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탐험록/천해&문규

[천해&문규] 만월의 불꽃놀이

퍄퍙책미 2022. 9. 13. 00:08

KPC 천해     PC 서문규

날짜 2022.03.04 ~ 2022.04.01

플레이타임 총 26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없음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 스포방지 쿠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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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자 사전 설정

 

 

서문규

17세, 고등학교 1학년


시월 고등학교의 학생.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표대로 쳇바퀴 굴리듯 생활하며, 딱히 취미가 없어 여가시간에도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합니다(보통은 이걸 취미라고 하지만 본인은 모름).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와 일대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서나 큐레이터를 동경합니다(보통 이걸 장래희망이라고 하지만 본인은 모름)

어딜 가든 메모용 수첩과 펜을 수중에 지니고 다닙니다. (지금은 가방에 넣어두고 와서 없다는 모양입니다)

평소에 곧잘 쓰고 다니던 손목시계와 머리끈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하네요. 어딘가에 떨어트리기라도 한 걸까요?

- 겉보기

주변으로부터 고지식하고 재미없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

- 성격
비관적인/계산적인/탐구적인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합니다. 당황하면 말이 많아집니다.

- 소중한 물건들
동그란 방울이 달린 목걸이. 무슨 용도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으니 중요한 물건이라 생각하고 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면 딸랑, 소리를 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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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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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하게 낯선 목소리가 머리맡에 앉아 자장가를 불러주듯 나직하게 들려옵니다.
 
목소리는 소음에 묻혀 차츰차츰 사라져버립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그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아주 어수선합니다.
 
앳된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그러니까,
 
서문규: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여전히 의식이 수면 아래 잠긴 듯 몽롱합니다.
 
목소리는, 당신에게 피하라고 하는군요.
 
근데 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면
 
위에서부터 추락하는 육중한 크기의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몇 층 위에서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두 명의 동급생이 보입니다.
 
서문규:(...이게 무슨? 당황스러운 상황의 연속에 눈만 찌푸리다 겨우 몸을 움직인다. 어쩐지 방금까지 잠에 빠져있던 것처럼 제 의지대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몽롱한 정신속에서도 다급하게 몸을 옆으로 날립니다!
 
쿵!!!
 
육중한 소리에 연이어 무참하게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당신은 반사신경을 발휘해 추락하는 간판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학생들은 놀라서 당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말을 걸며 옷을 털어줍니다.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괜찮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문규:(눈앞이 아찔한 상황이라 거의 죽을 힘을 다해 피한 것 같다. 그러니까... 분명 여름을 맞아 문화제가 열렸는데, 뭔가 사고라도 난 건가?) (일단 사람들을 물리고 상황 파악을 위해 주변을 둘러봅니다.)
 
사람을 물리고 고개를 들어 간판이 떨어진 위층을 올려다보니,
 
옥상 위 작고 검은 그림자가 날쌔게 자취를 감춥니다.
 
그리고 곧 두 명의 학생이 당신에게 다가와 연신 사과합니다.
 
학생:정말 미안해! 달고 있던 간판이 갑자기 그쪽으로 떨어질 줄은...
다치진 않았어? 보건실은 안 가봐도 괜찮아?
 
서문규:일단은 괜찮습니다. (설마 문화제 중에 간판에 압사당할 뻔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지만... 몸을 일으켜보고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마저 할 일을 하러 간다.)
(범인이 있는 것 같은데, 경찰이나 선생님을 불러오는 게 효과가 있을까요? 지능 판정 요청합니다.)
 
서문규: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신 사과하는 학생들도 갑자기 간판이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입니다.
 
처참한 몰골로 망가진 간판은 당장 기간을 맞추기엔 촉박해 보입니다.
 
사고를 친 당사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잔뜩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간판이 떨어진 건지 살펴봐도 좋을 거 같네요.
 
서문규:(... 학교가 언제부터 이렇게 위험한 곳이었지?) (간판이 왜 떨어진 건지, 이 간판처럼 떨어질 우려가 있는 간판이 있는지 살펴본다.)
 
서문규: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처참한 간판을 살펴봅니다.
 
간판의 연결부에서 부자연스럽게 강한 힘으로 간판이 뜯겨 나간 자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억지로 간판을 뜯어내다니...
 
대체 누구의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시일제는 당장 내일이니 당장 준비할 일도 산더미인데!

 

✿✿✿

핸드아웃: 시일제


매년 시일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유서 깊은 축제입니다.
이틀간, 시일제에서는 학년, 학급, 동아리마다 각양각색의 부스를 준비해 초대받은 외부인들에게 선보입니다.

그 규모와 완성도는 지역의 자랑거리로 여겨질 정도로 훌륭하다네요.
성공적인 시일제의 개최를 위해 시일고는 지역의 여러 가게들에게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홍보 팜플렛이 붙어 있습니다.

탐사자는 제비뽑기에서 꽝을 뽑아 축제 준비 위원회에 선발되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즐거운 일도 분명히 있었지만, 잦은 회의와 육체적인 노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제 한 달 전부터 계속되는 회의와 시험공부, 동아리 업무...

탐사자의 몸과 정신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죠.
잠시 정신이 멍해진 것도 과로가 원인일 게 뻔합니다.

✿✿✿

 

 

✿✿✿

핸드아웃: 시일제의 불꽃놀이


마지막 날 축제가 끝날 때 터뜨리는 폭죽은 유명한 장인의 것이라 대단히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시일제의 불꽃놀이에는 특별한 전설이 있습니다.

축제의 마지막 불꽃은 재회의 상징, 굳건한 지표로,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합니다.

멋진 전설과 아름다운 불꽃.
이제는 시일제의 상징이 되어버린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서문규:(...아까의 상황을 생각하면 과로 때문이라기보다는 주마등에 더 가깝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만 털어내고 일어난다. 고의로 뜯어낸 기색이 역력한 간판을 보면 선명한 살의에 잠시 할 말을 잃는다.) ...머리가 깨지는 건 이제 사양인데...
(잠시 안전을 위해 실내로 대피해야 할지, 똑같이 과로 중인 학생들 무리에 끼어야 할지 고민한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보건실이나... 아무튼 생각하기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자신 때문에 다른 학생도 위험한 일에 휘말릴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학생들은 미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네요.
 
보건실에 가겠다고 하면, 직접 안내까지 해줍니다.
 
정말 미안한 모양입니다.
 
보건실에는 보건선생님이 계십니다.
 
학생들의 부축(?)을 받고 들어오는 당신을 보고 놀란 표정이 되네요.
 
보건 선생님:어머, 어디 다쳤니?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서문규:1학년 A반 ○○번 서문규입니다. 축제 때 매달을 간판이 추락해서 깔릴 뻔 했습니다. 잠시 쉬다 가도 괜찮을까요?
(주변 학생들에게는 현장부터 수습해달라고 부탁하며 돌려보낸다. 거듭 괜찮냐고 묻는 통에 여러분이 더 큰일난 거 아니냐고 대꾸한다(...))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사과하고 다시 축제 준비를 하러 갑니다.
 
보건 선생님:어머, 많이 놀랐겠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나 보구나. (혹시 까진 곳이라도 있나 확인하고 비어있는 침대로 안내합니다) 여기서 좀 쉬다 가.
 
보건 선생님은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주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갑니다.
 
놀란 가슴도 진정시킬 겸, 잠시 쉬는 것도 좋겠네요!
 
그렇게 잠시 보건실 침대에 몸을 눕히려고 하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위원회장:문규야!!! 서문규!!!!!!! (쿵쾅거리며 보건실로 들어옵니다)
야, 너 괜찮냐?!
 
보건실의 평화를 깨트리는 건, 2학년 위원회장 선배입니다.
 
서문규:(안정을 취하고 있는 거 안 보이십니까? 라고 한 마디 하려다 위원회장인 걸 보고 참는다.) 보건실이니 정숙해 주세요.
제가 아니어도 누가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범인은 잡혔습니까? 억지로 뜯어낸 흔적이 훤하던데요. (차를 들자 김이 서리는 안경을 벗어 닦았다.)
 
위원회장:(정숙하라는 말에 입을 다물고 보건 선생님의 눈치를 한번 봅니다) 너 죽을 뻔했다며. 괜찮냐?(소근)
...아, 그거. 우리가 올라가 봤는데 이미 도망갔는지 없더라. 그 간판 매달았던 얘들도 누가 그런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하고. 바빠죽겠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근데 심하게 다친 건 아니지...? (기웃거리며 문규 살펴봅니다)
 
서문규:(...표정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입으로. 그리고 타인의 입으로 죽을 뻔했다는 얘기가 나오면 숨이 덜컥 막히는 느낌이 든다. 컵에 든 차가 사정없이 떨리는 게 느껴져 그냥 내려놓았다.)
(살인 미수 정도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지 않나 싶지만, 지금 뒤져봐야 증거도 없을 거고 무엇보다 일이 커지는 걸 학교 측에서 원할 리가 없겠지... 차는 마시지도 않았는데 입안이 쓰다.) 축제 준비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차라리 다쳤으면 이런 축제 준비도 중단됐을까? 싶지만 역시 입 밖에 꺼내진 않는다) 멀쩡합니다. 그러니 앉아서 축제 준비 현황이나 물어보고 있는 거겠죠.
 
위원회장:(떨리는 컵 보고 애써 웃습니다) ...하하, 그래도 하늘이 도왔다. 정말 까닥했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그럼~ 축제 준비야 별일 없지, 간판 떨어져서 거긴 좀 비상인 거 같지만. (으쓱하고는 문규의 등 토닥여줍니다) 오늘은 우리가 마무리할게. 넌 일찍 들아가서 쉬어.
 
서문규:(조퇴하라는 제안에는 단호하게 손을 내젓는다.) 5분... 아니 10분 뒤에 돌아가겠습니다.
실내 쪽에서 일하면 최소한 간판에 맞아서 죽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통보하듯 말하고 이만 침대 위에 눕는다. 알람을 맞추려 습관적으로 손목 쪽에 손을 댔다가, 텅 빈 손목을 보고 어색하게 거두었다.)
 
위원회장:... 그, 그래? 역시 내 후배다! 역시 시일 고등학생이야!! (더 일하고 가겠다는 말에 표정 점점 밝아지더니 호탕하게 웃습니다) 그럼 쉬다가 위원회실로 와!
 
위원회장은 밝은 목소리로 당신과 보건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보건실을 나갑니다.
 
분명 큰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준비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보건실 창 밖으로
 
풍선과 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깃발이 늦여름 바람에 나직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입니다.
 
일기예보에선 이번 주 내내 화창하다고 했으니
 
올해 시일제는 기대해봐도 괜찮을게 분명합니다!
 
서문규:(시일제고 맑은 날씨고 뭐고 만끽할 기력도 없다... 저 깃발을 만드는 데에 대체 몇 명이 매달렸던가 같은 생각만 하다 눈을 감는다.)
...아, 역사 동아리에서도 부스 준비한다고 했던가. (갑자기 눈에 빛이 돌아온다. 부스 준비는 힘들었지만 가지각색의 주제가 나올 건 기대된다.)
 
그렇죠.
 
저기 흔들리는 깃발에도 당신과 학생들의 피, 땀, 눈물이 서려있습니다.
 
역사 동아리에서도 분명 멋진 부스를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꽝을 뽑아 위원회에 들어오게 된 바람에
 
올해 축제에는 동아리 부스에 들를 시간조차 없을 거 같다는 거겠네요...
 
하지만 성공적으로 축제를 마무리한다면 분명 뿌듯할 거라고!!!
 
위원회장이 약 한 달 전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서문규:역시 조퇴할까...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약속했던 10분이 지나 위원회실로 향한다. 이렇게 노동착취를 일삼을 거면 돈이라도 주든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위원회실로 갑니다.
 
위원회실은 축제 막바지 준비로 정신이 하나 없습니다.
 
위원장은 현장으로 나간 건지 보이지 않고,
 
부위원장만 남아서 열심히 문서를 정리하고 있네요.
 
서문규:서문규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남은 업무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보기만 해도 정신 사나운 위원회실 속에서 제일 바빠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부위원회장:(문규가 부르는 소리에 올려봅니다) 아아, 마침 잘 왔어! 정신이 하나도 없네.
이것 좀 운동장으로 옮겨주고... 그 물풍선 부스 그쪽 알지? 거기로. 그리고 이 포스터도 마을에 붙여야 해. (문 옆에 있는 커다란 대야와 포스터 한 뭉치를 가리킵니다)
(벽에 걸린 시계 확인하고) 아, 포스터 붙이고 바로 집 가면 되겠네. 내일은 8시까지 와야 하는 거 알지?
 
서문규:(포스터를 모아 가방에 넣고 대야를 힘껏 든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포스터는 임의로 붙이면 되는 겁니까?
 
부위원회장:응, 최대한 많은 사람들 봐야 하니까 사람 잘 다니는 길로. 너무 다닥다닥 붙이지 말고. (물건을 챙겨드는 모습을 잠시 보고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대답합니다)
수고 좀 해줘~
 
서문규:(홍보지를 일일히 붙이는 것보다는 인터넷에 퍼트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지만, 자신도 어릴 적에 부모님과... 함께 홍보지를 봤던 기억이 있기에 말없이 챙긴다) 네, 감사합니다. (예의상 인사하고 대야를 옮긴 뒤 학교를 나선다)
 
아직은 아닐로그적인 위원회의 시스템.
 
그래도 선배가 시키는 일이니 하기로 합니다.
 
짐을 들고 위원회실을 나와 운동장에 대야를 전해주고
 
전단지를 붙이기 위해 교문을 나섭니다.
 
교문에 붙은 <시일제> 라는 또렷한 세글자가 적힌 플랜카드가 일그러졌다 펴지며 어느덧 축제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립니다.
 
아름답게 물들던 하늘이 색과 빛을 차츰차츰 빼앗기고,
 
돌아본 교실 창문도 불이 들어오네요.
 
서둘러 붙이고 집으로 가야겠습니다.
 
서문규:(밤이 저물어가는데도 변함없이 이 도시는 바쁘군...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빠지겠지.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하루였으니 빨리 쉬고 싶다. 최대한 효율적인 루트를 타고 전단지를 붙이며 집으로 향한다)
 
골목에 전단지를 붙이며 집으로 향하는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조곤조곤 대화하며 당신의 곁을 지나갑니다.
 
서문규: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괴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요.
 
요괴라니, 세상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건 전부 아이들을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부모들의 책략이 분명합니다.
 
서문규:(학교 축제 준비 현장에서의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무임금 노동착취만큼 괴담같은 이야기도 없을 텐데...)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새 초등학생들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려다 앞서가던 초등학생 둘을 불러세운다.) 저, 잠시만 실례합니다.
 
초등학생:에? 누구세요?!
 
서문규:근처에 있는 시일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이번에 저희 학교에서 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괜찮으시면 놀러와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전단지를 건넨다. 일거리도 줄고 나를 대신해 축제를 즐겨줄 사람도 찾고 일석이조인가?)
 
초등학생:시일제요? 우리 언니도 간대요! 저도 갈 거예요?! 학교 끝나고도 하는 거죠?!
오빠도 부스해요? 무슨 부스해요?!
 
서문규:오후... (몇 시까지 하더라? 텅 빈 머릿속은 과로의 폐해를 보여주는 듯 하다. 아무튼 간단한 정보를 안내해준다)
저는 축제를 준비하고 담당하는 역할이라, 거의 모든 부스 준비를 돕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와! 진짜요!?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봅니다) 저 친구들한테도 줄래요. 몇 장 더 주세요!
 
서문규:아...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단지를 넉넉하게 집어 건네고는) 부모님이 걱정하실 테니 어서 돌아가보십시오.
 
초등학생들은 전단지를 받아 꾸벅 인사만 하고 신나서 뛰어갑니다.
 
구경꾼도 모으고 전단지도 줄이고 일석이조였네요!
 
그렇게 전단지를 붙이며 골목을 나가면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져있습니다.
 
마지막 전단지를 붙이고 집 앞에 골목을 지나가는데,
 
서문규:(전단지를 붙이다 말고 인기척 같은 게 느껴져 뒤를 돌아본다)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아까 아이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때문일까요...
 
오늘따라 골목이 더 으스스합니다.
 
서둘러 빠져나가고자 걸음을 옮기던 발에 묵직한 무언가가 턱, 하고 채입니다.
 
그와 동시에 끼잉! 하는 불쌍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요?
 
서문규:(유독 으슥하고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느라 굳어있다가, 발에 무언가 걸리면 답지 않게 깜짝 놀란다.)
무슨 소리지? (소리가 들려온 쪽을 살펴본다)
 
발 밑을 내려보면,
 
낡은 종이상자를 발견합니다.
 
종이상자 안에는 대충 구겨 넣어진 묘한 생김새의 동물이 있습니다.
 
붉은색 털을 가진... 강아지...?
 
종은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 다친 듯 힘없이 눈을 감은 채 쌕쌕거리고 있습니다.
 
서문규:(... 붉은 색... ... 강아지?) (눈으로 보고도 너무 느닷없는 등장에 한동안 멈춰 있는다)
...누가 버리고 간 건가. (동물병원에 데려다 줄 만큼 충분한 돈이 수중에 있는지 살펴본다)
 
서문규:
재력
기준치: 30/15/6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지갑 안을 보면 50000원이 들어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동물병원 비용 비싸다고 들었는데...
 
5만원으로 충분할까요?
 
서문규:(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바에는 가만히 두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힘없이 우는 존재를 눈앞에 두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가만히 서 있는다. 그냥 두고 간다고 해서 누가 도와줄 것 같지도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 이외에, 차선의 수단은 없을지 생각해본다.) (지능 판정 해 봐도 될까요?)
 
서문규: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박스 안에 있는 강아지를 살펴보면 털에는 마른 피가 말라붙어있습니다.
 
그래도 간단한 응급처치는 되어있는 거 같네요.
 
그 흔한 이름표라거나 ‘잘 키워주세요’라는 문구조차 없는 걸 보면 누가 기르던 동물은 아닌 거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의원회장이 개를 키운다고 했던 게 떠오릅니다.
 
다친 강아지를 일단 데리고 가고 내일 학교에 가서 도움을 청해도 좋을 거 같아요.
 
서문규:응급처치만 하고 키울 여력이 되지 않아서 그냥 두고 간 건가... (주인이 있는지도 모르고 출신도 불명확한 개를 무턱대고 줍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만, 아예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하며 상자 채로 안아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모께는 뭐라고 설명하지?)
 
이모가 동물를 좋아하던가요...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친 동물을 이곳에 이렇게 방치하기에도 마음에 걸립니다.
 
더군다나 이 길은 밤이 늦으면 취객이 다니기도 할텐데,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지나갈지도 모르고요.
 
아무튼, 일단 집으로 옮기기 위해 상자 채로 들어보면
 
이상하게 무겁습니다.
 
마치 동물의 몸무게가 보기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처럼요.
 
서문규:(집에 들이기도 전에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히다니...)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축제 준비로 무거운 것도 혼자 날라야 했던 지난 한 달.
 
이정도 무게는 들만합니다.
 
다행히 집도 멀지 않고요.
 
그렇게 (이상하게) 무거운 상자와 강아지를 데리고 집에 도착합니다.
 
문규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서문규:(그간의 수련(?) 덕에 이 정도 무게는 거뜬하다. 상자가 흔들리지 않게 조심해서 안고 간다.)
다녀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모네 집에 얹혀살고 있습니다. 이모는 비교적 털털하시지만 조금이라도 눈에 차지 않는 게 있으면 잔소리를 하는 성격입니다. 말도 없이 동물을 주워왔으니 벌써부터 귓가에 잔소리가 꽂히는 것 같다고 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하면 이모가 웬 상자냐고 물어봅니다.
 
동물이 들어있다는 걸 아신다면, 잔소리는 두 배가 되겠죠.
 
빨리 방으로 도망가는 게 현명할지 모르겠네요!
 
방으로 돌아가 상자를 살펴봐도 강아지는 여전히 죽은 듯 누워있을 뿐입니다.
 
서문규:축제 준비 중이라...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큰 소리를 들었다간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적당히 변명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가방을 풀고 상자를 살펴본다. 뭐라도 먹여야 하나... 물이라도 떠올 생각에 주방으로 나간다.)
 
이모:(거실에서 TV를 보다가 문규가 나오는 소리에 주방 쪽으로 돌아봅니다) 저녁은 먹었고? 시일제 내일이잖아. 축제 준비는 어때?
 
서문규:아, 먹었... (잠부터 해결할 생각에 둘러댔다가, 내일 하루종일 고생할 걸 감안해 냉장고에서 밥을 차린다.) 먹겠습니다.
... (오늘의 사고에 대해 얘기하려다, 이모 귀에 들어갔을 때 여파를 상상할 수 없어서 그냥 잘 되어가고 있다고만 말한다.)
 
이모:(밥 먹겠다는 말에 일어나서 상 차리는 걸 도와줍니다. 냉장고에서 햄버그 스테이크 하나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주고) 축제 준비한다고 공부 소홀히 하지 말고. 축제 끝나면 바로 기말고사잖니.
 
서문규:네, 신경쓰고 있어요. (...축제 위원회 임원들에겐 가산점을 줘도 무관할 것 같다. 시험공부와 축제 준비를 병행하느라 저녁을 차리는데도 온 몸이 쑤신다.)
제가 알아서 차릴게요. 밤도 늦었는데 이만 주무러 가보세요. (일단 잠에 드시면 잘 안 깨시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쫓겨나진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말한다)
 
이모:하긴... 문규 너야 알아서 잘 하니까. 너무 말이 없어서 탈이지. (얕게 한숨 쉽니다)
어머, 시간 좀 봐.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먼저 자야겠다. 그릇은 그냥 싱크대에 넣어놔.
 
서문규:네, 안녕히 주무세요. (...거의 처음 해 보는 거짓말인데 잘 넘어간 건가? 괜히 긴장해서 밥도 차리다 말고 안방 쪽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조용해진 걸 몇 번이고 확인하면 식탁에서 일어나 물을 떠서 상자 안에 놔 준다.)
 
다행히 이모는 당신의 말을 믿는 눈치입니다.
 
평소 행실에 대한 믿음이 오늘 빛을 발하네요!
 
물을 떠서 상자 안에 넣어주면 강아지는 여전히 쌕쌕 자고 있을 뿐입니다.
 
간혹 낑, 하고 앓는 소리를 내지만 심각해 보이지는 않네요.
 
내일까지 무사하길 바라는 수 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서문규:(책에서 말하기를 야생동물이나 길에 사는 동물들은 안전한 곳에 있다고 느끼면 그동안 먹지 못한 먹이를 몰아서 먹거나 하루종일 잠을 잔다고 했다. 오랜만의 단잠이 방해되지 않도록 담요를 꺼내 빛을 가려준다)
(뭘 해도 좋으니 새벽에 깨어나서 짖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너무 작아서 조심스러운 동물을 지켜보고 있다가, 아무 일이 없으면 평소처럼 저녁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까지 끝내고 보면 벌써 10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내일은 평소보다 일찍 학교를 가야하니
 
부지런히 잘 준비를 해야겠네요.
 
서문규:(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다. 이제 정말 자도 되겠지...)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눈꺼풀을 눌러와,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진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요.
 
잘 준비를 끝내고, 머리를 베개에 대자마자 그대로 머리부터 시트 위로 녹아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잠에 빠지는 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에서부터 익숙한 소리가 들립니다.
 
서문규:
듣기
기준치: 55/27/11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낭랑하고, 어딘가 그리운 방울 소리.
 
당신은 이 소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늘 소지하고 다니는 방울 목걸이의 소리입니다.
 
그렇게 꿈결에 방울소리를 들으며, 완전히 잠에 빠져듭니다.
 
.
 
.
 
.
 
그리고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
 
.
 
.
 
그리고,
 
당신은 섬뜩한 냉기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시간은 늦은 새벽,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범한 가위와는 다릅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눈동자와 입뿐입니다.
 
서문규:(짓눌러오는 무게가 자신을 깔아뭉갤 것만 같아 숨죽이는 것 말곤 하지 못하고 있다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입만 움직인다.) 무슨...
...이모? 이모부? (아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봐도 돌아오는 답이 없으면 다시 침묵에 빠진다.)
 
당신을 감싼 방 안의 적막감은 마치 세상과 차단된 느낌 같기도 합니다.
 
간신히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펴보면,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짐승의 두 눈과 마주칩니다.
 
거대한 존재감,
 
당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괴물의 눈은 마치 살아있는 불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괴물의 형형한 눈빛이 당신을 한순간에 집어삼킬 것처럼 번뜩입니다.
 
서문규:(순간 찾아드는 완벽한 정적. 꼭 죽은 것만 같다. 역시 그때 일로 문제가 생겼던가... 그러다 무언가 그르릉거리는 듯한 소리에 눈을 떠 보면 시야에 위협적인 두 눈만이 들어찬다. 이번에야말로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그저 얼어버린다)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꼭 자신을 꿰뚫어 죽일 것만 같다. 도와달라고 하고 싶은데 입도 움직이질 않아...)
 
본능적인 공포감에 정신까지 얼어가는 거 같은 그때,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창문 내부로 비쳐 들어옵니다.
 
물이 차오르듯, 실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져나가 차츰차츰 시야가 밝아집니다.
 
당신의 뺨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 있던 인영은 놀란 듯 주춤, 뒤로 물러섭니다.
 
몸을 옥죄던 감각이 흩어지고, 따갑도록 퍼지던 살기가 사그라지면,
 
그림자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아니, 그 사람은...
 
서문규:(...그림자 속에서? 사람...? 정말로 날 노리는 누군가가 있는 건가? 어찌하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니, 사람이 맞는 걸까요?
 
특이한 복장에,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붉은색 눈동자.
 
게다가 머리엔 동물 귀 같은 것도 달려있습니다.
 
당신을 짓누르던 기이한 힘도 이 사람이 쓴 거겠죠?
 
꼭 소설 속 마법사 같기도 합니다.
 
생긴 건 코스튬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 같지만요.
 
당신을 보고 있던 붉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조금씩 다가옵니다.
 
​천해:... 선...생님?
(성큼성큼 다가가 문규 코앞으로 얼굴 들이밀고) 정말 선생님이세요?!
 
서문규:.....................예?
(비범하게 생긴 인영을 보다가... 당황한 나머지 대꾸도 하지 못하고 문을 열어 화장실로 도망친다. 요즘 무리해서 헛것을 보는 걸거야, 제발 그렇다고 해 줘.)
(그것보다 상자에 있던 개는? 누가 들어왔는데 괜찮은 건가? 자다 일어나서 멍한 정신에 온갖 생각이 해일처럼 휩쓸려 와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정말로 헛것을 본 걸까요...
 
다행히 이상한 침입자는 화장실까지 따라오지 않습니다.
 
이런 요상한 꿈(?)을 꾸다니,
 
정말 요즘 축제 준비로 기가 약해져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서문규:선생님...........? 그것보다 처음엔 분명 짐승이었던 것 같은데 인간으로... (횡설수설)
(화장실에도 자신에게도 아무런 이변이 없는 걸 보고 눈에 띄게 안심하며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면
 
아까 그 괴한은 여전히 방에 있습니다.
 
심지어 밝은 표정으로 당신을 맞아주네요!
 
​천해:선생님! 어디 갔다 오셨어요? 저예요, 천해! (문규에게 다가가 손 잡더니 신나서 흔듭니다)
 
서문규:(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을 때까지 뒤로 물러선다) ... 누... 누구십니까?
저, 전 서문규입니다.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름을 알려주면,
 
눈 앞에 자신을 천해라고 소개한 자는 순간 표정이 굳습니다.
 
곧 민망한 표정이 되어 손을 놓아줍니다.
 
​천해:아... (무안해진 손을 가져오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죄송해요. 사람을 착각했어요.
저는 천해라고 해요. ... 그쪽이 절 도와주신 건가요? (텅 빈 상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물어봅니다)
 
서문규:아... 아닙니다. (누구시냐고, 볼일이 없으시다면 이만 나가달라고 하고 싶은데 생각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 (상자가 왜 비어 있지? 황급히 앞에 앉아 안에 숨어있는 건 아닌지 다시 확인한다.)
(붉은 개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걸 확인하고는 천해 쪽을 돌아본다.) 혹시 제 방에서 개 못 보셨습니까? 오는 길에 다친 개가 버려져있기에 임시 보호 차원에서 데려왔는데...
다친 몸으로 어딜 간 건지... (책상 밑도 한 번 둘러본다. 놀라서 도망친 건가?)
 
