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탐험록/천해&문규

[천해&문규] 10월의 반딧불이

퍄퍙책미 2022. 9. 12. 08:14

KPC 천해     PC 서문규

날짜 2021.12.03 ~ 2021.12.26

플레이타임 총 21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https://dear-heresy.postype.com/post/3871080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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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자 사전 설정

 

 

서문규

18세, 고등학교 2학년

 

인생을 굉장히 재미없게 사는 고등학생.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표대로 쳇바퀴 굴리듯 생활하며, 딱히 취미가 없어 여가시간에도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합니다(보통은 이걸 취미라고 하지만 본인은 모름).

어딜 가든 메모용 수첩과 펜을 수중에 지니고 다닙니다.

 

- 겉보기

주변으로부터 고지식하고 재미없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어쩐지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

 

- 성격

비관적인/계산적인/탐구적인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합니다. 당황하면 말이 많아집니다.

- 소중한 물건들

동그란 방울이 달린 목걸이. 무슨 용도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으니 중요한 물건이라 생각하고 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해 주는(혹은 단서가 될) 물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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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청서
 
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은 등에도 눈이 있다!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을 가집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가온 중간고사를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고등학생 2학년인 당신은 지금 뭘 하고 있나요?
 
서문규:(자연스럽게 가방에서 교과서와 문제집을 꺼내어 책상 위에 한가득 펼쳐놓았다. 손목과 책상 한 켠에는 시간을 계산하기 위한 시계가 놓여있고, 펜은 노트 위를 춤추듯 바쁘게 움직인다.) ... (글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런 때에는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배웠으니까...)
(학생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게 선생님 아닌가? 문학 선생님에게 한 번 눈길을 줬다가 관심 없다는 듯 다시 내린다.)
 
그런 당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 건지,
 
선생님은 어제 밤잠을 설치신 건지 열심히 졸고 있습니다.
 
올려놓은 노트 옆에 있는 손,
 
그 밋밋한 교복 소배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人界),
 
당신은 시일 고등학교 2학년 3반 학생이죠.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당신의 눈 앞에 나타날리 없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서문규:(인어, 좀비. 괴물 같은 건 없지만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에 준하는 인간들로 가득한 게 이 세상이므로. 하지만 신화적 존재가 정말 세상에 나타난다면 눈여겨보기는 할 테다. 직접 엮이는 것은 여전히 꺼려지지만.) ...아,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는, 떨어진 종이를 바쁘게 주워든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우려 몸을 숙이면,
 
당신의 시아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의 다리, 책상다리, 바닥에 뒹구는 학습지, 뒷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서문규:(...빛?)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서문규:(청록색... 누군가의 전자기기에서 빠져나온 빛일까, 생각하며 잠시 눈길을 준다. 가만히 있는 빛이 꼭 이쪽을 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기묘한 느낌이 든다.)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당신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마치,
 
서문규:(...저런 물건을 둔 기억은 없다. 사물함에게 낯선 시선을 보낸다.)
교육
기준치: 55/27/11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그 빛은, 반짝이는 벌레입니다.
 
해괴하게 생겼네요.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서문규:(10월, 그것도 공해로 가득한 도심의 사물함에서 대체 무슨...) (일단 저 반딧불이가 소란을 일으키면 안 되니 조치를 취하기 위해 다가간다. 잡아서 풀어주든, 어떻게든. 너희는 이렇게 좁은 곳에서 살면 안 되니까.)
 
당신이 다가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사물함을 차지하고 있어야할 물건들은 오간데 없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서문규:(창가로 보이는 야경의 축소판을 보는 듯, 제각각 휘몰아치고 점멸하는 불빛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긴다. 한동안 소리도 채 지르지 못하고 사물함 앞에 서 있었다.)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이 사물함 앞에 서 있으면,
 
서문규, 사물함 갔다올거면 얼른 다녀오고 자리에 앉아 자습해라!
 
어느덧 일어난 문학 선생님이 입가의 침을 벅 눌러 닦고 꾸중합니다.
 
서문규:네, 죄송합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자리로 향한다.)
(...나한테만 보이는 건가? 조용하기만 한 교실이 어색하다. 자습 시간이 끝나면 좀 더 자세히 조사해야겠다고 결심하며 다시 책에 머리를 묻는다.)
 
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당신에게 집중됩니다.
 
사물함에서 나오는 반딧불이는 신경쓰이지 않는 건지,
 
이내 주변친구들은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서문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그 시기가 뒷산의 신목을 베어낸 시기와 기묘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서문규:(저도 모르게 날짜를 세어 본다. 신목을 베어 사물함을 만든 건가. 세상에서 더 찾을 수 있는 나무도 아닐 텐데, 베어낼 거면 조금 더 특별한 용도로 쓰여야 하지 않나 싶다. ...애초에 나무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죽인 걸까?)
(답이 돌아오지 않을 생각만 머릿 속에서 굴리다 이만 펜을 집는다.)
 
오직 당신의 눈에만 보이는 반딧불이라니,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헛것이 보이는 거 일수도 있습니다.
 
다시 노트로 시선을 옮기면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콕콕, 찌르곤 쪽지를 하나 건네줍니다.
 
서문규:(컨디션 관리는 잘 하고 있으니, 무리하느라 환각을 봤을 리는 없는데... 생각하다 문득 건네오는 쪽지를 받는다. 또 이목이 집중되고 싶지는 않으니 최대한 조용히.)
 
쪽지를 펴보면 친구가 흘긴 글씨가 적혀있습니다.
 
야, 너 사물함 열고왔는데? ㄱㅊ?
 
당신이 쪽지를 보는 걸 확인한 친구는 열려있는 사물함쪽으로 고개짓을 합니다.
 
서문규:(...사물함이 열린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게 더 문제일 텐데. 생각해 보면 오늘 필요했던 참고서가 사물함 안에 들어있었다. 혹시 내 책을 실수로 다른 사물함에 넣은 것일 수도 있으니, 문도 닫으며 살펴볼 겸 사물함으로 향한다.) (닫고 올게라고 답장을 적어 쪽지를 되돌려주는 것도 잊지 않고.)
 
친구에게 답장하고, 다시 사물함으로 향합니다.
 
다시 사물함 앞에 서면,
 
당신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나치게 환상적입니다.
 
형광등 빛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교실 곳곳에 푸른 녹음의 빛을 발하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오직 당신말을 위해 준비된 초대장같습니다.
 
서문규:(차라리 열지 말았어야 했나...? 아까와 달라진 게 없는, 오히려 더해진 광경에 잠시 이마를 짚는다.)
(그냥 구멍이라기엔 너머로 무언가 더 있는 것 같으니, 우선 손으로 건드려 본다. 책을 찾는다는 명분이 있지만 사실은 일상에 섞인 비일상의 풍경에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서 메워지든가, 어딘가로 가 버렸으면.)
 
호기심이었을까요,
 
당신이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자,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당신 혼자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
 
.
 
.
 
???:야,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서문규:(갑자기 제 주변을 감싸던 세상이 뒤집히고 바뀐 통에 정신이 없다. 빨려... 들어온 거겠지, 정황상. 기묘한 일의 연속. 사실 이 모든 건 사물함에서 반딧불이가 나왔을 때부터 모두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찌르르한 머리를 들어, 침침한 눈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본다.)
 
낯선 소리들, 분명 사물함 안으로 들어온 거 같긴 한데...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고?
 
???:뭐야, 앞을 못보나?
 
서문규:(시야가 가려진 게 아닐까? 우선 눈가를 더듬는다. 평소와 같이 안경이 잘 걸려 있나?)
 
주변의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손으로 눈가를 더듬으면,
 
가볍고 딱딱한 물건을 뒤집어썼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서문규:(안경은 아닐 테고, 가면같은 건가. 평소 같으면 시야를 막고 있는 게 답답해 곧장 벗어버렸을 테지만, 어쩐지 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곳에서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이 곳의 사람이 아닌 게 들키면. 불안한 생각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진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적당히 대꾸하고는 우선 손을 더듬어 자기가 앉아있는 곳이 어디쯤인지 확인한다. 풀밭이거나 흙바닥이려나? 덤으로 목걸이에 달린 방울이 잘 붙어있는지도.)
 
다행이 목에 있는 목걸이는 잘 걸려있습니다.
 
손으로 바닥을 살펴보면, 부드러운 잔디가 느껴집니다.
 
엉덩이가 좀 아프긴하지만, 몸도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뒤집어 쓴 것 밑으로 보이는 풀밭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당신의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이요.
 
???:(통통 문규의 머리에 쓰고 있는 것을 두드려봅니다) 눈이 안 보인다니 딱하네.
 
서문규:(역시...)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것들을 다 어떻게 가지고 돌아가지?)
(물건은 고사하고 내가 돌아갈 수는 있으려나. 시야를 내리깔고 있다가 툭툭 건드려지는 느낌에 고개를 든다.) 눈가에 구멍이라도 뚫린다면 훨씬 편할 텐데요.
(이 곳은 어디인가, 저 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라고 물으면 이상해 보이겠지. 일단 제일 무난한 주제를 꺼낸다.)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응? 구멍? 눈이 있어? 그럼 그걸 벗으면 되잖아? 설마.. 끼인거냐?!
어, 난 미호야. 끼인거면 도와줄까? (다시 통통 두드립니다)
 
서문규:(...가면이 아닌가? 그럼 이것도 교실의 일원이었겠지. 낯선 사람에게 일을 맡기기엔 조심스러워 우선 힘으로 빼내 본다. 안 되면... 진짜 맹인인 척 해야겠지만.)
(근력 판정으로 빼 볼 수 있나요?)
 
서문규: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양손으로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던걸 들어올리면,
 
생각보다 쉽게 쑥 빠져나옵니다.
 
쓰고 있던 것을 확인하면
 
네모나고 긴, 파란색 쓰레기통입니다...
 
어쩐지 냄새가 범상치 않았죠.
 
그리고 당신의 앞에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문규,
 
서문규:(미호라는 이름을 듣고 설마하긴 했지만, 저 머리에 두 개나 우뚝 솟아 있는 귀... ...는 대체. 머리와 옷에 붙은 먼지를 떼다 말고 멈칫한다.)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담담하게 미호라는 여우와 인사를 나누려고하는데,
 
미호:서, 서, 설마……. 인간이다!!!!!!!!
 
오히려 미호쪽에서 대뜸 소리를 지릅니다.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연달아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일에
 
서문규:(꼭 낯선 생태계 안에 툭 떨어진 느낌이다. ...일단, 길을 잃은 참이니 서둘러 돌아가겠다고 양해를 구하면, 아니, 그런 말로 해결이 될 상황일까? 주변을 포위하듯 번뜩이는 시선들은 선생님의 불호령과는 비교 못 할 두려움을 준다.)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44
판정결과: 실패
 
주변을 애워싼 것들이 시선이 당신에게 모입니다.
 
서문규: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
 
굳이 정의하자면 요괴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마치, 소속감을 나타내는 것처럼요.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당신을 살펴봅니다.
 
개중에는 손(으로 추정되는 것)을 뻗어 당신의 머리카락을 만지려는 하는 요괴도 있습니다.
 
당신의 주변에 덜어진 대걸레를 들어 휘두르는 녀석도 보입니다.
 
요괴1:와, 정말 인간이잖아? (문규의 볼을 콕콕 눌러봅니다)
 
서문규:(책에서만 보던 게 왜 눈 앞에 있는 거지, 그것도 잔뜩. 세상 어딘가에는 요괴며 외계인 같은 존재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사건 당사자가 될 줄이야. 직접적으로 닿아오는 손길에 맹수 앞에 선 초식동물처럼 몸을 움츠린다. 그래봤자 눈에 덜 띄는 일은 없지만...)
(저들과 비슷한 옷차림을 하면 시선을 덜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우선 눈 앞의 요괴... 들에게 집중한다.) ...실례합니다. 길을... 잃은 참이라.
제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그들에게 말을 걸자, 일순간 모두 침묵하곤 당신을 봅니다.
 
요괴2:.....와하하, 진짜 말도 하잖아~? 이봐, 신기하다. 더 말해봐!
 
요괴1: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미호: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서문규:(말은 통하는 것 같은데, 말이 통하지 않는군...)
 
요괴2:왜, 말 안 해?! 겁먹은 건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코앞에서 기웃거립니다)
 
요괴1:근데 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미호:아아, 다들 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요괴3: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미호: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요괴3:그럼 넌 빠져. 우리끼리 잡아 먹어버리자.
 
요괴1:어, 그럴까? 맛있으려나...?
 
요괴2:와하하, 좋아! 어느 부위 먹을래!?
 
호기심을 보였던 것도 잠시, 요괴들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는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서문규:(애초에 요괴들의 언어를 내가 어떻게 아는 거지? 나는 여기에 떨어진... 이방인일 뿐인데.) (지도자와 그 밑으로 소속된 요괴들이 있는 건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자신을 먹겠다는 말에 순간 뇌가 멈춰버린다.)
(생판 모르는 곳에서, 그것도 요괴에게 먹혀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깊이 있는 한숨을 내쉬다가 제일 이성적으로 보이는 미호에게 접근한다.)
...혹시 이 방울에 대해 아시나요? (일부러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말한다. 다른 곳으로 주의를 끌면 이 기류도 잠재워지지 않을까.)
 
미호:....으응? (다른 요괴들을 말리다 문규가 보여주는 방울을 보고 갸웃거립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런 걸 왜 묻지라는 표정)
 
요괴3:어이 비켜 미호, 방해하지 말고!(옆으로 미호를 밀어버립니다)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당신을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요괴3:우리가 이야기를 해봤다.
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넌 우리가 맛있게 먹도록 하겠다!
 
뒤는 거대한 나무, 앞과 옆은 정체 모를 괴물들.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아아, 설마 이렇게 끝인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요괴들의 간식거리가 될 운명이었다니.
 
서문규:(잔뜩 긴장한 채로 방울 목걸이를 다시 소중하게 옷 속으로 집어넣고는 숨죽인 채 앞을 주시한다. 도무지 인간의 것은 아닌 노란 눈이 다른 광경을 제치고 시야에 가득 차는 것 같아 몸이 얼어붙는다.)
 
어쩐지 안타까운 나래이션이 귀속에 들리는 거 같은 그때,
 
당신의 발치에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딸랑,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나뭇잎이 떨어지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당신을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 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당신은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당신의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방금, 방울 소리가 울렸던가요?
 
천해:(엄한 표정으로 요괴들을 향해 말합니다) 다들 철칙을 잊은 거야? 난 계속 신목 위에서 문을 지키고 있었다고. 문을 넘어온 인간 손님은 건들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잖아.
 
요괴3: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요괴1:그래, 천해 네 마음대로 해.
 
중얼거리던 요괴들은,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붉은 머리의 요괴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천해:(뚫어질 것처럼 문규의 얼굴을 보다 물어봅니다) 혹시, 이름이 뭐야?
 
서문규:(마찬가지로 갑자기 등장한 인영에 놀라서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순식간에 해결된 상황에 잊고 있던 호흡을 토해내고는,) ...서문규라고 합니다.
신목이, 신목을 베어 사물함을 만들었는데, 그게 통로가 되어서 이 곳으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빨리 돌아가는 게 제게도 이 세계에도 좋겠죠.
 
천해:많이 놀랐지? (주저앉은 문규를 보고 놀라 양 팔을 잡아 번쩍 일으켜 세웁니다. 자신의 손을 탁탁 털고는 악수하자고 내밉니다) ...이름이 문규구나. 난 천해라고 해.
신목을 베어 사물함을 만들었다고...? 그걸 타고 넘어온 거야? 어, 근데 어쩌지. 나도 바로 가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데 지금은 어려워. (미안한 표정이 됩니다)
 
서문규:(제 존재를 과시하듯 딸랑이던 방울의 소리를 잊지 않았다. 혹시 이 사람을 향해 울리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까지 닿자 복잡해진 머리를 털어내듯 고개를 젓는다. 이상하리만치 눈에 들어오는, 그리고 실제로도 유일하게 호의적인 요괴 앞에서 괜히 소름이 돋은 팔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하아, 아뇨...
괜찮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두 인간의 업보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세상의 어떤 장소든 들어가는 곳이 있으면 나가는 곳도 있으니까... (언뜻 침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평소보다 말이 명백히 빠르다.)
저를 도와줄 의사가 있으신 것 같은데, 괜찮다면 옷이라도 빌려주세요. ...천해 씨. (야생 동물이 옷을 뒤집어쓰면 그건 그것대로 괴이하겠지만 아까와 같은 시선은 사양이다.)
 
천해:흐음~. 인계로 가는 신목의 문은 아무 때나 열리지 않아. 다행히라면 내일 축제가 시작하니까 곧 열릴 거야. 축제가 끝나면 문이 열리거든. (곁눈질로 문규의 표정을 살핍니다)
(처음 와보는 곳일 텐데 꽤 침착하게 옷을 찾는 문규를 보고 쿡쿡 웃습니다) 모든 요괴가 다 그렇게 난폭하지는 않아. 그래도 인간인 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아! 잠시 동안이라도 쓰레기통 요괴를 흉내내는 건 어때? (굴러다니는 쓰레기통을 번쩍 들어 앞으로 내밉니다)
 
서문규:(축제 행렬. 요괴들의 축제란 대체 어떤 걸까. 감히 짐작도 되지 않아 눈을 지긋이 감는다. 아무래도 정말로, 낯선 세계에 떨어져 버렸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난다.)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자신을 둘러싸던 맹수 같은 이질적인 눈들도 물론 지우기 힘들지만, 무엇보다 기적처럼 찾아든 천해를 처음으로 만난 그 순간이 뇌리에 박힌 듯 떠나질 않는다. 귀한 일이었겠지. 괜히 뒷편의 커다란 나무―신목을 한 번 더 살피고는) 쓰레기통은 조금 힘든데... 다른 건 없습니까? 가면이라거나.
 
천해:흐으음...~ (뒤통수를 긁적입니다) 역시 쓰레기통은 좀 그렇지? 지금은 쓸만한 게 없은데, 집에 가서 찾아보면 가면 하나쯤은 있을 거야.
(당연히 문규도 올 거라고 생각하는지 방긋 웃어줍니다) 여기서 멀지 않아. 걸어서 1시간쯤?
 
서문규:(걸어서 1시간만큼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할 정도면 이 곳에는 이동수단이 없는 건가? 괜히 생각만 많아진다.) 혹시 방금처럼 통로같은 건 없나요?
인간에게 1시간 거리는 먼 거리라, 중간중간 휴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다. 우선 움직일 심산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천해:아쉽지만~ 통로 같은 건 없어. 대신 쉬엄쉬엄 가자. (어쩐지 들뜬 목소리로 끄덕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보면,
 
탁 트인 주변은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건물의 건축 양식은 동양의 것과 유사하지만, 어느 한 나라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요괴 몇몇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천해:저기, 우리 집은 이쪽으로 가야해. (인가가 없는 숲길 쪽을 가리킵니다)
 
서문규:(기대하던 부분은 인간과 딴판이고, 기대치 않던 부분에서 인간과 닮았군...) (하지만 어느 나라의 것이라고 특정하기 어려운 건물들에서 위화감이 느껴져 괜히 고개를 숙인다.)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겠습니다. 저기는 어떤 곳이죠?
 
