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탐험록/설매니다

[설매니다] 만월의 불꽃놀이

퍄퍙책미 2024. 3. 25. 19:41

KPC 유설매     PC 니다 M. 베르제

날짜 2024.01.27 ~ 2024.03.23

플레이타임 총 26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없음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스포방지용 쿠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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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꾸상
 
타이포
 
w. 청서
 
롤꾸하
 
 
어렴풋하게 낯선 목소리가 머리맡에 앉아 자장가를 불러주듯 나직하게 들려옵니다.
 
목소리는 소음에 묻혀 차츰차츰 사라져버립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그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아주 어수선합니다.
 
앳된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그러니까,
 
니다:
정신
기준치: 55/27/11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간 시야가 탁 트이고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목소리는, 당신에게 피하라는군요.
 
뭘?
 
고개를 들면 위에서부터 추락하는 육중한 크기의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두 명의 동급생이 보입니다.
 
니다:어, 어...?
 
피해야 합니다! 니다, 민첩 판정.
 
니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모, 못 피했어!)
 
피하기엔 늦었습니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머리를 감싸고 둥글게 웅크립니다.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듯,
 
찰나의 순간에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억이 흘러들어옵니다.
 
그때, 누군가가 당신을 거세게 밀칩니다.
 
당신은 바닥으로 나동그라집니다.
 
니다:아야야... 누, 누구세요...?
 
질끈 감은 두 눈을 뜨고 그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면...
 
다른 동급생입니다.
 
당신에게 손을 내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군요.
 
니다:어, 난 괜찮아, 구해줘서 고마워... (머쓱하게 손을 잡고 일어난다)
어쩌다가 간판이 바닥에 떨어진 거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간판이 떨어진 위층을 올려다보니,
 
작고 검은 그림자가 날쌔게 자취를 감춥니다.
 
당신이 일어나면 학생들은 당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말을 걸며 옷을 털어줍니다.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괜찮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니다:아, 아니야, 난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간판을 만들던 학생들은 연신 사과합니다.
 
처참한 몰골로 망가진 간판은 당장 기간을 맞추기엔 촉박해 보입니다.
 
사고를 친 당사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잔뜩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시일제는 당장 내일이니까요.

핸드아웃: 시일제

 

매년 시일 중·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유서 깊은 축제입니다. 이틀간, 시일제에서는 학년, 학급, 동아리마다 각양각색의 부스를 준비해 초대받은 외부인들에게 선보입니다. 그 규모와 완성도는 지역의 자랑거리로 여겨질 정도로 훌륭하다네요. 성공적인 시일제의 개최를 위해 시일중고는 지역의 여러 가게들에게 후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홍보 팜플렛이 붙어 있습니다.

니다는 제비뽑기에서 꽝을 뽑아 축제 준비 위원회에 선발되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즐거운 일도 분명히 있었지만, 잦은 회의와 육체적인 노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제 한 달 전부터 계속되는 회의와 시험공부, 동아리 업무…….

당신의 몸과 정신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죠. 잠시 정신이 멍해진 것도 과로가 원인일 게 뻔합니다.



핸드아웃: 시일제의 불꽃놀이

 

마지막 날 축제가 끝날 때 터뜨리는 폭죽은 유명한 장인의 것이라 대단히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것과 별개로, 시일제의 불꽃놀이에는 특별한 전설이 있습니다.

축제의 마지막 불꽃은 재회의 상징, 굳건한 지표로,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합니다.

멋진 전설과 아름다운 불꽃. 이제는 시일제의 상징이 되어버린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니다:(으음, 간판에 맞아서 다쳤다고 하고 그냥 빠질까...? 하지만 저렇게 열심히 하는 애들을 두고서 빠지기엔 조금...)
어, 어떡하지... 간판 대신에 현수막이라도 걸까...?
 
저 멀리 서 있던 위원장도 소란을 느끼고 다가옵니다.
 
니다:아, 아니에요, 아까 친구가 막아준 덕분에 괜찮아요. 게다가 축제가 내일이잖아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부담할 몫이 더 많아지니까요... 정 그러면 보건실이라도 들렀다 올까요?
 
위원장: 그... 그래? 정 그렇다면 보건실이라도 들렀다 와. (바쁘긴 바쁜지라 안도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그는 휘휘 손을 내저어 잠시 쉬었다 오라고 말합니다.
 
하긴 오늘도 일, 내일도 일이니까요.
 
아까 그런 일도 있었고,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니다:(아하하, 어떡하지... 일단 보건실에 가서 다친 데는 없나 살펴봐야겠다.)
 
가서 반창고 하나만 붙이고 와도 다들 기겁을 하며 집으로 돌려보낼 기세입니다만,
 
정 남고 싶다면 말리지 않는 눈치네요.
 
당신은 복도를 걷습니다.
 
창문으로 축제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의 정경이 눈에 담깁니다.
 
큰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준비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풍선과 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깃발이 늦여름 바람에 나직하게 흔들립니다.
 
<시일제>라는 또렷한 세글자가 일그러졌다 펴지며
 
어느덧 축제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립니다.
 
보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이 안 계시는군요.
 
하긴 이 시간까지 남아계실 리가 없죠...
 
몸을 살피면, 니다, 건강 판정.
 
니다: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지극히 건강합니다.
 
한 톨도 다치지 않았어요.
 
금방이라도 복귀해서 다시 일해도 괜찮을 수준의 컨디션입니다...
 
니다:(그래도 다행이다!)
 
선생님도 안 계시는 틈, 크게 다치지 않았다니 안심이군요.
 
숨을 돌리고 축제 준비 위원회로 돌아가면
 
벌써 작업이 막바지인지 몇몇 학생은 철수하고 있습니다.
 
위원장은 당신에게 다가오더니 말합니다.
 
위원장: 시간도 늦었고, 나머지 작업은 내일 와서 해도 되니까 너도 이만 가.
가는 길에 이것 좀 부탁해.
 
그리고 당신에게 잔업을 하나 맡깁니다.
 
잔업은... 1. 공식 SNS 계정에 축제 개최 알림 올리기 2. 동네 곳곳에 전단지 붙이기 3. 분리수거 내놓기 2
 
종이 다발을 받았습니다.
 
하굣길에 붙이면서 가면 되겠죠.
 
니다:네, 선배도 안녕히 들어가세요! (종이 다발을 받아들곤 고개를 꾸벅한다)
 
당신은 무거운 가방과 지친 몸을 끌고 귀가합니다.
 
아름답게 물들던 하늘이 색과 빛을 점차 빼앗기고,
 
창문에 하나둘 불이 들어올 무렵이었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조곤조곤 대화하며 당신의 곁을 지나갑니다.
 
얘기를 엿들으려면 듣기 판정합니다.
 
니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아, 안 들려...! 아까 간판에 맞은 게 귀였나 봐...!)
 
자동차 소음 등에 가려져, 부분부분 들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주워담는 소문이래도 별 거겠어요.
 
끽해야 도시 괴담 같은 거겠죠.
 
그러니 당신이 무서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죠?
 
니다:(그... 그렇겠지? 내가 무서워할 이유는 없겠지...? 그러면서도 어쩐지 불안해져서 슬쩍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본다)
 
당신의 그림자를 살피면, 잘 붙어있습니다!
 
밤이 더 깊어 정말로 보이지 않게 되기 전에 돌아가야겠어요.
 
니다:(다행이다...! 그래도 밤늦은 시간은 위험하니까 서둘러 돌아가야겠다.)
 
구분선
 
1일차
 
골목길을 가로질러가던 중, 니다, 관찰력 판정.
 
니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발에 묵직한 무언가가 턱, 하고 채입니다.
 
그와 동시에 끼잉! 하는 불쌍한 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만……
 
니다:어, 어어? 강아진가? (당황하며 발에 걸린 무언가를 살펴본다)
 
발밑을 살피면, 흐릿한 가로등 아래 종이 상자가 하나 있습니다.
 
안에는 대충 구겨 넣어진 동물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골든 리트리버...?처럼 생긴 귀가 축 늘어진 강아지네요.
 
동물은 어딘가 다친 듯 힘없이 눈을 감은 채 쌕쌕거리고 있습니다.
 
털에는 마른 피가 말라붙어 있습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는 된 것 같은데,
 
그 흔한 이름표라거나 ‘잘 키워주세요’라는 문구조차 없습니다.
 
니다:에고, 어쩌다 다친 거니? (쪼그려 앉아서 강아지를 쓰다듬는다. 들개에게 물리기라도 한 걸까?)
 
쓰다듬어 보면, 피부에 떨림이 느껴집니다.
 
하긴 이런 날씨에 담요나 신문지도 하나 없이...
 
추울 만도 하네요.
 
늦여름이래도 밤은 선선하니까요.
 
니다:이 진구를 어떡하지? 여기 뒀다간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고... (혹시 깨어있는 걸까? 강아지를 들어 본다)
 
강아지는 번쩍 들어올려도 영 정신을 못 차립니다.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지만...
 
이 골목길은 취객도 자주 다니는데, 이대로 있으면 위험할 것 같기도요.
 
동물병원에 데려가기엔 지금쯤 문을 닫았을 거고요.
 
니다:(근방에 엄마 개도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날은 쌀쌀하고.) 으음, 일단 우리 집에 올래? 엄마는 털동물을 안 좋아하긴 하지만, 잠깐이면 괜찮을 거야, 그런 다음에 동물병원에 가든가 해야지... (고민하다 강아지를 그대로 들어올려 품에 안는다)
 
강아지를 안아들면,
 
이상하게 무겁습니다.
 
마치 동물의 몸무게가 보기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처럼요.
 
아무래도 집까지 들고 가려면 힘을 좀 써야겠습니다. 근력 판정합니다.
 
니다: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거워... 원래 강아지들이 이렇게 무거운 걸까...? (끙끙댄다)
 
혹시 대형견 품종이라 날 때부터 무거운 걸까요...?
 
그래도 집까지 무사히 강아지를 옮기는 데 성공합니다.
 
니다네 집에는 어머님이... 1 계신다 2 안 계신다 2
 
사유는... 1 야근 2 친구와 약속 3 여행 2
 
집으로 들어가면 온통 어둡습니다.
 
아직 아무도 안 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엄마께서 오늘은 늦으니 먼저 자라고 연락하셨었죠.
 
니다:그래도 다행이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앗, 그러고 보니까 밖에서 떨고 있었지... (주섬주섬 옷장을 뒤져 담요 하나를 깔아준 후 강아지를 올린다)
강아지야, 여긴 그래도 따뜻하니?
 
조심조심 강아지를 담요 위에 눕혀 주면,
 
강아지는 아까보다 한결 편안한 표정입니다.
 
중간에 예상치 못하게 개를 줍게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뭘 할까요?
 
니다:(그, 그러고 보니 강아지는 사료를 먹는댔는데...! 우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어떡하지, 사러 갔다 와야 하나?)
 
강아지가 먹을 만한 다른 음식이 냉장고에 있긴 하지만...
 
사료를 주려면 새로 사 와야겠죠.
 
그러고보니 당신도 배고프긴 하네요.
 
점심 급식 이후로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까요.
 
니다:으으... 강아지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네, (어디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냉장고를 열면 그래도 뭔가 먹을 만한 게 있지 않을까...?
 
냉장고를 뒤지려면 행운 판정합니다.
 
니다: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적당히 끓여먹을 수 있는 밀키트, 파스타 면, 먹다 남은 동그랑땡이나 함박 스테이크 등이 있습니다.
 
아, 물론 밥도요.
 
한구석엔 샐러드와 드레싱도 조금 있네요.
 
강아지가 먹을 만한 건... 과일과 고구마가 약간 있습니다.
 
니다:다행이다, 이걸로 저녁밥을 먹을 수 있겠어... (함박 스테이크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그러고 보니 강아지는 고구마를 좋아한댔는데, 저 친구도 좋아하려나...? (강아지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는다)
 
글쎄요. 우선 깼을 때 먹여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지금은 쿨쿨 잠만 자고 있으니까요.
 
함박 스테이크와 밥을 데워먹으면, 맛있습니다!
 
스테이크는 안에 치즈가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겉은 바짝 구워서 바삭바삭한 반면,
 
속은 아주 부드럽고 촉촉한데다 포크로 가르면 치즈가 주욱 흘러나옵니다.
 
같이 담겨있는 아스파라거스와 깍지콩은 아삭하고 신선하네요.
 
후식으로 먹으라고 담겨 있는 파인애플은 아주 상큼해서 입가심으로 딱입니다.
 
니다:맛있겠다... (포크로 함박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잘라 입에 넣는다) 에헤헤, 딱 맞게 데워졌어! 엄마는 어디서 이런 걸 사오셨을까... (우물우물)
 
무척이나 배부릅니다. 좋은 식사였어요.
 
이제 뭘 할까요?
 
니다:(후식으로 잘 잘려진 파인애플 조각을 우물우물 먹는다) 참, 그러고 보니 강아지는 지금쯤 깼을까? 아까 보니까 피가 말라붙어 있는 것 같았는데, 좀만 닦아줘야겠다... (물티슈와 휴지를 들고 강아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나 전단지는 다 뿌렸나? 내일 안 뿌렸다고 혼나는 건 아니겠지...?
 
전단지는... 뿌렸다 1 조금 빼먹었다 2 1
 
음, 한 장도 남김없이 붙였습니다!
 
이걸로 내일 양심이 찔릴 일은 없네요!
 
강아지를 살피면 여전히 잘 자고 있습니다.
 
귀를 푸르르 떨기도 하는 게 보고만 있어도 평화로운 기분이 됩니다.
 
털에 엉긴 피를 잘 닦아주면 아픈 기색도 없이 많이 나아 보입니다.
 
니다:헤헤, 그래도 밖에 있는 것보단 나아 보인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담요도 덮어 준다. ...강아지가 담요를 덮나?)
 
포대기에 둘둘 싸인 강아지가 되었습니다.
 
마치 김밥처럼...
 
이 정도면 강아지는 돌볼 대로 돌본 것 같고.
 
스스로를 돌볼 차례인 것 같네요.
 
축제 준비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당신의 몸은 휴식이 간절합니다.
 
물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잠은 얼마든지 미뤄둘 수 있겠죠!
 
니다:아하하... 하지만 내일을 위해서라도 자는 게 좋겠지? 강아지도 자니까... 나도 자야... (하품)
...씻고 자야겠다...
 
당신은 겨우겨우 세수만 하고 바로 잠듭니다.
 
머리를 베개에 대자마자 그대로 머리부터 시트 위로 녹아 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에서부터 익숙한 소리가 들립니다.
 
니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피로가 가십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짭짭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여하튼, 당신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잠에 빠집니다.
 
...
 
니다:(...강아지...?)
 
그리고 당신은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
 
...
 
당신은 섬뜩한 냉기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시간은 늦은 새벽,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범한 가위와는 다릅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눈동자와 입뿐입니다.
 
니다:어... 어, 엄마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직이려 시도해본다)
 
당신이 비명을 지르려 하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당신의 입을 막습니다.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짐승의 두 눈과 마주칩니다.
 
거대한 존재감, 당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괴물의 눈은
 
마치 살아있는 불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니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으브... 으브? 으브윽...
 
발버둥치던 그 순간,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창문 내부로 비쳐 들어옵니다.
 
물이 차오르듯 실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져나가 점점 시야가 밝아집니다.
 
당신의 뺨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 있던 인영은 놀란 듯 주춤 뒤로 물러섭니다.
 
몸을 옥죄던 감각이 흩어지고
 
따갑도록 퍼지던 위협이 사그라지면,
 
그림자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웬 강아지 귀와 꼬리를 달고,
 
요즘은 한문 선생님들도 잘 안 입는 한복을 입은... 당신의 또래 학생.
 
니다:(이거 꿈인가...? 꿈이지? 어제 너무 힘들어서 헛것을 보는 거겠지...?)
 
눈을 연신 꿈뻑이며, 니다, 관찰력 판정.
 
니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이건 아무리 봐도 도둑입니다.
 
아무리 살펴도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아까도 당신을 위협했잖아요! 세상에, 야구배트가 어디 있죠?
 
니다:(야, 야구배트는 없는데... 가방이라도 휘둘러봐야 하나? 교과서가 많이 들어 있으니까 분명히 타격이 있을 거야!)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움직인다. ...움직여지나요?)
 
당신이 휘적휘적 움직이면,
 
한동안 얼어 있던 그 사람은 입을 엽니다.
 
유설매:너, 너 설마... 나를 잊었어?
왜 아무런 말을 안 해? 나 정말 보고 싶었는데...
그토록 바라던 대로 인계까지 왔는데... 틀림없이 너지? 나야 나, 유설매!
 
......네?
 
아무리 생각해도 생전 저런 사람은 본 기억이 없는데요?!
 
속이 어지러운 그때, 그의 등 뒤로 텅 빈 담요 위가 보입니다.
 
앞에 두었던 고구마는 어느새 깨끗하게 없어져 있습니다.
 
니다:누, 누구세요...? 누구신데 제 방에... (잔뜩 겁먹고는 이불을 껴안은 채 움츠러든다. 이, 이거 꿈이겠지...? 슬쩍 볼을 꼬집어 본다)
 
볼을 꼬집으면, 아픕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이게 현실이라니...!
 
그 사람은 그제야 이상함을 좀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유설매:(니다를 보고 연신 반짝이던 눈이 꺼진다.) ...응? 혹시 '선생님'이 아니야?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똑 닮은데다 고구마까지 줄 수는... (꼬리가 추욱 내려간다)
저기... 지, 진짜 나 몰라...요? (서운함이 잔뜩 느껴지는 목소리. 설마 아니지?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이다)
 
니다:선생님...? 우리 담임선생님은 여기 안 사는데요... (그래도 위험해 보이진 않은 것 같기도...) 아니면 시일중학교 선생님을 얘기하는 건가요? 그, 역시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러다가 고구마 이야기에 퍼뜩 정신이 든다) 고구마! 강아지 먹으라고 놔 둔 건데, 당신이 먹었어요? 남의 걸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데...
 
유설매:(눈을 빠르게 깜빡이다가, 입을 점점 벌리더니 턱이 빠질 기세가 된다.) 어, 어어... 어어어!!
그, 그게,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세상에, 어쩜 좋아! 제, 제 절친인 줄 알았어요! 그때 그 사람 얼굴이 딱 당신이랑 닮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 얼굴이 훨씬 어리네요... (머리를 긁적인다)
네? 고구마요? 저 먹으라고 앞에 놔두신 거 아니었어요? 제 절친도 제가 고구마 좋아하는 걸 한눈에 알아봤어서 신기하네요. "어르신들이 말하기를 고구마를 싫어하는 개는 없다"면서...
 
니다:괘, 괜찮아요, 그, 세상에 비슷한 사람은 많으니까, 착각할 수 있죠, 너무 죄송해할 필요 없어요...! (눈 앞의 사람이 너무 미안해하는 바람에 덩달아 사과하게 된다)
다, 당연히 고구마는 어제 데리고 온 강아지 먹으라고 옆에 둔 거였어요, 이렇게 한밤중에 남의 집에 웬 사람이 들어와서 먹으라고 둔 게 아니라... 그러니까...
(담요로 둘둘 감싼 강아지는 온데간데없고, 눈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 위엔 무언가가 뿅 튀어나와 있고, 거기다가 쉴새없이 흔들리는 꼬리까지...) 그, 그러니까... 아까 저녁에 데리고 온 피투성이 강아지... 인가요...? (서, 설마, 내가 아무리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야!)
 
유설매:하, 하지만 초면인데 무작정 위협까지 해 버리고... 은인이신 분께 실례를 끼쳐버렸네요. 죄송해요!
그러니까, (여기서 담요로 정성스럽게 만든 임시 보금자리를 돌아본다) 절 이런 곳에 두셨다는 건 적어도 해치려는 의도는 아니셨던 거죠?! 자다 깼는데 전혀 모르는 곳에 있어서 너무 놀라버렸지 뭐에요. (자리에 넙죽 엎드린다.)
 
그와 함께 펑, 소리가 나고 연기가 약하게 피어오릅니다.
 
어디선가 딸랑, 소리가 울립니다. 따뜻하고 정다운 울림.
 
반사적으로 감은 눈을 뜨고 보면, 눈앞에 아까 주워온 강아지가 있습니다.
 
강아지: 저, 사람이 아니라 개 요괴거든요. 용건이 있어서 잠깐 인간들의 세계로 건너왔어요.
 
세상에, 개가 말을 합니다!
 
니다:어, 어, 어...? 아까 그..?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는데, 정말로?)
어...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어떻게 된 거... 예요...?
 
꼬리를 붕붕붕 흔들던 강아지는 당신의 이상에 자리에 얌전히 앉더니,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펑 소리를 냅니다.
 
유설매:아까 그게 제 본체거든요. (앉은 자세 그대로 사람으로 돌아와 있다) 저는 우리 세계를 구하러 이쪽 세계에 단서를 찾으러 왔어요.
그런데 같이 건너온 요괴들과 다니던 도중에 추격자의 습격을 받고 뿔뿔이 흩어져버려서...
친구들은 온통 보이질 않고 저도 다쳐서 잠깐 길에서 휴식하고 있었어요.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이 사람...... 뭐죠? 정말 이세계물 소설 속 인물처럼 이야기하는군요.
 
뭔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 같습니다.
 
니다:어, 그, 그럼... 그때 다친 건 아니었어요? 누가 버린 것도 아니었고? 엄마 강아지랑 떨어진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지만... (이,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어, 고구마도 잘 드셔서 다행이에요, TV에서 종종 고구마 먹고 살찐 강아지들을 봐서... 어, 이게 아닌가...
 
유설매:다치긴 했지만 지금은 다 나았으니 괜찮아요! 저는 튼튼하거든요.
음, 제 동년배들도 다들 고구마 좋아해요. 저는 하도 좋아해서 하루에 14개까지 먹어본 적도 있...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저, 정말 죄송하지만 하나만 더 부탁하면 안 될까요......? (불쌍한 강아지 표정으로 귀를 팍 숙인다)
 
니다:열네 개요...? 그, 그렇게 많이 먹다간 목 막힐 텐데...! (그래도 보통 강아지들과는 다른 것 같으니까 괜찮나...?) 어, 그래도 다행이에요, 내일 날 밝으면 동물병원에 데려가려고 했는데... (대화하면서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꿈...은 아니고, 혹시 말로만 듣던 빙의? 환생?)
어,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고개 푹 숙이지 말고... (손사래를 친다)
 
유설매:괜찮아요, 요괴는 일반적인 강아지랑 달라서 못 먹는 거 빼고 얼마든지 먹어도 끄덕없거든요. 근데 그쯤 먹으면 좀 질리기는 해요...
음, 이 나이대의 인간들은 '학교'라는 곳에 다닌다고 하던데... 저도 거기 따라가면 안 될까요? 저랑 떨어진 동료들이 아직 근처에 있을 것 같아서 찾아봐야 하거든요.
 
니다:학교에요...? (뜬금없는 부탁에 눈을 휘둥그레 뜬다) 하지만 저희 학교는 교복을 입지 않으면 못 들어갈 텐데... (엄격한 선도부 선생님을 생각한다, 시일 학생도 아닌 사람을 들여보내면 아무래도 혼나겠지...) 아, 하지만 내일은 축제날이니까 가능할지도 몰라요. 그 귀랑 꼬리만 어떻게 좀 감추면 평범한 학생처럼 보일지도...
 
유설매:귀랑 꼬리랑, 교복 말이죠... (끄덕이며 손가락을 딱 튕긴다. 펑! 하는 소리가 나면 완전히 평범한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짠! 교복은 남는 걸로 한 벌만 주시면 갈아입을 수 있으니까 됐죠? 저 그 학교라는 곳에 가볼 수 있는 거죠? 너무 궁금했거든요!! (친구들 찾으러 간다는데 어째 너무 들뜬 눈치)
그렇지, 축제면 제가 뭐 도울 건 없나요? 요술을 사용하면 인간들에겐 신기해 보일 텐데.
 
니다:어, 어...? 그거 숨길 수 있는 거였어요? (그러고 보니 꼬리와 귀를 제외하면 평범한 학생같아 보이긴 한다) 뭐, 그 정도면 선생님에게도 걸리지 않고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어라, 학교가 궁금해요? 왜...요? 요괴는 학교 안 다니나...?
(아무래도 강아지에서 사람으로 변신하는 존재에게 딱히 학교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을지도...) 요, 요술을 쓰면 정체가 들통나지 않을까요? 잘못했다간 유기견 보호소에 끌려가게 될 수도...!
 
유설매:요괴들의 학교는 인간들의 것과 많이 다르거든요. 학교에 대해선 말로만 들어봐서, 꼭 직접 다녀보고 싶었어요...! 전부터 인계에 오고 싶었고요. 여긴 정말 근사하네요! 제 절친 말대로 곳곳에 무지개색 형광등이 달려 있고(네온사인을 말하는 듯하다), 큰 금속 덩어리가 인간보다 빠르게 지나다니고(이건 자동차)...
아, 그렇죠. 요괴인 걸 들키면 쫓겨난다고 했죠. 그럼 말썽피우지 않을게요. (조금 차분해졌다) 그럼 뭘 할 수 있을까요? 힘으로 통나무 베어서 들기? 100m 5초 안에 완주하기?
음, 축제에 직접 가 봐야 알 수 있겠죠? 제가 도움이 될지 어떨지.
 
니다:어라, 요괴라면서, 인간의 학교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요? 혹시 예전에 다닌 적 있다거나...?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 쫓겨난다기보단 곤란해진달까... 인간은 아무도 요술을 쓸 수 없어서 순식간에 요괴란 게 들통날 거예요. 통나무 베어서 들기나 100미터 5초 안에 완주하기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러면 순식간에 사진이 찍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궁금한 게 많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려들 거예요... 마, 말리진 않겠지만 저는 그런 상황이 오면 좀 무서울 것 같아서요...
 
