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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로즈] 스승의 은혜

퍄퍙책미 2023. 12. 26. 16:02

KPC 노엘 드 네쥬     PC 로즈 C. 벨몬트

날짜 2023.12.07 ~ 2023.12.23

플레이타임 총 19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https://raspberry-forest.postype.com/post/5186174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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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짹짹.
 
당신은 아침을 울리는 새의 지저귐과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몸을 일으키자 손바닥 아래 붙어 있던 낱장의 종이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잔업을 처리하다 책상 위에서 깜빡 잠든 모양입니다.
 
로즈 C. 벨몬트:흐암..(책상 위에서 잠든 탓에 찌뿌둥한 몸을 어떻게든 깨우려 팔이며 어깨, 목을 돌리며 한차례 기지개를 켜고는 하품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여기저기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는 몸을 어떻게든 바로세우고,
 
종이를 주워들면, 수업 자료입니다.
 
몇 달 전 부임하게 된 부잣집 도련님을 위해 정리하던 것이었죠.
 
어느 정도 머리가 큰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립학교에서 무상 교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도시에는 자녀를 집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부자도 많으니까요.
 
과잉보호가 심하다든지,
 
그 댁의 도련님이나 아가씨가 외부에 알리지 못할 어떤 병을 앓고 있다든지…
 
복잡한 사정들이 있겠죠.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당신에게 그런 것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습니다.
 
종이를 읽고 있으면 똑똑, 정갈한 노크 소리가 울립니다.
 
로즈 C. 벨몬트:들어오세요. (읽어내리던 종이에서 떼어낸 시선이 문을 향한다.)
 
집배원: 벨몬트 씨, 맞으십니까?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낡은 가죽 가방을 멘 집배원입니다.
 
아무래도 우편물이 온 모양입니다.
 
로즈 C. 벨몬트:네, 맞는데요. (조르르 달려간 문 앞에 선 집배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배원: 여기... 편지 두 장이요.
 
얼굴에 피로가 덕지덕지 붙은 집배원은 볼일이 끝나자마자 돌아갑니다.
 
간만에 편지가 두 장이나 왔군요.
 
로즈 C. 벨몬트:(편지를 앞 뒤로 살피며 책상에 다시 다가가 페이퍼 나이프로 봉투를 열었다.)
 
편지를 읽기 위해 문을 닫으면, 로즈, 듣기 판정.
 
로즈 C. 벨몬트: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발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무심코 살피면 문틈 사이로 신문이 들어와 있습니다.
 
오늘 새로 나온 모양입니다.
 
로즈 C. 벨몬트:아, 신문도 왔네. (신문도 주워들었다.)
(맨 앞장의 헤드라인에 시선이 자연스레 꽂힌다.)
 
대부분의 내용은 언제나 그래왔듯 별 볼 일 없는 가십거리나 소문입니다.
 
몇몇 흥미로운 기사도 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당신의 관심을 사로잡는 내용은 따로 있군요.
 
유령 저택에 관한 특보 말이에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성이 자자했던 부자댁 집주인 내외가 사망하고,
 
한 순간에 몰락하여 유령 저택이라는 멸칭을 얻게 되었다는.
 
벌써 몇 달째 기자들이 물고 늘어지는 내용입니다.
 
과거의 대재였던 부자의 몰락은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딱 좋은 주제니까요.
 
덕분에 이제 이 도시 사람치고 ‘유령 저택의 몰락’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요.
 
...
 
하지만 이 소식이 지긋지긋한 건 그래서만은 아닐 겁니다.
 
당신은 그 저택에서 억울하게 쫓겨났으니까요.
 
그것도 노엘의 손으로 말이에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알싸한 두통이 느껴집니다.
 
기사를 훑다 보면... 로즈, 관찰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신문을 접는데, 한 문장이 눈에 걸립니다.
 
유령 저택 대목의 맨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살인이라고...?
 
조용하던 도시에 살인이라, 진짜라면 날벼락이겠는걸요.
 
로즈 C. 벨몬트: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그 저택과 곧 시끄러워질 도시를 떠올리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내려놓으면, 옆에 두 장의 또 다른 갑작스런 소식이 있습니다.
 
당신 앞으로 도착한 편지들 말이에요.
 
로즈 C. 벨몬트:(신문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편지들을 꺼냈다.)
 
한 장은 지금 재직 중인 도련님 댁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나머지 한 장은…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네요.
 
로즈 C. 벨몬트:(발신인이 적히지 않은 편지는 일단 뒤에 읽기로 하고, 일하고 있는 집의 편지부터 확인했다.)
 
도련님 댁에서 보내온 편지의 내용을 훑으면,
 
이건… 그러니까…
 
갑작스러운 통보에 두어 번을 다시 읽어도
 
소위 말하는, ‘당신이 잘렸다’는 내용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무언가 흠 잡힐 만한 짓을 했는지를 돌이켜 봐도 전혀 떠오르는 바가 없습니다.
 
로즈 C. 벨몬트:어?! 이렇게 갑자기?! (황당함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문득 어제부터 밤새 준비했던 수업 자료가 떠오릅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은 그네들 특성인가요?
 
난데없는 소식을 들은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습니다.
 
하루아침에 변덕을 부려도 괜찮은 그들과는 달리 당신은 하루아침에 무슨 일이 나도 야무져야 하니까요.
 
로즈 C. 벨몬트:하... (짜증과 허탈함이 섞인 한숨을 내뱉고는 해고통지서인 편지를 내려놓았다. 불가해한 상황해 짜증이 나지만 제가 어쩌겠는가,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리고 마음을 다 잡고 남은 편지를 봤다. 발신인이 없는 편지가 꺼림칙하긴 했으나 궁금증은 못 이기는 법이다.)
 
확 뜯어서 읽어 보면 가정교사 스카웃 제의서 같습니다.
 
형식적인 내용이 줄을 잇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만…
 
편지 뒷면에 주소가 적혀 있습니다.
 
익숙한 주소입니다. 그야 이곳은,
 
당신이 노엘을 가르쳤던 그곳이잖아요.
 