​천해:... (붉은 개 이야기를 하자 최대한 무해해 보이는 미소를 짓습니다) 그, 서문규라고 했죠? 문규 씨, 절대 놀라지 말아요. 그... 인간이라면 믿기 힘들겠지만 제가 아까 그쪽이 찾고 있는 개예요... 하하, (말하며 아까처럼 도망칠까 봐 슬금슬금 방 문쪽으로 가 문을 막아섭니다)
그, 그게 이 세계로 넘어오다가 다쳤는데 문규 씨가 도와줘서 무사한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여전히 문을 막아서고 다시 꾸벅 인사합니다)
 
서문규:................... (제 눈과 귀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온기만 남은 상자와 천해...라는 자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다치셨다고요, 그럼 제가 데려온 개가 당신이고 당신이 그 개라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왜? 아니, 어떻게...? 또 저를 왜 선생님이라는 분과 착각하신 겁니까?
 
​천해:(연신 문규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숨을 고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저는 제가 사는 곳의 멸망을 막기 위해 대표로 파견된 사자예요. 이곳에 온 후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회복을 위해 쉬고 있던 거고...
아, 우리 세계에선 모두 요술을 쓸 수 있으니까 변신도 쉽게 할 수 있어요. 아마 인계 사람인 문규 씨는 많이 놀라셨겠지만... (눈치)
...갑자기 선생님이라고 부른 건 죄송합니다. 어두워서 사람을 착각했던 거 같아요.
 
서문규:(멸망? 사자? 요술? 인계...? 알 수 없는 소리가 쏟아져 아연한 표정을 짓는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다쳐서 개...의 모습을 하고 계셨다는 겁니까?
(믿기 어려운 소리가 아닐 수 없지만, 천천히 붉은 머리칼과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쫑긋 솟아난 귀를 보면 아까 그 동물과 어느 정도 이미지가 맞는다. 자신이 직접 주워왔으니 알 수 있다.) ...그럼 지금은 다 나으신 겁니까? 상처는.
아, 아뇨. 괜찮습니다. 더 볼일이 없다면 이만 돌아가주십시오.
 
​천해:(끄덕끄덕, 자신이 아까 그 개가 맞았다는 걸 말해주는 머리에 난 귀가 씰룩거립니다. 다쳤던 한쪽 팔을 돌려봅니다) 응, 이제 괜찮은 거 같아요. 다 덕분이에요!
(밝게 대답하던 차, 이만 돌아가달라는 말을 듣고는 급격히 시무룩해지는 표정. 여전히 문 앞에서 발을 옮기지 않고, 딱히 갈 생각도 없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 그... 제가 추격자에 쫓겨 동료들도 다 흩어져버리고, ... 혹시 이곳에 대해 잘 안다면 도와주실 수 없나요.
 
서문규:(아까 그렇게 앓던 모습은 어디가고 완전히 멀쩡해보이는 모습에 다행이라고 하기도 전에, 이어지는 질문에 심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천해:...그건...? (차마 거절하기 어려운 선하고 간절한 눈빛)
 
서문규:전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도 잘 모릅니다. 방금 전까지 당신의 손에 죽는 줄 알았고ㅡ (장황한 말이 이어진다)
정확한 사정도 모르는 채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저는 시험과 축제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당신을 돕기에 적절한 사람도 아닙니다.
차라리 다른 분께 도움을... (이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은 아까처럼 섬뜩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눈을 피하게 된다)
 
​천해:아, ... 제 소개가 짧았죠. 전 그러니까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요괴인데, 신목의 문을 열고 여기로 온 거예요. 동료들하고... 저희 세계가 머지않아 멸망할 거라는 신탁을 들어서, 막을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고가 나고... 다 흩어져서... (조금 슬픈 눈으로 이야기해줍니다)
아, 아까는... 갑작스러운 공격에다 동료들도 없어서 예민해져있어서 적인 줄 알았어요. 정말, 정말 죄송해요!
(문규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차분히 설명하다 축제라는 말에 눈을 반짝입니다) 축제요? 무슨 축제요?! 인계의 축제는 어떤가요? 문규 씨가 바쁘다면 저도 축제 준비 도와줄게요...! (도와준다고 말하지만 하고 싶다에 가까운 들뜬 목소리입니다)
 
서문규:...아닙니다. 저도 가위 같은 걸 신경쓰는 편은 아닌데, 조금... 안 좋은 일이 있었어서. (눈을 감으면 바로 눈앞에서 간판이 쾅, 부서지던 광경과 사람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맹렬한 시선이 떠오른다. 머리가 띵해져서 잠시 침대가 아닌 의자로 가 앉았다. 아무래도 오늘 잠은 다 달아난 것 같다.)
요괴...? (그러고 보니 인계나 요술... 같은 말을 했었지.) 실례가 안 된다면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요술이라는 것이요. 너무 소란스럽지 않은 걸로... 직접 보면 좀...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예? 저, 희 학교 축제에 요괴는 못 갑니다! (축제장이 아수라장이 되는 걸 시뮬레이션하고 다급하게 가로막는다)
 
​천해:(어쩐지 지쳐 보이는 문규의 표정에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만 봅니다. 문규가 의자로 가 앉으면 몇 걸음 옮겨 가까이 다가갑니다) 요술... 음, 인간은 어떤 요술을 좋아하지.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을 튕겨 손 위에 튤립 한 송이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건 어때요?
(축제에 요괴가 못 간다는 반응엔 크게 충격받은 표정이 됩니다) 왜... 왜요?! 요괴는 왜 축제에 못 가요...? 이, 인간만 갈 수 있는 축제인가요...?
 
서문규:... 이건... 마술이나 마법의 영역 아닙니까? (꽃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말을 잇는다) 요괴...라면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도 동물도 아닌 형상을 가지고 신비한 힘을 부린다고...
(튤립을 피우는 손의 주인을 가만히 쳐다본다. 믿어도 될까 싶지만 저 태도를 보아 순전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하아,알겠습니다. 우선은 믿어두겠습니다. 그 정도로 곤란한 상황이신 것 같으니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바쁘다는 건 정말입니다.
저희가 오는 축제는 요괴를 초대하지 않는 축제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괴... 가 실존한다는 사실은 모르기 때문에... (여기서 잠깐 천해의 모습을 살핀다) 당신이 축제에 간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 겁니다. 저처럼요.
저희 일을 굳이 당신에게 떠넘기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축제 준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아니니까요.
 
​천해:(요술로 꽃을 만드는 건 이곳에서 마술이나 마법으로 생각하다 싶어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하나 머리를 굴리다가 일단 믿어준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축제에 대해 설명하는 문규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습니다. 자신도 인계의 사람들이 요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문규의 반응도 이해합니다. 축제 준비가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말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유해진 반응에 눈을 반짝입니다) 그럼 가 요괴의 모습이 아니면요? 당신 같이 인간 모습이면 축제를 보러 갈 수 있어요?
 
서문규:예...? 예, 아마... (대화의 주제가 이 쪽으로 흐르는 것에 어리둥절해하며 얼결에 대답했다가 흠칫한다. 인간 모습이라니...?)
저, 그런 것보다도 흩어지셨다던 동료 분들부터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천해:(환해진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머리 위에 올려 꾹 눌러 귀를 감춥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이럼 인간 같나요?
... 아마 동료들도 절 찾고 있을 거예요. 이상하게 흩어진 뒤로 반응이 느껴지지 않지만. (추격자 때문인가, 하고 중얼거립니다) 신목을 찾아보려고요. 그곳으로 넘어왔으니 흩어진 동료들도 신목으로 돌아올 거예요.
 
서문규:(귀를 꽉 눌러 감추는 걸 봐도 이제 놀랄 힘도 없는지 잠자코 지켜본다.) ...그거 설마 진짜로 숨길 수 있던 겁니까.
(진심으로 인계의 축제를 궁금해하는 게 느껴져 마른세수를 한다) ...보고 실망하지나 마십시오. 눈에 덜 띄려면 옷도 갈아입는 게 좋겠습니다. 제게 여벌 교복이 있으니...
신목...이라는 건 문 같은 겁니까? 그 쪽을 통해 여기로 넘어오셨다고 하셨으니. 그럼 당신이 인간들이 사는 곳에 나타난 것도 그곳에서 넘어와서... (이제야 정리가 좀 되는지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혹시 지금의 서문규는 신목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을까요? 지능 판정 요청합니다.)
 
서문규: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신목.
 
그러고보니 학교 부지 뒷산의 신목이 떠오릅니다.
 
직접 가서 본 적은 없지만
 
신목의 주변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자자했죠.
 
설마 천해가 말하는 그 신목이 소문 속 신목일까요.
 
서문규:(신목을 타고 요괴들이 이곳으로 넘어온다면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생긴 것도 앞뒤가 맞지...)
(이러나저러나 데려가는 수밖에 없나... 그 쪽 사정이야 나보다 이 요괴가 훨씬 잘 알 테고.)
...알겠습니다. 저희 학교 축제에 초대하겠습니다. 대신...
그 누구에게도 당신이 요괴라거나, 다른 곳에서 왔다는 걸 밝히시면 안 됩니다. 신목에 대한 언급도요.
무엇보다도 저랑 약속하세요. 말도 없이 혼자 다니지 않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걸라는 듯 내민다. 요괴를 학교에 데리고 간 이상,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책임져야겠지. 라고 생각하며)
 
​천해:(여벌 교복까지 빌려주겠다는 말에 표정이 눈에 띄게 밝습니다. 당장이라도 축제로 달려갈 것처럼 기쁜 표정) 정말 교복도 빌려주실 건가요? (문규 씨는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 축제에 초대한다는 말에 거듭 지키겠다고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합니다) 절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요괴처럼 행동하지 않을게요! 혼자 돌아다니지도 않고요...!
(제자리에서 좋아서 콩콩거리다 문규 꾹 안아주고) 정말 고마워요! 폐가 되게 오래 머물지 않을게요. 동료들을 찾으면 바로 돌아갈게요...!
 
서문규:(꼬리...는 감췄지만, 만약 있었다면 붕붕 흔들고 있었을 듯한 표정으로 꽉 안아오는 걸 보면 영락없는 개 요괴가 맞는 것 같다... 기운차게 신나하는 모습에 내일 축제장에서도 저렇게 신나있다간 기가 다 빨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 네... 우선 조금만 진정하시고... (와중에도 머리는 착실히 굴러가 교복을 입히면 선생님들이 의심할 수도 있으니 외부인인 척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그, 그럼 쉴 수 있게 좀 놔주시겠습니까. 바로 내일 아침부터 축제장에 가서 온갖 준비를 도와야 해서 충분히 자 둬야 합니다. 천해 씨도 축제를 둘러보려면 좀 쉬세요.
 
​천해:아... 그, 그렇죠! 문규 씨도 쉬어야 하니까. 내일 축제 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고. (그제야 손 놓고 한 발짝 물러섭니다. 인계의 교복을 입는 것도, 인계의 축제에 놀러 가는 것도 처음이라 마냥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킵니다. 다시 상자로 다가가 한쪽 발 집어넣습니다) 그럼 내일 잘 부탁해요. 잘 자요!
 
그렇게 말한 천해는, 처음 본 작은 개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봐도 신기한 광경입니다.
 
안 그래도 바쁜 축제 기간에 챙겨야할 요괴도 생겼고,
 
당장 내일 이모에게 들킨다면 설명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일단은 밤이 늦었으니 다시 자기로 합니다.
 
내일, 아니 오늘은 대망의 축제일이니까요!
 
 
부드러운 아침햇살이 뺨에 닿는 게 느껴집니다.
 
부스스 눈을 떠보면, 벌써 이른 아침이네요.
 
시간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하면,
 
우당탕,
 
방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립니다.
 
서문규:(알림을 끈 뒤 몸을 일으키다 말고 큰 소리에 흠칫한다. 물건이라도 떨어졌나? 생각하며 근원지를 바라본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겨보면,
 
옷장은 활짝 열려있고 안에 있던 옷들은 우수수 쏟아져있습니다.
 
그리고 그 쏟아진 옷더미 사이에서 익숙한 옷을 입고있는 낯선 사람이 보입니다.
 
​천해:....하하 ... 너무 시끄러웠죠...? (뻘쭘한 표정으로 쏟아진 옷 하나 잡고 접고 있습니다)
교복 빌러준다고 해서, 이거 맞.. 나...? (눈치)
 
서문규:... ... ...? (아직 정신이 안 돌아온 듯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두루마리 휴지 풀듯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생각이 어제 있었던 일에까지 닿으면 제일 먼저 한숨부터 쉬어진다. 그렇게 책임감 없이 사람...아니 개를 주워오는 게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몸이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후회해봐도 어쩔 수 없지... 일단 현장을 수습하러 다가간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예의상 물으며)
 
​천해:(다가오는 네가 잔소리라도 할까 봐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했다가 고개를 흔든다) 같은 옷이 몇 벌 있어서 그중에 입은 건데... 이게 교복 맞죠?! 옷은 내가 다 정리할게요. (목소리에서부터 오늘의 축제를 기대하며 들뜬 게 묻어납니다)
 
서문규:(...집에 데려올 때부터 사고칠 각오는 했으니까. 설마 그 작던 ...가 축제에 가고 싶다고 조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한 번에 알아보셨네요. 어디서 본 적이라도... 아. (내가 교복 차림이지. 넥타이를 건네다가 흠칫한다) ...이거 맬 줄 아십니까?
 
​천해:음... (넥타이 보다가 갸우뚱하는 표정이 됩니다) 매듭이라면 묶을 줄 아는데, 리본처럼 묶으면 되는 건가요?
 
서문규:리본처럼 묶으려면 길이가 모자랄 겁니다. 이건 이렇게... (본인 몫의 넥타이로 시범을 보여 준다)
(말없이 쏟아진 옷걸이를 마저 정리하곤 가방을 싸다 말고 잠시 집안 눈치를 살핀다. 이모부는 어제 안 들어오셨고... 이모는 출근하셨으려나? 아무래도 그가 나오면 놀라실 테니.)
 
​천해:(문규가 시범을 보더니 열심히 따라 묶습니다. 둘둘 말았다고 하는 게 더 가깝겠지만, 그냥저냥 목에 넥타이를 감기는 한 모습. 함께 옷 정리를 하고, 가방을 챙기는 걸 졸졸 따라다니며 곁에서 지켜봅니다. 드디어 축제로 출발하나 싶은데 눈치를 보는 모습에 곁에서 물어봅니다) ...문규 씨, 왜 그래요?
 
집안 분위기를 살피면 이모는 출근을 했다1 안했다2 1
 
다행히 조용하네요.
 
이모가 어제 중요한 미팅이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일찍 출근한 모양이에요.
 
서문규:(미묘하게 묶인 넥타이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풀어헤치고 다시 제대로 매 준다. 정체를 숨겨야 하는 입장이라 사소한 것 하나가 달라져도 부쩍 예민해지는 느낌이다)
(하아....... 다시금 안도의 한숨인지 근심의 한숨인지 모를 걸 내뱉고 가방을 챙긴다) 이 집에 같이 사는 분들께 당신이 있다는 걸 들키면 곤란해져서요.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 준비가 되셨다면 우선 출발합시다. (즐거워 보이는 천해와는 다르게 조금 퀭한 얼굴로)
 
​천해:(문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싱글벙글, 집안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잠시 눈치 보는 듯하지만 출발하자는 말에 다시 활짝 웃습니다) 혹시 들키면 안 되는 거면 창문으로 나갈 수 있어요!
뛰는 것도 잘하고, 힘도 좋으니까...! 지켜줄게요. (어떻게든 자신이 쓸만하다는 걸 어필하고 싶어 하는 모양새로 곁에서 종알거립니다)
 
방 밖을 나가면 집안은 조용합니다.
 
식탁 위에는 만들어진 토스트와 메모가 놓여있네요.
 
서문규:창문이라뇨, 여긴 20층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다쳐서 회복 중이셨으면서 왜 그렇게 위기감이 없으십니까?
(늦었으니 토스트는 그대로 덮...어 두려다가 천해한테 보여준다) 드시겠습니까? 허기지실 텐데. (물어보며 한 손으로는 메모를 들어 읽어본다)
 
​천해:(20층...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높을 거 같다는 생각에 얌전해집니다. 잔소리를 듣고서야 조금 차분한 모습. 거실로 나와 풍겨오는 냄새에 킁킁거리다 토스트를 보고는 끄덕거립니다) 음, 좋은 냄새가 나요. 근데 문규 씨는 안먹어요?
 
메모를 읽어보면,
 
[ 밥 챙겨 먹고 축제 재미있게 놀고 와. ]
 
[ 늦을지도 모르니까 먼저 자고. ]
 
이모가 남긴 모양입니다.
 
서문규:(밥 챙겨먹기와 축제 즐기기, 일찍 자기... 셋 다 가능할 리가 없는 일이므로 그냥 다시 덮어둔다)
그럼 가면서 드세요. 지금 식사할 만큼 여유가 없습니다. (못 먹는다는 걸 돌려말한 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천해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천해는 토스트를 받아 우물거리며 따라나섭니다.
 
평소보다 일찍나온 등교길,
 
축제 때문인지 사람이 많아 보입니다.
 
문규는 학교에 어떻게 등교할까요?
 
서문규:(적어둔 체크리스트를 보며 준비물을 챙기고, 가는 길에는 축제에서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그러고 보니 어제 부서진 간판은 다 수습되었으려나...)
(가다 말고 잠시 동행인을 돌아본다) 저, 천해 씨. 만일의 상황을 위해 제가 당신을 통제할 만한 수단을 한 가지만 알려주십시오. 이러고 싶진 않지만, 아무런 장치도 없이 당신을 데려가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아까부터 고민하던 일을 이제야 꺼내든다. 본인이야 당장 악의는 없어보이지만 요술을 부리는 힘으로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심지어 동료도 있다는 것 같고)
 
​천해:응...? 통제할 수단? (가볍게 걸음으로 총총 따르다다가 순간 당황한 표정. 사고 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건가 싶어 어색하게 웃습니다) 음, 예를 들어서 어떤 거요?
(인간은 어떻게 통제하는 편이지...?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
 
서문규:(의문스러워하는 얼굴에도 우선은 강경하게 마음을 먹는다. 축제에 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천해를 데리고 가는 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달라는 말에 잠시 굳는다) 아... ...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다는 얼굴)
...예를 들어 당신에게 중요한 물건이라거나, 요술을 쓰지 못하게 만드는 물건이요. 축제만 끝난다면 바로 돌려드릴 테니 부탁합니다.
 
​천해:(인질 같은 게 필요한 건가... 긁적거리다가 발목에 차고 있던 방울을 하나 풀어줍니다) 이건 어때요? 제가 가까이 있으면 느껴지게 요술도 걸어놓을게요.
 
서문규:...감사합니다. (그거면 됐다는 듯 얌전히 받아들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적어도 이 요괴는 책에서 본 것들과 달리 악의는 없어 보여서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놓게 된다)
저희 학교의 축제는 시일제라고 해서, 이틀 간 열리는 유명한 축제입니다. 부스도 많고 규모가 꽤 큰 편이라 오래 전부터 사람을 많이 몰곤 했습니다.
축제가 끝날 때는 불꽃놀이도 하는 편입니다. (축제 안내문을 그대로 읽느니만 못한 어색한 소개를 마치고)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정말 일을 시킬 건 아니고... 간단히라도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천해:시일제... 불꽃놀이... (문규의 설명을 들으며 넥타이를 매만집니다) 구경까지... 고마워요 문규 씨! 정말 말썽 부리지 않을게요!
 
천해는 빙긋 웃어주고 다시 당신 뒤를 따르네요.
 
그러고보니, 천해에게 받은 방울이 익숙하기도 합니다.
 
평범한 방울처럼 보이지만요.
 
새파란 하늘,
 
여름의 습기가 맨살 위로 달라붙습니다.
 
자전거를 탄 동급생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곤 페달을 밟는 속도를 늦춰 인사를 건넵니다.
 
영수:문규~! 학교 가냐?
 
서문규:(고개를 까딱여 인사한다) 축제 준비하러 가는 길인데.
 
영수:참, 너 위원회지? 고생이다 야.
(곁에 있는 천해 쪽으로 시선을 잠깐 옮기고) 근데 누구? 전학생?
 
서문규:아는 사람인데, 축제 구경하고 싶다고 하셔... 아니 해서 같이 나왔어.
 
​천해:(잘 모르지만 곁에서 꾸벅 인사합니다)
 
서문규:(둘 사이에 서서 소개시켜줘야 하나 고민한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영수:아...? 옷보고 울 학교인 줄.
(잠시 침묵하면 다시 페달에 발 올리며 말합니다) 암튼 그럼 나중에 봐. 먼저 간다~
 
영수는 휘적 손을 흔들고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갑니다.
 
천해는 멀뚱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네요.
 
​천해:저분은 친군가요?
타고 있는 건 뭐죠? 살아있는 건 아닌 거 같고...
 
서문규:(멀어지는 뒷모습에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주다가, 말소리가 들리면 옆을 돌아본다) 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아... 자전거입니다. 살아있지는 않지만 타는 사람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이동수단인데, 걷는 것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서 많이들 타고 다니는 편입니다.
 
​천해:오호... (설명을 듣고는 더욱 흥미롭다는 표정입니다) 편리한 물건이네요! 이계에는 그런 건 없는데... 근데 왜 문규 씨는 자전거를 타지 않아요?
 
서문규:대신 요력이 있잖습니까. 필요가 없으니 만들어지지 않은 거겠죠. (오히려 본인들이 갖고 있는 힘이 더 경이롭고 편리하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자전거를 탈 정도로 학교가 멀지 않아서 그냥 걸어가는 겁니다.
...놀라지 마시라고 먼저 말씀드리는데 저런 건 자동차입니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인도와 도로가 있는데... (신호등 근처에 다다르면 간단한 설명을 이어간다. 대충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로 건너면 안 된다는 내용)
 
​천해:...! 저게 자동차, 이게 인도, 저게 차도... (문규의 설명을 따라 끄덕거립니다. 설명들은 대로 횡단보도에서도 빨간불일 때 기다리고 파란불일 때 건넙니다 )
 
천해는 가면서도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그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다 보면
 
금방 학교가 보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몰려드는 인파를 보니 축제의 인기가 실감 나네요.
 
시일제.
 
흔들리는 깃발 위의 또렷한 세 글자가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요괴를 반깁니다.
 
교문을 들어서면 잘 보이는 곳에 익숙한 관리 부스가 보입니다.
 
당신이 오늘 출근할 곳, 축제 준비 위원해 관리 부스입니다.
 
이미 도착한 위원회 사람들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네요.
 
지시를 내리던 축제위원회장이 먼저 당신을 발견합니다.
 
위원회장:(붕붕 손 흔들며 부릅니다) 문규야!
 
서문규:안녕하세요. (부스에 들어서며 할 일을 가늠해보다가) 갑작스럽게 사정이 생겼는데 업무를 줄여주실 수 있을까요?
 
위원회장:아.......... 음...... 갑자기....? (들고 있던 관계자 목걸이 일단 건네줍니다)
 
서문규:...남아서 잔업이라도 하고 가겠습니다. 축제 중에만 조금이라도 자리를 비울 수 있게 해 주세요.
(목걸이를 걸고 할 일을 가늠해본다. 뭐부터 해야 하더라...)
 
위원회장:(문규의 이름이 적혀있는 차트를 확인해 읽어보고) 음, 그렇게 바쁜 일은 없을 거야. 일단 부스 돌면서 이상이 없나 확인하는 게 주업무고.
차트에 기재된 모든 부스를 돌고 빈칸에 전부 도장을 받으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니까. (들고있던 차트를 줍니다)
 
서문규:(파일철된 차트를 받아든다) 그렇게만 하면 끝입니까?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가방을 놓고 가장 가까운 부스부터 눈으로 훑는다)
 
위원회장:참, 일 끝내고 밤 8시에는 캠프 파이어랑 포크댄스가 시작되니까,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얼른 끝내고 돌아와 줘~
 
차트를 훑어보면
 
[마술 연구부], [요리부], [미술부], [연극부]
 
네 가지 부스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금방 끝낼 수 있겠네요.
 
서문규:(...? 적어도 20개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전부 각자 분담한 건가? 당황스럽긴 하지만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여유 있게 돌아오겠습니다. 천해 씨, 이쪽으로. (가방을 놓고 마술 연구부로 향한다)
 
​천해:(부스 밖에서 운동장에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따라갑니다)
 
천해를 데리고 마술 연구부로 향합니다.
 
마술 연구부의 부스는 벌써 손님맞이를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여러 장의 트럼프 카드와 가랜드로 화려하게 꾸민 교실은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교실의 좌측에서는 풍선 아트가, 우측에서는 마술 공연이 한창입니다.
 
당신의 목에 걸린 위원회 목걸이를 본 부장이 아는 체합니다.
 
마술부 부장:어, 안 그래도 위원회 측에 사람 좀 보내 달라고 하려 했어.
기왕 온 김에 우리 좀 도와줄래?!
 
서문규:(도장부터 받으려 차트를 꺼내들다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에 잠시 멈춘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마술부 부장:아니~ 조금 이따 신체 절단 마술을 할 건데, 조수가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서 못 나오고 있지 뭐야?
(힐끔 문규 보고) 미녀의... 조수는 아니지만, 시간이 촉박한지라.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탐사자를 빤히 쳐다봅니다.
 
마술부 부장:(두 손 모으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지금 대타 알아보고 있으니까 딱 한 타임만 부탁해!!
 
서문규:(...자신이 아니어도 어차피 누군가는 맡아야 할 일이겠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천해 씨, 들어오자마자 죄송한 말씀이지만 잠시 나가 주시겠습니까. (마술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신체가 사라지는 걸 볼 게 신경쓰이는 얼굴)
 
​천해:(나가라는 말에 충격 받은 표정) ...왜... 왜요......?
 
서문규:잠시 후에 여기 있는 분들이 제 신체 일부를 자를 겁니다.
...아니, 자르는 게 아니라 (다급하게 정정하며) 그런 흉내를 낼 겁니다.
 
​천해:(표정이 싸해져 마술부 부장을 노려봅니다) 저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려고 하는 건가요...
왜 자르는 흉내를 내는 건데요...? 문규 씨 위험한 거 아니에요?
 
서문규:그런 쪽으로 능숙한 사람들이라 위험하진 않을 겁니다.
(왜 하는 거냐는 말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보통은 재미를 위해서입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신기한 일을 하는 척 하는 일종의 눈속임 같은 건데...
그냥 보면 충격적이실 수도 있으니 나가달라고 한 것 뿐입니다.
 
​천해:아, 눈속임...!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끄덕입니다.) 전 요술을 할 수 있는데... 신기하네요, 마술이라는 거! (보고 싶다고 눈으로 말합니다)
 
서문규:(호기심이 많으시군... 안색이 괜찮아진 것 같으면 잠시 차트를 내려놓고 부장에게 간다.)
 
마술부 부장:(마술 도구 정리하다 다가오는 문규를 보고 화색이 돕니다) 준비됐어? 곧 시작하는데.
특별히 할 건 없고, 여기 상자에 들어가면 돼.
 
서문규:(잠시 천해 쪽을 돌아보다가) 괜찮을 것 같습니다.
 
천해는 눈치를 보더니 다른 사람들을 따라 관중석에 가서 앉네요.
 
마술부 부장:참, 이것도 쓰고. (토끼귀 머리띠를 씌워줍니다)
자자, 들어와. (활짝 웃으면서 상자 열어줍니다)
 
서문규:(시키는 대로 하고 상자 안에 들어간다. 별 생각 없는 듯.)
 
당신이 상자에 들어가면,
 
교실의 조명이 꺼집니다.
 
요란한 북 효과음과 함께 마술부 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기대해주세요!
 
마술의 클라이맥스, 신체 절단 마술입니다!
 
이윽고 당신은 머리만 내놓은 채로 상자 안에 갇혀 사람들 무대 앞에 섭니다.
 
마술부장은 다섯 개의 칼을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당신을 봅니다.
 
대체 왜 그런 표정으로 보는 건데...?
 
마술부 부장:그럼 잘 부탁한다. (칼에 뽀뽀하고 흔들리는 눈으로 문규를 봅니다)
 
서문규:(......잘 아는 거 맞겠지? 안전한 거 맞겠지? 잠시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렇게 걱정하는 그때,
 
슈욱,
 
첫번째 칼이 날라옵니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턱, 상자를 파고드는 칼날.
 
다행히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천해도 놀란 표정으로 당신을 보고있네요.
 
