니다.
 
슈테른:(잠시 침묵하다가) 이름처럼 떠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주실 수 있어요? (부질없는 약속인 걸 알면서도 묻는다.)
 
▦▦▦:그래, 정말 아주 만약에 예기치 못하게 떠나게 되더라도 꼭 돌아올게. 약속할게.
 
슈테른:(응석부리듯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말이 씨가 될까봐 불안해요.
 
▦▦▦:그건 미안. (웃으며 당신의 어깨를 안았다.)
 
슈테른:그러니까 이름에 '록'자를 넣는 건 어떠세요? 물론, 지금의 당신도 정말 좋아하고, 제겐 다시 없을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만...
록Lock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음’이라는 뜻이 있거든요.
시아닌록은 좀 기니까... 록시아... 시아록?
 
▦▦▦:시아록? 그래, 좋은 의미네. 그럼 난 어디도 가지 않고, 네 옆에 있게 되겠다. 이름엔 힘이 있다고들 하지 않아?
 
슈테른:(힘껏 마주안는다) 그렇죠. 하지만 당신이 절 떠난다고 해도, 전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거에요. 파도처럼 밀려났다가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이렇게 약속해 주셨으니까.
......당신은 진짜 바다보다도 가깝고 늘 곁에 있어 주는 제 바다에요. (오래 망설이다가 한 마디를 덧붙인다)
 
▦▦▦:응, 약속해. 꼭 곁에 있을 거고 떠나더라도 반드시 돌아올테니까. (수백년을 살았다면서도 너는 여전히 여리기만 해서 언젠가 나때문에 너무 힘들어지기만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당신이 그의 지탱점이 되어 주자, 그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자리에 앉은 그는 고개를 책에 파묻더니 말합니다.
 
슈테른:...제, 제가 무슨 소리를 한 거죠? 잊, 잊어주세요.
......뭔가 엄청나게 실례되는 말을 해버린 것 같은데......
 
▦▦▦:실례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거 같은 당신의 맞은 편에 앉아서 웃었다.)
 
슈테른:그, 죄송해요.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지 가끔 생각이 너무 깊어질 때가 있거든요...
그, 소설 주인공이 저랑 닮아서 이입하다가 그만...
저...는 책 읽고 있을 테니 가, 가서 볼 일 보세요.
 
▦▦▦:(당황하는 당신을 보고 귀엽다는 듯이 키들거리며 웃다가 책상에 기대 반쯤 누웠다.) 나는 지금 널 보고 있고 싶어서 여기 있을 건데.
 
슈테른:(그런 당신을 물끄러미 보다가, 공연히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썩 집중이 되는 눈치는 아니지만, 그는 마저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슈테른이 어떤 책을 읽었었죠?
 
▦▦▦:근데 그거 소설이야..?
 
당신이 궁금해하는 눈치인 걸 슈테른은 금방 알아채고 돌아봅니다.
 
0.1초만에 반응하는 게 이쪽을 엄청나게 의식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슈테른:네. 이건 존재와 증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책이에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격언을 주제로 해서, 작가는 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인공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죠.
그리고 소설 끝에서 주인공은 ‘본인이 긍정하는 자신과 실존하는 자신이 다르다면 언젠가는 존재를 부정하게 될 것이다’라는 답을 찾게 돼요.
 
시아록:(가만히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가 이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굴리다가 책상에 이마를 박았다.) 음... 어렵다... 그거 재밌어?
 
슈테른:(거침없이 설명을 이어나간다. 아무래도 오래 산 만큼 지식만은 나잇값을 하는 것 같다) 네, 당신이 없었다면 제가 누군지도 잊었을 저라서... 더 공감이 돼요.
 
시아록:그렇구나. (아직 자신의 존재 의의따위 생각해본 적 없는 자신으로선 어려운 이야기다. 그치만 자신이 당신에게 지표성이 되는 거라면 그걸로 충분했다.)
 
당신을 보며 몸에 밴 것처럼 자연스럽게 미소짓던 그는 묻습니다.
 
슈테른:당신, 아니... 시아록, 은.
이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어딘가에서 고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
 
...
 
구분선
 
관의 방
 
"…―"
 
"…아록……"
 
슈테른:시아록!!
 
당신은 슈테른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립니다.
 