천해:(앞장서 숲길로 들어가려다 문규의 말에 건물 쪽으로 돌아봅니다) 아, 저기는 영월호라고 해. 내가 공부하는 곳이야. 요괴들의 학교, 같은 거라고 할까?
인계에도 학교가 있다고 들었는데, 문규 너도 다녀?
 
서문규:당신과 방금의 요괴들이 입은 건 정복인가요? 저 학교... 영월호의. 인계에도 비슷한 게 있습니다. 저와 같은 학교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다니죠. 여러분처럼.
그 선생님이라는 분은... 아니, 됐습니다. 계속 가죠. (무언가 물으려다가도 금방 입을 닫아버린다. 자신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요괴 5원칙이란 무엇인지, 이 세계는... 어떤 곳인지. 그런 건 내 관할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손님으로 온 거니까. 흘러나오려는 말은 막았지만 한숨을 참을 수는 없었다.)
 
천해:(호기심 반, 진지한 반. 한마디이라도 놓치기 싫은 것처럼 집중하며 문규의 이야기에 끄덕입니다) 어, 맞아. 영월호의 학생이라면 모두 이 옷을 입고 다녀. 인계의 학교도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구나. 네가 입고 있는 것도 정복이야?
무언가 물어보려다 입을 다무는 모습에 또다시 눈치를 살핍니다) 갑자기 이상한 곳에 와버려서 무섭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조심스러운 손길로 문규의 어깨를 토닥거립니다)
 
서문규:교복이죠. (어깨에 걸친 자켓 소매를 다시 정돈한다. 아까 떨어진 여파로 잔뜩 흐트러졌을 터다.) 이 곳과 인계는 알게 모르게 비슷한 구석이 많군요.
반딧불이도. 이 곳에선 많이 살겠죠. 도시보다는 공해가 적을 테니까. ...아, 아뇨. 겁먹지 않았습니다. 이만 갈까요? (차라리 아주 다른 세계면 모를까 익숙한 모습과 낯선 모습이 섞여 있어 더 거리낌이 든다. 그런 세계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유독 답답하기도 하고.)
 
천해:(반딧불이라는 말에 반응하듯 표정이 밝아집니다) 어, 문규 너도 반딧불이 좋아해? 선생님도 좋아하셨는데.
(길을 재촉하는 문규의 말에 차분히 앞장서 걸어나갑니다) 내가 너무 이것저것 물어봤나? 미안,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이라...
 
앞장선 천해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퍼집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천해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천해:(척척 몇 미터 앞장서 걸어가는 중에도 계속 뒤를 기웃거립니다) 힘들면 말해!
 
서문규:(정교하게 짜인 직선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벗어나 이런 구불구불한 산골짜기를 누비려니 새롭... ...게 느껴지기도 전에 숨이 차기 시작한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발에 나무뿌리가 걸려 휘청이려는 몸을 겨우 바로 세웠다.)
 
서문규: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급하게 따라가려고 해서 그런걸까요.
 
풀숲을 가로질러 따라 올라가다가,
 
쿠당탕,
 
그대로 미끄러 넘어집니다.
 
천해:...?! (뒤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에 놀라 한 걸음에 뛰어 내려옵니다) 괜찮아?! (허둥지둥)
 
서문규:(...방금 전의 죽을고비를 넘긴 대신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거뜬하다.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니 침착하게 상처에 붙은 흙먼지를 털고 일어난다.) 일... 단, 허억, 가서 치료합시다.
...그보다는 왜 길이 닦이지 않은 뒷산에 홀로 살고 계시는지 궁금한데요.
 
천해:(안절부절하며 무릎을 살펴보고 일어나는 걸 도와줍니다. 또 넘어질까 봐 걱정하며 손을 잡아주다가 물음에 눈이 동그래집니다. 잠깐 흔들리는 눈, 목을 가다듬고 대답해 줍니다) 흐음, 그건... 여기 풍경이 아름다워서! 하하, 매일 운동하니까 건강에도 좋고 말이야~
 
서문규:(바람 앞 촛불처럼 흔들리는 표정을 더 볼 자신이 없어 눈을 돌린다.) ...아뇨, 실언을 했습니다. 집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무엇인가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주제를 바꾼다.) 길이 험하니 천천히 걷지요. 그, 통로가 열리기도 전에 가는 길에서부터 나동그라져 너덜너덜해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천해:으, 응... 천천히 걷자. (즐거워 보이지 않는 문규의 표정을 유독 신경 쓰며 손을 잡아 앞으로 끌어줍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적막함이 어색한지 다시 말을 겁니다) 그... 내일부터 마을에서 축제가 열려. 너도 같이 갈래? 재밌을 거야.
 
서문규:(여전히 거친 산길이지만 보폭이 얼추 비슷해지자 조금 편안해진 듯 표정이 풀린다. 여유가 생기면 동시에 의문점이 새로 찾아든다. 이 사람, 아니 요괴는 어떤 이유로 이계로 떨어진 인간을 도와주고 친절을 베푸는 걸까?)
(물어보라면 물어볼 수는 있지만, 어쩐지 때가 아닌 것 같아 입이 열리지 않는다. 하여 그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얘기를 한다.) 제가 가도 됩니까? 요괴들의... 축제에.
 
천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획 돌아 문규를 바라봅니다. 어두운 숲속에서도 반짝거리는 붉은 눈. 잽싸게 손을 잡고 신나서 붕붕 거리며 흔듭니다) 당연하지! 가면도 쓰고, 내가 옷도 빌려줄게. 아, 원한다면 귀도 나오게 할 수 있어. 토끼귀라던가? 아무도 널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거야!
그럼, 가줄거지...? (초롱)
 
서문규:(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더니, 명백하게 좋아하는 얼굴에 대고 차마 거절을 표할 수 없어 애매한 침묵만 계속한다. 자꾸 엮이라기엔 곤란한데. 나는... 이 세계 사람도 아니고. 요괴들의 세계에 자신이 들어가도 되는 건지 갈등한다.)
...안 가면 많이 곤란해집니까? (반딧불이보다 더 반짝이는 눈에 계속 시선을 피하며 이야기한다.)
 
천해:어, (민망해진 손이 천천히 멈춥니다) ...아. 음. 아, 아니? 괜찮아~ 문규 네 의사가 중요한 거니까. 그냥, ... 흔치 않은 기회니까. 물어본 거지..! (애써 웃어주지만 누가 봐도 실망한 표정이 됩니다)
 
서문규:... 갈게요... ...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하곤 얼굴을 쓸어내린다. 저렇게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과 계속 지내는 건 고역이니까. ......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요괴가 책임져 주겠지.)
흔치 않은 기회라면, 축제는 몇 년을 주기로 열리는 건가요?
 
천해:(갈게요,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정말, 정말 즐거울 거야! 100년에 한번 있는 축제니까 이곳 요괴들은 모두 축제만 기다리거든. 맛있는 것도 많이 팔고, 놀 거리도 많을 거야~
 
서문규:100년이나... (생각했던 것과 단위 자체가 다른 숫자에 다시금 놀란다.) 변장을 꼼꼼히 해야겠네요. 그런 풍요로운 행사를 망치지 않게.
흔적이 남지 않게 모자를 뒤집어쓰고, 얼굴은 가면으로 가리면 되겠죠. ...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가면은 쓰레기통 말고 다른 걸로 부탁합니다.
 
천해:(사뭇 진지한 모습에도 신난 표정입니다. 연신 끄덕거리더니 신난 발걸음으로 문규의 손을 잡고 앞장섭니다) 집 가서 저녁 먹고 바로 가면부터 찾아야겠다. 아, 옷도 크기가 맞으려나... 그나저나 무슨 동물 좋아해? 꼬리나 귀 정도라면 내가 만들어줄 수 있어.
 
서문규:아, 식사... (당연히 이 곳에서 의식주 모두 해결해야 하겠지. 걱정이 앞선다.) 요괴들의 음식은 인간들의 것과 많이 다릅니까? 설화에서처럼 짐승의 생간을 먹거나, 아예 음식이 아닌 걸 먹는 건 인간에게는 무리라서요.
동물 귀...? 뱀이나 돼지, 염소나 소만 아니면 됩...(설화에서 신격화되었거나 멸시당했던 동물을 제하고 나면 여전히 선택지가 너무 넓어 까마득할 정도다.) ...음... ... 그냥 같은 걸로 부탁합니다.
 
천해:음~, 난 주로 개구리나 풍뎅이 구이 좋아하는데. 바삭바삭하고 맛있어. (말하며 상상하고는 입맛을 다십니다) 뱀은 잘 안 먹고 돼지나 염소, 소도 마을에 경사가 있으면 잡기도 하는데... 인간은 의외로 엄청 가려먹는구나?
같은 거면 나랑 같은 귀? (눈 반짝)
 
서문규:(개구리, 풍뎅이... 먹었다는 역사는 들어봤지만 마찬가지로 직접 먹어야 한다니 아찔해진다. 그런 시대를 늘 궁금해했지만 이런 식의 체험은 정말 원치 않는다.) ...굶을게요.
(순간 풍뎅이를 삼켰을 때 목구멍에 더듬이며 무수한 다리가 닿는 걸 상상한다. 급격히 비위가 안 좋아져 마른세수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상식량이라도 가지고 다닐 걸, 후회해도 늦었다.) ...아니면 산나물이라도...
아, 네. 그 편이 둘러대기에도 유리할 테고... (귀가 네 개 달린 기분은 어쩔까? 기분에 따라 쫑긋거리는 귀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긴다.)
 
천해:오늘은 날이 어두워져서 나물 뜯기는 어려울 거 같고, 내일 돌아오면서 같이 뜯자.
낮에 축제를 구경하고, 시장이라도 들리거나 하면 네가 먹을 나물 정도는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야. 아, 겸사겸사 시장 구경도 하면 좋겠다~ (여전히 가벼운 걸음으로 앞서 걸어갑니다)
 
천해를 따라 얼마나 올라갔을 까요.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그가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천해는 당신을 향해 돌아봅니다.
 
천해:문규야, 혹시 여길 알아?
 
그렇게 말하며, 당신이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천해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가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서문규:기억에 없는 곳입니다. (아무리 기억 곳곳을 뒤져봐도 모르는 광경이다. 그걸 알고 있을 텐데 구태여 여길 아냐고 묻는 목소리에 더 대답하지 못하고, 눈처럼 흩날리는 반딧불이 무리 가운데에 서서 눈을 감는다. 그립지는 않지만, 그리워질 것만 같은 광경.)
 
천해:(눈을 감은 문규의 모습을 봤다 멋쩍게 머리를 긁적입니다) ...그, 렇지. 당연히 모를 거야. 오늘 처음 왔는걸. (구태여 숨기지 못한 아쉬운 표정. 방금까지 방방 뛰던 모습은 사라지고 차분해진 모습이 됩니다)
아, 여기 호수만 건너면 내가 사는 곳이야.
 
서문규:...왜 그런 질문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망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무언가 잊었다면, 그 위에 덧그리면 될 일 아닙니까. 이번에야말로 지워지지 않도록, 깊이. (서로 같은 장소에 서 있는데도 다른 것을 보는 것만 같다. 이방인으로서 느끼던 무력감이 한층 심화되는 듯해 입술을 이로 찌그러트린다. 그런 와중에도 어두운 하늘 위를 알사탕처럼 점점이 수놓는 반딧불이들의 행렬은 끊이질 않는다. 호수 변두리를 따라 걸으면 아주 거대한 거울 위로 그 모든 게 비친다.)
 
천해:(어쩐지 뾰로퉁해진 듯한 문규의 모습에 미안한 듯 쪼르르 호수 가까이 다가가서는 손을 흔듭니다.) 여기야! 더 아름다운 걸 보여줄게.
 
천해가 있는 호수 앞에는 조각배가 놓여있습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서문규:아, 네. (무의식적으로 일그러졌던 이맛살을 펴고 잡아주는 손에 의지해 조각배 위로 오른다.)
...저, 갑자기 죄송합니다만 요괴도 물에 빠지면 죽나요?
 
천해:(문규의 뒤를 따라 배에 오르고 노를 잡습니다) 응? 당연히 죽지. 아, 근데 물에 사는 요괴들은 상관없을 거야. 하지만 대부분 물속에서는 숨을 못 쉬니까.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가에서 배를 밀어내며 물어봅니다)
 
서문규:(작은 배 안에서 편하게 자세를 잡는다.) 흔히 영령들은 날아다니거나 공중에 떠 있곤 하니까... 요괴도 같을 줄 알았는데 그런 점에선 다른 생물들과 비슷하군요.
요괴는 인간이나 동물이 죽어서 생기나요? (완전히 다른 세계 둘이 이어져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처음엔 꺼려지기만 했었는데, 방금 전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나니 무언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천해:맞아. 죽은 자의 혼과 우리 요괴는 조금 다른 개념이니까. 요괴는 인간과 생김새나 먹거리, 문화가 다르긴 하지만 삶의 모습은 인간과 상당히 닮았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호수 반대편을 향해 느긋하게 노를 젓으며 확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갑니다.) 음... 글쎄. 인간이나 동물이 죽어서 이계로 온다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 하지만 분명 네가 살던 곳과 여기는 신목으로 이어져 있으니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서문규:그런가요. (답변에 만족한 듯 말이 끊긴다. 아직도 채 풀리지 못한 의문이 많지만 지금은, 이 광경에 집중하고 싶다. 무릎을 두 손으로 그러모아 끌어안으면 돌아가는 시야에 가득 반딧불이의 호수가 담긴다.)
 
천해는 부드럽게 노를 젓습니다.
 
그 속도에 맞춰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천해:(노를 잡은 손등에 앉은 반딧불이에 바람을 불어 쫓아냅니다. 호수가 담긴 문규의 눈을 바라보다 말을 꺼냅니다) 반딧불이의 전설이라고 들어봤어?
 
서문규:(반딧불이의 전설. 이계의 것이라 아마 인간은 모를 거라고 생각되지만 혹시 모르니 역사 판정 같은 거 해 봐도 되나요?)
 
서문규:
역사
기준치: 45/22/9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반딧불이의 전설이라니, 딱히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서문규:아뇨. 얼핏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 조촐한 지식이라. (무언가 떠오르려다가도 안타깝게 사고회로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에 조금 더 고민해보지만 수확이 없다.)
어떤 이야기인가요?
 
천해:이계에선 길을 잃어버리면 반딧불이를 쫓아가라고들 해. 잃어버린 인연을 반딧불이가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하거든.
어두운 밤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길을 밝혀주기도 하고... 아, 연인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에서 연을 맺고.
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니까. (수면 위를 얕게 날아가는 반짝임을 눈으로 쫓습니다)

핸드아웃: 반딧불이의 전설

 

이계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
춘하추동을 가리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함께한다.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여행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며,
저승으로 향하는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한다.

또한, 연인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문규:운명. (사물함에서 이쪽으로 시선을 달라며 날갯짓하던 반딧불이의 빛을 기억한다. 그들이 길잡이었다면, 내가 무언가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 거였다면... 내가 잃은 건 뭘까. 그 반딧불이들은... 나한테 뭘 보여주고 싶던 걸까.)
(전설은 전설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겪어온 일도 전설에 견줄 만큼 환상적이다. 마냥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닌 탓에 한 자 한 자 집중해서 듣는다.)
처음 이계에 휘말린 것도... 반딧불이 때문이었습니다. (수많은 감정을 머금어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이계와 연결된 통로가 있던 곳에서 반딧불이가 빠져나와서.
그 빛을 따라 이 곳으로 들어와서, 요괴들에게 휩싸여 죽을 뻔 했고... 천해 씨를 만났죠. 게다가 반딧불이와 통로는 저에게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빛에 이끌린 건 운명이었을까요? (그 수많은 신목을 베어 만든 사물함 중 내 것만 특이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우연을 가장한 운명. 그럼 자신이 되찾아야 할― 이계에 있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수면에 떠오르려다가도 금세 모습을 감춰버리는 물고기처럼 연결되지 않는 기억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괜히 눈부신 광경을 비추는 호수 물결만 손으로 간지럽힌다.)
 
천해:(흥미로운 표정으로 집중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이젠 꽤 구석구석 자신의 사정을 들려주는 문규의 변화가 즐겁다는 표정입니다. 여전히 생각이 많아 보이는 그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는 것처럼 바라봅니다.) 반딧불이가 널 이계로 이끌었나 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계의 축제에 초대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빙긋 웃고는 톡톡 자신의 턱을 두드리며 같이 고민합니다.)
음... 이계의 반딧불이는 운명을 연결해 주는 반딧불이야. 무리하면서 신목의 통로로 괜히 널 이끈 게 아닐 거야. 모든 인연엔 각자의 이유가 있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당장은, 떠오르는 게 없겠지만, 이곳에서 머물다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슬며시 문규의 눈을 피해 호수 위로 시선을 옮깁니다)
 
서문규:(아, 또다. 그의 태도에서 이 답답한 것도, 안타까운 것도 같은 심정의 출처를 찾아낸다. 처음 보는 광경 앞에서 이 곳을 아냐고 물은 것도 그렇지만, 마치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버린다.) (꼭 귀한 것을 보는 듯한 시선이 기껍지 않다. ...귀한 것,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을. 이 요괴와의 인연이 처음은 아닌 것 같지만, 굳이 캐묻지 않는다.)
괜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건 말씀대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보면 알겠죠. 어쩌면 전설대로 이 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차가운 호수를 손에서 떼고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어주는 느낌에 집중한다.) 그럼 계속 갈까요, 이 빛을 따라.
 
천해:(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문규의 말에 유난히 눈이 반짝입니다. 그냥,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하다는 것처럼 짧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호수 건너편으로 노를 저어갑니다)
 
조각배가 호수의 끝에 도달하면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천해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문득 그는 당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천해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딸랑,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서문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까의 호수도 그렇고, 이계라는 곳은 다 이런걸까요.
 
묘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러고보니,
 
분명 아까 호수에는 달도 별도 비치지 않았죠.
 
어두운 하늘을 머금은 호수 위에 떠있던 별같은 반딧불이의 불빛만 기억합니다.
 
문득 그렇게 든 의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곳에는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서문규:(인계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니 달과 별이 없어도 이상할 게 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또 다른 심연을 보는 듯 아득히 펼쳐진 밤하늘에 잠시 심장이 덜컹거린다.)
SAN Roll
기준치: 34/17/6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이 쉽사리 꽃밭을 건너지 못하면 어서 오라는 듯 천해가 손짓합니다.
 
달맞이꽃밭 위 오두막이라니,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천해를 따라 오두막으로 들어가보면, 내부는 조촐합니다.
 
어찌보면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처럼 보이는 오두막은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이불이 잘 접어져 있습니다.
 
천해:(집안을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소개해 줍니다) 여기가 잠자는 방이고, 여기가 식사하는 곳이야.
 
서문규:(집이라고 해도 텐트 정도에 그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인 오두막집이 훌륭히 집의 구색을 갖추고 있어 신기한 눈빛으로 둘러본다.) 용케 지으셨군요. 목재를 들고 올라오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이해했습니다. 그럼 잠은 어디에서 자면 될까요?
 
