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고동

[아록슈슈] 열차에 오른 자

퍄퍙책미 2024. 1. 11. 05:11

KPC 프루헤 슈테른     PC 시아록

날짜 2024.01.08     플레이타임 총 4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없음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스포방지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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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선위
 
세카
 
w. 냠맹
 
구분선아래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울림.
 
희미하게 들리는 모터 소리.
 
당신은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작은 공간에 누워 흔들리는 전구를 바라봅니다.
 
배선에 문제라도 있는지 미약한 빛을 내뿜는 전등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깜빡거리는군요.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어디 간 걸까요?
 
구석에 서서 당신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그 사람 말입니다.
 
그가 사라진 지 얼마나 지났죠?
 
대체 정신이 들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요?
 
지금은 낮인가요, 밤인가요?
 
무엇보다 여기는 어디죠?
 
몸을 일으키려면, 이성 판정합니다.
 
unknown: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의 손발이 곧잘 움직입니다.
 
바로 몸이 당신의 의지를 따릅니다.
 
자신의 몸이면서도 자신의 몸이 아닌 듯한 기묘한 감각.
 
너무 오래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에요.
 
당신은 스스로의 안에 있는 커다란 공백을 느낍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누구죠? 어떤 사람이었죠?
 
대체 왜 여기에 누워있는 건가요?
 
심지어 당신이 걸치고 있는 것은 반팔 티셔츠와 주머니 없는 면바지뿐입니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을 타고 바닥의 냉기가 올라옵니다.
 
unknown:(몸을 세우고 바르게 서 있지만 긴장한 것을 숨기지 못하는 눈꺼풀이 얕게 파르르 떨렸다.)
 
몸을 일으키면 주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앞뒤로 문이 달린 긴 직사각형의 방인 것 같아요.
 
바닥은 계속 규칙적으로 덜컹거립니다.
 
양옆의 벽에 달린 창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당신이 누워있던 자리 주변에 철제 상자 몇 개가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습니다.
 
unknown:(한참을 방?의 가운게 서서 느리게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탐색하며 구르던 눈이 이내 마음을 먹은 듯 천천히 발을 떼 본능처럼 창문으로 향했다. )
 
창밖을 내다본다면 관찰력 판정합니다.
 
unknown: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하늘:(세상, 대실패..)
 
미책 (GM):아이고 어쩌다가
 
창밖이 온통 까맣습니다.
 
그것 말고는 알 수 없네요.
 
작다면 작은 창문이 묘하게 답답한 시야를 줍니다.
 
unknown:(본능처럼 창밖을 확인했을 뿐, 아까전에도 새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 기대감이 전혀 없었던 것만큼 실망감도 없는 채로 손끝으로 유리만 문지르다가 시선을 떼어냈다. 맨발을 타고 오르는 진동감을 몸으로 느끼는 채로 다시 발을 끌 듯 천천히 움직여 널부러진 상자에 가까이 다가갔다.)
 
철제 상자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있습니다.
 
죄다 낡거나 고장 나 있는 것을 보면 사용하지 않는 쓰레기를 넣어둔 듯하네요.
 
문득 삐죽 튀어나온 깨진 거울 조각에 당신의 얼굴이 비칩니다.
 
묘하게 낯선 얼굴 아래,
 
목덜미에 비죽 솟아난 무언가가 보입니다.
 
마치 가시 같네요.
 
unknown: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가시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를 가졌습니다.
 
보통 인간의 목에 이런 게 있던가?
 
unknown:(이게 거울이고 제 얼굴이 비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안개 낀 머릿속으로 정말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기만 한 제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어딘가 기묘하게 위화감을 갖게 하는 목덜미의 가시를 깨진 거울 속으로 보다가 목으로 손을 뻗었다. 이게 왜 이상한 기시감을 갖게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손 끝으로 몇 번 건들여보다가 손을 내렸다. 이게 원래부터 '내' 몸에 있던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으니..)
 
가시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그럴 생각이 없다면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각각 앞, 뒤로 향하는 문 두 개일 것입니다.
 
unknown:(뭔지도 모르겠는 가시는 내버려두고, 슬금슬금 뒤쪽으로 향했다. 왜 저길 뒤쪽이라고 자신이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문은 창문과 손잡이가 없는 철제문입니다.
 
그런데 밀거나 당겨도 꿈쩍하지 않네요.
 
그렇다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패드 따위가 달린 것도 아니고요.
 
unknown:(몇 번을 문과 씨름하며 달그락거리다 금세 포기한 듯 한동안 잠시 꾸물대다가 반대편 문으로 향했다.)
 
이쪽은 창문이 달린 미닫이문입니다.
 
창 너머로는 시커먼 어둠이 보이네요.
 
문을 열면 건너에서 묘한 쇠 냄새가 납니다.
 