어느새 다음 방으로 이동한 당신은 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슈테른:일어나요, 제발...
당신이 이렇게 가 버리면 저는......
 
쿵, 쿵. 철문이 금방이라도 열릴 듯 들썩입니다.
 
언제 정신을 잃은 걸까요?
 
시아록:...어? (저를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눈을 떴으나 아직은 멍한 정신으로 주섬주섬 바닥에 앉았다.)
 
슈테른:(당신의 말에 숨을 못 쉬던 사람이 겨우 토해낸 숨처럼 헛숨을 뱉어낸다. 심호흡을 하며 겨우 거칠어진 호흡을 가라앉힌다)
...다시 깨어나시지 않는 줄 알았어요.
조금만 참아요. 응급처치는 해 놨으니까. 곧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어딘가 다친 걸까요? 그러고보니 맞은 부위가 욱신거리긴 하는군요.
 
무심코 살피면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아니, 자세히 보면 찢어낸 흰 천 같군요.
 
시아록:그.. 미안. (숨이 거친 당신에게 저도 모르게 사과하고 말았다. 당신의 불안이 여기까지 전해져왔다.)
 
시아록:
rolling 1d3
 
(
3
 
)
 
 
=
3
아까.. 기계들은..? (기절하기 전의 상황을 떠올려보며 당신에게 묻는다.)
 
슈테른:아, 아뇨... 오히려 제 쪽에서 감사해야죠. 절 지켜주려고 하신 거잖아요.
당신이 들고 있던 검으로 문은 막아뒀어요. 잠깐은 버티겠지만, 기계 시종들의 힘이 생각보다 너무 강해서...
 
시아록:그래..? 그럼 얼른 앞으로 넘어가야겠네.
 
슈테른:네, 그런데......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가도 이내 고개를 젓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벽에는 직전 방에 있던 검은 관들이 질서정연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문은 당신이 들고 온 기다란 검이 비스듬히 기대져 막혀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문보다도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게 있습니다.
 
맞은편의 벽에서 혈관이 뻗어 나오듯,
 
내장이 흘러나오듯 서서히 벽을 뒤덮고 있는 모습입니다.
 
충격적인 광경에 이성 판정(1D6/1D3).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3/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머리가 띵해지는 기분이 들고, 속에서 무언가 깨어날 것만 같습니다. 시아록, 이성 1d3 감소.
 
시아록:
rolling 1d3
 
(
1
 
)
 
 
=
1
(메스꺼운 기분에 입만 틀어막았다.)
 
어지러운 시야가 점점 뒤틀리고 꺼집니다.
 
그리고 불쾌하고도 익숙한 암전이 이어집니다.
 
...
 
...
 
구분선
 
새벽녘, 어스름한 푸른빛이 창밖에서 새어 들어옵니다.
 
당신은 가만 서서 연인을 내려다봅니다.
 
영원을 달리는 열차.
 
신관으로 선발되어 죽지 못한 채 열차에 갇혀 있던 그와
 
정체 모를 가시를 달고 나타난 자신.
 
함께 있던 시간은 짧았으나 오직 서로밖에 없는 공간이기에
 
두 사람은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눈을 뜬 슈테른은 당신의 손을 잡아당기고…
 
덜컹.
 
그때 문득 열차가 흔들립니다.
 
반동으로 위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던 쪽지 하나가 떨어집니다.
 
시아록:뭐지..? (떨어진 쪽지를 허리 숙여 주웠다.)
 
읽어보면 앞장에는 기도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뒷장에는,
 
라고 슈테른의 글씨체로 적혀 있습니다.
 
함께 침대에 누워 있던 슈테른을 돌아보면,
 
그는 멋쩍은 얼굴을 합니다.
 
슈테른:당신이 오기 한참 전에 적은 거에요. …너무 외로웠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당신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그가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당신과 다르게 온기가 느껴지는 몸이 따뜻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던 슈테른이 갑자기 당신의 몸을 놓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슈테른:시아록.
시아록은 저를 왜 사랑하시나요? 그, 그냥, 어떤 점이 좋다든가……
 
보통의 연인이라면 잠시라도 고민하게 될 질문이겠지만,
 
당신은 이상하게 이 질문의 답에 대한 확신을 얻습니다.
 
