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고동

[아록슈슈] 톱니바퀴의 신

퍄퍙책미 2024. 2. 7. 09:35

KPC 프루헤 슈테른     PC 시아록

날짜 2024.01.11 ~ 2024.01.17

플레이타임 총 8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없음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스포방지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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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선위
 
세카
 
w. 냠맹
 
구분선아래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울림.
 
희미하게 들리는 모터 소리.
 
오직 침묵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음들이
 
바닥에 누운 당신의 귀를 끊임없이 두드립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요?
 
어느 순간부터 창밖에서 들어오는 강한 빛에 눈이 찌푸려집니다.
 
무언가를 잊어버린 느낌이 들며 이성이 10 감소합니다.
 
몇 번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 시야 한구석에서 하얀 무언가가 어른거립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그것이 흰옷을 입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군요.
 
??: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기억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여기가 어디인지,
 
눈앞에 있는 저 사람이 누구인지까지도요.
 
??:일어나셨나요.
 
그가 이야기합니다.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다가 차가운 바닥에서 뺨을 떼어내고 느리게 몸을 세워 앉았다. 텅 빈 머릿속이 뿌옇기만 해서 당신과 눈을 마주쳤다.)
 
??:...
당신의 이름은 시아록이에요. 제 이름은... 저도 기억나지 않아요.
물어볼 것 같아서, 미리.
 
??:시아록... (제 이름이라는 걸 느리게 따라 읊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이 텅 비어 어딘가 고장난 인형 같은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한숨을 삼킨다.) ...다른 궁금한 건요?
 
??:(무언가라도 떠올려보려는 듯 눈동자가 이리저리 몇 번 굴러다니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궁금증이란 건 무어라도 아는 것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 지금은, 제가 당신에게 필요없겠네요.
저도 그래요. 궁금한 건 여기서 직접 알아보세요.
 
이야기를 듣던 당신은 문득 위화감을 느낍니다.
 
??: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에게, 슈슈에게 기억 상실증 같은 증상은 없는걸요.
 
......?
 
잠깐만요, 슈슈?
 
당신에게조차 낯선 당신의 기억이 당신을 덮칩니다.
 
그게 누구죠?
 
??:슈슈? (번뜩 뇌리를 스친 이름같은 것에 반사적으로 입에 올리고 말았다.)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이름에 강한 애틋함을 느낍니다.
 
안타까우면서도 애달픈 감정.
 
당신은 확신합니다.
 
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는 분명 눈앞의 사람의 이름이라고요.
 
이름을 부르자 그, 슈테른은 눈에 띄게 당황합니다.
 
??:뭐, 뭐라고요...?
 
슈슈?:당신이, 어떻게 그 이름을... 아니,
다, 다른 기억나는 건... 없어요? (순식간에 다가와 당신의 양 팔을 잡는다. 매달리는 듯한 몸짓)
 
??:어? (당황해하는 당신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다가 당신에게 양팔이 잡힌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냥, 슈슈라고 기억났는데..
 
슈슈?:...그런가요. (데인 듯 빠르게 두 팔을 놔 준다.)
실례했어요. (여전히 무표정하고 딱딱한 얼굴이지만, 표정에서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슈슈, 라. 너무 오래 전에 불린 이름이라 그게 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당신이 절 그렇게 불렀던 것 같기는 하네요.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과 같은, 낮고 차분한 감정이 목소리에 섞인다.)
 
??:어, 아니.. 실례일 건.. 그럼 슈슈가 네 이름이야? (순진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슈슈:이름은 아니고, 애칭이었어요.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네요.
 
그는 그렇게만 얘기하고, 더 할 말은 없다는 듯 자리를 비킵니다.
 
??:애칭... 나랑 네가 친했어? (애칭까지 아는 사이라니..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조금 안도감이 생긴 듯 했다.)
어디 가?
 
슈슈:...... (순간적으로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문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 걸까?)
아무 사이도 아니었어요. 그렇지 않더라도 전부 의미 없고. (지루함에서 놀람, 분노에서 쓴웃음. 표정이 변화무쌍하지만, 그 사이에 긍정적인 감정은 하나도 끼어있지 않다)
일정이 있어요. 혼자 있게 해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흰 옷의 사람은 어딘가로 떠납니다.
 
??:(당신의 말을 입 벌리고 멀뚱히 듣고 있다가 먼저 가버리는 걸 보고 주섬주섬 일어났다.)
왜 화난 거 같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상대의 감정에 약간의 의문만 남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창밖에서 햇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배경
 
내다보면 눈이 쌓여있는 평원의 평화로운 풍경이 보입니다.
 
조금씩 내리고 있는 눈을 맞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도 있군요.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있음에도 환한 것을 보니 한낮인가 봅니다.
 
처음 눈을 떴을 땐 어두웠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해가 이렇게 높이 뜬 걸까요?
 
방 안에는 지저분한 철제 상자가 잔뜩 놓여 있습니다.
 
??:(바깥의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빼앗겼다. 창문에 달라붙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끝도 없는 눈에 질릴쯤에야 떨어져나와서 널린 철제상자에 다가갔다.)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상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거울 조각카메라가 눈에 띕니다.
 
??:(거울 조각에 비치는 제얼굴이 낯설어 한참을 코를 박고 보다가 곧 놓아두었다. 처음보는 것처럼 한없이 낯설기만 한 얼굴이 재밌지도 않았다. 그 외에 온갖 잡동사니들 중에 겨우 쓸만하게 보이는 카메라를 주워들고선 이리저리 살폈다.)
 
거울 조각을 들여다보면,
 
묘하게 낯선 얼굴이 보입니다.
 
당신, 시아록의 모습입니다.
 
빤히 응시하면 문득 목덜미에 가시가 솟아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길이는 손가락 정도입니다.
 
카메라는 회색의 폴라로이드 카메라입니다.
 
본래 하얀색이던 것이 변색한 것인지,
 
척 보기에도 상당히 낡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작동하는 듯 버튼을 누르면 불이 들어옵니다.
 
??:(가시는 슈슈?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작동하는 카메라는 확인만 하고 챙겨들었다. 필름이 몇장있는지도 모르는데..)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더 찾는 게 있다면 상자를 좀 더 뒤져볼 수도,
 
볼 일이 없다면 이 칸을 떠날 수도 있겠네요.
 
문은 앞, 뒤로 2개가 있습니다.
 
??:(카메라를 꾹 쥐고 슈슈?가 나간 문으로 따라 나갔다.)
 
문으로 나가 보면 어디에도 슈슈는 없습니다.
 
통로는 열고 들어오라는 듯 앞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당신이 여기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들어선 방 안을 확인한다.)
 
들어선 곳은 방이라기보단 통로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갈까요?
 
??:(방이 아닌 통로인 것을 확인하고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다음 방에도 아까 그 사람은 없습니다.
 
다음 방에도, 다다음 방에도 없습니다.
 
당신은 이유 모를 슬픈 감정을 느끼며 계속 나아갑니다.
 
문을 열고 열며 나아가다 보면,
 
그 끝에 나오는 것은.
 
기도실
 
당신은 의문의 방으로 들어서다가,
 
그곳에서 풍겨 나오는 기묘한 분위기에 순간 발걸음을 멈춥니다.
 
내부의 창문이 모두 막혀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실내는
 
천장의 붉은 등으로 인해 으스스한 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벽과 바닥에 그려진 기괴한 문양의 그림과
 
앞문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매달려 있는 어떤 존재의 조각상은
 
붉은빛으로 인해 더욱 괴기스러워 보입니다.
 
당신은 조각상을 바라봅니다.
 
검은 산양의 뿔을 달고 얼굴 전체를 눈이 뒤덮고 있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두려운 존재.
 
수많은 눈과 시선이 마주하는 기분이 듭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8/24/9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가벼운 소름이 돋는 느낌과 함께 이성이 1D8 감소합니다.
 
시아록:
rolling 1d8
 
(
1
 
)
 
 
=
1
 
인기척을 느꼈는지 조각상에 대고 기도하던 이가 뒤돌아봅니다.
 
슈슈:오셨나요.
지금은 방해하지 마세요. 잠깐이면 돼요.
 