앞으로 나아갈까요?
 
unknown:(아까와는 다르게 쉽게도 열린 문을 물끄러미 보다가 코끝을 스친 냄새에 콧잔등을 찌푸렸다. 고개만 돌려 제가 있었던 곳을 힐끔 쳐다봤다가 앞으로 향했다.)
 
문을 열면 그곳은 작은 직사각형의 복도입니다,
 
3m쯤 앞에 맞은편 문이 있으며,
 
작은 창문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네요.
 
덜컹거리는 차체에, 칸을 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복도.
 
여기... 아무래도 열차 같죠?
 
복도를 지나고 있으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계장치를 발견합니다.
 
저들끼리 맞물리며 돌아가는 톱니바퀴들,
 
쿵쿵거리는 펌프와 맹렬히 진동하는 모터.
 
그제야 기계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느껴집니다.
 
열차의 부품일 뿐일 텐데도 묘한 소름이 돋습니다.
 
unknown: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복도를 둘러보면서 지능 판정합니다.
 
unknown: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런데 열차의 복도임에도 승강구가 없네요.
 
이상합니다.
 
맞은편에 또 다른 문이 있습니다.
 
unknown:(밍숭맹숭 늘어진 열차 복도를 눈으로 훑고 여전히 발을 끌다시피 걸으며 문으로 향했다.)
 
미닫이문은 크게 힘을 주지 않아도 손쉽게 열립니다.
 
구분선
 
서고
 
문 너머로 들어가자, 종이 냄새가 훅 끼칩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칸을 가득 채운 책장과 책장을 가득 채운 서적들.
 
열차의 비좁은 공간은 빡빡하게 들어찬 책장으로 인해 더욱 비좁아 보입니다만,
 
그래도 지나왔던 곳과는 전혀 딴판인 밝고 아늑한 공간입니다.
 
더 자세히 살피고자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누군가 다가옵니다.
 
흰옷을 입은 사람이네요.
 
그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 서 차가운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unknown:네. (짧게 단답으로 답하고는 상대를 발견했을 때부터 멈췄던 발걸음과는 상체가 미미하게 뒤로 빠졌다.)
(깨고나서 처음으로 낸 목소리가 어딘가 깔깔하게 들려서 입안을 혀로 훑었다.)
 
시선이 머무르면 그제야 깨닫습니다.
 
누워있을 때 당신을 내려다보던 그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는 아까와 같은 싸늘한 눈빛으로 당신을 훑어 내립니다.
 
??:안 그래도 슬슬 깨우려고 했었어요.
당신의 이름은... 시아록이에요. 제 이름은, 저도 잘 몰라요.
물어볼 것 같아서, 미리.
 
unknown:(딱히 이름을 물어보려고 하진 않았는데 난데없이 알아버린 제 이름을 입 안으로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데요?
 
??:......
제가 지었으니까.
(눈을 감고 기분 전환이라도 필요한 사람처럼 아무것도 없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다른 궁금한 건요?
 
시아록:(내 이름을 당신이 지었다고? 왜? 의문 가득한 물음이 한가득 눈에 담겼다가 이내 꺼진다.) 그렇군요.
(궁금한 게 뭐냐는 말에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으나 미약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럼 지금은, 제가 당신에게 필요없겠네요.
저도 그래요. 궁금한 건 여기서 직접 알아보세요. (그리고 책장 쪽으로 머리를 까딱인다)
 
...이 열차에서 사람이라곤 당신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군요.
 
당신에게 호의적이진 않은 느낌이에요.
 
더 살피고 싶다면 심리학 판정해도 좋습니다.
 
시아록: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그가 나오려는 한숨을 입술로 깨물어 막습니다.
 
마치... 뭐에 화가 난 사람 같아요.
 
하지만, 왜?
 
시아록:(가만히 그를 관찰해 제 눈에 보이는 건 알아차렸지만, 실상 아는 것이라곤 하나 없으니 실속이라고는 없었다. 호흡을 길게 뱉어내고는 이름 모를 '그'가 가리킨 책장으로 몸을 돌렸다. 질문이 우수수 제게 떨어졌었다고는 하나 '아무것도' 아는 게 없으니 사실 궁금한 것은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알고 싶은 게 없는데 여기서 무얼 찾아야 할까.)
 
텅 빈 시선을 책장에 돌리고 있으면,
 
건너의 문이 열리고 무언가가 다가옵니다.
 
원기둥의 몸체 위에 은색으로 빛나는 반구형의 머리가 얹어져 있는 그것은
 
바퀴를 돌돌 굴리며 움직이네요.
 
인간이라면 눈동자가 있어야 할 위치엔 카메라 렌즈가 박혀 있으며,
 
입이 있어야 할 위치엔 검은 스피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몸통엔 분명 옷 비슷한 것을 걸치고 있지만
 
거의 삭아 본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바로 뒤까지 다가오더니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음성을 내뱉습니다.
 