마술부 부장:이제 다시 칼날을 넣겠습니다~! (조금 자신감 붙은 목소리입니다)
 
서문규:(...조금 해탈해진 표정)
 
부장은 칼날을 집어넣습니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서겅~
 
살떨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손도 발도 멀쩡합니다!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술부 부장:하핫. 제가 바로 신일고 마술의 귀재. 이젠 한 번에 2개를 넣어보겠습니다!! (양손에 한 자루씩 들고 한 번에 찔러 넣습니다)
 
잠시의 침묵, 모두의 떨리는 눈동자가 당신에게 향합니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2개의 검도 시원하게 상자를 통과합니다.
 
곁에서 우쭐해진 부장의 표정이 보이네요.
 
마술부 부장:후후, 드디어 마지막이군요... 제 아름다운 조수가, 아직 살아있습니다. 인사 한번 해주세요. (문규 보고 찡긋)
 
서문규:(잘 모르겠고 일단 사람들 앞에 서 있으니 피곤하다. 빨리 끝났으면.)
(눈만 감고 서 있는다.)
 
마술부 부장:...하하, 제 조수가 부끄러움을 많이 탑니다. (흠흠)
자, 그럼 다섯번째 칼을 넣겠습니다~!
 
부장은 현란하게 칼을 휘두르더니 상자에 쑥 집어넣습니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살벌한 소리가 들리고, 잠시의 침묵이 끝나면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칩니다.
 
천해 역시 따라 일어나서 환호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공연이 끝나면 커튼이 내려옵니다.
 
마술부 부원들이 상자에서 당신을 빼줍니다.
 
마술부 부장:와~ 완전 대성공. 오늘따라 칼이 잘 들어가더라. 혹시 더 도와줄 생각 없지?
 
서문규:(오랫동안 좁은 공간에 있느라 뻐근해진 관절을 이리저리 돌린다.) 차트에 도장 한 번만 찍어주십시오.
 
마술부 부장:..... ...... 그... 그건...... (뭔가 난감하다는 표정)
 
서문규:...아, 천해 씨. 재밌으셨습니까? (관중석에서 걸어오는 그를 보고 묻는다)
 
​천해:(다가와 문규의 몸을 살핍니다) 괜찮아요 문규 씨? 칼을 다섯 개나 찔렸는데...!
마술이라는 거 너무 대단해요...! (상기된 표정으로 부장을 봅니다)
 
마술부 부장:(으쓱,) 이 정도야 별거 아니지.
참, 가기 전에 저기도 좀 도와줄 수 있어? 난 다음 타임 마술쇼 준비해야 해서. 저기까지만 도와주면 진짜 도장 찍어줄게. (부스 좌측에 있는 풍선 아트 쪽을 가리킵니다)
 
풍선아트 부스는 공연이 끝나고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풍선을 만들 일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서문규:(...언제부터 도장이 조건부로 찍어주는 것이었던가... 축제 관리라는 게 다 이런 식이기는 하니까. 알겠다고 말하고 저 쪽으로 향한다)
아, 천해 씨도 구경하려면 이 쪽으로 오십시오. 아무래도 전 계속 일손을 거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스 한구석에 익숙하게 앉는다)
 
​천해:(졸졸 따라가 곁에 섭니다) 이건 뭐 하는 물건인가요?
 
당신의 손에 바람 넣는 기구와 새 풍선이 쥐어집니다.
 
당신이 자리에 앉자마자, 많은 손님이 풍선을 받기 위해 줄을 지어 서서 기다립니다.
 
서문규:이 풍선을 이리저리 꼬아서 모양을 만드는 겁니다. 아마 풍선아트라고 하는 건데... (풍선에 빠르게 바람을 넣고 천해에게 한 번 보여준 뒤, 부원에게 건넨다)
 
마술부 부원:(든든하다)
 
​천해:와아...!! (현란한 문규의 손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그때 기다리다 못한 첫 번째 손님이 말을 겁니다.
 
아이:아저씨!! 저는 왕관 만들어주세요!!
 
서문규:(... ... ...내가...)
(...만드나?)
 
아이:(초롱)
 
마술부 부원:그럼 부탁해요! (서로에 대한 신뢰짤)
 
서문규:(축제를 준비하느라 풍선 부는 건 익숙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풍선아트에는 자신이 없다. 이마를 한 번 짚고 부원의 눈치를 본다. 저 쪽도 바쁜가?)
(...)
(풍선을 꼬아보겠습니다. 손놀림 판정 하나요?)
 
서문규:
손놀림
기준치: 40/20/8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곁에 있는 다른 부원을 보고 따라 왕관을 만듭니다.
 
생각보다 슥슥 만들어지는 왕관,
 
첫 작품이지만 그럴듯합니다.
 
서문규:(이번에야 잘 만들어졌지만, 잘못해서 풍선을 터트리기라도 했다간... 잠시 눈앞이 아찔해져서 고개를 숙인다. 그 와중에도 손은 착실히 풍선을 불고 있다)
 
만든 풍선을 아이에게 건네주면 눈에 띄게 행복해합니다.
 
아이:(해맑은 미소) 와아!!! 너무 이뻐요!!!
 
뒤에 줄 선 다른 아이도 기대하는 거 같네요.
 
다른 아이:...형아. 저, 저는 검이요...!
 
서문규:(하아..................)
(저렇게 기대하고 있는 얼굴에 대고 거절을 말하기가 힘들다... 우선 어떻게든 손을 움직여 본다)
기준치: 80/40/16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스슥,
 
능숙하게 검을 만들어줍니다.
 
혹시, 내 안에 또 다른 인격이...!
 
검을 받은 아이는 폴짝 뛰고는 부실을 빠져나갑니다.
 
​천해:문규 씨도 마술 같은 거 해요? (풍선으로 능숙하게 모양을 만들어내는 걸 보고 속닥거립니다)
 
서문규:아뇨, 처음입니다. (무미건조한 어조로 대답한다. 좋은 결과에도 별로 신나지도 지치지도 않은 표정)
(내가 어쩌다가 이런 일까지... 손님이 좀 줄었다 싶으면 일을 마무리하고 일어난다) 천해 씨는 왜 인계의 축제가 궁금하십니까?
 
다행히 줄 서있던 사람들은 괜찮은 작품을 받아들고 기분 좋게 빠져나갑니다.
 
​천해:(문규를 따라 일어납니다) 인계의 축제는 처음이잖아요. 제가 사는 곳과 얼마나 다른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문규 씨가 다니는 학교의 축제니까... 궁금했어요!
 
서문규:(답을 듣고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요괴들끼리도 축제 같은 걸 합니까?
기대했던 만큼 재밌으신지 모르겠네요. (옆에서 대신 신나하는 사람이 있으니 조금이나마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요괴라고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사고치는 것도 없고.)
...저, 갑작스럽지만 저희 세계로 오면 어떻게 멸망을 막는다는 겁니까? (처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얘기를 꺼낸다)
 
​천해:아, 제가 다니는 영월호에서도 축제를 해요! 근데 인계의 축제는 흥미롭네요. 아까 보니 비슷한 것도 보이고... 마술이라는 건 처음 봤어요. 이 풍선 아트라는 것도요. 제가 사는 곳에도 가져갈 수 있나요? (풍선 아트 부스로 시선을 옮기며 말합니다)
아, 그건... 사실 저희도 이제 찾아보려고 온 거예요. 제가 살던 곳에선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혹시 인계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 모르니까.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쓴웃음을 짓습니다)
 
서문규:아마 될 겁니다. 만드시는 분들께 부탁해 보세요. (도장을 받으며 아까보단 짧아진 줄을 가리킨다) 그럼 다른 부스도 많으니, 마저 돌아보죠.
...이전에도 이런 식의 왕래가 있었습니까? 살면서 요괴를 본 건 처음이라... 솔직히 너무 사람 같으셔서인지 겉으로 봐서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계의 일은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당장 걱정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다하세요.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차트를 가져가면 부장이 도장을 꺼내 찍어줍니다.
 
꾹, 비둘기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천해의 눈치를 알아챘는지 왕관 모양으로 풍선도 만들어서 챙겨주네요.
 
​천해:종종 이계로 넘어오는 인간은 있어요. 요괴도 인계로 넘어가긴 하는데... 이번처럼 이렇게 계획적으로 넘어온 건 처음이에요.
(문규의 말이 위로처럼 들려 빙긋 웃어줍니다) 역시... 다정하네요. 문규 씨가 안내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걸요! 꼭 동료들과 방법을 찾아서 돌아갈 거예요.
 
서문규:(이계로 넘어가는 인간도 있다고...? 딱히 이계로 가 보고 싶지는 않지만 다녀온 사람이 있다면 어떤 곳이었는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 ...네.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리고는 이번에는 요리부 쪽으로 간다)
 
차트에 도장을 받기위해 요리부로 향합니다.
 
마술부에서 받은 왕관을 쓴 천해도 총총 따라갑니다.
 
​천해:(문규 머리에도 하나 씌워주고) 역시, 잘 어울려요...! (엄치 척 합니다)
 
요리부의 부스는 일일카페입니다.
 
돌아다니느라 지친 사람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하나둘씩 모이고 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요리부 사람들이 당신을 보자 일제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살았다, 싶은 표정이네요.
 
뺨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 요리부 부장이 당신을 반깁니다.
 
요리부 부장:(그렁)...위원회님! 서빙 인력이 부족해서요, 잠시만 도와주시겠어요?
 
서문규:(이상한 분위기에 의아해하다가 표정을 보고 익숙하게 한숨부터 쉰다...)
(거의 모든 부스에 인력이 부족해 보이는데 예산을 더 늘리든 인력을 더 늘리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네, 도와드리겠습니다.
(구경시켜주겠다고 했는데 일손 도와주는 것만 실컷 보여주고 있는 기분이다. 본인은 즐거워보이니 됐다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던 요리부 부장은
 
도와준다는 말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곧 당신에게 앞치마를 내밉니다.
 
요리부 부장:그 친구분도... 도와주시는 건가요..!?! (기대하는 표정으로 천해를 봅니다)
 
서문규:... 천해 씨, 여기는 요리부라 손님들에게 요리를 가져다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혹시 천해 씨도 도와주실 겁니까? (앞치마를 매며 잠시 물러서서 분주하게 서빙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천해:...제가요?! 제가 도와도 되는 건가요? 그럼 저도 문규 씨를 돕게 해주세요! 전 힘도 세고, 요술도 부릴 수 있고..! (이것도 모두 축제의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신나하는 모습입니다)
 
요리부 부장:두 분이나 도와주신다니~!! (앞치마 하나 더 가져옵니다)
 
얼떨결에 함께 앞치마를 맵니다.
 
자, 테이블 1, 2, 3에 서빙을 합시다.
 
어느 곳부터 할까요?
 
서문규:(...일을 맡게 되면 힘들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좋아하는 걸 보고 당황한다. 요괴들은 이런 것도 놀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대체 그 곳엔 얼마나 놀 것이 없길래... 이상한 오해도 잠시 테이블 1로 향한다. 양손 가득 들어오는 트레이가 묵직하다)
 
첫 번째 테이블로 향합니다.
 
혼자 온 듯 쓸쓸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습니다.
 
주문서를 보면 커피를 시켰네요.
 
당신이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놓자마자,
 
그 사람은 한 모금 마시더니 한껏 더 쓸쓸한 표정을 짓습니다.
 
진상1:커피가 흙처럼 써요. ‘맛있어져라’ 주 문을 외워주면 먹을 만할 것 같은데...
 
서문규:...? 시럽을 넣으십시오. 저쪽 테이블에 있습니다. (이상한 손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한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예의상 말하고 자리를 뜨려 한다)
 
진상1:...시럽으론, 인생의 쓴맛을 없앨 수 없어요. 달링. (그윽한 눈으로 문규 팔 잡습니다)
 
​천해:(캬악.... 문규랑 진상 번갈아 봅니다)
 
서문규:어리광은 집에 가서 부모님께나 부리십시오. (서빙을 해야 하는 거지 손님 대접까지 하라고는 들은 적 없으니 깔끔하게 무시한다.)
 
첫 번째 테이블 손님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봅니다.
 
진상1:소, 손님이 왕인거 몰라~?!
 
그의 외침이 들려오네요.
 
곁에 있던 천해는 그 사람의 커피잔을 들더니 홀짝 다 마셔버립니다.
 
​천해:맛없는 건 제가 다 처리했어요! (활짝 웃으며 손님에게 말해요)
 
진상1:(어리둥절) 뭐, 뭐야 넌...!?
 
​천해:(에퉤퉤...) 정말 쓰긴 쓰네요. 다음은 어디로 가요? (해맑게 문규에게 말해요)
 
서문규:(...이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닥 놀랍지 않다. 옆에서 컵을 치우며) 잘 하셨습니다. 비이성에는 원래 비이성으로 대해야 하니까요.
2번 테이블로 갈까요. (손님이 뭐라고 하건 다른 테이블로 향한다)
 
결국 부장이 나와서 수습해야했지만,
 
사정을 듣고는 진상 손님을 쫓아내 버리네요.
 
유유히 2번 테이블로 갑니다.
 
두 번째 테이블의 주문은 케이크입니다.
 
테이블에 케이크를 내려놓자마자,
 
왁팍팍팍 한 접시를 비운 주문자는 갑자기 비굴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묻습니다.
 
진상2:계산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서문규:...현금결제 외에도 카드, 계좌이체 모두 받고 있습니다.
아니면 저처럼 일손을 거들어 모자란 금액을 채우시거나.
(이쯤 해 보니 요리부원들의 간절한 눈빛이 이해되는 느낌이다. 아까 아저씨라고 불렸는데, 축제가 끝나고 나면 정말 거울에서 아저씨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진상2:(얄짤없는 표정에 비굴한 웃음) 에이.. 그러지 말고 딱 한 번만요. 제가 친구 더 데려올게요. 네~?
 
서문규:...? 네, 데려오세요. 그것과 이것은 별개입니다.
 
점점 표정이 굳어가던 손님은
 
갑자기 벌떡 일어납니다.
 
그리고 문밖으로 뛰어나가네요...!
 
아, 이건...! 먹튀입니다!
 
​천해:....? (나가는 진상보고 설마하는 표정) 어디 가는 거죠?
 
서문규: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셨습니다. (어쩜 이렇게 예상 범위 안을 벗어나질 않는지... 한숨이 나온다)
(보아하니 외부인인 것 같은데 CCTV 화면을 프린트해서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리부원들은 정신없어서 못 챙길 테니 자신의 체크리스트에 추가해 둔다)
 
먹튀를 잡는 일은 체크리스트에 잘 기록해둡니다.
 
CCTV에 붙인다면, 앞으로 창피해서 시일제에는 절대 올 수 없겠죠!
 
​천해:(어쩐지 평온한? 문규의 모습에 손님을 따라 뛰어나가려던 몸을 돌립니다) ... 인간들도 다양하네요.
근데, 저 사람 도망간 거 아니에요? 안 잡아도 괜찮아요?
 
서문규:인파가 워낙 많아서 잡는 게 더 큰일일 겁니다. 경비원 분들께 부탁해서 아까 그 사람이 도망치는 장면을 프린트해 붙이면 저런 일이 다시 일어나진 않을 테니 괜찮습니다.
부족한 사람이니 천해 씨가 이해하세요. (무덤덤한 표정으로 3번 테이블로 간다)
 
​천해:... ... (그런 깊은 뜻이 해결 방법이 있다는 걸 듣고는 한숨을 푹 내쉽니다) 알겠어요. 그래도 어떻게 먹고 그냥 도망가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문규를 따라갑니다)
 
세 번째 테이블.
 
두 명의 초등학생이 광고지를 들고 발을 까닥거리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여기에 집사 오빠가 있다고 하던데... 어디있어요?
집사 오빠가 없으면 공주님이 될 수 없어요!
 
서문규:(...집사? 축제 안에 집사복을 입는 부스가 있었는지 떠올려본다)
(지능 판정 해 봐도 될까요?)
 
서문규: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무리 생각해도, 집사나 메이트 카페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전단지를 보면,
 
요리부의 카페 컨셉 초안 전단지입니다.
 
처음엔 분명 집사/메이트 카페를 한다는 말이 있었죠...!
 
초등학생:(기대하는 표정) 집사 오빠는 아직 출근 안 한거에요?! 언제 와요~?
 
서문규:(저 전단지, 오래 전에 시안 바꾼다고 얘기해뒀는데 어떻게 된 거지...)
(어쨌거나 거짓으로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아이들은 이걸 기대하고 왔겠지... 잠시 고민하다가 부장에게 남는 집사복이 있냐고 묻는다)
 
요리부 부장:... 집사복이요? 집사복은 왜... (어리둥절한 표정하고 문규봅니다)
 
서문규:...여러분 부스에서 준비하던 전단지의 초안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이 계셔서요.
너무 어린 분들이라 그런 부스는 없다고 하기에도... 혹시 집사복을 입을 수 있는 부원이... ... 없겠죠. 그냥 제가 입겠습니다. (여전히 고생하는 부원들을 보고 빠르게 구석으로 간다. 자켓 정도만 걸치면 되려냐...)
 
요리부 부장:(...... 아아) 죄, 죄송해요... 예전 홍보지 다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집사복은 창고에 있을 거예요. 제가 금방 꺼내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창고로 간 부장은 정말 그럴듯한 제비꼬리 정장을 한 벌 가져옵니다.
 
요리부 부장:차, 여기요. 바쁜데 감사합니다. (미안해서 마냥 꾸벅꾸벅)
 
서문규:괜찮습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십시오. (옷만 갈아입는다고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구석에서 환복하고 다시 테이블로 간다)
(옷 형태가 교복이랑은 비교도 안 될 만큼 화려해서 조금 어색한 표정이 된다)
 
코스튬을 입고 테이블로 돌아가면,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게 보입니다.
 
초등학생:우와아아!! 집사 오빠다!!!
 
초등학생2:내가 진짜 있다고 했지?! (으쓱)
 
서문규: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습니까. (...주문까지 내가 받는 게 맞나? 싶지만 우선 펜을 꺼내든다)
 
초등학생:(문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저희, 코코아랑 초코케이크 주세요!
 
서문규:(계속 쳐다보는 게 느껴져 그렇게 이상한가? 싶어 빠르게 정리하고 주방 쪽에 전달한다.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번 남긴다)
 
약간의 민망함을 얻었지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주방으로 가면 앞치마를 풀어 부장에게 건네던 천해와 눈이 마주칩니다.
 
​천해:(오오...) 그게 집사 복장인가요?
아이들이 왜 그렇게 기다렸는지 알겠어요.
 
서문규:아, 예. ...제 생각에도 화려하기는 합니다. (어쨌든 실망한 눈치는 아니었으니 됐지... 여전히 멋쩍은 표정으로, 빨리 벗기 위해 다시 구석으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부장은 케이크 모양의 도장을 차트에 찍어줍니다.
 
정말 고마웠다고 조각케이크도 하나 챙겨주네요.
 
서문규:(그 와중에 부서 별로 도장 모양도 다른 건가...)
(아무렴 상관없다. 제 어깨를 주무르며 다음 부스로 향한다...)
 
​천해:(일하고 있는 문규의 표정은 아닌 거 같지만, 처음 해보는 인계의 축제가 마냥 즐거운지 부스들을 구경하며 싱글벙글 따라갑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머리에 풍선으로 만든 왕관을 쓰고
 
한손엔 조각케이크를 포장해가지고 요리부를 빠져나옵니다!
 
이래저래 도울 일은 많았지만
 
생각보다 순조롭네요.
 
서문규:(부장이 수고했다며 쥐여준 케이크 상자를 들고 나오며) 천해 씨, 혹시 단 거 좋아하십니까?
 
​천해:(두리번거리다 문규가 말하는 말에 끄덕입니다) 응, 좋아해요. 바삭거리는 것(예를 들면 메뚜기 튀김이라던가)도 좋아하고... 음식은 안 가려요!
(문규가 들고 있는 케이크를 가리킵니다) 그거 사람들이 먹고 있던데 맛있는 거죠?
 
서문규:네. 이번 기회에 드셔 보세요. (케이크 상자를 내민다) 저는 케이크를 잘 못 먹는데다, 천해 씨가 앞으로 이걸 드실 일은 없을 테니까요. (아마)
 
​천해:(건네는 케이크 상자를 받습니다만... 조금 주저하는 표정) 문규 씨는 안 먹어요? (단 걸 싫어하는 건가 생각했다 표정이 굳습니다) ...아침도 안 먹었잖아요!
 
서문규:(먹는 걸 좋아하나? 기뻐하는 눈치에 잠시 생각하다가) 혹시 내일 서로 한가로워진다면 아까 나온 부스에서 뭐라도 사 드리겠습니다. 아니면 하굣길에라도 식당이나 마트에 들릴까요. (집에 먹을 만한 게 그닥 없다는 걸 떠올리며)
네. 밥을 안 먹는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으니까요.
 
​천해:(인계의 축제를 구경하는 것도, 인계의 시장을 구경하는 것도 뭐든 좋다는 표정입니다. 하지만 아침도 안 먹은 문규가 식사를 거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걱정이 됩니다) 선생님은...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는데... (중얼거리다 단호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죽지 않아도 밥은 챙겨 먹어야 해요. 그래야 축제 일도 열심히 도울 수 있고. 문규 씨는 온종일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서문규:(여태 웃고 계셨어서 그런가? 왠지 혼나는 것 같아 움찔한다) 보통은 챙겨먹습니다. 오늘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건너뛴 것 뿐입니다.
 
​천해:...(지그시 심리학 판정을 해보겠습니다.)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문규 씨가 거짓말할 리가 없지)
 
서문규:(천해가 표정을 바꾸는 것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그 얼굴은 평소와 한결같다. 거짓말하는 눈치는 아니다)
오늘 축제 준비에 지장이 가진 않을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왜 케이크 이야기를 하다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천해:...(흐음... 여전히 탐탁지 않은 표정입니다. 뭘 사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 먹기는 미안해서 케이크는 나중에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챙깁니다) 축제일을 도우면 점심 먹을 시간은 없어요?
 
서문규:(다른 것도 아니고 본인의 끼니 같은 사적인 부분을 신경쓰는 걸 보며 의아해한다. 친구끼리도 밥 먹었냐는 인사 정도에서 그치는데... 그게 그렇게 큰일인가? 어색한 표정으로 괜히 장부를 고쳐든다)
아마 축제위원이라도 점심시간은 줄 겁니다. 15분 이내로 해결하고 다시 축제 준비를 도와야겠지만요.
(마저 길을 걷다가 생각난 듯 돌아본다) 그러고보니 제 또래로 보이는데 몇 살이십니까? (교복을 입는 데에 별로 거부감이 없던 걸 생각하고) 그 쪽 세계에도 학교 같은 게 있나요?
(그 와중에 외부인인 천해를 급식실까지 데려가도 되나 고민하다가 혼자 답을 찾았는지 끄덕이고 만다)
 
​천해:(선생님이 한국인은 밥심이라 어쩌고의 집착 어린 눈빛) 15분... 빠듯하네요. (마치 자신의 밥시간을 뺏긴 것만큼 한품을 푹 내쉽니다) 나이... 음.. 300살이 넘었는데, 정확히 세지 않아서. 그래도 요괴치고는 많은 편은 아니에요. 아! 내가 사는 곳에도 학교가 있어요. 영월호라고, 거기 학생이고요.
문규 씨는 몇 살인가요? (인간이 나이가 잘 가늠이 안되는 건지 주변을 둘러보고) 교복을 입은 사람들은 다 또래인거 죠?
 
서문규:바쁜 건 저뿐이니 천해 씨는 느긋하게 드셔도 됩니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연락하세... 아. (인간이 아니라 전화기도 없지. 그렇다고 제 걸 줄 수도 없는 일인데... 잠시 턱에 손을 대고 있다가) 요력으로 저와 간단히 소통할 수는 없습니까? 텔레파시... 같은 걸 보낸다거나. (거의 초능력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중)
...... (300살? 스스로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몸을 굳혔다가, 이런 인파 속에서 길을 막으면 안 되니 마저 걷는다.) ... 십, 십칠 셉니다. (여전히 놀라움을 떨치지는 못 했는지 발음이 떨린다) 주변 학생들은 모두 17세에서 19세입니다.
(요괴치고 많은 편이 아니라고? 300살이...? 30살이라고 해도 믿기 힘들 외모를 잠시 돌아본다) ...그, 요괴들은 보통 몇 살까지 삽니까? 그곳에도 학교가 있군요. 여기랑은 비슷하게 생겼습니까?
 
​천해:텔레파시..? (낯선 단어에 갸웃하지만 이해한 건지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입니다) 아, 그거라면 간단해요. 일단 서로의 정신을 이어야 하니까 말린 도마뱀, 민들레 가루 그리고 정신을 이을 사람들의 피만 있으면 금방 할 수 있어요. 아, 의식을 행할 장소도 있어야 하는데... (주변에 사람이 많은 걸 떠올리고 머릴 긁적입니다) 한가한 장소도 구해야겠네요.
17세. (자신이 알던 선생님에 비해선 한참 어리지만 인간의 수명은 요괴에 비해 짧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 크게 놀라는 기색은 아닙니다) 인간들은 엄청 일찍 학교에 다니는군요. 요괴들은 나이가 제각각이에요. 제가 다니던 영월호에는 500살 정도면 입학할 수 있고, 제가 본 요괴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분은 4000세 였어요.
(등교하면서 봤던 고등학교 모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가로졌습니다) 학생들이 많고, 이렇게 축제를 한다는 건 닮았지만, 제가 다니는 학교는 더 넓고 낮아요.
 
서문규:(의식이라고 하니 왠지 거창하게 들려서-실제로 거창한 게 맞지만- 조심스러워진다. 학교에서 그런 걸 해도 되나?) 인적이 드물거나 조용한 곳은 있습니다만, 학교에서는 힘들 겁니다. 말린 도마뱀... ...은 모르겠지만 민들레 가루는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연결된 정신은 당신이 돌아가면 끊어지는 거겠죠?
(인간과 요괴의 시간이 다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압도적인 격차에 순간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옆에 있는 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게 실감나기도 하고.) 아... 대한민국은 땅이 부족해서 학교가 좁은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래도 저희 학교는 넓은 편입니다. (요괴들이 학교도 다닌다니, 신기해하는 눈치로 듣는다) 그런 학교는 같은 요괴가 세운 건가요?
이계와 이 쪽 세계 사이에는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형식상으로나마요.
 
​천해:말린 도마뱀이 없다면 뱀 허물로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해본 적은 없어서... (곰곰.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합니다) 아! 붉은 실만 있으면 서로의 손목을 연결하는 방법도 있어요. 정신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서 훨씬 간단한 방법이에요. 제가 사는 곳에선 어린 요괴들 산책시킬 때 자주 쓰는 방법이지만, 이 방법이면 적어도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거예요.
(이 학교가 넓은 편이라니... 영월호에 비해 턱없이 작게 느껴지는 학교가 이곳에서는 넓은 편이라는 말에 높은 집에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그렇고 낯설었던 풍경이 이제 이해가 된다는 듯 끄덕입니다. 요괴가 세운 학교냐는 질문에 잠시 표정을 잃고 물끄러미 문규들 보다 빙긋 웃습니다) 학교에 먼 옛날에도 있었지만, 영월호를 일으킨 분은 문규 씨와 같은 인간분이셨어요. 그분 덕에 지금 요괴들이 학교에 다니고 배울 수 있는 거고요. 고마우신 분이죠.
(음식도 생활습관도 다른 거 같지만 문규의 말대로 비슷한 점도 많다고 생각해 끄덕입니다) 아마... 자주 오갈 수 없지만 두 세계가 연결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서문규:뱀 허물...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말린 도마뱀을 찾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구할지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지만...) 말씀대로 그 방법이 낫겠습니다. 이따 부스를 다 돌고 나서 걸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붉은 실은 기술실 쪽에서 빌려오면 되니까요.
(요괴라 하면 구렁덩덩 선비나 도꺠비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모양이다. 떠오른 이미지에 줄을 찍찍 긋는다. 사람들이 몰랐을 뿐 요괴들의 생활도 발달해 있군... 당장 수첩을 두고 온 게 아쉬울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다. 우선 휴대폰에 짤막하게나마 기록해둔다)
두 세계는 언제부터 연결되어 있던 겁니까? 어쩌면 영월호를 세운 분처럼 인간과 요괴 사이에 유구한 교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해:(어렵지 않은 요술이었기에 알겠다며 가볍게 끄덕입니다) 흐음... 제가 신목을 지키기 이전에도 신목은 존재했으니,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이 세상이 생겨난 순간부터 연결되어 있었던 거 같아요. (잘 알지 못해 미안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음을 보입니다) 종종 이계로 넘어오는 인간들이 있기도 하고. 제가 인간들에 대해 아는 것처럼 인간들이 요괴에 대해 들어본 것도 당연한 걸 거예요.
(휴대폰에 뭔갈 적는 모습을 보다 물어봅니다) 문규 씨도 제가 사는 곳에 대해 궁금하신 거죠?
 