그는 제단 위 초에 불을 붙입니다.
 
옆에는 괴상한 기계 덩어리가 둘 있습니다. 보조 역이라도 되는 걸까요.
 
인간을 따라 한 우스꽝스러운 외견에, 입이 있을 위치에 달린 스피커. 검은 카메라 렌즈.
 
시아록:어, 응.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조각상에서 시선을 떼고 얌전히 서서 당신이 하는 것을 쳐다보았다.)
 
개중 하나가 갑자기 이쪽으로 굴러옵니다.
 
시아록: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굴러가던 그것과 부딪힙니다. 아야!
 
기계 덩어리는 당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기 갈 길이나 가네요.
 
시아록:뭐지.. (부딪친 곳을 손으로 문지르다가 굴러가는 기계 덩어리를 보았다.)
 
그것들은 기묘한 집게 팔을 달고 바닥에 달린 바퀴로 굴러가네요.
 
남은 하나는 슈슈의 옆에 자리잡습니다. 그걸 본 슈슈는 마저 기도를 이어갑니다.
 
...
 
꽤 오래 걸릴 것 같은 눈치네요.
 
방해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이제 뭘 하죠?
 
시아록:(슬쩍 당신을 보다가 방해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한다.)
 
실내는 어둡지만, 주위를 살피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건 역시 슈슈가 무릎 꿇고 기도하고 있는 기묘한 존재의 석상이네요.
 
그 밖에도 바닥에 깔린 기괴한 문양이나 벽을 뒤덮고 있는 벽화,
 
입구 근처에 놓여 있는 작은 책장,
 
그리고 석상 아래에 있는 제단도 눈에 띕니다.
 
시아록:(일단 당신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입구 근처 작은 책장으로 향했다.)
 
문 근처에 놓인 작은 책장입니다.
 
찢어진 페이지, 사진, 지도가 꽂혀 있습니다.
 
시아록:(책장 앞에 앉아 주섬주섬 책장 안 물건들을 꺼내서 찢어진 페이지부터 살폈다.)
 
어느 책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페이지 몇 장이 들어있습니다.

핸드아웃: 테일러 에반의 예언서 1P

 

…썩은 땅에는 작물이 자라지 않았고, 그곳에서 살던 자들은 병을 얻어 죽어갔다. 이 최악의 재앙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최후의 도시로 모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인구가 과포화된 도시 또한 다른 방식으로 멸망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모든 이가 가난했기에 고통스러웠기에 남을 상처 입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곧 축복의 도시는 곧 가난과 기아, 범죄의 도시가 되어, 이 땅에 사는 모든 인간의 목표는 곧 생존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신의 자비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인가?



핸드아웃: 테일러 에반의 예언서 2P

 

더는 우리가 하늘이라 부르던 풍경을 볼 수 없다. 텅 비어버린 거대한 공동은 별도 달도, 해도 비추지 않은 채 그림자만을 뿜어낸다. 햇빛 대신 그림자를 빨아들인 땅은 이치에서 벗어났기에 썩어갔으며, 그 품에 안겨 있던 모든 생명은 독기를 얻어 시들어 죽어갔다.

이 모든 건 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계를 구성하며 지탱하던 자들이 이 별을 떠났기에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에게 기생해 살아가고 있는 별을 버리는 것은 그 땅 위에 사는 자들에겐 어떤 이유를 대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겠으나, 신들은 이유를 알려준다는 작은 자비조차 베풀지 않았다. 생명은 자신들이 왜 죽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아직 떠나지 않은 신을 붙잡으며 애원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제 죽음을 재촉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그저 존재할 뿐인,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 신을 붙잡아둘 방법은 없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이 땅에 기생하여 살아가고 있는 벌레와 같으니.

아직 남아있는 신들까지 전부 떠나고 나면 생명이란 개념은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그런 최후의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지막까지 그저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에게 마지막 예언이 내려왔다.



핸드아웃: 테일러 에반의 예언서 3P

 

“온 세상을 덮는 길을 만들고, 나를 섬길 신전을 지어라. 그리고 신전을 돌볼 신관을 뽑아라. 나 신전과 하나 되어 눈이 불을 밝히는 동안은 땅이 썩지 않으리라.”



핸드아웃: 테일러 에반의 예언서 4P

 

…순환 열차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 열차에 올라타고 싶어 하는 인간은 많았으나 우리는 예언에 따라 선택받은 한 명만을 열차에 태웠다. 가장 아름답고 우수한, 사랑받아 마땅한 인류의 결실. 그가 승차한 열차가 달리는 한 등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며, 등불이 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최악의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인류 최후의 예언이리라.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인간에게 내려진 마지막 예언을 다시 읽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해석합니다.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나 이 해석이 올바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아록:(아무것도 모르면서 머리속에서 멋대로 해석된 예언서를 차게 내려보다가 작게 혀를 찼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굳이 이렇게까지..?)
(테일러 에반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예언서를 모아 반으로 접고 책장에 넣고는 지도를 펼쳤다. 그 철도도 표시되어 있으려나..)
 
열차 내부 지도입니다.
 
시아록:열차 내부 지도였구나.. (세계지도일 줄 알았는데..)
 
지도를 전부 살핀 시아록, 지능 판정.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열차의 창문으로 봤을 때,
 
분명 ROOM 3의 앞에 있는 칸은 여러 개였습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진 않지만
 
기도실 앞에도 이어지는 칸이 있는 건 아닐까요?
 
시아록:(제가 건너 온 칸들을 확인하다가 지도에는 표시가 없지만 있을지도 모를 지금 있는 기도실 앞의 방들을 잠깐 생각해봤다. 나중에 가봐야지.)
(지도를 외우려는 듯 몇 번이고 훑어보다가 이내 사진을 집어들었다.)
 
낡은 폴라로이드 사진입니다.
 
기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상당히 어둡지만,
 
자세히 보면 사진 속 사람... 그러니까 슈슈가 웃고 있는 게 보입니다.
 
시아록:아, 웃고 있네. (아까 온갖 감정을 보긴 했지만 웃는 얼굴은 못 봤는데. 사진을 한 번 보고, 여전히 기도하고 있을 당신을 슬쩍 쳐다보았다.)
 
기도하는 얼굴은 무감정합니다.
 
저 얼굴이 이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니 놀랄 일이네요.
 
사진을 다시 들여다본 당신은, 시아록, 관찰력 판정.
 
시아록:(무감한 당신의 얼굴에 사진과 같은 얼굴을 대입해보지만, 사진임에도 진짜일까 싶은 생각이 들고 만다.)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진을 뒤집어보니 뒷면에 무슨 글씨가 있습니다.
 
never [2/15]... 무슨 의미일까요?
 
시아록:(전혀 이해할 수 없는 글자를 내려다보다가 슬쩍 주머니에 사진을 챙겼다.)
 
사진까지 챙기면 책장에는 더 이상 볼 게 없습니다.
 
시아록:(사진을 빼고 책장을 정리한 뒤 일어서 벽을 따라 걸으며 벽화와 바닥의 문양을 살폈다.)
 
바닥의 문양은 톱니바퀴 수백 개가 서로 맞물려있는 복잡한 패턴입니다.
 
중간중간 헤진 부분으로 보아 손으로 직접 놓은 자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패턴의 바닥 문양은 벽의 그림까지 이어집니다.
 
벽화는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문양으로 이어져 있으나,
 
나누어보면 크게 4개의 그림입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피해 도망가는 그림,
 
수백 개의 눈을 가진 존재가 인간을 내려다보는 그림,
 
그에게서 심장을 꺼내는 그림,
 
그리고 마지막은 열차를 향해 경배하는 그림입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괴물에게서 심장을 빼내는 그림을 바라봅니다.
 
어쩐지 해당 그림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왜 인간들은 심장을 뽑아낸 걸까요.
 
이 열차는 왜 만들어진 걸까요?
 
슈슈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아록:
rolling 1d4
 
(
3
 
)
 
 
=
3
(이런 기괴한 걸 왜 벽화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당신이 아직도 기도를 하는지 살핀다.)
 
...아직 기도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시아록:(기도하고 있는 당신의 주변 재단에 가도 방해가 되지 않을지 미적거리며 발을 뗐다.)
 