유설매:그럼요, 제 절친이 인간이라 이곳에 대해 잘 알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의 고향에서 이렇게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운이 좋았네요! (휙휙 꼬리를 흔든다) 그, 그렇군요.................. (딱히 도움되는 게 없어서 다시 시무룩해진다) 전 인간이 좋지만 그렇게까지 몰려들면 일에 집중할 수가 없겠죠? 난리통에 당신을 놓쳐버릴 지도 모르고... 그건 싫어요!
그럼 정말 다른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다닐게요...! 그러면 내일 몇 시에 가세요?
 
니다:절친이 인간이요...? (요과와 절친을 맺은 걸 보니 이 사람도 보통은 아닌 것 같다...) 그, 그렇구나, 아까 그분하고 저를 헷갈리셨다고 했죠... 이제 이해가 되었네요, 그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요?
내일...? 저희는 언제나 아홉 시까지 등교에요, 아무래도 축제를 도와야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나와야겠지만...
가, 같이 나가게요? 그, 상관은 없지만 방에서 낯선 사람이 나오면 가족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네요... 정 가고 싶으면 몰래 나가야 할 텐데...
 
유설매:아...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가) 지금은 자리를 비웠어요. 하지만 언젠가 꼭 돌아올 거에요. 이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절친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홉 시... 알겠어요! 그럼 그때 깨워드리면 되는 거죠! 저는 몰래 나가면 되니까 괜찮아요. 창문으로 나가거나, 다시 개로 변해서 당신 가방에 숨어든다거나... 아, 그러고 보니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니다:(자리를 비웠다고... 그러네,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렇게 전혀 엉뚱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에이, 그래도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사람 찾는 전단지를 붙이든 아까 그 요술을 부리든 어떻게든 해서요.
어, 아니에요... 학교까지 가는 시간도 있고, 씻고 옷 입고 준비하는 시간도 있으니까 좀 더 일찍 일어나야 돼요, 한 일곱 시쯤... 그, 그리고 전 따로 알람시계가 있으니까 깨워주지 않아도 되고요. 그렇지, 제 이름은 니다 베르제에요, 니다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그러고... 보니까... 그, 뭐라고 불러드리면 될까요...? (아까 자기가 누구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워낙 당황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설매:찾지 못해도 제가 계속 기다릴 거니까 괜찮아요.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힘이 나네요! (다시 귀가 쫑긋 솟는다)
알겠어요! 일찍 깨워드리면 되는 거군요! (하나도 몰랐음.) 그럼 니다 씨라고 부를게요. 잘 부탁해요, 니다 씨! (악수하려는 듯 손을 탁 내민다)
전 유설매에요. 설매라는 애칭도 있는데, 편하게 부르세요! (순하게 웃는다)
그럼 내일 일곱 시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세상에, 얼른 자야겠네요! 제가 괜히 깨웠나 봐요. 니다 씨도 잠드세요, 얼른! (이불을 급하게 팍 덮어준다. 무슨 질식시키려는 것마냥...)
 
니다:그, 그럼요! TV에서도 유전자 감식해서 가족이 몇십 년 만에 재회하고 막 그러는데요,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우악! (갑자기 덮쳐진 이불뭉치에 밀려 침대로 쓰러진다)네, 네, 금방 잠들게요... 그러니까... 유... 설매 씨.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침대로 기어들어가다가 뭔가 놓친 게 있는 듯 다시 일어난다)
그, 그러고 보니 이 방에 침대 하나밖에 없는데, 설매 씨가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 제가 바닥에서 잘게요...!
 
유설매:네? 여기 침대 하나 더 있잖아요. (그리고 아까 니다가 덮어준 담요 더미를 탁탁 두드린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말하더니 그는 강아지로 돌아가 담요 위에 눕습니다.
 
머리를 바닥에 댄지 한 10초만에 쿨쿨 소리를 내네요.
 
더 말릴 수도 없겠습니다.
 
니다:(지, 진짜 강아지같아... 요괴란 건 다 저런 걸까?)
 
개 요괴라지만... 영락없는 개 같습니다.
 
침대 하나를 두고 씨름하진 않아도 되니 다행이네요.
 
코를 고는 소리와 부풀고 다시 내려가는 능선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집니다.
 
니다:(그, 그래도 많이 다치진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지, 강아지 하나 주웠는데 무슨 이런 꿈같은 일이...)
 
개 한 마리 주웠을 뿐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아무튼 내일을 위해 당신도 이만 잠들까요.
 
내일, 아니 오늘은 대망의 축제일이니까요.
 
니다:(어쨌든 머리나 식힐 겸 눈부터 붙이고 본다... 도무지 잠이 안 올 것 같지만...)
 
오늘 잠에 들 순 있을까요...?
 
당신은 억지로 눈을 감습니다.
 
...
 
구분선
 
2일차
 
당신은 잠에서 깹니다.
 
왠지 평소보다 몸이 무겁네요.
 
오늘이 열심히 일해야 하는 축제날이라서 그런 걸까요?
 
니다:(어쩐지 어제 너무 무리했다 했어... 근육통일까?)
 
다행히 아픈 곳은 없지만...
 
무언가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몸을 움직이려고 하면 무언가 상체를 짓누릅니다.
 
고개를 들어 확인해보면 아니나다를까,
 
니다:(가... 가위 눌렸나?!)
 
어제 데려온 그 요괴가 당신에게 팔을 걸치고 자고 있습니다!
 
몸이 일으켜지지 않았던 건 팔이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의 팔을 걷어내면 평범하게 평소 컨디션으로 돌아옵니다.
 
니다:꺄, 꺄악! (식겁해선 요괴의 팔을 치우고 침대 끝 부분으로 달아난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젠 분명 바닥에서 자겠다고 했었는데...
 
역시 손님을 침대에서 재워선 안 됐던 걸까요?
 
아무튼 자세한 자초지종을 들으려면 깨워야겠습니다.
 
니다:이, 일어나 봐요... 치, 침대에서 잘 거면 말하지 그랬어요...! (밖에 누가 있을까 봐 큰 소리로 외치지도 못하고 그저 흔들어 깨우기만 한다...)
어쩌지, 안 일어나나...
 
요괴는 선잠에 든 건지 금방 끄으응 소리를 내며 눈을 뜹니다.
 
유설매:으, 으어...? (비몽사몽)
어, 어...! 니다 씨, 일어나셨군요! 제가 깨우려고 했었는데!
 
니다:그, 그래요...? 그건 고마워요... (어쩐지 머쓱해진다) 그런데 왜 침대에서 자고 있었어요...?
 
유설매:어어, 아니, 일찍 깨워달라고 부탁하셨잖아요...? 그래서 니다 위에 올라타서 어깨를 흔들었거든요. 그런데 인간의 침대라는 거, 생각보다 부드럽고 푹신하고 따뜻해서 꼭 무릉도원에 온 것 같더라고요...
점점 눈이 감기더니 그만 잠들었나 봐요. 미안해요, 헤헤.
 
...그렇게 된 일이었군요.
 
그보다 깨우려 했다 잠들었다니, 그럼 지금 몇 시죠?
 
니다:그, 그렇구나... 인간의 침대란 건 참 대단하죠? 등을 붙이고만 있어도 잠이 올 것만 같아요... (헤쓱하게 웃는다) 그, 그보다 지금 시간이...? (덜컥 겁을 먹곤 시계를 본다)
 
시계를 보면... 맙소사, 늦었습니다!
 
아침 8시, 이 정도면 학교에 지각하진 않겠지만
 
축제 준비하는 학생들은 아침 일찍 와야 한다고 공지했었는데...
 
니다:어, 어떡하지... 늦었어요! 지금 당장 일어나서 학교로 가야 해요! 이러다 혼나겠다!(허둥지둥 일어난다)
 
유설매:지, 진짜요?! (등쌀에 밀려 자기도 얼떨결에 바쁘게 움직인다. 물론 이쪽에서 준비할 건 없지만!)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보면 어머니는 다행히 이미 출근하셨습니다.
 
식탁 위에 쪽지 한 장과 아침 식사가 올려져 있네요.
 
니다:(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 좀 깨우고 가 주지... 흑흑.)
 
어머니가 방 안에 있는 웬 개를 보지 않았다는 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아침 식사는 평범하게 잘 구운 베이컨과 달걀부침, 그리고 식빵입니다.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유설매는 냄새를 맡다가도, 이내 당신 쪽을 빤히 쳐다봅니다.
 
니다:그.. 식빵 먹어본 적 있어요...? 개가 식빵을 먹어도 되나...? (설매의 얼굴과 아침식사를 번갈아 쳐다본다...)
 
유설매:(뭔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뒤늦게 반응한다) 음, 빵이라면 제 고향에서도 자주 먹었으니 문제 없어요!
다른 것도 약간이지만 알 것 같은데요, 동물의 알을 부친 거랑, 고기 아닌가요?
 
니다:맞... 아요! (설매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 알아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배고플 텐데 반씩 나누어 먹어요. 잘라 드릴까요?
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허둥지둥 갈아입을 옷 챙겨온다...)
 
유설매:인간들은 풍뎅이도 개구리도 먹지 못한다길래 평소에 부실하게 먹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엄청 맛있어 보이는데요?! 아뇨, 니다 씨 식사잖아요. 저는 괜찮 (이라고 말하자마자 꼬르륵 소리가 난다)
(니다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오면, 어느새 수저를 찾아서 음식을 반 나누고 있다)
그렇지, 옷! (눈을 감더니 방울을 딸랑이고 펑 소리를 낸다. 그러자 옷도 건네지 않았는데 같은 복장으로 바뀌어 있다!)
 
니다:뭐? 풍뎅이? 개구리? 아아니, 요괴들은 그런 걸 먹어요...? (아연실색한다) 그, 그런 걸 먹는 인간들도 있겠지만 일단 전 아니에요... 그, 그래도 나름 맛있게 먹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어, 어, 어? (순식간에 잠옷에서 외출복으로 바뀐 옷을 보며 놀란다) 이게 그... 요괴들이 쓰는 요술 같은 건가요...? 우와, 대단하다...! 이대로라면 학교 가는 시간이 엄청 단축되겠어요!
 
유설매:그런가요? 메뉴는 조금 다르지만 맛있는 냄새만큼은 요괴들의 음식과 거의 다르지 않네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아무래도 고구마만으론 부족했는지, 한 10초만에 그릇까지 삼킬 기세로 먹어버린다)
이어으에우어(식탁 건너편에 앉아서 입을 우물댄다. 대충 맛있다는 소리 같다)
짠, 원하는 복장으로 순식간에 변신할 수 있는 요술이에요. 대신 쓰려면 따라하고 싶은 옷을 유심히 관찰해둬야 하지만요. 한순간에 여러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어서 엄청 편해요!
근데 요술이 풀리면 순식간에 원래 옷으로 돌아가니까, 니다 씨는 평범하게 갈아입으세요! 혹시 풀려버려서 인파 한가운데서 잠옷 차림이 되면 조금 쑥스럽지 않을까요?
 
니다:(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어버린 그릇을 당황한 얼굴로 바라본다...) 마... 맛있었다면 다행이에요... 안 맞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열심히 식빵에 베이컨과 프라이를 올려 먹어 보지만 설매와 속도 맞추기는 그른 것 같다)
우와, 그럼 설매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진짜 신기하다... 인간도 이런 요술을 부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허둥지둥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간다)
 
오늘의 아침 식사 역시 가볍게 먹기 좋네요!
 
우유 맛이 나는 식빵은 구워서 바삭하고 고소합니다. 은은하게 버터 향이 나 입맛을 돋웁니다.
 
베이컨은 짭짤하고 쫄깃해서 이 요리의 양념 역할을 합니다.
 
달걀부침은 폭신하고, 노른자 부분을 터트리면 따끈한 반숙이 터져나와 빵을 촉촉하게 적셔 줍니다.
 
마지막으로 우유를 원샷하면 깔끔한 마무리!
 
유설매:푸하, 잘 먹었어요! 덕분에 집에서 신세도 지고, 밥도 얻어먹네요. 이 은혜는 정말 언젠가 갚을게요! 예를 들면 위험한 일이 있을 때 제 힘으로 지켜준다든가. 인계에선 요력을 쓸 수 없으니 아쉽지만 저는 강한 요괴거든요!
(물론 이곳은 평범한 인계이므로 니다에게 딱히 와닿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거죠! (니다를 따라서 자기도 구석구석 씻다가) 근데 그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어요? 인간들의 학교는 아무리 일러도 9시에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니다:(설매가 씻는 모습을 보면서 강아지 목욕시킬 줄은 모르는데 스스로 씻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은 9시에 시작하지만, 오늘은 축제가 있어서 준비하는 학생들은 일찍 오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일찍은커녕 지각하게 생겼지 뭐예요... (이렇게 늑장부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위험한 일이요? (어제 간판이 자신에게 날아왔던 일을 떠올린다) 그러면 저야 고맙죠! 설매가 지켜주면 사람들의 눈에 확 띄겠지만요... 그, 그래도 목숨이 중요하니까요. 음.
 
유설매:그런 거군요...! 인간들, 그것도 학생들이 직접 준비하는 축제라니 정말 기대돼요. (그리고 학교에 가려고 준비하는 과정 내내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졸졸 따라온다)
그쵸?!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 안심하고 계세요! (꼬리가 있었다면 힘을 줬을 것 같은 표정)
 
게으름을 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학교로 가기 위해 후다닥 집을 나섭니다.
 
새파란 하늘, 여름의 습기가 맨살 위로 달라붙습니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날씨가 아주 좋네요.
 
유설매는 당신의 등굣길을 따라오면서 이것저것 묻습니다.
 
유설매:와, 저 쌩쌩 뛰어다니는 철제 상자들은 뭐죠? 저것들도 살아있는 건가요...?! (자동차를 가리킨다))
이건 곳곳에 있네요! 색이 어찌나 사탕같고 예쁜지! (신호등을 가리킨다)
 
니다:앗, 저건 살아있는 게 아니라... 사람을 실어나르는 수레 같은 거에요, 그리고 저 사탕같은 건 저 수레들이 부딪히지 않게 안내해 주는 표지판이고요... 악, 그쪽으로 뛰어들면 안 돼요! (차도로 뛰어들려는 유설매를 보곤 기겁한다)
 
유설매:인간이 끄는 수레들이군요! 저렇게 커다란 걸 옮겨 다니려면 힘들지 않을까요? 인간들은 약한 줄만 알았는데 다들 힘도 좋지! (묘하게 잘못 알아들었다) 네? 여기도 길이잖아요. 아니면 여기는 저 수레들만 다닐 수 있는 길인 건가요?
우리 세상에는 하나도 없는 것들인데... 왠지 판타지 세계에 온 느낌이에요! (혼자 신나서 저도 모르게 앞서간다)
인계의 집들은 다 엄청 큼직하네요. 이렇게 높아서 하늘 위 유리돔을 찌르면 어쩌죠?
 
유설매는 걷는 내내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귀찮게 굽니다.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어요.
 
재빨리 걷고 있으면 자전거를 탄 동급생이 스쳐 지나갑니다.
 
당신 옆의 낯선 얼굴을 보자 의아한 눈치가 됩니다.
 
동급생: 어, 니다 안녕! 그런데 걔는 누구야? 처음 보는 앤데...
 
니다:어, 어, 그러니까... (설매가 또 도로로 튀어나오지 않게 예의주시한다...) 사, 사촌동생이야! 집에 봐주는 사람도 없고, 요번에 축제를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따라왔어, 하하... (멋쩍게 웃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한다)
그, 그렇지! 난 축제를 도와야 해서 먼저 가볼게, 설... 매야, 너도 같이 가자...! (쭈뼛거리면서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동급생: 어? 어, 그래... 학교에서 보자!
 
당신이 어색하게 손을 흔들면, 동급생은 의아한 눈치지만 순순히 손을 흔들며 보내줍니다.
 
유설매:저희 사촌은 아닌데 거짓말 한 거죠? 손님일 뿐인데, 어느새 호칭으론 엄청 가까워졌네요. 기뻐요!
 
유설매는 왠지 기분 좋은 눈치입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아무튼, 몇 차례의 위기(?)를 넘기면 금방 학교가 보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몰려드는 인파를 보니 축제의 인기가 실감 나네요.
 
니다:그, 그런가...요? 그래도 멋대로 거짓말했는데 기분 나빠하진 않아서 다행이에요... 아하하...
 
학교로 들어가 익숙한 관리 부스로 들어가면,
 
축제 위원회장이 당신에게 위원회 목걸이를 나눠줍니다.
 
위원회장: 어서 와, 니다. 오늘 하루 업무 힘내자고.
(늦은 게 분명한데, 별로 화내지 않는다. 개의치 않는 눈치) 오늘 업무는 전체 부스를 돌며 이상이 없나 확인하고, 일손이 부족한 곳이 있으면 돕는 거야.
 
니다:네...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늦은 건 혼나지 않았다, 이대로 의심받지 않고 열심히만 하면 돼...)
 
그리고 위원회장은 담당 부스가 적힌 차트를 건넵니다.
 
차트에 기재된 모든 부스를 돌고
 
빈칸에 전부 도장을 받으면 된다고 하네요.
 
위원회장: 밤 8시에는 캠프 파이어와 포크댄스가 시작되니,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얼른 끝내고 돌아와 줘.
 
니다:네에... (인사 꾸벅) 그, 그럼 어디부터 돌아봐야 하지... (차트를 슬쩍 훑어본다)
 
차트의 빈칸은 네 개입니다. 마술 연구부, 요리부, 미술부, 연극부.
 
유설매:마술 연구부... 요리부? 여기 이것들은 뭔가요? 개인적으로 부스를 내는 게 아니에요?
 
니다:개인이 아니라 동아리에 소속된 사람들이 모여서 부스를 내는 거예요. 그래도 돌아야 할 부스가 적어서 다행이네요...
 
유설매:동아리... 그런 게 있군요! 학교 공부 말고도 하고 싶은 걸 다같이 모여서 활동하고 이렇게 부스도 내는 거였군요! 우리 축제는 각자 내고 싶은 점포를 내는데 신기하네요.
그렇지, 니다 씨는 어떤 동아리에요?
 
니다:저는... 의상 디자인부인데, 의상을 전시해두면 꼭 누가 훼손해두고 간다고 해서 이번엔 동아리 쪽에서 부스를 내지 않았어요, 대신에 축제 도우미로 불려가게 됐지만요...
개인이 점포를 낼 수 있다니... (신기하다) 설매도 점포 내 본 적 있어요...?
 
유설매:의상 디자인이라니, 저도 옷감이나 옷을 짜서 판 적이 있는데...! 요즘은 다른 일이 바빠서 그렇게까진 못 하지만, 아직도 옷을 파는 점포가 있으면 꼭 둘러봐요. 니다 씨의 디자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 부스를 안 낸다니 아쉽네요... 의상을 망가트리는 나쁜 인간은 제가 혼내줄 수 있는데!
그럼 어디부터 구경할 거에요? (구경하는 게 아니다)
 
니다:우와, 저는 상상만 하던 걸 정말로 해 봤다니... (갑자기 설매가 다르게 보인다) 요괴라는 건 정말로 멋진 종족이네요, 저는 아직 어려서 시도도 못 해 봤는데...
그, 그래도 올해는 아예 부스를 내지 않았으니까 의상을 훼손할 사람도 없을 거예요, 아하하... 그, 그러게요, 일단 맨 앞에 있는 마술 연구부부터 볼까요...? 어쩌면 요괴들이 쓰는 요술이랑 비슷할지도 몰라요. (인간들의 마술은 그저 눈속임이지만...)
 
유설매:하지만 니다 씨도 의상 디자인부라면서요? 축제 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열심히 옷을 만드는 거니까 그 쪽이 더 대단하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저희 같은 걸 좋아하네요, 기뻐요! (꼬리가 있었다면 마구 흔들렸을 것 같은 눈치)
옷감 짜는 건 어렵지도 않아요. 요괴들은 남는 게 시간이니까. 물론 전 가르침을 받은 게 워낙 오래 전이라 실패하면서 하느라 애 먹었지만...
마술? 이름만 들으면 엄청 굉장한 것 같은데요. 인간들은 할 줄 아는게 정말 많네요. (즐거운 눈치로 따라간다)
 
마술 연구부의 부스는 벌써 손님맞이를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여러 장의 트럼프 카드와 가랜드로 화려하게 꾸민 교실은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교실의 좌측에서는 풍선 아트가, 우측에서는 마술 공연이 한창입니다.
 
니다:우와, 신기하다... 저렇게 풍선을 배배 꼬는데도 터지지 않는다니... (넋 놓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다) 우, 우리 풍선이 있는 저쪽부터 먼저 가 봐요...!
 
유설매:풍선?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왜 저렇게 괴롭히는... (모양이 점점 벌어지는 걸 보며 입을 점점 벌린다) 우와...!
 
부원이 열심히 온갖 모양을 만들어주고 있지만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풍선을 만들 일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를 본 부원이 아는 체합니다.
 
부원: 마침 잘 왔어! 일손이 부족한데 우리 좀 도와줄래?
잘 못 해도 괜찮으니까 풍선 좀 만들어주라!
 
당신의 손에 바람 넣는 기구와 풍선 꾸러미가 쥐어집니다.
 
니다, 풍선 아트를 배워본 적은 있나요?
 
있건 없건 당신은 해야만 합니다...!
 
어떻게든 꼬아 봅시다. 니다, 손놀림 판정.(총 3번까지 판정할 수 있습니다)
 
니다:어...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터뜨리면 어떡하지...? (손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상태로 어떻게든 풍선을 잡아 본다...)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처음으로 잡은 풍선이 터집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유설매가 화들짝 놀랍니다.
 
니다:꺅! (풍선이 터지면서 니다의 손에는 풍선 입구밖에 남지 않는다...)
다, 다시 한 번... 이, 이번엔 잘 할 수 있을 거야... (손을 벌벌 떤다...)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이번에 잡은 풍선도 화려하게 터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몰려듭니다...
 
터트리는 중간중간 괜찮은 작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익숙치 않아서인지 아직도 감이 잡히질 않네요.
 
유설매:(옆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풍선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다) 우와, 있었는데 방금 없어졌어요! 이것도 마술인가요?
손에 잡은 게 한순간에 터지는 마술!
 
니다:...아니에요... 이건 실패작이에요... (역시 나는 풍선꼬기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 그... 렇지, 설매도 한 번 해 볼래요...? 의외로 괜찮은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곤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고 풍선을 꼬아 본다...)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딱 한 번만 재판정해 주세요! (ㅠㅠ)
 
니다: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이런)
 
마지막에 잡은 풍선마저도 당신의 마음을 모르고 터져버립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얼굴에 의문이 깊어집니다...
 
대개는 알바인가, 하고 넘어가는 눈치지만요.
 
유설매:음... 이거 터지는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깜짝깜짝 놀라긴 하지만, 신기하니까 한 번 해 볼게요.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아무래도 둘 다 풍선 꼬기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연이어 울리는 펑펑 소리에 부원이 곤란한 눈치로 이쪽을 봅니다.
 
부원: ...저, 얘들아! 옆에 마술 공연 쪽이 더 급한 것 같은데 그쪽 일손부터 도와주지 않을래...? (하하)
 
니다:그, 그럴까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풍선 아트는 처음이라... (등 뒤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마술 공연도... 도와주고 올게요, 죄송합니다...
우, 우리 저쪽으로 가 봐요, 풍선 더 터뜨리면 곤란해지니까요... (설매에게 속삭인다)
 
유설매:하긴 계속 터트리면 손님들이 들고 갈 수 있는 게 없겠네요... (같이 조금 기운이 처진다)
 
마술 공연은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빤히 쳐다봅니다.
 
아니, 설마?
 
니다:...시, 신체 절단이요...? (겁을 먹고는 뒷걸음질한다...)
 
당신은 그대로 신체 절단 마술의 희생양이 됩니다.
 
부장은 그렇게 말하며 당신의 머리에 토끼 귀를 씌워줍니다.
 
이윽고 당신은 머리만 내놓은 채로 상자 안에 갇힙니다.
 
니다:(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제우스님 살려주세요... 전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요...)
 
설상가상으로, 그는 다섯 개의 칼을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당신을 봅니다.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죠?!??!
 
첫번째 칼이 날아와 꽂힙니다. 행운 판정입니다.
 
니다:
기준치: 65/32/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나... 통 아저씨가 되는 건가...)
 
스릉, 꽂히는 칼에 교복을 조금 베입니다.
 
부장은 조심스럽게 두번째 칼도 꽂습니다.
 
아픈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예술/공예 판정입니다.
 
*앞서 진짜로 칼에 베일 뻔했기 때문에 보너스 주사위 있습니다!
 
니다:
예술/공예 Roll
기준치: 45/22/9
굴림: 70, 94, 83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아, 아야야야... (필사적으로 연기를 해 본다)
 
어... 당신은 너무 필사적이었던 나머지 거의 죽은 사람처럼 연기를 합니다...
 
마술인 걸 아는 사람들은 신기한 눈치로 보고 있을 뿐이지만,
 
마술이 가짜라는 걸 모르는 유설매는?
 
아니나다를까 유설매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위험하다고 오해해버린 모양입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뛰어들 것처럼 몸을 숙입니다.
 
...아까 위험할 때 지켜달라고는 했지만, 이런 의미는 아니었다구요!!
 
니다:(아, 아니야, 설매야 진정해!!!!)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니다, 대인 기능 판정.
 