서문규:요괴가 이 쪽으로 넘어오는 것뿐 아니라, 인간이 그 쪽으로 오기도 한다고요. (추측이 사실이었다니. 아니라고 하기에는 당장 옆의 있는 요괴의 존재부터가 그 증거라 입을 다문다)
네. 그 쪽으로 넘어가고 싶은 것까진 아닙니다만, 이야기를 듣는 건 관심이 많이 갑니다.
언젠가 또 일이 생긴다면 천해 씨처럼 이 쪽으로 넘어오는 요괴와 마주칠지도 모르겠군요. (다음으로 남은 게... 미술부와 연극부였지. 우선 미술부 쪽부터 들르기로 한다) 이제 미술부라고, 그림을 그리는 부서로 갈 겁니다. 천해 씨는 그림 그리기 같은 건 좋아하십니까? 전 예술 쪽은 잘 몰라서.
 
​천해:100년마다 신목이 열리니까 어쩌다 길을 잃은 인간들이 넘어오기도 해요. (딱 잘라 이계에 갈 생각은 없다는 말에 권유는 못하지만 아쉬운 표정을 됩니다. ) 영월호의 축제는 재밌는데...
혹시 또 인계로 온 요괴를 만난다면 도망가요. 모든 요괴가 인간에게 호의적이진 않거든요. (겁을 줄 생각은 없지만 혹시 몰라 덧붙입니다)
(잘 그린다1 평타2 못 그린다3 1 )
(미술부라는 말에 눈을 반짝입니다) 나도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요! 영월호에도 서예 시간이 있고...!
미술부에선 뭘 하나요?
 
그러고보니 미술부에선...
 
문화제의 꽃, 귀신의 집을 준비한다고 했죠.
 
서문규:(요괴들의 축제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이계로 넘어가는 부담을 감수할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괜히 미술부 쪽만 바라본다) ...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만일에라도 제가 이계로 잘못 넘어간다면 천해 씨가 잘 돌려보내 주세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안타깝게도 미술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대신 사람을 겁주기 위한 부스를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이... 귀신의 집이었던가. 천해 씨에겐 별 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천해:(복잡한 표정을 하다 다정하게 웃습니다) 그게 내 일인 걸요. 문규 씨가 놀러 온다면 동네 구경도 시켜주고, 안전하게 인계로 데려다줄게요.
(어째서 축제에서, 그것도 미술부에서 사람을 놀래키는 부스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인간들은 놀라는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는구나 생각합니다) 귀신의 집... 귀신은 인간과 다른 종족인가요?
 
서문규:... 네, 잘 부탁합니다. (무리한 부탁이었나? 순간 지나가는 착잡한 표정에 목덜미만 긁적이다가)
네. 정확히는 요괴와 비슷한 종족이라고 인간들은 알고 있습니다. 둘 다 초자연적인 존재지만, 귀신은 요괴와는 달리 인간이 죽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예전부터 공포적인 소재로 사랑받아 왔고요. 얼굴이 없는 귀신이나, 처녀귀신 같은...
그리고 미술부만큼 귀신 분장을 잘 하는 곳도 드물어서... 아마 무서울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부스 입구 쪽을 들여다본다)
 
​천해:죽은 인간들이 귀신이라는 것이 되는 거군요... (인간과 다른 존재, 거기다 요괴와 비슷하면서도 더 사랑받는 존재라는 말에 흥미롭다는 눈을 반짝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미술부 부스의 문을 엽니다.
 
매해 멋진 부스를 준비한 미술부는
 
올해 귀신의 집은 폐쇄 병동 컨셉으로, 리얼한 분장과 퀄리티 높은 세트로 축제 시작 전부터 주목받던 부스입니다.
 
아직은 개장하지 않아 사람이 없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붕대를 둘둘 감은 부장이 나와 반깁니다.
 
미술부 부장:아직 개장 전입니다~ (말하며 나오다 문규의 목에 걸린 명찰을 보고) 준비위원회 분이시군요!
 
서문규:(아... 전에 병원 침대를 옮긴 적이 있었지. 내부를 보니 대강은 기억이 난다. 미술부 부장에게 인사한다) 부스 준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도장을 받으러 왔습니다. (장부를 한 번 들어서 보여준다)
 
미술부 부장:저희는 밝을 때 시작하면 안 무서울 거라고 해서 늦게 열기로 했거든요. 해가 지면 개장이에요. (장부를 보고 선반에서 도장을 챙겨오며 말합니다)
준비는 다 끝났는데... (장부에 도장을 찍으려던 손을 멈춥니다) 아, 재미있는지 테스트 해주실 수 있으세요?
 
서문규:테스트라면 들어가서 보면 되는 겁니까? (장부를 내려놓으며 천해 쪽을 돌아본다) 이 쪽은 준비는 끝났다고 하는데, 천해 씨도 보고 싶으신가요.
 
​천해:(귀신이라는 존재를 볼 수 있는 건가?! 문규에게 가 소곤거립니다) ...나도 구경해도 되는 거예요?
 
서문규:네. 겁이 많지 않으시다면... 저희 둘이 들어가서 보고 오겠습니다. (부장에게 말해두곤 문을 열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들어간다)
 
​천해:(총총 문규를 따라갑니다)
 
미술부 부장:감사합니다!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무서울 거예요~ (후훗 웃고는 리본을 하나 가져옵니다) 먼저 두 분 손을 묶어드릴게요. 안이 어두워서 같이 다니려면 묶는 게 편하실 거예요.
 
서문규:(묶기 편하도록 왼쪽 손을 들어 내민다)
 
천해도 당신을 따라 오른쪽 손목을 내밉니다.
 
미술부 부장은 리본을 묶어준 후 입구로 안내해주네요.
 
미술부 부장:정 무서우면 '토끼' 라고 외쳐주시면 돼요. 그럼 진행 중단하고 나오는 거 도와드릴게요.
 
미술부 부장의 설명을 듣고
 
귀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발을 들이자마자 싸한 소독약 냄새가 퍼집니다.
 
유난히 강한 냉방 때문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네요.
 
무시무시한 음향 효과에 드라이아이스 연기까지, 제법 잘 만든 세트장입니다.
 
​천해:(으스스한 분위기에 캄캄한 세트장 안을 두리번거리다 속닥입니다) 귀신은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서문규:(분위기는 잘 살려뒀지만, 이런 걸로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지는 않아 아무런 표정 없이 척척 걸어간다.) (공포영화를 봤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거기서 어땠더라...) 보통 귀신은 자기 모습을 먼저 드러내지 않습니다. 무분별하게 모습을 드러내면 긴장감이 없어지기 떄문입니다.
보통 저런 귀퉁이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우리를 놀래킬 겁니다. 더하면 잡고 매달릴 수도 있고요.
 
​천해:(문규의 말을 따라 코너를 봅니다) 갑자기 나오는 데다가 공격까지 하는군요...! (공격을 하면 문규 씨를 지켜야겠다 생각하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반짝입니다)
12
 
으스스한 통로를 지나고 있으면,
 
흐릿한 빛 사이로 무언가 흔들리는 게 보입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은 점점 선명해지더니...
 
자세히 보면 팔과 다리를 질질 끌고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좀비입니다.
 
​천해:(이상하게 걸오는 것들에 잔뜩 긴장한 표정입니다) 저게 귀신...?
 
서문규:아뇨, 공격까지는 안 하...(말하다 보면 어기적거리며 다가오는 좀비에게 눈길을 준다) 이렇게 다가와서...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괴상한 자세를 취하거나 무는 시늉을 할 겁니다.
정말로 공격하지는 않는 분장한 인간이니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300세를 넘긴 요괴 상대로는 학생이 꼼짝 못 할 것 같아 말리듯 한 쪽 팔을 붙잡는다)
 
​천해:(캬악, 금방이라도 뛰어들 거 같이 준비하다가 인간이라는 말에 차분해집니다)
 
좀비 의사:(질질, 다리를 끌고 다가옵니다) 크... 크으... 크어어...
(안 놀라나..?) 크... 크어억....크.... (텁, 문규 팔 잡습니다)
 
서문규:(침을 질질 흘리는 좀비를 본다. 이것도 분장이겠지? 언뜻 보기에도 퀄리티 높은 부스라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작년엔 무슨 부스를 했었더라?)
 
작년에는 서커스단1 좀비랜드2 유령저택3 2이 대단히 무섭기로 유명했었죠.
 
역시 두 번째 좀비 분장이라 그런지 퀄리티가 좋습니다.
 
서문규:(작년에는 정말 학교에 좀비를 소환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지... 좀비 의사라니 이쪽은 또 새롭다. 의사 컨셉에 맞춰 메스 모형 같은 걸 손에 들고 있다면 조금 움츠러들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팔을 천천히 떼어내고 마저 길을 간다)
 
좀비 의사:(....!! 무...무시하다니) 크.. . ..크. ..카, 가위... 바...바위.... 보,...!! (급기야)
 
좀비 의사는 앞을 가로막고 가위바위보 대결을 걸어옵니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런 좀비 의사를 가볍게 이기고...
 
가던길을 걸어갑니다...(ㅋ)
 
서문규:(다음에는 뭐가 나올까? 심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롭고 섬뜩한 게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함)
 
​천해:오오... (가위바위보도 일종의 귀신의 문화라고 생각하며 끄덕거리고, 뒤에 남겨진 처량한 좀비 의사를 돌아보다 얼른 문규를 따라갑니다)
 
5
 
통로를 따라 걷는데
 
탁,탁,탁,탁
 
뒤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의 빠른 발소리가 쫓아옵니다.
 
이 속도로 걸으면 분명 잡힐 거예요!
 
​천해:(뒤 힐끔) 누가 오나 봐요.
 
서문규:(잡힌다고 큰일나지는 않겠지만, 옆의 요괴는 아닐 수도 있으니 걸음을 좀 더 빨리 한다)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구인지 보이십니까?
 
​천해:(어둠 속을 집중해서 보다가) ...다리가 하나인 거 같아요.
점점 빨리 오는 거 같은데...?
 
서문규:(저 쪽에서 속도를 높인다면 따라잡힐 수밖에 없겠다 싶어 멈춰서서 뒤를 돌아본다. 이런 장치에서는 빨리 뛰어봤자 저 쪽을 힘들게 할 뿐이다)
올 때까지 기다려봅시다.
 
​천해:응. (이번엔 진짜 싸우는 건가 생각하고 끄덕입니다)
 
탁, 탁, 탁, 탁
 
발소리는 점점 빨라지더니
 
곧 당신의 눈에도 한발로 뛰는 사람의 인영이 보입니다.
 
인영은 가까이 올수록 흉물스럽게 분장된 그의 얼굴이 보입니다.
 
한쪽 팔은 덜렁거리는 것처럼 흔들고,
 
눈 주변은 어둡게 칠해 눈이 없는 것 처럼 보이네요.
 
실제 밤에 만났다면 놀랐을지도 모를정도로 정교한 분장입니다.
 
서문규:(폐쇄된 병동에서 멀쩡한 게 튀어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이런 곳에 구태여 발을 들인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정말 무섭군요. (기계적으로 내뱉으며)
(이 곳에서 팔과 다리를 잘리고, 눈이 뽑힌 건가... 역시 인간이 제일 무섭다.)
 
​천해:(가까워진 귀신의 모습에 흠칫, 물러섭니다)
 
서문규:가위바위보... 해야 보내줍니까? (통행료를 걷는 불량배를 대하듯 순순히 주먹을 내민다)
 
한발 귀신:(너무 태연한 모습에 김빠진 표정으로 멈춰 섭니다) ...아... 아닙니다... 가세요....
 
​천해:....! 귀신도 말을 하네요. (소근)
 
서문규:(겁은 먹었지만, 표정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 티가 나지 않는다. 어차피 귀신보다 인간이 훨씬 무서우니 크게 놀라지도 않는다)
네, 저렇게 인간에게 말을 거는 귀신이 더 많은 편입니다. 저런 귀신이 얘기할 만한 걸로는... '내 다리 내놔'같은 게 있을까요?
(되짚고 보면 모두 인간의 업보이지 않나.)
감사합니다. (수고하라는 듯 경례하고 마저 걸어간다.)
 
​천해:인간에게 말을 걸고... 친근하네요! (귀신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문규와 뒤에 남은 한발 아니 이제 두발이 된 귀신을 번갈아보다가 따라갑니다)
 
저벅저벅 통로를 따라 걷고 있으면,
 
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 작은 귀신의 집 안에서 길을 잃은 걸까요?
 
​천해:(아까 본 핏자국 같은데... 벽에 난 이상한 모양의 핏자국을 보고 갸우뚱합니다) 문규 씨? 이거 아까 본 거 같지 않아요?
 
서문규:(길을 헤매다 보면 누구나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심지어 이런 좁고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한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곳에서는.) ...미술부에서 여러모로 신경썼군요.
아... 같은 핏자국을 여러 개 배치해뒀거나, 아니면 저희가... 길을 잃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어두운 와중에 그런 게 보이십니까? 제 눈에는 잘 안 들어와서.
 
​천해: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근데, 길을 잃어버린 거면 어쩌죠?
 
서문규:음... (토끼라고 외쳐야 하나 고민하다가) 뭔가 더 나올 수도 있으니 좀 더 걸어봅시다. 힘들면 얘기하세요.
 
​천해:네, 나도 길을 잘 찾아볼게요. (끄덕입니다)
 
컴컴한 길을 걷고있으면
 
히.. .히힉.. .히히히힉 ... .히히..
 
으스스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마치 당신의 등 바로 뒤에서 웃는 것 처럼 웃음소리는 귓가에 메아리칩니다.
 
이거 녹음되었다기엔 너무 현실감 넘칩니다!
 
​천해:(리얼한 웃음소리에 놀라 돌아보고) 누군가 있어요...!
 
서문규:(...큰 소리가 귀에 울리는 게 불쾌해서 눈을 찌푸린다)
직접 내는 것 같군요. (미술부원들도 힘들겠다 싶어 팔을 휘적댄다. 혹시 누가 잡히면 길이라도 물어볼 셈)
 
휘적, 손을 휘둘러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습니다.
 
대체 무슨 스피커를 쓰는 건지...
 
미술뿐만 아니라 음향효과에도 엄청 신경을 쓴 모양입니다.
 
서문규:(허공을 스치는 팔에 놀란다. '있는 걸로' 놀래키는 게 아니라 '없는 걸로' 놀래키다니... 이 정도 퀄리티면 과연 외부인에게 보여주기에도 손색 없다는 생각도 든다)
천해 씨, 혹시 길은 아시겠습니까? 정 모르겠으면 '토끼'라고 외치고 나갑시다.
 
​천해:
항법
기준치: 10/5/2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두리번거리고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합니다) ... 잘 모르겠어요. 주변 냄새도 너무 독해서 들어왔던 길도 못 찾겠고.
 
서문규:
항법
기준치: 10/5/2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알겠습니다. (이 쪽도 소독약 냄새에 슬슬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같아 길을 살피던 것도 멈춰선다.) 토끼!
 
토끼라고 외치면
 
곧 출구쪽에서 랜턴을 들고 안내하러 온 부장이 보입니다.
 
미술부 부장:(랜턴으로 둘 비추고) 아! 여기 있으셨군요. 따라오세요.
 
부장을 따라가면... 부장의 표정은 어쩐지 좋지 않네요.
 
미술부 부장:그... 재미는 있으셨나요? 비명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서... (자신감 뚝 떨어진 목소리)
 
서문규:전반적으로 잘 만드셨습니다. 특히 분장같은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음향효과까지도 신경쓰신 부분은 진심으로 감탄했고요. 이 부스에서 무서워하지 않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전 준비위원이라 내용을 살짝씩 엿본 것도 있고, 나오는 귀신들이 전부 분장한 학생들이라 생각하니 집중이 되지 않아서 비교적 반응이 없었던 것 뿐입니다.
다음번에는 소품 등에도 조금 더 신경써보신다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상상력을 이용해 소름돋게 만드는 전략도 재밌을 겁니다.
(한창 감상을 늘어놓다가 천해의 안색을 살핀다.) 어떠셨습니까? 소독약 냄새는 좀 괜찮으시고요.
 
미술부 부장:...아... (밝아지는 표정) 다행입니다...! 하나도 안 무서운 거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어요. 저도 그렇고 부원들도 그렇고. (출구에 도착해 문을 열어주며 중얼거립니다) 소품들로... 저녁까지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보완해서 열어봐야겠네요.
 
​천해:(코를 쓱 문지릅니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에요. 독하긴 하지만 이 정도로 어지러운 것도 아니고, 냄새가 심해서 길을 못 찾았던 것 뿐이니까 괜찮아요.
 
부장을 따라 출구로 나오면, 밝은 빛에 눈이 부십니다.
 
부장은 꼬마 유령 모양의 도장이 찍힌 차트를 건네주네요.
 
미술부 부장:(차트와 폴라로이드 카메라 들고 다가옵니다) 기념사진 찍어드릴까요? 완주하신 분들은 찍어드리고 있는데 두 분은 첫 번째 손님이시니까 특별히 찍어드릴게요.
 
서문규:(그럼 소독약 냄새가 없었다면 냄새만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건가...? 쏟아지는 빛에 팔을 들어 눈앞을 살짝 가린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천해:(아무래도 개과 코)
 
서문규:(차트를 받아들고 고개를 젓는다) 완주한 것도 아니니 사양하겠습니다. (기념사진을 찍는 게 싫다기보다는, 인간이 아닌 천해가 사진에 찍히지 않는다거나 해서 혼란을 빚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천해:(그런 마음을 몰라서 부장과 문규 번갈아보다가 문규에게 조용히 물어봅니다) 문규 씨, 사진이 뭔데요?
(사진이 뭔지 모르지만 왜 사양하지... 생각하고)
 
서문규:사진기를 이용해서 렌즈에 맺힌 잔상을 그대로 찍어서 남기는 겁니다. 궁금하시면 나중에 직접 보여드릴 테니 지금은 우선 갑시다. (마찬가지로 속삭여 답하고는)
 
​천해:(설명을 들어도 전혀 이해가 안 되지만 나중에 보여준다니 알겠다고 끄덕입니다)
 
촬영을 사양하자 미술부 부장은 알겠다고 카메라를 거두네요.
 
즐거운 축제 보내라는 말과 함께 다시 부실로 돌아갑니다.
 
이제 둘러볼 곳은 한 곳이 남았습니다!
 
끝나면 축제 구경할 시간도 충분할 거 같아요.
 
서문규:(부장에게 인사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다가, 잠시 업무를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간다. 그러고보니 기술실에도 들려야 했었고... 지금은 화장실이나, 부스를 준비하지 않는 교실이 조용하려나?)
 
부스를 준비하지 않는 교실이면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술실은 2층에 있었죠.
 
우린 지금 3층이고요.
 
서문규:(2층에 있는 조용한 교실로 내려간다) 천해 씨, 잠시만요.
업무가 바빠서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지금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
 
​천해:...? (이쪽이 다음에 봐야 하는 곳이려나 생각하고 별생각없이 따라가다 사진이라는 말에 표정이 밝아지고) 와, 좋아요!
 
서문규:(안에 사람이 없는지 노크부터 하고 조용히 들어간다. 2층은 1학년 층이니 마음이 좀 더 편한 것도 사실이다)
(평소와 달리 조용한 교실 안이 뚜벅뚜벅, 나무 바닥을 걷는 소리로 가득찬다. 교실은 줄별로 배열이 딱딱 맞춰진 책걸상이 채우고 있다. 위는 교과서며 종이가 덮고 있는 모습. 천해 씨께는 낯선 풍경이겠지. 특별한 점이 없다면 아무 자리나 잠깐 빌려 앉는다)
그러고보니 평범한 교실은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것 같네요. 인계의 교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천해:(문규를 따라 교실로 들어갑니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교탁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슷한 구조면서도 뜯어보면 다른 인계의 교실을 살펴보지만, 마음대로 만지면 안 될 거 같아서 사물함 같은 건 열어보지 않습니다. 문규가 자리에 앉으면 따라가 곁에 섭니다) 여기가 문규 씨가 쓰는 교실인가요?
 
서문규:제 교실은 아니지만, 구조는 똑같습니다. 저건 수업용 칠판, 옆에는 TV와 전선 케이블이 있고... (외에도 우산꽂이나 분리수거함 등 대략적인 구조물들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사진은... 잠시만요.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켠다.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보다는 필기를 찍어 남길 때에나 썼던 것인데... 살다 보니 별 일이 다 있구나 싶다)
 
​천해:(문규의 교실이 아니라는 건 아쉽지만, 이계에 없는 것들에 연신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냅니다) 그걸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가요? (미술부 부장이 가져왔던 것과 다른 것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니 얌전히 기다립니다)
 
서문규:(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살피는 모습을 보며, 책상에 놓인 교과서를 잠깐 옆으로 밀어두다 문득 생각나서 입을 연다) 천해 씨는 싫어하는 게 있으십니까? 가리는 과목이라든지. (축제에 와서 무엇이 싫다고 하는 천해를 본 적이 없다)
네, 여기 달린 렌즈라는 장치를 저 쪽으로 향하면 화면에 이렇게 나타나는데, 버튼을 누르면 이걸 그림처럼 사진 한 장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찍은 건 갤러리에서 볼 수 있고요. (등등 카메라의 사용법을 대강 설명해 준다.) 한 번 찍어보시겠습니까?
 
​천해:싫어하는 과목... (잠시 고민합니다) 음~ 거의 다 재미있는데, 하나 고르면 사냥술이요. 나보다 작은 동물들을 잡아야 하니까. 어릴 땐 몰랐는데, 지금은 동물들이 불쌍하더라고요. 이젠 너무 손쉽게 잡기도 하고...
(문규의 설명에 따라 핸드폰을 들고 살펴봅니다. 화면에 비치는 반대쪽 풍경을 보고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고는 몇 번 셔터를 누릅니다) 와...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카메라 렌즈를 옮겨 문규쪽으로 하고 몇 번 더 버튼을 누릅니다) 와, 신기해요...! 그림이 바로 그려져요!
 
서문규:천해 씨는 육식동물이잖습니까.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할 겁니다. (...작은 동물을 상대로 무슨 짓을 하든 인간보단 나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입 밖에 내놓지는 않는다. 인간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호의적인 요괴의 실망한 표정을 볼 자신이 없어서.)
저희 쪽과는 배우는 과목도 많이 다른 모양이네요. 그럼 좋아하는 과목도 저희 세계에는 없는 것이겠군요.
그림이랑은 좀 다르지만... 비슷하겠죠. (만족할 만큼 찍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잠깐 달라며 손을 내민다. 실험해보고 싶은 게 있다)
 
​천해:(육식동물) 맞아요. 풀만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씁쓸) 영월호에서는 요술 쓰는 법이나 글을 읽고 쓰는 법, 신학, 교양같이 요괴들이 알아야 할 다양한 걸 배워요. 음~ 다 재미있지만, 인계에 대한 수업이 특히 재미있었어요. 그것도 이제 없어진 과목이기는 하지만...
(열심히 셔터를 누르다 문규의 손에 핸드폰을 내려놓습니다)
 
서문규:그렇습니까. 저희는 여러분처럼 국어나 기술/가정같은 실용 과목, 체육, 수학, 사회, 과학, 외국어같은 학문을 배웁니다. 아마 이계에도 있을 것 같지만, 역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입니다.
... 인계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 없어졌다고요? 피차 교류하게 될 사이인데 알아두는 편이 더 좋지 않습니까...? 거기다 학교를 세운 것도 인간이었다면서요. (의문스럽긴 하지만 절대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인간들도 요괴에 대해 배우진 않으니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을 돌려받으면 이번에는 렌즈를 천해 쪽으로 향하고 찍어 본다. 요괴도 사진에 찍히나?)
 
​천해:(인간이 배우는 과목엔 처음 들어보는 수업도 많고 재밌어 보이지만, 자신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서 부탁하진 않습니다) 인계에 대해 설명해 주실 선생님이 이제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선생님이 남겨주신 자료로 인계에 대해 수업을 했었는데, 몇 호기심이 많은 요괴들이 인계로 가는 바람에 소동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정규 수업으로 듣지는 않아요... (추욱, 조금 기운 빠진 목소리로 말합니다)
 
찰칵,
 
카메라음과 함께 천해의 모습이 핸드폰 화면에 뜹니다.
 
선명한 모습이 찍히는 게 심령사진 같지는 않네요!
 
서문규:아... (돌아가신 건가. 하긴 인간의 수명은 요괴와는 천지차이니까...) 하긴, 저희 쪽에서도 정식으로 요괴의 존재에 대해서 알렸다간 인간들이 폐를 끼칠 겁니다. 그럼 요괴들이 인간에 대해 알 방법은 이 쪽으로 넘어오는 것 외엔 없겠군요.
천해 씨는 인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셨으니, 나중에 그 과목 담당 선생님이 되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명하게 찍힌 사진을 의외라는 듯 들여다본다. 나중에 본래 세계로 돌아가시면 사진에서도 사라지려나...)
(혼자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다시 천해에게 돌려준다.) 혹시 더 찍고 싶은 게 있으시면 갖고 계셔도 됩니다. 바닥에 집어던지거나 물에 빠트리지만 마세요. 혹시 진동이 울린다면 제게 건네주시고.
 
​천해:맞아요. 가끔 넘어오는 인간에게 듣거나... 그렇게 자주 있는 교류가 아니다 보니 실제로 본 인계의 모습은 제가 배웠던 내용과도 많이 달라요. 기대 이상으로 신기한 것도 많고. 이 카메라라는 것도 그렇고.
(선생님이 될 수도 있겠다는 말에 낯부끄러운 듯 코 문지르고) 에이~ 전 선생님과는 안 어울려요. 아하하! (어색하게 웃지만 싫은 표정은 아닙니다)
(핸드폰을 받아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이렇게 바로바로 화면에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한 표정) 내가 그럼 종일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거예요?!
이런 게 이계에도 있으면 좋을 텐데... (다시 찰칵거리면서 중얼 혼잣말합니다)
 
서문규:(이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싶지만, 자신도 처음 요력이라는 걸 마주했을 때는 더없이 진기하다고는 생각했으니까... 어쨌든 좋아하시는 것 같으니 됐나 싶다)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니 헤어진 동료에게서는 소식이 없냐고, 지금 당장이라도 신목 앞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니냐는 물음은 쑥 들어간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말 그대로 위기가 기회로 된 것 같기도 하고)
 
​천해:(아무래도 본분을 잊은 편)
 
서문규:제가 보기엔 잘 하실 것 같은데요, 선생님. (어린 요괴들에게 필요한 건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현명하고 다정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진심으로 얘기한다)
아, 네. (갖고 있어도 연락할 때 말고는 쓸 일이 없으니 미련이 없어보인다. ...아, 시계용으로도 써야지. 그러고보니 지금 몇 시지? 상단바의 숫자를 읽어 본다)
 
시간을 보면 벌써 점심시간이 살짝 넘은 시간입니다.
 
열심히 돌아다니다보니,
 
점심시간도 놓쳐버렸네요...
 
​천해:(헤헤) (밥은 모르겠고. 문규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고 뒷머리만 벅벅 긁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닮은 인간이 선생님이 잘 어울린다고 말해줄 확률에 대하여)
 
서문규:(시간을 확인하고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린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사부터 합시다.
근처에 기술실이 있으니, 붉은 실만 찾고 바로 갑시다. 벌써 점심시간이 넘어가서요.
 
​천해:아, 벌써요? (아침에 챙겨 먹기도 했고 축제를 구경하느라 배고픈지 몰라 점심시간이라는 말에 놀란 눈 하고 따라 일어납니다.)
 
축제기간동안 필요한 도구를 찾아 쓰기 편하도록 기술실의 문은 열려있는 모양입니다.
 
기술실에서 물건을 찾아가는 학생들이 몇 보이네요.
 
다들 자기 할 일이 바쁜 모양인지 둘을 신경 쓰는 기색은 없습니다.
 
서문규:(바로 열리는 문을 시원하게 열고 들어간다. 분명 여기서 바느질 수업을 했었으니까... 눈으로 실이 있는 곳을 찾다가 따라들어오는 천해에게 묻는다) 그 붉은 실의 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요?
 
​천해:음, 이 정도면 충분해요. (양팔을 벌려 대충 길이를 재줍니다)
 
재봉틀이 놓여있는 선반에는 실이 들어있는 함도 같이 올라가 있네요.
 
열어보면 잡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실들이 보입니다.
 
붉은 실도 있지만... 엉켜있네요.
 