아무래도 인간을 닮게 만든 기계장치 같습니다.
 
관심이 간다면 관찰력 판정해볼 수도 있습니다.
 
시아록:(지금까지는 전부 자신이 움직여 발견한 것들이었으나 직접 다가온 무언가에 놀라 자리에서 움직이진 않았지만 움찔 어깨를 떨었다.) 슈테른..?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은 몸통 양옆에 집게발이 붙어있습니다.
 
사용할 때만 길게 빼내는 구조인 걸까요?
 
기계장치 시종에게 '슈테른'이라고 불렸던 사람은 당신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후 기계장치 시종은 바퀴를 돌돌 굴려 왔던 문 너머로 돌아갑니다.
 
그는 시종을 따라가며 입을 엽니다.
 
??:30분 뒤에요. 먼저 가 있을 테니 늦지 않게 오세요.
 
그 말을 들은 시아록, 지능 판정.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는 당신을 꽤 익숙하게 대하며,
 
기계장치 또한 그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저들의, 이 열차의 주인이라도 되는 걸까요?
 
확실한 건 그는 자신에 대해, 그리고 이 열차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가 떠나면서 남긴 말은, 분명 직접 찾아보라는 말이었죠.
 
이 서고 안에 무언가 힌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 사람이 알려주지 않았던 것들 말이에요.
 
시아록:(자리를 뜨는 상대를 물끄러미 보다가 문이 닫히는 걸 보고서 어깨가 느리게 이완되었다. 이 좁은 칸을 다닥다닥 채운 책들을 찬찬히 눈으로 훑었다.)
 
서고의 책을 찾는 데에는 자료조사 판정이 필요하며,
 
당신은 30분의 시간제한 속에서 최대한 정보를 찾아내야 합니다.
 
이럴 땐 막연하게 아무 책이나 뒤지기보다는,
 
무엇에 대한 책을 찾을지 정해 놓고 움직여야겠죠.
 
1회 자료조사를 시도할 경우 5분이 소요되며,
 
판정에 실패할 경우 5분을 추가로 소모합니다.
 
그럼, 무엇에 대해 찾아볼까요?
 
시아록:(열차인 건 알았다지만, '이 열차'에 대해선 자세히 모른다. 기록이 있으려나...)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책장에 비스듬하게 꽂힌 종이 뭉치 사이에, 마침 지도가 있습니다.
 
일부만 있는지 찢어진 흔적이 보이네요.

핸드아웃: 순환 열차의 지도

 

아래에는 짧은 메모가 적혀 있다.

「당신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부디 예언을 따라, 순환 열차에서 당신의 의무를 다해주길 바랍니다.
- 635년 03월 17일. 테일러 에반.」


 
시아록:(일부러 찢어진 건지, 아님 실수로 찢어진 건지 알 수 없는 지도를 꺼냈다.)
(적힌 메모를 손으로 따라 읽었다.) 희망. 예언. 의무. 635년. 테일러 에반.
(아무것도 기억나지도 않으니 그저 문장 그대로 읽는 거말고는 없었다. 예언에 대해 찾아볼까.)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두꺼운 예언서를 찾아냅니다.
 
지은이는 테일러 에반.
 
오래된 책이어서인지 뽑자마자 분리된 페이지가 후드득 떨어져 내립니다.
 
세 페이지 정도 외에는 손상이 심해 제대로 읽을 수도 없네요.
 
남은 것이라도 읽어본다면 남은 시간을 모두 소요합니다.
 
읽어볼까요?
 
일부만 읽으려면 그럴 수도 있겠군요. 더 찾아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시아록:(관리라곤 안 되었던 듯 읽을 수 있는 세 페이지 외에는 알아볼 수도 없는 것 같아 읽을 수 있는 부분만 읽어보기로 한다.)
 
팔랑, 팔랑, 낡은 문서가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오래된 책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핸드아웃: 테일러 에반의 예언서 1P

 

…썩은 땅에는 작물이 자라지 않았고, 그곳에서 살던 자들은 병을 얻어 죽어갔다. 이 최악의 재앙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최후의 도시로 모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인구가 과포화된 도시 또한 다른 방식으로 멸망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모든 이가 가난했기에 고통스러웠기에 남을 상처 입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곧 축복의 도시는 곧 가난과 기아, 범죄의 도시가 되어, 이 땅에 사는 모든 인간의 목표는 곧 생존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신의 자비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인가?



핸드아웃: 테일러 에반의 예언서 2P

 

더는 우리가 하늘이라 부르던 풍경을 볼 수 없다. 텅 비어버린 거대한 공동은 별도 달도, 해도 비추지 않은 채 그림자만을 뿜어낸다. 햇빛 대신 그림자를 빨아들인 땅은 이치에서 벗어났기에 썩어갔으며, 그 품에 안겨 있던 모든 생명은 독기를 얻어 시들어 죽어갔다.