제단으로 향하면 다행히 그는 당신을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워낙 집중해서 그런 걸겁니다.
 
섬세하게 조각된 제단은 하얀 촛농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흘러내린 촛농이 바닥까지 쌓인 모습을 보니,
 
여간 오래된 장소가 아닌 듯합니다.
 
시아록:(초반에는 지저분했을지 모를 촛농은 한참 쌓이니 이젠 예술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오래된 것 같은 재단을 눈으로 훑으며 자신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 당신을 한 번 쳐다보고는 그 앞의 석상을 올려다봤다.)
 
산양의 뿔을 가진 그 존재의 머리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수백 개의 촘촘한 눈은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네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선 가까이 다가가야 하나,
 
슈슈와 기계 시종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석상을 살펴보고 있으면 문득 손끝이 차가워짐을 느낍니다.
 
살펴보니 오른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요?
 
시아록:으, 징그러. (수백의 눈은 숫제 징그럽기까지 해서 긴장한 탓인지 잘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을 주물거리며 물러섰다.)
 
그렇게 말하면서 뒤로 물러나면,
 
곧 기도가 끝났는지 슈슈가 자리에서 일어나 초에 붙은 불을 불어 끕니다.
 
옆에 서 있던 기계장치 시종의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섞인 음성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곤 뒤로 돌아 문을 나서네요.
 
그들을 떠나보낸 슈슈는 곧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슈슈:궁금한 건 다 해결되셨나요.
 
시아록:어... 아, 아니. 나 궁금한 거 있었는데... 그, 내 목에 있는 이 가시같은 거 뭐야? (아까 전 거울을 보고 물어봐야지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고 물었다.
 
슈슈:...? (그걸 들여다보느라 무심코 얼굴을 가까이 한다)
이건 당신에게 원래 있었어요. 그러니 안다면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
...하지만 원래는 이렇게 길지 않았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는다)
 
시아록:어, 그래? (당신도 잘 모르는 것 같은 반응에 손을 더듬어 아까전 확인했던 가시의 위치와 길이를 확인했다.)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어..
그리고 그.. 여기 벽화는.. 좀 섬뜩하던데, 이건 뭐야?
 
슈슈:이 세계의 역사를 그린 거에요.
이 세계는 멸망하고 있었어요. 땅의 90%가 썩고 인류의 절반이 줄었죠.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신이 이 땅을 떠났거든요.
하지만 그때 한 신이 우리를 도와주겠다 말했고... (이 부분에서 두 번째 벽화에서 세 변째 벽화로 발을 돌린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걸 주었어요. 팔다리, 피부, 뇌, 두 눈, 그리고... 심장까지도.
인간들은 신의 예언대로 신체神體로 열차를 만들고 운행함으로써 이 세계를 유지하고 있죠.
 
시아록:어, 신이..? (도와주겠다고 한 게 자기를 바치겠단 소리였나..?)
 
슈슈:이 앞에 있는 석상은 그를 본딴 거에요. (모든 걸 꿰뚫어보는 석상을 턱짓으로 가리킨다)
 
시아록:신이었구나.. (여전히 쳐다보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슈슈:...자리가 불편하면 옮길까요? (눈을 피하며 얘기한다)
 
시아록:어... 아까 식사 얘기도 나왔으니까.. 식당에 갈까..?
 
슈슈:아직 30분은 지나지 않았는데, 미리 가 있어도 괜찮으신지.
 
시아록:응, 괜찮은데.. 아, 여기 앞 칸으로도 갈 수 있어?
 
슈슈:...그건 저도 몰라요. (어쩐지 피하는 것처럼,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뒤로 나아간다)
 
식당에는 테이블을 제외하고 아무런 가구도 없이 썰렁합니다.
 
좀 과하게 제 용도에 충실하지 않나 싶네요.
 
두 개의 의자 중 한 쪽에 곰인형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슈슈가 그걸 바닥으로 치웁니다.
 
시아록:(치워지는 곰인형을 빤히 보다가 치워진 자리에 앉았다.)
 
앉아 있으면 조리실 방향에서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아까 본 기계 덩어리들이 요리를 하고 있는 걸까요?
 
식사가 나오려면 먼 것 같으니 더 대화하려면 대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아록:어, 근데 이 열차 계속 움직이기만 해..? 어디서거나도 해?
 
슈슈:이 열차는 영원히 멈추지 않아요. 내릴 수도 없고요.
 
시아록:어, 밖에 사람들도 있던데..? 전혀 안 서?
 
슈슈:밖의 사람들은 열차에 타기 위해 서있는 게 아니니까요.
사람들은 열차를 직접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하고, 가끔은 열차에 기념물을 바치기도 해요. 그래서 열차 안으로 새로운 물간들이 가끔 들어오죠.
 
시아록:서지도 않는데.. 물건이 들어와?
 
슈슈:맨 뒷칸의 천장이 열리거든요.
열차는 절대 멈추지 않아요. 멈추는 날이 있다면 다시 세상이 멸망하겠죠.
 
시아록:그렇구나. 그럼 너랑 나랑 계속 여기에만 있어? 나 기억도 없는데 여긴 언제 탄 거야?
 
슈슈:......내리고 싶으신 거라면 기대는 버리시는 게 좋아요. 어차피 영원히 내리지 못하니까.
(이어지는 질문엔 침묵으로 일관한다.)
 
시아록:어.. 그래. (별 생각없이 물었는데, 그러고보니 여기서 평생 내리지 못한다는 말이구나. 기차에서만 있으면 뭘해야하는 거지..? 안 심심한가? 얌전히 생각에 잠겼다.)
 
생각에 빠진 당신을 그는 아주 싸늘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 눈빛을 느끼면 이성 판정합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싸늘한 태도에 심장이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시아록:
rolling 1d3
 
(
1
 
)
 
 
=
1
 
상념에 빠진 당신을 깨우듯 천장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방송이 울립니다.
 
그리고 기계 시종이 차례대로 음식을 내옵니다.
 
감자 스프와 흰 쌀로 반죽해 만든 빵,
 
립 스테이크와 샐러드 약간.
 
그런데 조금 이상하네요.
 
기계 시종은 슈슈의 앞에만 1인분의 음식을 내어놓습니다.
 
그걸 본 슈슈는 기계 시종에게 1인분을 더 차려오라 이야기합니다.
 
그제야 다시 음식을 가지러 가는군요.
 
시아록:(멀뚱히 슈슈의 앞에 차려진 음식과 아무것도 없는 제 앞을 쳐다보다가 오른팔을 상에 올리고 턱을 괴었다. 뭔가 나는 없는 사람, 같은 느낌이네.)
 
턱을 괴며 생각에 잠깁니다. 지능 판정합니다.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기도실에서도 기계 시종과 부딪혔던 걸 떠올려냅니다.
 
저 기계 시종은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조금 기다리면 드디어 당신의 앞에도 음식이 차려집니다.
 
당신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던 시아록, 건강 패널티 판정.
 
시아록:
건강
기준치: 75/37/15
굴림: 78, 71, 61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손이 둔해진 탓에 포크를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걸 본 슈슈가 눈을 번뜩입니다.
 
슈슈:...손이 왜 그러세요?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당신은 그의 눈빛이, 마치 당신을 경계하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씁쓸함에 앞서 느껴진 것은 본능이 보내는 경고.
 
...슈슈에게 당신의 상태를 절대 들켜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시아록:어, 아니.. 좀 추워서 손이 굳은 거 같아.. (맨발로 디디고 있는 바닥은 여전히 차갑고, 아까 봤던 창밖도 겨울이라 이런 변명은 나쁘지 않을 터다.)
 
슈슈:그건 그렇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미심쩍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몸이 안 좋아지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리고는 식사를 계속합니다.
 
불안한 공기 속에서 어디로 밥이 넘어가는지도 모르는 식사 시간이 지나갑니다...
 
 
식사가 끝나고, 어딘가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 속.
 
당신의 손을 빤히 보던 그가 입을 엽니다.
 
슈슈:이제 뭘 하실 건가요.
 
시아록:어, 조금 돌아다녀보게?
 