그야 슈테른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호흡하는 법보다도 그에 대한 감정을 먼저 알았습니다.
 
시아록:널 왜 사랑하냐고?
네 여리고 부드러운 면이 좋아.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도, 내가 물으면 제대로 답을 해주는 것도 좋아. 이 좁다란 곳에서도 네가 너 자신을 찾아나가는 것도 좋아해. 네 다정함이 좋고, 네가 날 사랑해주는 것도 좋아.
(느리게 하나하나 손가락을 곱으며 입을 열었다.)
네 군청색 머리도 좋고, 네 옥색 눈도 좋아해. 날 향한 네 미소도 좋아해. 네가 날 끌어안아주는 것도 좋고, 늘 날 끌어주는 손도 좋아.
(당신을 보고 잔잔하게 미소지었다.) 더 얘기해줄까?
 
슈테른:(하나씩 나열되고 쌓일 수록 그야말로 익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얼굴이 된다.) 잠, 잠깐, 잠깐만요... 마, 마음의 준비 할 틈은 주시면... 안될까요...? (조금 쌕쌕거리기까지 한다)
저, 저는 그냥 문득 궁금해져서 물어본 거란 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절 좋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렇게 자세한 답변을 원하지는......(과부하가 온 듯 이불에 고개를 푹 파묻는다)
 
시아록:네가 물어봐놓고. (새빨갛게 익은 당신의 얼굴을 보다가 결국 소리내어 웃어버렸다. 이불에 파묻은 얼굴을 굳이 보려하지 않고 당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귀 뒤로 넘겨주고는 귓바퀴를 만지작거렸다.)
 
슈테른:(그러다 뭐에 자극받은 건지 고개를 팍 든다) 저는, 겁이 많으면서 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조금도 겁먹지 않는 당신이, 늘 저를 궁금해하고, 세상을 궁금해하고 물어봐 주는 당신이, 저에게 이런 따뜻한 있을 곳을 만들어준 당신이, 이런 좁은 열차 안에서도 우리의 추억을 찾아가는 당신이, 기억하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매번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계속 옆에 있겠다고 약속해주는 당신이... ...그, ...... 조, ... 좋....... (역시 무리다.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힘없이 침대 위로 널부러진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한숨을 쉬며 몸에서 힘을 뺀 그는
 
곧 당신을 돌아보고 꿍얼거립니다.
 
슈테른:...그런데 당신은 왜 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절 이렇게 좋...아하시는 거에요?
아무것도 모를 때부터 저한테 호의를 보이셨잖아요.
 
속삭이는 슈테른의 목소리에,
 
다시 누군가의 고동 소리가 겹쳐 들립니다.
 
...
 
시아록:너도 늘 그자리에 있으니까.
 
...
 
구분선
 
출구?
 
몇 번 눈을 깜빡이자 다시 붉은 풍경입니다.
 
관을 끌어 문을 막은 슈테른은 힘이 다했는지 쌕쌕거리며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슈테른:...잠, 잠깐, 잠깐만요.
잠시만 숨 고를 틈을 주시면 안 될까요...? (과부하가 온 듯 주저앉는다)
 
시아록:...어, 어... (또 정신을 잃었던가?)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신을 보는 그의 시선이 걱정과 우려 투성이인 걸 보면요.
 
슈테른:...한계인 거에요. 당신은 이제 곧...
 
시아록:어..? 내가..? (기절 두 번 한 건 꽤 큰일이었나..)
 
슈테른:...그래도, 여기까지 온 건 정말로 처음이에요.
당신이 없었다면 이런 방이 존재하는 지도 몰랐을 거에요.
최소한 다행이네요. 당신만큼은 끌려갈 때도 고통은 느끼지 않겠죠.
 
그는 힘없이 책 한 권을 내밉니다.
 
슈테른:아까 보여주려고 했던 거에요. 이런 걸 지금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아록:아... (아까 전 당신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을 떠올린다.) 뭘 보여주려고 했어? (주춤거리며 다가가 책을 받았다.)
 
그가 표시한 페이지를 펼치면, 한 삿된 주문이 보입니다.