니다: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설매에게 어떻게든 지금은 위험하지 않다고 입모양으로 말해본다...)
 
당신의 다급한 제스처에 유설매는 점점 진정하기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온통 웃고 떠드는 것도 그렇고
 
대충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건 알게 된 모양입니다.
 
하여튼 마술은 여차저차 성공적으로 끝납니다.
 
부원이 수고했다며 당신을 상자에서 꺼내줍니다.
 
부장: 너 정말 연기 잘하더라! 관객분들이 엄청 재밌어하셨어.
...근데 연기 맞지?
 
니다:그, 그럼요! 그냥 아픈 척을 한 것 뿐이에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교복이 찢어진 건 집에 가서 수선하면 되니까...)
 
부장: 그, 그래? 다행이네! 중간에 한 번 칼이 잘못 들어가서 걱정했어, 하하.
 
한 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잔뜩 걱정하는 얼굴의 유설매가 반겨줍니다.
 
유설매:니, 니다 씨! 괜찮으세요?? 저 정말 니다 씨가 칼에 찔리는 줄 알고... (잔뜩 처진 팔자 눈썹)
풍선도 그렇고 여긴 왜 이렇게 요란한 게 많아요...? (그리고 팔짱을 끼며 매달린다)
 
니다:괯 괜찮아요, 저건 그냥 눈속임일 뿐이에요, 실제로는 전혀 찔리지 않았어요, 멀쩡해요! (교복이 조금 찢어졌을 뿐 멀쩡한 몸을 보여준다)
워, 원래 풍선은 요란하면 안 되는 건데...(자신이 터뜨린 풍선들을 생각한다) 그, 그래도 시끌벅적하니 축제 느낌이 나고 좋잖아요, 실수가 많긴 했지만요...
 
유설매:눈속임... 그럼 가짜로 칼을 꽂은 거군요! (조금 신기한 듯 얼굴의 먹구름이 걷힌다) 그런데 인간들은 왜 그렇게 칼을 꽂고, 위험한 일을 하는 거에요? 재밌어서인가요?
하긴 요괴들끼리도 연극같은 건 하는데, 비슷한 건가 봐요! 여긴 유독 사람이 정말 많아서 축제에 온 기분이 나기는 하지만,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조심 같이 다니는 게 좋겠어요.
이제 어디 갈 거에요? 전 칼을 쓰는 부스만 아니면 다 좋아요. (손을 꼭 잡고 놔주지 않는다)
 
니다:뭐랄까...(고민한다) 누가 봐도 죽을 것 같았는데 죽지 않았다! 라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같아요, 저도 저런 마술을 보면 정말 죽지 않을까 조마조마한데... 그래요, 연극! 연극이랑 비슷한 걸지도 몰라요.
그...렇죠? (어느새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은 설매가 어쩐지 부담스러우면서도,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에고,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이 더 많아졌어요...
칼을 쓰지 않는 곳... 그렇지, 연극부를 가 볼래요? 앗, 그 전에 시트에 도장을 받아야 하는데, 부장이 어디 있지...
 
마침 일을 마치고 우리를 따라온 부장이 도장을 꺼내 빈 차트에 찍어줍니다.
 
꾹, 비둘기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유설매:인간들이 원래는 할 수 없는 신기한 일을 보여주는 거라서 인기가 많은 걸지도요...! 풍선에서 개를 만들어낸다든가! 그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니다 씨 말대로 요술이랑 비슷하네요.
엇, 이러다 휩쓸리겠어요! 얼른 연극부로 가요. 인간들은 어떤 내용의 연극을 할지 궁금하네요!
 
소강당에서는 연극부의 연극 준비가 한창입니다.
 
앞으로 약 30분 후, 본 공연이 시작된다는군요.
 
부장이 당신을 발견하자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딱 봐도 일손이 부족한 눈치입니다.
 
니다:네...? 네! 저희라도 괜찮으면 도와드릴게요!
(이렇게 부스를 돌아다니면서 돕는 게 도우미의 역할인가 봐...)
 
여기저기 일손이 부족해 보이네요!
 
하긴 아무것도 돕지 않는다면 도우미가 아니라 관객이랑 다를 게 없겠죠...
 
여하튼 안내를 따라가면 옮겨지다 만 무대 세트가 보입니다.
 
무거운 짐을 옮기기만 하면 되겠네요.
 
니다:
근력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무거운 세트를 혼자서도 실어 나릅니다.
 
몇몇 학생들이 당신을 보며 소리를 지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천장을 보고 있네요.
 
...?
 
니다:어...? (자신도 모르게 천장을 본다...)
 
고개를 들면 무대용 조명장치 하나가 당신 쪽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문득 데자뷰를 느낍니다.
 
분명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니다:(으아악! 어제부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단 피하고 봅니다!)
 
니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합니다.
 
니다:(...나 혹시 스턴트맨에 재능 있는 거 아닐까?)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치가 박살 납니다.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주변인들은 당신의 힘세고 민첩하기까지 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칩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곧 부장이 달려와 깨진 조명을 보고 경악합니다.
 
니다:아하하... 다행히도 잘 피해서 다친 데는 없어요, 그보다 조명이 깨졌는데.... (어제 간판 피한 걸로 민첩함이 상승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부주의가 원인이라며 자책하다가,
 
문득 혼잣말로 툭 말합니다.
 
그 말은 꼭,누군가가 당신을 해치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니다:(엥? 그럴 리가...? 나를 해치기 위해서 일부러...?)
 
유설매:(잔뜩 울상인 표정으로 다가온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좀 쉬었다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혹시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제가 계속 살피고 있을게요.
 
부장도 맞장구칩니다.
 
니다:예... 예? (하지만 누가 평범한 학생들을 해치려고 저렇게까지...?) 그, 그래주면 저야 고맙죠... 설매도 무리하지 말아요... (뻘쭘)
그, 그렇지, 연극 보고 갈래요? 마침 부장님도 보여주신다고 했으니까...
 
유설매:저야 뭐든 좋아요! 축제잖아요. 열심히 즐길 수 있어요...! 사고가 좀 많긴 하지만...
 
니다: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올해 유난히 사고가 많은 것 같네요... 그, 그래도 조명을 치웠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요...
 
유설매:그럼 다행이에요. 여긴 리허설이라 사람도 없으니까, 우리 맨 앞줄에 앉아서 봐요!
 
자리에 앉으면 불이 꺼지고, 커튼이 열립니다.
 
연극이 시작되면, 배우들이 나와 열심히 연기를 합니다.
 
처음엔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유설매도 어느새 공연에 듬뿍 몰입합니다.

핸드아웃: 연극: 신목의 시

 

이 이야기는 네 그루의 신목에 대한 내용입니다. 평평한 세계에서 두 그루의 신목을 수호하던 신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에 신목은 두 그루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뒤집힌 세계에는 또 다른 두 그루의 신목과 그를 지키는 무녀가 있었습니다. 무녀 역시 세상에 신목은 두 그루밖에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요! 신목은 세계를 잇는 출입구였습니다. 운명의 문이 열리고, 평평한 세계의 신관과 뒤집힌 세계의 무녀는 서로를 만나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은 신목 아래에서 백년가약을 맺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사랑은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평평한 세계에 멸망이 찾아왔기 때문이죠. 신관은 사랑하는 무녀가 있는 곳으로 멸망이 건너가지 못하게 수호하던 신목을 불태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무녀가 그 사실을 알 턱이 있을까요. 그저 찾아오지 않는 신관과 열리지 않는 신목을 원망하며 기다리는 수밖에요. 수천 번 해가 뜨고 수천 번 달이 떠도 오지 않는 사람을, 그는 아직도 기다린다고 합니다….


 
연극이 끝나고, 조명이 켜집니다.
 
유설매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신중하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웃었던 사람들, 울었던 사람들 모두 무대로 나와 인사합니다.
 
옆에서 박수 소리가 들립니다.
 
니다:우와, 정말 멋진 연극이었어... 요... (소매로 눈물을 슬쩍 훔친다...)
 
부장은 안도한 기색으로 도장을 꺼내 빈 차트에 찍어줍니다.
 
꾹, 나무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니다: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별 탈 없이 도장을 찍었어요... 비록 다칠 뻔했지만요... (연이은 사고에 혼이 쏙 빠진 듯한 표정이다...)
 
유설매:그래도 앞으로는 사고 없이 끝날 거에요. 제가 그렇게 만들게요! (어쩐지 두 팔에 힘이 꽉 들어가 있다)
(니다를 해치는 사람들을 다 해쳐버리겠다는 눈빛)
...음, (머쓱한지 목을 가다듬는다) 그것보다 어땠어요? 연극 너무 슬프지 않았어요...?
 
니다:어... 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평범한 여중생을 누가 그렇게 해치겠다고... 괜한 일에 힘 쓰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맞아요, 결국 무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평생을 기다리는 거잖아요, 너무 슬퍼요... (다시 한 번 소매로 눈물을 훔친다)
 
유설매:괜찮아요, 저한테 믿고 맏겨주세요! (어필하는 것처럼 팔을 붕붕 흔든다)
사실 이계에도 같은 내용의 전설이 있거든요. 어쩌면 우리 전설이 이쪽으로도 퍼진 걸까요? 알던 내용인데, 이렇게 연극으로 보니까 멋지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네요...
무녀도 무녀지만, 한 마디 말도 못 전하고 만나고 싶던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신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니다:어라, 그런가요...? (이계에도 이런 전설이 있다고?) 비극적인 사랑을 떠올리는 건 여기나 거기나 비슷한가 봐요, 그나저나 신기하다, 같은 전설이라니... 옛날 옛적에도 설매처럼 이계에서 넘어온 사람... 아니... 요괴가 있었던 걸까요?
 
유설매:사실, 인계로 요괴들이 넘어오기도 하지만 우리 세계로 인간들이 넘어오기도 하거든요. 여기 나왔던 대로 신목을 통해서요! 그런 사람들은 제가 돌려보내는데, 어쩌면 그 중 한 명이 이 연극을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아니면 신목을 소재로 하다 보니 내용이 겹친 걸수도 있겠네요. 이쪽 인간들도 신목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연극은 정말 좋았지만, 전 역시 모두가 행복해지는 내용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살짝 고인 눈물을 훔친다)
 
니다:요괴들이 신목으로 넘어온다고요...? 인간도 넘어가고...? (처음 듣는 얘기에 아연실색한다) 신목 얘기는 그저 전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신목에 대한 전설을 믿는 사람은 여기엔 거의 없어요, 그래도 오래된 나무라서 환경보호 차원으로 잘 가꾸어주고 있긴 해요...
그, 그래도, 신목이 지금까지 있어서 설매가 여기로 넘어올 수 있었던 거네요... 잘 한 일인 것 같아요...
(훌쩍) 그러게요,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유설매:아, 정말 가끔이지만요. 대략 백 년에 한 번씩? 인계에 대한 것도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됐어요. 물론 이야기를 듣는 것보단 실제로 이렇게 와 보는 게 훨씬 실감나고 알아가는 것도 잔뜩이고요! 여기 오게 된 게 저라서 다행이에요. 좋은 일로 온 건 아니지만...
세계를 넘는다는 일이 쉽지 않아서 둘의 사랑도 슬프게 끝났나 봐요. 역시 요괴와 인간이 연을 맺기는 힘든 것 같아요. 전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뒷말은 흐린다)
...다음엔 어느 부스로 갈까요? 요리부? 아니면 미술부?
 
니다:그, 그러게요, 전 지금처럼 요괴와 인간이 만나면 하하호호 즐겁게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매의 말을 듣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렇게 연을 맺기가 힘든가요..? 그럼 저랑 연을 맺게 된 건... 이번엔 성공할지도 모르겠네요...!
우와, 이번 말고도 몇 번 인간을 만나봤구나... (자, 잠깐, 그럼 나시가 어떻게 되는 거지? 요괴니까 인간보다 나이가 더 많으려나?) 그, 그래도 인간의 문화는 신기한가 봐요, 하하, 배고프니까 요리부에라도 갈래요...?
 
유설매:(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린다) 그렇네요! 저흰 지금도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니까요...! 분명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을 거에요. 언젠가 저희 세계에도 한 번 놀러오세요. 신기한 것들을 이것저것 소개해 드릴게요.
하는 일 때문에 몇 번 있었어요. 늘상 요괴들만 보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생활이 바뀌거든요. 인간들을 제가 지켜주는 것만큼 얻어가는 것도 있어요.
인간들도 지금쯤 점심을 먹는군요. 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으니까 뭐라도 시켜 먹어요! 아, 아니면 인간들의 학교는 먹을 걸 안 주나요?
제가 좀 많이 먹어서... 그거 다 니다 씨 돈으로 나갈 텐데... (걱정으로 목소리가 작아진다)
 
니다:어... (고민한다) 평소에는 점심시간마다 학교에서 밥을 나눠주긴 싸는데, 오늘은 축제날이라 할지 안 할지 모르겠네요... 그, 그래도 여기 선생님들은 적어도 학생이 많이 먹는다고 뭐라고 하진 않으니까 안심해도 돼요! 아, 사먹는다면 조금 곤란해지겠지만요...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었지...)
그렇구나... 저도 설매와 친해져서 알게 된 것도 많으니까 똑같은 섬이네요. 어떻게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설매가 살고 있는 곳도 보고 싶어요. (그보다 정말 어떻게 가지? 차원이동?)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 얘기를 꺼내자 스피커에서 점심시간이니 급식실로 이동하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유설매:아, 다행이에요! 니다 씨 지갑에 신세지지 않아도 돼요...! 음, 그럼 요리부에서는 밥보다는 간식 위주로 팔겠네요. 밥은 학교에서도 주니까요!
인간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우리 쪽으로 올 수 없지만... 음, 언젠가 운 좋게 휘말린다면 될 지도 몰라요. 인간을 너무 궁금해하는 요괴들도 있고 여기랑은 풍경이 많이 달라서 니다 씨라면 좀 겁먹을 지도 모르겠지만...
진짜로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도 니다 씨를 지켜 줄게요. 헤헤.
 
축제 구경도 식후경!
 
우리는 밥을 먹으러 향합니다.
 
급식실에는 배를 채우러 온 학생들로 장내가 북적거립니다.
 
길게 이어진 줄 너머로 오늘의 점심 메뉴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의 메뉴는... 맛있는 편 1 맛없는 편 2 1
 
감자탕과 제육볶음,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하나씩 나옵니다!
 
조금 기다리다 보면 사람은 금방금방 빠지고, 우리가 배식을 받을 차례가 됩니다.
 
니다:앗, 벌써 우리 차례인가 봐요...! 이렇게 기다렸다가 하나씩 주는 대로 받고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면 돼요. 그, 모르겠으면 제가 하는 거 보고 따라해도 좋아요...
 
유설매:(옆에서 설명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밥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에요. 꼭 공장 같네요! 음, 그럼 니다 씨가 앉고 싶은 자리에 따라 앉을게요.
 
요괴는 당신을 보고 서툴지만 천천히 배식을 받습니다.
 
몸짓이 어색해서, 혹시라도 수상해 보일까 심장을 졸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니다:(급식 공장...)
 
니다가 배식받은 식판은 어떤 모습인가요?
 
(예: 밥의 양이나 특별히 안 먹는 반찬이라든지...)
 
니다:(제육볶음 조금, 감자탕에 고기 많이, 소시지 반찬 가득, 밥은 적당히, 아이스크림은 인당 1개씩이라 입맛만 다신다...)
 
고기가 가득한 식판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다셔집니다.
 
한편 당신을 따라 유설매가 제 식판을 올려놓습니다.
 
그 위에 있는 건...
 
모든 메뉴를 당신의 2배 정도를 쌓아 온 모습입니다.
 
니다가 평소에 입이 짧다면, 마치 다른 세계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이게 한 끼에 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인 걸까요?
 
그것보다 당신은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 먹고 나가야 하는데
 
이래서야 시간 안에 먹을 수는 있을까요...?
 
니다:(식판에 가득히 쌓아온 음식의 양을 보고 입을 벌린다) 그, 어, 원래 이렇게 많이 먹는... 편인가요? (요괴니까 위장도 요술을 부릴 수 있는 건가?)
 
유설매:(밥도 반찬도 말 그대로 산처럼 쌓아온 모습이다) 많이 움직이는 만큼 많이 먹어야죠. 더 달라고 하니까 나눠주시는 분들이 웃으면서 팍팍 퍼주셨어요!
게다가 필요하면 더 받으러 오래요. 밥도 잔뜩 주고, 인계의 학교란 정말 좋은 곳이네요...!
사실 이계에서는 매번 이렇게 먹진 않지만... 인계 음식이니까, 먹을 수 있을 때 잔뜩 먹어두고 싶어요!
(일단 제일 익숙한 고기반찬을 떠먹는다) 고기 좋아하세요? 니다 씨는 많이 드시면 좋을 것 같은데... 제 것도 좀 나눠 드릴까요?
 
니다:아, 아녜요, 저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 (설매가 먹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허겁지겁 먹는다) 그래도 맛있다면 다행이에요, 저희 학교 학생들은 급식이 맛없다고 자주 밖에 나가서 사먹고 오거든요... 오늘은 축제날이라 더 사람이 없으니 반찬이 많이 남아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유설매:(설매의 마음 속 오늘 급식의 점수는... 17점!)
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잔뜩 주는데 안 먹는다니...! 하지만 모처럼 축제인데, 다들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어하겠죠? (끄덕이며 밥을 잔뜩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씹을 수록 표정이 미묘해진다) 으음... 음... 으으음... (급격하게 말수가 적어지고 식판에 얼굴을 박는다...)
...혹시 저녁은 어떻게 하실 거에요? 니다 씨, 혹시 요리 잘 하세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눈치로 묻는다)
 
니다:그렇겠죠? 앗, 그러면 설매에겐 오늘 먹는 음식이 특별한 음식이겠네요...! 아무래도 원래 있던 곳에선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이니까요.
어... (음식이 입에 안 맞나...? 어쩐지 미묘해진 분위기를 감지한다...) 저녁이요? 저, 저는 요리할 줄 모르는데... 엄마가 차려준다면 그걸 먹거나 아니면 사먹거나 해요. (요, 요리할 줄 알아야 했나? 나 아직 학생인데?)
 
유설매:맞아요! 인계의 음식을 직접 먹을 수 있다니 기쁜데...... 그, 생각해보니 우리 세계 음식들은 향신료를 거의 안 넣거든요... 소금 같은 게 워낙 귀하다 보니까. (거의 한 수저에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있다)
그, 그래도 이런 문화 차이가 있다면 받아들여야겠죠...! 전 인간이 좋으니까요!! (꿋꿋하게 음식을 입에 밀어넣는다)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요리할 줄 아시면 니다 씨의 음식도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러고보니 집에 가족분이 같이 사신댔죠? 그럼 혼자서 온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겠네요! 어, 근데 전 가족이 아닌데 먹어봐도 되는 건가요...?!
 
니다:그렇구나... 그건 또 처음 알았네요. 신기하다... 그런데 혹시 급식이... 짠 편인가요? 여기에선 사람들이 짜고 맵고 단 걸 좋아해서 향신료도 듬뿍듬뿍 넣거든요. 그,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다 못 먹겠으면 남겨도 돼요... (자신도 조금 남긴 음식을 식판 한켠으로 치운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계란 프라이 부치기가 전부지만요... 그래도 저희 엄마는 요리를 굉장히 잘 하시니까 괜찮아요! 어... 친구를 데려왔다고 하면 엄마도 환영해주실 거예요, 한 번도 데려와본 적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도요.
 
유설매:정말요? 왠지 남은 음식들한테 조금 미안하지만... (허락을 받은 것처럼 남은 음식을 냉큼 옆으로 밀어둔다. 그래도 소시지만 빼고 깔끔하게 비웠다!) 음, 전 낯설어서 잘 안 맞았지만, 매 식사마다 이렇게 강렬한 맛을 느낄 수 있다면 누구나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덕분에 같은 재료를 써도 맛이 가지각색인 게 정말 신기해요!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남의 음식을 먹어볼 일이 좀처럼 없어서 기대돼요! 그럼 니다 씨의 친구 신분으로 놀러가는 건 제가 처음인가요?? (첫 친구라는 말에 왠지 눈에 띄게 기쁜 기색이 된다)
저 앞으로도 열심히 일 도울게요! (힘내서 아이스크림을 짜먹는다)
 
제육볶음은 부드럽고 폭신합니다.
 
야들야들한 기름은 느끼할 새도 없이 양념의 매운맛으로 덮입니다.
 
감자탕 국물은 얼큰해서 우거지와 뼈에서 긁어낸 살점을 함께 떠먹으면 시원하게 넘어갑니다.
 
볶은 멸치는 고소하고 오독오독하게 입안에서 씹히고,
 
소시지는 정석적인 소금 양념이 입맛을 돋굽니다.
 
입가심은 아이스크림으로 합니다.
 
마침 초콜릿 맛이네요.
 
쭈쭈바를 짜 먹으면 눈을 가득 먹은 것처럼 시원하고 상쾌해집니다.
 
양껏 먹고 나면,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섭니다!
 
니다:(식판을 반납대에 둔다) 잘 먹었습니다! 설매도 맛있게 먹었나요? 아까 표정이 조금 미묘해 보이길래...
 
유설매:엄청 배불러요~ (따라서 식판을 뚝딱뚝딱 정리한다) 식사도 했으니 이제 또 일 해야겠죠...! 걷다 보면 소화도 금방 될 거에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당신은 자연스럽게 차트를 꺼내듭니다.
 
도장이 빈 곳은 이제 요리부미술부뿐이네요.
 
니다:으음... 배부르니까 미술부를 가 볼까요? 요리부도 좋긴 한데 점심 먹고 무언가를 또 먹으면 배가 터질지도 모르니까요... 어때요?
 
유설매:미술부면 저희가 그림을 그리는 건가요? 재밌을 것 같아요! (그리고 빨리 가자는 듯 손을 끌어당겨 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미술부 부스로 온 당신은 떠올립니다.
 
이쪽은 문화제의 꽃, 귀신의 집을 담당하고 있단 사실을...
 
특히 올해 귀신의 집은 폐쇄 병동 컨셉으로,
 
리얼한 분장과 퀄리티 높은 세트로 축제 시작 전부터 주목받던 부스입니다.
 
붕대를 둘둘 감은 부장이 나와 말합니다.
 
미술부 부장: 밝을 때 시작하면 안 무서울 거라고 해서 늦게 열기로 했거든요. 해가 지면 개장이에요.
준비는 다 끝났는데… 아, 그 전에 테스트 팀이 되어주시겠어요?
 
니다:테, 테스트 팀이요...?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부스를 보고는 어쩐지 무서워진다) 해... 볼래요? 이거 가짜로 사람들을 놀래끼는 부스거든요, 아까 그... 칼 꽂아넣는 마술쇼처럼요.
 
유설매:사람들을 일부러 놀래킨다고요? 그게 재밌을까요...? 음, 요괴 사이에서도 가끔 담력시험 같은 건 하는데 그런 건가 보네요! 헤헤, 전 준비됐어요. 인간들의 것인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체험해 보고 싶어요.
 
부장: 하실 거면 시작 전에 각자 잡고 계신 손을 들어 주시겠어요?
 
니다:어, 손 잡아야 하나요...? (머뭇거리다가 슬쩍 설매의 손을 잡는다...)
 
당신이 유설매와 손을 잡으면, 부장은 리본으로 두 사람의 손목을 묶어줍니다.
 
미술부 부장: 이게 있어야 서로 떨어질 위험이 없거든요. 세트장이 좀 넓어서 길을 잃을 수도 있어서요!
그리고... 너무 무서워서 한쪽이 상대를 버리고 도망가 버리면 안 되잖아요?
 
부장은 왠지 오싹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니다:(살려줘!!!!)
 
미술부 부장: 그렇지, 너무 무서우면 손을 들고 "못 찾겠다 꾀꼬리"라고 말씀하셔도 돼요. 바로 퇴장 도와드릴게요.
 
아무튼, 그렇게 두 사람은 귀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발을 들이자마자 싸한 소독약 냄새가 퍼집니다.
 
유난히 강한 냉방 때문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네요.
 
무시무시한 음향 효과에 드라이아이스 연기까지, 제법 잘 만든 세트장입니다.
 
니다, 평소에 귀신을 무서워했던가요?
 
니다:(이거 테스트 맞지? 이렇게까지 잘 테스트할 필요는 없었는데... 무서워... 요괴도 있는데 귀신이라고 없을 리가 없어...)
(추워서인지 벌써부터 몸을 벌벌 떤다)
 
사방에 놓인 으스스한 의료기구들이며 녹슨 철창, 피가 묻은 주사기 같은 것이 눈에 띕니다.
 
정말로 귀신이 당장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당신이 달달 떨고 있으면 유설매가 손을 꽉 잡아줍니다.
 
유설매:괜찮아요, 니다 씨를 해치려고 하는 나쁜 것들은 제가 다 물리쳐 줄게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저런 것들 말이죠...! (어딘가를 가리킨다)
 
니다:아, 아니에요, 안 지켜줘도 돼요...! (설매라면 요술인지 뭔지를 써서 여기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어, 그런데 저건... (무심코 설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본다...)
 
그가 가리키는 우리의 뒤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손끝으로 짚은 지점에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습니다.
 
이 속도로 걸으면 분명 잡힐 거예요!
 
니다:엄마야!!!!!! (설매의 손을 꽉 잡고 반대편으로 힘껏 달려간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죽자살자 달립니다.
 
이곳이 가짜에 불과한 세트장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헐레벌떡 달리다 보면,
 
너무 넓은 공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길이 하나같이 익숙합니다.
 
왠지 아까도 도망치며 지나온 길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왔던 길로 돌아가자니 왠지 느낌이 쎄합니다.
 