시간이 꽤 흘렀으니, 지금은 훌쩍 자라 있겠죠.
 
그런데 몰락한 노엘의 가문에 가정교사가 필요할 아이는 없을 텐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로즈 C. 벨몬트:(아까 신문에서 살인 어쩌고 시끄럽기까지 했는데.. 아니, 발신인은 왜 숨기며, 애도 없잖아..?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어서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훑어봤다.)
 
편지에 대고 의문을 표한다고 이게 답을 내 주진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직접 가서 묻든지, 주변 사람들에게 묻든지 하는 수밖에요.
 
로즈 C. 벨몬트:(찝찝하기가 이를데 없어서 편지만 팔락거리다 내려놓았다. 주변에 수소문이라도 해볼까...)
 
이렇게 큰 기사도 났으니 분명 소문거리를 주워담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밖으로 나가 볼까요?
 
로즈 C. 벨몬트:(갑작스런 해고에 대한 기분도 풀 겸 신문기사까지 뜬 '그 저택'에 대한 소문도 들을 겸 외투를 팔에 걸치고 문을 나선다.)
 
집을 나서면, 심정과 달리 오늘 날씨는 화창하다못해 쨍쨍합니다.
 
하지만 이 조용한 도시는 대낮에도 골목마다 그림자가 짙군요.
 
그 은밀한 틈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무언가 조용히 대화하고 있는데...
 
엿들으려면 듣기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화두에 오른 것은 역시나 유령 저택인 듯합니다.
 
로즈 C. 벨몬트:(역시 밖에 나오니까 온갖 얘기가 다 도네.. 그런 집에 가야 하나.. 잘리기까지 했지만...)
 
하지만 병에 걸렸다니,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지만…
 
만약 진짜면 어떡하죠? 어쩐지 기분이 묘합니다.
 
좋은 기억이라고는 막대한 급여 외에 쥐뿔도 없는 저택이지만,
 
그래도 그 애는…
 
노엘은, 당신의 제자였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은 한때나마 스승이었던 치의 최소한의 인정일 겁니다.
 
어떡할까요?
 
로즈 C. 벨몬트:(아침부터 너무 많은 일을 겪었더니 조금 한계다. 주변 벤치에 앉아 한참을 고민한다. 날 왜 다시 부르지? 근데 누가 날 불렀지? 노엘 결혼해서 애라도 있나?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지만.. 두서없는 잡다한 얘기가 머릿속을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가봐야하나...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래, 가자. 발신인 없이 보낸 건 아직도 찝찝하지만.. 이상하면 도망가지, 뭐. (또 근거없는 자신감에 휩싸인 채 결정을 내렸다.)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당신은 결국 6년만에 그 저택으로 향합니다.
 
구분선
 
꽃장식
 
택으로
 
구분선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여 저택으로 찾아가면,
 
전혀 관리되지 않아 녹슨 주물 대문이 보입니다.
 
일반 가정집의 마당만한 크기 탓에 특유의 웅장함은 저버리지 않았으나
 
색이 희끗희끗하게 바래 지금은 그저 볼품없는 쇳덩이처럼 보입니다.
 
비록 형편없는 꼴이 되었지만 변함없는 장대함이,
 
과거에 이 저택이 얼마만큼의 부와 명예를 거느렸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로즈 C. 벨몬트:여긴 변함없이 크네..
 
대문은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런데 잠기지 않았는지 완전히 맞물리지 않네요.
 
열고 들어갈까요?
 
로즈 C. 벨몬트:(어쩐지 끼익거리는 소리가 음산하게 들리는 탓에 어깨를 움츠리고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작게 입을 열었다.) 계세요?
 
대문은 크기에 비해 헛헛하게 열립니다.
 
주변에는 지키는 사람은커녕 생쥐 한 마리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망했다지만 이 큰 저택에 경비 하나 없는 건 조금 이상하네요.
 
로즈 C. 벨몬트:아무도 없나...?
 
들어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한참을 안절부절하다가 이내 문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서면,
 
부지가 워낙에 넓어 저택까지는 한참을 걷게 됩니다.
 
유령 저택이라는 멸칭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님을 알리듯,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돌길 사이사이로 잡초가 자라나 있고,
 
푸르던 잔디와 꽃들은 갈빛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물레방아가 멈춘 호수는 바싹 마른 바닥을 드러낸 채입니다.
 
나무들은 저마다 빛을 잃었습니다.
 
꼭 이 저택만이 외딴 세상에 떨어져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그리고… 로즈, 정신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또한 착각일까요?
 
저택에 들어온 이후로 근원을 알 수 없는 스산하고 서늘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무기질한 감상과 함께 몇 분을 더 걸었을까요?
 
드디어 저 멀리 저택의 입구가 보입니다.
 
건조한 미풍을 타고 어디선가 싱그러운 꽃향기가 훅, 끼쳐옵니다.
 
반사적으로 눈길을 돌리면…
 
저택 근처에 심어진 유독 커다란 꽃나무가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로즈 C. 벨몬트:꽃나무는 살아있네...?
(혼자 생생해서 되려 괴리감을 주는 거 같다.)
 
여기에서 홀로 생생함을 뽐내고 있군요.
 
무슨 나무일까요? 식물학/자연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자연
기준치: 40/20/8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저택에서 오고가며 보았습니다.
 
당신 방 창문의 경치 한가운데 있었으니까요.
 
…나무야 아무렴 좋습니다.
 
상념에 젖어 있기에 이 대저택의 외관은 위협스럽고 불친절하니까요.
 
저택의 벽면에 버썩 마른 덩쿨이 똬리를 튼 모습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서 들어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로즈 C. 벨몬트:(홀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꽃나무를 뒤로 하고, 저택의 문을 똑똑 두드렸다.)
 
노크를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중년의 사용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용인:도련님, 아니. 주인님께서 말씀하셨던 선생님이시군요.
응접실로 모시겠습니다.
 
로즈 C. 벨몬트:어, 음. 안녕하세요?
네.. (그래도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며 얌전히 사용인의 뒤를 따라 응접실로 향했다.)
 