핸드아웃: 가죽 책의 한 페이지

 

마법의 단도
비용: 정신력의 1/5

순수한 금속으로 만든 단도를 마법 도구화한다. 단도 날의 편편한 면에 정교한 문양을 그린 다음, 크기가 20 이상인 동물을 죽여 피를 흡수시켜 주문을 건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도는 마법적인 일의 성공률을 높여준다.

혹은 신이나, 괴물, 짐승 등 인간이 아닌 것의 뿔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자체로 마법적인 힘을 담고 있어 문양을 그리거나 피를 흡수시킬 필요 없이 주문만을 건다. 이리 만들어진 것은 마법 생물을 죽이는 일에 특화되어 있다.
뿔이 아니어도 송곳니나 발톱 등 날카로운 것이라면 뭐든 상관없다.


 
시아록:마법의 단도...? (크기가 20이상인 동물을 죽이라는 말에 움질했다가 다음 문장을 보고 조금 안도했다. 인간이 아닌 것의 뿔...) 근데 이거... 마법생물을 죽이는 일에 특화되어 있다고 하면.. (어디다 써야 하는 거지..?)
 
슈테른:기계 시종에게도 통할 거라고 가능성을 열어 뒀어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아서요... 아까 지나온 방에 마침 단도도 있었고요.
저는 어차피 죽지 않으니까, 제 피를 쓰면 돼요.
 
시아록:맞아, 아까 있었지. 기계 시종.. 그, 굳이 피 아니더라도 날카로운 것이라면 뭐든지 된다는데.. (제 목덜미에 걸리적거리는 가시를 가리켰다.) 이것도 안 돼..?
 
슈테른:그걸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가시의 길이가 짧아서 사거리가 부족해요. 그걸 휘둘렀다간 기계 시종에게 맞는 게 먼저에요.
...물론, 아까 말했듯이 정말 최후의 수단이니까... 우선은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요.
저는 모르겠어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리고 문이 있어야 할 벽면을 가리킨다.)
 
시아록:음.. 그건 그렇지..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뭘 하면 돼?
 
슈테른:문이 여기 있어야 하는데, 이 혈관 같은 것에 뒤덮여서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열차 설계자들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왔는데 없을 리는 없는데...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면 사방이 온통 검붉은 혈관과 내장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직전의 방과는 달리 바닥까지 삼켰군요.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2/1/0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문을 찾을까..?
 
이번에도 그것은 맞은편의 문 너머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평소보다 급해 보입니다. 그를 다급하게 만드는 건 기대일까요, 불안일까요?
 
저 너머와 연결되어 있을 벽면을 살피면, 시아록, 관찰력 판정.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이에 무언가 이질적인 면을 발견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내장에 파묻힌 문이네요.
 
하지만 문을 뒤덮은 내장과 핏줄이 단단히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순간,
 
또다시 무언가 거세게 박동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번에는 문 너머에서.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2/1/0
굴림: 18
판정결과: 실패
 
고동 소리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이끌리는 것은 기울어진 컵에서 물이 쏟아지듯,
 
물이 마른 바닥에 자국을 남기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뒤에서 관을 부수고 다가오는 기계 시종도, 막혀버린 문도
 
이 순간만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저편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것입니다.
 
시아록:(내장이나 핏줄 온갖 게 엉켜 있는 문을 열기 위해 매달렸다.)
 
문을 열면……
 
...
 
...
 
구분선
 
사진이라는 것은 참 좋은 물건입니다.
 
시간을 잘라내어 고정하고,
 
원할 때마다 들여다보며 추억할 수 있으니까요.
 
슈테른이 화단을 가꾸는 모습,
 
식사하는 모습,
 
열차에 반항의 뜻을 내비추거나 서로 사랑하는 모습도
 
모두 추억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런 사진을 들여다보는 당신에게 그가 기대옵니다.
 
슈테른:당신이 다시 죽는다면 어쩌죠.
 
공포와 슬픔이 묻어있는 목소리입니다.
 
그는 답답한 것처럼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더니 묻습니다.
 
슈테른:당신은 왜 당신이 계속 죽었다 다시 태어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와는 또 다른 영생을 사는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지 않으시고요?
 
당신은 슈테른의 물음에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나,
 
아직은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지금의 당신은 자신을 인간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시아록:글쎄... 잘 모르겠네. (죽음이란 것도, 기억이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도 슬프고 무서운 일이긴 하지만... 그 답이란 걸 찾을 수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답하는 당신의 귀에, 다시 고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
 
...
 