이 모든 건 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계를 구성하며 지탱하던 자들이 이 별을 떠났기에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에게 기생해 살아가고 있는 별을 버리는 것은 그 땅 위에 사는 자들에겐 어떤 이유를 대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겠으나, 신들은 이유를 알려준다는 작은 자비조차 베풀지 않았다. 생명은 자신들이 왜 죽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아직 떠나지 않은 신을 붙잡으며 애원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제 죽음을 재촉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그저 존재할 뿐인,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 신을 붙잡아둘 방법은 없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이 땅에 기생하여 살아가고 있는 벌레와 같으니.

아직 남아있는 신들까지 전부 떠나고 나면 생명이란 개념은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그런 최후의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지막까지 그저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런 인간에게 마지막 예언이 내려왔다.



핸드아웃: 테일러 에반의 예언서 3P

 

…순환 열차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 열차에 올라타고 싶어 하는 인간은 많았으나 우리는 예언에 따라 선택받은 한 명만을 열차에 태웠다. 가장 아름답고 우수한, 사랑받아 마땅한 인류의 결실. 그가 승차한 열차가 달리는 한 등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며, 등불이 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최악의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인류 최후의 예언이리라.


 
시아록:(겨우 읽을 수 없는 페이지만 읽었으나 여언의 문장은 몰이해만을 불러왔다. 무슨 희망? 단 한 사람에게서? 떠나는 신이란 것도, 썩어가는 땅도, 죽어가는 모든 생명도 본 적 없고 여전히 아는 거라곤 제 이름 하나뿐이나 그들이 원하는 게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알 것 같았다. 최악에 줍는 희망에 의미가 있나. 모로 기울인 고개짓으로 차갑게 책을 닫았다.)
 
책을 덮으면 열차 전체에 거친 벨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찢어지고 갈라지는 멜로디는 음악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네요.
 
자신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습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귀를 틀어막고 몸을 웅크렸다.)
 
그 상태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벨 소리는 멎고,
 
스피커에서 기계음이 섞인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아까 말했던 식사 시간이 다가온 걸까요?
 
당신도 식당으로 향하는 게 좋겠습니다.
 
시아록:(겨우 그친 듣기 싫은 벨소리를 털어버리듯 고개를 흔들고는 느리게 몸을 일으켜 아까 전 그들이 나갔던 문으로 발을 옮겼다.)
 
구분선
 
복도
 
당신은 서재를 빠져나와 긴 복도를 걷습니다.
 
복도의 한쪽 벽 전체를 차지하는 창문 밖은 여전히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낮이 찾아오지 않고 썩어버린 땅.
 
그곳을 지나고 있다면 딱 지금과 같은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세계는 정말 멸망한 걸까요?
 
큰 창문의 반대편에는 두 개의 문이 달려 있습니다.
 
지도에서 각각 Room 1, Room 2라고 적힌 곳인 것 같아요.
 
둘 다 창문에 커튼이 쳐져 있어 안쪽을 엿볼 수 없습니다.
 
큰 방의 문에는 어째 튼튼해 보이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군요.
 
어디로 향할까요?
 
시아록:(문을 잠가둔 자물쇠를 힐끗 쳐다봤다가 이내 다시 발을 앞으로 옮겼다. 지금은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가던 길에 발을 올려, 식당 문을 열면...
 
구분선
 
식당
 
정 가운데에 놓인 테이블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방이 나옵니다.
 
정말 제 원래 용도에 충실하군요.
 
혼자 식사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너무 비어있는데요.
 
가운데 놓인 테이블의 건너편에는 아까 봤던 그 사람이 앉아있습니다.
 
맞은편에 놓인 의자 옆에는 곰 인형 하나가 기대어 앉아있고,
 
서재에서 봤던 기계장치 시종 셋 정도가 테이블로 음식을 나르고 있습니다.
 
이 열차에 저 고철 덩어리가 몇 개나 있는 걸까요?
 
당신이 들어온 것을 본 슈테른은 고개를 까딱이며 말합니다.
 
??:앉으세요.
 
시아록:(옮겨지는 접시들을 보다가 식탁에 앉았다.)
 
의자에 앉은 시아록, 건강 판정.
 
시아록:
건강
기준치: 75/37/15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침 가벼운 공복이 느껴집니다.
 
뭐라도 먹을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이 열차에서 깨어난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요...
 
바깥이 어두침침하기만 하니 시간의 흐름조차 모르겠군요.
 
테이블 위에는 간소한 음식이 차려져 있습니다.
 
김이 올라오는 스테이크와 콘 스프,
 
구운 것으로 보이는 통감자군요.
 