그의 안내를 따라 매끈하게 뻗은 복도를 걷고 있자니,
 
기억의 기저 아래 숨어 있던 과거의 감각들이 되살아남을 느낍니다.
 
그야, 옛날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풍경이거든요.
 
유령 저택이래도 필요한 최소한의 손길은 닿았는지
 
내부가 꽤 정갈하고 한산하네요.
 
다만... 로즈, 관찰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른 점이 있다면 사용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당신의 앞에 있는 사용인 한 명이 전부인 것 같은데요.
 
사용인: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주인님께서 불편이 없도록 모시는 하녀장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한때 이 저택에서 근무하셨다고요.
 
로즈 C. 벨몬트:아, 네. 6년 전쯤에 가정교사로 일했어요. (사람이 없는 건 알겠지만 함부로 먼저 입에 올릴 것도 아니어서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 하녀장도 얼굴이 낯선데요.
 
적어도 6년 전에 이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녀장이나 되는 사람이면 당신도 얼굴은 익혔을 텐데요.
 
그때 일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런 이가 왔을까요?
 
로즈 C. 벨몬트:그.. 예전에 일할 땐 못 뵈던 분이신 거 같은데...
 
하녀장:그러신가요? 저도 선생님을 직접 뵈는 건 처음이네요.
기존에 일하던 사용인들이 모두 나가서 제가 하녀장이 되었거든요.
 
로즈 C. 벨몬트:아, 그러시구나..
 
하녀장:음... (길게 뜸을 들이다 조심스레 말한다) 사실 도련님이 주인님이 되신 이후 모두 쫓아내셨다고 들었습니다.
(한숨을 쉰다) 정말 그러시던 분이 아닌데, 요새는 몸까지 안 좋으시고.
 
로즈 C. 벨몬트:그래요? 지금 주인님이면 노엘 도련님 맞나요?
 
하녀장:네, 그렇네요.
 
로즈 C. 벨몬트:몸은 어디가 안 좋으신데요?
 
하녀장:자꾸 기침을 하시더군요. 의원이 몇 번 드나들었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날이 악화되시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로즈 C. 벨몬트:그러시구나. 얼른 괜찮아지셔야 할텐데. 근데 제가 여기 초대받은게 가르칠 아이가 있어서인가요?
 
하녀장:그건... 주인님께 직접 묻는 편이 빠를 것 같군요.
 
하녀장은 한 방문을 열어줍니다.
 
가정교사로 처음 왔을 때나 잠깐 와 봤던 응접실이군요.
 
창문이 있음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 탓에 쓸쓸한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그때는 활활 타오르던 벽난로는 먼지구덩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명예가 아주 헛된 것은 아닌지 소파만 봐도 화려합니다.
 
하녀장은 티테이블 위에 티 세트를 올려놓고,
 
하녀장:주인님을 모셔 올 테니 기다려 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모습을 감춥니다.
 
로즈 C. 벨몬트:(주변을 둘러보다가 티세트를 손으로 건들였다.)
 
잘 닦여 있는 테이블은 은은하고도 고아한 빛을 자아냅니다.
 
위에 있는 티 세트는 유리로 세공된 것입니다.
 
꽃잎이 떠있는 찻주전자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찻잔 중 하나에는 이미 절반정도 찻물이 담겨 있네요.
 
꽃으로 우려낸 차는 수색이 맑고 깊습니다.
 
향을 맡으면 지능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찻주전자에 띄워진 꽃잎도,
 
차에서 우러나는 특유의 단내도 어쩐지 익숙합니다.
 
전에도 마신 적이 있었을까요?
 
따뜻한 차에서 기분 좋은 김이 흘러나옵니다.
 
마셔 볼까요?
 
로즈 C. 벨몬트:(언젠가 마셔본 것 같은 차 향을 맡다가 한모금 홀짝였다.)
 
열기가 가시지 않은 차를 한 입 넘기면
 
아랫배가 따듯해지는 느낌과 함께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입을 떼는 찰나 맑기만 하던 수색이 일순 탁해 보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착각이겠죠?
 
이 공간은 대낮임에도 딱히 밝은 편이 아니니.
 
로즈 C. 벨몬트:(잘못 봤나, 다시 한 번 차를 살피다가 내려놓았다.)
 
다시 살펴도 특별한 점은 없네요.
 
그저 꽃차인데요.
 
로즈 C. 벨몬트:(공간이 어두워 잘못 본 것 같아서 찻잔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창가로 항했다.)
 
정오를 막 넘긴 시간,
 
바깥이 이렇게나 밝은데 실내는 커튼을 친 것마냥 어두컴컴합니다.
 
창문 저 너머로 청아한 새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요하고 적막한 저택과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로즈 C. 벨몬트:왜 이렇게 어둡담..
 
글쎄요. 밖에 더 볼 것은 없습니다.
 
로즈 C. 벨몬트:(창문 밖을 한 번 더 내다보았다가 벽난로로 향했다. 그렇게 춥진 않지만, 내부가 어둡게 느껴지다보니 괜히 한기가 도는 듯 해 저도 모르게 향한 발이었다.)
 
벽난로 안쪽에는 불을 때다 만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잿가루 사이에 타다 만 양피지 조각이 하나 있습니다.
 
극히 일부만 남아 있고 그마저 검댕이 묻어 내용은 모르겠지만요.
 
요즘 시대에도 양피지를 쓰는 저택이 있다니. 놀랄 노 자입니다.
 
로즈 C. 벨몬트:양피지..?
(당황스럽긴 하지만, 타다 만대다가 검댕이로 제대로 된 내용은 안 보이는 것 같아서 그냥 의문만 가진 채로 떠나 소파로 다시 돌아왔다.)
 
가죽 소파는 아주 값비싸 보입니다.
 
당신의 집을 팔아 넘겨야 마련할 수나 있을까요?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이 저택은 아주 망했다던데,
 
지금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뚜벅, 뚜벅, 뚜벅.
 
대강 주변을 살피고 있었을 즈음.
 