설마 진짜로 길을 잃어버린 걸까요?! 항법 또는 관찰력 판정입니다.
 
니다:어, 어어...? (그래도 학교 안일 텐데 우리 학교에 이런 곳이 있었나...?)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자세히 살펴보니, 낯선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네요.
 
유설매:와, 여기 정말 넓네요. 진짜 병동에 갇힌 것 같아요!
여기서 나오는 게 진짜 귀신이었다면 제가 혼내 주면 될 텐데 말이에요... (가만히 있으라는 니다의 말을 지키느라, 어렵다는 표정을 하며 그저 졸졸졸 따라온다)
폐쇄 병동에선 보통 어떤 귀신이 나오나요? 음, 약을 무지 쓰게 지어주는 귀신? 그런 건 상상만 해도 무서운데요...
 
니다:으음, 보통 영화 같은 데 보면 의료사고로 죽은 사람의 귀신이나, 아니면 병원에서 이상한 실험을 하는데 그 실험으로 괴물이 된 사람이라거나... 아무튼 병동이란 건 무섭지 않나요? 막 칼도 있고, 바늘도 있고, 피도 있고... 별로 밤엔 가고 싶지 않아요... (으으)
그, 그래도 여기 나오는 귀신들은 전부 분장한 사람들이니까 혼내면 안 돼요...! (진땀을 흘린다) 그, 그래도 설매가 곁에 있어주니 안심이 되네요, 혼자서는 절대 못 갔을 거예요...
 
유설매:물론이죠, 얌전히 있을게요! 평범한 인간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병동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곳이라니, 그런 거 보면 무서워서 병원을 어떻게 가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걸 잘 모른다)
...... 아, 아니! 저도 같이 떨면 안 되죠! 이쪽은 몇백 년을 묵은 요괴니까요. 귀신 같은 거 무섭지 않아요! (왠지 자신 없는 목소리)
저도 옆에서 같이 대화할 상대가 있으니까 조금 덜 무서운 느낌이에요. 저 버리고 먼저 도망가시면 안 돼요...! (묶인 팔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니다:그, 그렇죠...? 저도 처음 보고 병원에 가는 게 무서웠어요... 하지만 실제로 병원은 평범하게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곳이니까요, 이렇게 대놓고 으시시한 곳만 아니면 괜찮을... 거예요...
저, 저야말로 먼저 도망가시면 안 돼요! 안 그래도 달리기가 빠른데 혹시 리본도 무시하고 막 달리면 저만 홀로 남게 될 거예요... 귀신들의 소굴 속에...(상상만 해도 무서워진다...)
그, 그보다 출구는 어디에 있을까요...? (잽싸게 말을 돌리고는 두리번거리면서 아까와는 다른 통로로 향한다)
 
당신의 두고 가지 말라는 당부가 무색하게,
 
유설매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손을 꽉 잡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보폭을 맞추기 위해선 당신도 달려야 합니다.
 
니다:같이가요오오오오옵!!!! (설매가 이끄는 대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다!)
 
그는 우다다다 달려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춥니다.
 
왜 갑자기 달렸는지 물으면 유독 얼빠진 표정으로,
 
유설매:그러게요?
 
라고 되묻습니다...
 
니다:어, 헉, 헉, 헉... (힘든지 숨을 고른다) 귀, 귀신이라도, 쫓아... 왔나요...? 허억...
 
유설매:어... (어쩐지 어물거리기만 한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왠지 달려야 할 것 같아서...?
...그런데 정말 뭐가 우릴 쫓아온 거였죠?
 
아까부터 귀신이라곤 하나도 나오지 않는데 왠지 오싹합니다!
 
유설매는 주변을 살피더니 묻습니다.
 
유설매:어디서 바람 소리가 들려요. 출구가 좀 가까워진 것 같은데...
엄청 무서운 줄 알았더니, 여태껏 귀신이라는 것도 안 나오고... 생각보다 괜찮네요!
 
니다:그, 그러게요, 아까 테스트라고 했는데 그래서 귀신이 없나 봐요... 그래도 분위기 조성은 잘... 해 뒀네요... (분위기만으로 겁먹는다) 그, 그래요? 에어컨 바람 소리면 어떡하지... 그래도 출구라면 어서 가 봐요...! (무언가 튀어나올까 봐 바짝 긴장해 있다)
 
그가 끌어당기는 대로 더듬더듬 걸어나가면,
 
쿵! 갑자기 위에서부터 인체 모형이 떨어집니다.
 
깜짝이야!
 
니다:꺄아아아아아아악!!!!!!!
 
유설매:어라? 이것도 사람인가요? 안녕하세요!
 
다행히, 그의 말이 사실인지 저만치 앞에 출구가 보입니다.
 
유설매:(안 움직이는 걸 보고 모형임을 깨달았는지 관심을 꺼둔다) 음, 설마 저기까지 가는 짧은 틈 안에 또 뭔가 튀어나오진 않겠죠?
(왠지 니다 씨한테서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남는 손으로 등을 쓸어준다)
 
니다:어, 어... 또 모르죠, 마지막에 뭔가 큰 공포가 있을지도... (아까의 충격이 가시지 않는지 횡설수설한다) 그보다 아까 위에서, 뭐가 떨어졌는데... 어, 으... (설매의 토닥임에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다)
 
유설매:음, 하지만 귀신은 움직이고, 우릴 해칠 수도 있으니까 무서운 거잖아요. 저건 움직이지 못하는 인형이니까 괜찮은 거 아닐까요? 아, 아니면 저러다가 갑자기 움직여서 우릴 왁! 하고 덮친다거나...?! (자기가 한 상상에 자기가 놀란다)
어, 얼른 나가요!! (니다를 자신의 등 뒤에 두고, 앞장서 출구로 나간다)
 
다행히 문을 열 때까지 다른 귀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니다:그, 그렇죠...? 아무래도 모형인 척 하다가 갑자기 습격해오면... (또다시 무서워진다) 그, 그래도 저 모형은 가만히 있는 것 같으니까 다행이... 겠죠...?
(문을 열고 나온다) 나, 나왔다... 다행이에요... (진이 다 빠졌다)
 
우리는 다행히 폐쇄 병동을 살아서 탈출했습니다!
 
귀신의 집을 완주하면 부장이 노트와 펜을 든 채 싱글벙글 웃으며 맞이합니다.
 
미술부 부장: 어떠셨어요? 좀 무서우셨나요?
 
니다:네... 인기 많겠는걸요...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아직도 푸들푸들 떨고 있다)
 
미술부 부장: 하하, 오늘 잠은 다 주무신 것 같은데요~ (장난스럽고 사악한 웃음)
그렇지, 무사히 완주하신 분들께는 기념으로 사진 촬영도 해 드리고 있어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내든다)
 
유설매:(사진이 뭔지 모르는지 그저 어리둥절한 눈치) 저건 또 뭔가요? 니다 씨께 위험한 건 아닌 거죠?
 
니다:아, 아니에요, 그냥 이 순간을 그대로 그린 그림...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초상화 같은 거요! 무섭지 않아요.
 
유설매:저 기계로 그림을 그린다고요? 음,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여기엔 정말 신기한 것들이 많네요...! 귀신이나 마술부터 사진이라는 것까지!
 
유설매는 당신의 설명에 차분하게 카메라 앞에 섭니다.
 
뭔지는 몰라도 당신을 무작정 따라하고 있는 듯합니다.
 
니다:(뭔가 설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것 같아 카메라를 보고 웃으면서 브이 포즈를 한다. 어쩐지 웃음이 어색하다...) 이, 이렇게 하고 카메라를 보고 있으면 돼요, 포즈는 아무거나 해도 괜찮지만 움직이면 안 돼요...!
 
유설매:하긴 움직이면 그림이 마구 흔들린 채로 나오겠네요. (처음 찍어보는 사진이라서인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굳어서 따라 브이를 그린다)
 
찰칵, 소리가 들리면 아직 인화되지 않아 까만 사진이 한 장 나옵니다.
 
미술부 부장: 사진 여기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과 즐거운 추억 되셨길 바랄게요!
 
부장은 마치 놀이공원 알바생처럼 익숙하게 사진을 건네줍니다.
 
조금만 말리면 금세 우리가 찍힌 걸 확인할 수 있겠죠.
 
이어서 부장은 차트의 빈 부분에도 도장을 찍어줍니다.
 
귀여운 꼬마 유령 모양의 도장입니다.
 
유설매: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억이라, 확실히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힘차게 끄덕인다)
 
니다:가,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잊을 수 없을 만한 추억이라고 생각하면서 차트를 챙긴다)
 
귀신을 마주치진 않았지만, 여러모로 서늘하고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미술부를 떠나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유설매:귀신이 나오진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서 오싹했어요! 그런데 이거 정말 재밌네요. 실제 담력체험이랑 다르게 위험하지도 않고요.
저도 제 세계로 돌아가면 친구들한테 비슷한 걸 만들자고 할까봐요. (어쩌면 나중에 이계의 축제에도 귀신의 집이 생겨있을지 모른다)
이제 남은 건 요리부랬던가요? 맛있는 축제 음식이 잔뜩 있을 것 같아요~
 
니다:그, 그렇죠...? 저도 귀신이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계의 담력체험은 정말 위험한가 봐요, 설매가 재밌다고 할 정도면 말이에요...
요괴들이 만드는 귀신의 집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직접 겪어보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마지막은 요리부였죠? 덜덜 떠는 데 체력을 소진했으니 맛있는 거라도 먹으면서 한숨 돌리는 게 좋겠네요.
 
유설매:요괴 중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악의를 가진 자들은 있거든요. 성격이 안 좋다거나 뭔가 소중한 걸 잃었다거나... 그런 요괴의 집에 괜히 들어갔다가 잔뜩 다쳐서 나오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데 마술처럼 모든 게 가짜니까 슬픈 사람도 다친 사람도 없고, 놀래킨 사람도 놀란 사람도 즐거우니까 모두 해피엔딩이잖아요!
생각해보면 연극도 비슷한 원리였죠. 인계는 참 평화롭고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아마 인계의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를 거에요, 우린 이렇게까지 무서운 건 잘 발상을 못 하거든요. 당장 다들 무서워하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 (그야 요괴들 본인이 공포영화에 나오는 외관이니까...) 기회가 된다면 직접 보여주고 싶은데.
뭔가 사실 거에요? 그럼 저도 한 입만 주세요!
 
니다: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네 귀신의 집은 모두가 깜짝 놀라는 것만이 목적이라서 사람이 다치면 오히려 사과해줘야 하는데... 그, 그런 곳이라면 왠지 정말로 위험할 것 같아요. 만약에 볼 수 있다면, 저, 저는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게요...
으음, 인계도 딱히 평화로운 건 아닐 거예요,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이 죽고... 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과거의 일이니까요. 그게 너무 심심해서 연극도 만들고 귀신의 집도 만들고 하나 봐요. 설매가 사는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어, 뭔가 간식거리라도 살 게 있으면... 사드릴게요! 지갑에 있는 돈 내에서요...(돈 좀 많이 갖고 올 걸...)
 
유설매:아, 어떤 요괴가 요괴를 해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사람을 해치는군요...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 테지만... 그게 힘든 경우도 있겠죠? (전쟁이라는 말에 크게 충격받은 듯 팔자 눈썹이 된다) 그래도 니다 씨가 머무르는 이곳은 평화로워서 다행이에요. 이계에서도 전쟁이 났었는데, 그때 정말 많은 생명이 죽었거든요... 그런 상처는 없는 게 제일 좋은 거에요.
물론 우리에게도 그건 과거의 일이니까, 상처를 덮으면서 잘 살고 있어요. 즐거운 것도 신기한 것도 이렇게나 많은 인계라면 여기도 잘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요?! 뭘 팔고 있을지 너무 기대돼요! (방방 뛰며 어딘지도 모르는 주제에 무작정 달려간다)
 
귀신의 집에서 잔뜩 소비해 버린 에너지도 보충할 겸!
 
요리부에서 간식이라도 사먹으러 가기로 합니다.
 
이동해 보면 요리부의 부스는... 일일카페인 것 같습니다.
 
돌아다니느라 지친 사람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하나둘씩 모이고 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요리부 사람들이 당신을 보자 일제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살았다, 싶은 표정이네요.
 
니다:(왜, 왠지 불길한데...)
 
뺨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 요리부 부장이 당신을 반깁니다.
 
요리부 부장: (왠지 낡고 글썽거리는 얼굴로) 서빙 인력이 부족해서요, 잠시만 도와주시겠어요...?
 
니다:서빙이요...? (이것도 도우미의 일이라면...!) 아, 알겠습니다, 어떤 걸 하면 되나요?
 
요리부 부장: (앞치마를 건네며) 이걸 메고 저희 대신 주문을 서빙해주시면 되세요.
 
그렇게 총 세 개의 주문을 맡게 됩니다!
 
어떤 것부터 할까요?
 
니다:(어... 일단 첫 번째 것부터!)
 
혼자 온 듯 쓸쓸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습니다.
 
주문은 커피였네요.
 
당신이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놓자마자,
 
그 사람은 한 모금 마시더니 한껏 더 쓸쓸한 표정을 짓습니다.
 
손님1: 커피가 흙처럼 써요.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주면 먹을 만할 것 같은데…
 
니다:...네? (그, 그걸로 맛있어지나? 난 요술을 못 부리는데?)
 
유설매:(저 음식에 맛을 더하는 주문은 알아요! 부려드리는 게 좋을까요? 옆에서 속닥거린다)
 
니다:(그, 그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분이 저런 걸 원하니까요... 하고 옆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속삭인다)
 
유설매:저, 정말 써도 돼요? 진짜로요?! (왠지 너무 신난 눈치로 속닥이는 것도 잊고 크게 말하고선, 자기도 앞치마를 후다닥 메 오고 외친다) 맛있어져라, 이얍!
 
그가 손을 흔들면 어디선가 다시 딸랑,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청록색 점 같은 빛들이 커피에 뿌려지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걸 보고 반응하지 않습니다.
 
손님의 반응을 살피면, 그냥 어이가 없는 표정이네요.
 
손님1: 아니, 부탁은 이분한테 했는데 왜 당신이...
 
그리고 커피를 마시지만, 표정에 크게 변화는 없군요!
 
유설매:(반응이 영 시원찮은 걸 보고 갸웃거리다가도 이내 이 쪽을 돌아본다) 저 이번에 도움이 된 거죠? 다행이에요!!
 
니다:네... 네? 그, 그래도 설매의 능력을 부탁하는 분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 혼자였으면 저 주문에 엄청 당황했을 거예요...
 
유설매:힘이 됐다니 기쁘네요! 친구끼리는 서로 돕는 거죠. (니다가 그렇다고 대답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은 확신에 차 있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제가 이 주문을 쓸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부탁을 하신 걸까요?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 남은 주문을 읽어보고 있다)
 
니다:그러게요, 혹시 요괴에 대해 뭔가 알고 있나...? (손님1을 유심히 바라보지만 고독을 씹는다는 것 외에 별다른 특징은 없어 보인다) 어쨌든 도움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도움을 주고받으니까 정말 친구 같네요...!
 
유설매:(니다의 말에 보이지 않는 꼬리가 마구 흔들리는 것 같다!) 헤헤, 니다 씨도 주문이 필요한 게 있다면 얘기하세요. 지금까지 쓸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긴 한데... 니다 씨가 필요한 게 있다면 새로 시도해 볼 수 있거든요.
 
니다:주문이요...? (뭐, 뭐든지 할 수 있는 걸까?) 신기한 게 많을 것 같긴 한데, 그, 지금은 딱히 없으니까 괜찮아요! 지금은 어서 서빙하고 도장 받아가는 게 먼저니까...
(보이지 않는 꼬리... 귀엽다...)
 
유설매:그렇죠, 참. 게다가 일 다 끝나면 음식도 나눠먹어야 하고요. 바쁘네요, 저희!
 
테이블2, 테이블3에 주문이 남았습니다. 어디부터 할까요?
 
니다:(일단은 테이블2부터 가봅니다. 순서대로 하는 게 좋겠죠...?)
 
주문은 케이크입니다.
 
받자마자 왁팍팍팍 한 접시를 비운 주문자는
 
갑자기 비굴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묻습니다.
 
손님2: 계산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니다:예...? (예상치 못한 주문에 당황한다) 저, 저는 그냥 도우미고 가격을 깎을 수 있는 권리는 없어서요... 요리부 소속도 아니고요...)
 
손님2: 에이, 그러지 말고 조금만 깎아주세요. 저 비싼 거 시켰잖아요. 네?
 
니다:그, 그러니까 못 깎아준다니까요... 정 깎고 싶다면 저 말고 요리부 부장님께 물어보세요, 전 못 해요...
 
당신의 얄짤없는 대답에 오래 침묵하던 주문자는
 
그대로 도망을 시도합니다.
 
계산도 안 하고 어딜! 니다, 민첩 판정.
 
니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째서 서빙만 하는데 이런 시련이!)
 
아아, 어쩌다 이런 진상 손님들만 잔뜩 만나서...
 
당신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착실히 손님을 잡아챕니다.
 
주문자는 그대로 요리부 부장에게 끌려가 잔뜩 면책을 받고서야 풀려납니다.
 
물론 돈은 전부 지불했습니다.
 
니다:(다행이다...)
 
이쪽으로 당신에게 힘내라는 눈빛을 보내는 요리부 부원들이 보입니다.
 
다들 바빠 보이니 어쩔 수 없죠. 남은 주문도 마저 끝내 봅시다.
 
니다:(조금 혼란스런 표정으로 테이블3으로 갑니다)
 
세 번째 테이블로 가면 더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집니다.
 
두 명의 초등학생이 광고지를 들고 발을 까닥거리고 있습니다.
 
손님3: 여기에 메이드 언니는 없나요? 메이드 언니가 있다고 해서 온 건데…
메이드 언니가 없으면 공주님이 될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습니다!
 
니다:예...? 메, 메이드요...? 저희 그런 데 아닌데요...? (어쩌지, 뭔가 다른 곳과 헷갈린 것 같은데...!)
 
광고지는 전혀 다른 카페의 것입니다.
 
무언가 오해한 모양이에요!
 
당신이 거절의 말을 이어갈 수록 아이들의 눈은 그렁그렁해집니다.
 
손님3: 메이드 언니... 보고 싶었는데... (훌쩍)
 
아무래도 이대로 두려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죠.
 
니다:괘,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어, 어쩌지...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요... (발을 동동 구르다가 설매에게 속삭인다) 저, 설매, 혹시 메이드 언니를 만드는 요술도 가능한가요? 아, 아니면 메이드복을 입는 요술이라던지...
 
유설매:옷을 바꿔입는 요술이라면 부릴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럼... (니다를 보며 눈을 끔뻑인다) 니다 씨가 입으실 거에요?
 
니다:어... (메, 메이드복? 내가 입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그래야겠죠, 어쩌겠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울고 있는데요... 저에게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요.
 
유설매:잘 어울리겠냐고요? 당연하죠! 저도 니다 씨 메이드복 모습은 조금 궁금하거든요, 제발 쓰게 해 주세요! 아, 스타일은 어떤 게 좋으세요? 역시 고전적인 롱치마? 아니면 미니스커트도 좋죠! 아예 파격적으로 동양풍 퓨전 스타일로 가는 것도 좋고요...! 색깔도 바꿀 수 있는데! 니다 씨는 검정색도 분홍색도 보라색도 다 어울리실 거에요! (확 밝아진 낯으로 온갖 옵션을 나열한다)
 
니다:...예...? (생각보다 설매가 진심이어서 당황한다) 그, 그걸 전부 구현할 수 있어요...? 요술이라는 건 정말 대단한... 아니, 아니지 이게 아니라... 그, 그냥 평범하게 검은색 롱치마로 부탁해요...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듯하다...) 그, 그냥 옷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궁금해할 이유가 있나요...?
 
유설매:그냥 옷이라뇨, 이왕 입는 거 제대로 입어야죠! 게다가 옷은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스타일이 중요하고, 니다 씨께 잘 맞는 옷을 찾으면 분위기가 확 산다구요. 그런데 검은 색 롱치마라니 역시 니다 씨도 옷에 일가견이 있으신가 봐요, 어떻게 이렇게 본인이랑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찾으시죠?! 상상만 해도 너무 예뻐요, 당장 걸어드릴게요!
 
그렇게 말한 그는 손가락을 딱 튕깁니다.
 
그러자 정확히 당신이 주문한 대로 옷차림이 빅토리아 스타일의 메이드복으로 변합니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신은 이제 일일 메이드입니다.
 
니다:(나는 서빙만 부탁받았는데 어쩌다 메이드복까지 입게 된 거지...) 그... 러니까, 공주님, 울지 마세요, 메이드 카페는 아니지만 메이드복으로 갈아입고 왔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메이드다울 수 있을지 고민 중...)
 
차분하고 웃음이 예쁜 메이드가 등장하자 손님들의 울음이 뚝 그칩니다.
 
다행히도, 딱히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초등학생들은 아주 흡족한 눈치로 주문을 합니다.
 
손님3: 이거 봐, 내가 뭐랬어! 진짜 메이드라는 건 있다니까!
 
그리고 같이 온 어린이와 얼싸안고 기뻐합니다.
 
니다:(다, 다행이다! 기뻐하고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이걸로 분위기가 많이 훈훈해졌네요.
 
물론 당신이 옷을 갈아입자 주변 사람들의 힐끔대는 시선이 느껴지긴 합니다.
 
니다:(죄, 죄송합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메이드복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대부분은 당신이 서빙하는 모습을 보고 알바생인가보다, 하고 넘기는 눈치입니다!
 
유설매:(왠지 아까보다 10cm정도 쪼그라든 것 같은 니다를 본다) 음, 너무 잘 어울리는데 그냥 이대로 다니면... (그리고 주변 눈치를 본다) 안... 되겠죠?
 
니다:...안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눈에 엄청 띄는 복장이니까요... 모두의 이목이 쏠리면 설매도 위험할지 몰라요... (차마 자신이 부끄럽다고는 말 못하겠다...)
 
유설매:그건... 그렇네요! (너무나 논리정연한 이유에 빠르게 납득하고 주문을 풀어준다) 음, 역시 평소의 니다 씨가 자연스러운 느낌이에요.
 
아무튼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부장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요리부 부장: 아까부터 봤는데 너무 열심히 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저희가 뭐라도 한 잔 살게요, 뭐 드실래요?
 
니다:어...정말로요...? (뜻밖의 친절에 눈이 동그래진다) 그래도 되나요? 그럼 저는... 초코 파르페요! 그, 설매는 뭐 먹을래요...?
 
요리부 부장: 네, 특히 손님 단 두 분을 위해서 메이드복을 입어주신 건 멀리서 봐도 너무 감동적이더라고요...!
 
유설매:(메뉴판을 읽어 봐도 전혀 모르는 낱말들의 나열에 포기한다) 음, 저도 니다 씨랑 같은 걸로요.
 
니다:그, 그걸 봤나요..? (못 볼 수 없는 꼴이긴 했지만... 어쩐지 부끄럽다)
 
우리의 주문에 부장은 웃으면서 파르페 두 잔을 만들어 줍니다.
 
일하고 나서 먹는 음식이라서 더 그럴까요?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아이스크림과 초코 시럽에 초코 쿠키, 초코 빼빼로까지.
 
온통 초코로 도배가 되어 있네요.
 
유설매:(먹으면서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숟가락을 팍 든다) 이거 아까 먹은 시원한 간식이랑 맛이 똑같아요!
니다 씨, 혹시 이 맛을 좋아하세요?
 
니다:(화색이 돈다) 네, 맞아요. 정말 달고 맛있지 않나요? 좋아하는 맛인데 오늘 잔뜩 먹어서 기분이 좋네요, 설매 씨도 좋아하시나요?
 
유설매:이걸 먹을 때 니다 씨가 정말 행복해 보여서 알겠더라고요. 저는 처음 먹어보는 건데 맛있어요! 앞으로도 이 맛을 오래오래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배시시 웃는다)
니다 씨가 좋아하는 맛을 먹어볼 수 있어서 기뻐요!
 
니다:그, 그랬나요...? (그렇게 티났다니 왠지 쑥쓰럽다...)그러고 보니 설매 씨가 사는 세계에선 이런 음식이 없댔죠... 저도 설매 씨가 여기 와서 맛있는 걸 먹고 가서 기뻐요. 그...좋아하는 음식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유설매:음, 제가 좋아하는 음식도 공유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혹시 이것저것 먹어보다가 비슷한 걸 찾으면 니다 씨랑도 나눠 볼게요.
초코 파르페? 에 대한 보답이에요!
 
둘이서 파르페 두 잔을 깔끔하게 비우고 나면,
 
부장이 도장을 꺼내 빈 차트에 찍어줍니다.
 
꾹, 케이크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
 
담당 부스를 전부 돌고 나면, 어느덧 하늘은 어둑어둑합니다.
 
도장이 전부 찍힌 차트를 받은 축제 위원회장이 당신의 등을 두드려줍니다.
 
위원회장: 수고했어.
 
니다:위워회장님도 수고하셨어요! (어쩐지 진이 빠진 표정)
 
위원회장: 그런데, 사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좀 봐주지 않을래?
힘들 텐데 미안해. 외부인이 학교 뒷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어서,
분명 못 들어가게 막아놨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니다:학교... 뒷산을요?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네, 제가 할게요. 어쩌다가 거길 들어갔지...
(설매도 개 요괴던데 인명구조견으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한다)
 
위원회장: 정말 고마워. 그럼 조금만 더 고생해.
 
당신은 어느새 설매도 당연히 당신을 따라 학교 뒷산으로 올라갈 거라고 상정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이 요괴가 당신 옆에서 떨어질 줄 몰라서겠죠.
 