천해:(문규의 칭찬에 쑥스러운 듯 뺨을 긁적입니다) 그래? 이곳을 만들 때 선생님도 도와주셨어. 아, 오래된 집이지만 내가 자주 보수하니까 불편하지 않을 거야.
잠은 침실에서. 밥은? 뭐 먹고 자는 게 좋지 않아? (이미 반쯤 주방쪽으로 향하며 물어봅니다)
 
서문규:그렇군요. 선생님... (아까부터 잊을 만 하면 언급되는 그가 신경쓰이지만, 물어봐도 괜찮을지 잠시 망설이다 에둘러 말해 본다.) 그 분과의 인연이 꽤나 두터우신가 봅니다.
집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라, 그런 건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책으로 가득 채워진 벽 앞에 쪼그려앉는다.) 다른 식재료를 구할 때까지 식사는 미뤄두겠습니다. 그보디 식사하시는 동안 이 책들을 좀 살펴봐도 될까요?
 
천해:(문규의 물음에 잠시 말이 없어졌다가 금방 웃어줍니다) 응,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야. 예나 지금이나 항상 감사한 분이니까... 아, 계속 선생님 이야기를 해버렸네. (미안한 표정을 했다 식사를 미루는 모습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규의 뒷모습을 봅니다.) 진짜 안먹어도 괜찮겠어? 나 꽤 요리 잘하는데. 책은 편하게 읽어. (영 혼자먹기 미안한 표정)
 
서문규:제 눈치 보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을 비롯한 모든 요괴가 그 분의 이야기를 하시기에, 궁금해서 여쭌 것 뿐이에요. (조용히 대답하며 책장을 훑어보며 특별히 눈에 띄는 책이 있는지 살펴보다가 이어지는 말에 시선은 책에 둔 채로 입을 연다.) 축제에 가려면 체력 소비가 심할까요? 많이 걸어야 한다든가.
 
천해:음~ 종일 걸어 다녀야 하니까. 근데 축제엔 음식도 파니까 네가 먹을 만한 게 있을 거야. (괜찮다는 듯 뒷모습을 보고 끄덕거립니다) 그럼 나 얼른 가서 가져올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방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오래된 책이 가득한 책장을 살펴보면,
 
서문규:
자료조사
기준치: 55/27/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대부분 당신도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껴있는 책을 꺼내다보면, 낡은 책장이 흔들려서 덕분에 책 몇권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퍽,
 
그리고 머리 위로 두툼한 책 한 권이 떨어집니다.
 
책표지엔 <이계탐험록>이라고 써있습니다.
 
서문규:(얼얼한 머리를 쓸며 두꺼운 책을 들어 본다.) 이계탐험록. (누군가의 일기일까? 실수로 떨어트린 책들을 조심스럽게 꽂아둔다. 너무 부주의하게 뒤졌나...)
(집 주인에게 들키지 않게 조용히 원상복귀 시켜두고 이계탐험록을 펼쳐 본다.)
 
삐그덕 거리는 책장에 책들이 들어갑니다.
 
이계탐험록은 몇 파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장을 열어보면, 익숙한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핸드아웃: 요괴 5 철칙

 

옳은 요괴가 되기 위한 수칙 5가지

1. 자신을 소중히 여기되 남을 인정하여라. 다름은 죄가 되지 않는다.
2. 싸움과 전쟁은 양측을 갉아먹을 뿐이다. 평화를 지키며 양보를 소양으로 삼아라.
3.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라. 지식이야말로 가장 날카로운 창과 방패가 되므로.
4.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이는 반드시 되돌아오게 된다. 이웃 된 자로서 책임을 다하여라.
5. 신목을 수호하라. 정해진 때가 되면, 신목을 넘어 인간 손님이 찾아온다. 문을 열고 찾아온 손님에게 해를 가하지 말고 예의를 갖춰 대하라.


 
그러고보니 낮에 만난 요괴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죠?
 
서문규:(이게 그 '선생님'이라 불리던 자가 세운 철칙인가. 인간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법칙을 익숙하게 넘기다 5번 문장에 손가락이 걸린다.) 정해진 때...
내가 축제가 열릴 즈음 찾아왔고, 전의 인간들도 비슷했다면... 대략 100년에 한 번씩이려나. (그럼 신목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천해 씨는 몇 년을 살았을까? 괜히 주방 쪽을 한 번 돌아본다.)
... (혼자 납득하고는 고개를 갈무리하고 다음 장을 넘겨 본다.)
 
생긴것보다 나이가 더 많겠지 예상하며 다음장을 넘깁니다.
 
다음장엔 영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핸드아웃: 영월호의 역사

 

영월호(映月湖)는 무영국(無影國) 국경 부근에 존재하는 고등 교육 기관이었다. 500살~ 800살 사이의 요괴들을 가르치는 곳으로, 학년 구분이 없으며 100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졸업할 수 있다.

영월호의 뜰에는 신목(神木)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다. 시험이 끝나면 기나긴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요괴들 사이에서 있었던 거대한 전쟁으로, 수많은 요괴가 이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고 이계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몸살을 앓았다.

이에 나는 무너진 영월호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졸업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 즐거운 축제를 열도록 하겠다.


 
사실이라면 책의 저자는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했던 사람이겠죠.
 
서문규:전쟁... (다른 세계라고는 해도 흘린 피의 양은 썩 다르지 않군. 겉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씁쓸한 역사를 가진 학교였다는 사실에 잠시 묵념한다.) 축제를 여는 이도 영월호를 재건한 이도 아마 그 자일 듯 하고...
(하지만 자기가 살던 곳의 역사라면, 왜 다른 것도 아니고 "탐험록"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책을 계속 넘겨 본다.)
 
책을 읽을 수록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다음장을 넘깁니다.

핸드아웃: 신목의 규칙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
영월호의 축제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그러나 내가 넘어왔을 때는 전쟁이 끝날 무렵으로, 축제후야제가 아니었다.
이에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신목은 요괴들의 요력을 먹고 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


많은 요괴가 근처에 모였을 때 한 번, 이들이 일제히 사라질 때 한 번.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뒤에 문이 열린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이 근방은 수많은 요괴가 목숨을 잃은 곳이므로…


 
서문규:(... 이번 페이지는 특히나 몇 번이고 되새겨 본다. 추측은 흥미롭고 설득력 있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이 곳의 지도자마저 신목의 정체를 제대로 모른다는 건가.)
(인계에도 두 그루가 있었다. 하나는 베어냈고. 요괴들의 요력을 빨아들일 수 있다면 인계에서도 가능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더 둘러보고, 특별히 눈에 띄는 페이지가 없다면 소중히 덮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서문규:
언어(모국어)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아놓으려고 덮으면, 껴있듯 들어가 있던 마지막장이 떨어집니다.

핸드아웃: 어떤 기록

 

이 부분은 나의 모국어로 적어둔다. 읽을 수 있다면 당신 역시 인계에서 이계로 온 인간이겠지.

어느덧 내가 이곳에 온 지 10년이 흘렀다. 요괴들은 생김새보다 사악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요괴들에겐 보살핌이 필요하다.  나는 이들이 사랑스럽다. 이계를 재건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고 싶다.

그러나 내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게 한탄스럽다.
이곳에 온 당신 역시 그들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믿을만한 요괴에게 이 책을 맡기며, X월 X일. ■■■


 
서문규:(필자만큼 긴 시간을 머무를 생각은 없지만, 익숙한 언어에 담긴 마음만은 받았다. 분명한 애정을 가지고 한 자 한 자 적어내렸을 역사서에 오래 눈길을 두고 있다, 혹시 무언가 더 알아내게 된다면 한 장 보태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고 일어난다.)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서문규:천해 씨, 식사 준비는 괜찮습니까? 제가 도와드릴 건... (그를 부르며 주방 쪽으로 가 본다.)
 
천해를 찾아 주방쪽으로 향하면,
 
어라,
 
그러고보니 방금 전 책의 마지막장 을 빼면 모두 생전 처음 보는 글자 아니었나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글이 아닌 글이 쉽게 읽혔습니다.
 
설마 이렇게 요괴의 삶에 익숙해지는 걸까요..?
 
서문규:(말도 아주 자연스레 통했었지. 더 배울 필요도 없을 만큼... 이계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는 느낌이 생소하다.)
SAN Roll
기준치: 33/16/6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책의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알고 잇는 듯한 내용입니다.
 
단순히, 이런 소재의 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당신의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천해가 쟁반을 들고 주방에서 나옵니다.
 
천해:응? 불렀어? (쟁반에 갓 구운 개구리 튀김과 육포, 꿀물 내려놓습니다)
 
서문규:(...물 흐르듯 술술 읽혔었다. 처음 보는 책인데 어째서? 이 곳에 온 뒤로 위화감이 끊이질 않는다. 괜히 소름이 돋은 팔을 한 번 쓸어내린다.)
(시야에 당신이 나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이미 수고해주고 있는 사람에게 걱정까지 지우고 싶지 않다.) 책은 잘 봤습니다.
천해 씨도 읽어보셨나요? 「이계탐험록」이라는 역사서.
 
천해:다행히 육포가 남아있더라고. 이건 먹을 수 있지? 선생님도 자주 드셨던 건데? (이거라면 괜찮겠지. 입맛이 까다로운 거 같은 문규라도 먹어줄 거라는 기대가 가득한 표정을 하고 마주 앉습니다.)
(이계탐험록에 대해 물으면 당연하다는 듯 끄덕입니다) 응, 선생님이 쓰신 글이니까. 근데 꽂아놓고 안 읽은지도 좀 오래됐네.
선생님은 무너졌던 영월호를 다시 세우고 학문을 가르쳐주신 분이거든. 나도 어릴 때 선생님께 배웠었고... 지금 영월호의 교과서도 초본을 만드신 것도 그분이야. (마치 자신의 업적을 말하는 것처럼 뿌듯한 표정을 합니다)
 
서문규:(예전에 졸업했다면 지금은 800살... ... 이상은 된 건가. 인간이었으면 세대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고도 남았을 기간인데. 상상을 뛰어넘는 격차에 얼떨떨해진다. 새삼스럽게 허리를 꼿꼿이 펴고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은 채 묻는다.) 그, 선생님이라는 분은 지금 만나뵐 수 있습니까?
아, 육포라면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괜히 두 손으로 받아든다.) ...저, 말씀 도중 무례한 질문이라면 죄송하지만... 인간이 세운 규칙에 반기를 드는 요괴는 없었나요.
 
천해:(어쩐지 더 예의 발은 문규의 태도에 얼떨떨. 함께 두 손으로 육포를 건네줍니다. 혹시 선생님께 흥미가 생긴 걸까. 기쁜 마음도 있지만 직접 소개해주지 못한다는 게 못내 아쉬워 쓴웃음을 보입니다) 선생님이라면 지금은 안 계셔. 자리를 비우셨거든.
선생님이 정한 규칙이 이제는 자리를 잡았으니까 영월호를 다녔던 요괴들은 대부분 잘 따르고 있어. (눈 데굴...) 물론... 낮에 본 친구들처럼 좀 특이한 경우도 있지만.(^^;)
아, 영월호를 안 다닌 요괴들은 흉폭하기도 하고, 규칙에 회의적이라 축제 때는 조금 조심해야 해.
 
서문규:(인간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지만, 다름아닌 요괴들의 역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끄덕이며 한 마디 한 마디 놓치지 않게 신중히 듣는다―마치 천해가 자신에게 드문드문 그러했듯.) 무영국이라는 이름도 선생님의 흔적입니까? 아픈 일이 많았던 나라에 다시 그림자가 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으신 걸까요.
(돌아가셨을까. 아무리 범상치 않다고는 해도 인간의 몸으로 몇백 년을 버틸 수는 없었겠지... 하지만 요괴들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계시는 게 아닐까? 알게 된 바가 많아 이런저런 생각이 몰려온다. 일단 가만히 앉아있는 건 예의가 아니니 육포를 뜯어먹으며 말을 계속한다.) 조심해야겠군요. 집에 가면은 잘 있나요?
 
천해:그림자가 지지 않는 나라... (중얼거리며 문규의 말을 되뇌고는 놀란 표정이 됩니다. 벌떡 몸들 기울여 양손으로 문규의 손을 꼭 잡습니다. 어쩌면 조금 기뻐보이는 표정입니다) ....정말. 정말, 선생님같은 생각이야! 흠... 하지만. (천천히 다시 몸을 빼고는 가져온 도마뱀 구이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생각합니다) 무영국은 원래부터 무영국이었으니까... 그러고보니 누가 처음 이름을 정했으려나. (짧게 고민하다 포기합니다)
아, 가면. 가면도 찾아줄게. 어디에 놔뒀더라. (여전히 도마뱀 구이를 씹으며 책장 위에 올려둔 상자들을 하나하나 내리고는 뒤적거립니다)
 
천해가 상자에서 물건을 꺼내면, 오만 잡동사니들이 나옵니다.
 
천해:(제일 먼저 손에 잡히는 도롱이를 꺼내 보여줍니다) 내일 이거 입을래? 비는 안오겠지만, 원래도 특이한 요괴들이 많으니까.
 
서문규:처음 생각했던 건 영월호의 정복인데... 여분이 없다면 이것도 괜찮겠군요. (좀 무거워 보이지만. 도롱이를 끄집어내 몸에 대 본다. 교복 위에 바로 두를 순 있겠지만, 억센 짚 때문에 온 몸이 따갑다...)
...혹시 다른 옷도 있나요? 모자는 바람에 날아갈 수 있으니 안전하게 가면을 쓰는 게... (모자를 다시 내려놨다.)
 
천해:(순간 시무룩한 모습, 얼른 다시 상자를 뒤적립니다) 기다려봐, 찾아줄게..!
 
상자를 다시 들여다보는 천해는
 
곧 (너구리1 고양이2 강아지3 사자4 도깨비5 토끼6) 5 가면을 찾아 들어올립니다.
 
천해:....오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색 바랜 도깨비 가면 들어올려 보여줍니다) 이건?!
 
서문규:(색이 바래긴 했지만 일단 가면의 역할을 다하고 있으니 괜찮다. 흔쾌히 받아 써 본다.) 좀 괜찮습니까? 여기에 요괴들의 옷까지 입으면 그럴듯해 보일까요. (새빨갛고 뿔이 달린 얼굴로 말하니 꼴이 약간 우습다. 본인은 모르는 것 같지만...)
 
천해:(묘한 어색함에 쿡 웃다가 표정을 바로 합니다. 어쨌든 본인은 만족한 거 같으니...) 흐음~ 조금 부족한데. (갸웃거리며 문규의 얼굴을 보다 다시 상자를 뒤적거립니다) 분명 어울리는 모자가 있을 거야.
 
천해는 멋대로 말하고는, 상자에서 털북숭이 모자를 꺼냅니다.
 
천해:역시 도깨비는 털이 많아야지! (얼른 써보라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모자를 건넵니다)
 
서문규:동물 귀를 드러내려면 모자는 안 쓰는 게... 차라리 목에 두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거절하기 미안해지는 얼굴에 말하면서도 몇 번을 망설인다.)
 
천해:그...런가....? (거듭되는 거절에 귀도 꼬리도 추욱 쳐지지만, 괜찮다며 웃어 보이곤 다시 상자에서 망토 하나를 꺼냅니다) 맞으려나? 조금 작아 보이기도 하고.
 
서문규:(꽉 맞는 옷을 팔에 끼우고 모자를 머리에 걸쳐 본다.) 망토도 썼으니 이 정도면 괜찮을 겁니다. 가면도 쓸 거고...
... 그러고 보니 요괴들의 축제에서는 어떤 걸 하나요?
 
천해:내가 귀도 만들어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화려해진 문규의 모습을 보고 작게 웃으며 다 쓴 상자를 정리해 다시 올려놓습니다) 음, 노점상에서 맛있는 음식도 팔고, 놀거리들도 있어. 밤엔 불꽃놀이도 하고... 행진 같은 것도. 인계의 축제랑 비슷하지?
 
서문규:...그 책장, 낡아서 튼튼하지는 않습니다. 상자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다른 곳에 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높다란 책장이 덜컹거리면 가슴도 같이 철렁이는 것 같아 참견하듯 말한다.) (입고 있던 걸 다시 벗어두며 듣는다.) 노점상과 놀거리, 불꽃놀이... 확실히 인계의 축제와 비슷하군요. (파는 음식은 다르겠지만...)
다 좋지만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두시면 안 됩니다.
 
천해:괜찮아, 괜찮아~ 잘 써왔는걸?(문규의 걱정에도 꿋꿋이 책장 위에 상자를 올려놓습니다. 살짝 기울어진 책장을 외면하고 돌아섭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무서운 요괴도 많은 만큼 친절한 요괴도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 그리고 넌 손님인걸? 내가 계속 곁에 있을 거야. 약속할게.
이번 축제도 분명 즐거울 거야...! (오히려 더 부푼 표정입니다)
 
서문규:(괜찮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분명 자신보다 강하고 연륜도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인데 왜 이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걸까? 하지만 도움 받는 입장이기도 하고 책을 떨어트려서 머리에 직격으로 맞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기에 그저 침묵하고 있다.)
 
천해:(속도 모르고 마냥 해맑은 웃음)
 
서문규:이번 축제도 즐거우면 좋겠네요. 큰 일 없이. (요괴도 물론 낯설고 두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축제에서도 전의 기시감이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복잡한 표정은 쉽게 풀어질 줄을 모른다,) ... 알겠어요. 저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얌전히 따라가겠습니다.
오늘은 여러모로 도움도 주시고, 궁금증도 풀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내일 축제에서도 잘 부탁합니다. ...날이 늦었는데 주무실 건가요?
 
천해:얌전히 따라간다니~ 축제는 놀러 가는 건 걸?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도 괜찮아. (웃으며 문규의 등을 밀어 침대 곁으로 데려갑니다) 응, 피곤하지? 낼 돌아다니려면 일찍 자야지.
 
어느덧 밤은 완전히 깊어졌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
 
당신을 침대로 데려간 천해는 이불을 바로 펴줍니다.
 
천해:오늘은 여기서 자. 추우면 말하고.
 
서문규:제가 침대를 차지하면 천해 씨는 어디서 주무십니까? 나이도 지긋... 아니,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가) 아... ... ... 아무튼 제가 여기서 잘 순 없습니다. 전 손님이잖아요.
바닥에서 자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자든 죽진 않습니다. (천해의 표정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 덧붙인다.)
 
천해:(단호한 표정으로 문규의 어깨를 눌러 침대에 앉힙니다) 손님이라서 여기서 자라고 하는 거야. 바닥에서 그냥 잤다가 벼룩이라던가, 이라던가.. 그런 것들에 물리면 어쩌려고.
온몸이 간질간질 해질걸? 그래도 바닥에서 자고 싶어? 내일은 내가 이불을 구해오면 되니까 오늘은 걱정하지말고 여기서 자.
 
서문규:(단호한 손길에 다시 일어나지는 못하지만 어느새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마주한다.) 그럼 천해 씨는 어디서 주무시려고요.
정 그러시려거든 이불이라도 가져가세요. 없어도 잘 수 있습니다. (이거라도 주지 못하면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이불을 떠안겨 준다.)
 