서문규:(쉬운 일이 없군... 손놀림 판정으로 얽혀있는 실을 풀어 빼내 보겠습니다.)
 
서문규:
손놀림
기준치: 30/15/6
굴림: 1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샤샤샥...~
 
다행히 심하게 엉켜있지 않아 쉽게 풀어냅니다!
 
서문규:(눈대중으로 길이를 재며 손가락에 실을 둘둘 감는다. 충분하다 싶으면 천해에게 실을 건넨다) 이 정도면 됩니까?
 
​천해:(받은 실의 길이를 확인하고 한쪽 끝을 자신의 손목에 매듭짓습니다) 자, 문규 씨도 손목 주세요.
 
서문규:(아까 리본을 감았던 손목을 다시금 내민다)
 
천해는 당신의 손목에도 매듭을 묶어줍니다.
 
그리고 잠시 실 위에 손을 올리는 행동을 취하고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설명합니다.
 
​천해:됐어요. 제 요력을 넣었으니까 쉽게 끊어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잃어도 이 실로 문규 씨를 찾을 수 있고, 문규 씨도 제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서문규:......예? 어느 사이에...? (아까 교실에서 천해가 카메라를 보며 지었던 표정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벙찐 얼굴을 한다. 몇 번 팔을 뒤로 밀어 실을 늘리다 보면 겨우 조금이나마 납득한 표정이 된다)
아... ... 우선은 알겠습니다. 이걸로 길을 잃을 걱정은 없겠군요.
(잠시 고민하다가 방금 전의 교실 쪽으로 다시 나온다. 어차피 급식실로 가려면 지나야 하는 길목이기도 하고) 천해 씨.
이걸 지금 돌려드리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만하면 방지책은 충분히 세운 것 같으니 이건 돌려드리겠습니다. (주머니 깊숙이에 넣어둔 방울을 꺼내 손에 올려준다)
 
​천해:(인계의 물건들에 자신이 놀라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거의 처음으로 문규를 놀라게 했다는 것에 뿌듯한 표정. 한편으론 왜 이 방법을 생각 못 했을까 생각도 합니다. 문규가 방울을 돌려주면 다시 받습니다. 손목에 실을 달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에게 방울을 돌려준 것이 어쩌면 조금 자신을 신뢰한다는 의미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 고마워요. ...근데 밥은 어디서 먹어요? (역시 축제니까 사 먹는 걸까? 인계의 축제 음식을 기대하는 표정입니다)
 
서문규:(이 요괴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서 돌려준 것이기는 하지만, 별로 불쾌해하거나 위협하는 기색 없이 받아드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천해의 손에서 흔들리는 방울이 딸랑이는 것을 본다. ...어쩐지 낯익은 방울 같다면 기분 탓일까? 그래, 꼭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아, 학생들끼리 모여서 먹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따라오세요. (시간이 늦었으니 부지런하게 걸어간다. 오늘의 급식 메뉴를 떠올리다가) 음식에 따로 알레르기는 없으시죠.
(천해를 급식실로 안내한다. 배식 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는 길목에 학생들이 빽빽하다)
 
​천해:(축제 음식이 아니라는 것에는 조금 아쉬웠지만, 학생들이 모여서 먹는 곳에 학생도 아닌 자신이 갈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즐거운 표정입니다, 알레르기가 뭔지 모르지만 상관없다는 것처럼 대답합니다) 네, 난 다 잘 먹어요. (인간의 식단은 뭐가 다른지 마냥 기대하고 따라갑니다)
 
복도를 따라 급식실로 도착하면,
 
늦은 시간임에도 학생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축제지만 잔반없는 날이라 다들 급식을 먹으러 온 거 같네요!
 
​천해:(급식실에서 풍기는 냄새에 킁킁거립니다) 음~ 좋은 냄새가 나요!
 
서문규:(오늘의 메뉴 중에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축제 음식만큼은 아니어도, 시월 고등학교의 급식은 괜찮은 편이니까요.
(오늘의 메뉴는 칼슘현미밥, 북엇국, 꿔바로우, 김치햄볶음, 두부조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멀리서부터 북엇국 냄새가 난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천해에게 배식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준다. 식판을 들고 음식을 받아야 한다는 것 정도)
 
​천해:(문규의 설명을 들으며 식판과 수저를 챙기면서 눈은 착실하게 이미 먹고 있는 학생들이 음식을 관찰합니다. 낯설게 생긴 음식들이 무슨 맛일까 상상하다 현미밥 가리키고) 저건... 무슨 맛인지 상상이 가요.
 
서문규:별 맛은 안 납니다. 한국에서 먹는 주식이죠. 하나만 먹으면 싱거우니 주로 반찬을 곁들여 먹습니다. (약간은 매운 편인 김치햄볶음 같은 걸 가리킨다)
 
​천해:(오오...) 반찬. 저런 음식을 먹는 요괴들도 있어요! 한번 먹어봤는데 심심하지만 좀 단맛이 났던 거 같은데 여기서는 반찬이라는 것과 같이 먹는군요. (돌아가서 다른 요괴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끄덕입니다)
 
식당엔 학생들이 꽤 있지만 다행히 줄은 길지 않습니다.
 
게다가 천해도 교복을 입은 덕에 아무도 의심하는 눈치가 아니네요!
 
서문규:(먹고 다시 일해야지... 시간을 계산하며 배식을 받는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천해가 오기를 기다린다)
 
​천해:(배식판 가득 음식을 쌓아서는 먼저 자리를 잡은 문규의 맞은편에 앉습니다)
아주머니들께 많이 달라고 했더니 이만큼 주셨어요... (흡족)
 
서문규:...다, 다 드실 수 있겠습니까? (평소에 정량만으로도 배가 차는 편이라 저렇게 더 받아오는 학생을 보면 늘 신기하다. 수북하게 쌓인 음식을 다 먹다 체하시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한다)
 
​천해:(걱정이 무색하게 벌써 입에 음식을 집어넣고 우물거리며 말합니다) ..오늘, 많이 걸었잖아요.
잘 먹어야 오후에도 구경하죠!
 
서문규:아... ... 알겠습니다. (처음 보는 음식도 스스럼없이 입에 넣는 천해를 보다가, 요괴는 원래 많이 먹는가 싶어 그냥 자기 식판에나 마저 집중한다.)
(특별히 가리는 메뉴가 없어서 고루 손을 대고 식사를 마친다. 두부조림은 짭짤하고 부드러워서 씹기 편하고, 새우튀김이나 김치햄볶음은 자극적이지만 중간중간 밥을 밀어넣으면 고통스러워하던 혀도 얌전해진다. 소스를 바른 꿔바로우는 입에서 오독오독 소리를 내며 씹히고, 튀김옷은 바삭한데 속살은 촉촉하다. 중간중간 목이 막히면 북엇국을 떠먹어 넘긴다)
(시계를 확인해가며 15분에 식사시간을 맞춘 뒤, 천해 쪽을 들여다본다. 설마 벌써 다 드신 건 아니겠지... 먼저 가야 하나.)
 
​천해:(식판에 집중에 음식을 먹습니다. 이계에선 먹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자극들에 놀라워하며 입으로 음식들을 옮깁니다. 연신 맛있다고 감탄하면서도 틈틈이 문규에게도 시선을 둡니다. 인간이 음식을 먹는 속도를 알 길이 없으니 자신이 먹는 속도가 급해서 문규까지 빨리 먹다 체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지만, 문규도 서둘러 먹는 듯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천해 픽 최고의 음식 칼슘현미밥1, 북엇국2, 꿔바로우3, 김치햄볶음4, 두부조림5 5)
(특히 두부조림... 식감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것이지만 식판 위 음식 중 가장 먼저 비워내고, 남은 음식도 남김없이 먹습니다. 너무 깨끗하게 먹어서 부족해 보이기까지 하는 식판을 앞에 두고서는 잘 먹었습니다, 하고 혼자 인사합니다)
(두부조림은 만드는 방법을 알아가서 이계에서도 꼭 해먹으리라... 숟가락으로 조금 남은 양념을 콕 찍어 아쉬운 마무리를 합니다)
 
서문규:(그 많던 식사가 어느새 모조리 천해의 뱃속으로 들어간 걸 보고 헛숨을 들이킬 만큼 놀란다... 혹시 일부러 급하게 드신 건가?) ... 다 드셨습니까?
입맛에 맞으셨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깨끗하게 비워진 식판을 다시 한 번 흘끔거리며 다 먹은 수저와 식판을 식판 놓는 곳에 쌓아둔다)
 
​천해:(문규를 따라 퇴식구에 식판을 올려놓습니다) 아침에 먹은 것도 정말 맛있어지만... 인계의 음식은 정말 환상적이에요. 특히 그 네모난 음식! 촉촉하면서도 양념이 배어있었는데 만드는 알아갈 수 있을까요?
 
서문규:네모난 음식이라면 두부조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쪽에도 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서 드리겠습니다. (자신은 매일 먹던 것이라 큰 감흥이 없던 반찬이었는데, 대단히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셨으면 이만 갑시다. 남은 일정도 마저 소화해야 하니까요. (생각해보니 저녁에도 두부조림을 해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까지 자신은 없지만... 머릿속으로 마트에서 살 것 리스트를 작성하며 걸어간다)
 
​천해:...두부조림! (이름까지 마음에 든다 까먹지 않으려는 듯 두어 번 중얼거리고는, 만드는 방법을 적어준다니 기뻐합니다. 남은 일정을 해치우러 가자는 문규의 말에 냉큼 곁에 서서 급식실을 나갑니다)
 
점심 식사도 만족스럽게 끝내고,
 
아직 남아있는 연극부의 도장을 받으러 출발합니다.
 
이것만 받으면, 포크댄스 시간 전까지 자유 시간이겠죠...!
 
그런 기대를 품고 부지런히 발을 옮깁니다.
 
 
소강당에서는 연극부의 연극 준비가 한창입니다.
 
앞으로 약 30분 후, 본 공연이 시작 된다는군요.
 
강당에 들어서자마자,
 
부장이 당신을 발견하고는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연극부 부장:(후하후하 숨고르고) 마침 잘 왔어!! 세트 몇 개를 무대 뒤로 옮겨놔야 했는데, 후배 몇이 깜빡했지 뭐야.
지금 도와줄래?
 
서문규:(이제 여기서 의상 준비를 도와달라거나 누군가의 대타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해 오겠지)
(... 이런 예감은 좀 빗나가면 안 되는 건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 된다.)
 
​천해:(인계의 축제는 일손이 많이 필요한가봐... )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부장의 부탁,
 
부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옮겨지다 만 무대 세트가 보입니다.
 
서문규:(힘 쓰는 일은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익숙해졌으니까. 별 거부감 없이 세트로 다가간다.)
(옮기려면 근력 판정 하나요?)
 
세트장 쪽으로 가보면, 무거운 짐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네요.
 
서문규: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 ...힘을 주고 있는데 왜 안 밀리지?)
 
끼이이익ㅡ,
 
세트가 강당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납니다.
 
보기보다 더 무겁네요.
 
곁에 있던 다른 부원들이 일손을 거들어줍니다.
 
서문규:(예상을 뛰어넘는 무게감이 팔을 짓눌러와 벌써부터 좀 지친 표정이 된다. 빨리 옮겨야 무대 공연에도 탈이 없을 텐데...)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역시 같이 하면 무거운 짐도 옮기기 쉽고..!
 
멀리서 보는 천해의 눈도 있으니
 
힘차게 세트를 밀어봅니다!
 
부원들고 함께 세트를 옮기고 있는데,
 
그때, 몇몇 학생들이 천장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릅니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무대용 조명장치 하나가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추락합니다.
 
분명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
 
서문규:(그러고보니 연극부에선 무슨 공연을 한다고 했더라... 같은 생각을 하다 익숙한 위기감에 몸이 얼어붙는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감싼다)
(민첩 판정으로 피해봐도 되나요?)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이 그대로 얼어붙습니다.
 
그걸 본 천해가 빠르게 당신의 몸을 잡고 바닥을 뒹굽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치가 박살납니다.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서문규:
SAN Roll
기준치: 34/17/6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하라는 외침에도 눈을 질끈 감고 머리만 감싸고 있다. 고집에 가까운 태도)
 
​천해:문규 씨, 괜찮아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밀어냈지만 덩달아 놀란 표정)
 
서문규:(잘은 모르겠지만 손발에 감각이 있고, 눈이나 귀도 멀쩡하니까 살아있는 게 맞겠지... 얄팍한 등껍질에 기대는 소라게처럼 가만히 있다 정신을 수습하고 몸을 일으킨다)
아, 천해 씨.
... 무사하십니까? 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 잡고 일어나라는 듯 손을 내민다)
 
​천해:(문규의 손을 잡고 일어납니다. 여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조명이 달려있던 천장을 올려봤다 푹 숨을 내쉽니다) 큰일 날 뻔했어요... 그대로 있었다간.... (아찔)
 
주변에 있던 연극부원들의 시선이 쏠립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달려온 부장도 보이네요.
 
연극부 부장:괜찮아? 보건실로 가지 않아도 되겠어?
 
서문규:(귀를 찌르는 소음과 함께 완전히 박살난 조명 장치를 보다 눈을 찌푸린다.) 천해 씨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다쳤겠군요. 감사합니다. (유리조각이라도 튄 건 아닐까 어깨를 가볍게 털어준다)
보건실이 문제가 아니라... 이 학교 부실공사 문제도 있었습니까?
 
연극부 부장:...아.. 아니.. 어제 점검했을 땐 튼튼했는데, 갑자기... 내가 부주의했어. 다치진 않았어?
 
부장은 미안한지 제대로 얼굴도 못보고 사과하네요.
 
서문규:사과는 됐습니다. 근처에 있는 선생님이나 무대 담당자를 불러서 다시 제대로 살펴보세요. 아까 세트를 옮기다가 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고라고는 생각하지만, 어쩌면 고의로 뜯은 흔적이 있을까봐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
 
연극부 부장:정말 미안하다.. 하.... 곧 연극 리허설인데 다시 한 번 확인해야겠네. 좀 쉬었다가. 리허설이라도 보고 가도 좋고.
 
서문규:(천해를 한 번 살펴보고, 둘 다 멀쩡한 것 같으면 한숨을 쉬며 현장에서 물러선다. 단번에 긴장하고 있었더니 어쩐지 온몸이 쑤시는 것 같다)
아, 천해 씨. 연극부에서 리허설을 한다는데 보고 싶으십니까? (본 공연 때 제대로 보여드리는 게 나은지 생각해본다)
 
​천해:(리허설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연극부에서 한다고 하니 연극이겠지 생각합니다) 네! 연극 볼래요. 근데 문규 씨는 괜찮아요? (큰 부상은 피했지만 조명을 피하려고 구르기도 했고 신경 쓰이는 눈치입니다)
 
서문규:...천해 씨보다는 괜찮겠죠.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것보다 저 멀리에 계셨는데 어떻게 발견하고 뛰어오신 겁니까?
 
​천해:요괴는... 그런 게 있어요. 본능 그런 거. 6번째 감각.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요)
 
서문규:(뜻하지 않게 목숨을 빚졌다는 생각에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나름의 보답일 거라고 생각하고 평소대로 돌아온다.) 그럼 적당한 곳에 앉으세요. 조금 있다 시작할 겁니다.
아무래도 본공연 쪽에 더 힘을 줄 테니, 귀신의 집처럼 제대로 된 걸 원하시면 조금 더 기다리고요.
 
​천해:본 공연이 따로 있군요... (관중석을 둘러보고는 빈자리로 향합니다) 음~ 사람도 많지 않고... 리허설과 본공연이 내용이 다른 건 아니죠? 그렇다면 괜찮아요!
 
서문규:내용 자체는 같을 겁니다. 연극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웬만하면 연기일 테니, 아까처럼 뛰어들지는 마세요. (육감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만 그게 무대를 망치면 안 되니 미리 당부해두곤 무대 가까이에 앉는다)
 
천해는 당신의 말뜻을 이해한 건지 끄덕거리네요.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에 가서 앉습니다.
 
리허설이지만, 학생들 몇 명이 구경하러 왔는지 자리는 듬성듬성 차있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곧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 커튼이 올라갑니다.

 

✿✿✿

핸드아웃: 연극 - 신목의 시


이 이야기는 네 그루의 신목에 대한 내용입니다.

평평한 세계에서 두 그루의 신목을 수호하던 신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에 신목은 두 그루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뒤집힌 세계에는 또 다른 두 그루의 신목과 그를 지키는 무녀가 있었습니다. 무녀 역시 세상에 신목은 두 그루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요! 신목은 세계를 잇는 출입구였습니다. 운명의 문이 열리고, 평평한 세계의 신관과 뒤집힌 세계의 무녀는 서로를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은 신목 아래에서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랑은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평평한 세계에 멸망이 찾아왔기 때문이죠. 신관은 사랑하는 무녀가 있는 곳으로 멸망이 건너가지 못하게 수호하던 신목을 불태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무녀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있을까요. 그저 찾아오지 않는 신관과 열리지 않는 신목을 원망하며 기다리는 수밖에요. 수천 번 해가 뜨고 수천 번 달이 떠도 오지 않는 사람을, 그는 아직도 기다린다고 합니다...

✿✿✿

 

 
연극이 끝나고, 조명이 켜집니다.
 
서문규:(막이 내리고 무대로 나와 짧게 인사하는 학생들을 보며 박수를 쳐 준다)
 
곁에 앉은 천해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신중하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천해:(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있다가 박수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함께 박수 칩니다)
리허설도 멋진데 본 공연은 더 화려하겠죠...!?
 
서문규:(연극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양하다. 조용히 일어나 박수를 치는 사람도, 안타까운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누구보다도 신경쓰이는 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천해의 반응이다)
(...자신으로서도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고. 천해가 말을 꺼내면 그제서야 입을 연다) 그렇겠죠. 본 공연도 보고 싶으십니까?
 
​천해:음... (눈 데굴 굴리고) 아뇨, 본 공연도 궁금하지만 다른 것도 구경해야 하는데 또 보면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요.
 
서문규:알겠습니다. 다 보셨으면 이만 갈까요. (어쩐지 찜찜함을 지우지 못한다. ... 이 요괴 아니었다면 그저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로 넘겼을 텐데.)
 
찝찝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면,
 
부장이 도장을 가지고 다가옵니다.
 
연극부 부장:어땠어? 괜찮았니?
 
서문규:네, 잘 만드셨습니다. 오래 전부터 시간과 정성을 들인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신의 칭찬에 부장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걸 알 수 있습니다.
 
서문규:(도장을 보고 반사적으로 장부도 같이 내민다)
 
연극부 부장:공연은 축제 기간 동안 매일 하니까, 본 공연도 보러 와.
 
꾹, 나무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강당을 떠나는 당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네요.
 
담당 부스를 전부 돌고 나면,
 
3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8월의 하늘은 벌써 해가 기울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 차트를 위원회에 가져다 주기만 하면, 할 일은 끝난 거겠네요.
 
서문규:(노을이라기에도 정오 하늘이라기에도 애매한 하늘을 보곤 천해 쪽을 돌아본다) ...어떠셨습니까? 연극 내용은.
위원회에 잠깐 들리기만 하면 업무는 끝인데, 역시 신목 쪽에 가 볼까요?
 
​천해:(연극 내용에 대해 물어보자 잠시 생각하다 느리게 대답합니다) 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곳에도 비슷한 내용의 전설이 있어요. 이렇게 연극으로 본 건 처음이지만, 새삼 반갑네요.
아, 네. 신목에 도착해 있는 동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오늘 종일 축제 준비를 도와줬던 문규를 생각하니 막상 신목 안내를 부탁하기도 미안합니다) 근데 제가 문규 씨의 자유시간을 뺏는 거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요?
위치만 알려주시면 저 혼자 다녀올 수 있고... (잘 찾는 건 자신 없지만)
 
서문규:...기가 막힌 우연이군요. (아니면 이조차 이계와 인계 사이에 연결된 인연의 흔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뒷말은 삼킨다.)
괜찮습니다. 전 남는 시간을 투자하면 끝이지만 당신에게는 세계의 존속이 달려있는데 비교가 되겠습니까? (물론 연극 내용이 신경쓰여서도 있다. 꼭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것 같아서...)
(뒷산에 있다는 신목은 소문으로만 들어봤지만, 그래도 익숙한 자신이 안내해야겠지 생각하며 위원회로 향한다)
 
​천해:(세계의 존속. 종일 즐겁게 축제 구경하느라 잠시 흐려진 걱정이 선명해져 표정이 조금 굳습니다) ... 그럼 부탁드려요. 대신 내일도 열심히 축제 일 도울게요! (비록 오늘도운 건 없지만)
 
위원회에 도착해 차트를 제출합니다.
 
이대로 오늘의 일이 끝나나 싶었는데,
 
나가려는 당신을 위원회장이 부르네요.
 
위원회장:아, 문규야. 부탁 좀 하나 하자.
힘들 텐데 미안한데... 외부인이 학교 뒷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어서.
 
서문규:(가방을 챙기며 위원회장 쪽을 돌아본다.) ...외부인이요? 인상착의는 아십니까?
 
위원회장:나도 전해 들은 거라서. 분명 못 들어가게 막아놨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잠깐 가서 대신 확인해주지 않을래?
 
서문규:알겠습니다. (어차피 가는 길이었으니까...) 그럼 추후에 뵙겠습니다.
(천해에게 사복을 입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뒷산으로 향하는 길을 밟는다. 외딴 곳에 어떻게 외부인이 들어간 거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천해:(밖에서 기다리다가 문규가 나오면 쫄래쫄래 따라갑니다) 일 진짜 끝? 이제 바로 신목을 보러 가는 건가요?
 
서문규:...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외부인이 뒷산 부지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고.) 빠르게 가 봅시다.
 
​천해:아..! (급한 일이구나 생각하고, 더 자세히 물어보지 않고 따라갑니다)
 
시일고의 뒷산은 작고 고도가 낮지만,
 
관리되지 않아 수풀과 나무가 무성합니다.
 
이사장이 관리비를 빼돌렸다는 뒷말도 돌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뒷산에 ‘신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성한, 혹은 저주받은 나무가 존재하는 산에 괜스레 손을 댔다간 저주받을지도 모른다고,
 
당신 역시 동네의 몇몇 어른들이 수군대는 걸 듣지 않았나요?
 
실제로, 신목 근처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은 산에 접근하는 걸 꺼렸습니다.
 
서문규:(보도블럭은커녕 나무뿌리가 엉기성기 얽혀 험한 길을 간신히 딛으며 나아간다.) (유령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 뒤따라오는 천해를 힐끔 돌아본다)
(평소라면 이런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곳에 구태여 찾아올 일이 없었을 텐데. 조금 생소한 기분이 든다.)
 
​천해:어,
 
천해는 산 입구에 진입하자 놀란 표정을 했다가 풀숲을 두리번거립니다.
 
​천해:외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서문규:그런 것도 본능으로 느껴집니까? (야생동물들은-그것과는 좀 다르지만-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는다는 말을 떠올리고 얌전히 따라간다)
 
​천해:어... 그거랑은 좀 다른 거지만, 외부인이 어디 있는지 물어볼 수 있는 곳을 알 거 같아요.
 
그는 마치 오랜 세월 산에서 지낸것처럼, 평지를 걷듯 무난하게 위로 향합니다.
 
여긴 당신의 학교 뒷산인데,
 
마치 와본 것처럼 익숙한 걸음입니다.
 
서문규:(처음 건너올 때 이쪽 길을 밟아보신 게 아닐까 싶어 의문을 가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먹은 만큼 움직일 수 있는 출중한 체력이 부러울 뿐)
(길을 밟다가 중간중간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딜 뻔하면서도 계속 쫓아간다.)
 
​천해:(문규가 미끄러지면 속도를 늦춰 기다려줍니다. 종종 손을 내밀기도 하고) 산길이 험하니까 천천히 가요.
 
서문규:...예. (아직 등산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르막길은 오르막길이니, 중간중간 틈이 생길 때마다 열심히 숨을 고른다.)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천해:조금만 가면 도착할 텐데...
 
천해는 몇 걸음 앞서 걸으며 뭔갈 찾는 것처럼 두리번거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멈춘 곳에는,
 
우뚝 선 웅장한 크기의 나무가 있습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높이 뻗고,
 
굵은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분명히 신목입니다.
 
그 주위에는 낡은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습니다.
 
천해는 새끼줄을 걷으며 신목 앞으로 다가갑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거친 나무의 표면에 가져다 대고, 한참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로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몇 분 후, 그는 신목 앞을 떠나 다시 돌아옵니다.
 
​천해:문규 씨가 찾는 사람들이 어디있는지 알았어요!
 
서문규:(이름을 듣지 않아도 바로 신목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장엄한 나무를 보며 잠시 말을 잊는다. 그 기세를 봉인하려는 듯한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쳐져있는데도 신목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피부에 닿는 것 같다)
물어본다는 게 이 나무... 입니까? 찾으시는 동료분들은요.
 
​천해:(고개를 흔듭니다) 신목이 말하길 제 동료들은 아직 이곳으로 오지 않은 거 같아요... (잠시 걱정하는 표정을 하더니 금방 웃어냅니다) 다들 신목을 찾고 있을 테니 곧 만날 수 있겠죠.
 
서문규:그렇습니까. (바로 돌아가실 줄 알았는데... 하지만 혼자 으슥하고 험한 뒷산에서 헤맬 걸 생각하면 앞장서 주는 천해의 모습이 든든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 보죠. 그 사람 앞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겠습니까?
 
​천해:(넝쿨이 우거진 풀 쪽을 가리킵니다) 이쪽으로 내려가면 돼요. 다른 신목 밑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길을 잃은 거 같은데...
 
말하며 천해는 먼저 넝쿨 사이를 지나갑니다.
 
서문규:(넝쿨 사이가 제법 좁아 보이는데 어떻게 저 틈을 저렇게 쑥 지나가시는 거지? ...일단 자기도 몸을 밀어넣어 본다)
 
서문규:
크기
기준치: 50/25/1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내가 어쩌다 이런 곳에서 이런 짓을)
 
ㅋ 넝쿨 사이 구멍이 있습니다만...
 
어쩐지 비좁아 보입니다.
 
간신히 틈을 지나가면,
 
부욱ㅡ,
 
교복 조끼가 뜯어지는 소리가 나는 거 같네요....!
 
서문규:(이 몸뚱아리는 도대체가 도움이 안 되는군... 온몸에 잔가지와 나뭇잎 장식을 달고 나온다.)
(...집 가서 수선해야겠네. 할 일이 하나 더 얹히자 어깨에 힘이 빠진다)
(혹시 못 지나가고 있으면 근력 판정이나 강행 시도해볼게요ㅠㅠ)
 
서문규: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억지로 몸을 밀어 넣으면...
 
투두둑...
 
올이 풀리는 조끼가 보입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조끼를 희생하고 넝쿨 사이를 지나갔다는 거겠죠.
 
​천해:(문규 교복 봄. 천해는 얼마나 잘 지나갔을까요)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ㅋ)
 
천해가 입은 교복도 너덜거리기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신경을 안 쓰는 모습인데,
 
저거 당신 교복 아니었나요?!
 
서문규:...... 마저 가기나 합시다. (떨리는 음성을 양 손바닥에 묻으며 길이나 마저 재촉한다. 전부 내가 자초한 일인데 누구를 탓하랴...)
 
​천해:...? (너덜거리는 교복은 별로 신경 안 쓰이는 표정) 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하늘은 점점 어둑해집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두 번째 신목 밑에는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있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아이들은 두 사람을 발견하고
 
달려와 안긴 채 울먹이다 결국 목 놓아 울어 버리네요.
 
아무래도,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서문규:(음주가무하는 어르신도 아니고 취식하는 등산객도 아니고 담배 피는 사람도 아닌 평범한 초등학생이 앉아있는 걸 보고 놀란다)
괜찮으니 이만 돌아갑시다. (더듬더듬 초등학생들의 어깨를 두드려 진정시켜 준다.) 천해 씨, 여기서 돌아가는 길도 아십니까?
 
초등학생1:으아아앙~!! 집에 가고 싶어요. (문규 옷에 얼굴 묻고 코 훌쩍)
 
​천해:(자신에게 안긴 초등학생을 번쩍 안아들고 등 다독여줍니다) 네, 내려가는 길도 알 거 같아요.
 
아이를 가볍게 안은 천해는 올라왔던 곳과 다른 쪽 길로 향합니다.
 
서문규:(초등학생의 손을 잡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따라간다. 정말 천해 씨가 없었다면...)
 