유설매:뒷산에 뭐가 있길래 들어간 걸까요?
 
물론 축제 업무가 끝난 뒤에도 어김없이 졸졸 따라오고 있습니다.
 
니다:그러게요,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축제니까 땡땡이치려고 들어간 걸까요?
 
유설매: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인간에게 해가 진 뒤의 산은 위험한데... 우리 빨리 구하러 가 봐요.
어쩌면 뒷산에서 길을 잃은 걸지도 모르겠고요... 혹시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니다 씨는 아세요? 니다 씨 학교 뒷산이잖아요!
 
니다:.어... (멈칫한다) 그, 사실 저도 학교 뒷산은 잘 안 가 봤어요... 워낙 외진 곳이라서요... 그래도 간간히 드나드는 사람은 있을 테니까 길이 난 곳 위주로 살펴보면 되지 않을까요?
 
유설매:외진 곳이군요? 요괴들은 밥 먹고 수시로 학교 뒷산을 산책하곤 하는데...
음, 괜찮아요. 어쩌면 길이 나 있을 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아도 제 후각이 있으니까!
 
시일중고의 뒷산은 작고 고도가 낮지만,
 
관리되지 않아 수풀과 나무가 무성합니다.
 
이사장이 관리비를 빼돌렸다는 뒷말도 돌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뒷산 ‘신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성한, 혹은 저주받은 나무가 존재하는 산에 괜스레 손을 댔다간 저주받을 지도 모른다고
 
당신 역시 동네의 몇몇 어른들이 수군대는 걸 듣곤 했죠.
 
실제로 신목 근처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은 산에 접근하는 걸 꺼렸습니다.
 
유설매는 산 입구에 진입하자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유설매:아, 이게 여기에 있었구나...
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아요!
 
니다:어, 정말요? (요괴라는 건 진짜 대단한 존재구나...) 그럼 그쪽으로 가서 데리고 와요!
 
유설매:(고개를 끄덕인다) 따라오세요.
 
올라가는 모습이 굉장히 익숙합니다.
 
그는 마치 오랜 세월 산에서 지낸 것처럼, 평지를 걷듯 무난하게 위로 향합니다.
 
당신이 경사진 곳을 오를 때면 손을 뻗어 주기도 합니다.
 
그런 유설매를 뒤따라 걷다 보면,
 
사람은 없는 웬 공터에 도착합니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공터라고 느낄 수는 없었어요.
 
우뚝 선 웅장한 크기의 나무가 바로 당신의 앞에 있었거든요.
 
그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엄과 압도감 같은 것을 내보입니다.
 
니다:(우와...)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높이 뻗고
 
굵은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분명히 신목입니다.
 
그 주위에는 낡은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습니다.
 
니다:어...(신목을 멍하니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 그러니까 여기에 학생들이 있다고요...? 아무도 안 보이는데...
 
유설매:그건 아니지만, 사람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러 온 거에요!
신목은 이 산의 주인이라 전부 알고 있거든요.
 
유설매는 그렇게 말하며 신목 가까이 다가가, 손을 댑니다.
 
그러면 어디선가 딸랑,하는 방울 소리가 들려오고
 
한참의 시간 후 다시 당신의 옆으로 돌아옵니다.
 
니다:(방금 전까지 곁에 있던 설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자 당황한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이것도 요술... 같은 건가요...?
 
유설매:뛰어서 돌아온 건데, 너무 빨랐나 봐요! (놀란 니다를 보며 되려 자기가 고개를 갸웃한다)
요술을 써서 신목이랑 대화해봤어요. 전 제 세계에서 신목의 수호자라는 직책을 갖고 있어서 신목이랑 소통할 수 있거든요. 아, 여기로 넘어올 때 문을 연 것도 저에요! (왠지 뿌듯한 표정이 된다)
 
그리고 유설매는 품에서 방울 꾸러미를 꺼냅니다.
 
9개의 방울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며 빛나고 있습니다.
 
어쩐지 익숙한 방울이다 싶었는데,
 
이건 당신이 가진 방울과 같은 모양이네요.
 
뭐, 방울 모양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유설매:이게 제 힘이 담긴 방울이에요. 어때요, 근사하지 않나요?
 
니다:신기하다, 저렇게 생겼구나... (감탄한다) 저도 저런 방울 목걸이 있는데... 제 건 하나뿐이지만요. 모양만 닮은 거겠죠? 제 것도 요술을 부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주머니에서 방울 목걸이를 꺼내 만지작거린다)
 
유설매:(니다의 방울을 보고 명백히 놀란 표정이 된다. 하지만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음, 요괴인 제가 보기엔 이것도 충분히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걸요! 그러니까 꼭 소중히 여겨 주세요.
...그렇지, 사람들은 두 번째 신목 아래에 있어요!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조금만 가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니다:그...런가요...? 사실 대대로 물려줬다기엔 너무 낡고꼬질꼬질해서 잘 안 걸고 다녔는데, 그렇게 말해주니까 왠지 의미있어 보여요. 헤헤. (꺼낸 방울을 목에 건다) ...두 번째 신목이요? 여기 말고 신목이 또 있어요? (그러고 보니 연극에서도 두 개의 신목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그, 그럼 어두워지기 전에 찾아봐요...!
 
유설매:그렇게 듣고 보니 좀 낡긴 했지만...! (금빛이 다 벗겨지고 바랜 방울을 본다...) 그래도 물려준 사람은 니다 씨를 진심으로 아껴서 부적처럼 준 걸거에요. 처음 건넨 사람도 비슷한 마음이었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구요.
네, 신목은 우리 세계에 두 개, 이쪽 세계에 두 개가 있어서 각각 한 쌍씩 서로 연결돼요. 그러고보니 저도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 여기서 눈을 뜬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쩐지 여기를 계속 살피고 싶더라니.
그렇게 생각하면 뒷산이 외진 곳이라 다행이에요. 사람들이 막 많이 다니는 산책로였다면 저랑 제 동료들이 목격당해서 금세 화제가 됐을 수도...!
그러죠! 산길은 울퉁불퉁하니까 조심해서 따라오셔야 해요. (주변을 면밀히 살피며 앞장선다)
 
니다:....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특별한 보물 같네요,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마가 다시 저에게로 아끼는 마음을 담아 준 거잖아요... 왠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방울을 꼭 그러쥔다) 처음 방울을 건넨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아마 먼 조상님이겠죠?
그, 그렇게 생각하니 외진 곳이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애초에 여기 들어가지 말라고 새끼줄까지 쳐져 있긴 하지만요... (대로변에 갑자기 떨어지는 인절미 강아지와 동물 친구들을 생각한다...) 설매 씨의 다른 동료들도 개 요괴려나요. 산책로에 갑자기 강아지가 바글바글...
앗, 네, 네! (하루종일 축제를 도우느라 지친 다리를 이끌고 설매를 조심조심 따라간다...)
 
하늘은 점점 어둑해집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둘은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잠깐이라고 말한 것 치고는 한 10분은 등산한 것 같지만요.)
 
여하튼 한 거대한 나무 밑에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이 쪼그려 앉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울먹이다 두 사람에게 달려와 안긴 채 목 놓아 울어버리네요.
 
“우아아앙, 무, 무서웠어요...”
 
니다:괘, 괜찮아,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무턱대고 품에 안긴 아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한다) 그래도 무사히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내려가자... (어설프게 등을 토닥인다)
 
울면서 어물어물 말하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유설매는 아예 아이를 품에 안아서 둥기둥기하며 내려가고,
 
당신도 그 뒤를 따릅니다.
 
니다:(품에 안아서 둥기둥기할 체력까진 없어서 그냥 손을 꼭 붙잡고 내려온다...)
 
유설매:(초등학생을 품에 안고, 푸른 하늘 은하수 아래 토끼가 세 마리 있는데 한 마리는 잡아먹히고 한 마리는 구워먹힌다는 내용의 동요(?)를 불러준다...)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며, 니다, 관찰력 판정.
 
니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토끼가 잡아먹힌다는 동요라니 왠지 무서운데...)
 
순간 나무 위에서 검게 일렁이는 작은 그림자를 봅니다.
 
잘못 본 걸까, 긴가민가하고 있으면...
 
두 눈이 밝게 빛난다고 생각했을 때,
 
갑작스레 발밑이 푹 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고꾸라지려는 당신을 유설매가 몸으로 받쳐 보지만,
 
유설매:
민첩
기준치: 90/45/18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넘어지는 건 막았지만 충돌 사고가 일어납니다!
 
부딪힌 이마와 코가 얼얼합니다...
 
유설매:으악, 세상에! 니다 씨, 괜찮으세요?! (아이를 일단 품에서 내려놓고 안절부절못한다)
 
니다:(바, 방금 뭔가 번쩍했는데... 부딪힐 때 잔상을 본 거겠지...?) 괘, 괜찮아요! 설매 씨가 엄청나게 빨리 받쳐 줘서 멀쩡해요, 얼굴은 좀 아프지만... (시야가 돌아오자 설매와 손을 붙잡은 아이의 상태를 본다. 아이는 멀쩡했으면 좋겠는데...)
 
아이: 누, 누나, 괜찮아요...? (훌쩍)
 
아이들은 다행히 멀쩡합니다!
 
하지만 어제부터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유설매:(걱정이 조금 풀렸지만, 여전히 처진 눈썹으로) 역시 밤의 산길은 위험하죠? 제가 업어줄 테니까 얼른 내려가요.
 
니다:그런 것 같네요, 저도 여기 산은 처음이라... (툭툭 털고 일어나려다가 설매의 발언에 다시 주저앉을 뻔한다) 네? 업는다고요? 아, 아니, 괜찮아요! 아이들을 업어주세요, 전 괜찮아요! 전 설매 씨랑 체격도 비슷한데...
 
유설매:괜찮아요, 니다 씨는 업고 아이들은 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이 요괴라면 그런 짓거리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니다:어... 그게... 가능해요...? (그러고보니 요괴였지, 이 정도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 그래도, 고맙지만, 제가 걸을 수 있어요...! 저는 괜찮아요, 아이들도 한 명은 제가 데리고 갈 수 있으니까...! (이 요괴라면 강제로 업히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필사적으로 손사래친다)
 
유설매:(너무 열심히 거부하는 눈치에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음, 알겠어요. 내리막길도 앞으로 조금이에요!
 
걷다 보면 금방 산 아래로 내려옵니다.
 
아이들을 걱정하며 기다리던 부모님들에게 돌려보낸 뒤,
 
위원장에게 보고하면 어느새 축제는 끝물입니다.
 
위원장: 정말 고생했어. 너도 얼른 집에 들어가 봐.
남은 정리는 나랑 부위원장 정도면 끝낼 수 있으니까.
 
니다:감사합니다, 위원장님, 그럼 저는 집에 들어가볼게요. (꾸벅 인사한다. 어라, 그러면 설매도 집에 가는 건가...?)
 
유설매:(옆에서 눈치를 보다 같이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니다:(잠시 고민하다가 말한다) 그, 그럼 설매 씨는 계속 흩어진 동료들을 찾으러 가는 건가요...? 아니면...
 
유설매:(자연스럽게 니다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며)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오늘은 이만 탐색 종료. 내일 마저 찾아볼 생각이에요!
제 동료들도 아마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대답이 돌아오지 않네요... 처음 떨어졌을 때 전 인가 쪽으로 가서 무사했지만 다른 애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니다:(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요, 밤에는 아무래도 찾기 어려우니까요. 무사히 만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어쩐지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 쪽으로 따라오는 설매를 보고는 의아한 눈을 한다) 어...라, 오늘도 저희 집에서 자고 가시게요...? (엄마한텐 뭐라고 설명하지)
 
유설매:(곰곰히 생각하며 걷다가) 만약 친구들과 무사히 마주친다면, 니다 씨랑도 인사시켜 드릴게요. 다들 착한 애들이거든요. 다들 악어라든가 너구리라든가 다양한 동물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신기할 거에요.
(순간 뜨끔한 표정으로 굳는다) ...그, 제가 동료도 못 찾았고, 여기선 땡전 한 푼도 없고, 니다 씨를 혼자 뒀다간 또 넘어진다든지 위험해질 지도 모르고......
그렇게 됐으니 한 번만...! (눈을 꽉 감고 손을 모은다)
 
니다:악어...? 너구리...? (너구리는 그렇다치더라도 악어는 위험하지 않나? 그래도 요괴니까 위험하진 않겠지...?) 요괴들은 다들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구나, 신기해요. 이제 길가에 다니는 고양이들을 보고서도 혹시 요괴가 아닐까? 하고 상상하게 될 것 같고...
저, 전 괜찮아요! (허둥지둥 설매를 안심시키려 애쓴다) 저희 집에서 묵어도 괜찮을 거예요, 엄마한텐 친구가 놀러왔다고 할게요, 저, 정 안 되면 강아지 상태로 숨겨서 몰래 재울 수도 있고요...
 
유설매:네! 다들 정말 착한 친구들이에요. 저처럼 인간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애들이고요...! 그렇지 않으면 인간들의 세계로 왔을 때 무척 시선을 모을 거라서요. 악어나 너구리가 말을 한다! 면서.
고양이들이라... 공식적으론 인계로 와 있는 요괴들은 우리밖에 없지만 또 혹시 모르죠, 정체를 숨기고 있는 요괴들이 있을지. 그런 것들을 만나면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아, 물론 위험할 지도 모르니까 조심하시고요!
정말요?! 다행이에요, 무척 걱정하던 차였거든요!! 그럼 저도 도움이 되도록 해 볼게요. 친구란 건 서로 돕는 거니까요...! (밤인걸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 시끄럽게 군다)
정 안 되면... 어머니를 꼬시죠! 니다 씨 어머니는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니다:(곰곰이 생각하다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연다) 어쩌면 설매 씨처럼 동료를 찾는 사이 인간을 만나고 인연을 맺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어... 저처럼요... (말하고 보니 고작 하루인데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어 말을 흐린다)
그, 그래도 설매 씨는 아까도 넘어지는 저를 받쳐줬고,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줬고,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이건, 그 보답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설매의 입에서 자신의 엄마 얘기가 나오자 깜짝 놀란다) 저, 저희 엄마요... 어... 저의 백 점짜리 성적표라던가...? 초등학교 이후로는 한 번도 못 받아봤지만요. (어쩐지 불효녀가 된 듯한 기분이다)
 
유설매:맞아요, 전설 속의 신관과 무녀처럼요! (말하고 보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되어 급하게 손사래친다) 아, 물론 우리는 그 사람들처럼 비극적인 인연으로 끝맺지 않을 거지만요. 내일도 힘내서 동료들과 우리 세상을 지킬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죠!
헤헤, 그런가요?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피어오른다) 성적표... 우린 점수를 안 매기는데. 그럼 낮은 점수를 받으면 속상하지 않나요? 초등학교 이후로 못 받아보셨을 정도면 만점 받기도 어려운 것 같은데요...!
본 적도 없는 걸 제가 만들 수 있을 리 없는데, 어떡하죠?! 집에 가서도 계속 대화할 거라면 강아지로 위장해서 들어가기엔 좀 그런데... 아, 아니면 집안일은 어떠세요? 음, 제가 인간들의 그 작고 얇은 도구들을 잘 다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집안 것들은 대부분 돌이나 나무 같은 걸 깎아서 만들어졌다 보니... (왠지 이것저것 깨부수는 미래가 연상된다)
 
니다:(연극에서 본 신관과 무녀를 떠올리다 고개를 젓는다) 그, 그건 연극을 위해서 슬프게 각색한 걸 거예요, 연극에선 신관과 무녀만 있었지만 여기엔 더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넘어서 교류하고 있잖아요, 그렇게 슬프진 않을 거예요. 그보다 세계를 지킨다니 왠지 영웅이 된 것 같네요!
점수를 안 매기면... 대학엔 어떻게 가요? 아, 대학이 없나...? (고개를 갸웃거린다) 모든 문제를 전부 틀림 없이 맞춰야 받을 수 있는 점수에요, 갈수록 문제가 어려워져서 모두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조금밖에 없어요... 그만큼 받으면 대단한 점수고요.
돌... 나무... (혹시 뗀석기를 만들려는 걸까...) 그, 그런 건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하룻밤만이라면 엄마도 대가를 받지 않고 흔쾌히 재워 줄 거예요, 제가 잘 설득해 볼게요. 오늘은 제가 침대도 빌려 드릴게요, 엄청 고생하셨으니까요...
 
유설매:...(조금 놀란 듯 동그래진 눈을 깜빡이다가) 그 말을 듣고 보니 우리가 슬프게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아니, 제가 그렇게 만들게요! 또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고, 제가 떠나는 길에 꼭 그렇게 약속할 거니까. 그래도 말로 확인받으니 조금 안심되네요, 헤헤.
저희는 학교가 한 개밖에 없거든요. 이런 학교 말고도 또 거쳐가야 하는 학교가 있는 거군요? 문제도 어려운데 학교에 가는 것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갈 수 있다니, 요괴가 인계의 학교로 오려면 정말 큰일이겠는데요... 전 잠깐 손님으로만 와서 조금 다행인 것 같아요.
그렇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대체 무슨 재주를 부려야 할지 고민이었어요. 아뇨, 저도 인계 생활은 처음이라 이것저것 도움받았는데 침대까지 빌려쓸 수는...! 그런 것보단 혹시 집에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볼게요. 어, 예를 들어서... 저런 건 뭔가요?
 
그렇게 말하며 그가 가리키는 건 캠프 파이어입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불을 둘러싼 채 파트너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덕분에 운동장이 시끌시끌하네요.
 
밤의 학교라서인지 다른 구역은 조용하지만요.
 
포크 댄스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유설매:불을 피워놓고 다 같이 주변에서 춤을 추니까... 무슨 의식같은 건가요? 하긴 축제가 끝났으니까요. (왠지 납득해버림)
 
니다:어...? (어쩐지 시끌벅적하다 했더니, 캠프파이어를 지금 본다) 아, 이건 뭐랄까... 축제를 끝내고 하는 일종의 뒤풀이 같은 거예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춤추기도 하고, 각자 장기자랑도 하면서 노는 거예요. 재미있어 보이나요?
 
유설매:춤도 추고, 장기자랑도 한다고요? 축제 뒤에도 노는 건 계속되는군요, 여기 참가하면 하루종일 끝없이 즐거울 것 같아요!
음, 그러면... (많은 일을 겪고 꼬질꼬질해진 니다를 본다) 내일은 저기 껴 볼까요? 저도 내일은 잠깐 짬 낼 수 있을 거에요.
 
니다:아무래도 그렇죠? 일 년에 딱 한 번 있는 축제니까요, 삼 년 후면 여기서 졸업하니까 학생으로 있을 땐 세 번 정도밖에 기회가 없는 셈이고요. 그만큼 오늘을 기대한 사람이 많은가 봐요.
...내일은 글쎄요, 축제가 끝났으니까 캠프파이어도 안 할 텐데... (고개를 기웃거린다) 혹시 해 보고 싶다면... 지금 껴도 좋아요, 전 괜찮아요.
 
유설매:내일은 없다고요? (조금 충격받은 표정) 그, 그럼 후야제같은 것도 안 하나요? ...음, 조금 아쉽지만 오늘은 넘기죠! 축제에는 외부인도 들어올 수 있으니까, 또 만나서 여기에 놀러오는 거에요. 그때는 니다 씨도 어른이 되어 있을까요?
 
니다:후, 후야제요...? 저희 축제엔 그런 게 없는데... 그, 그렇게 따지면 이 캠프파이어가 일종의 후야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음... 그럼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갈까요...?
또 올 수 있는 건가요...? (안색이 밝아진다) 그럼요, 축제엔 외부인도 들어올 수 있으니까 다시 오면 또 다시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때까지 제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왠지 굉장히 뭉클하네요.
 
유설매:니다 씨가 꼭 참여하고 싶다고 하시면 전 준비되어 있지만...! 축제 준비하느라 많이 지쳤잖아요. 그리고 같이 사는 사람도 있으니 너무 늦으면 걱정하실 지도 몰라요.
원래는 금지되어 있긴 한데 전 신목의 수호자니까 가능할 수도 있어요. 잠깐 갔다오면 아무도 모를 거에요...! (일종의 권력남용이긴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니다의 말에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다가도 결국 입을 다문다)
니다 씨가 여기에 없다면 찾아오면 되는 거죠...! 제가 임무를 완수하는 길에 니다 씨를 만난 것처럼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거고요.
 
니다:권력남용이라니... 그, 그래도 되는 건가요...? (자신을 위해 권력남용까지 저지르려는 설매의 호언에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안 들키게 조심해야 해요, 이곳 세계에는 위험한 것도 많고...
찾아오면 저야 좋겠지만... 못 찾으면 어떡해요. 뿔뿔히 흩어진 동료들처럼 찾는 데 하루가 걸린다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는 말에 눈이 동그래진다)그런 방법도 있겠구나... 그렇게 되면 설매 씨는 또 다른 인간 친구를 사귀게 되는 거네요? 신기해라, 요괴와 친구가 된 저 같은 인간이 또 생긴다니...
 
유설매:그럼요, 걱정 마세요. 들키더라도 전 강하니까 괜찮을 거에요. 여기 잠입하는 데 유용한 요술도 이것저것 배워올게요! (팔을 걷어붙인다)
그, 그건 그런데... 아무튼 저희는 꼭 만날 수 있어요! (근거도 없어보이는데 묘하게 확신하는 투) 잠시 만나는 거지만 그새 친구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니다 씨도 또 우연히 요괴를 마주친다면 인연을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재미난 경험이 생긴다면 또 얘기해 줄게요!
그럼 내일을 위해서, 먼 훗날을 위해서!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쉴까요?
 
니다:그,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잠입요원 같네요... (지, 지금도 인간 세계에 숨어들었으니까 잠입요원은 맞나?) ...그러게요, 혹시 멀리 가더라도 주기적으로 여기 돌아와서 설매가 슬쩍 와봤는지 확인해볼게요. 이걸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설매 씨는 새로운 인간 친구를 알고, 저는 또 새로운 요괴 친구를 알고... 이렇게 하나둘씩 알아가면서 세계와 세계가 이어지는 걸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우리 세계에서도 요괴가 익숙한 존재가 될 수도 있겠어요. 앗, 이건 너무 나간 생각인가...
그, 그럼!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요. 엄마한텐 제가 잘 설명해 둘게요, 나중에 또 다시 오면 캠프파이어 같이 했으면 좋겠네요. 도시에서 불을 피우면 아무래도 크게 번질 수 있어 위험하지만... 정 안 되면 집 안에서 양초라도 켜 놓고 해 보죠, 뭐. (쑥쓰럽게 웃는다)
 
유설매:헤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역시, 그 사람 말대로 인간과 요괴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맞았네요, 언젠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다시 만나자고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그립게 반짝이는 눈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세계와 세계가 이어진다니 멋진 생각이에요. 지금은 서로 존재도 잘 모르고 문도 닫혀 있지만 언젠가 정말 세계의 벽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양초...!로 캠프파이어가 될까요? 어두운 방 안에 모여 앉아 있으면 무서운 얘기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인적 드문 곳에서 불을 피우는 것 정도라면 괜찮을지 몰라요! 또 맛있는 거라도 구워 먹으면서 대화해요. (그렇게 말하며 귀갓길로 성큼성큼 따라간다)
 
두 사람은 흐르는 팝송을 들으며 귀가합니다.
 
교문을 벗어나 멀어질 수록 선명하게 울리던 노랫소리가 희미해집니다.
 
이제 완전히 밤입니다.
 
하늘에 뜬 달은 유독 밝지만,
 
완전히 둥근 모양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일이면 만월이 뜨겠네요.
 
옆에서 나란히 걷던 유설매는 의문이 생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유설매:태양은 아닌 것 같은데, 저게 뭐죠...?
 
니다:저거요...? (설매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 저건 달이에요!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밤에 저렇게 밝게 빛을 내요. 달이 안 보이는 날도 있고, 구름 때문에 못 보는 날도 있는데 오늘은 운이 좋네요. ...예쁘죠?
 
유설매:별이라는 건 들어봤는데, 무척 예쁘다고... 웬일로 엄청 크다 했더니 달이라는 거였군요. 어두울 때도 빛나다니 근사해요. (눈이 빛난다)
어, 그런데 계속 걸어도 어디 가려지지 않네요. 우릴 따라오는 거에요? (초등학생이 흔히 하는 질문)
 
니다:음? 그렇지는 않아요. 워낙에 크고 그만큼 멀리 있어서 어딜 가나 똑같은 크기로 보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태양처럼요. 초등학교 때 배웠어요!
 
유설매:엄청 멀리 있다고요...? (어쩐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
태양, 달...
 
그는 처음엔 잘 모르겠다며 웃다가도 점점 진지하게 듣습니다.
 
그렇게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엄마가 집에... 계신다 1 안 계신다 2 2
 
집에 불이 켜져 있지 않습니다.
 
아직 아무도 안 들어왔나 봐요.
 
니다:으음, 오늘도 늦으신가 봐... (집 안을 둘러보다 설매에게 말한다) 앗, 배고프신가요? 그, 저녁... 드실래요?
 
엄마가 늦는 사유는... 1 야근/회식 2 친구와 약속 3 여행
 
1
 
집안을 둘러보면 식탁 위에 쪽지가 하나 올라와 있습니다.
 
식탁 위에 저녁거리까지 차리고 가셨을지, 행운 판정해 봅시다.
 
니다: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행히 찌개와 갓 지은 밥을 올려두고 가셨습니다!
 