천해:난 여기서 자야지. (당연하다는 듯 침대 옆 바닥을 발로 톡톡 두드립니다. 결국 문규가 준 이불을 받고는 뺨을 긁적입니다) 난 정말 괜찮은데... 그럼 이불은 내가 덮을게.
 
이불을 끌어안은 천해는 펑,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작은 늑대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러고는 침대 곁에 자리를 잡아 몸을 웅크립니다.
 
천해:피곤할 테니까 어서 자. (먹먹한 목소리로 눈을 끔뻑거립니다.)
 
서문규:(작다... 지나온 세월이 제법 되시니 분명 본체는 커다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야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빛나는 두 눈이 이 곳에 처음 떨어졌을 때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의 곁이라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흘러내린 이불을 잘 고쳐 덮어주고는) 안녕히 주무세요. (긴장을 풀고 눈을 감는다.)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
 
.
 
.
 
그리고, 당신은 어떤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을요.
 
그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딸랑,
 
딸랑...
 
.
 
.
 
.
 
방울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창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옵니다.
 
좁은 오두막 안에서 천해가 바쁘게 움직이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방울소리가 들려옵니다.
 
서문규:(기분 좋은 꿈을 꿨으니 분명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었을 테다. 하지만 무언가 말하려던 꿈도 현실이 쫓아내 버리고, 아침 이슬처럼 사라진다.) ... 아...
(뻐근한 눈을 비비고 방울을 확인해 본다. 분명 자기 전에 여기 어디엔가 뒀었는데...)
 
서문규: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다행히 목걸이는 자기 전에 둔 그곳에 그대로 있습니다.
 
요란한 방울소리는...
 
천해에게서 나는 거 같네요.
 
아침부터 왜 저렇게 바삐 움직이는 걸까요?
 
서문규:(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하는 거니까 분명 필요한 일일 거라고 믿으며 잠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선다.) 천해 씨, 무슨 일 있나요? (아침이라 잠긴 목소리가 방울 소리에 묻힌다.)
 
천해:(침실에서 나온 문규를 보고는 반가운 표정을 합니다. 정리해놓았던 가면과 옷들을 들어 문규의 품에 안겨줍니다) 잠은 잘 잤어? 자, 어서 준비해야 해. 곧 축제가 시작할 시간이거든.
우리 집은 축제 장소에서 조금 머니까 부지런히 가야하거든. (말하며 문규의 머리 위에 제 양손을 올립니다)
 
천해는 자신의 손끝에 집중하는 듯하더니 금방 손을 거둡니다.
 
천해:자, 귀도 완성!
 
그 말과 함께, 머리 위로 낯선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서문규:(귀...? 어제 말한 늑대 귀일까? 당장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일단 그 낯선 존재에 힘을 줘 움직이려고 해 본다.))
 
당신의 의지에 반응하는 것처럼 머리 위에 달린 낯선 귀가 쫑긋거려집니다.
 
천해:(움직이는 문규의 귀를 보며 말합니다) 내 요력으로 만든거라서 내 곁에 있는 동안엔 잘 붙어있을 거야.
 
서문규:(평생 없던 신체기관이 생겨서인지 팔랑거릴 때마다 이상한 표정이 된다. 눈속임용으로 단 건데, 이러고 있으니 정말 요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채비하고 오겠습니다. (옷을 받아들면서도 얼굴을 찡그리고 연신 귀를 퍼덕인다. 어제 입었던 대로 옷을 걸치고는) 어제 제가 있던 곳이 축제가 열리는 곳 근처입니까? 그럼 또 1시간은 걸리겠군요.
 
천해:(먼저 준비를 끝냈기에 문가에 서서 준비하는 걸 기다려줍니다) 거기보다는 조금 더 마을쪽이라서 1시간 10분 정도 걸리겠지?
그래도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금방 도착할 수 있을거야.
 
서문규:...... (가다가 또 넘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 멈칫한다. 내리막길이니까 아주 구르려나? 옷차림이 망가지면 안 되는데. 걸리는 게 있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바쁘게 가죠.
느즈막한 점심 때에나 열릴 줄 알았는데 요괴들은 부지런하군요. 100년만의 축제라 다들 빨리 열고 싶어하는 걸까요? (어제 풀어둔 방을도 챙기고, 당신이 이끄는 대로 문을 열고 가며 말한다.)
 
천해:다들 이 축제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문규에게 축제를 보여준다는 생각에 숨기지 못하는 표정도 그렇지만, 신난 꼬리가 여간 부산스럽습니다)
 
밖으로 나와 보이는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두막집 앞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날이 밝아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장 선 천해는 어제와 다른 길로 안내합니다.
 
그를 따라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마을에 가까워지면 천해는 당신을 멈춰세웁니다.
 
천해:문규야, 손 내밀어봐.
 
서문규:네. (시키는 대로 오른손을 내민다.)
 
천해는 내민 당신의 오른손목에 붉은 실 한 가닥을 꺼내 묶어줍니다.
 
그러고는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에 묶고, 매듭짓습니다.
 
천해:여기가 처음이고, 넓어서 길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이건 미아방지책이야.
길을 잃어버리면, 연락할 수단이 없으니까 이걸 하고있으면 내가 찾기 쉽거든.
 
서문규:감사합니다. (다시는 풀리지 않도록 실을 꽉 묶는다. 설명을 들으면 더욱 놀라워진다.) 그냥 실 같은데, 이게 그런 역할도 해 주나요? (귀도 만들어 주고, 힘도 강하고. 이 요괴 혹시 만능인가...?)
 
천해:실에 내 요력을 넣어서 강하게 만든 거니까 끊어질 일은 없어. 거리가 멀어지면 알아서 길어지기도 하고 음... 어린 요괴들 산책시킬때 종종 사용하는 거니까. (그리 신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설명해 줍니다)
 
보기에는 무척 가느라단 실 같은데
 
괜찮은 거겠죠?
 
천해는 다시 한 끈을 확인하고는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를 따라 축제가 열리는 마을로 향합니다.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쭉 돌아보면,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 등이 보입니다.
 
서문규:(손을 잡고 얌전히 따라가면서도 고개는 열일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노점 종류가 다양한데, 모두 지금도 열려있는 건가요?
 
천해:대부분 열려 있을거야. (주변을 둘러보며 지키는 요괴가 없는 노점상을 가리킵니다) 저렇게 곳은 저녁부터 영업하는 곳. 나머지는 낮에도 열려있으니까.
갖고 싶은 거 있어? 여긴 없는 거 빼고 다 팔아. (소근거립니다)
 
서문규:(사격장, 식당가, 점집... 곳곳에 달린 색색의 등도 그렇고, 야시장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간이 낚시터는 처음 보지만, 만화영화같은 오락거리가 특별히 없어 보이는 이곳에선 낚시도 재미있는 축에 속하려나, 어림짐작하고는) 저는 어딜 둘러봐도 상관 없고, 제일 기대하던 건 무엇보다도 천해 씨니까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 주세요.
갖고 싶은 것? (의문스러운 얼굴로 반문하더니) 무리해서 사 주실 필요는 없지만...
요괴들의 물건 중에서 휴대하기 편하기만 하면 뭐든 좋습니다. 뭔가 지목하기엔 아는 것이 없으니...
 
천해:음, 탈 같은 것도 많이들 쓰고 다녀. 축제니까! 아니면 작은 장신구 같은 거 좋아해? 팔찌나 가락지 같은 거. (힐끔 문규의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말합니다) 이러지말고 기념품이 갖고 싶은 거면 직접 가서 보자.
 
천해는 손을 잡아 끌어 가까이에 있는 노점상으로 향합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노점상엔,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탈, 부채, 비녀, 가락지 장신구 등이 가득 있습니다.
 
마법이라도 걸어놓은걸까요.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입니다.
 
서문규:(요괴들의 것이라서인지 물건에서 신비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다. 물품들을 주의 깊게 감상하다가 제일 무난한 걸 골라 묻는다.) 혹시 머리끈도 있나요?
 
까마귀 요괴:(어디서 나타났는지 손을 비비며 방긋 웃어줍니다) 아이고, 그럼요, 그럼요~ 머리끈이라. 이 머리끈이라...
이건 어떠신가요! 100년 묵은 고양이 수염으로 엮은 머리끈입니다. 아주 요력이 강한 머리끈이죠~ (히끗히끗한 머리끈 하나를 들어 보여줍니다)
 
서문규:고양이 수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고양이 수염이지만, 인간계에도 있으니 우선 고개를 젓는다.) 다른 건 없습니까?
 
까마귀 요괴:아, 그럼 뱀비늘 장식으로 마감한 이 머리끈은 어떠신가요~ (곁에 있던 오색으로 반짝거리는 머리끈을 보여줍니다)
이게 요즘 잘나가는 멋쟁이 요괴들 사이에서 인기가 참 많슴죠!
 
서문규:(오색으로 빛나는 머리끈은 귀해 보이지만 가격이 너무 클까봐 고민하다가, 결국 1번째 머리끈을 고른다.) 그럼 이걸로 주세요.
 
까마귀 요괴:네네~ 그럼 그걸로 드리겠습니다~ 포장해드릴까요?
 
서문규:아뇨, 그냥 들고 가겠습니다.
 
까마귀 요괴:네네, 감사합니다. 89냥 입니다.
(샤바샤바 폼)
 
서문규:(89냥... 생각해보니 이 곳의 화폐 단위를 하나도 모른다. 옆에 있는 요괴에게 물어봤다간 비싼 값이어도 괜찮다며 사줄 것 같고... 시세는 잘 모르지만 일단 흥정을 시도해본다.)
원가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은 것 같습니다. 오래 된 고양이 수염은 그만큼 잘 끊어지고 머리끈으로서 탄력성도 부족합니다. 조금 더 깎아주실 수 없을까요?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까마귀 요괴:에이, 선생님 무슨 소리십니까~100년 묵은 고양이 수염은 효력이 얼마나 좋은데 얼마 되지도 않는 가격을 깎고 그러시나. (떼잉쯧)
(힐끔 문규의 목가를 보고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말합니다) 그, 돈이 부족하시면 목에 있는 거. 그 목걸이랑 교환도 가능합니다.
 
서문규:(최대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만 말했는데도 안 통할 정도면... 말투가 너무 무미건조한 게 문제였나 생각한다. 뭐라고 더 말하고 싶지만 더 시간을 끌면 옆에 있는 천해까지도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 우려되어 그냥 고개를 숙인다.)
다른 노점상을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천해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선다.)
 
까마귀 요괴:아이고, 선생님~ 그리 비싼것도 아니라니까요~!
 
천해:(곁에서 벽에 걸린 가면을 이리저리 얼굴에 써보다 요란스러운 주인의 목소리에 돌아봅니다) ...으응? 골랐어? (자신의 손을 잡아 끄는 문규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봅니다)
저기 그래도 (가면...) 이쁜 거 많던데, 좀 더 보지.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서문규:둘러봤는데 안 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곳의 돈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고.
그것보다는 다른 노점상을 더 살펴보고 싶은데 안 됩니까?
 
천해:그야 시간도 많은데 더 구경해도 좋지만, 얼만데 그래?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두둑한 동전 주머니 보여줍니다)
(나 N00살 요괴 천해. 100년에 한번 있는 축제를 위해 돈을 모은다)
 
서문규:(자꾸 사방에서 뭐라도 사라고 재촉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움에 얼굴을 싸맨다...) 아, 아뇨. 다른 볼거리도 많고, 특별히 돈을 주고 사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라...
그리고 전 살아서 당신을 만나고 이 축제장까지 온 것만으로도 이미 더 없이 값진 것을 받았잖아요. 목숨보다 중한 게 세상에 있습니까? 그러니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잔뜩 기대하고 있는 천해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에둘러 말해 본다.)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해:(전 살아서 당신을 만나고.... 이미 더 없이 값진 것을 받았잖아요. ... 더 없이 값진 것. ...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뭉클한 표정이 됩니다. 소매로 코를 쓱쓱 닦습니다) 응..! 알겠어. 아직 볼 게 많으니까 재촉하지 않을게. 저기 말고도 노점상 엄청 많고.
(문규에게 인정받은 기분이라 꼬리가 붕붕 흔들립니다) 우리 어디 가볼까? 사격 잘해? 저기 사격장도 있고, 낚시는? 낚시도 좋아해? (어쩐지 더 우다다 물어보는 기분)
 
서문규:(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은 것 같아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격도 낚시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다트 던지기는 축제 때 몇 번 해 봤습니다만, 결과가 그닥...
낚시터에선 정말로 물고기를 잡나요? (물고기가 아니라 물에 살던 요괴가 낚여서 아수라장이 되는 건 아닌가... 혼자 상상한다.)
...아, 그리고 방울 목걸이 하니 생각났습니다. 아침에 방울 소리는 일부러 내신 건가요?
(자신을 깨운 방울 소리를 떠올리면, 꿈에서 본 장면도 어렴풋이 기억나서 멈춰선다. 기억에 없던 장면인데, 단순한 꿈이었을까?)
 
천해:음~ 둘 다 안 해봤구나. 그럼 다 해보자! 아, 낚시터에서는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할 수 있어. 잡으면 가져가서 먹어도 되고. (저 혼자 신나서는 끄덕거립니다)
응? 방울소리? (잠깐 생각하다 아, 하고 작게 탄식하며 제 발목을 보여줍니다) 이거 때문에 난 소린가 봐. 혹시 시끄러웠어..?
 
9개 정도일까요?
 
천해가 들어올린 발목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서문규:(...물고기를? ... ...맨손으로? 순간 귀를 의심한다. 아, 맞다. 요괴였지.) ... 아마 전 못 잡을 것 같습니다. 뜰채로 잡는 금붕어 낚시 같은 게 아니고서야... 차라리 사격을 먼저 해 볼까요?
깨우려고 일부러 내신 소리인 줄 알았는데, 차고 다니시는 이유가 있나요?
 
천해:(어째서) 맨손 낚시 정말 재미있는데. (순간 어두워진 표정이 사격 먼저 가자는 말에 다시 밝아집니다. 사격장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대답해 줍니다) 일부로 깨우려고 한건 아닌데, 미안해. 이 방울은 내 일부 같은 거라 항상 차고 다니거든. 매일 듣는 소리라 신경을 못 썼네.
 
서문규:(요괴의 일부와도 같은 방울 9개, 자신에게도 하나 있는 방울, 최소 800년이 넘는 나이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쌓였을, 인간과의 인연. 머릿속에서 빠르게 퍼즐이 짜맞춰지는 것 같지만 확실한 게 없으니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내 것을 주면 10개째가 될까? 그런 의문이 남는다. 괜히 자신의 방울 목걸이만 딸랑, 건드려보더니) 인간에게 맨손 낚시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같이 즐길 수 없어 미안합니다.
사격은 총을 쓰나요? 아니면 활?
 
천해:아, 그렇겠네. (인간이 체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권유한 걸 깨닫고 민망합니다) 아냐, 네 잘못이 아니지. 할 건 많으니까.
사격장은 저쪽이야. 우린 활을 쏘는데. 총? 그건 뭐야?
 
서문규:인계에 있는 사격용 무기 중 하나입니다. 단단한 금속으로 몸체를 만들고 총알을 장전한 뒤, 방아쇠를 당겨 빠른 속도로 쏘는 용도입니다. 옛날에는 화살을 쏘는 형태가 더 많았으니, 활과 원리가 약간 다른 무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기면 경품같은 것도 있을까요? (손을 잡고 이끌리는 대로 따라간다. 활은 낯설지만 난생 처음 도전해보는 거니 약간의 기대감도 있고.)
 
천해:호오... 금속에서 총알이라는 게 나가는 거구나. 신기하다. 이것도 요술 같은 건가?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흥미로운 표정으로 설명을 듣습니다)
 
축제의 분위기 때문일까요, 아님 곁에 신나있는 요괴 때문일까요.
 
기대를 품고 천해를 따라 사격장으로 향합니다.
 
사격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진열되어있는 다양한 경품들이 보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예상대로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이미 몇 요괴들이 능숙하게 자세를 잡고 활을 쏘고있습니다.
 
다가오는 두 사람을 본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맞이합니다.
 
사격장 주인:어서 옵쇼! 두 분 맞으십니까!!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쇼!!
 
천해는 동전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참가비를 내고 옵니다.
 
천해:(익숙하게 적당한 크기의 활을 잡아듭니다)
 
서문규:(활 다루기에 익숙해 보이는 요괴들을 생소한 기분으로 둘러본다. 힘을 준 듯한 모습들에 어쩐지 긴장하게 된다. 천해와 엇비슷한 크기의 활을 쥐며 묻는다.) 제 신장에 맞는 크기면 이 정도가 적당할까요?
 
천해:(문규가 골라든 활을 보고 가는 눈을 합니다) 음... 대충 맞을 거 같은데. 일단 사용해 보고 너무 뻣뻣하다고 느껴지면 한단계 밑에 거로 써봐.
 
서문규:(고개를 끄덕이고는, 초등학교 시절 역사책에서 본 대로 자세를 잡고 활시위를 당겨본다.)
(활을 쏘겠습니다. 무슨 기능으로 판정하나요?)
 
두 사람은 주인의 안내에 따라 빈 자리에 나란히 섭니다.
 
정면엔 오색의 과녁판이 보입니다.
 
주몽의 후예를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서문규: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크~!
 
역시 K-국민.
 
활시위를 떠나 빠르게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과녁의 중앙에 박힙니다!
 
천해:(놀란 표정으로 문규를 보다 정신을 차립니다. 요괴의 자존심이 있지.)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ㅋ)
 
곁에 있는 강적에 당황한 손.
 
화살은 과녁 주변에 가지도 못하고 꼬구라집니다.
 
서문규:(첫 발에 정중앙을 맞춰버리자 놀라서 활을 떨어트린다;)(졸지에 한국인인거 증명함)
 
천해:...처음 쏴보는 거 맞지....? (힐끔)
 
서문규:... ... (천해와 자신의 과녁을 번갈아 보더니) 과녁이 바뀐 걸로 칠까요?
 
천해:.....아, 아냐. 내겐 아직 네발이 남았으니까. (어쩐지 비장해진 표정으로 다시 한번 시위를 당깁니다.)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시 쏜 천해의 화살이 4점을 맞춥니다.
 
천해:..... 아, 아직 세발이. (어쩐지 작아진 요괴)
 
서문규:(실수했던 게 거짓말처럼 과녁에 적중하는 화살을 대단하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평생 활도 안 잡아본 고등학생에게는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해보일 것이다.)
(열심히 해 봐야겠다고 결의하며 화살을 쏴 본다.)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36
판정결과: 실패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요.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화살이 엄한 곳으로 날아갑니다.
 
천해:아앗, (멀리 떠나가는 화살 보고... 점수가 낮아 자존심이 상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실패하라는 듯은 아녔는데)
괜찮아~ 아직 세발이나 남았고, 이미 중앙 맞춰서 상품도 받을 수 있어! (팡팡 위로하며 등두드려줍니다)
 
서문규:감사합니다. (예상한 결과라 타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위로를 받으면 힘이 나는 건 사실이다.)
천해 씨도 활 잘 다루시던데,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천해:(문규의 응원에 힘을 얻고, 연달아 활을 쏩니다. 보여준다 10점...!)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근력
기준치: 45/22/9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천해: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익숙해보이던 폼과 다르게
 
이상하게 날아가는 화살들...
 