슈슈:열차 지도는요?
이후 일정은 취침밖에 없으니, 같이 다니죠. (별로 끌리지는 않는 표정임에도 제안한다)
 
시아록:어, 같이 다니게? (조금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차 지도는 아까 보긴 했어.
 
슈슈:...네. (한숨을 쉬면서 끄덕인다) 그럼 앞장서세요.
 
시아록:어, 그래.. 나 아까 모형정원 좀 궁금했는데, 기도실까지 그냥 지나쳤거든.
 
모형정원으로 발을 옮기면, 생화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이 삭막한 열차 속에서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공간입니다.
 
대다수가 조화인 듯 꽃잎들은 그저 버석하나,
 
구석에 피어난 화단은 생화인 듯
 
옅은 꽃향기가 코를 자극합니다.
 
화단 옆에는 물이 들어있는 물뿌리개가 놓여 있습니다.
 
시아록:와.. 생화가 있네. (신기하단 표정으로 화단을 들여다본다.)
 
꽂혀 있는 종이 카드에 꽃의 이름으로 보이는 것이 적혀 있습니다.
 
흙이 촉촉이 젖어있는 것을 보면 물을 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모양입니다.
 
흔들리는 꽃을 보는 시아록, 지능 판정.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화단 옆에 있는 물뿌리개는 기계 팔을 이용해 잡기 어려워 보이며,
 
나머지 구역은 대부분 조화인 것을 떠올립니다.
 
아무래도 옆에 있는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화단인 걸까요?
 
시아록:이거 물 줘도 돼? (열차 안에는 저와 당신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관리한다면 당신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허락을 구했다.)
 
슈슈:네, 조금이라면.
 
시아록:(물뿌리개에 물이 담겨있는지 흔들어보았다.)
 
물뿌리개에는 물이 충분히 남아 있습니다.
 
물을 주려고 입구를 기울이면,
 
울타리 근처 흙에 폴라로이드 사진이 한 장 꽂혀 있는 게 보입니다.
 
시아록:사진? (반사적으로 집어들었다.)
 
뽑아내 묻어있는 흙을 털어내면
 
싹이 핀 화단에 물을 주는 슈슈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시아록:(이것도 당신의 사진이다. 근데 이거... 누가 찍었지? 나인가? 그 기계가 이런 걸 찍을 수 있을 리는 없을 거 같은데.)
 
둥근 기계 팔로 사진기를 들어 초점을 맞출 수는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사진을 더 살펴본다면, 관찰력 판정합니다.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4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처음 발견했던 것과 같이, 이 사진의 뒷면에도 무언가 적혀있습니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옆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립니다.
 
슈슈:...이게 아직도 남아 있었다니.
 
시아록:(사진의 글을 들여다보다말고 당신을 쳐다보았다.)
 
슈슈:세, 세상에. 대체 언제 찍었던 거지...?
 
시아록:어? 왜?
 
슈슈:...먼 옛날에 열차에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하나 들어온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 (가늠되지도 않는 세월에 한숨을 쉰다)
 
시아록:아, 그래? (제 손에 들린 사진을 한 번 더 내려보다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뗐다.) 이거 내가 찍었어?
 
슈슈:...네.
당신이 신기하다면서 이것저것 찍곤 했어요. (그리고 품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건넨다)
 
시아록:(당신이 건네는 사진을 자연스레 받았다.)
 
사진에는 식사 중인 슈슈의 모습이 찍혀 있으며,
 
뒷면에 you [4/15]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데, 그랬던 그가 어째서 지금은 이렇게 싸늘한 걸까요.
 
과거의 자신이 찍었다는 사진들을 좀 더 찾아볼까 싶어집니다.
 
좀 더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시아록:(사진을 받아 확인하다 문득 이 모든 사진 뒤에 글은 순서대로 이어 쓴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2, 3번, 그리고 당신이 건넨 4번까지. 총 15개의 사진인 걸까.)
사진이 여기저기 있나봐. 찾아보고 싶어졌는데. (따라갈 거냐는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봤다.)
 
슈슈:...앞으로 한 군데 정도라면요.
사진을 찾아서 뭐에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하세요. (무덤덤한 표정이다)
당신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돌아다닐 거라고 보지만요.
 
한편 나열되는 숫자를 보던 당신은, 지능 판정합니다.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쩌면 이건 [인화된 필름 수/전체 필름 수]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요?
 
시아록:(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제 생각에 동의한 당신의 말에 떠올린 제 생각을 조금 더 확신하며 화단에 마저 물을 주고는 서재로 가자며 당신을 종용했다.)
 
책장이 빽빽이 놓여 있는 서재로 발걸음합니다.
 
큰 창으로 당장 따뜻한 햇빛이 쏟아질 듯 나무 냄새가 가득합니다.
 
사람이 가장 많이 머문 듯 마모된 흔적과 특유의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붉은색의 책장이 눈에 띄네요.
 
첫 번째 칸에 꽂힌 하나가 유난히 두껍고 길어,
 
책장에서 비죽 튀어나와 있습니다.
 
시아록:(꼭 자신을 읽으라고 손짓이라도 하듯 툭 튀어나온 책등을 잡아 끌어내려 꺼냈다.)
 
집어서 펼쳐 보면, 앨범입니다.
 
표지에는 [A-04]라는 라벨이 붙어있습니다.
 
열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찍은 사진 자료들이 빼곡합니다.
 
도망치던 피난민의 모습이나 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사람들,
 
괴이한 생물의 피부와 기계를 연결하는 모습.
 
기계 시종의 설계도 등등…
 
열차에 오르는 슈슈가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모습도 있군요.
 
사진이 매우 낡았음에도 슈슈의 얼굴은 지금과 같으며,
 
구석에는 635년 3월 18일이라 메모가 되어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 장에는
 
책을 읽다가 꾸벅 졸고 있는 슈슈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꽂혀 있습니다.
 
사진을 꺼내 뒷면을 확인하면 To[1/15]라고 쓰여 있군요.
 
슈슈:(옆에서 그걸 보자마자 눈가를 팍 찡그린다....)
왜 이런 걸......
 
시아록:(그런 당신을 흘끗 보고는 사진을 챙기며 머릿속으로 적힌 글자를 순서대로 맞춰나갔다. To never forget you.)
635년에 기차가 완성되었어..? (표정이 좋지 않은 당신을 보고 말을 돌리려는 듯 사진을 찾기 전까지 훑어내린 책에 대해 물었다.)
 
슈슈:네. 예언은 635년에 내려졌으니 1년도 되지 않았어요.
...세상이 멸망하리라는 예언이 실행되기까지, 단 1년도.
그때는 정말로 온 세계가 아비규환이어서, 저도 겨우겨우 살아남았었는데. (또 다른 의미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시아록:그렇구나... 힘들었겠네..(그 '시절'이라는 걸 떠올려 보려고 해도 자신은 전혀 기억이 없다.)
그때 나도 같이 탔어..? (기차에 타는 사진은 당신뿐이었지만.)
 
슈슈:아뇨... 돌이켜보면 막막한 앞날을 견디는 것 정도는 힘든 축에도 속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유독 낮은 목소리다) 최소한 살아는 있는 것 같았으니.
당신은 올라타지 않았어요. 그저 생겨난 거지. (복잡한 표정으로 눈을 피한다)
 
시아록:(기억나지도 않으니 묵묵하게 듣다 마지막 말에 의아해졌다.) 생겨났다고?
 
슈슈:...네.
열차에 타고 이백 년쯤 지났을 무렵, 정말 어느 날 갑자기.
 
시아록:어..? 이백년? 갑자기? (혼란스러운 말에 당황한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았다.)
 
슈슈:(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에는 아주 차가운 표정이 된다) 그게 전부에요.
 
그쯤 대화를 하면 그는 이만 돌아섭니다.
 
슈슈:취침 시간은 지켜야 해서, 이만 들어갈게요.
 
그리고 뭐라 붙잡을 새도 없이 서재를 떠납니다.
 
사람 한 명이 비었다고 책장 사이에 한껏 서늘함이 감돕니다.
 
그러고 보면 어느새 밤이 되었군요.
 