유설매:(집안이라서 꼬리와 귀를 다시 빼놓는다. 관심을 표하는 듯 꼬리가 흔들린다) 저희 계속 빈속으로 걸어다녔잖아요.
니다네 어머니 밥상은 어떤지 궁금해요!
 
니다: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배고픈 줄도 몰랐어요... (흔들리는 귀와 꼬리가 적응이 되지 않는지 다시금 신기하게 바라본다)
저희 엄마 밥상이요...? 으음, 저는 잘 먹긴 하는데 설매 씨 입에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사실 좀 편식하긴 하지만...)
(찬장에서 밥그릇과 수저를 하나 더 가지고 온다)
 
유설매:잘 먹어야 내일도 힘내서 각자 해야 하는 일을 하죠! (그릇과 수저를 넙죽 받는다)
음식은 여러번 사 먹어 봤어도, 남의 집밥은 처음 먹어봐요. (기대하는 얼굴로 숟가락을 든다)
 
어머니의 밥상은 무슨 모습인가요?
 
니다:(잡곡밥과 된장찌개, 고등어 구이와 밑반찬 몇 개가 정갈하게 놓여있다. 앗, 내가 좋아하는 소시지 볶음도 만들어 주셨다!)
저, 저도 남을 초대해서 집밥을 같이 먹는 일은 처음이네요.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어요. (설매 몫의 밥을 따로 퍼둔 후 숟가락을 든다)
 
유설매:헤헤, 잘 먹겠습니다! (기세좋게 외친 것과 달리, 아직 인간의 음식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니다가 먹는 걸 보고 천천히 따라하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것은 청양고추를 넣어 칼칼하게 끓인 된장찌개입니다.
 
애호박이 알맞게 익어 부드럽게 씹히고, 버섯은 쫄깃합니다.
 
국물은 좀 맵고 짠 감이 있지만 그렇기에 밥을 말아먹으면 안성맞춤입니다.
 
소시지 볶음은 낮에도 먹었지만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입니다.
 
고등어 구이는 기름진 것을 요리했는지 살이 야들야들하고 쫄깃하네요.
 
한편 주변에 빠지지 않고 놓여있는 나물반찬이나 김치, 부추무침 등에서
 
편식하지 말라는 잔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유설매:(된장찌개를 먹다 말고 엄청나게 기침한다. 얼굴이 붉어졌다...)
 
니다:괘, 괜찮으세요? (허겁지겁 휴지와 물을 가져다 준다. 혹시 요괴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도 있었나?)
 
유설매:이, 이거 너무 매워요... (물을 마시며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는다) 근데 맛있어요...!
근데 맵... 쓰읍, 하아... (정신을 못 차린다)
 
니다:어, 어떡해요... 아마 찌개에 들어간 고추가 많이 매워서 그런가 봐요. 매울 땐 물보다 맨밥을 삼키라고 엄마가 그랬던 것 같은데, 밥이라도 한 숟갈 떠 드릴까요? (이럴 줄 알았다면 주의라도 줄 걸, 안절부절한다)
 
유설매:괜찮아요! 물 마셔도 시원하니까... (컵을 한 세 잔 정도 들이킨다) ...음, 이러다간 물로 배를 다 채울 것 같아요...
하지만 음식은 남기는 거 아니라고 배웠는데... (마치 주인이 문을 잠구고 자러 갔을 때의 강아지 같은 끼이잉 소리를 낸다)
(잠시 고등어 구이를 집어먹으며 피신한다) 그나저나 이곳의 생선은 정말 부드럽고 뼈도 많이 없네요. 이계의 생선구이는 다 뼈가 엄청 억센데. 뭐, 우린 다 씹어먹을 수 있으니 상관 없지만...
 
니다:괘, 괜찮요, 억지로 먹지 않아도 돼요. 저도 자주 남기는 편인 걸요. 그래서 엄마한테 자주 혼나곤 하지만요... (어쩐지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인다) 맵다면 다른 걸로 배를 채워도 돼요, 물로 찬 배는 금방 꺼지니까요.
그런가요? 인간은 작은 가시 하나도 소화할 수 없어서 목에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해요. 그래서 생선 요리를 해야 할 때면 대부분 가시를 전부 발라내고 먹거든요... 사실 바르기 귀찮은데, 인간은 요괴처럼 뼈를 씹어먹을 수 없으니까요...
 
유설매:그, 그런가요...? (니다가 요리한 사람이 아닌 건 알지만 왠지 집주인에게 허락받은 느낌에 찌개를 슬슬 옆으로 치운다) 그렇죠! 여긴 이 국물 말고도 먹을 게 정말 많으니까요!
정말 신기해요. 우린 재료를 일일이 사냥해 오는 데다 보관 기간이 길지 않아서 한번에 이렇게나 다양한 걸 먹기 힘들거든요... 여기 와서 반찬을 두 개 이상 주는 거 보고 놀랐어요!
목에 가시 하나만 걸려도 그 무서운 곳에 가야 한다고요?! (어느새 병원이 무서운 곳이 되어버림) 이것저것 조심할 게 많네요. 그런데 맵고 짠 음식은 요괴들보다 인간들이 잘 먹는 것 같아요! 그 점은 인간들의 강점이 아닐까요?
 
니다:재료를 일일이 사냥해 먹는다고요? (놀란다) 위, 위험하지 않아요? 만약에 큰 동물을 사냥하다가 다치면 어쩌고요...? 그, 아무리 요괴들이 인간들보다 튼튼하다지만 역시 위험할 것 같은데...
무, 무서운 곳이라뇨, 병원은 무섭지 않아요. 예전엔 저도 무서워했지만...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더 아프게 되는걸요.
그렇지, 그러고 보니 맵고 짠 향신료는 인류가 오래도록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거라고 배운 적 있어요. 아무래도 그 때문에 인간들의 음식 보존 기간이 조금 더 긴 건 아닐까 해요, 물론 깜빡하고 안 먹으면 곰팡이가 피는 건 순식간이지만요... 헤헤.
 
유설매:사냥하다 다치는 요괴들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요괴가 학교에서 사냥하는 법을 배워서 그다지 위험하진 않아요. 크거나 위험한 짐승은 여럿이 모여서 사냥하구요. 하지만 인간들도 짐승을 잡아먹지 않나요?
그건... 듣고 보니 아픈 게 더 무섭겠네요... 병이 있으면 바로바로 고칠 수 있다는 점은 좋네요, 우린 아파도 약초를 달여먹는 게 전부거든요.
그런데 저처럼 병원이 낯설어서 무서운 게 아니면, 니다 씨는 왜 병원이 무서웠어요? 서, 설마 모든 병원이 오늘 봤던 곳 같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요? 향신료를 많이 뿌리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군요...! 저도 아까운 고기 같은 게 있으면 소금을 많이 쳐 봐야겠어요. 이렇게 또 정보를 알아가네요!
 
니다:으음... 인간들은... 직접 사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물을 가둬두고 길러서 잡아먹는 편이죠? 그 편이 위험도 줄일 수 있고, 한번에 많은 먹이를 얻을 수 있으니까... 으으, 이렇게 얘기하니 잔인하네요... 왠지 동물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요...
으음, 그건... 어릴 적 저도 병원이 낯설어서 무서웠던 것 같아요, 가면 바늘 여러 개를 혈관에 찌르기도 하고, 이상한 기구를 잔뜩 입에 넣어서 이빨을 관리하기도 하고... 사실 아프니까 가는 곳이라서 좋은 기억은 거의 없죠. 아무래도... 그래도 병을 고쳐주는 곳이니까요. 으음, 못 고치는 병도 있긴 하지만요...
요, 요즘 인간들은 향신료가 건강에 좋지 않아서 그렇게막 짜게 먹지 않아요. 설매 씨도 많이 먹지는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저희 엄마가 좀 맵고 짜게 해서 그런 거지... 병원에서도 환자들에겐 향신료가 거의 없는 밥을 주거든요.
 
유설매:우리 세계에도 간혹 짐승을 길러다가 잡아 파는 요괴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짐승을 직접 사냥하지 못하는 요괴들을 위해서 파는 것뿐이에요. 인간들도 비슷한 게 아닐까요? 동물을 이유 없이 너무 많이 잡는 건 우리도 금지하고 있으니 안 되겠지만요!
(얘기를 들을 수록 사색이 된다) 기구를 넣고, 바늘로 찌른다고요...? 으으, 전 그런 데 가느니 차라리 조금 아프고 말 거에요... 어릴 때부터 그런 곳에 간다니 인간들은 정말 대단해요.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린다)
그런가요? 저는 건강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괜찮지만, 정 그렇다면 그냥 평소대로 먹어야겠어요.
 
니다:...인간은 아무래도 요괴보다 약하니까, 대부분 짐승을 직접 사냥할 수 없어서 이런 식으로 키워서 잡아먹는 걸까요? 다, 당장에 저도 밖에 나가서 짐승을 사냥하라고 하면 못 하겠는걸요... 배워본 적도 없고, 피도 무서워해서...
그, 그래도 인간은 요괴랑 달라서, 조금 아픈 걸 그냥 냅두었다간 더 크게 아프고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요괴가 정말 부럽네요, 어지간하면 아프지도 않고, 인간보다 오래오래 살고... 저도 요괴였다면 좋았을 텐데. 어쩌면 요괴니까 향신료를 듬뿍 먹어도 건강이 나빠지진 않을지도 몰라요.
 
유설매:인간은 약하지만, 약한 만큼 서로 받쳐주고 도와주거나 회복할 수 있게 해 주잖아요! 어느 쪽이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건 아닐까요? 예를 들면 인간은 우리보다 조금 느린 대신 오늘 등굣길에서 본 바퀴 달린 의자처럼 많은 걸 만들어냈잖아요. 이런 곳에서 살면 편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것도 신기하고요. 우린 물이라고 해도 집 앞 우물이나 호수에서 떠 오는 게 전부인데, 여긴 근처에 물가가 없어도 물을 끌어쓸 수 있잖아요! (어느새 밥그릇을 다 비우고, 어디선가 터득한 대로 싱크대에 물을 틀어 담근다)
잘 먹었습니다! 엄청 배불러요~ 이렇게 먹다가 돌아가서 하는 식사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죠?!
 
니다:(설매의 말을 듣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전 역시 요괴가 부러워요, 바퀴 달린 의자... 그러니까 자동차는 편리한 대신에, 내뿜는 연기가 하늘을 오염시키고 세상을 덥게 만들거든요, 인간이 요괴만큼 빨랐으면 자동차도 없을 거고, 세상이 더워지는 일도 없을 텐데...
그렇... 네요, 물을 끌어 쓴다는 게 편리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이렇게 사는 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다) 지하에 배관을 심고 펌프로 물을 끌어온다고는 들었는데, 이게 없으면 우리도 요괴들처럼 저 멀리 강가에서 물을 떠와야 하겠죠? (스스로 싱크대 물을 트는 설매를 보고 깜짝 놀란다) 우, 우와, 그건 어디서 배웠어요? 요괴들은 적응에도 빠르구나...
그,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뭐. 아까 얘기한 것처럼 몰래몰래 여기 내려와서 음식을 얻어먹는 수밖에요... 그, 그런데 저처럼 낯선 요괴에게 밥을 차려주는 사람이 있을진 잘 모르겠네요... 아하하.
 
유설매:빠르게 달리니까 마냥 좋은 건줄만 알았는데 복잡한 문제가 있군요...! (조금 심각한 얼굴이 된다) 음, 우리도 그 바퀴 달린... 자동차만큼 빨리 달릴 수는 없어요. 정 자동차 같은 걸 타고 싶으면 힘으로 끌고 가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만한 속도를 힘이 약한 사람도 힘이 강한 사람도 똑같이 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거에요.
아까 급식실에서 봤어요! 그렇지, 차려주셨으니까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인간들의 것은 잘 몰라서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하. (어색하게 싱크대 위 주방용품을 뒤적거린다)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음, 다시 만나게 되면 밥은 꼭 얻어먹고 가야겠어요.
 
니다:(설매의 의견을 듣고 덩달아 심각한 표정이 된다) 그... 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힘이 약한 사람도 강한 사람도 똑같이 빠르게 갈 수 있는... 그러고 보면 다리가 불편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도 자동차에 타면 똑같은 속도로 갈 수 있어요, 물론 그걸 다루는 기술은 엄청 까다롭지만요, 어떻게 보면 평등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요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평범한 생활이 신기하게 느껴지는구나...!)
어, 아니야, 아니에요, 제, 제가 할게요! 도자기나 유리 그릇 같은 건 약하니까, 잘못 씻었다간 깨질지도 몰라요! 게다가 손님에게 설거지를 부탁하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아니, 제가 하게 해 주세요! (허겁지겁 고무장갑을 낀다)
 
당신은 얼결에 식사를 하자마자 헐레벌떡 설거지를 하게 됐습니다.
 
문제 없이 잘 하는지 손놀림 판정 부탁드립니다.(ㅋㅋ)
 
니다: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돼, 됐어! 역시 인간은 위대해!)
 
당신은 누가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으로 깔끔하게 접시를 닦아냅니다.
 
겸사겸사 증거 인멸(?)도 할 수 있었네요.
 
아무튼 식사가 끝나고, 할 게 없어진 요괴는
 
심심한 눈치로 집안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집에 있는 도자기를 함부로 건드린다거나, 화분을 파헤친다거나...
 
그런 걸 우려했다면 걱정 마세요.
 
유설매가 관심 있어 하는 건 책장과 잡동사니가 있는 창고거든요.
 
유설매:(낮은 문으로 몸을 끼워넣어 이곳저곳 살펴본다) 우와, 여긴 옛날 물건들이 엄청 많네요...!
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물건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좀 둘러봐도 되나요?
 
니다:무, 물론이죠! 거긴 잘 들어가지 않으니까 어질러져도 엄마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거에요...! 먼지가 좀 많지만요.
설매 씨가 태어나기 전이라면... 엄청 오래 전일 것 같은데? 그런 물건은 창고가 아니라 박물관에 있지 않을까요...?
 
유설매:핫, 감사합니다! 조심히 둘러볼게요! (물론 조심한다고 실수로 어지럽히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건 그런데, 인계와 우리 세계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거든요. 우리 세상에서 100년이 여기선 30년 정도? 보세요, 이것도...! 엄청 오래전부터 물려받으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전통 탈 같은 걸 들어보인다)
요괴들은 이렇게 연식이 오래된 걸 좋아해서 여기가 꼭 보물창고 같네요. (흐뭇한 얼굴)
 
니다:우와, 요괴들은 오래된 걸 좋아하는구나... (자신도 창고에서 처음 보는 전통 탈에 놀란다) 아까 그 방울 목걸이도 오래된 물건이라 그렇게 좋은 말을 해 주신 거겠죠? 뭐랄까, 소수를 제외하면 인간들은 오래된 물건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낡고 헤지고 더 이상 쓸모없어지면 버리고 새 걸 들이거든요...
...그러면 설매 씨가 일 년 후에 여길 온다 해도 여기 시간으로는 삼 년씩이나 흐른다는 거잖아요, 어떡해, 그때 만나도 못 알아보면 어떡하죠...?
 
유설매:우리도 물론 너무 낡아서 못 쓰게 된 건 버리지만... 오래도록 쓸 수 있는 게 질도 좋고 귀한 거니까 골동품일 수록 좋아해요. 인간들은 반대군요? 그래서 길에 다니는 물건들이 새것처럼 반짝반짝했나 봐요.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이든, 그 자동차란 것이든.
그러게요...? 나중에 만나고 보니 저는 나이가 들어서 폭삭 늙었는데, 니다 씨는 우리가 헤어졌을 때랑 별로 다르지 않으면 어쩌죠!
 
유설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런저런 고서들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합니다.
 
책장에서 책을 뽑고 꽂는 손길이 분란합니다.
 
그걸 보며 니다, 지능 판정.
 
니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창고에 쌓인 낡은 문헌은 분명히 전해 내려오는 옛날 책들이었죠.
 
그러고 보니, 당신도 어릴 땐 재미 삼아 창고를 오가며
 
오래된 책들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방울도 거기서 얻었던가요?
 
한번 책에 빠진 유설매는 일어날 줄을 모릅니다.
 
그러니까... 밤이 깊고 잘 때가 되도록 말입니다.
 
니다:(하품을 한다) 그, 설매 씨... 혹시 요괴들은 잠을 안 자도 괜찮은 건가요?
 
유설매:(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돌아본다. 어지간히 집중하고 있었던 듯) 아! 먼저 주무세요. 저는 책을 좀 더 읽다가 잘게요!
이것들 엄청 재밌네요.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니다:그러고 보니 저도 어릴 적에 창고에서 책들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보니 그 때 생각도 나고... (다시 하품)
그, 그럼 저는 먼저 들어가서 잘게요,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피곤한 것 같아요... (꾸벅) 안녕히 주무세요...
 
유설매:네,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 꿈 꾸시고요!
 
그는 밤 인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책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당신은 그런 유설매를 뒤로하고 침대에 눕습니다.
 
오늘따라 푹신하게 느껴지는 침대가 당신을 달콤한 잠으로 인도합니다...
 
...
 
구분선
 
3일차
 
당신은 개운하게 기상합니다.
 
어제와는 딴판으로, 오늘은 몸상태가 아주 좋네요.
 
피곤하거나 찌푸둥한 기색도 없습니다.
 
니다:(다행이다! 어제 무리해서 근육통이 오면 어쩌나 했는데...)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면 창문으로 햇빛이 통과하는 광경,
 
그리고 당신밖에 없어 텅 빈 방을 볼 수 있습니다.
 
니다:...어? 설매도 같이 여기서 잤던 것 같은데... 어디 갔지? (두리번거린다)
 
그래도 밤에는 당신의 방으로 돌아왔던 것 같은데,
 
정신차리고 보면 어디에도 그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그가 오래 머물렀던 창고에도 털 한 올 떨어져있지 않네요.
 
대신 책 한 권이 앉아있던 자리에 놓여있을 뿐입니다.
 
니다:(뭐라도 편지라도 끼워넣었을지 몰라 읽어본다)
 
펼쳐보면 편지는커녕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습니다.
 
네, 글자가 쓰여있어야 할 책의 페이지에조차요.
 
종이의 결, 누르스름한 오래된 종이 특유의 색, 곰팡이 향은 여전하지만,
 
적혀있던 글자만은 누가 지우기라도 한 것처럼 깔끔하게 없어졌네요.
 
이런 게 가능한가요?
 
게다가 이 책, 뭔가 지나치게 익숙한 기분까지 듭니다.
 
기묘한 기분에 니다, 이성 판정.
 
니다: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막... 요술이라도 부린 걸까? 어떻게...
 
요술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뭔가요? 니다, 이성 1 감소.
 
멋대로 쳐들어올 땐 언제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것도 이상합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새 동료를 찾아서 이계로 돌아가버리기라도 한 걸까요?
 
니다:그래도 돌아간다고 편지 한 장이라도 써 주지, 친구인데...(조금 기분이 쳐진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요!
 
그렇게 같이 웃고 떠들었으면서 배은망덕하기도 하죠.
 
하여튼 이만 등교합시다.
 
오늘의 당신에게도 맡아야 할 축제 업무는 있으니 말입니다.
 
니다:(설매도 없는데 어떻게 혼자서 다 하지... 분주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는데도 없어진 설매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온종일 이 자리에 없는 요괴의 생각에 빠져 등교합니다.
 
몸은 이렇게나 팔팔한데도 평소보다 처지는 아침,
 
학교에 도착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위원장이 반깁니다.
 
그런데 꽤 난처해보이는 표정이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
 
니다:(큰 마음을 먹고 쭈뼛쭈뼛하며 말을 걸어본다) 저, 표정이 곤란해 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또 뒷산에 외부인이 들어간 건가요...?
(아, 아니면 설매가 안 와서...?)
 
위원회장: 그건 아닌데... 축제 세트의 일부가 파손되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엉망으로 찌그러진 공연용 스피커들이 놓여 있습니다.
 
정말 심하게 일그러져 있는데... 니다, 관찰력 판정.
 
니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누, 누가 이런 일을... 어쩌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 정성스럽게도 박살내 놨단 감상이네요.
 
위원회장: 이번 축제 정말 다사다난하네. (한숨을 쉰다)
후원해주시는 측에서 새로 기자재를 보급해주시기로 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너는 다른 친구들이랑 부서진 것들 좀 밖으로 내다 놔줄래?
 
니다:...네, 알겠어요... (망가진 장비들을 아깝게 바라보며 하나씩 들고 밖으로 나간다. 어쩌다가...)
 
다른 위원회 학생들과 함꼐 스피커를 옮깁니다.
 
팔을 걷어붙이고 낑낑대고 있으면,
 
문득 위원장이 말합니다.
 
위원회장: 그런데 왜 어제 내내 같이 있던 친구랑은 따로 왔어?
아까 마주쳤는데, 싸우기라도 했니?
 
니다:...네? (뜻밖의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안 그래도 오늘 말도 안 하고 먼저 갔길래, 걱정하고 있었어요...! 어, 어디로 가던가요....?
 
위원회장: 글쎄, 저쪽으로 뛰어갔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위원회장은 학교 뒷편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킵니다.
 
몰랐는데 당신보다 먼저 학교로 온 걸까요?
 
하필 당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몰래?
 
...혹시 기자재를 망가트린 건 유설매의 짓은 아니겠죠?
 
니다:...네, 네! 감사합니다! (카페 뒷편으로 후다닥 뛰어간다)
(이, 인사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뛰어가던 당신의 걸음은 강제로 끊깁니다.
 
바로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 떄문에요.
 
야외에 놓인 요리 부스 한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분명 바베큐를 굽는 부스였죠.
 
불이 난 걸까요?
 
니다:저, 저기 있나...? 또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지...? (요리 부스로 달려가본다)
 
당신이 허겁지겁 움직이려던 그때,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란이 일어납니다.
 
어떤 부스는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교내 부스 중 하나는 창문이 깨지고,
 
멀쩡히 잘 달려있던 무거운 간판이 떨어집니다.
 
부상자가 발생한 듯 구급차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혼란한 가운데 당신은 똑똑히 목격합니다.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뛰어가는 유설매를요.
 
니다:설매 씨!!! (위험할 것 같아 냅다 설매를 부르며 쫓아간다. 아침부터 체력을 많이 써서인지 힘에 부친다...)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는 듯,
 
잠시 멈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요괴의 속도는 당신이 따라가기 버겁습니다.
 
평소보다 속도를 내야만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니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살려... 줘흐허헉... (헉헉대며 쫓아간다)
 
여기저기서 연기가 치솟습니다.
 
때로는 창문 파편이 쏟아지기도 하고,
 
혼란을 틈타 물건을 훔치는 사람까지 있네요.
 
엉망이 된 축제를 뒤로하고,
 
당신은 유설매의 뒷모습을 따라갑니다.
 
인파를 헤치고, 모퉁이를 돌고 돌아,
 
당신은 학교 뒤편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합니다.
 
유설매는 당신을 등지고 서서 한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이 채 말을 걸기도 전에,
 
노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유설매:역시 네 짓이지? 그만두지 못해?
 
그에 응하듯,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유설매의 맞은편에는 검은 인영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뱀과 여우를 섞은듯한 외형의 요괴... 같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베일처럼 늘어져 흩날리고,
 
얇은 눈매는 으스스하게 올라서 있습니다.
 
니다:(저, 저것도 요괴인가 봐...!)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모습입니다.
 
유설매는 숨겨놓았던 귀와 발톱을 세우고, 낯선 요괴는 단단한 비늘을 돋힙니다.
 
명백히 서로 적대하는 모습입니다.
 
유설매:이곳에 혼란을 일으킨 건 네 짓이잖아. 흩어진 애들한테 손댄 것도 너야?
 
이채:후후, 그래,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고, 그런 피라미들은 다 죽였지.
 
유설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채:이계를 지키려면 이 수밖에는 없으니까! 우리는 이렇게 멸망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유설매:무슨 소리야. 우린 전부 같은 세상의 주민들이잖아! 서로 적이 아니라고!
 
이채:웃기지 마, 너도 이제 진실을 알고 있잖아? 이계는 틀렸어.
멸망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인계의 주민을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것 외엔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
 
유설매:그런 건 못 해, 그럼 인간들은 전부 죽으라는 거야?
 
니다:(며, 멸망...? 무슨 소리야...?)
 
이채:멸망을 막을 방법은 찾지도 않고 인간이랑 시시덕거리기나 한 네가 할 소리니?
네 친구를 닮은 인간이 그렇게 소중한 모양이지.
넌 나를 방해할 생각이지? 인간 편에 서는 너는 이계의 배신자야.
너 같은 거, 인간들이랑 같이 사라져버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검은 안개가 둘을 감싸더니
 
곧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갑니다.
 
그 여파로 날카로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무언가 ‘열려선 안 될 문’이 억지로 열리는 듯한 소리와
 
유설매의 다급한 외침이 들립니다.
 
유설매:그만해!!!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퍼져나옵니다.
 
화재가 아닙니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몸체, 번들거리는 표면,
 
어떤 생명체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웁니다.
 
그야말로 ‘괴물’이라 불려 마땅한 존재.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뇌를 파고듭니다. 니다, 이성 판정.
 
니다: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저, 저것도 요괴야...? 정말로? 모든 요괴들은 설매를 닮아 엉뚱하지만 착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 어떻게 된 거야...)
 
요괴라는 존재조차도 처음으로 두렵게 느껴집니다. 니다, 이성 1d3 감소.
 
니다:
rolling 1d3
 
(
1
 
)
 
 
=
1
 
이채라고 불린 요괴는 소리 높여 웃으며 유설매에게 삿대질합니다.
 
이채:이대로 너는 이곳에서 죽는 거야.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간들이랑 같이!
 