응접실 너머 복도 저 끝에서부터 날카롭고 무거운 구두굽 소리가 들려옵니다.
 
정결한 굽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머잖아 응접실 안쪽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제는 훌쩍 커버린 이 저택의 집주인. 노엘입니다.
 
아이에서 소년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눈부신 세월을 거듭하며 성장한 노엘이 당신의 앞에 서 있습니다.
 
노엘은 소파에 앉기도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노엘:안녕, 선생님. 보고 싶었어.
 
그 목소리와 함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어째서일까요?
 
꾹꾹 눌러담고, 밀어두고, 세월에 젖어들어 잘게 찢기고,
 
풍화되어 희미해졌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떤 감정이 되살아납니다.
 
명백하고도, 선명하며, 강렬한.
 
그래요. 이건…
 
노엘을 향한 증오와 분노입니다.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도 그럴 게…
 
과거의 노엘은 당신을 핍박하고, 모욕하고, 온갖 패악을 일삼았으니까요.
 
수치스러웠던 나날의 연속입니다.
 
결국 저택에서 누명을 쓰고 쫓겨난 그 최후까지 노엘이 계획했던 일이었잖아요?
 
그런데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다시 불러들인 건지.
 
로즈 C. 벨몬트:(어쩌자고 여길 돌아왔지. 고작 6년 지났다고 다 까먹고 여길 다시 기어들어오다니. 사는 게 너무 바쁘긴 했나보다. 절로 어두워진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노엘과 눈을 마주쳤다.)
 
노엘:...편지는 받았지?
내 요구사항은 그대로야. 6년 전처럼... 이곳에서 가정교사 역할을 해 줘.
 
로즈 C. 벨몬트:딱히 가정교사 하려고 여기에 온 건 아닌데..
 
노엘:...그렇구나. 그럼 무슨 볼일이 있어?
(고개를 기울인다. 이제는 잔뜩 길어진 머리가 쏟아져 장막처럼 나풀거린다.)
 
로즈 C. 벨몬트:... 하도 말이 많은데다 발신인도 없이 편지를 보내니까 그냥 확인차 와본 거지.
 
노엘:말이라면, 소문? 그런 걸 믿는구나.
아마 사실무근일 거야. 뭔가 있다 해도 고용인도 아닌 외부인에게 알려줄 수는 없어.
 
로즈 C. 벨몬트:소문을 확인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진짜 무슨 마음으로 여길 들어온거람.. 저 자신에게 한숨을 쉬고는 이마를 문질렀다.)
 
무슨 생각으로 무턱대고 왔던 거죠?
 
몇 분 전의 자신을 원망하고 싶어집니다.
 
변했지만, 변함없이 재수 없는 면상을 보고 있으면 그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노엘:콜록, 콜록.
(익숙한지 제법 빠르게,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린다.)
 
로즈 C. 벨몬트:(기침하는 너를 보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노엘:...이런 상황이니까, 단순한 방문이라면 돌아가는 게 좋아.
 
로즈 C. 벨몬트:...그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마 마지막으로 그를 돌아보며, 로즈, 관찰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갸름해진 턱선, 깊어진 눈동자.
 
성장한 태가 여실한 외관이지만,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건 아닙니다.
 
눈은 퀭하고, 어딘지 피부가 푸석하며
 
빛을 보지 못한 낯빛이 꽤 창백해 보입니다.
 
양 광대뼈가 확실히 드러나는 걸로 보아
 
과장 좀 보태서 죽을 병에라도 걸린 것 같은데요.
 
당신의 알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만 저택을 떠납시다.
 
로즈 C. 벨몬트:.... (자신은 이래서 문제다. 또 발을 떼기 어려워서 머뭇댄다. 정이라곤 붙이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발을 뗴서 돌아가면 결국 며칠도못 되서 돌아올 거 같은데...)
 
하지만 이 알싸하며 서늘한 저택과 노엘만큼, 당신은 단호한 성정이 못 됩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활비도 많이 떨어진 게 생각납니다.
 
문을 열고 나가기는 쉽지만,
 
그러면 햇빛과 함께 일자리 하나 구하기 힘든 현실이 들이닥칠 겁니다.
 
노엘:...기한도 말했던가. 5일 뒤에 퇴근하면 돼.
그 뒤로는 필요 없어.
 
당신이 가만히 서 있는 걸 지켜봤는지, 노엘이 다시 입을 엽니다.
 
로즈 C. 벨몬트:(정말 예쁘기는커녕 미워죽겠는 제자인데, 이 싸늘한 저택에 장성했다곤 하나 어릴 때부터 봐온 아픈 어린애를 두고가자니 결국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 제 성정을 비난하며 처참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마른 세수를 했다.)
5일이야. 정말 그 뒤로는 안 할 거야. (마른 손에서 떼어낸 얼굴은 이제 결단만 내려 단단한 표정과 안광만 남아있었다.)
 
노엘:(여전히 의중을 알 수 없으나, 조금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끄덕인다.)
 
당신이 결국 제의를 받아들이면, 노엘은 따라나오라는 듯 먼저 문을 열고 나갑니다.
 
시간차를 두고 뒤따르자니 설명이 이어집니다.
 
노엘:매일 아침 신문을 읽어주고, 내가 요구하는 게 있다면 들어줘. 그게 고용 조건.
업무의 일환으로, 점심과 저녁은 꼭 같이 해야 해.
 
로즈 C. 벨몬트:터무니없는 걸 요구하면 안 할 거야.
 
노엘:...그래. 노력할게.
방을 배정해 줄게. 나머지 시간은 로즈의 방이나 저택에서 자유롭게 보내.
 
로즈 C. 벨몬트:그래, 일은 오늘부터?
 
노엘:응.
 
로즈 C. 벨몬트:그래, 알았어. 점심은 먹었어? (하기로 했으니 제대로 해야지.)
 
노엘:아니... 안 먹을 거야.
 
로즈 C. 벨몬트:점심 저녁은 꼭 같이 하자고 한 건 너잖아.
 