다행히 쏜 화살 중 하나가 5 점을 맞춥니다.
 
천해:..........(허망하게 과녁 바라봅니다) 널 믿는다.
 
서문규:...네? 네...! (잘은 몰라도 뭐라도 해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심호흡을 하고 남은 화살을 쏴 본다.)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서문규:
정신
기준치: 35/17/7
굴림: 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거침없이 날아가는 화살들.
 
바닥에 박히는 화살도 있지만,
 
그래도 두발은 14에 들어갑니다.
 
천해:(나보다 나은데....?)
 
서문규:(5발 중 3발이면 기대한 것보다 결과가 좋다. 남들 눈에는 안 찰 점수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족스러운 얼굴로 활을 내려놓는다.)
 
화살을 내려놓으면 사격장 주인이 다가옵니다.
 
사격장 주인:와~ 중앙을 맞추셨군요. 총 15점 나오셨고요! 상품은 뭐로 고르실래요?
 
서문규:옆의 천해 씨도 9점이나 맞추셨는데 상품을 못 받나요? 어떤 상품이 있는지도 보여주시면.
 
사격장 주인:아아~ 9점도 당연이 상품이 있습죠! 자, 여기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등뒤에 있는 경품진열대를 보여줍니다)
 
진열대에는 다양한 모양의 요괴 인형들이 있습니다.
 
흔히 보는 동물 모습부터 괴이한 모습까지.
 
알록달록한 경품들입니다.
 
천해:(까만색 고양이 모양의 열쇠고리 인형을 하나 고릅니다) 음, 난 이걸로 해야겠다.
 
서문규:(천해와 여러 손님들이 경품을 골라가는 걸 보며 심사숙고하다가, 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이계 고유의 상품―흔히 인간들이 괴상하다고 하는―을 고른다.)
 
천해:(오, 그런걸 좋아하는구나. 문규가 고른 인형을 보고 혼자 끄덕입니다)
 
사격장에서 경품을 고르고 나오면 거리엔 요괴들이 꽤 많아졌습니다.
 
사격장 맞은 편에 식당가도 보입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됐으니 밥을 먹으러가도 괜찮겠네요.
 
천해:어제부터 제대로 못 먹었잖아. 밥 먹으러 가자! (식당을 발견하고 문규를 끌어당깁니다)
 
서문규:벌써 점심 때인가요... 실컷 쏘느라 몰랐습니다. (끌어주는 손길에 자신도 식당가로 들어간다.)
 
활로 사격도 해보고, 경품도 야무지게 챙겨서 앞에 있던 식당가로 향합니다.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메뉴는 메뚜기 튀김이네요!
 
식당가 한쪽 대회장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천해:이번엔 누가 이기려나~ (까치발 들어 대회장쪽을 봅니다) 문규야 너도 참여해볼래?
1등 상품이... 아마 축제 음식 무료권이었던 거 같은데...
 
서문규:... 사양하겠습니다. 메뚜기에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어서... (여기에 정녕 사람이 먹을 만한 건 없을까? 침울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내리깔리는 눈과 함께 귀도 축 처진다.)
천해 씨는 즐겨드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나가실 겁니까?
 
천해:(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대회장 쪽을 보다가 고갤 돌립니다) 으흠... 아니! 좋아하지만 많이 먹는 건 소질이 없거든. 그리고 저번 축제 1등, 내 기억에 3천마리 먹었다고 했던 거 같아.
어휴, 그렇게 먹으면 무료권이 생겨도 아무것도 못 먹을 거야. (질린다는 표정입니다)
 
서문규:3천마리나... 대단하군요, 그걸 모두 요리해온 쪽도, 다 먹어치운 쪽도... (어마어마한 숫자에 마찬가지로 경악을 숨기지 못한다.)
식당가에 메뚜기 튀김 말고 다른 음식은... (중얼거리듯 말하곤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많은 가판대가 있으려나?)
 
서문규: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변을 두리번 살펴보면,
 
곁을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요괴)가 들고있는 쟁반이 눈에 들어옵니다.
 
쟁반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가 담긴 그릇이 올라가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스치며 본 국수지만, 알고있는 그 맛일 거 같네요!
 
서문규:(그나마 반가운 음식을 발견하면 얼굴에 희미하게 화색이 돈다.) 천해 씨, 특별히 먹고 싶은 건 있으십니까?
특별히 없다면 저는 저 국수를 먹고 싶네요. (지나가는 요괴의 손 위를 가리킨다.)
 
천해:음? (어쩐지 밝아 보이는 문규의 표정, 손끝을 따라 지나가는 요괴의 쟁반 위로 시선을 옮깁니다) 아, 저거?! 국수?
역시 너도 저거 좋아하는구나... 좋아! 내가 사서 가져올게. 자리 좀 맡아줘.
 
서문규:(...너도? 한 단어가 귀에 걸리지만, 천해를 말한 것이겠거니 생각하곤 애써 무시한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오세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괜히 손목에 묶인 실도 한 번 점검하면서.)
 
천해는 날랜 걸음으로 요괴들 사이를 가로질러 사라집니다.
 
식당가엔 많은 요괴들이 있지만, 다들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두 사람이 앉기 적당한 자리를 잡아 앉고 천해가 돌아오길 기다리면,
 
문득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타타:선생님?
 
돌아보면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며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서문규:... 예?
 
타타:....(눈치) 혹시, 선생님이 아니신가요?
 
서문규:... 죄송합니다. 잘못 보셨습니다. (자신에게서 누구를 찾고 있는지 알기 싫어도 알게 되어, 유독 가라앉은 소리로 내뱉는다.)
 
타타:.....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잠시 얼빠진 표정이었다 얼른 싹싹하게 웃어 보이며 솜방망이 같은 손을 내밉니다)
 
서문규:(영월호 졸업생이라고 하니 적어도 저를 잡아먹진 않겠지. 안심하고 악수한다.) ...저, 선생님과 제가 많이 닮았습니까? 이렇게 착각할 만큼.
 
타타:아, 하하,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은사님과 닮아서 착각했어요. 특히 눈이 똑 닮으셔서, 지금도 은사님과 마주하는 기분이네요.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입니다)
근데... 인간.. 이시죠?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서문규:...하지만 그분과 저는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어쩐지 '선생님'이라 불리던 자가 언급될 때마다 눈살을 구기게 된다. 이 이유 모를 답답함은 뭐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아뇨. (단호하게 답하면서도 손으로 맞다는 표시를 보인다. 눈 앞의 요괴만 볼 수 있도록.) 그나저나 당신도 선생님을 잘 아시나 보군요.
 
타타:(혹시 기분이 나빴을까. 여전히 조심스러운 표정입니다. 단호하게 아니라는 말에 조금 아쉽다는 표정) 아! 당연하죠~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으니까요.
참, 그 녀석도 봤으면 놀라워 했을텐데... 아,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합니다.. (서둘러 입을 막습니다)
 
서문규:아뇨, 저야말로 바쁘신 길에 붙잡았다면 실례했습니다. ...한 말씀만 더 물어도 될까요? (그의 말에도 요괴들이 자기들끼리만의 얘기를 하는 것에도 익숙해진 건지 표정 없는 얼굴로 말한다.)
 
타타:네! 당연하죠. (문규가 궁금해 하는 거에 대한 호기심인지, 문규 자체에 대한 호기심인지 확실하지만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끄덕입니다)
 
서문규:지금 영월호에서 요괴들을 가르치는 건 누구입니까?
 
타타:아! 지금은 영월호의 졸업생들 중에서 남아서 선생님이 된 요괴들이 많아요. 은사님이 계실 동안 너무 당연하게 선생님이라 불러와서 오늘도 습관처럼 선생님이라고 찾아버렸네요.
전쟁이 끝나고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신 분이거든요. 그때 저와 같이 배운 요괴들은 모두 은사님을 아버지처럼 따랐죠... 참 훌륭하신 분이셨는데.
 
서문규:같은 내용을 책에서 들었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지금은 안 계시는구나. 잠시 눈을 감고 묵념해보인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처음 보는 친절한 요괴에게 작별의 의미로 꾸벅 인사한다.)
 
타타:아! 그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봬요. (이름을 들었던가, 잠시 생각하다 기억이 안 나 꾸벅 인사하고는 총총 멀어집니다)
 
타타가 사라지고 얼마 있지 않아 국수 그릇이 담긴 쟁반을 든 천해가 다가옵니다.
 
천해:(문규의 앞에 쟁반에서 국수를 하나 내려줍니다) 오래 기다렸지? 줄이 길더라구.
 
서문규:별로 오래도 아니었으니 괜찮습니다. (대화하느라 그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세를 갈무리하고 국수를 받아든다.)
 
천해:(문규의 맞은편에 앉아 자신의 국수도 내려놓고 크게 말아서 입에 넣습니다. ) 축제는 어때? 재미있어?
 
서문규:재미있다기보다는 흥미롭습니다. 그게 그거겠지만. (그렇게 답하고 한젓가락 떠서 후후 불어먹는다.)
처음 왔을 때는 갑작스러웠지만 저는 적응의 동물이라... (입에 맞는 육수 국물도 떠먹는다.) 다른 것도 해 보고 싶네요.
천해 씨는 이 축제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으십니까? 노점상이라거나, 불꽃놀이라거나.
 
천해:너도 친구들과 왔다면 더 즐거웠을 텐데... (흥미롭다는 말이 관찰자적인 입장이라고 느껴져 조금 아쉬운 표정이 됩니다)
다른 거,.. 음, 그럼 할멈네 점집 가볼래? 난 매번 축제 때마다 가거든. 불꽃놀이도 좋아하지만, 아직 시간이 너무 이르고.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다시 시선을 마주합니다)
 
서문규:... 아, 아뇨. 누구 저승으로 데려갈 일 있습니까. (아무리 좋게 봐줘도 위험한 게 도처에 있는 이계인데, 혼자만 끌려와서 다행이지 여럿이 한꺼번에 왔다면... 안 좋은 생각에 파고들다 퍼뜩 쫓아버린다.)
원하신다면요. 점이 잘 맞는 편입니까?
 
천해:음... 난 잘 맞는 거 같던데. 잘 맞은 것만 기억에 남아서 그런가. (물론 엉터리라고 싫어하는 요괴들도 많지만...)
 
서문규:(자세한 속도 모르고, 그가 믿는다니 덩달아 기대를 조금 갖는다. 젓가락 움직이는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 것도 같다.) 그럼 가 봅시다. 낮이라 열었을지 모르겠지만.
천해 씨도 국수 좋아하십니까? 제게 맞춰주신 건 아닌지.
 
천해:응? 아냐. 좋아해. (이미 국물만 남은 그릇을 살짝 기울여 보이고는 남아있던 국물까지 마셔버립니다) 평소엔 해먹을 일이 별로 없으니까 오늘 같은 날 많이 먹어둬야지.
네 입맛에도 맞는 거 같아 다행이다. (어제부터 먹을 건 다 거부하던 문규가 국수는 먹어주는 게 안심이란 표정입니다)
 
서문규:(흐뭇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어쩐지 반찬투정하는 자식을 둔 부모를 떠오르게 한다면 기분 탓이겠지. 신경쓰고 있던 기색이 역력해,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남은 국수만 입에 털어넣는다.)
잘 먹었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국수를 다 먹으면 천해는 그릇을 갖다주고 옵니다.
 
천해를 따라 마을 골목으로 따라 들어가면
 
두꺼운 비단 커튼이 드리운 곳 앞에서 멈춰섭니다.
 
천해:짜잔~ 여기야. 할멈이 좀 장난이 심하셔서, 근데 무서운 분은 아니시니까 걱정하지마. (소근 말하며 커튼을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점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부채를 내리칩니다.
 
할멈: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발 뒤로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서문규:(긴장하고 있던 몸이 갑작스런 목소리에 움찔 떨린다.) (...고전 소설에서 귀에 딱지 앉도록 듣던 대사다. 일단 뭐라고 하는지 더 들어나 본다.)
 
할멈:어매....? 안 놀라네...? (발을 슬그머니 올리며 문규의 표정을 살핍니다)
미안, 장난이여~ 앉아! 천해는 오랜만이다! 근데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래? (천해쪽으로 까딱 인사를 하곤 부채로 발 앞쪽의 방석을 가리킵니다)
 
서문규:... ... 안녕하세요, 이 분과 점을 보러 왔습니다. (천해를 따라 방석에 얌전히 앉는다.)
(그리고는 귓속말로 전한다. 온갖 요괴가 제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채고 계시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천해:(할멈이 가리킨 방석 한자리에 앉고 쿡쿡 옆구리를 찌르며 속닥거립니다) 봐봐, 장난이 심하시다고 했지?
으, 응...? (땀 삐질(^^;;; 괜히 찔려 문규 귀가 멀쩡한지 한번 문질거리며 만저보고) 내가 건 주문은 확실하니까.... 보통의 요괴는 모를거야.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할멈:(둘의 모습을 보고 호탕하게 웃습니다) 아하하하~ 내 눈엔 다 보여!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난 인간이라고 잡아먹지 않거든.
말 안 듣는 아이는 다르지만 말이다~ (양손을 올리고는 장난스럽게 이를 딱딱 거립니다)
 
서문규:(모두를 완벽하게 속일 수 없다면 위험한 거 아닌가 싶지만, 이미 들어와버렸으니 어쩔 수 없겠지. 일단 눈 앞의 점쟁이에게 집중한다.) 어떤 점을 볼 수 있을까요?
 
할멈:어떤 점? 난 다 봐줄 수 있어. 그래, 뭐가 궁금하냐. 역시 네 나이 때라면 연애운?
 
서문규:(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향후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점도 봐 주실 수 있습니까?
둘 이상이 보는... 우정...? 점 같은 것도 좋습니다. (단어를 고르며 힐끗 천해의 눈치를 살핀다.)
 
천해:(우정이라는 말에 미묘한 표정. 조금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할멈:호오, 원하는 분야~? 학업이 중요할 나이지그래. 넌 장래 꿈이 무엇이니. (말하며 서랍에서 무언갈 꺼냅니다)
 
할멈은 서랍에서 황금색 3개의 주사위를 꺼내 상 위에 올려놓습니다.
 
서문규:(...꿈? 그러고보니 장차 성공을 거두고 능숙한 사회인이 되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무얼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에 긴장도 잊고 표정이 사라진다.)
 
할멈:...(어쩐지 멍한 표정에 컵에 주사위를 넣어 흔들며 다시 물어봅니다) 왜 그러냐, 꿈은 생각해 본 적 없고?
점이란 건 말이다. 물어보는게 구체적일수록 선명하게 보여준단다.
 
서문규: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거두는 것? 남들에게 인정받고 명성을 사는 것...? ... (홀로 중얼거려 보지만 꿈이라고 할 만큼 바라는 게 없으니 손에 잡히는 것도 없다. 한참을 침묵으로 낭비하다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점을 쳐도 알아낼 수 있는 게 없겠군요. 죄송합니다. 거두어 주세요.
 
할멈:저런... (끌끌 혀를 차며 주사위를 흔듭니다) 아니다, 얘야. 요괴는 네 나이 대면 아직 아장아장할 나이니, 너 역시 잘 모르는 게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지.
복채를 덜 받야야하니 아쉽다만 네가 죄송할 것 없지! 그럼 우정점은 천해의 인연이 궁금한 게냐?
 
천해:(기대하는 눈으로 문규의 입만 뚫어지게 봅니다)
 
서문규:(아장아장... 이라는 말에 약간 이상한 표정이 되지만, 격려하는 내용임은 분명하니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짐작하건대 이 요괴와의 인연은 가볍지 않을 것 같지만, 그걸 점쟁이의 입으로 직접 듣는 건 다르겠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할멈:천해와의 인연이라.... 어디 한번 보자꾸나!
 
할멈은 컵에 담긴 주사위를 높이 던집니다.
 
다시 상위로 떨어진 주사위는 578275을 나타냅니다.
 
할멈:(흥미로운 표정으로 주사위를 살펴보고 둘에게 손을 달라며 제 양손을 내밉니다) 오호..~ 자, 그럼 손도 줘 보거라.
 
천해:(...^^; 난감한 웃음 보이곤 익숙하게 제 손을 할멈의 한 손 위에 올려놓습니다)
 
서문규:(주사위가 가리키는 눈을 힐끔거리다 역시 한 쪽 손을 내민다.)
 
할멈:(둘의 손금 보고는 중얼거리며) 오호...~ 옳다고나. 그래, 네 생일은 언제고?
 
서문규:8월 5일입니다.
 
할멈:8월 5일... (중얼거리며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곧 부리부리하게 눈을 뜨고 마주 봅니다) 호오?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천해뿐만 아니야..!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어...! 얘야,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이곳이랑 제법 잘 맞는 거 같구나.
 
서문규:(문득 방금의 일이 떠오른다. 식당가에서 그 요괴와 마주친 것도 인연의 실 때문이었을까?)
인간이 이 곳에 남으면 더 큰 혼란을 불러들일 것이고, 무엇보다 돌아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점쟁이를 향해 말하고 있지만, 그에게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당신들이 찾는 자가 아닐 거라고.)
 
할멈:하하, 그러냐? 거 아쉽구먼.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닌법이지.
(아리송한 말을 하고는 두 사람의 손을 꼭 잡았다가 놔줍니다) 얘야, 그리고 천해도. 이곳에서 인연을 소중히 해라.
 
천해:(어쩐지 복잡한 표정으로 문규의 옆모습을 보다 힘 없이 웃습니다) 할멈, 항상 그렇게 애매하게 말해주니까 다들 엉터리라고 하는 거예요!
 
서문규:그래서 더욱 인연이 소중한 거겠죠. 이어지지 못하고 잊혀지는 기구한 운명이 훨씬 많을 테니. (인연을 소중히 하렴. 언젠가 들었던 말이 점쟁이의 말과 겹쳐 함께 울린다. 홀로 짊어지기에 조금 벅찰 만큼 많은 인연을 생각하며 오른쪽 손목께를 쓸어 본다.)
말씀 감사합니다. (씁쓸해 보이는 천해의 옆얼굴에 눈짓을 준다. 일어날까요? 그렇게 묻는 듯.)
 
할멈:(호탕하게 웃으며 천해에게 대답합니다) 아하하! 신이 그렇게 말해주시는 걸 어쩌겠니. 얘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결국 만날 인연은 다시 만나고, 풀릴 인연은 다시 풀리니.
(나갈 준비하는 둘을 보고 씩 웃어 보이며 상 위에 손을 내밉니다) 자아~ 그럼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천해:아, 맞다. (주머니에서 돈 꺼내 할멈에게 내밉니다) 여기요, 할멈.
 
천해의 돈을 받은 할멈은 여전히 손을 벌리곤 당신을 보며 웃습니다.
 
할멈:(방긋) 얘야, 넌 뭐 줄 게 없느냐? 인계의 물건은 꽤 소장 가치가 있는데.
 