구분선
 
엔진실
 
눈앞에 있는 것은 거대한 심장입니다.
 
온갖 기계장치가 연결된 그것은 생생하게 맥동하며 피를 뿜어냅니다.
 
그 붉은 에너지는 혈관을 타고 열차 내로 흘러 들어가 이 열차를 달리게 합니다.
 
그와 동시에 기계와 맞닿은 부분부터 새로운 혈관과 내장이 탄생해 흘러내립니다.
 
이미 엔진실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내장 같습니다.
 
마치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2/1/0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50
 
(
42
 
)
 
 
=
42
 
그리고 이성을 전부 잃은 당신은 깨닫습니다.
 
왜 여기에 왔는지,
 
계속 자신을 부르던 고동 소리가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름지기 애정이란 감정을 갖습니다.
 
보통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수록 그 감정이 깊어지며,
 
깊어질수록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합니다.
 
본디 이런 것은 선한 순환을 불러오기 마련이나
 
감정이란 것이 그러하듯 깊어질수록 삐걱대기 쉽고 삐걱댈수록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적 순환은 선한 감정보다 더욱 끊어내기 어렵습니다.
 
구분선
 
당신은 창밖에서 손을 흔드는 수많은 사람을 봅니다.
 
열차를 향해 환호하며 기뻐하는 그들을요.
 
하늘에서 쏟아지는 찬란한 햇빛과 푸른 땅.
 
정차역을 지나고 있는 열차.
 
감격스러운 얼굴을 가진 수많은 인간. 살아있는 인간 무리.
 
이후 뒤통수에 가해지는 강한 통증.
 
뿌연 시야 속에서 붉은 액체가 바닥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슈테른은 차가운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
 
이 감당할 수 없는 꼬인 감정의 기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독한 삶을 살던 슈테른에게 있어
 
당신은 교류가 이루어지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그는 슈테른에게 호감을 내보였습니다.
 
유일한 만남과 선한 감정.
 
슈테른의 애정은 그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당신의 애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이것은 당신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어느 날부터 신들이 이 땅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왜 떠났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이 떠난 땅과 식물이 썩어 문드러지고,
 
생명은 그 독기에 병을 얻어 죽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을 떠나지 않는 유일한 신이 있었습니다.
 
신 중 유일하게 인간에게 연민을 품을 그는,
 
인간들이 살아갈 터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열차와 하나 됨을 선택합니다.
 
인간들은 그의 몸을 재료로 열차를 만들었습니다.
 
눈동자는 머리에 박아 넣어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뇌는 조각내어 기계장치 시종의 머리에 집어넣고,
 
피부는 강철같은 외벽으로,
 
심장은 엔진으로.
 
그럼으로써 그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톱니바퀴 신이 되어
 
도구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것은 신을 이해할 수 없어 범하는 오류였습니다.
 
인간들은 신의 심장이 뛴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몇백 년간 슈테른의 의지를 받아들였다는 의미입니다.
 
슈테른: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요...
 
그런 의지를 전해 받은 신은 슈테른에게 연민을 느끼고,
 
곁에 있고 싶어 하며,
 
끝내는 애틋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의 몸속에서 이변이 일어났죠.
 
구분선
 
약간의 경계심, 의문과 호기심을 품고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저 사람이 누구인지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아주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기분과 동시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의 저 사람이겠죠.
 
자, 말을 걸어봅시다.
 
이제부터 함께하게 될 당신의 소중한 사람에게요.
 
구분선
 
■■■
 
그것은 마치 종양처럼 피어올랐습니다.
 
겨우 사람의 형상은 할 수 있었으나
 
인간과 본질이 다른 존재였기에 금방 망가지고 무너졌습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 흉내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니,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신이 바라는 이상 그 ‘감정’은 계속 태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슈테른과 함께하고 싶다, 옆에 있고 싶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그의 의지는 감정이 되고 애정이 되어 사람의 형태로,
 
본체를 닮은 가시를 품은 채 다시 태어났습니다.
 
설령 슈테른이 당신을 죽이고 배신하며 밀어낸다고 하더라도,
 
잘라내도 잘라내도 계속 피어오르는 어떤 종양처럼.
 