노엘:먹을 기분이 아니야. (멋대로 말하며, 또 어딘가로 향하는 문을 연다)
그렇게 일하고 싶어? 그럼 일에 대한 질문이라도 할래. 모르고 사고를 치면 수습하기 번거로워.
 
로즈 C. 벨몬트:하기로 했으니까, 제대로 해야지. (내가 뭔 사고를 친다고, 홀로 투덜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엘:...저녁에는 일이 있어. 방해되니까 찾지 마.
 
두 사람은 마치 조개껍질을 갈아넣어 만든 듯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저택을 걷습니다.
 
노엘:5일간 저택은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돼. 아침에는 찾지 않을 거니까.
대신 내 방 서쪽 잠긴 방에는 들어가지 마.
필요한 건 하녀장에게 말하고.
 
로즈 C. 벨몬트:그래, 알았어.
 
대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참 위에 발을 딛습니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노엘은 그렇게 말하며 당신이 쓸 방의 문을 엽니다.
 
발을 들여 보니 이곳은 과거 당신이 사용하던 방입니다.
 
그전에 쓰던 가구며 구조 자체는 그대로지만,
 
오랜 세월에도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게다가 그나마 볕이 잘 드는 방이라서,
 
당신이 이 저택에서 그나마 정을 붙일 만 했습니다.
 
하지만... 로즈, 관찰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째서일까요?
 
그렇게나 환하고 밝던 방은 이제 빛 한 점 제대로 들지 않아 음침하고 서늘하기만 합니다.
 
노엘:내 방은 어딘지 알지.
필요한 게 있으면 옆방에 노크를 해.
('필요한 것'이라는 말을 뱉고 혼자 고민하다) 그러고 보니 차를 좋아했었지.
티 세트를 못 찾았어. 발견하면 하녀장이 가져다 줄 거야.
 
로즈 C. 벨몬트:..그래, 알았어. (제가 배정받은 방조차 여전히 싸늘하게 느껴져서 낮게 한숨을 쉬었다가 제가 차를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라서 조금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지만 입밖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하지만, 티 세트라면 당장 응접실에 있지 않았나요?
 
자기가 가져다 달라고 얘기했을 거면서.
 
정신을 너무 빼먹어서 그것도 잊어버린 걸까요?
 
참, 천재라는 과거의 별명이 낯부끄럽군요.
 
로즈 C. 벨몬트:응점실에서 차를 마시긴 했지만.. (뭐, 그때의 어마무시한 부를 떠올리면 맘에 차는 세트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프니 집안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를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노엘:......응접실에서? (고장난 로봇처럼, 뜸이 아주 길다)
그렇구나. (이내 여상하게 대꾸한다)
 
노엘은 그 말을 끝으로 퇴장합니다.
 
방문이 닫히면 당신은 저택의 한산함에 잠식당합니다.
 
그 서슬 퍼런 적막감을 가르고 머리를 울리는 것은
 
다름 아닌 노엘의 목소리입니다.
 
순간 비웃음이 터집니다.
 
조금 마른 듯한 몸이, 새하얀 낯빛이.
 
당신을 선생님이라고 일컫는 아이의 목소리가…
 
그 모든 것이, 왜 이다지도 가증스럽기만 할까요…
 
그토록 못되게 굴고, 믿었던 순간에 결국 자신을 바깥으로 내쫓았으면서!
 
또 그때처럼 나를 속이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할 거라는 의심이 끝없이 솟아오릅니다.
 
날 보고 싶었다고? 당치도 않는 소리.
 
로즈 C. 벨몬트:(머릿속의 네 말을 털어내듯 고개를 흔들고 갖고 있는 짐을 방에 정리했다.)
 
마음이라도 가라앉힐 겸. 방이라도 적당히 살펴볼까요.
 
당신의 방에는 침대, 창문, 커피테이블, 책상이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잠깐 환기라도 시킬 겸 창문을 열러 다가섰다.)
 
창문에 다가서면, 습하고 비릿한 미풍이 불어옵니다.
 
좀 더 열어두니 오히려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상합니다. 날씨가 이렇게 맑은데 무슨 축축한 바람이랍니까?
 
로즈 C. 벨몬트:...비올 거 같지도 않은데. (습기 가득한 바람에 진저리 치며 열었던 창을 닫았다.)
 
창을 닫고 있자니, 바로 맞은편에 우뚝 솟아있는 커다랗고 커다란 나무가 보입니다.
 
꽃이 엉기며 핀 가운데 무성한 잎사귀의 향이 코를 찌릅니다.
 
아까 오면서 봤던 그 나무인데... 로즈, 식물학/자연 판정.
 
로즈 C. 벨몬트:
자연
기준치: 40/20/8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보고 있으면 그제야 눈치챕니다.
 
저 등롱처럼 줄줄이 내려선 꽃 모양,
 
분명 아카시아 꽃나무입니다!
 
아까 마신 차도 분명 이런 달큰한 향이었죠.
 
로즈 C. 벨몬트:근데 왜 저나무만 생생해..?
(당최 알 수가 없어서 고개만 갸웃거렸다.)
 
저 나무만 특별히 관리받기라도 했을까요?
 
노엘이 특히 아끼는 나무라거나?
 
답해줄 사람이 없어 의문만 커져 갑니다.
 
로즈 C. 벨몬트:나중에 물어보자. (얕은 호기심을 지금은 죽이며 책상에 가 제가 가져온 것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짐을 올려두려고 보니, 책상 역시 뭘 놓기 힘들 정도로 고급품입니다.
 
비싼 나무를 재료로 만들어진 만큼 마감 처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짐 말고도 위에 뭔가 많네요.
 
자세히 보면 아주 오래전 당신이 사용하던 만년필이며, 수업 자료,
 
바싹 낡은 노엘의 교과서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예전에도 이런 고급품인 책상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손끝으로 만지다가 책상위의 물품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도 남겨놨다고..? 나보고 치우라는 건가. (예전의 교과서와 수업자료를 한 번 훑어보았다.)
 
좀 더 살펴보자면, 로즈, 관찰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책상 한구석에 리본 타이가 하나 보입니다.
 