서문규:제게는 지불할 만한 게 없습니다. 천해 씨께 부탁해 주시면... 아.
(하긴 자신도 이계의 물건을 처음 봤을 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으니. 크게 어려워하지 않고 손목시계를 풀어 내민다.)
 
할멈:(받은 시계를 요리조리 살피며 마음에 드는 표정입니다) 오호, 이건 처음 보는 모양새구나. 어디에 쓰는 거냐?
 
서문규:시계라고 하는데, 인계의 현재 시각을 바늘로 가리켜 줍니다. 이건 시침이고, 이건 분침인데... (이후로 아무튼 일장 연설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계의 시간과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는 김에 확인해본다. 좀 낡았는데 그새 고장나진 않았겠지...?)
 
그러고보니 이계의 시간과 다를법도 한데
 
신기하게 시간대는 비슷해 보입니다.
 
할멈은 열심히 설명을 듣고는 제 손목에 시계를 찹니다.
 
할멈:이건 내가 잘 사용하마. 유용하겠구나. (복채가 마음에 들었는지 싱글벙글합니다)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들 나가봐!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할멈의 등살에 쫓겨나듯 점집에서 나옵니다.
 
천해:...그거 줘도 진짜 괜찮은거야?
 
서문규:비싸게 산 것도 아니고, 달리 드릴 물건도 더 없어서요. 시간을 모른다고 곤란해질 일도 지금은 없어 보이고.
... 그러고 보니 이곳의 시간은 어떻게 바뀌는 겁니까? 인계와는 다르게 해도 달도 뜨지 않는데.
 
천해:아... 음, (눈 데굴) 원래 계속 이렇게 날이 밝고 어두워지고 다시 날이 밝았어. 해와 달이라는 게 있어야 낮과 밤이 생기는 거야?
세상의 끝으로 가면 그 끝은 평평하고 그 위에는 둥근 돔이 있다고들 하던데.
 
서문규:비슷합니다. 이계는 인계의 지구와는 조금 다른가 보군요. 매일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커튼을 치듯 하늘이 휙휙 바뀌는데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니.
...아뇨, 잠시 딴 길로 샜네요. 원하시던 답변은 받으셨습니까? 저는 점을 본 게 처음이라 잘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천해:(원래 그래왔으니까, 해와 달이라는 거의 중요성도 잘 모르겠고... 문규의 궁금증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이계에 관심 있어 하는 모습은 좋은지 씩 웃고는 고갤 끄덕거립니다) 원래 점이란게 다 그런 거야. 그러다 어느 순간 할멈의 말이 딱 맞아 손벽를 치게 되거든. (물론 점을 보고 다음 축제까지 100년에 한번 그런 일을 겪게 되면 떠올라서 감탄하는 거지만.)
 
서문규:그런가요. (점쟁이가 한 말은 하나같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분명 맞을 거라는 말에도 복잡한 표정이다. 신목, 인연, 요괴, 그리고... 선생님. 온갖 것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마음에 드신 것 같으니 됐습니다. 이제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요?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있을줄 알았더니
 
오히려 점을 보고 나니 머릿속만 복잡해진 기분입니다.
 
두리번거리며 뭘할지 둘러보고 있는데,
 
익숙한 모습의 요괴가 보입니다.
 
어제 만났던 여우 요괴가 둘쪽으로 다가옵니다.
 
미호:어라? 천해, 어디가요? 이쪽은... (빤히 가면 속의 눈을 응시하고) 어제 그 인간?
 
천해:(미호를 보고 인사합니다) 어, 할멈에게 점 보고 나와서 둘러보고 있었어. 미호 너는 어디가?
 
미호:전 지금부터 신당에 가려고요! 천해는 다녀왔어요? (힐끔 문규 쪽을 보고) 인간이랑 있어서 아직 안 다녀오셨으려나.
천해도 안 갔으면 같이 가요!
 
천해:(난감한 표정으로 미호와 문규를 번갈아봅니다) 난 나중에 다녀올게.
 
미호:흐음. ... (천해의 거절이 영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 문규 옆으로 쓱 다가가 쿡쿡 찌르며 물어봅니다) 어때, 인간씨. 갈 곳 없으면 신당에 가서 기도하는 건?
 
서문규:(...벌써 3명짼데 정말 안전한 게 맞나? 이제는 심지어 천해네 집에 얌전히 있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축제장 한복판에서 꺼내는 미호를 저도 모르게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다 이 쪽으로 두 쌍의 시선이 쏠리자 표정이 풀린다. 뜻밖의 단어에 눈을 깜빡이다가,) 요괴들도 신을 숭배합니까?
유일신교인가요, 다신교인가요? 아니, 단일 종교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요괴간의 종교 전쟁도 있었나요? 종교시설이나 문화재는? (둑이 터진 듯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낸다.)
 
미호:... .. ...!? 자, 잠깐만!(우수수 쏟아내는 질문에 당황하며 천천히 질문을 되짚어봅니다) 우린 이 세계의 창조신이신 공간의 주인님을 모셔. 종교전쟁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서문규:(모든 국가에서 한 가지 신을 모시는 건가. 그럼 신학과 신당의 권력이 막강하려나, 같은 생각이나 하다가) 가보고 싶습니다.
인간을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가서 기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군요. (둘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천해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쥔다.)
 
천해:(여전히 난감한 표정) 근데 문규야... 그게. 신당이 영월호 안에 있는데. 학생이 아니면 가기 어려운데...
 
미호:(오히려 옆에서 신난 표정) 와! 잘 생각했어, 인간씨! 축제에 왔으면 공간의 주인님께 기도를 드려야지.
 
서문규:(상반된 반응에 우선 천해의 눈치를 살핀다. 학생 말고는 갈 수 없다는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그럼 영월호 밖까지만 따라가겠습니다.
제일 안전한 방법은 정복을 빌려입는 것이겠지만 지금은 어려워 보이고, 혼자 있더라도 영월호 앞이라면 그나마 안전할 테니까...
...그래도 결정은 천해 씨가 하십시오. 제 주도권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천해:나야, 당연히 문규 너와 가고 싶고, 영월호 구경도 시켜주고 싶은데... (너무 간절해 보이는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미호를 봅니다)
 
미호는 방법이라도 있는 것 마냥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입니다.
 
미호:몰래 들어가는 건 어때?! 영월호에 들어가서 우리반 교실에 가면 사물함에 내 여벌옷이 있어. 거기서 갈아입고 신당에 가보는 거지. (후훗)
 
서문규:(...그래도 되나? 평소라면 위험하다며 거절했겠지만 신당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욕심에 마음이 흔들린다.) 어떻게 할까요. (할 수 있는 건 천해에게 맡기는 것 뿐.)
 
천해:................(문규가 이렇게까지 뭘 하고 싶어 했던 적이 있나. 학생이 아닌 외부인을 데려가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알지만 마음이 흔들립니다. 눈 질끈 감고 어렵사리 끄덕입니다) 후, 그래. 딱 한번이니까.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야. (양심 쿡쿡)
 
그렇게 셋은 신당을 가기 위해 영월호로 향합니다.
 
골목을 빠져나와 익숙한 공터로 가면,
 
어제 봤던 영월호의 정문이 보입니다.
 
미호는 익숙하게 옆쪽의 길로 안내합니다.
 
미호:정문은 돌아다니는 요괴들이 많아 위험하니까 담을 넘어 들어가자!
 
역시 찝찝한 표정이지만 천해도 미호를 따라갑니다.
 
곧 인적이 드문 담 앞에 도착합니다.
 
못 오를 만큼 높지는 않아 보이네요!
 
미호는 먼저가 주변을 살펴보겠다며 훌쩍 담을 넘어갑니다.
 
천해:(미호가 먼저 넘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물어봅니다) 내가 올라가서 잡아줄까? 아님 들어주는 게 편해?
 
서문규:(... ... 진짜 하는 건가? 천해를 걱정스럽게 살피다가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몸을 푼다.) 들어주시는 게 더 안전할 겁니다.
제가 먼저 넘어가겠습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고 일단 담벼락을 붙잡아 본다. 무슨 판정하나요?)
 
서문규: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인간의 손에는 너무 미끄러운 담벼락입니다.
 
잡고있던 돌을 놓치고 미끄러집니다!
 
콰당!
 
천해:문규야!! (넘어진 모습을 보고 놀라 일으켜줍니다) 괜찮아?!
 
서문규:(충격을 정통으로 맞은 무릎이 아릿해 쓸어내린다. 잡아주는 손길에 일어나면서도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한다. 아파서인지 민망해서인지... 이러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정말 너덜너덜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뇨, 넘어진 게 문제가 아니라, 큰 소리가 났을 텐데... (얼굴을 쓸어내리곤 주변을 살핀다. 누가 보고 있진 않나?)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7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행히 주변에 지나가는 요괴는 없어 보이는군요!
 
천해:...... 내가.. 등을 내줄게. 밟고 올라가.
(발디딤이 될 수 있게 담장 옆에 엎드립니다)
 
서문규:당치도 않은 소리 마세요. 그게 더 위험합니다. 차라리 제가 붙잡는 동안 뒤에서 힘으로 밀어 주세요.
(숨을 죽이고 한 번 더 올라 봅니다. 오르기 판정 하나요?)
 
천해가 도와주니 보주+1하죠..
 
서문규: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638427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55286
+2: 극단적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순간 미끄러질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담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천해:
도약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천해도.... 끙끙거리며 넘어오네요.
 
담을 넘으면 언제 다녀왔는지 미호가 영월호의 교복을 건네줍니다.
 
미호:자, 여기! 잘 맞을지 모르겠다. 입어봐.
 
서문규:(아까보다 두 배는 낡은 꼴로 숨을 몰아쉬며 옷을 받아든다. 어느새 팔에는 자잘한 생채기도 생겨 있다.)
(기막히게도 정복은 잘 맞는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두 사람에게 보여준다.) ...좀 괜찮습니까?
 
미호:오~ 나만큼은 아니지만 인간도 잘 어울리는데?
 
천해:(정복을 입은 문규를 빤히 보다 웃어줍니다) 이제 누가 봐도 영월호 학생이라고 생각하겠어.
 
그때 누군가가 미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뒤에는 요괴 여러명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미호:어, 난 친구들이 찾는다. 옷은 나중에 돌려줘. 가볼게! 천해도 다음에 봐요~ (붕붕 손흔들며 다른 요괴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갑니다)
 
천해:(휘적휘적 손 흔들어줍니다) 미호 참 좋은 친구야. 그치?
 
서문규:(두 사람의 인정(?)도 받았겠다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반대쪽으로 사라지는 미호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아는 사이입니까?
두 분 다 영월호 학생이시라면, 천해 씨는 선배가 되시겠군요.
 
천해:응, 난 오래 다녔으니까 대부분의 요괴들은 알아. 미호는 내 옆 옆반. (익숙한 영월호의 길을 앞장서서 안내합니다)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열린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천해:신당은 안쪽 별관으로 들어가야 있어.
 
서문규:(인계의 옛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모습에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럼 계속 갈까요.
요괴들은 이 곳에서 주로 무엇을 배웁니까? 선생님의 가르침 말고도 말입니다. 요괴가 할 수 있는 건 많으니까...
 
천해:역사나 문학, 생활에 필요한 기술, 요술을 쓰는 능력을 익히기도 하고. 그리 특별한 걸 배우진 않아.
하지만 모든 배움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초로 하고 있으니까 영월호 학생들에겐 요괴 5철칙이 가장 중요한 수업 내용이야.
 
서문규:... 요술을 배운다는 것부터가 제 눈엔 특별해 보입니다. 지금 쓰는 것들도 모두 영월호에서 배우신 건가요?
(요괴 5철칙의 내용을 떠올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영월호를 재립시켜준 게 바로 그것이니까요.
 
천해:원래도 쓸 줄 알았던 건 있었지만, 이만큼 능숙해진 건 다 여기서 배운 덕분이야. 내겐 영월호는 소중한 곳이거든.
선생님도 그렇지만, ... 이곳에 학생들과 영월호 주변 마을 사람들은 내 가족과도 같은 요괴들이니까.
 
서문규:가족. (유독 진중하게 말하는 천해에 한동안 말없이 따라 걷는다.) 소중한 게 많으시군요. 부럽습니다.
그럼 마저 가죠. (세월을 담은 나무가 소리를 내는 복도를 걸어간다.)
 
천해:....문규 너도 내게 소중한 사람인 걸. 오랜만에 온 손님이기도 하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서 마지막 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가면 별관이 보입니다.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신당에 들린 요괴들에게 인사를 해줍니다.
 
온화하게 미소짓던 신관은 얼핏 보기엔 인간처럼 보이나,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는 두 사람에게 다가오며 살갑게 인사합니다.
 
신관:안녕하세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서문규:네. 학생들이 주로 기도하는 곳이 어디입니까? (빌려입은 옷을 괜히 고쳐 입는다.)
 
신관:(빙긋 웃어줍니다) 기도를 하러 처음 오셨나 봅니다. 기도는 석상 앞에서 해주시곤 하죠.
(붉은색 작은 종이를 내밉니다) 처음 오셨다면 여기, 소원을 적는 종이입니다. 소원을 적어 오색끈에 매달아두면 신이 더 잘 들어주실 겁니다.
 
서문규: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석상 쪽으로 다가간다. 어떤 석상이지?)
 
신관을 지나 조금 가보면,
 
요괴들이 모여 기도하는 석상이 보입니다.
 
방울방울 정체 모를 거품이 모인 것을 굳힌 듯, 기괴하고 영문 모를 형상을 본뜬 석상입니다.
 
분명 완전하게 굳은 석상인데, 번들거리는 표면 위로 계속해서 거품이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인 거부감이 듭니다.
 
서문규:
SAN Roll
기준치: 32/16/6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광경에 소름이 돋는다. 본능적인 거부감을 무시하려 애쓴다.)
 
천해:(어째 불편해보이는 표정을 눈치채고 갸웃합니다) 여기서 기도하면 돼. 근데... 괜찮아?
 
서문규:(요괴들이 말한 신의 이명을 떠올려본다. 공간의 주인... 혹시 이계탐험록이나 인계의 도서관에서 관련 정보를 지나가며 본 적은 없었을까요? 역사 판정 요청합니다.)
 
서문규:
역사
기준치: 45/22/9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그 많은 책은 다 헛으로 읽었나. 조각상을 아무리 봐도 낯설기만 해 팔짱을 끼고 시선을 돌린다.)
 
머리를 굴려보지만 처음들어보는 낯선 이름입니다.
 
요괴들의 세계의 신이라고 하니 당연한 걸까요.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으로 당신쪽을 보던 천해는 고갤 돌려 석상을 보며 손을 모읍니다.
 
천해:이 석상을 통해 이 세계를 창조하신 신께 기도를 드리는 거야. 그분의 모습은 형용할 수 없으니까 추상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조금 이상하게 만들었지?
 
서문규:...아, (물어오는 목소리에 표정을 푼다. 몰랐는데 찌푸리고 있었나?) 티 났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리 처음 조우하는 신이라지만, 단순히 이상해보인다기 보다는, ...기분이 나쁘다? (적당한 표현을 찾아 머릿속을 뒤져본다.)
보기만 했는데도 머릿속이 헤집어지는 느낌입니다. ...요괴가 아니라 감당할 자격이 안 된다는 걸까요. (마지막 말은 속삭이듯 작게 말한다.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으니.)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여러분께서 모시는 신이 절대 부정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천해:(이해한다는 듯 작게 끄덕이다가 덧붙여 강조하는 문규의 말에 빙긋 웃습니다. 주변을 살피고 함께 속닥입니다) 사실 나도 영월호에 입학하고 처음 신당에 기도드리러 왔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어.
그래도 이 세계를 창조하신 대단하신 분이니까 만약 직접 뵌다면 이 석상보다 멋진 분이실 거야.
 
서문규:그렇습니까. 혹시 이 신이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까? 글로 남겨진 게 아닌 단순 구전이어도 좋습니다. (말하는 도중에도 석상이 움틀대는 환각이 보여 몸을 몇 번 움찔거린다.)
... 모습을 형용할 수 없는데 직접 만나뵐 수 있는 겁니까? (형용할 수 없는 신... 모습도 없고 지어진 이름도 따로 없는 신이라니,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다르지만 일단 천해의 말에 집중한다.)
 
천해:어, ...아마 못 만나겠지? 그분을 만났다는 요괴의 말도 들어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분명 존재하시는 분이니까 소원을 들어주실 거라고 믿고 있어.
...들어주시기도 했고.
(잠시 생각하다 이어 말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 그분의 바람을 불어 넣었더니 생명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직접 흙을 빚어 태초의 생명을 만드셨다는 이야기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는 전해지는데 태초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영월호의 도서관에도 없었던 거 같아.
 
서문규:(유일신을 모시면서도 정확한 창세기가 없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라... 주의깊게 들으며 받아 적는다. 이계를 떠나면 남는 건 기록뿐일 테니. 신의 조각상도 따라그리려다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형상에 결국 펜을 놓고 만다.)
(그러다 소원을 들어준 적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휙 들고 묻는다.) 소원을 직접 들어주시기도 합니까?
 
천해:(이곳에 대해 궁금증이 많아 보이는 모습이 기쁘기라도 한 듯 메모하는 모습을 열심히 지켜봅니다. 갑자기 들어오는 질문에 놀라는 눈이 되고는 끄덕입니다) 그럼! 내가 기도드렸고 그걸 이루어주셨으니까. (석상 쪽으로 눈짓합니다) 기도할래? 처음 온 손님이니까 네 소원도 분명 들어주실 거야.
 
서문규:... 괜찮으셨습니까? (조각상으로만 봐도 정신적 부담이 큰데 직접 접선했다면 말이 필요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 묻는다.)
처음... 인가요? (중얼거리듯 묻고 다른 요괴들처럼 두 손을 모은다. ...빌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아 금방 내려버렸지만.)
 
천해:(어쩐지 걱정해 주는 투에 어리둥절하지만, 별일 없었기에 끄덕거립니다. 손을 모으는 문규의 모습을 보고 자신 역시 눈을 감습니다. 저번에 드린 기도도 들어주셨으니, 이번에도 들어주시기를.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는 한참만에 눈을 뜹니다)
무슨 소원 드렸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소원은 입 밖으로 내면 효력을 잃는다고해.
 
서문규:(두 손을 꽉 모으고 간청하는 듯한 모양새를 끝까지 지켜보다가, 눈을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선을 돌린다.) 안 묻길 잘 했군요. 그럼 저도 침묵하고 있어야겠습니다.
(인계와 이계, 요괴들과 숭배받는 신, 야시장과 축제, 반딧불이, 신목, 방울과 인연, 그리고... 천해.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들이 이리저리 얽혀 생각을 어지럽힌다. 소원이라기엔 추상적이어서 빌지는 못 했지만, 바라는 것은 하나. 이 일상이 어지럽혀지지 않기를. ​분명하게 모이는 마음이 반딧불이처럼 따라가야 할 하나의 빛이 된다. 처음 떠오른 바람일 텐데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것을 빌어본 것 같은 이상한 기시감.)
(영월호에도 도서관이 있다는 말에 관심이 가지만 거기까지 보여달라고 말하면 폐가 되겠지. 아쉬운 감정은 뒤로하고 확인하듯 묻는다.) 여기서 보여주실 것은 이게 끝입니까?
 