천해를 따라 길을 내려가면
 
서문규: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갑작스레 발밑이 푹 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저항할 수 없는 압력에 의해 당신의 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무릎은 쓸리고, 발목이 시큰거립니다.
 
서문규:?! (당황스러운 손길로 일단 초등학생 아이가 다치지 않게 팔로 감쌌다가, 이미 자신만 넘어지고 난 후인 걸 알아채고 머쓱하게 일어난다)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발목을 삐긴 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근데, 이상한 일입니다.
 
어제의 일부터 오늘 연극부에서 있었던 사건까지,
 
어째서 이런 불운이 자꾸만 닥치는 걸까요?
 
​천해:(안고 있던 아이를 내려놓고 문규에게 달려옵니다) 문규 씨? 넘어졌어요?!
 
서문규:(산비탈길은 원래 넘어지기도 쉽고 위험하니까... 여기까지 헤매다 온 초등학생들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 괜찮습니다. (무릎을 탁탁 털고, 딛을 때마다 저릿하게 올라오는 고통을 무시하고 발을 옮긴다. 아픈 티를 냈다간 3명분의 걱정이 닥쳐올 것이다)
 
초등학생1:형아... 괜찮아요...? (울먹)
 
​천해:(문규 씨 덜렁거리는 이미지는 아닌데) 걸을 수 있겠어요? 아직 좀 더 내려가야 하는데.
 
서문규:멀쩡하니 신경쓰지 마세요. 부모님이 걱정하십니다. (지금까지 닥쳐온 위기의 원인을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검은 그림자나 그림자를 훔쳐간다는 요괴... 균열은 곳곳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일상에 간 금을 파내고 싶지 않아서 전부 묻어버리고 만다. 훗날 후회하게 되더라도.)
(나는 괜찮으니까... 눈을 꽉 감고 불안감 같은 건 흩어내버린다. 마저 가던 길에 발을 올린다)
 
​천해:(잠시 문규를 보다가 걱정을 바라는 눈치가 아닌 거 같아 알겠다고 대답합니다. 하늘이 많이 어두워져 내려가는 길이 잘 보이지 않을 테니 아까보다 가까이 보폭을 맞춰 걸어내려갑니다)
 
산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돌려보낸 뒤,
 
위원장에게 보고까지 끝마치면 오늘의 업무는 종료입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은 축제를 즐기는 것보다도 휴식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캠프 파이어가 시작했기 때문인지, 운동장은 시끌시끌합니다.
 
다른 구역에는 사람이 전혀 없지만요.
 
불을 둘러싼 채 파트너와 춤을 추는 시간입니다.
 
포크 댄스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뜨거운 열기에 뺨을 붉게 물듭니다.
 
​천해:(시끌벅적한 운동장 쪽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보다 고갤 돌립니다) 오늘 완전 열심히 일했다~ 보람차네요.
 
서문규:(벌써 8시가 됐던가? 우선 위원장에게 보고부터 올리고, 더 관리할 게 있는지 물어보러 가기로 한다.)
하루종일 일만 하게 됐는데 괜찮으십니까? (저는 좀... 괜히 어깨를 콩콩 두드린다)
 
​천해:(문규와 같이 축제를 돕는 것이 혼자 구경하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일했지만 축제도 구경했잖아요~ 재미있었어요.
 
준비위원회에 가면, 위원장이 오늘 축제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위원장 역시 피곤해보이네요.
 
위원장:어, 문규 다녀왔냐? 외부인은 찾았어?
 
서문규:(눈가에 내려앉은 다크서클에 동질감을 느낀다)
네. 초등학생 두 분이 길을 잃으신 모양이시더군요. 다행히 보호자분께 잘 돌려보냈습니다.
 
위원장:초등학생? 어쩌다 거길 올라겠데... (쯧) 고생했다. 길도 험했을텐데.
오늘은 이만 정리하려고, 포크댄스도 별 이상 없어 보이고... 내일도 열심히 하자.(퀭)
 
서문규:아닙니다. 더 할 일이 없다면 들어가봐도 되겠습니까?
 
위원장:그래~ 들어가 봐. 늦게까지 수고했다.
 
서문규:안녕히 계세요. (위원장도 위원장대로 고생이라고 생각하며 작게 안도한 표정으로 위원회를 나선다.)
천해 씨, 가는 길에 불이라도 쬐다 가시겠습니까? (한창 시끌벅적한 무리를 보며 말한다. 곧 끝물이라 남기에도 애매하려나?)
 
​천해:(운동장과 문규 발목 번갈아 보고. 캠프파이어는 궁금하지만, 문규는 아까 넘어지기도 했고, 오늘 일하느라 고생하기도 했고. 구경은 내일로 미뤄두기로 맘을 정합니다) 아니에요. 내일 구경하면 되는 거죠~ 오늘은 일찍 가서 쉬어요.
 
서문규:알겠습니다. (가방을 고쳐매고 학교를 나선다. 돌아가는 길에도 삔 발목 때문에 약간 이상하게 걷는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야 하나 잠시 고민한다. 발목이 괜찮은지 잠시 쪼그려앉아서 살핀다)
건강
기준치: 40/20/8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몰랐는데 그새 다 나은 것 같고, 어차피 아팠어도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리해서라도 갔을 테다. 멀쩡하게 두 발로 서고) 잠시 식료품 좀 사 갑시다.
드시고 싶으시댔으니까요. 두부조림. (횡단보도를 앞장서서 건넌다)
 
​천해:두부조림..!!! 좋아요!! 두부조림! (문규에 대한 걱정과 마트에 대한 호기심을 이긴 두부조림)
(가벼운 걸음으로 문규를 따라갑니다)
 
벌써 멀쩡해진(?) 발목으로 마트로 향합니다.
 
마트는 걸어서 54 분 거리에 있습니다.
 
(머네..) 대중교통을 이용하나요?
 
서문규:(마트까지 거리가 있으니 버스카드를 챙겨왔다. 돈은 넉넉하니 괜찮을 것이다)
천해 씨, 여기서 버스라는 걸 기다렸다가 탈 겁니다. (정류장 벤치에 앉곤 천해를 따라 앉히며 대중교통에 대해 설명해 준다)
 
​천해:그러니까 인간들이 함께 이용하는 탈것... 돈 대신 그걸 찍는 거고요. 신기해라~ (버스카드를 가리키고 이해했는지 옆자리에 앉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버스가 도착합니다.
 
만원버스1 앉을 자리는 있다2 2
 
다행히 앉아서 갈 수 있겠네요.
 
서문규:(눈에 띄게 안심하며 아무 의자나 골라 다가간다. 2인 좌석에 앉는다)
(천해를 창가 자리에 앉히고 가방을 풀어 앞으로 안아든다.) 어지럽진 않으십니까?
 
​천해:(처음 타보는 버스를 열심히 살펴보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어지럽진 않아요. 버스라는 거 엄청 빠르네요. (버스가 방지턱을 넘는 순간 덜컹 흔들리자 놀란 눈이 됩니다) ...위아래로도 움직이고...!
 
서문규:뒷자리라 좀 흔들릴 겁니다. (천해를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거리마다 세워진 가로등 불빛이 창문을 물들이며 지나간다)
(그러다 소리를 낮춰서 묻는다) 요괴들은 멀리 갈 때 어떻게 합니까? 요력으로 순간이동 같은 것도 됩니까?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옵니다.
 
버스의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들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천해:(소고거리는 물음에 의외로 평범한 대답을 들려줍니다) 음... 멀리 다닐 땐 말을 타고 다녀요, 아니면 인력거를 타기도 하고... (요괴니까 요력거인가?) 순간이동 능력을 타고난 요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니까요.
이런 버스가 이계에도 있다면 편리했을 텐데... 흠, 대신 요괴 중엔 황소만한 요괴도 있으니까 더 크게 만들어야 할 거 같아요.
 
서문규:(요술로 되지 않는 것도 있군... 말이나 인력거라고 하니 정말 산업혁명 이전의 인계와 비슷한 풍경이 연상된다) 이계에 대중교통이 생긴다면 수익이 크기는 하겠습니다만... 다들 크기가 제멋대로라면 다 같이 타는 건 무리이지 않을까요.
(버스에 황소만한 사람이 들어오는 걸 생각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른 쪽으로 생각을 옮긴다. 두부조림이라...) 천해 씨는 이계에서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십니까?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며)
 
​천해:버스를 가져갈 방법이 있었다면 이계에도 큰 도움이 됐을 텐데. (하지만 같이 황소만한 요괴에 버스에 타고, 그 사이에 껴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빠르게 포기합니다)
... 좋아하는 음식... ) 음~ 메뚜기 튀김 좋아해요. 튀김류는 다 좋아하지만. 짭짤한 양념 소스를 뿌려 먹으면 엄청 맛있거든요! 아, 선생님은 별로 좋아하진 않으셨지만... 하지만 제가 만든 건 맛있다고 먹어주셨어요.
 
서문규:......(메뚜기 튀김...) ...입맛에 맞으시다면 된 거겠죠. 전 그런 것까지는 못 먹겠습니다. 저희 세계에서는 곤충은 잘 먹지 않지만, 혹시 발견한다면... ....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매운 건 잘 드십니까? (저녁으로 두부조림만 먹을 순 없으니 김치찌개라도 끓일까, 메뉴를 고민하며)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누굽니까? 어제도 들어본 것 같은데. (혹시 영월호를 세우셨다는 그 인간인가? 지금까지 천해의 말을 떠올려보며 이것저것 끼워맞춰본다)
 
​천해:(매운거 완전잘먹는다1 잘먹는다2 보통3 못먹는다4 맵찔이5 5)
매운 거 좋아해요. (잘 먹는 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오늘 먹은 음식도 곤충이 한 마리도 안 보였다는 걸 떠올립니다) 인간들은 곤충 튀김을 안 먹는군요. 맛있는데...
아, 선생님은... (문규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 제 손끝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제겐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영월호에서 요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한 분이시기도 하고. 못 뵌 지 오래됐지만...
 
서문규:...많이 드십시오. (곤충 같은 걸 대체 어떻게 먹냐고 생각하는 편. 저 쪽에서 곤충은 이 쪽에서 해산물이나 양고기 같은 거겠지만...)
그럼 다행입니다. (수첩을 꺼내 오늘 장 볼 거리를 적어둔다. 체크리스트를 적다 말고 흠칫한다. ...그러고보니 집에는 또 어떻게 들어가지? 친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어제처럼 상자에 넣어서(?)...? 혼자 표정이 심각해져서는 무언가 중얼거리다가 돌아본다) ..천해 씨, 혹시 은신 요술 같은 건 못 부립니까?
(두 분 다 늦게 들어오시려나? 갑자기 닥쳐오는 걱정에 머리가 돌아가질 않아서 하마터면 내릴 정거장도 지나칠 뻔한다)
 
​천해:(그 정도로 싫은 건가...! 맛있는데. ) 은신 요술이요? 흠... 기척을 숨기는 거라면 간단히 할 수 있어요. 아예 안 보이게 하는 건 조금 노력이 필요하지만, (잘한다1 못한다2 2)
... 하핫. (머리 긁적) 제, 제가 창문으로 들어갈게요! (문규 집은 아파트이더라도)
 
서문규:(무언가 멀고 그리운 존재를 떠올리는 얼굴에, 천해가 유독 인간들과 친근한 건 선생님의 영향이 크려나 싶어 말없이 얼굴을 돌린다. ...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짧으니 분명 돌아가셨다고...) (살아있을 리가 없지만, 정말 계시는 게 맞냐고는 어째선지 묻지 못한다)
... (천진하게 20층 높이의 창문을 넘겠다는 말에 깊은 곳에서 우러러나오는 한숨을 쉬며) 괜찮습니다. 제가 잘 둘러대겠습니다... (무려 학교 친구를 집에 데려왔다는 말에 벼락 맞은 표정을 지으시는 두 분이 눈앞에 그려진다)
 
​천해:휴, 다행이다~ (창문으로 들어간다고 말했지만 역시 20층은 좀 겁이 났기에, 문규가 잘 둘러댄다는 말에 해맑게 웃습니다)
 
이번 정거장은 00마트 입니다.
 
마침, 마트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들립니다.
 
서문규:(벨을 누르고, 다 왔다는 말과 함께 천해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정류장 바로 앞은 복작거리는 oo마트입니다.
 
장거리를 사러 들어가는 사람이 많네요!
 
​천해:와아..! 이계 인계의 시장! (거대한 마트 건물을 보고 감탄합니다)
 
서문규:(작지 않은 대형 마트는 저녁 시간이라 똑같이 저녁거리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곳곳에서 시식이나 할인을 홍보하는 점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익숙하게 카트를 하나 끌고 나오다가 잠시 천해를 바라보며) ...이거 끌어보시겠습니까? 짐을 담는 수레같은 건데...
 
​천해:네! 제가 끌게요. (마님 돌쇠만 믿으세요 표정으로 힘차게 카트를 밉니다)
 
식료품 코너는 지하 1층입니다!
 
늦은 시간이기에 할인하는 품목도 좀 보이네요.
 
일단 리스트에 적은 것들을 사보기로 합니다.
 
[두부조림]
 
두부, 물, 소금, 고춧가루, 간장, 맛술, .... 등
 
서문규:(다른 건 집에 있으니 두부만 살까... 아, 계란물도 입혀볼까 싶어 계란 한 판도 집어든다)
 
계란과 두부를 고릅니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침 계란은 마감세일을 한다고하네요!
 
마지막 한판이 저기 남아있습니다...!
 
빠르게 잡으려면 민첩판정!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눈앞에서 마지막 계란이 나가는 걸 보고 침착하게 10알 묶음을 찾아본다)
 
​천해:(아아...)
 
마지막 한판은 아주머니 한 분이 가져갑니다.
 
유기농 10알 묶음이 바로 옆 진열장에 놓여있네요.
 
​천해:(두부조림엔 계란도 들어가나 생각하고 열심히 카트 밀면서 문규 따라다녀요)
 
서문규:...한 판은 너무 많아서 10알 묶음만 집어든 겁니다. (마냥 신난 기색에 괜히 변명하며 계란과 두부를 집어넣는다)
(이제 김치찌개 재료인가...)
 
김치찌개
 
김치, 고춧가루, 양파, 다진마늘, 설탕, 고추 등...
 
옵션: 돼지고기, 참치, 등등
 
서문규:(다른 건 집에 있으니, 양파와 대파를 사고 두부도 2팩 정도 더 넉넉하게 집어든다. 이제 부재료가 문제인데...) 천해 씨, 혹시 육류는 좋아하십니까?
그 쪽에서도 물고기를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생선과 고기 중 무엇이 더 좋으신가요?
 
​천해:(고기1 생선2 2)
생선이요?! 생선은 안 먹은 지 오래됐어요! 제가 사는 곳엔 비린 민물고기밖에 없거든요.
 
서문규:아... 알겠습니다. (생선을... 안 익히고 통째로 먹는다고...? 육류 코너를 지나쳐 참치캔을 몇 개 담는다)
(살 건 다 샀지만, 나머지 안 가본 곳을 돌아보며) 혹시 이 중에 궁금하신 거나 먹고 싶은 건 없으십니까?
 
​천해:(생선을 기다렸지만 이상한 원통 캔을 카트에 담는 걸 보고 의아해합니다. 다 뜻이 있겠지 생각하지만...) 음~ 문규 씨가 젤 좋아하는 거 먹어보고 싶어요!
 
서문규:아, ... 전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습니다. 자주 먹는 건 있지만... 그걸 먹기엔 좀 이상할 수도 있어서. (바쁠 때 식사대용으로 먹는 시리얼이나 에너지바 같은 걸 생각하며 카트를 계산대 쪽으로 이끈다)
 
​천해:...으음..... (아쉬운 표정) 정말로... 하나도 없어요? 이렇게 음식이 많은데? 제일 맛있게 먹어본 거라도.
 
서문규:...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트 한 바퀴를 죽 둘러봤는데도 눈에 띄는 건 없었다. 고민하다가도 결국은 고개를 젓는다)
혹시 드시고 싶은 게 생기시면 얘기하세요.
 
​천해:(역시 이계의 메뚜기 튀김을 못 먹어봐서 진정으로 맛있는 게 뭔지 모르는 걸가...? 다음에 문규가 이계로 오게 되면 꼭 대접하리라 마음먹습니다)
괜찮아요. 두부조림을 먹어야하니까. 어서 먹고 싶어요...!
 
서문규:(천해의 그런... 속마음은 까맣게 모른 채로 식재료를 계산하며 장바구니에 담는다)
 
마트에서 계산을 끝내고,
 
식재료를 챙겨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서문규:
(To GM)rolling 1d100<30 재력 판정
 
(
17
 
)
 
 
=
1 Success
 
wow~
 
오늘따라 카드 긁는 소리가 시원합니다!
 
집 앞 정거장에서 내리면
 
이제 완전히 밤입니다.
 
하늘에 뜬 달은 유독 밝지만, 완전히 둥근 모양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일이면 만월이 뜨겠네요.
 
서문규:(한 입 먹은 듯 약간 찌그러진 달을 보며 아파트 건물 입구를 열고 안으로 안내한다)
천해 씨, 엘리베이터는 타 보셨습니까?
 
​천해:(장바구니 들고 따라갑니다) 엄청 늦어져 버렸네요~
엘리베이터? 아침에 탄 걸 엘리베이터라고 부르나요? (어려운 이름이다, 중얼거리고)
 
서문규:학교도 늦게 끝났으니 어서 들어가야겠습니다. (시계는 벌써 오후 10시에 다다르고 있다)
네. 계단을 통하지 않아도 되도록 저희를 실어나르는 기계입니다. 20층이라 걸어다니려면 힘드니까요.
오늘 아침처럼 뛰거나 기대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천해:(이계엔 20층 건물이 없어서 필요도 없지만, 인계의 기술력에 다시 감탄합니다) ...그, 그래도... 혹시 끊어지면, 제가 문규 씨를 구해줄게요..!
 
서문규:보통 그럴 일은 없으니 괜찮... (다고 하려다가 어제오늘 몇 번이고 죽을 뻔한 걸 떠올리고 흠칫한다.) 습니다. (애써 문장을 마치고 나면 띵 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집에 가서 밥도 하고, 찢어진 교복도 수선하고... 할 일이 많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는 20층에 도착합니다.
 
집에는 어른들이 있다1 없다2 1
 
계시네요.
 
이모1 , 이모부2, 두분 다3 3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거실에 계신 이모와 이모부가 반겨줍니다.
 
서문규:(한 번 심호흡을 하고 문고리에 손을 댔다. 이모부의 웃음소리까지 들리는 걸 보면 분명 두 분 다 돌아오신 것 같은데... 평소라면 반가웠을 얼굴이 오늘따라 어쩐지 달갑지 않게 느껴진다)
(진정하자, 말 한 마디만 잘 하면 분명 더 추궁당하지 않고 끝날 거야...)
 
이모:(현관쪽으로 다가옵니다) 문규 왔니?
 
서문규:(집에 들어가자마자 준비했던 말을 꺼낸다.)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오는 길에 친구를 데려왔어요.
천해라는 친구...인데 오늘 축제에서 남은 일거리를 같이 끝내기로 해서...
(...잘 둘러대고 있는 건가? 자기가 말하고 있는 내용인데도 어쩐지 낯설다)
 
​천해:(기웃기웃. 문규 뒤에서 안쪽 들여다보다 이모랑 눈 마주치고 90도로 숙여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문규 친구 천해라고 해요.
 
이모:..... 친구? (우리 문규가 드디어)
어머, 어서 들어와~ 저녁은 먹었고? (말하려다 장바구니 보고)
 
서문규:네, 네... 하룻밤 주무시... 아니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저녁거리는 미리 장을 봐 왔고요. (장바구니를 들어 보여드린다)
 
이모:(장바구니 보고) 뭐 해먹으려고? 둘이 할 수 있겠어? 이모가 해줄게.
 
서문규:(...이모랑 서문규 중에 누가 더 요리를 자주/잘 하는 편인지 행운 판정해볼게요)
기준치: 80/40/16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모는 아무래도... 배달음식파
 
서문규:전에도 해 봤으니까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한 이상 맛없으면 잔소리하시겠지만, 일단 입 밖에 낸 이상 어쩔 수 없다)
(일단 두 분의 눈치를 살피며 천해를 이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모:응, 그래. 그럼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재미있게 놀아~ (어머어머 표정으로 이모부에게 달려갑니다)
 
​천해:(얼떨떨 표정으로 방으로 끌려가요) 문규 씨는 친척이랑 같이 사는군요! 친절하신 분 같아요.(들뜬 목소리로 작게 말합니다)
 
서문규:(히, 힘들었다...... 마치 생사의 위기를 넘긴 사람처럼 한숨과 함께 영혼을 내쉬며 주저앉는다.)
아, 네. 제게는 부모님같은 분들입니다. (장본 것들을 하나씩 점검해보며) 천해 씨는 다른 요괴와 같이 살지는 않으십니까?
나쁜 분들은 아니지만 의심스러운 행동은 가급적 삼가세요. 두 분 다 감이 좋고 예리하신 편이라...
 
​천해:문규 씨의 부모님 같은 사람... (끄덕, 잘 보여야겠다. 문규가 오해받지 않게 그 누구보다 친구처럼 대해야지 생각합니다) 예전엔 선생님과 같이 지냈어요. 지금은 혼자 지내지만...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아요.
 
서문규:(요괴들끼리는 가족이란 개념이 없는 건가...? 궁금해지지만 혹시 실례일지도 모르는 질문은 삼킨다.)
그러고보니 교복 말고 좀 더 편한 옷을 드릴까요? 티셔츠 같은. (옷장 속에서 간편한 옷을 몇 장 찾아내며)
 
​천해:아, 고마워요. (요력으로 옷 정도야 따라 만들 수 있지만 거절하지 않습니다. 문규가 꺼내는 옷 받아 꼬질거리는 교복을 갈아입습니다)
(마치 자신의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해진 차림)
 
서문규:(천해가 벗어든 교복을 개어 두고, 잠시 처참하게 뜯어진 부분을... 바라보다가, 빨리 저녁부터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상념과 함께 내려둔다) 밖에서 부르면 손 씻고 나오십시오.
 
​천해:(가서 도와주고 싶은데........ 하지만 자신 때문에 문규가 난처해지면 안 되니까 얌전히 침대에 앉아있습니다)
 
거실에서는 이모와 이모부의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친구를 데려왔다는 것에 상당히 기뻐하는 듯한 목소리입니다.
 
서문규:(...자기도 모르게 식탁에 사온 것들을 늘어놓다 말고 헛기침을 한다)
(마른세수를 하고, 우선 찌개부터 끓이기로 한다. 두부조림은 나중에 해서 갓 졸인 걸 먹는 게 더 맛있을 것이다)
 
부엌에서는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모는 한 번 더 도와줄까 물어보지만,
 
척척 준비하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는 안심하며 돌아가네요.
 
천해도 얌전 하니 요리에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서문규:(김치국물은 집에 있고, 양념도 집에 있는 걸 넣으면 되고... 이제 김치와 채소를 썰어놓으면 되는데.)
(요리를 해보겠습니다. 판정이 필요할까요?)
 
서문규:
손놀림
기준치: 30/15/6
굴림: 48
판정결과: 실패
 
서걱서걱, 채소를 자릅니다...만,
 
이리저리 도마 밖으로 날아가는 재료들!
 
역시 칼질은 쉽지 않네요...!
 
서문규:(...이건 아니다 싶어 가위를 꺼낸다. 양파는 몰라도 다른 재료는... 재료 준비부터 이렇게 불안해서야. 잠시 한숨쉼)
(아무튼 어떻게든 맛있어지라고 고춧가루와 다진마늘 등등을 넣어 끓인다. 이제 두부조림만 하면 되려나...)
(짭짤한 걸 좋아하신다고 하셨으니 간장을 더 많이 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며 두부를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양념을 만들어 붓는다. 손놀림 판정하나요?)
 
서문규:
손놀림
기준치: 30/15/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회심의 두부조림~
 
간장을 더 많이 넣은 덕분일까요...?
 
냄새부터 비범합니다.
 
거실에 앉아있던 이모부까지 맛보러 오시네요.
 
이모부:(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서문규:(계란물을 입혀 심심하게 부친 것과 양념을 붓고 졸인 두부를 접시 위에 올린다. 이... 이제 끝났나? 식탁 위에 차려놓고 두 팔을 짚으며 엎드린다)
아, 드실 거면 드세요. (두부를 넉넉하게 사 오긴 했지만 졸지에 두 그릇은 채울 분량이 만들어졌다...)
 
이모부는 젓가락을 가져와 두부조림을 한 조각 맛봅니다.
 
이모부:.... ............. ............(!!!!)
.... 네가 한 게 더 맛있다. 이모한텐 말하지 말고. (찡긋)
 
서문규:...아, 네. (저러다 괜히 이모에게 한 대 맞으시는 거 아닌가 싶지만, 더 입을 열진 않는다)
(아무튼 두부조림이라도 잘 된 것 같아 안도하며, 방으로 들어가 천해를 부른다. 지금쯤 뭘 하고 계시려나)
 
이모부는 내일 아침 두부조림을 먹고 출근해야겠다고 신나하며 방으로 들어갑니다,
 
​천해:(방에서 조용히 문규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고 있습니다)
(문규가 갑자기 들어오면 급하게 침대밑으로 숨겨요)
 
서문규:? 다 됐습니다. 이만 드시러 나오세요. 넉넉하게 해뒀으니까 모자라진 않을 겁니다. (아까 식판을 보고 받은 충격이 컸는지 밥도 아예 한 통 해 놨다)
 
​천해:(활짝) 어쩐지 아까부터 엄청 좋은 냄새가 나서 기대하고 있었어요! (벌떡 일어나 식탁으로 갑니다)
 
서문규:(식탁 위에 참치김치찌개와 두부조림, 집에 있던 나물반찬과 김치같은 걸 차려놓는다.) (김치찌개에 반찬으로 김치를 먹는 한국인들)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드셔보세요. (의자 하나를 끌어내 준다)
 
​천해:잘 먹겠습니다~ (의자에 앉아서는 두부조림을 자르지도 않고 그대로 밥 위에 올려 크게 떠 입에 넣습니다)
.......................!! (급식실 보다 52배 맛있다)
................. 이건 꼭 가져가고 싶어요...
 
서문규:(여기저기서 이런 반응이 나오자 조금 부담스러운 얼굴이 된다) ...나, 나머지도 가져가십시오.
(본인도 자리에 앉아 김치찌개를 떠먹는다. 평소보다 맵게 된 것 같은데...)
 
​천해:(먹는 속도로 보면 남기지 않을 거 같지만, 행복해 보입니다. 문규가 김치찌개 떠먹는 모습을 보고는 따라 떠먹어봅니다)
......헙. ....(맵다)
..... .... 근데 맛있다...! (얼굴 머리카락만큼 빨개집니다)
(매워하면서도 열심히 김치찌개를 입으로 가져가고) 한 번도 못 먹어본 맵기예요. 근데 밥이랑 너무 잘 어울려요! (밥 왕숟가락으로 퍼서 입에 넣고)
 
서문규:... (접시까지 삼킬 기세로 집어가는 걸 보며) 마음에 드시는 건 알겠지만 좀 진정하세요. 천천히 먹는다고 누가 안 뺏어갑니다.
아, 실수로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는 바람에... 괜찮으십니까? (아까보다 괴로워보이는 얼굴에 물을 한 잔 떠 준다...)
(...요괴가 먹는 양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되서 그냥 자기 식사에만 얼굴을 박고 있는다.)
 
​천해:(앗, 너무 급하게 먹었나... 물 마시며 속 가라앉히고 침착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앞에 놓인 두부조림이 너무 맛있어 쉽지 않지만. 벌써 한 공기를 뚝딱하고 두부조림만 입에 넣고 우물거립니다) 내일도 두부조림 먹고 싶어요.
 
서문규:...반찬가게에서도 흔하게 파니까 그냥 사 드리겠습니다. (만들어둔 게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면 택도 없을 것 같다)
 
​천해:(아아... 서쉐프의 두부조림을 먹고싶은건데)
 
서문규:(잘 안 맞는 음식(예: 김치찌개)도 일단 입에 넣으신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일단 잘 드시니까 됐나)
그, 다 드셨으면 제가 치우겠습니다. (벌써 바닥을 드러내는 접시들을 보며)
 
​천해:제가 도와드릴게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서문규:앉아계셔도 되는데... 그럼 이것들 좀 여기에 집어넣어 주시겠습니까.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 시범을 보여주곤)
(천해가 하고 있으면 본인은 빈 그릇을 모아 설거지통에 넣는다)
 
​천해: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민첩하게 하려고 했으나... )
(양손으로 반찬통을 잡고 냉장고 문을 못 열고 끙끙거리다 결국 하나씩 넣습니다)
 
서문규:
손놀림
기준치: 30/15/6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그러는 이 쪽은 설거지를 하다 말고 접시를 한 장 깨먹는다;)
(......대체 오늘따라 뭐가 문제지?)
 