10대 초의 아가씨나 도련님들이 착용하고 다닐 법한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아마 노엘의 것이겠죠?
 
전혀 변하지 않은 책상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합니다.
 
꼭 당신이 나간 직후에, 이 방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누군가가 이 방에서 무수한 시간을 들여 낡은 것들을 정리했겠지만요.
 
로즈 C. 벨몬트:(리본을 빤히 내려보다가 책상 한쪽에 옛교과서와 수업자료 위에 살포시 올려두었다. 제가 떠나면 어떻게든 하겠지. 책상 위를 가볍게 정리 후 테이블로 향했다.)
 
커피 테이블 위에는 먼지가 얕게 쌓여 있습니다.
 
그마저 비교적 최근의 것들입니다.
 
백지 두어 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네요.
 
이건 이제 당신이 티테이블로 쓰게 되겠죠.
 
로즈 C. 벨몬트:(종이는 책상 위로 옮기고, 테이블 위를 가볍게 청소하고 끌어다가 제 침대 머리맡 가까운 곳에 두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침대는 한 사람이 눕기에 턱없이 크고 넓습니다.
 
일개 닷새짜리 사용인으로 고용된 당신이 잠을 청하기에 좀 사치스럽네요.
 
테이블을 끌어다 놓고 앉으면, 발밑에 웬 쪽지 하나가 굴러다닙니다.
 
읽어보려면 모국어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언어(모국어)
기준치: 70/35/14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엄청나게 삐뚤빼뚤한 악필이라 도저히 못 읽겠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읽지 않아도 알 것 같네요.
 
이 저택에서 이런 어린애의 글씨로 편지를 적어줄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으니.
 
쪽지를 치우고 나면, 방도 적당히 둘러본 것 같고.
 
저택을 돌아다니든, 뭘 하든,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을 보냅시다.
 
로즈 C. 벨몬트:(저택이라도 한 번 둘러볼까. 6년만인데다 좋지 못한 기억이라고 지우고 싶어한 탓인지 가물가물했다.)
 
어느덧 바깥이 깜깜해지고 저녁 시간이 됩니다.
 
상사는 일 때문에 방에 틀어박혀 있을 테니, 당신은 자유의 몸입니다!
 
한 군데 정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어디를 둘러볼지 천천히 고민해 보죠.
 
로즈 C. 벨몬트:(잠시 고민하다가 서쪽방과 제 방은 가지 말라했던 걸 떠올리며 서재로 향한다.)
이쪽이 맞겠지..?
 
서재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책 냄새가 쿰쿰하게 감돕니다.
 
일반 가정집 거실의 두세 배는 되는 크기의 공간이 온통 책장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문의 맞은편 벽에는 커다랗고 딱딱한 격자 창문이 있고,
 
그 앞에는 커다란 책상이 하나 있네요.
 
로즈 C. 벨몬트:(방대한 책을 보자 곧장 책장으로 향하게 된다. 책은 꽤나 사치품이라서 이렇게 방대하게 모으는 건 힘들다는 걸 깨달으면 과거의 영광을 알 수밖에 없다.)
 
온갖 낡고 빛바랜 서적이 빈틈없이 꽂혀 있습니다.
 
책이 이렇게 많은데, 심지어 전부 연식이 있다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나올지 가늠도 안 됩니다.
 
책장은 크게 왼쪽 구역 오른쪽 구역으로 나뉩니다.
 
로즈 C. 벨몬트:(책장을 가득 채운 책을 보자니 기분이 한껏 들떴다.) 서재만 해도 이곳에 들어온 가치는 다한 거지. (홀로 중얼거리며 왼쪽 책장부터 향했다.)
 
너무 눈에 띄는 게 많아 오히려 그게 그걸로 보일 지경입니다.
 
그런데 귀한 책 사이, 유독 거칠고 흉하게 낡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괴담 설화집〉이라는 책입니다.
 
한 페이지에 책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괴담 설화집? (처음 보는 책이라 저도 모르게 홀린 듯 꺼냈다.)

핸드아웃: 〈괴담 설화집〉의 책갈피

 

「물귀신」

물에서 죽은 자는 드물게 물에 사는 귀신이 된다. 이들은 더 이상 살지 못하는 원통함을 달래기 위해 다른 사람들도 물로 끌어들여 죽인다고 한다.


 
왜 이 페이지에 표시가 되어 있을까요?
 
로즈 C. 벨몬트:물귀신..?
 
외에도 비슷한 세이렌이나, 여러 미신과 설화의 산물이 적혀 있습니다.
 
딱히 눈에 띄는 건 없네요.
 
로즈 C. 벨몬트:(귀한 책을 몇 권쯤 꺼내 훑어본 뒤, 오른쪽 책장으로 향했다.)
 
다른 책은 동화책부터 각종 유명인의 시집, 논문, 각본... 기타등등의 온갖 책이 있습니다.
 
아! 이 소설은 꼭 보고 싶던 건데...!
 
꽤 새것처럼 관리된 책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부잣집 덕이야 이럴 때 봐야죠.
 
들뜬 마음으로 오른쪽 책장에 다가서면,
 
책장은 특이할 게 없지만, 구석에 눈에 띄는 책들이 몇 쌓여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면 당신의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서적이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정결한 제물을 바치는 법, 흑마술서, 고서적,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는 술식을 적은 빛바랜 주문서까지…
 
좀 오컬트적이네요.
 
로즈 C. 벨몬트:음.. 주술? 마법? 이런 걸 어떻게 모았담. (좀 더 먼 과거를 떠올리면 이걸 모은 것만으로도 끔찍한 역사가 벌어졌을텐데.)
 
글쎄요. 더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로즈 C. 벨몬트:(주술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왼쪽 책장에서 읽고 싶었던 책 한권만 골라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위에는 텅 빈 서류 뭉치가 두서없이 쌓여 있고,
 
온갖 책이 각종 방향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이미 한바탕 뒤진 것처럼.
 
책을 두기 위해 이리저리 치워 공간을 만들다 보면
 
낡고 삭은 종이의 무덤 사이에서 노끈으로 묶인 이질적인 서적 한 권을 발견합니다.
 