창밖이 온통 깜깜하니 꼭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아록:(당신이 떠난 문을 멍청하게 쳐다보다가 얕게 한숨을 쉬며 고개들었다. 하늘이 보이는 게 아니라 열차의 차가운 천장만 보였다. 밖은 새까매서 햇빛이 들어왔던 낮보다 훨씬 차갑게 보였다.)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해? (제가 뱉어낸 물음인데도 이게 물리적인 건지 심리적인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있을 자리도 없이 열차에 생겨난 불청객.
 
그런 당신의 끝에는 늘 왜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비난하는 듯한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그 냉소적인 시선 때문일까요?
 
어느새 오른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손끝만 굳어있던 게 이제 손 전체가 잘 움직이지 않네요.
 
…앞으로 손을 써야 하는 행동은 왼손으로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러다 전신이 모두 굳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26
판정결과: 보통 성공
rolling 1d3
 
(
1
 
)
 
 
=
1
(굳어버린 듯 잘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주무르며 서재의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손을 사용하는 모든 판정에 패널티 다이스가 하나 붙습니다.
 
당신은 자리에 앉아, 다음 행선지를 고민해봅니다.
 
이제 어느 칸으로 갈까요?
 
시아록:(자리에 앉아 한참을 고민하다가 혹시 기도실 뒤편으로 갈 수 있는지 확인하러 기도실로 향해본다.)
 
기도실로 향하면 문이 잠겨 있습니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걸까요.
 
시아록:(잠겨있는 기도실 문고리를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고 자리를 뜬다. 조리실엔 뭐가 있으려나..)
 
안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멈춰있는 기계 시종입니다.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어쩐지 얌전한 그것을 건드리면 삐리링, 소리와 함께 전원이 켜집니다.
 
하지만 당신을 인식한 것은 아닙니다.
 
곧 ‘청소를 시작합니다’라는 음성을 내뱉고 뒷문으로 나갑니다.
 
이곳의 청소도 기계 시종이 전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사진 한 장이 떨어져 있습니다.
 
시아록:(가버리는 기계는 내버려두고 사진을 주워 확인했다.)
 
......기계 시종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는 슈슈의 사진입니다.
 
바퀴에 깔려 지저분해진 사진의 뒷면에는 again.[5/15]라고 쓰여 있습니다.
 
시아록:(상상도 못한 사진의 정체에 작게 웃고 말았다. 기계가 그 손가락의 의미를 전혀 알 것 같진 않다. 사진의 뒷면 글자를 확인하고 바퀴 자국을 손으로 문질렀다.) 5개째네..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안 보였는데 꽤 기계 시종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뭐, 호감을 가지기 힘든 외모이긴 한데요.
 
시아록:(머릿속으로 발견한 단어들을 읽어내리며 방이 있던 복도로 움직인다. 그 방 중에 슈슈가 자고 있는 걸까.)
 
Room1과 Room2가 있는 복도로 가 보면,
 
Room2는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습니다.
 
Room1은 열려 있지만, 아무도 없네요.
 
시아록:(자물쇠로 잠긴 걸 지금 열 수는 없으니 열린 방에 슬쩍 고개만 들이밀었다.) 나 들어가도 돼?
(아무도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혹여나 당신의 방일까봐 절로 튀어나온 소리였다. 당연하게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억지 긍정처럼 받아들이며 방 안에 발을 들였다.)
 
이곳은 이상하리만치 생활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꽤 오래전에 마지막으로 사용한 방인 것 같습니다.
 
자러 간다던 그가 여기 없으니, 아예 사용하지 않는 빈 방일지도 모르죠...
 
무서울 정도로 깔끔한 방에는 침대와 책상 정도만 놓여 있습니다.
 
서랍이 달린 책상 위는 깔끔하게 치워져 있으나 바닥에는 구겨진 종이 뭉치가 굴러다닙니다.
 
시아록:(뻔뻔하게 방에 발을 들이자마자 채인 구겨지 종이 뭉치를 주워들었다. 쓰레긴가 싶다가도 궁금해서 꼬깃한 종이를 주섬주섬 펼쳤다.)
 
잔뜩 접히고 구겨진 종이입니다.
 
시아록:기도문? (읽어내린 글자들을 확인하고 떠올린 건 그 '신'이라던 '괴물'같은 형상이었다.)
 
아무래도 신을 향한 기도문 같죠.
 
글은 아주 정중하고 간절하네요.
 
하긴 이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신이라고 했었죠.
 
시아록:(한껏 구겨져있던 기도문 종이는 반으로만 접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종이 쪽지를 올려두며 언뜻 살피면
 
책상 서랍에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과 캘린더가 들어있습니다.
 
시아록:(찾던 사진인가 싶어 사진부터 주워들었다.)
 
살펴보면 역시나, 과거의 당신이 찍었다던 사진입니다.
 
뒷면에는 –RED- [6/15]라고 쓰여 있습니다.
 
시아록:(5번째 사진엔 again에 마침표가 있었으니 이건 새로운 문장의 시작인가.. 사진을 팔락팔락 앞 뒤로 확인하고는 챙겨넣었다.)
 
사진을 챙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사진은 몇 장까지 있는 걸까요?
 
시아록:(사진에 적힌 숫자에 따라 15장이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그보다 많을 수도 있으려나. 어떻게든 다 찾아내보면 되겠지. 서랍속에 남은 캘린더를 주워들었다.)
 
숫자 카드를 끼워 년도와 날짜를 표시하는 아날로그 캘린더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날짜는 1543년 03월 15일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시아록:1534년 3월 15일.. 오늘이 맞긴 한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까 신문에서 본 년도는 언제였더라. 멍하게 머리를 굴린다.)
 
앨범에서 보았던, 슈슈가 열차에 올라탄 년도는 635년이었죠.
 
그건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 전 일이었군요.
 
시아록:어...? (900년이나 기차가 돌아가고 있다고? 슈슈도 900년이나 여기에 내내 있었고, 살아있다고..? 어.. 원래 사람은 그렇게 살아지는 건가. 기억이라곤 없으니 그냥 이게 맞을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생각보다 오래 사는군요.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900년동안 운행되고도 멀쩡한 열차라니 놀랍네요.
 
기억이 없는 당신에게도 이건 꽤 특이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의 금속이 아닌 신체로 만들어졌기 때문일까요?
 
시아록:(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냥 특이한 일이겠거니 나중에 슈슈에게 물어나볼까. 안일한 생각을 하며 캘린더를 제자리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그러고는 이제 제가 살피지 않은 남은 가구인 침대를 살핀다.)
 
침대 위쪽 천장에는 테이프 조각이 붙어있군요.
 
무언가를 붙였다 떼어낸 자국으로 보입니다.
 
시아록:(무얼 떼어낸 건지 자신은 전혀 알 수 없는 자국을 보다가 침대에 잠시 누웠다.)
 
침대에 누우면 푹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습니다.
 
아무런 감촉도 온기도 느껴지지 않네요.
 
꼭 침대가 아니라 박스에 누운 것만 같습니다.
 
누워 있어도 졸리지는 않습니다.
 
시아록:(기억이 없어도 원래 침대가 이렇게 침대가 딱딱하지 않을 거란 건 알겠다. 누가 이렇게 딱딱한 곳에서 잠을 자겠어. 불편하기만 한 침대에서 결국 몸을 일으키고 방을 나왔다.)
 
방을 나왔습니다.
 
바깥은 깜깜하겠지만, 복도는 전등 덕에 아주 밝네요.
 
아니, 어쩌면 모든 벽이 온통 흰색이기 때문일지도요.
 
시아록:(온통 흰 벽에 반사되는 빛들에 눈을 살짝 찌푸리며 두리번 거렸다. 자물쇠로 잠긴 건 지금 열 수 없을 것 같으니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어느 방향으로 향할 것인가 고민했다. 기도실에 들어서기 전의 방이 지도에서 3번이라고 되어있었지. 거긴 지나가기만 해서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Room3도 다른 방과 마찬가지로 온통 하얀 벽지와 바닥을 가지고 있는 단순한 방입니다.
 
슈슈가 누워 있는 침대와 흰 책상, 옷장 정도가 눈에 띄는군요.
 
가구 이곳저곳에 손댄 흔적이 남아있는 게, 이곳이 그의 침실인가 봅니다.
 