이것이야말로 신의 의지이고, 애정이며,
 
당신의 기원입니다.
 
조각나 열차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신을 대신해
 
인간처럼 이야기하고, 숨 쉬고, 움직일 수 있으며
 
슈테른을 위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어떤 의지.
 
사람의 형상을 한 애정.
 
슈테른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당신.
 
...
 
이곳에 있는 것은 영원을 달리는 열차.
 
인간을 위해 희생한 톱니바퀴 신.
 
열차에 오른 유일한 인간, 슈테른뿐입니다.
 
그러니 열차에 탈 수 있는 것도 그들뿐이지 않습니까.
 
...
 
무언가가 쓰러지고 넘어지는 소리에 당신은 뒤를 돌아봅니다.
 
슈테른이 기계 시종의 공격을 받고, 끌려가고 있습니다.
 
신의 의지인 당신은 열차 그 자체로 인지하기 때문에,
 
도리어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네요.
 
좋은 일입니다.
 
당신은 지금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신의 일부를 나눠 받은 기계들은 심장이 죽음과 동시에 기능이 정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도 죽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신체를 나눠 받지는 않았으나 죽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도 없죠.
 
만일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당신들이 발을 디딘 땅은 저 멀리서부터 서서히 썩어갈 것입니다.
 
최후의 신이 죽어버렸으니까요.
 
어쩌면, 죽지 않는 슈테른과 이 열차에서 계속 함께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긍정하고 받아들인 이상 당신은 이제 불완전하지 않습니다.
 
다시 죽어 슈테른을 잊어버릴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조금 좁고 답답하긴 하겠지만,
 
이 열차는 두 사람의 낙원이 되어 영원히 달릴 겁니다.
 
시아록:(한참을 고민한다.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머릿속에는 온통 저울에 올려진 명제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썩어갈 모든 것들을 안다. 결국 마지막에는 저와 슈테른도 썩어문드러질 것도 안다. 그런데 영원할 너의 희생에 살아갈 모든 것들에는 의미가 있을까. 이런 '신'의 사랑을 받는 너는 정말로 괜찮은 걸까. 그 무엇에도 무게가 실리지 못하고 평평하게 선 천칭을 한없이 들여다보았다.)
바다, 바다... (어떤 선택이든 무엇하나 잔인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몸을 구겨 옹송그려 손톱을 이로 튕겼다.)
(무한한 고민 끝에 결국 선택지로 놓아둔 건 하나였다. 네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눈이 어떤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이란 원래 제멋대로 하는 이기적인 존재였다. 그러니까...)
슈테른, 바다를 보러 갈까?
 
슈테른:......(기계 시종에게 끌려가며 멀어진 거리 때문인지, 알아듣지 못한 듯 입으로 다른 말을 속삭인다. 어쩌면 앞으로의 의사소통도 이와 다르지 않게 어긋날 지도 모른다) 도망가요, 당신이라도...
 
시아록:(한참을 멀어져서 들리지 않는 저 말을 어떻게 모르겠는가. 네 말에 따를 생각은 없다.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으므로. 결국은 제 뜻대로 기차는 멈출 것이고, 당신은 저와 함께 내리게 될 것이며, 바다를 보게 될 것이다. 모든 게 썩어문드러져서 새까맣게 뒤엎일지라도. 기차를 멈추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고동 소리를 내며 뛰고 있는 심장을,
 
인간이 아닌 것의 뿔로 찔러 죽일 수 있는 주문을.
 
시아록:(제 목덜미의 가시를 분질러내렸다. '심장'은 쉽게 죽을 것이다.)
 
당신은 슈테른의 외침을 기억합니다.
 
그 간절한 외침은 무시하기엔 너무 슬프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그가 그만두고 싶은 것 중에는,
 
어쩌면 당신과의 관계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썩고 꼬여버린 관계를
 
다시 사랑하겠다고 해서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이을 수는 없잖아요.
 
어쩌면 죽는다고 해도,
 
어쩌면 함께할 수 없다고 해도,
 
어쩌면 슈테른이 함께 했던 그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고 싶다고 해도…
 
당신은 열차를 멈추기로 합니다.
 
신의 흔적인 가시를 부러뜨려 주문을 외우고 심장 깊숙이 찔러 넣습니다.
 