쨍그랑~!
 
접시 깨지는 소리에 이모가 방에서 나옵니다.
 
대충 상황파악을 끝내더니
 
둘을 방으로 들여보내네요.
 
이모:아이고, 내가 정리할게. 그만 들어가봐.
친구랑 재미있게 놀고~(인자한 어머니의 미소)
 
서문규: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어서 조용히 이모 눈치를 보며 방으로 들어간다.)
(옆에 있던 천해도 한 번 고개 숙이게 하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일단 바닥에 쓰러진다.)
 
​천해:(꾸벅)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문규 따라 방에 들어가 쓰러집니다) 너무 배불러요...~
근데 문규 씨, 정말 축제에서 남은 일거리가 있어요?
 
서문규:앉아서 좀 소화하고 계세요. 오늘도 상자에서 주무실 겁니까?
...네. (화려하게 뜯어진 조끼 두 짝을 펼쳐놓고 방에 반짇고리가 있는지 찾아본다)
 
​천해:상자면 충분하긴 한데... (펼쳐진 조끼를 보고) 아아... 저도 도울게요. 이런 건 요술로 뚝딱 고칠 수 있어요.
 
천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얼거리더니 조끼를 감쪽같이 고쳐냅니다.
 
뜯어진 올도 제대로 돌아오고, 오늘 아침에 입었던 모습 그대로네요.
 
서문규:... ...? (속도가 너무 빨라 뇌가 잠시 따라가지 못하는 얼굴)
천해...씨가 고치신 겁니까? (정말 고쳐진 게 맞는지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확인해본다. 정신 연결이나 바느질은 되는데 은신은 안 된다니... 요력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혹시 상자 안이 불편하시면 남는 쿠션 위에서 주무셔도 됩니다. 어두운 게 좋으시면 옷장... (은 털이 붙으려나 싶어 빠르게 철회한다)
 
​천해:(쿠션을 모아 상자 안에 넣습니다) 자, 이러면 될 거 같아요.
 
서문규:(담요도 덮어줬으니 저 정도면 괜찮을 거라 믿으며 간단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온 몸이 녹초가 된 것처럼 의자며 침대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개 모습으로 있는 건 안 불편하십니까? (졸음에 잠겨 가물가물한 목소리로 묻는다)
 
​천해:(몸을 말아 상자 안에 넣고 말똥한 눈으로 침대를 올려보며 대답합니다) 이 모습도 제 모습이니까요. 불편하지 않아요. 가끔 다리 저리면 원래 모습으로 누울 수도 있으니까.
문규 씨는 내일도 축제 일을 돕는 거죠?
 
서문규:알겠습니다. (완전히 확인하고 난 후에야 편한 자세로 고쳐눕는다. 오늘따라 베개며 매트리스가 폭신해서 일어나기 힘들어지는 기분이다)
네. 그래도 내일이 마지막 날이니... (뒷말은 피로에 삼켜진다)
 
포근한 침대에 몸을 맡기면,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감깁니다.
 
.
 
.
 
.
 
딸랑,
 
잠결에 들린 방울소리가 당신을 깨웁니다.
 
눈을 뜨면 어스름한 새벽빛이 방안을 채우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듯한 적막감에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하면,
 
어라, 천해가 있던 상자가 텅 비어보입니다.
 
서문규:(가물가물하던 채로 들리던 눈이, 천해의 부재를 확인하자마자 크게 떠진다.)
(이 밤중에 어디를... 화장실이라도 가셨나, 우선 새벽녘의 창백한 빛에 의지해 방 문을 열고 밖을 둘러본다)
 
모두가 잠든 집안은 고요합니다.
 
천해를 찾아 방을 둘러보면,
 
창고로 쓰는 방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게 보입니다.
 
서문규:(...? 이 방은 냉방도 틀어놓지 않아서 더울 텐데, 누가 있나? 노크하고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면, 작은 등불을 켜 놓고 낡은 책을 보고 있는 천해가 보입니다.
 
서문규:...천해 씨? 왜 여기에... 그 책은?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러고보니 이 방,
 
옛날부터 내려오던 오래된 문헌들을 쌓아두었죠.
 
서문규:(부모님...아 놓고 가신 짐도 이 곳에 쌓아두었고.)
 
그러고 보니, 당신도 어릴 땐 종종 집안에 내려오던 책을 읽었던 거 같습니다.
 
조부모님 댁에 있던 책도, 부모님이 가지고 계시던 것도 지금은 다 이모댁에 있으니
 
오래된 고서가 가득한 창고가 되어 지금은 들어갈 일이 별로 없는 곳입니다.
 
천해는 당신이 부르자 잠시 시선을 옮겨 아무일 없는 것처럼 대답합니다.
 
​천해:아, 문규 씨 일어났어요?
책이 흥미로워서... 읽어도 되는 거죠?
 
서문규:(이미 다 읽어본 내용이라 이 낡은 책방의 먼지를 털어낼 생각이 없었다.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이 곳을 찾을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 못했고.)
...자리에 없으셔서 놀랐습니다. 다음부턴 언질이라도 하고 둘러봐 주세요.
저쪽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켜 주세요. 오래된 것들이라 조금만 소홀하게 대하면 곰팡이가 피거나 상하기 마련입니다.
 
천해는 알겠다고 대답하지만, 다시 책으로 시선을 고정합니다.
 
마치 책에 완전히 몰입해 다른 것들은 신경쓰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서문규:(책에 정신이 팔려 말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듯한 천해를 보곤 한숨을 쉬며 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새벽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먼지에 기침이 절로 터져나온다. 황급히 입을 막고 통풍용 창문을 연다.)
 
시원한 늦여름의 새벽 공기가 창고방 안으로 밀려들어옵니다.
 
분명 다시 자야할 시간이지만, 정신이 맑아진다는 기분을 느낄지 모르겠어요.
 
서문규:(천해 씨는 인계의 물건에 관심이 많으셨으니 고서든 뭐든 신기하게 보이시겠지... 잠을 깨게 하는 시원한 공기를 삼키며 책장을 한 번 둘러보다가, 천해가 읽고 있는 책을 힐끔 들여다본다.)
 
천해의 주변엔 다양한 책들이 늘어져있습니다.
 
오래전에 읽어 지금은 내용도 가물가물한 책들입니다.
 
이제는 그리 기억남는 내용도 없는데 천해의 집중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서문규:(벌써 2~3년 전인가... 이젠 조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책인지 부모님이 주신 책인지도 구별이 안 간다. 괜히 책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다)
 
​천해:(먼지 털어내는 소리에 문규 올려봅니다) 아, ... 먼저 자도 괜찮은데 제가 깨운 거예요?
 
서문규:아뇨,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난 것뿐이라...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다 읽은 책은 꼭 조심히 꽂아주십시오. 혹시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한두권 정도 집어가셔도 됩니다.
 
​천해:아, 문규 씨도 읽은 것들이구나... 고마워요! 책은 조심해서 볼게요.
내일도 축제 일 도와야 할 텐데... 얼른 자요. 정리는 제가 잘 해놓을게요. 아, 창문도 닫아 놓고.
 
서문규:알겠습니다. ...그것보다 전부 인간의 언어로 적힌 것들인데 내용이 이해가 되십니까?
천해 씨야말로 너무 무리는 하지 마시고 잠도 챙기십시오. 전 다시 자러 가보겠습니다. (문틀에 기대어 통보하듯 말한다)
 
​천해:인간이 언어지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니까요. (중얼거리며 대답하고, 먼저 자러 들어가는 문규에게 걱정 말라며 웃어줍니다)
 
희미한 등불을 뒤로하고 다시 침실로 돌아갑니다.
 
내일도 축제 일을 도울 생각을 하면,
 
밤에 푹 자둬야겠죠.
 
침대에 누워 어릴 적 고서들을 읽었던 일을 추억하다 보면 어느새 스르륵 잠에 듭니다.
 
.
 
.
 
.
 
 
눈을 뜨면, 벌써 아침입니다.
 
어제 하루가 고단했기 때문인지 조금 피곤할 수도 있겠네요.
 
일어나 방을 살펴보면, 천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창고에서 책을 읽다 그대로 잠이 든 걸까요?
 
새벽, 집중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축제일을 도와야 할 테니 여유부릴 시간은 없겠네요.
 
서문규:(부족하기만 한 잠에 정신이 멍하기도 하지만, 곁에서 재촉하는 알람 때문에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천해가 있었던 창고로 간다. 청소도 제대로 안 해서 먼지 구덩이일 텐데 괜찮으시려나...)
 
창고를 들어가보면,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 천해 주변에 펼쳐져있던 책들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읽은 것처럼 보이는 낡은 책 한 권만이 바닥에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서문규:(본인은 어디가고 읽던 책만 그림자처럼 남아있는 걸 보고 반사적으로 한숨을 쉰다.) ...천해 씨? 어디 계십니까? (우선 집안을 찾아본다)
 
일찍 이모와 이모부도 출근했는지 집안은 조용합니다.
 
천해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네요.
 
말도 없이 나가기라도 한 걸까요?
 
서문규:(어지간히 늦어서 먼저 나가신 건가... 일단 창고로 돌아와 낡은 책 한 권을 살며시 집어들어 원래 있던 곳에 꽂는다)
(꽂아두며 시계도 확인한다. 많이 늦었나?)
 
낡은 책을 들어보면 제목이 보입니다.
 
제목은 ‘이계탐험록’입니다.
 
시간은 부지런히 준비하고 학교로 출발하면 딱 맞을 시간이네요.
 
서문규:...뭐지? (이계탐험록?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여쭤볼까... (밥은 건너뛰고, 씻고 준비한 뒤 책가방을 매며 붉은 끈을 확인한다. 상대가 어디쯤 있는지도 알 수 있나...?)
 
붉은 끊은 학교가 있는 방향으로 이어져 있는 거 같습니다.
 
끊기지 않았지만 끝이 보이지는 않네요.
 
서문규:(붉은 끈을 이정표 삼아 바로 학교로 향한다. 혼자 가게 두다니, 명백하게 내 실책이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으면 어쩌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발걸음이 중간중간 멈칫한다)
 
인계가 낯설 요괴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사고라도 안 나면 다행일텐데...
 
그런 걱정을 안고 학교로 향합니다.
 
마냥 천해를 걱정하기에는 오늘도 축제일을 보조하느라 정신없이 바쁠테고요.
 
학교에 도착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위원장이 반깁니다.
 
근데, 그는 어쩐지 곤란한 표정입니다.
 
위원장뿐만 아니네요.
 
일찍 모인 위원회원들 모두 웅성거리며 어수선한 모습입니다.
 
서문규:(당장 회색조의 도시 안에서 오롯이 붉은 실만을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렇다고 맡은 역할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가방을 내려두며 바로 위원장에게 다가간다) 무슨 일입니까?
 
위원장:아, 문규야. 밤새 누군가의 소행인지, 축제 세트의 일부가 파손됐어.
 
위원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엔 엉망으로 찌그러진 공연용 스피커들이 놓여 있습니다.
 
서문규:(진작에 경찰이라도 불렀어야 했는데... 여기저기서 터지는 문제들을 보니 구멍이 생긴 풍선처럼 힘이 빠진다)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이상하네요.
 
사람의 완력으로 저런 게 가능한 걸까요?
 
공연용 스피커는 거대한 망치라도 가져와서 두들겨댄 것처럼, 기이한 모양으로 뒤틀려 있습니다.
 
위원장은 울상이 된 표정으로 말합니다.
 
위원장:아무튼, 후원해주시는 측에서 새로 기자재를 보급해주시기로 했으니 다행이지.
 
서문규:(...이렇게까지 망가트리기도 힘들 텐데. 스피커가 아니라 현대미술품을 보는 느낌이다...)
 
위원장:그리고 다른 친구들이랑 이것 좀 밖으로 내다 놔줄래?
 
서문규:(범인이 원하는 건 나를 해치는 것뿐 아니라 축제를 망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우선 망가진 스피커 쪽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알겠습니다.
 
망가진 스피커를 옮기기 위해 움직이면, 위원회 다른 친구들도 팔을 걷고 다가옵니다.
 
스피커를 나르기 위해 움직이던 그때, 문득 위원장이 말합니다.
 
위원장:아, 문규야. 오늘은 그 친구랑 따로온거야? 그 빨간머리.
 
서문규:아, 네. (빨간 머리...) 혹시라도 그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보면 알려주세요.
 
위원장:어? 아까 마주쳤는데? 운동장에서 뛰어가는 거 같던데...
어젠 종일 같이 다녔는데, 오늘은 따로온 거 같아서. 싸웠나 했지.
 
서문규:(오늘도 뒷산에 가시는 거겠지? 이대로 마지막 모습도 못 본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 그와는 특별한 관계는 없지만, 왠지 그런 기분이 든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수밖에...)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은 붉은 실을 시야에서 제쳐두고, 오늘의 일거리를 손에 담는다)
 
갑자기 나타나 살갑게 굴더니
 
제멋대로 돌아가기라도 하려는 걸까요.
 
기별이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요.
 
조금 섭섭할지도 모릅니다.
 
서문규: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생각해 보면 축제 기간 연달아 일어나는 사고들...
 
천해의 잃어버렸다는 요괴 동료들.
 
우연치곤 시간이 겹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해보면 천해도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제 오늘 일어나는 일들이 단순한 사고가 맞을까요...?
 
서문규:(인계로 넘어온 요괴들이 굳이 이 축제를 망치려 한다면, 아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대화해봐야 무엇이든 알 수 있을 것이고...
천해 씨 앞에서 종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라면, 당장 합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던 걸지도 몰라.
...시일제를 망치는 게.)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아 이마만 쓸어내리고 마저 일에 집중한다. 또 문제가 터지지 않는다면 우선 일을 끝내는 데에 집중할 셈)
 
요괴의 짓이라는 걸 알더라도 당장 어찌할 수 있는 사고는 아닙니다.
 
어서 일을 끝내고 천해를 찾아보는 게 빠를 수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며 스피커를 천막 밖으로 옮기는데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옵니다.
 
야외에 놓인 요리 부스 한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분명 바베큐를 굽는 부스였죠.
 
불이 난 걸까요?
 
서문규:(불길한 소음에 스피커를 내려놓고 학생들이 돌아보는 쪽을 바라본다. 사고라도 난 건가.)
(입 밖으로 꺼낼 여유도 없어 가 봐도 되냐고 위원회장에게 눈짓으로 묻는다)
 
위원회장도 놀란 눈으로 소리가 들린 쪽을 보고있습니다.
 
뭐라 물어보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란이 일어납니다.
 
어떤 부스는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교내 부스 중 하나는 창문이 깨지고,
 
멀쩡히 잘 달려있던 무거운 간판이 떨어집니다.
 
부상자가 발생한 듯 구급차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리고 혼란한 가운데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뛰어가는 천해가 보입니다.
 
서문규:(수습할 틈도 없이 쏟아지는 혼란은 금이 간 틈을 애써 무시하고 덮은 대가다.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것은 더 이상 요괴들끼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원회장에게 알릴 새도 없이 인파를 제치고 천해를 향해 달려간다)
 
붉은 실의 끝,
 
굳은 표정으로 달려가는 천해가 보입니다.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잠시 멈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뛰어보지만 재빠른 천해의 속도는 쉽게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축제를 준비한 이래로 참 많이 뛰기도 하고 갖은 고생을 자처했지만 천해의 속도만큼은 인간이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비명에 그저 입술을 깨물고 쫓아간다. 이제까지처럼 무력한 처지일지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급한 마음에 주변에 있는 인파를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차오르는 숨을 무시하고 천해를 따라가면 운동장 모퉁이를 돌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문규:(체력의 한계에 닿는 게 느껴지지만 그럴 때마다 무언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와 작게 딸랑이는 방울소리가 등을 민다. 휘청거리면서도 나아간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그럼에도 빠른 문규(쓰다다다ㅏ담 (GM):4
 
천해를 따라 모퉁이를 도는 순간
 
깨진 유리 조각이 위에서 쏟아집니다.
 
날카로운 파편이 살결을 긋고 흩어집니다.
 
체력 -1
 
서문규:(손끝에 방울지는 피를 대충 눌러 닦는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그저 누군가와 약속이라도 한 듯 유리를 발로 딛으며 마저 달린다)
 
여기서 천해를 놓친다면 더 따라잡기 힘들 것입니다.
 
유리 파편을 털어내고 다시 뛰어봅니다.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엉망이 된 축제를 뒤로하고, 천해의 뒷모습을 따라갑니다.
 
인파를 헤치고,
 
모퉁이를 돌고 돌아,
 
곧 학교 뒤편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합니다.
 
천해는 당신을 등지고 서서 한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노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당신에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천해는 따라오는 걸 눈치채지도 못한 거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그에 응하듯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서문규:(숨이 부족해서 시야까지 핑핑 돈다. 허물어지려는 무릎을 짚고 일어나며 목소리가 향하는 쪽을 바라본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면, 천해의 맞은편에는 검은 인영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흐물거리던 인영은 점점 형태를 이루더니,
 
뱀과 여우를 섞은듯한 외형의 요괴로 변합니다.
 
긴 머리카락이 베일처럼 늘어져 흩날리고, 얇은 눈매는 으스스하게 올라서 있습니다.
 
천해의 모습도 변합니다.
 
내내 숨기고 있던 귀와 꼬리도 돋아나고, 어쩐지 긴장한 분위기입니다.
 
두 요괴가 꼿꼿하게 마주 서자, 형형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천해와 낯선 요괴는 당장이라도 엉겨 붙어 싸울 것처럼 대치합니다.
 
그리고, 두 요괴 주변에 검은 안개가 장벽처럼 피어오릅니다.
 
안개에 닿은 벽과 바닥이 순식간에 부식됩니다.
 
인간은 가까이 가기만 해도 크게 다칠 게 분명합니다.
 
장벽 너머로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천해:지금 일어나는 사고, 모두 네 짓이잖아, 이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 동료들은 모두 어디 갔어?
 
​이채:후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니 변명할 수도 없겠네. 그래,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고, 그런 피라미들은 다 죽였지.
들어봐, 천해. 난 전부 우리의 세계를 위해서 한 거라니까?
 
​천해:그게 무슨 소리야. 다 죽였다고...? 우리 세계를 위한 일이라니?
 
​이채:너나 다른 사자들같이 인간에게 무른 자들이 방해해서, 이계는 멸망을 맞이할 테니까.
우리는 이렇게 멸망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인간을 싸고도는 너희는 전부 세계의 배신자라고!
너도 알고 있잖아? 멸망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인계의 주민을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것. 모두 알고 있으면서 다들 쉬쉬하고만 있지.
 
​천해:...우리의 문제로 인간을 희생시킬 수는 없어. 이제 그만 멈춰, 이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서문규:(세상에는 분명 악한 요괴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요괴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게 이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는데...
멸망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되겠다는 건가)
 
​이채:... 넌 우리보다 인간이 소중한 거지?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방해할 줄 알았어.
지난 이틀간 널 관찰했어! 넌 이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긴커녕, 인간이랑 붙어서 시시덕거렸지.
선생님을 꼭 닮은 아이랑 신나 보이더군.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그때 한 번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신목의 수호자인 널 대체할 자는 없으니 여태 살려두었는데, 결국에는.
이게 다 인간 때문이야, 인간이 널 망쳤어.
 
​천해:... 그건, 나도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어. 동료들도 찾고 있었고... 이채, 이계로 돌아가자. 이런 방법이 아니라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채:하, 하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이제 상관없어.
너 같은 거, 인간들이랑 같이 사라져버려!
 
요괴의 웃음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을 둘러싼 검은 안개의 장벽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갑니다
 
당신 역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넘어질 뻔합니다.
 
무언가 ‘열려선 안 될 문’이 억지로 열리는 듯한 소리와 천해의 다급한 외침이 들립니다.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퍼져나옵니다.
 
화재가 아닙니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몸체, 번들거리는 표면, 어떤 생명체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웁니다.
 
인간의 근본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소환되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서문규:(인간이 있을 자리를 요괴가 차지해버리겠다는 계획은 감수할 희생이 크지만, ... 같은 상황이었다면 인간들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없어서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면 천해 씨의 의지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 인간은 이기적이고 몰상식하며 끝을 모르는 존재지만, 분명히 그런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나서는 인간 때문에 세상은 몇 번이고 뒤집힌다.
역사는 반복되니까, 어쩌면 천해 같은 요괴도 이계를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은 연기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바람이 쳐내는 바람에 알 수 없게 되었지만. 눈으로 보고도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존재를 보고 반사적으로 주저앉는다. 더 이상 평정을 유지할 만한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SAN Roll
기준치: 34/17/6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채라고 불린 요괴는 소리 높여 웃으며 천해에게 삿대질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채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등지고 선 괴물은 그대로 아가리를 벌려 단숨에 이채를 집어삼킵니다.
 
아작, 아작, 아드득,
 
생살과 뼈를 씹는 기이한 소음과 함께 귀를 찢는 비명이 소각장에 울려 퍼집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서문규:(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더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은 거야? 미리 손을 썼더라면 이렇게까지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네 책임이야. ... 뜯어먹혀지며 생기를 잃는 눈동자와 마주친 눈을 비빈다)
SAN Roll
기준치: 33/16/6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2
 
눈앞에 서 일어난 끔찍한 장면,
 
주저앉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채의 뒤틀린 팔과 다리가 완전히 삼켜진 그때,
 
무심코 뒤를 돌아본 천해와 눈이 마주칩니다.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우리의 대화를 전부 들은 건지,
 
묻지 않지만 천해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간 표정입니다.
 
하지만 곧 표정을 다잡고 당신 쪽으로 달려옵니다.
 
​천해:문규 씨, 어서 일어나요. (문규를 부축해줍니다)
 
서문규:(방금까지 모든 대화를 들었음을 보여주는, 양손에 맺힌 식은땀을 닦는다) 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했습니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이런 재난에서도. (미끄러지려는 손을 몇 번이고 붙잡고 일어난다)
 
​천해:(문규가 일어나면 운동장 쪽으로 잠깐 시선을 뒀다 문규를 보며 침착하게 말합니다.) 일단 도망가요. 가면서 설명해 줄게요.
 
그렇게 말한 천해는 당신의 손을 답고 뒷산 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산은 길이 거칠고 도망가기 힘들겠지만,
 
저 괴물을 데리고 사람이 많이 모여든 학교 중심부로 뛰어들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천해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면 뒤이어 굉장한 속도로 괴물이 쫓아옵니다
 
천해가 품에서 방울을 꺼내자,
 
딸랑ㅡ,
 
낭랑한 소리가 울립니다.
 
그와 동시에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기라도 한 듯, 괴물은 몸을 꿈틀거리며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잠깐이나마 시간을 벌었네요.
 
천해를 따라 거친 산길을 올라갑니다.
 
서문규:(급하게 달리기 떄문인지 주변을 덮는 광경이 휙휙 바뀌어 정신이 없지만, 와중에도 정신을 다잡고 묻는다) 추격자입니까?
 
​천해:(뒤쪽을 힐끔 보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합니다) 어디까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문규 씨, 우리는 사냥개에게 인식 당했어요.
사냥개는 집요해서 우릴 잡아먹을 때까지 쫓아올 거예요. 그게 다른 세계라도.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미안해요...
 
서문규:(그럼 잡아먹히는 게 낫지 않은가? 소수의 희생으로 세상을 지켜낼 수 있다면. 그런 생각도 무심코 들지만, 우선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싶어 물음만 계속한다) 쫓아낼 방법은요?
 
​천해:이채가 먹히는 사이에 주문을 걸어놨어요.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완벽하게 인식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조금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사냥개를 쫓아낼 생각이에요. 우리한테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인식이 풀릴 테니...
 
서문규:그렇다면 저희가 아닌 다른 이를 먹잇감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는 거 아닙니까.
(아침일 게 분명한데도 햇빛이 들지 않는 뒷산은 온통 암흑에 묻혀 있다. 깜깜한 앞을 그저 지나친다) 어디까지 가면 되겠습니까?
 
​천해:그래서 조금 생각해 봤는데... 신목을 이용해 사냥개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볼까 해요.
....... 근데 혼자서는 조금 힘들 거 같아서. (성공을 확답할 수 없는 작전에 우물쭈물 말을 늘립니다)
 
서문규:(차원... 인간은 생각할 수도 없는 깊고 먼 단위에 감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든다. 답답한 숨을 뱉어 털어낸다) 그럼 가만히 계실 겁니까?
전에도 말했잖습니까. 위기에 처했을 수록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천해:(한숨을 깊게 삼키고 어렵게 말을 꺼냅니다) 그게..... 무...문규 씨가 도와줄게 있어요.
제가 신목의 문을 열어 안으로 사냥개를 유인할 거예요. 그리고 이계에 도착하기 전에 문을 닫아 사냥개를 통로에 가두면 무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신목의 문을 여는 동안 준비 시간이 필요해요.
 
서문규:미끼가 되어달라는 소립니까? 쉽군요. (진심으로, 너무나 쉽고 너무나 미약한 일이라 웃음이 다 나오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문을 여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안 그럼 진짜로 다음 차례는 당신이나, 나아가서 세계가 될 테니까.
 
​천해:(너무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하는 문규의 말에 조금 놀라는 표정입니다. 한편으론 안도의 눈빛) 문규 씨에게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해요.
제가 바람의 주술을 걸어줄게요. 달리는 게 수월할 거예요.
 
그렇게 말한 천해는 잠시 멈춰 당신에게 무어라 중얼거리며 주문을 겁니다.
 
주문이 끝나면 어쩐지 차오른 숨이 한결 편해지고, 다리도 가벼워진 기분입니다.
 
​천해:그럼 전 이쪽 길로 먼저 신목으로 갈게요. 5분, 5분만 시간을 끌어줘요.
 
서문규:(대답할 여유도 없이 무작정 천해 씨로부터 최대한 멀어진다. 다시 돌아올 시간도 계산하며 머릿속으로 대강 약도를 그린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신목으로 향합니다.
 
천해가 달려간 쪽을 돌아보면
 
거대한 붉은 늑대가 수풀 사이로 멀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사냥개의 표효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직 둘의 위치를 찾지 못한 건지 불규칙하게 수풀을 가르며 산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도 따라들립니다.
 
이대로 놔두면 천해를 따라갈지도 모릅니다.
 
서문규:(소리가 들리는 쪽을 발로 땅을 더듬으며 찾는다. 겁도 없이 곧장 뛰어든다)
(지금까지의 사고를 겪고 죽을 뻔 하면서, 머리 위로 떨어지는 간판과 붕괴하는 조명 장치를 보면서,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이렇게 끝이 난다면 제 인생에는 무엇 하나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더욱 주어진 일에 충실했습니다. 당장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아도, 체력이 빠져나가고 빠져나가다 미련까지 빠져나갈 만큼.
저는 이미 두 번이나 유예를 얻었으니, 이것이 마지막이더라도 후회는 없을 겁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해에게 전하지 못한 말은 붙잡지 못하고 바람에 날아간다)
(사냥개의 주의를 끌어보겠습니다. 민첩 판정 하나요?)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아참... 천해 주문으로 보주+1 있습니다)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981116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뛰어 내려가면,
 
낮은 언덕 주변에서 두리번거리는 검은 형상이 보입니다.
 
사냥개입니다.
 
사냥개는 곧 당신의 기척을 느낀 건지
 
당신이 있는 쪽으로 고갤 쳐들고 뛰어듭니다.
 
서문규:(쫓아오는 기색에 안도와 함께 긴장감이 찾아든다. 미리 짜놓은 루트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사냥개가 쫓아오는 걸 확인하면 계획했던 방향으로 몸을 돌려 달립니다.
 
길은 험하지만, 천해의 주문덕인지 발은 가볍습니다.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91791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재빠르게 돌과 수풀, 그루터기를 뛰어넘어 앞으로 달려갑니다.
 
뒤에서부터 기이한 울부짖음이 빠르게 다가오지만,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습니다.
 
무조건 달려야 합니다.
 
5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을 끌어야하는데,
 
시간은 가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데도 괴물 사이의 간격은 점 더 가까워지는 기분입니다.
 
코스를 바꿔서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길이 세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서문규:(아직 시간을 더 벌어야 해. 넘어지지 않게 주의하며 계속 달린다. 무의식적으로 1번째 길에 발을 딛는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방향을 전환해 첫 번째 길로 몸을 던집니다.
 