시아록:(자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고는 머뭇거리게 된다. 방에 들어가도 되나. 아까의 뻔뻔함은 죄다 사라진 듯 우물쭈물 문간에 머뭇거리고 서있었다.
 
문을 채 못다 열고 그의 눈치를 보면,
 
잠들어서 그런지 볼 눈치도 없습니다.
 
곤히 자고 있는 것 같으니 깨우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시아록:(당신이 깨지 않길 바라며 침대에 다가가진 않고 책상부터 슬쩍 살폈다.)
 
슈슈가 읽는 것처럼 보이는 책 몇 권과 문구용품이 올려져 있으나,
 
상당히 낡아 제대로 사용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생각해 보면 열차 내의 모든 물건이 너덜너덜해 있었죠.
 
900년이나 달렸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시아록:(서재에 있는 책보다 훨씬 많이 읽었을 낡은 책들을 소리없이 눈대중으로 훑고는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뒤꿈치를 들고 종종 걸음으로 옷장도 살짝 열어보았다.)
 
옷장 안에는 그의 사복으로 보이는 단정한 옷 몇 벌과,
 
그보다 훨씬 우세를 차지하는 많은 흰색 옷이 보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집스러울 정도로 하얀, 사제복 같아요.
 
벽부터 가구, 옷까지. 왜 이렇게까지 모든 게 하얀색인 걸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더 눈에 띄는 게 옷장 옆 쓰레기통 안에 있습니다.
 
……슈슈와 당신이 입을 맞추는 사진입니다.
 
뒷면에는 [B-13][7/15]라고 적혀 있습니다.
 
사진을 확인한 시아록, 이성 판정.
 
시아록:어...? (주워든 사진을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가 잠들어있을 당신의 눈치를 보고 말았다.)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사진은 낯설지만 슈슈에게는 큰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아까부터 이 폐부를 찌르는 듯한 감정은 대체 뭘까요.
 
그리워할 만큼 그에 대해 많은 걸 기억하고 있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시아록:(뭔지도 모를 감정과 감각에 낮게 헛숨만 들이쉬며 사진을 보다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른 사진들보다 뭔가 숨기고 비밀을 만들게 되는 행동같아져서 마른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여전히 잠들어있는 당신에게 조용히 다가서서 침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침대는 평범합니다. 위에 슈슈가 없었어도 딱히 살피진 않았을 것 같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얘서일까요, 누워서 잠든 모습이 꼭 미라 같습니다.
 
그는 당신이 다가서건 말건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습니다.
 
바로 앞에 쪼그려 앉으면 심장 소리가 들립니다.
 
그의 것인지 당신의 것인지 주인을 알 수 없습니다.
 
...
 
이제 살펴볼 수 있는 곳은 모두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발견한 사진은 7장이 전부.
 
그렇다면 이 사진에서라도 힌트를 찾아봐야 합니다.
 
과거의 당신이 남기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요.
 
시아록:(기억이 있었던 제가 남겨둔 사진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그건 아주 조금만 더 미뤄두고 싶었다. 제가 찾은 마지막 사진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안 든다면 이상한 일이다. 한참을 잠든 네 평온안 숨소리와 일정하게 울리는 심장소리를 듣다가 일어서서 소리없이 방을 나와서 사진을 다시 꺼내들어 뒷면의 글자를 확인했다.)
RED-B-13..이 어딜까? (서재? 아니면 자신이 가볼 수 없는 기도실 저 뒷편 어딘가인가..)
 
기도실이 사람이 없을 때는 잠겨있는 곳이라면,
 
열쇠가 없는 당신이 무언가 숨겨두긴 힘들었겠죠.
 
그렇다면...
 
시아록:(서재의 책번호이려나. 네가 잠든 방을 뒤로 하고 서재로 향했다.)
 
그의 모습을 뒤로하고 서재로 돌아옵니다.
 
RED B-13. 거긴 어디일까요.
 
서재엔 책장밖에 없으니, 책장 중 무언가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시아록:(돌아온 서재에서 혹시나 책장번호일까 싶어 돌아다니며 확인한다.)
 
책장에 번호는 없지만, 특이하게 붉은 색 책장이 하나 있습니다.
 
열을 살피면, 윗줄부터 A열, B열... 그런 식으로 몇십 권의 책이 늘어서 있습니다.
 
시아록:아, 이건가. RED--B-13, 붉은색 책장에 B열에 13번 책...? (손으로 하나하나 새며 13번을 찾았다.)
 
당신은 사진 뒷면의 힌트를 따라 책을 찾아냅니다.
 
뽑으면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펼쳐보면 종이를 파내어 만든 공간에 녹음기가 들어있습니다.
 
손은 여전히 뻣뻣해서, 하마터면 책을 바닥에 떨어트릴 뻔합니다.
 
시아록:헉, 다행이다.. (겨우 떨어뜨리지 않은 책을 쥐고 책상에 앉았다. 잘 움직이지 않는 손을 찡그린 채로 몇 번 주무르고는 녹음기를 꺼내들었다.)
 
책상이 없으니 대신 한 켠에 놓인 길다란 의자에 앉으려 하면,
 
걸어가던 당신은 무언가에 발이 걸린 듯 넘어집니다.
 
바닥을 살피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왜 넘어진 거지?
 
시선을 다리로 옮긴 당신은 깨닫습니다.
 
오른손에 생기던 마비가 오른발 끝부터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을요.
 
시아록:어..? (갈수록 나빠지는 몸상태에 당황했다. 기억이 없으니 이유도 알 수가 없다. 바닥에 앉아서 오른다리를 매만졌다.0
 
오른다리를 살피면, 감각이 아예 없어진 건 아닙니다.
 
몸을 일으킬 순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요.
 
하지만 불편감이 없어지지 않는 만큼 절뚝거리게 될 것 같긴 하군요.
 
녹음기는 상당히 낡아 있지만,
 
배터리는 아직 있는지 빨간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무언가 녹음되어 있는지 파일이 하나 있군요.
 
재생해볼까요?
 
시아록:(낮게 한숨을 쉬며 다시 의자에 앉아 녹음기를 틀었다.)
 
당신은 녹음기의 버튼을 누릅니다.
 
거기서는 당신이 모르는 당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거기까지 녹음을 들었을 때,
 
열차 전체에 거친 벨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녹음기의 마지막 문장은 가려져 들리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만 들어도 당신은 충분히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본인의 목소리.
 
죽고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
 
이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슈슈.
 
지독한 이질감을 느끼며 3D5의 이성이 감소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시아록:
rolling 3d5
 
(
3
 
+
5
 
+
3
 
)
 
 
=
11
 
흔들리는 정신을 추스를 새도 없이, 아침이 밝습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열차에서 유일하게 당신을 부르고, 인식하는 존재.
 
그는 벨소리에 깼는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하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시아록:어, 응. 잘 잤어?
 
슈슈:...... (평소같은 태도에 자신의 턱을 꾹 아래로 누른다.)
사과하려 왔어요.
당신에게 화풀이를 해버린 것 같아서. 당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당신 잘못이 아니잖아요.
 
시아록:어, 아니. 괜찮아.. 사과해줘서 고마워.. (생각지도 못한 사과에 머슥하게 뒷목만 쓸어내렸다. 저도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으니.)
 
슈슈:... 아니에요. (방금까지 잠들어 있었으면서,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곧 아침식사가 차려질 테니까, 따라오세요.
 
시아록:응. (녹음기가 든 책은 얌전히 덮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따랐다. 마비가 시작된 다리를 천천히 끌면서)
 
슈슈:...... (다리를 저는 걸 보자마자 표정이 천천히 굳는다.) 당신......
...몸이 굳기 시작했군요. 벌써 다리까지 굳었다면...
 
커다란 창 밖 하늘이 점차 밝고 맑은 푸른색으로 물듭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 날씨는 맑기만 한 것 같습니다.
 
해가 점점 높아질 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어둠에 물듭니다.
 
시아록:어? 어.. 응.. (한 눈에 저의 상태를 알아보는 당신에게 어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떨리는 숨을 삼키며, 얼굴을 두 손으로 덮습니다.
 