천해:음~ 신당은 소원을 빌러 오는 거니까. 우린 소원을 빌었고... 아, 궁금한 건 좀 해결됐는지 모르겠네. (호기심 반, 그러나 물어볼 수 없는 소원이기에 여전히 차분한 문규의 눈을 바라보다 돌아가는 문쪽으로 발을 옮깁니다. 이제는 꽤 어둑해진 하늘을 올려보고는 묻습니다) 이제 돌아갈까? 지금 나가면 불꽃놀이를 명당에서 볼 수 있을 거야.
 
서문규:덕분에 좀 해결됐습니다. (자리를 뜨는 발걸음을 따라간다.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점심 무렵이었는데 어느새... 조금 더 왁자지껄한 통에서 묻는다.) 보러 가죠. 천해 씨가 좋아하신다는 불꽃놀이.
 
천해는 들어왔던 길로 앞장섭니다.
 
신당을 나가는 벽에 수 많은 돔을 그린 벽화가 보입니다.
 
돔 내부에 각양각색의 세계를 그린 듯한 벽화는 기묘한 상상화처럼도 보입니다.
 
거대한 우림, 구름 위 도시, 기계적인 우주, 진주를 녹인 바다…
 
군데군데 지워졌으나,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네요.
 
그림 속 돔 주변에는 검고 넘실거리는 어둠과 새까만 개들이 배회합니다.
 
벽화를 따라가다보면 문득, 이질적인 부분을 발견합니다.
 
서문규:
언어(모국어)
기준치: 55/27/11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한글로 쓰여진 글씨입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를 조심하세요.
 
일부분이 잘 보이지 않네요.
 
서문규:(이계의 다른 모습들일까? 어쩌면 이계와 인계 밖 제 3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벽화를 살피다가 글씨에 눈이 걸린다.)....?
이것도 이계에서 온... (몇 번 더 읽어보다가 아무리 봐도 흐릿한 걸 보고는 포기한다. 내 능력으로 알아낼 수 없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천해 씨,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십니까?
 
천해:(앞서 걷다 문규의 말에 걸음을 멈춥니다. 가까이 다가가 벽화를 확인합니다. 잠시 굳은 표정) 아,.. 이건. (조금 난감하다는 듯 입을 다뭅니다) 이건,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서문규:알면 곤란해집니까? (그림과 천해에게 몇 번 더 시선을 두다가도 명백히 말해주고 싶지 않다는 기색에 금방 손을 뗀다.) ...그럼 가던 길이나 마저 가죠.
날이 늦었고, 집도 머니 서둘러서 돌아가야겠습니다.
 
천해:(쭈뼛, 잠시 기분을 살피지만 그래도 말해줄 생각이 없는지 대화를 피해버립니다) 응, 나가자. 더 어두워지면 자리 잡기도 어려워~
 
영월호에서 나오면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몰려드는 인파에 밀려 점점 천해가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서문규:(끊어질 일은 없다지만 혹시 모른다. 지나치는 요괴들에게는 사과하며 끈을 따라 가까워지려고 해 본다.) (근력 판정 등으로 인파를 헤치고 천해에게 가 보고 싶어요.)
 
서문규: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요괴들을 밀고 앞으로 나아가보려하지만,
 
덩치가 한참 큰 그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갑자기 탐사자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서문규:(이미 놓쳐버린 탓에 붙잡지 못한 채 속절없이 시간만 보낸다. 뚝, 하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를 신호 삼아 발을 내딛는다.)
민첩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당황해서 일까요,
 
지나가는 요괴의 발에 걸려 넘어집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천해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서문규:(문이 열리기도 전해 너덜너덜해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몸소 실현하는 꼴에 웃음도 안 난다. 죄송합니다. 빠르게 내뱉고 구석으로 피신하며 방울을 꺼내 본다. 그가 사라진 지금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전에도 늘 그랬듯 무언가 실마리를 잡고 있을지도 모르니.)
 
품에서 꺼낸 방울에서
 
딸랑,
 
익숙한 방울소리가 들립니다.
 
인파가 좀 가시면 그가 찾으러 올까요.
 
그런 걱정이 밀려들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당신을 마주보는 천해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어느새 바로 앞으로 다가온 천해는 뛰어왔는지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그의 손엔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천해:(숨을 고르고 미안한 표정으로 문규를 봅니다) 하아, 미안... 실이 풀린지 몰랐어.
 
서문규:찾았습니다. (기억하는 영역 안에서, 처음의 짧은 순간을 제하면 그와는 줄곧 함께했었다. 어느새 떨어져 있는 게 낯설 만큼 맞잡은 손에 익숙해져 버려서, 마치 자신의 일부를 찾은 것 같은 기묘한 안도감을 누리며 그 손을 붙잡는다.)
가능한 쫓아가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서... 결국 끊어졌습니다. 다시 묶어볼 테니 주십시오.
 
천해:방울소리가 들려서 바로 왔는데, 여기 있어서 다행이야. (붙잡는 손을 따스하게 감싸 잡고는 고개를 흔듭니다) 실은 이제 괜찮아. 내가 안 놓을 거니까.
(들고 온 등의 손잡이를 문규 쪽으로 보입니다) 네가 들을래? 발밑을 비춰줄 거야.
 
서문규:안 됩니다. 손은 한 번 풀리면 끝이지 않나요. 실이 없으면 길도 제대로 못 찾을 겁니다, 저는. 여기는 처음 오는 길이고... (놀란 탓에 길게 늘어놓으며, 천해의 손목에 남은 끈을 제 것과 다시 단단히 엮는다.)
앞장설 거라면 천해 씨가 드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사양하며 물러난다.)
 
천해:(그 모습을 보고 픽 웃고는 어쩔 수 없다는 다시 주문을 겁니다. 건네주던 등을 다시 바로잡습니다) 난 밤길이 밝아서. 문규 네가 안 보일까 봐 준 건데 내가 드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할게.
 
말을 마친 천해는 다시 앞으로 향합니다.
 
그의 따뜻한 손이 당신을 부드럽게 잡아당깁니다.
 
천해를 따라 명당으로 가는 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악기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볼 수 밖에 없겠네요.
 
분명 이계는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돌아갈 수도 있겠죠.
 
곁에 있는 천해는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긴 거 같습니다.
 
혹여나 다시 잃어버릴까, 당신의 손을 꽉 잡은 채로요.
 
천해:(하늘을 올려다보다 문규의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아쉽다는 표정) 꼭 명당에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잘 안 보이지. (뚱)
 
서문규:(인계에서 본 것과 딱히 다를 게 없어 감흥 없는 눈으로 본다. 서문규는 불꽃놀이를 아름답다고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메마른 사람이었다. 그 대신 주시하던 것은...) 손, 그렇게 꽉 안 잡으셔도 됩니다.
명당에는 요괴들이 몰리지 않습니까. 아까의 일을 반복하는 것보다야... 잘 안 보여도 충분히 즐기고 계신 것 같고.
그렇게 감명깊습니까? 전 잘 모르겠습니다.
 
천해:...어? (그제야 힘주어 잡고 있던 제 손을 내려봅니다. 놀라 손을 풀었다 다시 가볍게 잡습니다. 혼자 너무 들떴던 걸까. 문규의 질문에 조금 민망해집니다. 잡은 손을 꿈지럭거리다 다시 불꽃놀이 쪽으로 고갤 올립니다) 물론 나도 매 축제 때마다 보는 거지만, 올해는 유독 아름다운 거 같아. ...혼자 보는 게 아녀서 그런가?
문규 너도 축제가 즐거웠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는 대답을 듣기에 어제 문규가 겪은 일과 오늘 자신이 한 실수들이 떠올라 눈 눈을 꾹 감습니다)
 
서문규:그럼 예전에는 혼자 보셨습니까? 분명 신목을 타고 온 인간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으셨다고... (손에 턱을 얹었다가 다시 불꽃놀이로 시선을 돌린다.)
즐겁습니다. 이계는 새로운 곳이라 배워갈 점도 신기한 점도 많고요. 덕에 체험까지 직접 하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보다 천해 씨는 따로 가족이나 친구 같은 동행인은 없어도 괜찮으십니까?
 
천해:신목이 열렸다고 매번 손님이 오는 건 아니니까.
가족,.. 가족은, (먼 과거까지 훑던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젓습니다) 내겐 마을 사람들이 가족이야. 친절하신 분들이거든. 하지만 축제 때 항상 같이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네 말처럼 난 신목을 지키기도 해야 했고. (그래서 문규 너와 한 이번 축제는 더 특별해. 꺼내려던 말을 넣어둡니다) 즐거웠다니 다행이야. 내일은 더 즐거울걸?!
 
서문규:그런가요. (납득하여 끄덕이면서도, 말로 꺼내지 않아도 시선에서, 행동에서 분명히 묻어나는 애정에 겸연쩍어진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에게는 이런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늘어만 간다.)
내일을 기약할 때가 되었군요.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사실 전 조금... 자유로운 반대쪽 손으로 어깨를 콩콩 두드린다. 무력한 고등학생 치고 너무 많은 걸 했다...)
 
천해:(아무래도 요괴의 체력인지라, 그제야 피곤해 보이는 문규의 행동을 알아챕니다) 불꽃놀이가 끝나면 인파가 더 몰리니까 좀 이르지만 슬슬 나갈까?
 
서문규:(불꽃놀이를 보고 그렇게 눈을 빛내던 요괴에게 말하자니 조금 미안해져 조심스레 입을 연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마 내일이나, 아니면 마지막 날에라도 불꽃놀이는 또 하겠죠. 그 때는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읍시다. (그리고는 그의 걸음을 따라간다.)
 
다음의 불꽃놀이를 기약하며 천해의 손을 잡고 마을 초입으로 향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천해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천해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당신이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지진과 함께 알 수 없는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칩니다.
 
생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끔찍한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천해는 아플만큼 꽉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천해:(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문규야, 내말 명심해. 그것들을 절대 봐서는 안 돼!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절대 내 손 놓지 말고.
 
서문규:(신목이 요괴들의 요력을 먹어 문을 연다는 추측이 있었지. 그것 때문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재난일 뿐인가...?)
(저것에게 쫓기게 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자 절로 입술을 깨물게 된다.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남은 한 쪽 손으로도 그의 옷소매를 잡는다.)
이럴 때야말로 침착하셔야 합니다.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주세요, 어서. (심호흡을 하며 몸의 떨림을 잦아들게 하고 말한다.)
 
천해는 거칠게 인파를 가르며 나아갑니다.
 
구할 수 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두 사람은 자리를 벗어납니다.
 
세계를 집어삼키는 완전한 아비규환.
 
이 상황을 표현할 단어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멸망'입니다.
 
서문규:
SAN Roll
기준치: 31/15/6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문규:(멸망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광경. 서두르지 않으면 그 거대한 비탄에 더해갈 것 같아 걸음만 재촉한다.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둘 다. 공포가 결심을 갉아먹고 머릿속을 장악하는 것 같다.)
기준치: 80/40/16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몰려드는 공포, 정신없는 비명소리.
 
둘은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을 향해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천해는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당신의 손을 잡아당깁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요.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천해는 그제야 당신의 손을 놔줍니다.
 
천해:(두려움, 걱정,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제 숨을 채 고르지도 못하고 문규를 확인합니다) ....돌아보지 않았지...?
 
서문규:(어제까지만 해도 따스하고 상냥했던 것 같은 바람은 휘몰아치며 칼처럼 얼굴에 흠집을 내고, 이계의 아름다움을 비추던 깊은 호수는 오늘따라 무엇이라도 집어삼킬 듯 하다. 변함없는 것은 멸망의 파란에도 어제와 같이 휘날리는 반딧불이 불빛 뿐.)
... 계산을 해 봤습니다.
당신은 명백히 저와 함께 달릴 때보다 혼자 뛸 때가 더욱 빠릅니다.
이번에는 피차 위험했으니 당신 말대로 했고, 뒤도 돌아보지 않았지만. 이런 속도면 다음에는 붙잡힐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위험해진다면 차라리 두고 가세요. 신경 안 씁니다. (막상 소중하게 대우해주던 버팀목이 자신을 버리면 조금 서운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진심이었다. 길잡이를 잃고서 미아가 된 자신이 무엇을 하랴. 그가 죽거나 둘 다 죽느니 혼자 감내하는 게 나았다. 듣는 상대의 기분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제멋대로 내뱉는다.)
 
천해:.....(문규의 말대로 혼자 뛸다면 더 빠르게 달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놓고 갈수 없기에 고개를 흔듭니다. 자신을 위해 한 말이겠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이 상황에서도 섭섭하게만 들려 슬픈 표정입니다) ...두고 가라니. 그런, 그런 짓을 내가 어떻게 해. 괜찮아, 바로 도망쳤잖아. 그들의 눈에 들지 않았으면 됐어. 절대 산 밑으로 내려갈 생각하지 말고... 아마도 사라지지 않았을 테니까. (산 아래 마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눈을 꾹 감습니다)
 
천해의 시선을 따라 본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천해:(무엇인가 각오한 듯 얕은 한숨을 내쉽니다) ....문규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서문규:...더 늦지 않게 나와서 다행, 입니다. (영월호까지도 삼켜졌다. 저기에 자신과 인연이 닿은 건 거의 없지만, 천해에게는 가족이라고 부를 만큼 한없이 많았을 터다. 씁쓸함과 무력감이 어깨를 짓눌러 다리에 힘이 풀린다. 아무리 지켜봐도, 이계에 아가리를 벌린 듯한 거대한 구멍은 더 작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살 수 있다면 한 쪽이라도 살아남는 게 낫습니다. 당신이 사라지면 앞으로 저와 같이 이 곳을 헤맬 인간은 누가 지켜주고 받아줍니까.
원래 있던 곳이라면 인계 말입니까? 여긴 신목 근처도 아닌데, 어떻게.
 
천해:(은연중 나오는 그의 모습이 자신이 알던 사람과 너무 닮았다는 생각에 배시시 웃습니다) ...역시 친절하구나. 네 마음은 고맙지만, 원래 살던 곳에서 널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돌아가야지.
(다시 손을 내밉니다) 이 방법은 그다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신목의 문을 강제로 열어줄게.
 
서문규:...기다리는 사람.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줄곧 생각해왔던 자신이지만 어쩐지 그 말을 들으니 발걸음이 떼이질 않는다. 자신을 기다리던 사람이, 정말 인계에만 있을까? 그저 고개를 숙인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원래대로라면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왜. (눈가를 손으로 짚는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말을 잇는다.) 강제로 열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천해:그야... 신목에게 무리가 가. 난 신목을 지키는 자인데... 하하. (무리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단 문규를 돌려보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섭니다. 문규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한 마음에 제 마음대로 손을 잡고 걸음을 옮깁니다) 원래라면 축제가 끝나고 자연적으로 열리면 그때 보내주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잖아. 더 위험해지기 전에 돌아가는 게 맞는 거야.
 
서문규:위험해지면 위험해지는 거고 아니면 아닌 겁니다. 제 일인데 왜 당신이 위험을 감수합니까? 전 괜찮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앞으로 고작 이틀 남지 않았습니까.
(잡아오는 손에 순순히 따라가면서도 차갑게 내뱉는다. 목소리는 답지 않게 떨리고 있다. 작별을 예감했기 때문이리라.)
 
천해:...이건 이계의 문제야. 그리고 넌, 손님이잖아. 여기선 널 지키는 것도 내 일이야. (어찌됐던 자신을 따라오니까 괜찮은 거리라. 가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힘으로라도 끌고 갈 생각이었기에 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입을 꾹 다뭅니다)
 
천해는 마을이 아닌 더 깊은 산길로 발을 옮깁니다.
 
이제는 마을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발에 밟히는 풀소리 뿐입니다.
 
그렇게 으슥한 산속에 도착하면,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나무의 주변엔 반딧불이들이 여전히 평화롭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천해:(새끼줄을 걷으며 나무에 시선을 고정하고,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립니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야.
이걸 통하면 돌아갈 수 있을거야.
 
서문규:(축제도 끝나면 평소와 같고, 자신은 무엇도 할 수 없는 고등학생일 뿐이다. 그 사실이 이렇게 무겁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크게 숨을 내쉰다.) ...천해 씨, 더 할 말 없습니까?
 
천해는 새끼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는 다시 당신쪽을 돌아보고는 손을 내밀어줍니다.
 
마치 제 손을 잡으라는 것처럼.
 
천해:.....(잠시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더 할 말이라면, 작별 인사를 뜻하는 걸까. 큼, 목소리를 고르고는 빙긋 웃어줍니다) 짧았지만 만나서 즐거웠어. 속여서 미안하고...
 
서문규:(변함없이 무엇인가 지켜내고자 하는 모양새에 한숨을 쉰다.) 그런 말을 바란 게 아닙니다.
(나무를 향해 가기 전, 끝의 끝에서 돌아서고는 다가온다.) 이걸 당신에게 드려도...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어렸을 때부터 줄곧 품에서 떼어놓지 않던, 감히 그 가치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방울 목걸이. 부모님과 희미한 유년기와의 마지막 남은 연결고리. 그것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에서 풀어내곤 쥐여 준다.) 여기까지인 겁니다. 저와 당신의 인연은.
저와 이계의 인연은... (어느새 머리 위에 올라온 귀는 사라져 있고 손의 붉은 실은 곧 끊어질 듯 가늘어져 있다. 금방이라도 닳아 바람에 날아갈 듯. 인연이란 그토록 덧없고, 생긴다고 해서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몇 번이고 겹치고, 때로는 스쳐지나가고 때로는 만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과는 됐습니다. 이제는 말씀해주시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 마지막이 될 테니까.
 
천해:(문규가 풀어준 자신의 것과 너무 닮은 그 방울을 잠시 보다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고 다시 손에 쥐여줍니다) 이 방울은 네 거야. 지금처럼 계속 갖고 있어줘. 오늘 헤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인연은 끊기지 않으니까.
(어느덧 요괴가 아닌 사람의 모습을 한 그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얼굴) ... 넌 선생님과 정말 닮았어. 물론, 어느 부분은 정말 안 닮아서 놀라긴 했지만? 아~ 역시 후야제를 못 보여준 건 아쉽네.
그분의 번견이 다시 쫓아오기 전에 네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천해는 그 말을 끝으로, 나무에 생긴 구멍 안으로 가볍게 당신을 밀어냅니다.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당신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서문규:(꼭 이곳에 처음 떨어졌을 때처럼 세상이 뒤집히고, 그 폭풍에 쓸려 사라지는 와중에도 눈은 줄곧 같은 곳을 응시한다. 정말 그걸로 만족합니까?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나는 보내 버리고 당신만이 모든 걸 떠안은 채로. 그렇게 묻듯이.)
 
끝없이 이어지는 구멍.
 
당신은 그저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응시하는 시선.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천해는 그런 당신의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문득, 축제때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천해는 이번에는 담담한 표정으로, 여전히 당신을 봅니다.
 