부드러운 음식 냄새가 당신의 식욕을 자극합니다.
 
시아록:(음식의 냄새를 맡고서야 허기짐을 느낀 듯 위가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 접시 위 음식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당신이 음식을 바라보고 있으면 건너편의 그, 슈테른?이 당신을 힐끔 바라보더니 이내 식사에 손을 댑니다.
 
통감자와 스테이크를 칼로 잘게 자르고 입에 떠넣습니다.
 
식사를 할까요?
 
시아록:(그가 먹는 걸 보고서는 따라서 천천히 행동했다.)
 
어미새를 따라하는 아기새처럼 천천히 식사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썰어 입에 넣은 당신은 실망하게 됩니다.
 
스테이크에서는 고기 비린내가 나고,
 
스프에는 딱딱한 옥수수 알갱이가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감자는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포크가 들어가지도 않는군요.
 
접시를 들여다보는 당신은, 시아록, 관찰력 판정.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미책 (GM):...?
 
하늘:(아니 고작 접시 보면서 뭔 대성공..)
 
미책 (GM):갑자기 개안했어
 
스테이크에서 나는 고기 비린내가 오래된 냉동고기 냄새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그것도 보관한 지 십수년은 된 것 같아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 식탁 위에 신선식품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전부 고철 덩어리도 요리할 수 있는 냉동음식이나 간편음식 뿐입니다.
 
맞은편의 슈테른은 익숙하게 고기를 잘라 먹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런 음식만을 먹으며 지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아록:(맛이 없다고 한정된 자원 안에서 투덜거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천천히 음식을 씹었다.)
 
??:궁금한 점은 없어지셨나요. (식기를 내려놓고 물로 목을 축인 뒤 얘기한다)
 
시아록:(잠시 고민하는 듯 눈동자가 움직였다.) 궁금한 건 계속 더해지지 않을까..
 
??:...저는 이후에도 일정이 있으니, 질문이 있어도 대답해드릴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조금 이르게 식사를 마치고 입가를 냅킨으로 닦는다)
 
시아록:(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서 식사를 마쳤다.)
 
??:(옆에 놓인 곰인형을 쳐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든다) ...저는.
저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나요? (관심이 있어서 묻는 건지, 무언가 파악하기 위해 묻는 건지, 모호한 질문이다.)
 
시아록:(정말로 생각지도 않은 물음에 놀란 듯 동그래진 눈이 몇 번이고 깜빡였다. 그러고는 몇 차례의 호흡과 함께 아까의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생각이라도 하듯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였다.)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요.
(정말로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고작 한 두번 본 걸로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제 머릿속은 여전히 안개속에 쌓여있을 뿐인데, 누군가를 판단하고 있을 기준점도 없었다.)
 
??:...그런가요. (평가가 어떻든, 대답은 그 몇 글자가 전부다. 긍정적인 말을 뱉었어도, 부정적인 말을 뱉었어도 비슷했을 거란 예감이 든다.)
이 열차가 어디로 가면 좋겠어요?
기억나는 건 있나요? 열차에 대해서, 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시아록:(몇 번이고 다시금 눈을 깜빡이며 말을 듣고 있다가 느리게 물음에 대답했다.)
나는 이 열차가 어디로 갈 수 있는지도 몰라.
그리고 다른 것들도 몰라. 기억도 아무것도 안 나고.
 
??:......(이어지는 대답에는 눈이 더 내려앉는다. 다시 한숨을 뱉는다.) 역시 그렇군요.
기대하지 않는 게 더 좋을 거에요. 어차피 당신은 이 열차에서 내릴 수 없거든요.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입을 굳게 다뭅니다.
 
식사를 마치고 배가 부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테이블에는 금이 가 있고 바닥에 깔린 카펫은 크게 찢어져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되어 생긴 흔적 같진 않은데요.
 
시아록:(말을 가만히 되씹으며 이해하다가 다시금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자신이 여기서 내린다고 무얼 한단 말인가. 아까 읽은 책에서도 밖은 죄다 썩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가 묻고서는 지레 겁먹은 듯, 저는 생각지도 않은, 다시금 돌아오는 대답들을 가만히 들었다. 그의 생각이 어딘지 읽히는 듯해서..)
이거 부서졌나봐. (테이블의 금과 찢어진 카펫을 가리키며 지금까지와의 이야기와는 동떨어진 엉뚱한 말을 내놨다.)
 
??:(그 말에 잠시 곳곳에 퍼진 흔적들을 바라보곤) 당신이 그랬어요.
 
시아록:내가? (이거야말로 정말 의문이 드는 말이었다.)
왜?
 
??:......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이내 입술을 감쳐물곤 고개를 앞쪽 문으로 향한다)
그건 직접 떠올려 보세요.
 