사냥개는 그것조차 예상했다는 듯 빠르게 첫 번째 길로 몸을 틀어 달려갑니다.
 
간격은 오히려 더 가까워졌습니다...!
 
서문규:(막다른 길만 아니라면 계속 달린다. 불리하다고 해도 이대로 멈춰서는 건 더욱 안 될 일이다)
 
불리하다고 해도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길을 따라 계속 달리면, 바닥에 푹 파인 구덩이가 보입니다.
 
서문규:(중심을 잡지 못하는 몸을 겨우 다잡고 발을 뻗는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908030
+2: 보통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서 일까요?
 
점프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집니다.
 
발목을 삔 건지 욱씬거립니다.
 
서문규:(심지어 어제 삐었던 위치를 헛디뎌서인지 더한 고통이 겹친다.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이제 할 수 있는 건 천해 씨를 믿는 것밖에 없다)
 
두 번이나 삐끗한 발목을 이끌고 다시 달립니다.
 
다행히 신목은 이제 멀지 않습니다.
 
아까보다는 느려진 속도로,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리면
 
저 멀리에서 신목에 손을 짚고 있는 천해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뒤,
 
코앞까지 따라온 사냥개의 숨소리도 들립니다.
 
서문규:(길고 긴 고통 속에서 느리게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절망감,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고작 돌려보내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탈력감. 그런 게 발목을 붙잡더라도 붉은 실만을 따라간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54928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다친 발목은 욱씬거리고,
 
주문은 풀려가는지 서서히 숨도 차오릅니다.
 
사냥개를 유인하며 붉은 실을 따라 발을 내딛으면
 
신목에 부딪히기 직전 옆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피합니다.
 
그런 당신을 천해가 안정적으로 받아줍니다.
 
한 뼘 차이로 사냥개는 나무에 충돌하며 빨려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바람, 흩날리는 나뭇잎, 먼지와 벌레들까지 함께 삼켜집니다.
 
당신이 신목에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천해가 잡아줍니다.
 
보이지 않는 출입구는 달려드는 사냥개를 반갑게 맞이하고,
 
손님을 삼킨 마법의 문은 재빠르게 닫힙니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삽시간에 주변이 고요해집니다.
 
아, 이걸로 끝났습니다.
 
천해도 안도감에 긴 한숨을 토해냅니다.
 
​천해:후..... 이제 잠시 동안은 괜찮을 거예요. 다친 곳은 없어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규를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서문규:(폭풍의 눈 안으로 들어온 듯 조용해진 숲 위에 주저앉다못해 눕는다) ...하아, 하아... 하아, 아... (곧 숨이 끊어질 사람마냥 호흡하는 것에만 매달린다)
(몇 분을 쓰러져있다가 겨우 떨리는 숨소리가 잦아들 때쯤 천천히 일어난다) 사냥개는 잘 내보냈습니까?
 
​천해:일단은... 네. 아직 완전히 인식이 사라지진 않았을 거예요. (희미하게 웃어줍니다)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미안해요. 도와줘서 고맙고... 이상하다는 걸 알았는데, 애써 괜찮다고 무시했던 거 같아요. 제가 이기적이었어요.
 
서문규: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셨잖습니까. 그거면 됐습니다. (이만하면 할 일은 다한 거겠지. 우선 삐걱대는 몸을 일으켜세운다)
멸망을 피할 방법은 아직 못 찾으신 것 같은데, 돌아가실 겁니까?
 
​천해:(일어서는 문규의 팔을 잡아 부축해 줍니다)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죠. ...동료들의 소식도 알려야 하고.
쉽지는 않겠지만,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렇게 믿고 있어요. (걱정 말라는 듯 빙긋 웃어줍니다)
 
서문규: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으면서 아무것도 안 한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원인이 당신에게만 있는 건 아니라는 소립니다. 그러니 자책하기보다는 일단 돌아가세요. 뒷수습은 저희 쪽에서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어깨를 두드리며 학교 쪽을 돌아본다. 지금쯤 상황은 좀 진정되었으려나?)
 
​천해:하지만... (어라 말을 하려던 입을 다뭅니다. 이번 일이 요괴 때문에 일어난 일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탓아 아니라고 말해주는 문규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문규의 시선을 따라 학교 쪽을 내려봅니다) 열심히 준비한 축제일 텐데...
 
신목과 학교의 거리가 있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아까보다 소란은 줄어든 거 같습니다.
 
서문규:요괴들을 탓한다고 해서 무너진 축제장이 복구되는 건 아니니까요. (한 땀 한 땀에 땀과 노력이 담긴 축제장이 무너진 광겅은 허탈하기 짝이 없지만, 우선은 일어난 일에 비해 죽은 '사람'은 없다는 것에 안심한다. 무너진 부스는 복구할 수 있어도 떠난 사람은 어떻게 해도 되돌리지 못하니까)
다만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다면,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목을 잘 지켜주세요. 그리고, 이계로 넘어가는 인간들을 잘 부탁합니다.
 
​천해:응, 절대 이런 일이 없게끔 할게요. 사흘 동안 고마웠어요.
그리고... 아직 남은 절차가 있어요. (숨을 삼키고 바로 이어 말합니다) 사냥개는 한 번 인식한 사냥감은 놓치지 않아요. 시간을, 공간을 넘어서 잡으러 오니까... 사냥개에게 우리를 인식한 기억이 남아있다면 영원히 쫓아올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만난 그 부분의 기억을 모두 지워야 해요. 나도, 문규 씨도. 다른 사람들의 기억도.
 
서문규:(축제를 준비하느라 손이 까지도록, 휴식도 모르고 일한 지난날이 절대 즐거웠다고는 할 수 없다. 기억을 떼어내는 것 정도야 그런 존재를 다시 불러오는 것에 비하면 싼값이다. 그런데 고작 그것을 내놓기를 주저해서,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한동안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멈춰 있는다)
(사흘이 얼마나 긴 기간이라고... 이제 와서. 어차피 모든 기억은 언젠가 잊혀진다. 하물며 지인도 아닌 낯선 요괴와의 연이 얼마나 깊다고. ... 머릿속을 뒤져 기억을 없애야 하는 이유를 하나둘 찾다가 문득 탄식한다. 사냥개를 막을 수 있다는데, 이런 거창한 이유까지 필요한 것이었나...? 한숨이 얼굴을 덮은 양손을 따라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 당신은 괜찮습니까? 어차피 쫓긴 기억이 없더라도 신목은 잘 지켜주시리라 믿지만...
 
​천해:난... (당신은 괜찮다는 문규의 물음은 기억을 잃어도 이번 신목을 제대로 지킬 수 있냐는 물음이겠지만, 어쩐지 자신을 잊어도 괜찮냐는 질문처럼 들려서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 문규 씨와 축제 즐거웠으니까 아쉽지만, 괜찮을 거예요.
그래도 우린 방울이 이어주고 있으니까요. 인연의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으니까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만 서로 잊기로 해요.
 
서문규:(가뜩이나 축제 위원회 일도 고된 참에, 요괴를 신경쓰느라 더 머리가 아파진 것도 전부 사실인데, 그 요괴의 기억을 지워야 한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고개를 숙인 채다) ...그렇겠죠. 결심을 굳히신 것 같으니 됐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도 분명히 흥미나 즐거움을 느꼈고, 그런 감정이 기억을, 인연을 붙잡아두는 지표가 될 텐데. 어쩐지 이번 축제에서 있던 일, 그러니까 자신이 다한 노력과 축제를 즐기던 천해 씨의 얼굴까지 지워질 것 같아서 억눌린 숨을 토한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원래대로라면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왜. (터져나오려는 헛웃음을 삼켜보지만 무너지는 얼굴은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말을 잇는다.) 당신이 이계로 돌아가면 이 실은 끊어질 겁니다. 실 한 가닥이 인연을 보장해줄 거라는 보장도 없고요. ...그렇기에 실험해볼 것이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발목을 잡진 않겠습니다. (가방을 분명 위원회 부스에 두고 왔었지. 그 쪽으로 향한다)
 
천해는 어쩐지 갸우둥한 표정이지만,
 
별말 없이 당신을 따라갑니다.
 
부스로 향하면 운동장은 아직 어수선합니다.
 
모두 사고가 난 곳을 수습하느라 다른 위원회원은 없네요.
 
서문규:(원래라면 나도 복구에 힘써야 했을 텐데. 가뜩이나 울컥 눌리는 심장께에 죄책감이 더해 내려앉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다.) (따라오려는 천해를 말리려다가, 이제 끝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그저 앞장서기만 한다)
(위원회장 한켠에 있던 가방 위에도 아까의 재난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손을 가득 적시는 재와 유리조각을 아무렇게나 털어내고, 안에서 익숙한 물건을 꺼낸다) 궁금했습니다.
수기로 적은 기억까지 저를 떠날련지. (펜을 들고 빈 노트의 장에 무언가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천해:(문규가 노트에 적는 모습을 지켜보다 푹 고개를 숙이고 대답합니다. 문규의 질문, 그리고 저 노트에 적어내려가는 모습이 자신을 기억해 주려는 것처럼 보여 분명 고맙고 기쁘지만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문규 씨와 내가 만난 동안의 시간. 인계의 흔적에서 내가 사라지는 거니까, 인계에 더 이상 내 흔적은 남지 않을 거예요. 나 역시 돌아가면 문규 씨에 대한 기억이 없을 테고...
이런 선택지 밖에 줄 수 없어서 미안해요.
 
서문규:...그렇습니까. 요괴가 개입한 흔적 자체가 모두 지워진다라... (그럼 이건 어떨까요? 노트를 팔락, 넘기고 펜을 다시 고쳐잡는다)
(기록하는 일은 익숙해서인지 펜의 궤적을 따라 적히는 글은 빠르고 유려하다. '당신은 지금 다쳤고, 기억에도 손상을 입었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정을 취하고 치료를 받을 것.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그 사람이 화낼 것임.'
...내가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고는 했으니까.)
자. 이건 천해 씨 거니까 챙겨 두십시오. 중요한 거니 잃어버리지 마시고요.
빈 종이가 된다면 그냥 버리면 될 일이니 나쁠 건 없을 겁니다.
 
​천해:(문규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 천천히 읽어 내려갑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모르게 중얼거리며 되뇌고 슬프지만 다정한 미소를 보입니다. 선생님이라고 착각해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중한 사람에게 끄덕거립니다) 고마워요.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게요.
 
그는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검지를 톡 두드립니다.
 
딸랑,
 
명쾌한 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 희미한 작별 인사가 스쳐 지나갑니다.
 
.
 
.
 
.
 
당신은 벤치 위에 앉아있습니다.
 
깜빡 졸았네요.
 
밤하늘은 새까맣습니다.
 
인파가 가득한 축제는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어,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렇죠, 시일제의 끝이라면 역시.
 
옆자리에 앉아있던, 모르는 얼굴의 사람이 당신의 옆에서 말을 겁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당신은 이 사람의 어깨에 기댄 채로 졸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는 사람이었던 걸까요?
 
모르겠어요, 어쩐지 머릿속이 안개가 가득 찬 것처럼 뿌옇습니다.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검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고개를 꼿꼿하게 든 수많은 사람 사이,
 
단 한 사람만이 하늘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옆에 앉은 낯선 이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펑!
 
불꽃이 터집니다.
 
말 그대로 불이 이루어낸 꽃,
 
오색찬란한 그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지는 불씨 하나가 당신의 무릎 아래 내려앉습니다.
 
반딧불이입니다.
 
곳곳에 내려앉는 수많은, 알록달록한 색의 반딧불이를 보며 사람들이 감탄합니다.
 
이번 불꽃놀이는 정말 특별하네요.
 
서문규:(...준비? 아, 맞아. 축제 준비 위원이었지. 내가 이걸 왜 잊고 있었지? 낯선 얼굴에 의문을 가질 겨를도 없을 만큼 머리가 멍하다. 굳이 여기 앉은 채로 감상할 이유가 없을 텐데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길을 잃은 듯 날아드는 반딧불이를 손으로 받아든다)
 
손 위에 앉은 반딧불이는 노란빛을 만들어냅니다.
 
곁에 앉은 그는 잠시 반딧불이를 보다 말합니다.
 
그 사람은 그 말을 남긴 채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을 한참 바라봤으면서, 이젠 조금의 미련도 없는 듯 등을 돌려 멀어집니다.
 
외로운 기시감이 불현듯 당신을 덮쳐옵니다.
 
어떤 감정은 흩날리는 불씨가 되어 마음의 밑바닥에서 타들어 갑니다.
 
누군가가 그리운데, 그 누군가의 이름도, 얼굴도, 존재 여부조차 기억나질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임이 분명한데,
 
꼭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생소하고도 익숙한 이별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이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별의 폭발.
 
허전한 마음을 뒤덮는 오색찬란한 하늘의 불꽃놀이.
 
죽은 별은 꽃이 되어 부서집니다.
 
하늘에 새겨진 별의 무덤과 그곳에 바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그 눈부심에 만월은 빛을 잃고 가려집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세계에는 달이 없다고 했습니다.
 
달이 없는 그 세계에 떨어지면 이런 기분일까요.
 
언젠가 당신을 둘러싼 모든 일상과 멀어지는 기이한 곳에 찾아간다면,
 
이런 축축하고 무거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달이 없는 곳에도 사람이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면, 제법 멋진 곳일지도 모릅니다.
 
특이한 괴물이 잔뜩 있거나, 이상한 음식이 제공되더라도, 그곳에서 즐기는 축제나 불꽃놀이는 특별할지도 모르죠.
 
어떤 기억이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는 와중에,
 
누군가의 멀어지는 등과 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만 당신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됩니다.
 
축제의 마지막 불꽃은 재회의 상징,
 
굳건한 지표로,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합니다.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도 분명 같은 불꽃을 봤을 거라고, 영문 모를 확신을 느낍니다.
 
서문규:(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그립고, 외로운 광경을 보며 눈을 깜빡이면 눈가에 맺힌 감정의 잔재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자기가 흘린 눈물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닫고 멍하게 눈만 감는다. 눈이 너무 부셔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숨을 삼키면, 어디선가 딸랑, 하고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불꽃놀이.
 
그 불빛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눈물이 흐릅니다.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흘간 줄곧 혼자였잖아요?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연극을 보고, 혼자 바보같이 땅을 굴러서 다리를 다치고,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도록 구르기만 했네요.
 
아, 정말이지. 시시하고 지루한 문화제였습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눈앞에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예요.
 
분명히 말이죠,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재회를 약속하며, 이 망각이 유한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그날이 올때까지만이라도, 당신에게 찾아올 인연의 미래를 위하여.
 
이것은 어떤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
 
또한, 하나의 제안입니다.
 
END. 9월의 끝에서
 
탐사자 서문규, KPC 천해 생환.
 
탐사자는 인계에 남고, KPC는 이계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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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문규는 지나온 과거를, 혹은 앞으로 겪을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시겠습니까?
 
서문규:(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과거나 미래를 바꾸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라는 인과율로 인해 찾아오는 미래라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딱 하나, 그 원인이 없는 감정이 있다. 어쩌면 잃어버린 걸지도 모르고. 이름도 존재도 모르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니 자신은 이미 인과율에서 어긋나버렸다. 그러니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라면 미래를 바꾸든, 무엇이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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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서문규:(귀에 익은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본다. 몇 번이고 시야로 더듬는다)
 
당신은 그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합니다.
 
희미하게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가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천해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천해는,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서문규:
SAN Roll
기준치: 31/15/6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요괴들을 잃고, 반딧불이 빛을 잃은 이계는 이제 인연의 끈까지 잃고 말 것이다. 폐허 더미 위에 무릎을 수그리며 앉는다)
2
 
서문규:접니다, 서문규.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천해는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피 웅덩이에서 몸을 끌어올려 기댑니다.
 
​천해:문규구나... (느리게 눈을 끔벅이며 문규를 확인하고 희미하게 웃어줍니다) 왜 다시 돌아왔어...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서문규:반딧불이 빛을 따라왔습니다. (당장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사람 앞에서 더 아픈 표정을 지을 수는 없다. 철렁하는 마음을 추스르고 표정을 덤덤히 하며 입을 연다) 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인연을 맺어주는 상징이라고 하니까요.
...그건 풀지 못한 인연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고요. (손에 얹은 반딧불이는, 서문규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날 불꽃놀이에서 떨어져 나온 마지막 선물과 같다. 그 꺼져가는 불빛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온통 긁히고 까진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더 말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냥 듣기만 하십시오.
 
​천해:반딧불이가... 다시 안내했구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문규의 얼굴을 한 번 더 담으려다가 힘들어 눈을 감고 숨을 내쉽니다) ... 이제 됐어. 난 걱정 하지 마. 더 늦기 전에 돌아가야지.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두 사람 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천해는 그저 힘없이 웃어버립니다.
 
서문규:수많은 책이 말하기를, 인계의 역사는 순환한다고 하더군요. 탄생이 있으면 멸망이 있고, 멸망이 있으면 탄생이 있습니다. 우리가 맞는 건 이계의 끝이지만, 어쩌면 폐허 더미 위에도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생명이 쌓일 지도 모릅니다. 이 세계는 기묘할 정도로 인계를 닮았고, 인계도 기묘할 정도로 이 세계를 닮았고, 오래 전부터 이 연결고리는 끊기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건 선생님은 이미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건 그만두세요. (이미 상처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요괴에게 이런 말을 덧붙이는 게 미안한 얼굴로 말한다. 이내 면목도 없어 뒤돌아선다)
...인연이라는 건 힘이 있어서 어느 한 쪽이 그걸 붙잡는 한 계속해서 이어진다는군요. 그래서 저는 기다릴 겁니다. 누군가가 인연의 반대편에서 다시 붉은 실을 손에 맬 때까지.
인연이 끊기지 않고 다시 이어졌다는 건, 이계가 재건되었고, 이 곳에서 당신의 후손이 태어났다는 뜻일 테니까요.
(상대방은 이미 제 독백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에도 벅찰 테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곧 몇 걸음 다가선다.) ...그래서 드릴 것이 있습니다.
(고민하는 눈치로 주머니를 뒤진다. 그리고는 분명히 건네받은 방울 대신으로 머리끈을 건넬 것이고, 분명히 그 머리끈을 꼭 쥐는 남은 한 손을 보겠죠.) 모든 것의 증표로 드릴 테니,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납시다.
 
​천해:(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던 진실. 그것을 선생님을 꼭 닮은 문규에게 전해듣는 게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위로를 받습니다) 선생님은... 돌아가셨구나...
(뒤돌아선 문규의 모습을 봅니다. 선생님이 죽은 걸 알려주는 마음도 편하지 않았을 텐데.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다르게 움직이지 않는 몸에 포기합니다) 오랫동안 선생님을 기다렸어.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그토록 소원을 빌었는데... 네가 왔어.
실을 놓지 않으면 인연은 이어진다는 말 사실일지 몰라... 하지만, 역시 네게 기다려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을게. 기다리는 건 힘든 일이니까. (제게 돌아온 문규를 보고 힘내 웃어줍니다)
내가, 나중에... 나중에 다시 만나러 갈게... 다시 와줘서... 고마워.
 
그는 마지막 작별 인사처럼, 힘들게 대답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귓가에 속삭이던 가느다란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울의 사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던, 낯설고도 귀에 익은 목소리.
 
어째서 그 목소리가 생각난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지금의 당신은 방울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 그리움에 관해 이야기해봅시다.
 
누군가를 간절히 떠올리며 애타게 매달리는 마음이, 당신에게도 존재할까요.
 
과연 그리움은 방울을 울릴 수 있을까요?
 
서문규:(목에 걸린 방울 목걸이를 밖으로 빼낸다. 몇십 년의 세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한, 그래서 어딘가 그립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황금빛이 인사해 준다)
...이건 좀 오래 전의 일입니다. 축제 준비를 하는데, 처음 준비하는 시일제치고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서 기억에 남는 축제가 되었었죠.
이제 와서 따져보자면 끝도 없지만 가장 이상한 점은, 분명 불꽃놀이 세트는 모두 훼손되어 있었는데 마지막 날의 불꽃놀이가 진행되었다는 겁니다. (당시 누군가가 재빨리 바꿔치기했다, 혹은 유령의 짓이다... 말이 많았었죠. 덧붙이며)
저희 학교의 불꽃놀이에는, 끝까지 불꽃놀이는 같이 본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다시 만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 기억하지 못하는 누군가와 그 불꽃을 함께 봤었어요. 만월을 가릴 정도로 밝은, 불꽃을 말입니다.
기억하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그리움을 느낀다는 게 이상해서, 그 빈자리를 메꾸려고 무엇이든 해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요.
이 방울처럼, 마음 속 어딘가 깊은 곳에 묻어두고서도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이었죠.
 
서문규:이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1년 전 일이라 세월에 쓸려 갔거든요.
아무것도, 그저 그 사람이 그립다는 것 외에는.
 
1년, 축제의 그 사람.
 
얼굴도, 이름도, 그 어떤 추억도 기억나지 않지만
 
흐릿하게 남은 그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따뜻하고, 다정했던...
 
방울을 잡으며 그에 대해 떠올리는 그 순간,
 
사방으로 둥근 바람의 파형이 퍼져 나갑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당혹스러운 천해의 목소리가 한 번 일그러지더니 휘말립니다.
 
가을바람이 폐허가 된 세상을 부드럽게 뒤덮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기억해냅니다.
 
분명 천해와 만난 적 있습니다.
 
당신은 그와 함께 보낸 8월의 일부를 떠올립니다.
 
함께한 축제,
 
기억을 지우던 그 순간,
 
마지막의 선명한 불꽃놀이,
 
그리고 그 익숙한 목소리도요.
 
어쩌면 얽히고 엉킨, 피를 타고 내려온 아주 오래된 인연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처럼 멀어지던 그에 대해 묻어둔 그리움까지도요.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인연입니다.
 
문득 깨닫습니다.
 
천해를 구하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방울이 계승되었다는 사실을요
 
두 사람을 제외한 세계의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

핸드아웃: 방울의 사용법


‘시대의 계승자’ 탐사자의 특성, 시나리오 전용 기능치 <인연>이 추가됩니다.

탐사자는 방울의 소유자인 KPC조차 지니지 못한 능력을 얻습니다.
<인연>의 기본 수치는 50이지만, 마력 1을 투자해 10씩 올릴 수 있습니다.
최대치는 100입니다.
판정 성공 시, 탐사자는 KPC를 포옹하는 것으로 KPC에게 걸린 모든 저주와 속박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

 

 
서문규:(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기억은 신목에서 기억을 보여준 것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훨씬 더 다정하고, 상냥하고, 그래서 그립다.)
(방울을 두 손으로 쥐고 이마에 대며 중얼거린다.) 그 사람은 당신과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아주 비슷합니다. 이렇게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착각할 만큼.
...당신이 저를 선생님이라고 착각한 것처럼, 저도 당신에게서 그리운 대상의 파편을 본 겁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말끝을 흐리며 방울 안으로 마력을 흘러넣는다. 전에 그 목소리가 가르쳐준 대로, 두 손으로 감싸쥐고서.)
(마력 5점을 모두 투자합니다. 마력이 모자라 체력을 소비하게 되더라도 합니다. 이 방울을 쥐고 있는 것은 1년 전의 자신이자 지금의 자신입니다. 두 손에 못다 담길 만큼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서문규:(기나긴 인연으로 맺힌 방울의 힘이니 많은 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방울 소리가 울리길 기다리며 피웅덩이에서 천해의 몸을 끌어올려 꽉 안는다)
인연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천해의 차가워지는 몸을, 힘껏 안아줍니다.
 
그리웠던, 그리고 다시 만난 그를 위해.
 
그와 닮았던 천해의 목소리가 이제는 착각이 아니란 걸 알고있으까요.
 
방울은 환한 빛을 내며 녹아내립니다.
 
금빛 구슬이 맞닿은 두 사람의 심장부에 스며듭니다.
 
스러진 세계를 밝히는 따뜻하고 고요한 힘,
 
그것은 인연입니다.
 
그 빛은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인연과 운명의 끈에 대하여,
 
움켜쥔 손을 놓지 않는다면, 한없이 잡아당기고 잡아당겨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그러니 재회를 포기하지 말라고,
 
당신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만큼 그 사람 역시 당신을 그리고 있다고,
 
세계를 절단하는 완전한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계와 연이 닿는 건, 이게 마지막입니다.
 
당신은 천해의 손을 잡고 신목 너머로 발을 내딛습니다.
 
방울이 스며든 가슴이 따뜻합니다.
 
여태까지 건너왔던 신목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어둡고 컴컴한, 끝을 알 수 없이 긴 터널이 펼쳐집니다.
 
터널을 거닐면 희미한 녹색 빛이 모여드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 둘 모여들던 빛은 이윽고 한 무리의 반딧불이 떼가 됩니다.
 
그들은 원을 그리며 당신을 따라옵니다.
 
그 빛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편안해,
 
이곳에 있던 많은 이들이 등을 켜고 당신을 배웅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안심해도 좋아요.
 
이 빛을 따라가면 분명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
 
터널의 끝, 한점의 빛으로 가득 찬 입구가 보일 무렵 반딧불이는 하나씩 사라집니다.
 
고양이 요괴 타타는 야옹 울고, 여우 요괴 미호는 다정하게 투덜거리고, 아, 방금은 할멈의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계에서 보내는 인사입니다.
 
신목 밖으로 마지막으로 내딛는 발걸음과 함께 수많은 목소리가 우글우글 메아리치다 흩어집니다.
 
희미한 풀잎 향조차 함께 멀어집니다.
 
시야에 어지러운 빛으로 들어차며 세계가 빙글 돌아갑니다.
 
.
 
.
 
.
 
새까만 어둠과 적당히 찬 공기,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경적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아, 이곳은 인계입니다.
 
어둑한 학교 뒷산에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뒤돌아보면, 신목이 있던 자리에는 평범한 나무 한 그루만이 우뚝 서 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직감합니다.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이계는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을 것이며,
 
결국에는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고요.
 
이것은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말입니다.
 
자, 다음 이야기를 적는 건 당신의 소임입니다.
 
노트에 적어내려간 오늘의 추억은
 
머나먼 훗날, 이계로 발걸음을 내디딜 또 다른 당신에게 전해주는 편지가 되어줄 거예요.
 
끊어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엉키더라도 이어지는 이야기.
 
고작 하나의 끈이 매듭지어졌을 뿐,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다시 만납시다.
 
그날은 우리들의 축제가 될 거예요.
 
탐사자 서문규 생환, KPC 천해 구제 생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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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시나리오... 십반디가 몰아치는 폭우였다면 만월꽃은 묵직하게 쌓이는 폭설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장난 아님.......... 일상 부분도 참 재밌었는데 참... 엔딩까지 참...... (촉촉해짐)

진짜 귀엽고 벅차고 눈물나고 따뜻하고 웃기고 다하는 세션이었네요... 둘이 너무 다른 것도 재미에 한몫한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 천해는 한결같이 재밌다고 신나있고 서문규는 한결같이 지쳐있음

그리고 지금 보니 지문을 놀랍도록 길게 쳤네요... 뭐야 어떻게 한거야... 이걸 내가 썼다고......? 이게 다 갓 마스터님이 판을 잘 깔아주셔서...

 

+의외로 맞은 궁예

 
책미:....이거설마 기억뺏기거나 없어지는 와중에도 괜찮아, 서로 알아보지는 못할지라도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만날거야 같은 뉘앙스의 대사가 나오거나 하진 않겠죠...?
이계탐험록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의심의 눈초리)
 
22 (GM):(긁적
원하세요..?
 
책미:...................
.......그래도 아름다운이야기겠죠?.................
 
22 (GM):네..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0^

웃어? 웃어???? 웃음이 나와요 지금???????? (GM님: 네?)

아냐 GM님도 할 수 있는 게 웃고 즐기는 것밖에 없으셨겠죠? 압니다... 네... 하... 근데.......

 

+정말 좋아하는 문장

 
책미:우우우 근데 진짜로.... 처음엔 선생님이라고 착각했는데 결국은 서문규랑 다시 인연을 맺게되는 그런 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겹치고 오롯이 덧씌워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아름다운이야기에요.... (무한되새김질)
 
촉촉한22 (GM):............................아아.. 그렇죠 .. 근데 생각하면 만월꽃까지 한 시점에서 문규도 그리웠던 목소리의 주인을 찾은거니가 만월꽃 천해의 위에 십반디 천해를 다시 덧씌운거같아서 ..... 아이게 제가 표현을 못하겠는데 같은 사람인데 잃어버린 추억 위에 새로운 추억을 덧씌운 어저구.................................
네... 좋네요...

진짜 말하고싶었던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시는...

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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