마치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점이되어 사라지는 천해의 모습,
 
.
 
.
 
.
 
그리고,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 이곳에 올때는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당신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서문규:(눈앞이 일그러진다, 어지러워... 몸의 어느 부위도 꼼짝하지 못하고 고통에 몸을 내맡길 뿐이다.)
SAN Roll
기준치: 27/13/5
굴림: 39
판정결과: 실패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당신을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당신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본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졌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당신도 아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는, 당신이니까요.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천해가 그토록 말하던 선생님은,
 
당신의 먼 조상이겠죠.
 
*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천해입니다.
 
천해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그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천해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그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가 몰려옵니다.
 
문득 깨닫습니다.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서문규:(머리에 쏟아지는 어떤 기억들을 무력하게 굳어선 눈도 감지 못한 채 본다. 아니 듣는다, 아니 느낀다...?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모른다.)
(선생님과 천해, 이계와 세계, 기분 나쁜 알 수 없는 존재들... 제 핏줄과 이계가 지겨울 만큼 엮였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그들의 대화는 더 이상 먼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 뭘 할 수 있지?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지는 건, 세계 하나를 쥐락펴락하는 압도적 존재 때문이 아닌 모든 사실을 마주하고 느끼는 서글픔과 허탈감이 크기 때문이다.)
SAN Roll
기준치: 26/13/5
굴림: 2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허무함.
 
밀려드는 무력감.
 
그리고 그렇게 당신을 쫓던 천해의 애정어린 시선의 이유를 깨닫습니다.
 
이렇게 그와 얽힌 인연은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하늘엔 창백한 달이 보입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립니다.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서문규:(현실이 잔인하게 시야를 채운다. 돌아왔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도록. ... 그가 진실을 떠안았다면 자신은 무지를 떠안았다. 이렇게 되면 등가교환인 건가. 전혀 우습지 않은데 자꾸 웃음이 나온다.)
(움직이지 않은 채... 아니 못한 채로 깨어나기 시작한 머리를 굴린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당신의 귓가를 맴돕니다.
 
모든것을 알고 있던 그는, 무사히 도망쳤을까요?
 
멸망해가던 그의 세계는 무사할까요?
 
하지만 천해가 도망치지 못했다고 해도,
 
당장 당신이 할 수 있는게 있을까요.
 
이계의 시간은 인계와 다르게 흘러갑니다.
 
당신이 이계로 되돌아가더라도, 그때는 너무나 달라져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서문규:(자신이 더 이상 이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저명한 사실이다. 마음 속으로 이제는 세월을 안고 사라졌을지도 모를 그 사람에게 말한다. ... 보답할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다음 대에는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겐 염치없게 되었지만 그 때에도, 제 자식을 잘 부탁합니다.)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무사하기를 바랄 것이다. 당신도, 이계도. 그렇게 빌었으니까.)
(...그렇게 길바닥에 몸을 흐트려놓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 한 그루 남았다는 신목을... 지금이라도 살필 수 있을까 하는.)
(그것의 위치를 떠올려봅니다. 여기서 얼마나 걸릴까요? 지능 판정 요청합니다.)
 
서문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해가 무사하기를, 그리고 그가 아끼던 세상이 무사하기를
 
그렇게 바라며 당신은 조금전 당신이 빠져나온 신목을 살펴봅니다.
 
천해는 이계의 신목이 두 그루라고 했습니다.
 
이계와 인계가 이어져있다면,
 
인계 역시 신목이 두 그루여야 맞는거겠죠.
 
당신을 뱉어낸 나무에는 이제 더이상 통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얼씬도 하지 않았을 학교 뒷산, 그곳의 신목 앞에 서 있으면
 
깜빡, 깜빡,
 
희미한 빛이 나무의 주변을 맴돕니다.
 
이계에서 건너온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당신의 앞을 지나갑니다.
 
서문규:...사물함.
인연이 닿는 곳으로 데려가줘, 언제나처럼 따라갈 테니까. (떨어지면서 쓸린 팔은 따갑고, 발목은 잘못 딛었는지 욱신거린다. 이런 몸을 이끌고 이제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시 만나면 무엇을 말해야 하지? 자신도 선생님이 아니라고? 선생님은 오래 전에 죽어버렸다고?)
(아름다운 불빛을 따라 달려가는 목이 매이고 매인다. 숨이 차서만은 아닌 것 같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은 당신을 안내합니다.
 
반쯤 찢어진 날개,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당신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하면서 쓸린 팔과 발목이 욱씬거리지만,
 
그럼에도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작정 쫓아갑니다.
 
장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이계의 산에서는 늘 천해의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그는 앞장서 당신이 가기 좋게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거겠죠.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서문규:(등롱을 들고 앞장서서 길을 비춰 주던 그를 잊지 않는다. 지금 앞에 놓인 반딧불이처럼 흔들리다가도 곧게 자신을 잡고 도망치던... 올바른 곳으로, 인연이 있는 장소로 이끌어 주던.)
(당신은 저에게 빛이었습니다. 그 심해와도 같은 막막한 이계에서 저는 당신이 주는 빛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헤매는 건 이계에서뿐이다. 지금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다. 힘없이 깜빡거리는 반딧불이를 숨을 고르고 다시 자리를 박차고 따라간다.)
 
당신을 안내해주는 길잡이를 따라 숨을 고르며 발을 내딛습니다.
 
반딧불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고,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다고 했죠.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 끝에 분명히 천해가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학교의 팬스를 넘어 교내로 향하면,
 
한밤중의 정문은 닫혀있습니다.
 
당연한 일일까요.
 
당신을 이끌던 반딧불이조차 막힌 길에 문앞을 맴돕니다.
 
서문규:(문이 잠겨있다면, 창문으로 들어가면 된다. 근처에 열리는 창문이 없나 밀어본다.)
 
서문규:
기준치: 80/40/16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열려있는 1층의 복도 창문을 발견합니다.
 
서문규:(창문을 넘어 도둑처럼 침입해선 어둠을 휴대폰 불빛으로 밝히며 향한다. 자신의 교실로,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반딧불이는 어느새 당신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당신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당신은 2학년 3반 교실 앞에 도착합니다.
 
교실의 문 역시 잠겨있네요.
 
서문규:(교실 문에는 별도의 보안 시스템이 없으니 그냥 힘으로 부수고 들어간다.)
(근력 판정 또는 다른 판정 요청합니다.)
 
서문규: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급한 마음과 다르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서문규:(예상은 했지만 문은 꿈쩍도 안 하는군... 그럼 창문으로 넘어갑니다. 오르기 판정 하고 싶어요.)
 
서문규:
오르기
기준치: 20/10/4
굴림: 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교실문 위에 있는 창문의 잠금장치가 풀려있는게 보입니다.
 
당신은 창틀을 타고 올라가 창문을 통해 교실을 넘어갑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당신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당신을 안내한 반딧불이는,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서문규:(길을 안내하던 불빛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어쩐지 서글프다. 이제 길을 안내해줄 것은 없다.)
(하지만 당신이 준 빛은 언제나 여기에 있어. 휴대폰 불빛을 끌어안고, 수명이 다한 반딧불이도 손으로 감싸쥐고 그 너머로 손을 뻗는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어둠이 소용돌이칩니다.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
 
.
 
.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서문규:(멸망이 내려앉은 자리. 압도적 존재가 손짓 한 번을 했을 뿐인데도 결과가 처참해서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안타까움을 채 느낄 새도 없이 들려온 말소리에 온통 집중이 쏠린다.)
누구십니까?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며 묻는다. 알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해.)
 
당신은 그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해,
 
당연히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있지만 되물어봅니다.
 
희미하게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가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천해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천해는,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서문규:
SAN Roll
기준치: 26/13/5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2
 
서문규:... (등을 돌리고 얘기한다. 지금의 그에게 팔의 고통에 더해 이런 말까지 하자니 정말로 면목이 없어진 까닭이다.)
선생님은 죽었습니다. 그 인간의 피는 여러 갈래로 나뉘고 찢어져, 일가 친척을 따라 저에게까지 닿았고요. 제가 태어나 당신을 만났다는 사실부터가 선생님의 죽음을 증명합니다.
이계는 이번 멸망을 피하지 못 했고, ... (축제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불꽃놀이가 비명소리로 덮이던 비극을 기억한다. 상대와 자신에게 각인시키듯 한 자 한 자 얘기한다.) 곧... 빛을 잃을 겁니다.
선생님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계와 함께 세월 속에 파묻혔습니다.
영원히.
... 이게 끝은 아닐 겁니다. 이계는 망가졌지만, 흘린 피를 양분으로 삼아 피어나는 것도 있습니다. 지구에서도 여러 나라와 인류가 수차례 멸망을 안고 꺾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인류의 피가 제 일가와 당신의 인연을 만들었으니까요. (잔인한 말을 내뱉다가도 곧 충고하듯 입을 연다.)
 
서문규:그래서 당신의 피를 받은 요괴와 제 후손이, 언젠가 또 이어질 지도 모르죠.
이 빛을 따라와서, 방울 소리를 따라서. 그 끝에서.
결론은 하나입니다. 그건 아주 먼 일이 될 겁니다. 요괴의 수명으로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가. 적어도 당신과 저의 세대에서 일어나지는 않겠죠.
그러니까...
이제, 쉬세요.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쏟아내면, 그것만을 위해 달려온 몸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까맣게 타 버린 잔디에 고개를 댄다.)
 
천해:(사라진 팔의 상처에서 끝도 없이 흐르던 피에 이제 고통마저 무감각해졌습니다. 그의 뒷모습을 바로 볼 수 있게 자신의 피 웅덩이에서 몸을 끌어올려 기댑니다. 몰려드는 피로감에 느리게 눈을 끔뻑이고 제게 등을 돌린 뒷모습을 올려봅니다) ...문규구나. ...
(말없이 그의 말을 듣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외면했던 진실. 저렇게 강조해서 알려주는 건, 더 이상 선생님을 기다리지 말라는 문규의 배려겠죠. 선생님의 후손이라는 문규의 입을 통해 전해 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헤헤, ... 어쩐지 닮았더라... 선생님은... 돌아가셨구나. (혀끝이 씁쓸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지만 먹먹해지는 목소리) 내게, 그걸 알려주려고, 돌아온 거야...?
(떨어지지 않던 손으로 그를 나무에 밀어 넣은 자신이기에 다시 돌아와 줬다는 사실이 반갑지만 한편으론 걱정됩니다) ...알려줘서, 고마워..
(다시 만날 거라고,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의 인연은 다시 이어질 거라고 거듭 말하는 문규의 목소리에 위로를 얻습니다. 자신에겐 쉬라고 말했으면서, 왜 저렇게 엎어져 버리는 건지. 작게만 보이는 문규의 어깨를 다가가 다독여주고 싶지만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에 힘없이 웃으며 문규를 부릅니다) ...얼굴은 안 보여줄 거야...? 마지막이잖아.
 
서문규:선생님을 닮은 얼굴을 보여드리는 건 희망고문 아닙니까? (한숨을 쉬면서도 넝마가 된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간다.)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계가 정말 멸망했는지. 당신의 선택은 정말 옳았는지.
그런데 기억의 일부를 우연히 보게 되어서, 당신이 숨긴 건 허투루 돌아갔습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당신이 없어지면, 제가 그 자리를 넘겨받아야 하니까요.
당신이 했던 것처럼, 이계와 이어지는 신목 앞에서 새로운 희망을 기다려야 하니까. (졸업하면 당연히 자주는 못 가보겠지만, 하는 뒷말은 삼켰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으니 이제 됐습니다. 이만 있다가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주머니를 뒤지다가, 휴대폰과 수첩 말고 마땅히 잡히는 게 없자 혀를 차다가, 고민 끝에 머리에 손을 대더니 머리끈을 건넨다.) ... 점을 봐 줬던 요괴에게도 지불할 무엇이 있는데 당신에게 아무것도... 편안한 죽음조차도 건네지 못하는 건 공정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의 증표로 드릴 테니,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납시다.
 
서문규:(죽어가는 사람에게, 방울도 아니고 쓰던 머리끈이라니 터무니없게 들리겠지만 마지막까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남은 한 쪽 손에 올려준다.)
 
천해:(작게 고개를 흔들고는 곁에 와준 문규의 얼굴을 봅니다) ...고문이라니, 아니야. 네가 선생님이 아니라는 걸 안 후에도, 너와 축제 구경한 거, 즐거웠어. (차오르는 숨을 삼키며 느리게 이어갑니다) 선생님을 기다린 것도, 널 다시 돌려보낸 것도 후회한 적 없어.
(그냥 하룻밤의 꿈처럼 이곳의 일을 서서히 잊었다면 편했을 텐데. 자신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문규에게 짐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네 말이 맞아. 기다리는 건 외롭고 힘든 일이야. 그러니까 넌 기다리지마.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건네주는 모습에 픽 웃습니다. 어차피 죽으면 사라질 테지만 남은 오른손으로 머리끈을 받아 잡습니다) 난... 줄 게 없네.
(할 말이 있는지 입을 뻐끔거리다 참고 빙긋 웃어줍니다) 더 늦기 전에 , 돌아가 봐.
 
서문규:(선생님은 아니었지만 즐거웠다는 말에 눈을 감는다.) 저도 그랬습니다.
당신도 하는데 제가 못할 게 뭡니까? 몇십 년 기다리는 게 끝일 테니 당신이 한 만큼의 발끝도 못 미칩니다.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면 눈이라도 감겨줄 심산이다.) 충분히 받았습니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고, 온몸을 던져 지킨 덕에 살아서 얘기할 수도 있는 겁니다. 잊었습니까?
할 거면 지금 얘기하세요. 저처럼 털어버릴 수 있도록.
 
천해:(당장이라도 돌아갈 것처럼 말하더니 이젠 제 곁에 자리를 잡고 앉은 문규의 모습에 희미한 웃음만 흘립니다) ...오래전부터,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어. ...그리고 문규 널 처음 보고, 신이 그 소원을 이뤄주셨다고, 그렇게 믿었고. 근데 내 착각이었나 봐. 이렇게 선생님과 다른데. (떨리는 손을 들어 문규의 머리를 살짝 넘겨줍니다)
....(다시 한번 얼굴을 보고 싶지만 이젠 너무 무거운 눈꺼풀에 포기합니다) ...역시, 기다려달라는 부탁 같은 건 하지 않을래. ...기다리는 건 힘든 일이니까, ... 다시 와줘서... 고마워. (느려지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합니다)
 
서문규:부정한 신, 맞는 것 같습니다. 어느 신이 자기가 만들어둔 세계가 이렇게 망가지도록 방치합니까? (알게 모르게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내뱉는다.)
언젠가 새로운 생명이 싹틀 거라는... 제 추측이 맞았다는 걸 증명해보고 싶습니다. 몇백 년이 지나고도 당신과 제 핏줄을 이어준 이계라면, 한 번 더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을 테니.
처음으로 생긴 소원 같은 거니까 말리셔도 소용 없습니다. (짧게 말을 마치고는 눈에 손을 대고, 부드럽게 쓸어내리듯 감겨 준다. 느려지는 호흡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언제까지고 앉아 있는다.)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천해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당신을 만나 즐거웠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그를 잇습니다.
 
천해의 눈을 감겨주고,
 
얕아지는 호흡소리를 듣습니다.
 
숨이 멈추고, 천해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당신을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천해의 손을 잡은 것만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당신은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언젠가 먼 훗날,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당신이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END 4. 반딧불이의 길은 어둡지 않았나요?
 
탐사자 서문규 생환
 
KPC 천해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
 
.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답게 창문 틈새로는 쌀쌀한 밤바람이 들이치기에, 당신은 무릎 위의 담요를 고쳐 덮습니다.
 
낡고 보드라운 담요를 움켜쥐는 손등 위로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당신의 아름답던 순간은, 가족은,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은 세월의 흐름이 앗아갔습니다.
 
10월의 그 날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세월은 당신의 소중한 기억마저 걷어가려 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종종, 당신은 제 이름조차 잊을 때도 있습니다.
 
잊지 않은 것은 단 하나, 당신에게 ‘누군가’가 찾아와주기로 했다는 사실.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말투를 지니고, 어떤 성격이었으며,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세상은 전부 낡고 스러져가지만, 당신이 지닌 그 방울만큼은 언제나 새것처럼 반짝입니다.
 
드디어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제 당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기억에 의지해 찾아온 옛모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허탈하고 그리운 마음만이 가득해, 숙소에 들어온 지금까지도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은 하나하나 창틀 위로 쌓입니다.
 
내려앉은 눈은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당신의 흐릿한 시야로는 ‘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뿐인가요?
 
아무것도 알 수 없음에도, 앞이 뿌옇게 번져갑니다.
 
묵직하게 눈가에 고여오는 것은 낯선 감정입니다.
 
당신은 이 빛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약속해주는 빛이 소중해서,
 
이제는 그 광경을 쫓아갈 수 없는데도,
 
그리운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당신은....... 당신은 창문을 밀어젖힙니다.
 
매큼한 매연에 기침이 차오릅니다.
 
창문 밖은 도심이며, 회색 세상 위로 분명하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경적, 행인의 말소리, 익숙한 소음을 비롯한 잡음이 일제히 소거됩니다.
 
당신을 둘러싼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입니다.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가 흘러내리고, 짚은 창틀이 위태롭게 흔들려도 당신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가볍습니다.
 
곧게 뻗은 마른 손바닥 위로 차가운 것이 흩어집니다.
 
창문 밖으로 몸을 빼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찾노라면,
 
반짝이는 반딧불이 하나가 당신의 시야를 가로지릅니다.
 
당신은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릴 것이고, 분명히 듣겠죠.
 
익숙한 방울 소리를.
 
그리고 보겠죠.
 
모든 것이 잿빛인 풍경 속에서, 오롯이 붉은 우산을.
 
우산의 주인은 낯익은 뒷모습을 한 채, 눈 내리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인연은 이어지고, 대물림되고, 마침내 마주하는 것.
 
흩날리는 눈발은 그날의 나뭇잎과도 같습니다.
 
바람은 날카로운 면도칼처럼 얇은 피부를 내리긋고, 목구멍에서는 금속의 마찰음 같은 쇳소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그 사람의 이름 외에는.
 
우산을 쓴 사람은 당신을 향해 천천히 돌아봅니다.
 
너무나도 길었던 10월이 끝나고,
 
드디어 찾아오는 것은 11월의 첫날.
 
아, 바야흐로 겨울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이 눈감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
 
End 4 Epilogue, 11월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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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계탐험록 시리즈 미친 것 같아요 저 또라이 될 것 같음 천해야..............!!!!!!!!!!!!!!!!!!!!! 엉엉 이런 미친놈 끌고다니느라 고생했다 하 정말 에필로그까지 너무너무 아름다운 이야기라 생각만 해도 눈가가 촉촉해지네요. 정말 이계탐험록 시리즈에서 외적으로도 영향 엄청 받았어요...

ㅎㅏ... 이게 모든것의 시작일 뿐이라는 게 난 두렵다 천해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지...? 8ㅁ8......

엉엉 변장아이템 거절당해서 시무룩한 것까지 정말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천해는 정말 인간 마시멜로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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