시아록:그래. (제대로 돌아온 대답은 아니었으나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내가 서재에 있어도 될까?
 
??:하고 싶은 걸 하세요. 말리지 않을 테니.
 
조용하게 대답한 그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앞쪽의 문으로 향합니다.
 
다시 혼자 남겨졌네요.
 
이제 무엇을 할까요?
 
시아록:(그가 나가는 걸 끝까지 보다가 테이블의 금과 찢어진 카펫을 한 번 더 눈으로 확인하고는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아까 방.. 잠겨있던데..
 
자물쇠가 채워진 방 앞을 서성이고 있으면,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안쪽에서 미묘한 냄새가 맡아집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것뿐,
 
단단하게 잠긴 방은 무슨 수를 써도 열리지 않는군요.
 
시아록:(결국 열리지 않는 방은 포기하고서 서재로 돌아왔다.)
 
책으로 빽빽했던 칸으로 돌아옵니다.
 
무언가 찾고 싶은 게 있나요?
 
시아록:지금은 몇년 몇월이지. (서재를 돌아다닌다.)
 
오늘의 날짜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서재임에도 책상도, 캘린더도 하나 없거든요.
 
하긴 이 좁은 칸에 책장과 함께 그런 가구까지 들여놓기란 어려웠겠죠.
 
시아록:(원하는 정보는 없어서 단념하고서 혹시나 있을까 해서 슈테른이나 시아록이란 이름이 들어간 자료를 찾는다.)
 
시아록이라는 이름을 찾으면, 사전에 비슷한 단어가 있긴 합니다.
 
cyanide.
 
인간을 단숨에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극독의 이름입니다.
 
...설마 이런 게 이름의 유래는 아니겠죠. 그래야 합니다.
 
그리고 슈테른이라는 이름에 대해 찾으면,
 
비슷한 단어가 언급되는 신문 조각을 발견합니다.
 
어찌나 낡았는지 종이가 거의 삭아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읽으려면 이성 판정이 필요합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나마 남아있는 글자를 겨우겨우 해독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보면...

핸드아웃: 옛날의 신문

 

〈인류의 ■실, 슈테른〉


모든 ■■■ 위■ 열차에 오를 ■■이 선■■■다. 그의 ■름은 프루헤 슈테른. 인류 최후의 ■■■ 받아 열차■ 올라타는 그를 “신■ ■■”라 부르■ ■■ ■■다. 하얀 ■을 입고 ■■■ 올라■ 그는 ■■■ 영원히 신■ 함께■■ ■■■■■이다. 하지만 이 ■■ ■■■ 부■■■로 바■■■ 자 ■■ 분명 존재■다. 그가 자■■ 의무를 ■■고 열차■■ 뛰■■■■■도 ■■, ■■는■■ 썩어■■ ■ ■에서 ■■■게 될■■ ■■다. 그■기에 열차에 ■■ 기계 ■종의 수를 늘리자■ 의■■ 점■ ■■■며….


 
시아록:(읽을 수 없는 글자들을 넘기거나 혼자 상상해 끼워보거나 하며 띄엄띄엄 읽어내렸다.)
프루헤 슈테른. (아마도 열차에 혼자 올라탔을 '그' 사람. 그렇다면 저는 여기 왜 있지?)
 
알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이름이 '프루헤 슈테른'이었다는 것밖에는 없군요.
 
그가 신문에 날 정도로 유명인이었다는 것도요.
 
열차에 오를 수 있는 선택받은 한 명이었기 때문이겠죠.
 
책도 찾아봤겠다, 이제 무엇을 하나요?
 
시아록:(아는 게 없으니 혼자서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벅찼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열차가 어느 노선을 따라 이동하는지 궁금해졌다.)
 
열차의 노선도를 찾아보면,
 
이 땅의 지도가 나옵니다.
 
열차는 전국에 깔려 있어 모든 땅을 한 바퀴씩 돌고 있습니다.
 
타고만 있어도 세계 일주가 가능하겠군요.
 
이렇게까지 선로를 길게 이어둔 이유가 있을까요?
 
또 찾아보고 싶은 게 있나요?
 
더 용건이 없다면, 다른 칸을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아록:(세계를 다 돌게 만드려는 듯한 노선도는 의도를 알 수 없으며 지역을 읽어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다시 지도를 덮어 책장에 꽂아넣었다. 더이상 새로운 궁금증은 떠오르지 않아서 서재를 빠져나가 앞으로 가보기로 한다.) 아까 슈테른,이 나갔던 곳이지..
 
그가 나간 문 쪽으로 가면 잠겨 있습니다.
 
방해하지 말라는 어떤 말이 차가운 금속을 타고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안 가본 곳은...
 