슈슈:당신이라면 무언가 다를까 생각했어요. 부서진 조각을 모으고 합친다면, 어쩌면 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시아록:부서진 조각..?
 
슈슈:하지만 깨진 그릇을 이어붙인다고 전으로 돌아가진 않듯이, 찢어진 기억을 모아봤자 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었네요.
이젠 전부 늦었어요. (침통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곧 사라진다. 복도 쪽으로.)
 
다시 혼자 남겨졌습니다.
 
하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지금은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듭니다.
 
어떻게 하나요?
 
시아록:어... (당신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당황해하다가 떠나는 뒷모습만 멍하게 쳐다보았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눈만 굴리다가 다시 서재로 돌아가 녹음기의 남은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전의 내가 슈슈에게 남긴 거 같으니까 들려주어야겠다고도..)
 
힘겨운 발걸음을 굴려 서재로 돌아갑니다.
 
도중에 끊겼던 녹음기를 다시 재생하면,
 
녹음기는 깜빡거리면서도 마지막까지 문장을 뱉어냅니다.
 
이 깊고 두터운 감정의 기원을 미처 찾기도 전에,
 
돌아온 그와 마주칩니다.
 
그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 어쩐지 뒷목이 서늘해집니다.
 
단단한 손과 눈은 온통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저것이 무슨 용도로 쓰일지, 이쯤되면 모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묻고 싶은 게 너무나 많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수도 없이 있습니다.
 
중간에 소리가 묻힌 녹음기처럼 이 관계를 미리 완결낸다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도, 그도.
 
시아록:(저도 모르게 동공이 흔들렸다. 쇠파이프를 든 당신을 보고 입만 뻥긋거리다가 약하게 한숨을 쉬었다.)
일단 있잖아. 그... 말 좀 들어줄래?
 
슈슈:...네. (두 손을 축 떨어트린다.)
 
시아록:(축 늘어진 당신의 손끝을 보다가 녹음기를 대뜸 틀었다.)
 
당신의 손짓 하나하나 경계하고 살피던 그는
 
들려오는 음성에 크게 눈을 뜹니다.
 
슈슈:.......언제 이런 걸...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한다. 입을 한 번 뻥긋하는 것조차, 손가락을 한 번 까딱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숨만 쉬는 기계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시아록:그러게. 언제 했을까. (저는 모르겠다. 되살아났다고 하는 제가 그 떄의 자신이긴 한 걸까 싶기도 해서. 그래도 그 이야기는 속에 묻었다.) '내'가 너한테 하고 싶었던 얘기인가봐.
 
슈슈:...당신은 어땠어요?
(길게 숨을 들이쉰다. 숨이 틀어막힌 듯한 음성으로) 전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녹음기의 내용이 갑작스럽지는 않았고요.
무슨 마음으로 이걸 저에게 들려준 건가요. 당신의 심정을 모르겠어요.
 
시아록:(네 말에 한참을 침묵하다가 느리게 입을 뗐다.)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이건 네가 꼭 들어야한다고 생각했어. (너를 사랑하던, 너를 남기고 떠나던 '나'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구석구석 제가 찍어둔 사진까지 숨겨가면서 네가 찾아주길 얼마나 바랐을까. 그냥 내가 '나'의 마음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근데 '내'가 널 정말 사랑했나보다. (그것 하나만큼은 잘 알겠다.)
 
당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두 눈은 당신이 움켜쥐고 흔드는 것처럼 처참하게 떨립니다.
 
표정에 드러나는 새하얀 감정은 두려움.
 
하지만 그는 이 열차에서 900년을 넘게 묵은 인간입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것만으로도, 그 어지러운 감정은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는 텅 빈 눈동자로 바닥에 앉아서 얘기합니다.
 
슈슈:(바닥에 쇠파이프를 떨어트린다. 지금은 그것조차 신경쓸 여력도 없는 것 같지만.) ......이제 됐어요.
다시 저를 공격하든, 이 열차의 모든 걸 부수든,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당신이 주는 것도 '당신'이 주는 것도, 버거워요...
 
시아록:(떨어진 쇠파이프를 힐끗 쳐다봤다가 당신을 보았다.)
많이 힘들었어?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느리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미안해.
 
슈슈:당, 당신이 왜 사과를 해요. (그 말에 오히려 한층 더 괴로운 표정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당신이 한 일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요, 저는 그냥... (스스로도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깨와 함께 바닥에 고개를 처박는다.)
당신은 호기심이 많잖아요. 겁도 많고요. 질문도 많았죠.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왜 나를 싫어하냐'라든지 '과거에 나와 연인 사이였냐'라든지, '나를 왜 죽이려고 하냐'라든지 ...그런 게 우선 아니에요?
 
시아록:(네 말을 한참 듣다가 느리게 고개를 주억이다가 농담처렁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누가 봐도 연인 사이였던 건 알 거 같은데. 그리고 딱히 다른 것들이 지금 중요한 것 같진 않아서..('제' 죽음으로 헤어진 건지 아니면 그냥 엉망진창으로 싸우고 헤어진 건지 그래서 미워하는지, 죽이려고 하는지 정말로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지금 그게 중요하던가.)
 
슈슈:그런 게 아니면 대체 뭐가 중요한데요...? (말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답답함에 가슴을 꽉 붙잡고 일어난다) 전 역시, 당신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시아록:그냥 나는 지금이 중요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 나한텐 그래. 과거의 내가 남긴 말을 너에게 '지금' 전달해주는 것도. (일어선 당신을 따라 시선도 올라간다.)
슈슈, 넌 정말 생각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리고 지금은 내 생각보다 지금껏 눌러담겨온 네 생각이 중요한대.
 
슈슈:...당신의 현재는 얼마 남지 않았어요. (덤덤하려고 노력하는 표정으로 입을 연다) 곧 당신의 전신이 굳고, 생각까지 굳어서 곧 미쳐버리고 말아요. 아무리 불러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날뛰다 곧 죽어 버리죠......
그렇게 떠난 당신은 곧 화물칸에서 다시 나타나요. 그런 일이 수도 없이 있었어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금 이 순간도 아마 또 다른 반복이 덮어 버리겠죠. 현재를 바라보기에... 저는 너무 오래 살았는지도 몰라요.
제가 생각이 조금만 더 적었다면,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시아록:그랬구나. 정말로 너무너무 힘들었겠다. (한참을 입다물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럼 미래를 생각해볼까? '다음'에는 나랑 같이 기차를 내려버릴까? 기차는 뭐, 혼자 굴러가도록 내버려두고.
 
슈슈:(미래라. 이 사방이 막힌 열차 안에서는 그런 먼 곳에 있는 건 보이지 않는다. 텅 빈 천장을 응시하다 고개를 숙이고 답한다) ...어째서 당신이 그런 말을 해요?
'당신'도 아닌 당신에게 제가 뭐라고? 당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을 영원에서 꺼내 주겠다고요?
왜 그렇게까지 하겠다고 말하는 거에요? (정신없이 뱉던 말은 마지막에 가서야 수그러든다) ...알려주세요.
 
시아록:(끝에 가 수그러든 말에 나직하게 웃었다.) 고작 하루 이틀로 나도 뭘 알겠어. 죽었다가 새로 되살아 기억이라곤 없는 나도 정말로 그 전의 나인가 생각해보긴 했는데. 그치만 슈슈,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내' 흔적들을 보고, 너를 보고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감정이나 감각들은 '내'가 천년 가까이 쌓아온 것들에 대한 잔재들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는 그걸로 충분한데, 너한테는 충분하지 않을까?
 
슈슈:어쩌면...... (떨리는 눈을 깜빡이며 진정시키고 말한다) 어쩌면 몇백 년간 당신의 잔재가 쌓이고 쌓이면, 저를 기억할 수 있는 날도 올까요?
당신이 제 이름을 잊지 않고, 저와의 시간을 잊지 않는 날이. ...제가 바라는 건 그것인 것 같아요.
이제는 믿고 싶지 않은데, 이번의 당신이 기대를 갖게 해서......
만약 다음의 "당신"에게 기억이 없다면, 당신은 정말, 잔인한 사람인 거에요.
 