읽어보려면 언어(모국어)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어휴,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있네. (책상 위에 어질러진 걸 대강이라도 정리해 치다가 발견한 낯선 책을 집어들었다.)
언어(모국어)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워낙 오래되어서 그럴까요?
 
내용이 번져 있어서 읽기 힘드네요.
 
그래도 드문드문 글자를 헤아려 보자면,

핸드아웃: 이질적인 서적의 한 부분

 

그것을 입에 넣는 순간 나는 불씨와 같은 분노를 느꼈다네.
그것이 목을 축이는 순간 나는 짙은 수마와 같은 투기를 만끽했다네.
그것을 삼키는 순간 나는 환희와 같은 공포를 느꼈다네.


 
로즈 C. 벨몬트:(글을 읽었으나, 너무 은유적이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그만 내려놓고, 가져온 책이나 읽기로 합니다.
 
원하는 책을 뷔페처럼 마음껏 골라읽는 감각이란 너무나 달콤하네요.
 
집중하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러다 보면 금방 밤이 깊습니다.
 
책은 내일도 읽을 수 있으니 이만 잠을 청하기로 해요.
 
당신은 일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로즈 C. 벨몬트:(책의 페이지를 기억해두고는 책장의 제자리에 꽂고는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나섰다.)
 
방으로 돌아가, 당신은 침대에 눕습니다.
 
눕히는 대로 푹 잠겨드는 감각이 참 황홀하네요.
 
몇 번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시야가 암전되고,
 
당신은 편안한 잠에 빠져듭니다.
 
저택에서의 첫날이 끝나갑니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똑똑.
 
간결하게 울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퍼뜩 눈을 뜹니다.
 
창 너머로, 커튼을 치지 않아도 흐릿한 햇빛이 들어오고
 
바깥에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노크를 한 사람은…
 
하녀장:좋은 아침이에요, 로즈 선생님.
 
아침을 알리러 온 저택의 유일한 사용인, 하녀장입니다.
 
로즈 C. 벨몬트:아, 좋은 아침입니다.
 
아니, 이제 유일은 아니죠?
 
닷새뿐이지만 당신도 이 저택의 사용인 중 한 명이 되었으니까요.
 
하녀장은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협탁 위에 오늘의 신문을 올려두고 갑니다.
 
하녀장:주인님께서는 서재에 계십니다.
 
그는 그렇게 일러주고 방을 나갑니다.
 
귀한 집 도련님이라고 늑장을 부릴 줄 알았는데,
 
벌써 일어나 있군요.
 
로즈 C. 벨몬트:(해가 어슴프레 뜬 창밖을 한 번 확인하고는 신문만 간단히 확인하고 노엘에게 가기로 마음 먹었다.)
 
창밖의 풍경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잿빛으로 물든 정원 위로 눈처럼 하얀 아카시아 꽃잎이 송송이 떨어집니다.
 
저렇게 곱고 빼어난 것도 저택의 바람엔 별 수 없나 보군요.
 
오늘의 신문은 발행된지 몇 시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최신 호입니다.
 
과연 어떤 기사가 노엘의 입맛에 맞을까요?
 
로즈 C. 벨몬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모 당의 하원의원이 아내의 외도 상대인 장교를 고발했다는 내용입니다.
 
사랑의 도피를 떠나기 직전 밀회를 하다 적발당했다고요.
 
게다가 그 장교가 하원의원의 오래된 벗이었다고?
 
말세로군요.
 
보통 스캔들이 아니에요.
 
로즈 C. 벨몬트:진짜 별일도 다 있네.
(좋은 소식도 아니고, 그냥 읽기만 하고 마음에서 털어버렸다.) 다른 뉴스는 없나..?
 
당신은 팔랑거리는 얇은 신문지를 뒤적입니다.
 
로즈 C. 벨몬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더 찾아봐도 별 내용은 없네요.
 
하긴, 이틀 연속으로 빅뉴스가 나온 것만 해도 놀랄 일이죠.
 
로즈 C. 벨몬트:별 얘긴 없네. (신문을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둔 채로 노엘을 찾아 방을 나섰다.)
 
굳게 닫힌 서재의 문에 노크를 하면
 
안쪽에서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집니다.
 
노엘:안녕. 잘 잤어?
 
머리가 아픈 걸까요? 노엘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간밤엔 아무일 없었지. ...머리 아파? (네 안색을 살피듯 네 얼굴을 들여다본다.)
 
당신이 절반이 넘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을 살피면,
 
어제보다 좀 더 수척해진 것 같기도...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입을 손수건으로 가립니다.
 
노엘:콜록, 콜록.
쳐다보지 마. ...닳으니까.
 
로즈 C. 벨몬트:약은 먹은 거야?
 
노엘:...응.
 
로즈 C. 벨몬트:아, 그래. (네 말에 얕은 헛웃음을 치고는) 아침은?
 
노엘:그것보다, 할일이 있잖아. 내가 고용한 건 가정교사야. 보모가 아니라.
(약간 쉰 목소리로) 아침은 돌아가면 각자 방으로 전달될 거야.
 
로즈 C. 벨몬트:네 상태를 보니 가정교사가 아니라 보모를 해야겠는데? (곱지 않은 말에 따라 빈정되게 된다.)
그래, 아침은 각자. 오늘 네가 할 일은?
 
노엘:내가 아니라... 로즈가 할 일. (그리고, 신문을 꽉 쥐어 건넨다.)
 
하긴, 이 잘나신 고용주가 시킨 업무 중에는 신문을 읽어주는 것도 있었죠.
 
특별한 게 없으니 아까 발견한 기사를 알려 줍시다.
 
로즈 C. 벨몬트:그래. (일은 일이니까 얌전히 신문을 건네 받아 아까 전 확인했던 스캔들을 읽어주었다.)
 
노엘:(가만히 듣고 있다가, 목소리가 끊기면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그런 쪽 취향이었구나. 몰랐네.
 