갈라진 단면에서 피가 솟구쳐 나오고 모든 혈관이 끊어지며
 
심장이 까맣게 죽습니다.
 
동시에 제동이 걸린 열차가 강하게 흔들리며 불이 깜빡, 깜빡.
 
슈테른을 끌고 가던 기계장치 시종도 작동을 멈추며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벽을 뒤덮고 있던 살과 혈관이 까맣게 죽어 떨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열차가 관성을 받아 선로에서 튕겨 나옵니다.
 
강한 충격이 몸을 덮치고,
 
열차 내에서 이리저리 구르던 당신은
 
열차가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정신을 차립니다.
 
저 멀리 쓰러진 슈테른이 보입니다.
 
시아록:(벌떡 일어나서 당신에게 달려간다.) 슈테른!
 
슈테른:(삐걱대는 몸을 일으킨다. 저를 부르느 익숙한 목소리에 고통도, 멈춘 열차 따위도 지금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시, 아록.
시아록... 열차가...
 
시아록:(너에게 다가가 네 몸을 확인했다.) 괜찮아? 많이 아파?
 
슈테른:(지금은 그저 고철 덩어리가 된 기계 시종들을 내치고 걸어오기 시작한다.) 어떻게 된 거에요?
아까 조금 부딪혀서 그런 것 뿐이에요. 이 정도는 금방 나아요. 그것보다...
(드러난 출입구와 문틀에 갇힌 풍경을 보고 숨을 삼킨다.) ...출구가... (믿기지 않는 듯 눈만 연신 깜빡인다)
 
시아록:괜찮다면 다행이지만. 내릴까?
 
슈테른:...신의 심장은, 인간이, 멈출 수 없는데. (아주 천천히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말을 뱉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주저앉아 가만히 있는 것도 잠시뿐, 생생한 추위에 번쩍 정신이 든 사람처럼 일어난다) ...내려요.
 
시아록:그랬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굴리다가 벌떡 일어나 내리겠다는 당신을 보고 작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우리 바다 보러 가자.
처음은 눈을 보는 거지만.
 
슈테른:당신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죽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옆에 있어주겠다고 했잖아요.
같이 도망쳐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요. (내밀어진 손을 강하게 맞잡는다.)
그럼 목적지는 바다가 있는 곳으로 할까요.
 
시아록:좋아, 가자. (맞잡아진 손에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당신의 손을 천천히 이끌기 시작합니다.
 
맨살에 맞닿는 공기가 차갑습니다.
 
마치 당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그리고 문을 열고 나오면 희고 흰 풍경이 보입니다.
 
열차의 잔해를 제외하면 그 누구의 흔적도 없는 하얀 눈밭에
 
두 사람의 발자국이 찍힙니다.
 
걱정해야 할 것은 많습니다.
 
당장 먹고 잘만한 공간,
 
차가 멈춘 것을 알고 몰려올 사람들,
 
엉망진창으로 꼬인 슈테른과의 관계,
 
최후의 신의 죽음과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불완전한 두 사람의 생.
 
하지만 당장은 흰 눈밭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만을 걱정하고 싶습니다.
 
깨끗하고 고귀한 것을 밟아 더럽히는 감각.
 
발밑에 전해지는 차가운 얼음의 촉감.
 
슈테른:하지만 당신과 향한다면 어디든 바다나 다름없어요.
가장 보고 싶고, 소중한 건 옆에 있잖아요.
 
그가 입김을 날리며 말합니다.
 
두 사람은 눈밭을 걷습니다.
 
멀리서 풍겨오는 썩은 내를 맡으며.
 
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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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란 정말 아름다운거구나........

어딜 가서도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세계를 마지막으로 돌아다닐 둘을 생각하면 언제나 뭉클해져요...... 비록 멸망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겠지만 둘이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과거씬에서 애들이 너무 꽁냥대서 귀여웠어요 

소장본 하드커버, 소프트커버 둘 다 살 정도로 좋아하고, 제게 COC 타이만 캠페인의 맛을 알려준 시나리오라 의미가 깊은데 이걸 앤캐와 갈 수 있어서 기쁩니다. 함께해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ToT

뻘한데 아록이 이성 판정 계속 실패하는 거 계속 겁먹는 것처럼도 보여서 귀엽지 않나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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