시아록: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네가 알려준 낯설었던 내 이름을, 금세 날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는 내가 있듯이. 이번처럼 네 이름을 기억해 낸 내가 있듯이.
 
슈슈:......그 녹음기를 찾아낸 건 당신이 처음이었지만, 이전의 '당신'도, 그 전의 '당신'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한숨을 삼킨다) 저를 이 열차에서 꺼내 주겠다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저를 경계할 때도 많았지만, 당신이 평소보다 길게 버텨서 제가 익숙해질 때쯤이면 늘 저라는 인간을 궁금해하거나, 미움받지 않게 눈치를 봤어요. 밀어내도 소용 없었죠.
저는 어차피 당신을 죽이게 될 텐데... 이별은 언젠가 반드시 오는데, 처음부터 가까워지지 않는다면 상처받고 공허함에 몸부림칠 일도 없을 텐데...
...당신은 그런데도 한결같이 저에게 마음을 줬죠. 바보같이. (그리고 굳어버린 당신의 어깨에 툭 기댄다)
 
시아록:뭐야, 늘 '내'가 같았어? 그럼 늘 나였네. (느리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슈슈:그러게요. 당신은 늘 같았어요. 변한 건 당신이 아니라 저였네요... (목을 끌어안는다. 자신도 이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까 말한 건 진심이에요.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하세요. 이 열차의 물건을 엉망으로 만들든, 저를 해치든
저는 죽지 않으니까, 상관없어요.
 
시아록:(안겨오는 당신의 등을 굳은 손으로 천천히 두드렸다.) 그러고 싶진 않은데. 그냥 같이 언제라도 기차를 내릴 수 있는 방법이나 찾자. 이 좁은 공간에서 늘 빙글빙글 도는 기차를 천년이나 타고 있는 건 지겹잖아. 이제 같이 새로운 거 할 때도 됐지.
 
슈슈:그러고 싶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에요. 당신을 죽이지 않고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요......
(천 년을 넘게 살면서 눈물은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을 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당신의 어깨를 적신다) 하지만 제가 열차에서 내리면 이 세상은 멸망해요.
방법을 찾기 전에 당신이 미쳐 버릴지도 몰라요. 그럼 저는 당신을 죽이겠죠. ...그 모든 조건에도 정말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세요?
 
시아록:한 사람한테만 의지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세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나머지는 응, 다 괜찮아. 후회 안 해. (내가 안 하니까 다시 살아날 '나'도 안 하겠지.)
 
슈슈:(두려움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그 말을 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알아서, 팔에 힘이 들어간다. 몸에 힘을 풀고 완전히 기댄다) ...움직일 수 있겠어요...? 부축해 드릴게요.
짐작이 가는 곳이 있어요. 기도실은 특정 시간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게 기계 시종들이 막거든요. 그 앞에 열차 칸이 몇 개인가 있어요. 아마 거기에 열쇠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아마 이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전 기도실의 문을 열 거에요. 그리고 끝도 없이 후회하겠죠. 당신 못지않게 저도 참 바보같죠...... (탄식 같은 목소리.)
 
시아록:걸을 수 있어. 좀, 느리겠지만. (슬쩍 웃으며 너에게 기대 몸을 일으키고선 굳은 다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나도 후회 안 할 거니까 슈슈도 하지마. 다 괜찮을 거야.
 
슈슈:그런 건, 상관없어요... 같이 걸으면 되니까. (부축받는 사람은 당신이지만, 자신도 정신적으로는 부축받고 있으니까, 어쩌면 어디까지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희망을 입 밖에 꺼내기에는 꺾인 적이 너무나 많기에, 말을 삼킨다)
그래도 명색이 영원을 끊어내러 가는 건데, 그건 너무 막연하고 태평한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한결 가벼워진 말투다. 곧 발걸음을 옮긴다)
 
부축을 받은 당신은 심하게 비틀거립니다.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오른발도, 오른팔도. 신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분이 모조리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제 혼자서 무언가를 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요.
 
당신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며 기도실까지 다다릅니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6개의 기계 시종입니다.
 
기계음이 섞인 그 목소리는 꽤 섬뜩하게 들립니다.
 
시아록:본 건 몇 대 없었던 거 같은데.. 6대나 있었어? 많기도 하다. (당신에게 기대서서 느리게 웃으며 기도실 앞에 선 기계들을 보았다.)
 
슈슈:이렇게까지 철저히 막아둔 건 아마... 이전에도 탈출을 시도해서 그런 걸거에요.
명령에 불복하려면 저들에게 덤벼들어야 해요.
... 정말로 할 거에요?
 
시아록: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며, 그러니까 하자. 나보단.. 네가 힘들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제 몸을 퍼덕여봤다.)
 
슈슈:때리거나, 가두는 것 이상으로 저들이 제게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당신이야말로... 죽지 마세요. (불가능할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밀려나오는 말. 텅 비었던 말은 이제 조금, 기대에 차 있다)
 
기계 시종에게 달려든다면 전투가 시작됩니다.
 
시아록의 턴
 
자유롭게 공격합니다. 다만, 당신의 모든 판정엔 패널티 다이스가 두 개가 붙음을 기억하세요.
 
시아록:*자유롭게 공격이면 기능치, 특성치 상관이 없는 건가요..? (제가 고장남ㅋㅋ)
 
어떤 무기든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창고에서 미리 챙겨왔단 설정으로 공구나 유리병 같은 걸 휘두를 수도 있겠죠.
 
아니면 목에 난 가시를 부러트려서 찌르는 무기로 쓸 수도 있긴 합니다.
 
너무 어려운 방법만 아니면 무엇으로든 공격할 수 있습니다.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비무장 공격도 괜찮아요!
 
시아록:(당장 손에 있는 건 없어서 달려드는 기계시종을 제 자리에서 밀어내며 자세를 무너뜨리려고 해본다.)
근접전(격투)
기준치: 25/12/5
굴림: 7, 51, 93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손이 굳어, 도저히 유효한 일격을 날릴 수가 없었습니다.
 
슈슈의 턴
 
슈슈:
쇠파이프
기준치: 40/20/8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피해: 5
 
그는 아까 챙겨 온 무기를 휘두르지만,
 
마찬가지로 흠집 하나 내지 못했습니다.
 
기계 시종의 턴
 
기계 시종1:
기계 팔
기준치: 100/50/20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9
 
기계 시종은 당신과 슈슈 중 2에게 팔을 휘두릅니다.
 
...
 
그렇게 몇 차례의 험악한 소리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는 결국 기계 시종에게 무엇 하나 못 하고 차례로 쓰러졌습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할 것을 알고 뛰어들었죠.
 
그렇기에 당신은 후회하지 않습니다.
 
구석에 쓰러진 슈슈와 휘두른 팔에 맞아 쓰러진 당신의 모습은 처참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단 무력감 속에서 죽음이 찾아옵니다.
 
온몸이 너무 아픕니다. 쓰러진 몸 안에서 정신마저 무너져가는 게 느껴집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31/15/6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10
 
(
1
 
)
 
 
=
1
 
당신은 흐려지는 의식 너머로 슈슈를 바라봅니다.
 
이번에는 잊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는데, 잊고 싶지 않은데,
 
슈슈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고, 다친 곳은 없는지 살피고 싶은데,
 
하지만 아직 당신에게는 그럴 힘과 기회가 찾아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
 
……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울림.
 
희미하게 들리는 모터 소리.
 
오직 침묵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음들이
 
바닥에 누운 당신의 귀를 끊임없이 두드립니다.
 
천장에 달려 흔들리는 전구는 홀로 깜빡깜빡.
 
당신은 흐리게 점멸하는 전구에 맞춰 눈을 깜빡입니다.
 
그것은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아,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더보기

TMI: 델피니움의 꽃말은 "왜 당신은 나를 싫어합니까",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입니다. 꽃 색과 머리색을 맞춰 보시면 각각 누구를 상징하는지 알 수 있으실 거에요!

아록이가 "한 사람을 희생시켜 살아남아야 하는 세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해 줘서 정말 다행이에요. 옆에서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평생 나갈 엄두도 못 내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이 성격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부분은 정말 많이 다른데 이 캠페인에서 상반되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좋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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