그러나, 당신을 등지고 선 괴물은
 
그대로 아가리를 벌려 단숨에 이채를 집어삼킵니다.
 
니다:아, 안 돼!
 
생살과 뼈를 씹는 기이한 소음과 함께
 
귀를 찢는 비명이 소각장에 울려 퍼집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니다, 이성 판정.
 
니다: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어, 어떡해, 방금, 사람, 아니, 요괴... 가... (벌벌 떨면서 말을 잇지 못한다)
 
연이은 충격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듭니다. 니다, 이성 1d3 감소.
 
니다:
rolling 1d3
 
(
2
 
)
 
 
=
2
 
떨림이 멎지 않아 몸을 가누지 못할 즈음,
 
무심코 뒤를 돌아본 유설매와 눈이 마주칩니다.
 
니다:그, 아니, 전 설매 씨가 걱정되어서 쫓아왔을 뿐인데... (무심코 변명한다)
 
창백해진 낯은 당신을 보자마자 갖가지 감정에 잠기고,
 
무어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곧 뒤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우선은 뛰기 시작합니다.
 
유설매: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도망쳐요!
 
당신도 어느새 손이 잡혀 같이 딸려갑니다.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니다:죄, 죄송해요!! (뭔지도 모르고 끌려간다. 요괴의 달음박질은 따라갈 수 없다...)
 
유설매는 당신의 손을 잡고 산으로 달려갑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 겁니다.
 
축제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여든 학교 중심부로 괴물이 빠져나가기라도 하면,
 
상상도 못 할 만큼 거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요.
 
뒤이어 굉장한 속도로 괴물이 쫓아옵니다.
 
유설매가 품에서 방울을 꺼내자,
 
딸랑, 낭랑한 소리가 울립니다.
 
그와 동시에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기라도 한 듯,
 
괴물은 몸을 꿈틀거리며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잠깐이나마 시간을 번 걸까요?
 
유설매:오래는 못 붙잡아요, 지금 많이 도망쳐둬야 해요!
(숨을 거의 못 쉬고 있는 니다를 본다) 힘들겠지만, 곧 따돌릴 거니까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니다:저, 저... (뭐라고 말하려 하지만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서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그, 그러니까... 우리만, 도망친다고, 다가 아닐 텐데...
저, 저 아래의,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유설매:(니다를 끌어당겨 마저 도망치기 시작한다) 괜찮아요, 한동안은 우리만 쫓아올 거거든요...! 축제 한가운데로 도망치지만 않으면 휘말리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
그러고보니 저쪽도 이채... 아까 그 요괴가 엉망으로 만든 것 같은데 괜찮아요? 다친 사람은 없죠?
 
니다:그, 그러니까... 아까 불도 나고, 기자재도 엉망으로 망가져 있고, 구급차도 부르는 소리가 났는데... 사실 설매 씨만 보고 무작정 뛰어온 거라서 잘 몰라요...
다친 사람... 있겠죠, 구급차를 불렀는데... 그래도 크게 다치진 않았을 거예요... 아마도요...
...그, 혹시, 여기 세계도... 멸망하는 건가요...? 죄송해요, 아까 설매 씨를 찾으러 갔다가 얘기를 엿들었거든요...
 
유설매:그럼 지금 아래쪽이 이렇게 시끄러운 건, 그렇게까지 엉망이 되어서... (초조한 표정으로 괴물이 쫓아오던 궤적과, 산 아래를 바라본다.)
즐거워야 할 축제인데, 큰일이 나지 않았으면 했는데.....
...(이제까지의 어떤 유설매보다 신중하게 입을 연다) 인계는 괜찮을 거에요. 저와 뜻이 같은 요괴들이 분명히 그렇게 막을 거에요. 이계를 지킬 방법도 앞으로 찾으면 그만이고요.
많은 인간과 요괴들이 울고 웃었던 장소인걸요, 그렇게 멸망하게 둘 순 없어요. 이채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겠죠. 방식은 많이 잘못되었지만요...
 
니다:그, 그렇겠죠...? 그, 그렇다면 아까 그 이채라는 친구는 설매와 같이 왔던 요괴인가요...? 이계가 멸망하니까 인계의 사람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터전으로 삼는다고...
...정말로 설매 씨가 있는 곳이 멸망한다면... 다들 여기로 와서 인간들과 공존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 저도 설매 씨 정도라면 집에서 재워드릴 수 있어요, 어제처럼...!
 
유설매:정말요? 니다 씨 같은 사람이 정말정말 많다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채 같은 요괴가 바라는 건 단순히 살아남는 게 아니에요, 우리의 터전을 지키는 거죠...
그러니까 분명히 인계로 넘어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길 완전히 차지하려고 들 거에요. 제 생각에는 자신들의 세계를 독차지하려는 인간들도 분명히 있을 거고요. 그럼 인계도 이계도 끔찍한 분란 아래 있게 될 거에요... (생각만으로도 싫은지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계를 지킬 방법은 우리가 더 찾아볼게요, 우리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애써 웃어준다)
 
니다:...하지만... 어떻게 안 걱정해요, 설매 씨가 있는 세계가 멸망한다는데... 설매 씨가 이계의 축제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설매 씨의 요괴 친구들도... 그게 모두 한순간에 없어진다는데,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게...
...저희 겨우 친구가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요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다음에 올 땐 캠프파이어도 하자고 했잖아요... 뭐, 뭐라도 좋으니까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요...? 이대로 설매 씨의 세계가 없어진다는 건, 너무... (눈물이 배어 나온다)
 
유설매:(남일같지 않게 슬퍼해주는 니다를 보며,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몰라 망설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이계를 지키고자 여기로 넘어온 저를 친절하게 대해 줬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저한테는 정말 큰 힘이 됐어요.
혹시나 다른 애들처럼 저도 위험해졌을 지도 몰랐는데... 그런 저를 지켜주고 친구가 되어준 건 니다 씨인걸요! 그러니까 이계는 이미 니다 씨에게 빚을 졌어요.
...이럴 때 좀 더 멋있게 요술을 써 준다거나, 이러면 된다고 이끌어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쓸쓸하게 웃는다) 그래도 멸망이 찾아온다는 건 아직 예언에 불과한 거고, 혹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니까 벌써부터 그렇게 울상짓지 마세요.
(길게 뜸을 들이다가) 니다 씨가 이계를 구하는 데 도움을 준 만큼 저도 인계를 돕고 싶은데,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니다:그, 그래도, 설매 씨도 절 많이 도와줬잖아요, 설매 씨가 없었다면 귀신의 집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없었을 테고, 메이드 카페를 찾는 아이들도... (이건 부끄럽다) 그리고 뒷산에서 길을 잃은 친구들도 찾을 수 있었고요. 이건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할 일인걸요...
설매 씨는 충분히 저한테 도움이 되었어요, 차고 넘치도록... 그, 그러니까 빚이라고 하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제가 설매 씨에게 은혜를 입은 걸요.
이, 인계는... (TV에 나오는 각종 탱크와 총과 미사일을 생각한다) 으음, 사실 인계도 나름대로 세계를 지킬 힘이 있지만, 적재적소에 잘 쓰일지는 모르겠네요... (설매가 흘린 말에 귀가 번뜩인다) 호, 혹시 인계와 이계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뭐라도 좋으니 힘이 되고 싶어요,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멸망만 기다릴 순 없으니까...!
 
유설매:더 많은 걸 해줄 수 있어요!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계의 축제나, 요괴 친구들도 아직 한 번 못 소개시켜줬고, 부릴 수 있는 다른 요술도 많아요. 그렇게 다양한 걸 주고받으면서 더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게, 저는 제 세상을 지키고 있을게요... 혹시 정말, 정말로 방법이 없다면 다시 한 번 상담하러 올게요. 약속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부탁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사냥개가 소환되어 버렸으니 이것 말고는 이제...... (귀가 잔뜩 젖혀진다)
...그래도 세상을 위해서 무언가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설명해줄게요. 우린 사냥개에게 인식당했어요. 사냥개는 집요해서 우릴 잡아먹을 때까지 쫓아올 거에요.
도망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아까 그 요괴가 잡아먹히는 사이에 제가 주문을 걸어뒀어요. 근처에 있던 우리를 쫓아오고 있지만, 사냥개는 아직 우릴 완벽하게 인식하진 못했을 거에요.
사냥개를 유인해서 여기서 아주 먼 곳으로 쫓아내 버려요. 우리한테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인식이 풀릴 거에요. 제가 신목의 문을 열어서 세계와 세계 사이의 통로로 사냥개를 보내 버리면 돼요.
그런데 문을 열려면 엄청나게 집중해야 해서, 제가 도망치면서 주문을 외울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왠지 입을 달싹이기만 하고 말을 잘 잇지 못한다)
 
니다:저... 저 괴물이 사냥개였군요... (설매랑 같은 개인데 뭔가 엄청나게 달라보인다...) 그, 그러면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저 강아지를 유인하면 될까요...? 공 던지고 물어와, 하는 식으로요...?
그, 그 사이에 설매 씨가 주문을 외워서 강아지를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건가요? 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게요, 저 메이드복도 입었으니까요...!
 
유설매:일반적인 개랑은 많이 다른 생물이에요, 그래서 아마 공 같은 걸 던진다고 따라오진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유인하려면 니다 씨가 직접... 해야 해요.
여기서 두 번째 신목까지 5분 정도 달리면 도착해요, 그러니까 달리고 달려서 거기까지 가야 해요... (부탁을 하면서도 달갑지 않은지 손이 떨린다)
이런 건 너무 속상해요, 제 소중한 친구가 위험에 빠져야 하는데 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니... (방금 전 니다의 마음을 조금은 깨닫고 만다) 그래도... 만약 사냥개가 날뛴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게요. 어떻게든 니다 씨를 지킬게요! 저도 니다 씨랑 마찬가지로 뭐라도 해 보고 싶으니까요...!
정말 미안해요, 그래도 절 도와주실 수 있나요? (손을 내민다)
 
니다:...사냥개에게 잡히면... 아까 그 요괴처럼 잡아먹히는 거겠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럼에도.)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그리고 그걸로 두 세계가 평화로워질 수 있다면 해야 해요. 저, 달리기는 자신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뛰어볼게요, 설매 씨만 고생할 순 없으니까요...!
나, 나중에 세계가 평화로워지면... 설매 씨랑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 그러려면 일단 저 사냥개부터... 어떻게 해야겠죠...? (머쓱하게 웃는다) 저, 최선을 다해 해볼게요! (설매가 내민 손을 잡는다)
 
손을 잡으면, 그 손은 긴장으로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설매는 굳세게 당신의 손을 맞잡습니다.
 
당신을 지키겠다는 결의가 살결을 타고 느껴집니다.
 
유설매:자신을 가져도 괜찮아요. 제가 도와줄게요!
 
그는 다시 한 번 힘을 짜내어 방울을 흔듭니다.
 
딸랑, 소리와 함께 바람이 당신을 휘감습니다.
 
전의 불길한 바람이 아닌, 시원하고 어딘가 그리운 바람입니다.
 
니다:와아...
 
유설매:이게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도와줄 거에요. 단단히 걸어두었으니 잡힐 일은 아마 없어요...! 넘어지지 않게만 조심하세요!
꼭 성공할 수 있을 테니까, 세상이 평화로워지면 다시 만나요. (간절한 마음으로 손을 꽉 잡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놓아준다)
 
그 말과 동시에, 사냥개가 다시 뛰어오기 시작합니다.
 
바닥에 쌓인 낙엽이 다시 일어나 싸락, 싸락 소리를 냅니다.
 
쿵쿵 지면을 때리는 소리가 천하를 울립니다.
 
유설매:지금이에요, 달리세요!
 
니다:저희 꼭 다시 만나요! 꼭이에요! (그 말과 함께 반대쪽으로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작전이 개시됩니다.
 
유설매는 동물로 변해 잽싸게 나무를 타고 가지와 가지 사이를 뛰어넘어
 
먼저 신목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그럴 수 없는 당신은 홀로 사냥개를 맡습니다.
 
과연 미끼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길은 험하고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데요.
 
니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할 수 있어...! 아까 설매도 따라잡았는걸...!)
 
재빠르게 돌과 수풀, 그루터기를 뛰어넘어 앞으로 달려갑니다.
 
뒤에서부터 기이한 울부짖음이 빠르게 다가오지만,
 
분명 도망칠 수 있습니다.
 
유설매는 제대로 신목으로 간 게 맞겠죠?
 
계획대로 당신을 신목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맞을까요.
 
지금 당신은 맞게 달리고 있는 걸까요?
 
온갖 불안감이 엄습해오지만,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당신과 괴물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긴커녕 점점 더 가까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달리던 도중 길이 세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지? 행운 판정입니다.
 
니다:
기준치: 65/32/13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 일단 보이는 아무 길로나 가자...!)
 
급하게 방향을 전환해 오른쪽으로 몸을 던집니다.
 
그러자 잘못 쫓아와 왼쪽으로 가던 사냥개가 빠르게 이쪽으로 오지만,
 
간격은 조금이나마 벌어졌습니다.
 
넘어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자세로 계속해서 달립니다.
 
한계는 예전에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쉴 틈 없이 달려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죠?
 
산소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자, 머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니다:(머, 머리가 어지러워... 하지만 달려야 해! 이 기세라면 세계 신기록도 뛰어넘겠다 싶은 기세로 계속 달려나간다)
 
달려가던 니다, 행운 판정.
 
니다:
기준치: 65/32/13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빠르게 달려 스쳐지나가는 나무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기세지만,
 
너무 페이스를 높인 걸까요?
 
앞에 있는 턱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집니다.
 
니다:
rolling 1d3
 
(
2
 
)
 
 
=
2
아야, 아파라...
 
상처에서 피가 조금씩 배어나옵니다.
 
깊진 않은 것 같지만, 꽤 아픕니다.
 
게다가 험한 산길을 달린 여파로 몸 곳곳은 나뭇가지에 긁혔고,
 
신발은 벗겨지기 직전입니다.
 
허벅지가 타는 듯이 아파옵니다.
 
손등으로 땀을 닦아내면,
 
저 멀리에서 신목에 손을 짚고 있는 유설매가 보입니다.
 
끝이 보인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립니다.
 
니다:다, 다행이다... (헉헉댄다)
 
니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9, 37, 22
+2: 어려운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오금이 저리고, 입안이 바짝바짝 탑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시야가 뿌옇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나무에 부딪히기 직전,
 
당신은 옆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피합니다.
 
그런 당신을 유설매가 받아줍니다.
 
당신은 유설매의 품 안에 쓰러지듯 안깁니다.
 
니다:허억... 허억... 허억...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고, 고마, 워요... 허억... 우, 우리 성공한, 건가요...?
 
유설매:괜찮아요?! 많이 힘들었죠? 여기까지 왔잖아요, 다 끝났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한 뼘 차이로 사냥개는 나무에 충돌하며 빨려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바람, 흩날리는 나뭇잎,
 
먼지와 벌레들까지 함께 삼켜집니다.
 
기운이 빠진 당신까지 끌려가는 걸 유설매가 잡아줍니다.
 
손님을 삼킨 마법의 문은 재빠르게 닫힙니다.
 
니다:돼, 됐다, 성공, 했어요...! (설매의 품 안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어쩐지 입 안에서 피맛이 나는 것 같다...)
 
유설매:그렇네요...! 이제 니다 씨도, 이 세계의 인간들도 안전해요. 정말 다행이네요, 다 잘 됐어요...
 
바람이 잠잠해지고, 삽시간에 주변이 고요해집니다.
 
아, 이걸로 끝났습니다.
 
유설매가 안도감에 긴 한숨을 토해냅니다.
 
사냥개를 쫓아내고 난 뒤의 세계는 평화롭습니다.
 
늦은 해가 비스듬하게 나무 사이로 빛을 뿌립니다.
 
사냥개가 거칠게 쓸고 간 흔적은 다른 낙엽으로 덮으면 감쪽같아집니다.
 
이것이 큰 상처가 되었음은 분명하나, 분명 수복할 수 있을 거에요.
 
니다:다, 다행이다... 모두 무사해... (다리를 굽혀 일어나려 하지만 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아무래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러자 저 멀리 서 있던 유설매가 달려와 당신을 붙잡습니다.
 
유설매:앗! 조금 더 앉아있어요! 아직은 급한 일도 없는걸요.
아, 아닌가, 니다 씨는 축제를 준비해야 하니 바쁜가요...? 그, 그래도 방금 아래쪽 상황을 보고 왔는데 불 난 것도 다 진압되고, 많이 정리된 분위기던데...
저 아래로 내려가면 또 정신 없을 테니까... 조금만 여기서 쉬었다 가요!
 
니다:아, 하하하... 어떻게 여기까지 뛰어왔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현실감이 없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그래도 제가 없어지면 사람들이 많이 걱정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후들거리는 다리를 본다) 다리가 이래서 하산은 어렵겠네요...
 
유설매:괜히 무리하다가 또 전처럼 넘어질 뻔할 수도 있어요! 인간은 약하니까요. 게다가 내려간 뒤에도 일해야 될텐데 계속 다리 아프면 문제잖아요? 잔뜩 일하다가 또 근육통이 오면 어제처럼 고쳐줄 수도... 앗, (이건 비밀이었는데. 반사적으로 제 입을 가리지만,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다)
그나저나 니다 씨,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필요하면 그렇게나 빨리 뛸 수 있었군요! 깜짝 놀랐어요. 이 정도면 니다 씨도 요괴랑 속도가 비슷할 것 같던데요? 언젠가 또 같이 걸어갈 일이 있으면 그때는 나란히 갈 수 있을까요?
 
니다:...예? 어, 어쩐지 오늘 열심히 일했는데도 몸이 가뿐하다 했는데... 설매 씨가 한 일이었구나, 그, 고마워요... 오늘도 고쳐주길 바라는 건... 역시 안 되겠죠, 설매 씨도 엄청 힘들었을 테니까요...
예? 아, 아뇨, 저 원래 달리기 경주하면 꼴찌를 겨우 면하는 수준이었는데, 이건, 설매 씨가 요술을 걸어 줘서 그런 거예요! 저도 제가 그렇게까지 달릴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 그러니까... 저도 노력하겠지만... 인간과 걸을 때는 좀 느리게 걸어야 해요,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인간들이 그럴 거예요...
그, 그렇지, 저 근육통까지 고쳐주셨으면서, 왜 아침엔 말도 하지 않고 나가신 거예요...? 걱정했는데...
 
유설매:음, 그럼 마지막으로 고쳐주고 갈게요! 그 정도는 어렵지도 않아요. 게다가 이계로 돌아가면 힘을 쓰고 싶어도 못 쓸 테니까요. 그래서 니다 씨도 이렇게나 힘낼 수 있던 거잖아요. 게다가 축제도 따지자면 요괴들이 망친 거고, 부탁도 제가 했는데 뭐라도 해 주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고 어깨에 손을 대면, 거기서부터 시원해지는 느낌이 사악 퍼진다) 그래도 몸 다 나은 뒤에도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돼요...? (귀와 눈썹이 처진다)
그런가요! 그건... 참고해둘게요. 다시 만날 때까지 기억해둘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고개를 조금 숙인다)
조금 급한 일이 있었거든요. 어제부터 자꾸 니다 씨에게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게 이상해서요! 그래서 흩어진 동료들도 만날 겸 학교로 왔는데 곳곳에 저랑 같이 온 요괴의 흔적이 있지 뭐에요... 위험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 일부러 혼자 왔는데, 니다 씨랑 결국 마주쳤을 땐 조금 놀랐어요. (작게 웃는다)
 
니다:...아, 그러면... 이, 이제 이계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요...? 조금만 더 같이 있으면... 아, 안 되겠죠, 설매 씨도 설매 씨의 일이 있을 테니까요... 마음 같아선 여기 언제까지나 있고 싶은데, 말이에요. 그래도 조금 있는 것 정도는 괜찮겠... 죠? (나무 아래 주저앉는다)
그래도 잘못하면 제가 사는 이 세계도 통째로 저 사냥개... 에게 먹혀버렸을 텐데, 설매 씨가 활약해준 덕분에 사고는 좀 있었지만 무사히 돌려보냈잖아요. 그런 점에선 오히려... 세계를 구한 영웅에 가깝지 않을까요, 나쁜 강아지를 물리친 착한 강아지... 라거나...?
어제부터...? (곰곰이 떠올려본다) 그 정도는 그냥 평범하게 운이 안 좋았던 걸로 넘겼는데... 그, 그럼... 아까 그 이채라는 사람, 아니, 요괴는... 설매 씨의 동료였던 건가요...? 다, 다른 동료들은요...? 무사할까요? 설마 잡아먹히진 않았겠죠...?
 
유설매:(풀썩 앉는 니다를 보고 따라 곁에 앉는다) 그렇네요?! 제가 신목의 수호자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계속 쫓겼을 텐데 그 점은 정말 다행이에요. 그래도 영웅이라니 그런 말은 좀 쑥스러워요... 그렇게 말하면 니다 씨도 이 세상을 같이 구한 거잖아요!
요괴가 워낙 강해서 인간들이 무섭진 않을지 뒤늦게 걱정도 됐는데, 이 정도면 요괴에 대한 어필이 조금 되지 않았을까요? 더 많은 인간들이 요괴와 친해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저는 이대로 돌아가야 하니까...
사실 여기 처음 넘어올 때, 누군가 우리들을 공격했었어요. 그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이채 짓인 것 같아요. 다른 요괴들은 정말 심하게 다쳐서 못 돌아오는 상태일 거에요... 어쩐지 계속 연락을 안 받더니...
 
니다:저, 제가요? (설매가 자신을 가리키자 깜짝 놀란다) 저는 달리기한 것밖에 없는데요... 사냥개를 붙들어놓는 것도, 신목을 열어서 사냥개를 내보낸 것도 전부 설매 씨가 한 일이잖아요, 게다가 설매 씨의 요술이 아니었다면 전 얼마 가지도 못하고 사냥개한테 잡아먹혔을 거예요... 공은 설매 씨에게 가야겠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무섭지 않았어요. 저는 원래 마법이나 요술 같은 환상적인 무언가를 좋아했거든요! 인계에는 없는 그런 것들이요. 이것 때문에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나며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요... 저는 오히려 요술도 부리고 마음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설매 씨가 대단해 보여요!
...헤어지게 된다니 너무 아쉬워요,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될까요...? 아까처럼 또 사냥개가 오면 인간의 힘으로는 안될 것 같은데요... 요괴와 인간에 대해 잘 아는 요괴가 있으면 인간과 요괴가 친해지기도 훨씬 쉬울 것 같고요. (슬쩍 눈치를 본다)
 
유설매:하지만 제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준 건 니다 씨인걸요! 저 혼자서는 꼼짝도 못 했을 거에요. 요술도 결국은 도구일 뿐이라, 아무리 강력해도 받는 사람의 의지가 없으면 어떻게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강한 요괴여서도 있지만 니다 씨도 온 힘을 다해줘서 무사히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같이 힘을 합치고 갈 수 있어서 기뻤어요.
하긴 제가 그 강아지라는 걸 바로 알아보셨을 정도니까 말이죠...! 제가 요력을 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셨고. 그래서 같이 있는 게 더 편했나 봐요, 헤헤. 저도 늘 인계를 동경했어서 이번에 직접 보면서 무척 즐거웠어요. 하지만 이렇게 마음껏 둘러볼 수 있던 건 니다 씨가 이것저것 알려줘서일 거에요!
...사실 저도 여기 조금만 더 있고 싶어요. 그런데, 당장 돌아가야만 할 이유가 생겼어요.
 
유설매는 당신의 눈을 봅니다.
 
아니, 눈이라기엔 그 안에 있는 본질을 읽어낸 것 같습니다.
 
유설매: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절차가 필요해요. 우리가 사냥개에게 인식당한 걸 기억하는 한, 언제든지 다시 쫓길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부근의 모든 기억을 지워야 해요.
 
니다: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갑작스러운 사실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기억을요...? 어떤 기억이요, 아까 사냥개를 본 기억? 아니면... 설매 씨를 만난 기억이요...? 호, 혹시 전부 잊는 건가요?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요...?
 
유설매:...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에요. 그게 제일 안전하거든요... 일부만 지웠다간 다시 쫓기게 될 지도 몰라요. 그럼 니다 씨는 정말로 위험해지겠죠...
 
니다:그, 그럼... 길에서 강아지를 주운 순간부터의 모든 기억이요...? 마, 말도 안 돼, 설매 씨는요? 설매 씨도 저와의 기억이 사라지나요...? 그럼, 저희가 했던 약속들은...
 
유설매:(방금 부탁할 때보다도 더 길게 말을 고른다) 인계의 축제는 정말 새롭고 즐거웠고, 니다 씨랑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계로 돌아가서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아쉬워요.
......우리가 한 약속은 헛된 게 아니에요.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니다 씨가 갖고 있는 방울은 제 거거든요. 아마 그걸 갖고 있는 한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어쩌면 제가 또 이계를 지킬 방법을 찾으러 여기 올 수도 있을 거고, 니다 씨가 우연히 이계로 놀러오게 될 수도 있겠죠...
그렇지 못하더라도 또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였잖아요, 그 간절한 바람을 방울이 들어주지 않을 리가 없어요.
 