시아록:아까 방도 잠겨있고.. 식당도 별로 볼 건 없지 않나... (덩그러니 남겨진 곳에 길잃은 미아가 된 기분으로 느리게 서성거렸다.)
 
식당을 나와 할 것 없이 돌아다니고 있으면,
 
문득 잠긴 방 옆의 문이 눈에 띕니다.
 
저길 들어가봤던가?
 
시아록:어, 여기도 문이 있네. (자세히 안 봤던 모양이다. 손잡이를 잡아 열어본다.)
 
구분선
 
ROOM 1
 
당신은 열려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갑니다.
 
1인용 침대와 작은 책상만 놓여 있을 뿐인데도 방이 꽉 찬 느낌이네요.
 
시아록:(정말 작은 방이라서 두리번거릴 것도 없이 문간에 서서 보기만 해도 한 눈에 들어왔다. 책상에 가까이 다가섰다.)
 
책상 위에는 몇 권과 잉크, 펜이 가지런하게 올려져 있습니다.
 
시아록:(책상 위의 책에 저도 모르게 손이 갔다.)
 
동화와 추리소설, 시집 등 장르 불문 쌓여 있는 책 사이에 캘린더가 끼어있습니다.
 
하긴 그래도 사람이 사는 열차 안인데 달력 하나 없는 건 좀 이상했죠.
 
시아록:어, 달력.. (서재에서도 찾던 걸 발견한 탓에 캘린더부터 들어올렸다.) 오늘 몇년 몇월이야...
 
숫자 카드를 끼워 년도와 날짜를 표시하는 아날로그 캘린더네요.
 
그렇게 만들어진 날짜는 1543년 03월 15일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걸 본 당신은, 지능 판정합니다.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서재에서 읽었던 예언서의 년도는 분명 635년이었음을 떠올립니다.
 
이게 최신 날짜를 표시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예언이 내려진 후, 거의 천년 가까이 지난 셈이네요.
 
시아록:이게 맞는... 년도인가? (당황스러워하며 캘린더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글쎄요. 캘린더에 더 볼 것은 없습니다.
 
시아록:(혼자 생각해봤자 사실 자신은 하나도 아는 게 없으니 제가 생각하는 것조차 전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약한 한숨을 내뱉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여전히 발이 시려서 침대에 발을 올리진 않았지만, 바닥에선 발을 뗐다.)
 
하얀 시트와 베개가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는 차게 식어 있습니다.
 
침대 자체에는 별것 없습니다만,
 
침대에 앉으니 천장에 붙어있는 흰 종이가 눈에 들어오네요.
 
시아록:(숨기자는 의지가 미약한 건지, 아니면 잠들기 전 새로 다짐하기 위한 위치인지 알 수 없는 천장의 흰 종이를 자리에서 일어나 쳐다보았다.)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신께 감사를 올리는 기도문처럼 보이는군요.
 
다 읽고 나면, 지능 판정합니다.
 
시아록: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신은 모두 떠났다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종이를 뒤집으니, 뒷면에도 글씨가 있습니다.
 
앞장의 정갈한 글씨와는 다르게 휘갈긴 듯한 필체입니다.
 
마치 글씨가 비명을 지르기라도 하는 느낌.
 
시아록:(신을 향한 기도문도, 비명을 지르는 듯한 문장도 읽을 수록 전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떼어낸 종이는 접고 접고 또 접어서 더이상 접히지 않을때까지 접어 책상 위에 던지듯 올려두었다.)
 
보기 싫은 것처럼 종이를 구기듯 접어 올려두면,
 
문득 발치에 무언가 채입니다.
 
작은 은색의 열쇠입니다.
 
시아록:(허리를 숙여 열쇠를 주웠다. 잠긴 자물쇠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그 열쇠가 맞을까. 다시 발을 끌며 잠긴 방으로 향했다.)
 
잠긴 문의 자물쇠에 꽂아넣으면,
 
공교롭게도 완전히 맞아떨어집니다.
 
달칵, 문이 열립니다.
 
시아록:(문 앞에 서서 문만 열었다.)
 
안쪽은 불빛 하나 없이 어둡습니다.
 
들어가볼까요?
 
시아록:(불 켤 수는 없나. 문 앞에서 발을 떼지 않고 기웃거린다.)
 
스위치는 안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아록:(방 안으로 들어서 벽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았다.)
 
구분선
 
ROOM 2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복도의 전등이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꺼지고
 
당신은 암흑 속에 갇힙니다.
 
방 안으로 한발 한발, 내딛던 당신은 물컹하고 딱딱한 무언가를 밟습니다.
 
맨발을 타고 전해져오는 섬뜩하고 차가운 감각에 쭈뼛, 머리카락이 곤두섭니다.
 