니다:그, 그렇죠... 저도 요괴의 시선으로 새롭게 축제를 보게 되어서 너무 즐거웠어요, 설매 씨가 없었다면 정말로 축제가 재미없었을 거예요... 원치도 않는 도우미 일이나 떠안고 말이에요. ...설매 씨도 이계의 축제를 꼭 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여태까지 몇 번 축제를 봐 왔지만 설매 씨가 있어서 이번 축제가 그 무엇보다도 즐거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앉은 자세로 무릎을 끌어안는다) 서, 설매씨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요? 그럼 처음부터, 전혀 몰랐던 사이로 다시 돌아가는 건가요...
...방울이... 설매 씨 거였다니. (목에 건 방울을 이리저리 흔들어본다) 그, 그럼 지금까지 남의 물건을 멋대로 목에 매달고 있었던 거네요...? 도, 돌려드릴게요, 물건이라도 제자리를 찾아야죠... (허겁지겁 목 뒤로 손을 가져가 목걸이를 푼다)
슬프지 않아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니깐요...
 
유설매:그 방울은 인간이라도 요괴랑 대화하고 요괴의 세상에 갈 수도 있는 초대장 같은 거라서... 언젠가 축제날에 니다 씨가 휘말릴 지도 몰라요. 그럼 저는 언제건 신목 앞에 있을 테니까 반드시 다시 만날 테고요. 그때는 니다 씨와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는 제가 있겠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꼭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는 거에요. 그건 제 힘의 상징이고, 그리워하는 사람과의 인연을 맺게 해 주는 길잡이거든요.
이렇게 모두 제자리지만... 이대로 헤어지면 한동안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얼굴을 감추고자 니다의 어깨에 파묻는다)
괜찮아요, 그건 제가 처음 받았던 사람이 무사하길 바라면서 준 거거든요. 그걸 준 사람도 니다 씨에게 같은 마음으로 방울을 줬을 거잖아요, 그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역시 우리가 만났다는 증거가 하나도 남지 않는 건 쓸쓸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방울을 밀어낸다)
 
니다:...그렇구나, 그래서 제가 설매 씨를 만날 수 있었나 봐요... 방울이 주인에게 안내해준 셈이네요. (설매가 밀어내자 머쓱하게 방울을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다음에도 다시 만나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말 기억이 지워진다면 둘 다 초면일 테지만요... 그래도요.
...막 영화에서 보면 커플들이나 가족들이 기억이 지워져도 지워지기 전에 약속했던 일들을 똑같이 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무릎을 꽉 끌어안고 그 사이로 얼굴을 파묻는다) 우, 우리도 역시 그랬으면 좋겠어요...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죠... (웅얼거린다) 전 정말 설매 씨가 좋은데, 이렇게 축제날의 추억도 다시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약도 없이 헤어지는 건 너무해요,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요...
그래도 저희 둘의 추억보다는 설매 씨와 설매 씨가 살고 있는 세계가 더 소중하니까요...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정말 즐거웠는데. 기억을 잊고 다시 만나도 지금의 저와 설매 씨와는 다를 거 아니예요...
 
유설매:함께하던 시간을 모두 잊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의 인연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고, 분명 다시 만난다면 니다 씨 말대로 비슷한 약속을 하고, 즐겁게 놀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저는 다시 만나는 니다 씨가 지금의 니다 씨가 아니라고 해도 또 친하게 지낼 자신이 있어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어깨에 손을 얹고, 정작 자신이 일렁거리는 목소리로 얘기한다)
니다 씨도 그렇게 해 주실 거라고, 제가 조금 달라지더라도, 기억이 없어도 또 친구가 되어주실 거라고... 약속해주실 수 있어요...?
이건 서로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있다면 분명 다음이 있을 거에요... 반드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잠깐 모두 잊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니다 씨랑 또 어떤 식으로 친해질지, 무슨 즐거운 일을 할지 기대되기도 하는걸요. (애처로운 얼굴로 웃는다)
 
니다:...모르겠어요, 그때의 저는 설매 씨가 아는 저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강아지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고, 낯선 사람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고... (한참을 웅얼거리다 말을 꺼낸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그랬으니까요, 제가 지금같다면 분명 설매 씨와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설매 쪽으로 몸을 기댄다)
지금은 전부 잊어버리지만... 나, 나중에 또 만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추억을 쌓게 될 거예요. 그땐 잊지 않고 평생 간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설매 씨는 좋은 사람, 아니, 요괴니까요...
지, 지금도, (훌쩍이는 소리가 난다) 저부터 먼저 챙겨주시잖아요... 저보다는 설매 씨가 더 슬플 텐데. 동료들도 잃고, 그 선생님이란 분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거잖아요...
그래도, 설매 씨 말처럼 방울이 저희를 이어준다고 생각하면... (킁) 어쩌면 이 방울이 또 다시 주인을 찾아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럼, 다시 만나서, 지금과는 조금 다르지만... 친구가, 될 수 있겠죠...?
그게 정말이면, 그래도, 무섭진 않네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웃는다)
 
유설매:하지만 니다 씨는 상냥하잖아요. 우리가 만나게 된 것도 니다 씨가 절 챙겨줘서였는걸요. 우린 같은 인연으로 묶여있지만, 그걸 붙잡은 건 니다 씨에요. 그러니까 니다 씨가 조금쯤은 변하더라도 또 저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나 즐거웠잖아요... 그럼 기억을 잊은 뒤의 우리도 그럴 거에요.
돌아가면 동료들의 죽음을 추모하거나 기다리던 사람을 계속 기다릴 수는 있어도, 니다 씨는 잊어버렸다는 것조차 잊을 거잖아요. 전 그게 속상한 거에요... 니다 씨에게 한 말은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니다 씨가 일어나면 저도 다시 힘낼 수 있어요...
(작별의 표시로 니다를 끌어안는다. 반드시 멀어질 우리지만 지금만큼은 가장 가까워지고 싶다) 괜찮을 거에요. 다시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또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겠죠. 지금처럼 말이에요...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만은 지켜질 거에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럼, 기억... 지울게요...? (먹먹한 목소리)
 
니다:저, 저는 처음 만났을 때 정말 강아지인 줄 알았는걸요... 저는 소심해서, 아무나 덜컥 집에 들이지는 못해요, 아마 설매 씨가 나쁜 요괴였다면 쪼, 쫓아냈을 거예요... 그래도 같이 다니면서 축제 도우미 활동도 도와줘서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거고요. 그러니까... 인연을 잡은 건 설매 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잊어버린 걸 잊는 건 괜찮아요, 사흘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살았는걸요, 그 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도 저희가 함께한 사흘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대로 증발해버리는 건 슬프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서 지금과는 다른 추억을 쌓을 거라고 생각하면, 괜찮아요... (더듬거리며 설매를 마저 끌어안는다)
약속은... 어디 종이에라도 적어둘 걸 그랬네요. 그래도 다시 만난다면 또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될 거니까요...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괜찮아져요. 이별도 망각도 영원이 아니고 잠시뿐이라는 거잖아요, 정말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믿고 싶어요, 그러니까... (망설이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 저도 일어났으니까, 설매 씨도 다시 힘내야 해요. 모든 걸 잊어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괜찮으니까요. 그러니까...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연다) 저는, 준비됐어요.
 
유설매:그건... 정말 그렇네요... 이런 우리라면 정말 다시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니다를 따라 일어나서는, 손을 꼬옥 잡는다) 니다 씨, 계속 말하지 못했지만... 니다 씨도 늘 절 이끌어 줬어요. 이계에 대해 모르는 걸 알려주기도 했지만, 이렇게 제가 답을 잘 찾지 못할 때마다 혼자라면 몰랐을 사실을 알려줘서... 그래서 늘 고마웠어요. 니다 씨는 인간이고, 약하지만... 저에겐 늘 도움을 주는 강한 사람이었어요...
저도, 저도 마지막까지 믿고 있을게요. 인연을 소중히 하고 있으니까,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그때도 잘 부탁해요...
...약속해 줘서, 그리고 괜찮다고 말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는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검지를 톡 두드립니다.
 
딸랑, 명쾌한 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
 
희미한 작별 인사가 스쳐 지나갑니다.
 
...
 
...
 
당신은 벤치 위에 앉아있습니다.
 
깜빡 졸았네요.
 
밤하늘은 새까맣습니다.
 
인파가 가득한 축제는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어,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렇죠, 시일제의 끝이라면 역시.
 
옆자리에 앉아있던, 모르는 얼굴의 사람이 당신의 옆에서 말을 겁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당신은 이 사람의 어깨에 기댄 채로 졸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는 사람이었던 걸까요?
 
니다:죄, 죄송합니다...! (황급히 얼굴을 든다)
 
모르겠어요, 어쩐지 머릿속이 안개가 가득찬 것처럼 뿌옇습니다.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검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고개를 꼿꼿하게 든 수많은 사람 사이,
 
단 한 사람만이 하늘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니다:...네? (갸웃거리며 옆사람의 얼굴을 본다. 아는 사람인가...?)
 
낯선 사람입니다. 그 얼굴도 목소리도 낯섭니다.
 
그런데 왜 기대고 있는 이 순간은 어색하지 않은 걸까요.
 
그런 의문을 뒤로하고, 펑,
 
불꽃이 터집니다.
 
아, 정말로 아름다워요.
 
말 그대로 불이 만들어낸 꽃입니다.
 
떨어지는 불씨 하나가 당신의 무릎 아래 내려앉습니다.
 
반딧불이입니다.
 
곳곳에 내려앉는 수많은 알록달록한 색의 반딧불이를 보며 사람들이 감탄합니다.
 
이번 불꽃놀이는 정말 특별하네요.
 
니다:와아...! (진짜 반딧불이인가? 호기심에 슬쩍 만져본다.)
 
반딧불이는 이 어두운 세상에서도 희미하게 빛납니다.
 
당신이 만져도 날아가지 않습니다.
 
꼭 오래도록 같이 있고 싶은 것처럼.
 
그 사람은 그 말을 남긴 채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을 한참 바라봤으면서,
 
이젠 조금의 미련도 없는 듯 등을 돌려 멀어집니다.
 
외로운 기시감이 불현듯 당신을 덮쳐옵니다.
 
니다:자, 잠깐만요... 누구세요...?
 
누군가가 그리운데,
 
니다:(분명 낯선 사람인데...)
 
그 누군가의 이름도, 얼굴도, 존재 여부조차 기억나질 않습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임이 분명한데,
 
꼭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무심코 뻗은 손은 붙잡을 대상도 이유도 찾지 못한 채 내려갑니다.
 
니다:(내가 아는 누군가랑 닮았나? 그런 것도 아닌데... 왜지...)
자, 잠깐만요!
 
뒤늦게 그 사람을 찾아봅니다.
 
앉아있던 벤치를 빠져나와, 불꽃에 감탄하는 사람들을 헤치고,
 
홀로 다른 것을 뒤쫓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헤치고 헤쳐 봐도 그 사람은 인파에 잡아먹힌 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문득 '혼자' 남겨졌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니다:(예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
 
이상한 일이네요. 혼자 있는 건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가슴에 사무치도록 외로운 걸까요?
 
어떤 기억이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는 와중에,
 
누군가의 멀어지는 등과 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만
 
당신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됩니다.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도 분명 같은 불꽃을 봤을 거라고,
 
당신은 영문 모를 확신을 느낍니다.
 
니다:(...그,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지... 누군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불꽃에 화려함에 만월은 눈부심을 잃고 가려집니다.
 
그러고보니 달에 대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었죠.
 
당신이 눈에 담은, ■■■의 눈동자에 담겨있던 달은,
 
우리가 함께 본 그날의 만월은……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흘간 당신은 줄곧 혼자였잖아요?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연극을 보고, 혼자 몇 번이고 다칠 뻔 하고.
 
니다:(너, 너무 외로워서 상상친구라도 만들었나 봐, 어떡해!)
 
아, 정말이지. 시시하고 지루한 문화제였습니다.
 
니다:(아무래도 그랬지? 원치도 않는 도우미 일까지 떠맡았으니까 말이야.)
 
늘 있던 문화제인걸요. 새롭지도, 즐겁지도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왜 과거를 회상하는 당신이 미소짓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니, 울고 있는 건가요? 시야가 조금 흐립니다.
 
...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당신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눈앞에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예요.
 
분명히 말이죠,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재회를 약속하며, 이 망각이 유한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그날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당신에게 찾아올 인연의 미래를 위하여.
 
ED. 9월의 끝에서
 
탐사자, KPC 생환
 
 
그럼 여기에서 묻겠습니다.
 
당신에게는 미래의 이야기, 플레이어님에게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이야기에 대해 얘기해 보죠.
 
그것을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실 건가요?
 
니다:정말로 바꿀 수 있다면... 그, 그때 축제가 아수라장이 되고 설매가 위험하다고 제가 살던 세계로 돌려보내줬잖아요, 그때 가지 말고 계속 남아있었다면 뭐라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정말 바꿀 수 있나요?
 
당신의 선택에 세상이 응답합니다.
 
어디선가 강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당신의 눈물방울 하나를 집어삼키던 그것은 곧 당신도 잡아먹고,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데려갑니다...
 
...
 
...
 
구분선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니다:어...? 나 또 막 이상한 곳으로 떨어진 건 아니겠지...?
 
뒤를 돌아보면,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니다:서, 설매야...? (목소리를 향해 귀를 기울인다)
 
당신이 유설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유설매가 보입니다.
 
유설매:니, 니다야? 왜 다시 돌아왔어...?
니다가 위험, 할까 봐 먼저 돌려보낸 건데... 이쪽으로 오면 다칠 지도 몰라.
 
그리고 그런 유설매는,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니다: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다칠 수도 있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체감합니다.
 
한순간 이명이라도 들리는 것처럼 귀가 멍해집니다.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유설매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마주봅니다.
 
니다:나, 나는... 네가 걱정돼서...
저쪽 세계에는 괴물이 휩쓸고 다녀서 온통 아수라장인데, 내가 있는 세계는 너무 평화로워서... 그, 그래서 나만 이렇게 평화로우면 안 될 것 같았어...
그, 많이 다친 거야? (벌벌 떨리는 손으로 상처를 살펴본다)
 
유설매:(저도 모르게 밝지 못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숙여버린다) 우리 세계는 정말로 이렇게 멸망하나 봐. 그래도... 이렇게 되기 전에 니다라도 돌려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니다 너에게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살아있으면 다음이 있으니까... 나는 무리더라도 너만은 꼭 무사하면 했어. 내가 지켜주기로 약속했으니까...
돌아가기 전까지 정말 좋은 기억만 주고 싶었는데... 나도 니다 덕분에 좋은 일이 잔뜩 생겼으니까...
상처는... 니다가 걱정하진 않아도 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이렇게 니다를 볼 수 있으니까 됐어.
 
니다:하지만... (설매의 얼굴을 보고 싶지만 고개를 숙인 탓에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살아있어도 설매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걸... 지, 지켜달라는 말이... 이렇게 온 몸 내던져서 지켜달란 의미가 아니었는데.
...여기서 지낸 사흘 간 정말 재미있었는데...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주저앉는다) 그, 그렇지, 우리 세계로 가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큰 병원에라도 가면 팔도 고쳐줄지도 몰라...!
 
유설매:나도... 나도 그랬어. 니다랑 좀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말도 없이 먼저 떠밀어버리기보단 조금 더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나, 니다가 다시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솔직히 실감이 나지는 않네... 헤헤. 이거 혹시 꿈은 아니겠지...?
내가 너무 소원을 간절하게 빌어서 마지막으로 원하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진심으로 기뻐, 여기서 본 인간이 내가 보고 싶어서 다시 돌아온 건 처음이거든. 이계가 니다 마음에 들어서 정말 다행이야...
(마지막 말에는 주저하다가 결국 고개를 젓는다) 나도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니다:그, 그렇지 않아...! 난 꿈이 아니고 지금 여기 있는걸. 나야말로이게 나쁜 꿈이었으면 좋겠는데... (한쪽 팔이 없어 어쩐지 허전한 설매의 상반신을 끌어안는다) 설매가 원한다면 몇 번이라도 돌아올 수 있는데, 어째서...
그럼... 이대로 여기서... (눈앞이 눈물로 흐려진다) ...죽는 거야? 정말로? 우리 만난 지 고작 하루이틀밖에 안 됐는데, 설매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설매도... 할 일이 많잖아, 졸업도 해야 하고, 선생님... 이시라는 분도 기다린다며, 이대로 영영 죽을 수는 없으니까, 뭐라도, 뭐라도 방법이 있을 거야...
 
유설매:(니다의 품에 얼굴을 푹 파묻는다) 따뜻하네... 다시 만나자는 약속, 니다가 먼저 지켜준 거네, 그렇지?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 너무 기뻐서 지금 아픈 건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아.
(말이 조금씩 느려진다) 그런 건 아냐, 그냥... 이렇게 됐으니 조금은 쉬고 싶어서 이러는 거니까...
곧 다시 보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먼 미래에, 아주아주 멀어서 내 이름을 잊을 정도의 미래에는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우리 사이에는 이미 인연의 끈이 단단히 엮여 있으니까... 끊어지더라도 니다라면 다시 엮어줄 수 있잖아, 그렇지?
 
그는 최대한 주제를 피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죽음이 멀지 않은 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는 걸까요.
 
물먹은 것처럼 무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으면,
 
문득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던 가느다란 목소리를 떠올립니다.
 
방울의 사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던,
 
낯설고도 귀에 익은 목소리……
 
어째서 그 목소리가 생각난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지금의 당신은 방울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 그리움에 관해 이야기해봅시다.
 
누군가를 간절히 떠올리며 애타게 매달리는 마음이
 
당신에게도 존재할까요.
 
니다:(그리움... 그리움에 관한 얘기... 예전에 언니가 아팠을 때 엄마가 계속 언니 곁에만 있어서 혼자 쓸쓸했었는데... 이, 이거 말고...)
그, 그렇지, 이걸 말 안 할 뻔했네, (목소리를 가다듬고 억지로 평정을 유지한다) 나 말이야, 이곳의 축제도 정말로 즐거웠지만, 설매가 우리 세계에 온다면 우리 세계의 축제도 꼭 소개해주고 싶었어. 인간들은 엄청 많고 그만큼 다양한 축제들도 많이 열리거든, 이를테면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열리는 축제 같은 거 말이야.
사실 난 인간 세계에 친구가 별로 없어서, 학교에서 축제를 열어도 대부분 혼자 다녔거든... 작년에도 혼자였는데, 피곤했는지 정신을 차려 보니까 어떤 사람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었더라고.
그때 그 사람이 뭐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떴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 무슨 선물이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을 떠올리느라 미간을 찌푸린다) 우리 학교 학생은 아닌 것 같았는데, 그 축제 이후로 다른 학교 졸업 앨범까지 뒤져가며 누군지 찾아보려 했는데 전혀 못 찾겠는 거야. 그 사람이 누군지.
...사실 올해 축제에선 찾을 수 있길 바랐는데, 그 전에 이렇게 이계로 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즐거운 경험도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왜 마음에 닿은 것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리는 걸까...? ...설매가 이렇게 떠나면, 나도 설매를 평생 그리워하게 되겠지? 그래봤자 인간은 백 년밖에 못 사니까 설매가 선생님을 그리워하게 된 시간보단 짧겠지만...
...그냥, 이대로 설매가 사라지면 평생 설매를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작년 축제에서 내가 말도 못 걸고 떠나보낸 그 사람처럼, 평생 마음에 두고 살아가겠지...? 그, 그러니까...! 설매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살아 있을 거야, 응,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 (목이 메어 횡설수설한다)
 
유설매:...그렇구나, 좋은 추억이네... 다른 세계에 와서 이렇게나 웃고 떠들면서도 잊지 못할 인연이라면 어쩌면 그것도 평생 남을지도 모르겠어. 남을 기다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만난 걸 후회하는 일은 절대 없을 정도로, 정말 즐거운 일도 많이 있었을 테니까 그런 점은 좋을지도 몰라...
그토록 그리워질 정도의 인연이니, 분명 니다와 닿았던 그 사람도 쭉 니다를 그리워했을 거야. (피로 엉망이 됐지만 그나마 남은 손으로 울음이 섞이는 니다의 뒷머리를 토닥거린다.)
 
유설매의 말을 듣고 있던 그 순간,
 
사방으로 둥근 바람의 파형이 퍼져 나갑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당혹스러운 유설매의 목소리가 한 번 일그러지더니 휘말립니다.
 
가을바람이 폐허가 된 세상을 부드럽게 뒤덮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기억해냅니다.
 
당신은 유설매와 만난 적 있습니다.
 
당신은 그와 함께 보낸 8월의 일부를 떠올립니다.
 
함께한 축제, 기억을 지우던 그 순간,
 
그리고 마지막의 선명한 불꽃놀이까지,
 
사라지던 그 뒷모습을 보며 느낀 기분까지.
 
이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인연입니다.
 
문득 당신은 깨닫습니다.
 
유설매를 구하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방울이 계승되었다는 사실을요.
 
당신과 유설매를 제외한 세계의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핸드아웃: 방울의 사용법

 

 ‘시대의 계승자’ 니다의 특성, 시나리오 전용 기능치 〈인연〉이 추가됩니다. 당신은 방울의 소유자인 유설매조차 지니지 못한 능력을 얻습니다.

〈인연〉의 기본 수치는 50이지만, 마력 1을 투자해 10씩 올릴 수 있습니다. 최대치는 100입니다.

판정 성공 시, 당신은 유설매를 포옹하는 것으로 유설매에게 걸린 모든 저주와 속박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니다:(망설임없이 설매를 꼭 끌어안는다) 생각났어, 예전에 우리 세계에서 설매를 만난 적 있었어, 그때 다른 동료들과 함께 왔었다고 했고... 그렇지, 학생으로 변장해서 함께 축제도 즐겼어, 그때도 사냥개 때문에 기억을 지워야 한다고 했는데... 왜 몰랐었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줄도 모르고 줄곧 헤맸었어...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두 번의 축제를 겪은 셈이구나. 인연이 이렇게 이어져 있었다니...
(헉 요거 마력 5 써서 100으로 올릴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판정해주세요!
 
유설매:(눈을 몇 번 깜빡이다,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에 그저 웃는다) 내가 말했잖아, 그 사람도 줄곧 니다를 그리워하고 있었을 거라고.
 
니다:
인연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유설매:내가 그토록 인간이 그립고 신기했던 이유나, 신목을 지치지 않고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의 일부에도 분명 니다가 있을 거야.
(어디선가 방울이 딸랑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에. 체념이 아닌 평화 속에 몸을 맡긴다)
 
방울은 환한 빛을 내며 녹아내립니다.
 
금빛 구슬이 맞닿은 두 사람의 심장부에 스며듭니다.
 
스러진 세계를 밝히는 따뜻하고 고요한 힘,
 
그것은 인연입니다.
 
그 빛은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인연과 운명의 끈에 대하여,
 
움켜쥔 손을 놓지 않는다면,
 
한없이 잡아당기고 잡아당겨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그러니 재회를 포기하지 말라고,
 
당신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만큼 그 사람 역시 당신을 그리고 있다고,
 
세계를 절단하는 완전한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계와 연이 닿는 건, 이게 마지막입니다.
 
당신은 유설매의 손을 잡고 신목 너머로 발을 내딛습니다.
 
방울이 스며든 가슴이 따뜻합니다.
 
여태까지 건너왔던 신목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어둡고 컴컴한, 끝을 알 수 없이 긴 터널이 펼쳐집니다.
 
유설매:와, 니다야, 이것 좀 봐!
 
유설매의 목소리를 듣고 그 방향을 보면,
 
희미한 녹색 빛이 모여드는 광경이 눈앞을 장식합니다.
 
하나, 둘 모여들던 빛은 이윽고 한 무리의 반딧불이 떼가 됩니다.
 
그 빛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편안해,
 
저곳에 있던 많은 이들이 등을 켜고 당신을 배웅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안심해도 좋아요.
 
이 빛을 따라가면 분명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
 
터널의 끝, 한 점의 빛으로 가득 찬 입구가 보일 무렵 반딧불이는 하나씩 사라집니다.
 
고양이 요괴 타타는 야옹 울고,
 
여우 요괴 미호는 다정하게 투덜거리고,
 
아, 방금은 쿠라마 할멈의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계에서 보내는 인사입니다.
 
안녕,
 
안녕히.
 
신목 밖으로 마지막으로 내딛는 발걸음과 함께
 
수많은 목소리가 우글우글 메아리치다 흩어집니다.
 
희미한 풀잎 향조차 함께 멀어집니다.
 
그리고 곧 새까만 어둠과 적당히 찬 공기,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경적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문득 당신은 직감합니다.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이계는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되찾을 것이며,
 
결국에는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고요.
 
자, 다음 이야기를 적는 건 당신의 소임입니다.
 
작은 노트에 지금까지의, 혹은 미래의 일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것은 머나먼 훗날, 이계로 발걸음을 내디딜 또 다른 당신에게 전해주는 편지가 되어줄 거예요.
 
끊어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엉키더라도 이어지는 이야기.
 
고작 하나의 끈이 매듭지어졌을 뿐,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ED.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탐사자 생환, KPC 구제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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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명 KP인데... 왜 이렇게 로그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걸까요.......

지금은 헤어지더라도 다음이 있으니까 분명 다시 만날 거야, 라고 서로를 위로해주는 둘이 너무 아름다워서 벅찹니다... 그리고 정말로 시나리오의 주제도 그런 내용이라는 점에서 과몰입 버튼이 눌리고 말아요.......... 서로가 정말 소중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별할 때조차 서로를 믿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네요 훌쩍..... 훌쩍.......

기억이 지워진 니다가 미처 잊지 못한 추억의 한 조각이 정말 아름답고 슬프게 묘사돼서 정말 좋았어요. 니다가 남은 증거 하나 없이 혼자서 얼마나 간절하고 그리운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이 돼서 이거 정말 에필로그 없었다면 큰일이었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열심히 처음 보는 개 목줄 붙잡고 산책시키는 일상 기간의 니다도 너무 귀여웠고요..... 하 정말 어떻게 세션이 이렇게까지 단짠단짠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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