시아록: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발을 타고 전해지는 기묘한 감각에 이를 악물고 디딘 발을 물렸다.)
rolling 1d6
 
(
6
 
)
 
 
=
6
 
문 근처의 벽을 더듬어보면 금방 스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급하게 누르면 팟, 하고 불이 켜져 시야가 하얗게 번득입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던 당신은 조심스레 다시 눈을 뜹니다.
 
정확히는 시체 더미입니다.
 
열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더는 생명이라 부를 수 없는 차갑게 식은 고깃덩어리들.
 
큰 방의 한 벽면을 전부 뒤덮다 못해 아래로 굴러떨어진 것도 있으며,
 
아래에 깔린 것들은 하중으로 인해 짓눌려 찌부러졌습니다.
 
그 탓에 시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군요.
 
거대한 생명체처럼 뭉쳐있는 시체 더미를 보며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시아록:(입 안을 차오른 마른침으로 겨우 목을 적시며 공포에 질린 것과 다르게 눈이 시체들을 훑었다. 아니, 떨어지지 않았다.)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5
 
(
1
 
)
 
 
=
1
 
시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당신은, 시아록, 관찰력 판정.
 
시아록:
관찰력
기준치: 90/45/18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시체의 얼굴이 모두 같으며,
 
그것은 아까 거울 파편을 통해 들여다봤던 자신의 얼굴이라는 것을요.
 
일순 자신과 같은 색의 무감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시아록:아... (토할 것 같은 기색을 참으며 뒷걸음질쳤다.)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rolling 1d5
 
(
3
 
)
 
 
=
3
 
그때 스피커가 울립니다.
 
점심 식사에 초대하던 안내 방송과 같은 볼륨으로 크게 울리는 전자음.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멜로디.
 
이어서 기계음의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집니다.
 
터널이라니요? 이게 무슨 소리죠?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창문 밖에서 빛이 쏟아집니다.
 
인공적인 조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광,
 
눈이 부신 태양의 빛입니다.
 
그리고 하얗게 물든 시야를 간신히 회복한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빛 아래 서 있는 수백 명의 인간입니다.
 
열차 이미지
 
Hallelujah!
 
시아록:어...?
 
환호하는 자, 울고 있는 자, 감동한 얼굴로 기차를 향해 팔을 뻗는 자,
 
깃을 흔들며 무언가 외치고 있는 자…
 
갖 인간들이 금방이라도 기차를 덮칠 것처럼 환호하며 함성을 내질러,
 
시아록:(황망한 표정으로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열차 안의 당신에게까지 닿습니다.
 
열차는 멈추지 않고 그런 그들의 곁을 빠르게 달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열차를 따라 달리다 넘어지고도 활짝 웃는 어린아이를 봅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찬란한 햇빛과 푸른 땅.
 
멈추지 않고 정차 역을 지나는 열차.
 
감격스러운 얼굴을 가진 수많은 사람.
 
살아 숨 쉬는 인간들.
 
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창 밖의 풍경에 놀람을 금치 못하는 당신은,
 
시아록: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돌아볼 틈도 없이 뒤통수를 가격하는 강한 통증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당신은 통증 속에서 겨우 눈을 뜹니다.
 
뿌연 시야 속에서 붉은 액체가 바닥에 퍼지고 있습니다.
 
몇 번 눈을 깜빡이며 초점을 맞추던 당신의 시선이
 
뒤통수가 깨진 자신의 시체에 닿습니다.
 
마치 지금의 당신 같은 모습이군요.
 
하얀 구두를 신은 사람이 다가옵니다.
 
겨우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둔기를 들고
 
차가운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슈테른이 보입니다.
 
대체 왜?
 
당신은 그런 의문을 발설할 힘조차 없습니다.
 
그저 눈을 깜빡이며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의식을 붙잡고 있을 뿐입니다.
 
시아록:(흐린 시야로 당신과 마주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는 시선이 맞붙자마자 고개를 바닥으로 처박습니다.
 
어쩐지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기분이 듭니다.
 
슈테른:어차피 당신은...
 
라고 하는, 악문 이 사이로 흘러나오는 절규 같은 것.
 
이윽고 슈테른은 다시 피 묻은 둔기를 높게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몇 번의 둔탁한 타격음이 열차 안에 울려 퍼집니다.
 
……
 
……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울림. 희미하게 들리는 모터 소리.
 
오직 침묵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음들이
 
바닥에 누운 당신의 귀를 끊임없이 두드립니다.
 
천장에 달려 흔들리는 전구는 홀로 깜빡깜빡.
 
그 아래에 앉은 누군가는 당신을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군요.
 
당신은 싸늘한 시선 아래서 흐리게 점멸하는 전구에 맞춰 눈을 깜빡입니다.
 
그것은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흐릿한 빛을 발하는 전구는 흔들, 흔들.
 
당신은 그 소리에 맞춰 눈을 깜빡, 깜빡.
 
깜빡, 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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