그런 쪽 취향이라니, 기껏 읽어줬더니만…
 
로즈 C. 벨몬트:내 취향이겠어? 읽어보니 이거 말곤 별 내용 없어서 그래. 뭐 매번 문제가 생기겠어? (읽어줬더니, 속으로 툴툴대다가 신문을 접었다.) 아님 듣고 싶은 내용이라도 있었어? 얘기하면 찾아서 읽어줄게.
 
노엘:(짙게 가라앉은 눈가를 짓누르며 고개를 젓는다) ...됐어. 이만 가 봐.
 
정말 버릇이라곤 밥말아먹었군요.
 
당신이 노엘을 이렇게 가르쳤던가요...
 
그리고, 노엘의 낯빛이 전날보다 더욱 창백해 보이는 것은
 
이곳 서재에 빛이 제대로 들지 않기 때문일까요?
 
죽을 병에 걸렸다더니만, 성질은 조금도 죽지 않은 느낌인데요.
 
조금 더 살핀다면 정신력 판정해도 좋습니다.
 
로즈 C. 벨몬트:(에휴, 저 성질머리. 투덜대면서도 결국은 어쩌겠어, 어른인 내가 봐줘야지.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턱 아래 칼라를 옥죄고 있는 타이가 조금 흐트러진 것을 발견합니다.
 
 
……왜 이렇게 눈을 뗄 수가 없을까요?
 
이젠 집주인씩이나 되면서 타이도 제대로 못 매는 게 신경쓰여서?
 
아니면……
 
로즈 C. 벨몬트:(왜 이렇게 흐트러진 타이가 눈에 거슬리는지 저도 모르겠으나. 어린 시절을 돌보았던 기억 탓이겠거니 손을 뻗어 반사적으로 정리하려 했다.)
 
당신이 다잡아 주면 타이는 훨씬 깔끔해집니다.
 
그나마 보기 좋군요! 마음이 편안해요.
 
그런데 좋은 일을 해줬더니만 노엘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표정입니다.
 
노엘:내 몸에 손을 대려면 먼저 허락을 받아.
(그리고 더 심하게 콜록거린다)
 
로즈 C. 벨몬트:오냐, 그래. 그치만 나도 모르게 뻗은 손이야. (기침하는 당신을 빤히 보다가 얕은 한숨을 쉬었다.)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니.
 
노엘:됐어. (통보하듯 말하고 책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하긴 진찰을 몇 번 받았지만 소용없었다고 했었죠?
 
마음을 저렇게 못되게 쓰니 병이 든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저렇게까지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하니 더 있을 수도 없겠네요.
 
애초에 한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지만요.
 
로즈 C. 벨몬트:...그래. (책을 읽는 당신을 잠시 보고 있다가 아침을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부르고.
 
저런 주인은 내버려두고 이만 나갑니다.
 
이럴 거면 당최 왜 불렀는지 모르겠어요.
 
저렇게나 언짢은 티를 낼 거라면요.
 
옆에서 두고두고 괴롭히고 싶어서인 걸까요?
 
심보가 저렇게 더러워선 계약은 지킬까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방으로 돌아가면 따끈하게 데워진 아침이 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한상 차림이네요.
 
함박 스테이크와 파스타, 해쉬 브라운과 스프, 과일 샐러드, 초콜릿 칩과 시리얼이 들어간 요거트까지.
 
음료로는 사과 에이드가 올라왔습니다.
 
로즈 C. 벨몬트:아침부터 호화스럽네. (음식에 죄는 없으니 맛있게 먹기로 한다.)
 
엉망인 근무 환경과는 별개로 제공되는 숙식은 아주 끝내줍니다!
 
하긴 이 정도는 돼야 부잣집 자존심이 안 상하죠.
 
스프는 단호박 스프입니다. 묽고 건더기가 적어 뜨끈하게 속을 뎁혀 줍니다.
 
스테이크는 색색의 야채가 들어가 화려하고,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아요.
 
파스타는 면이 쫄깃쫄깃한 게 어째 메뉴는 같아도 지금까지 먹어온 것과 너무 다릅니다.
 
샐러드는 아삭해서 씹는 느낌이 좋고, 요거트는 꿀을 뿌리지 않았는데 아주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바삭한 해쉬 브라운의 마지막 튀김 가루를 먹고,
 
기름진 입가를 상큼한 에이드로 정리하면...
 
배가 무척이나 부르네요.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
 
로즈 C. 벨몬트:(일이 끝나면 이 맛은 그리워지겠네.)
 
식사를 마칠 즈음이면 하녀장이 목례하며 들어와 그릇을 가져갑니다.
 
로즈 C. 벨몬트:아, 잘 먹었어요. 참 맛있더라고요.
 
하녀장:로즈 선생님, 혹시 식사가 먹기 불편하진 않으셨던가요?
맛이 이상하다든지... 물론 최고급의 재료를 사용했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로즈 C. 벨몬트:맛있었어요. 오랜만에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는 거 같네요.
 
하녀장:아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만족스럽게 웃고, 조용히 방 문을 닫는다)
 
그러고 나면 정말 혼자 남습니다.
 
아침엔 일거리도 없겠다. 소화도 시킬 겸 저택을 좀 돌아볼까요?
 
워낙 넓어서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가기만 해도 운동이 될 겁니다.
 
로즈 C. 벨몬트:(어제도 제대로 못 돌아봤고.. 짧게 있는 거지만 예전과 달라진 곳도 있을지도 모르니 확인해봐두는 게 낫겠지? )
(2층은 짧게나마 둘러봤으니 1층로 내려가 응접실부터 들러본다.)
 
응접실은 어제 둘러본 것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네요.
 
여기에 있던 티 세트가 당신의 방으로 옮겨졌단 것만 빼면요.
 
그나저나, 노엘이 몰랐던 걸 생각하면 하녀장이 독단으로 차를 준비해 준 거였을까요.
 
로즈 C. 벨몬트:(어제와 다를 바 없는 응접실을 잠시간만 바라보다 떠오른 차세트에 좀있다 차나 한 잔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응접실을 나와 창고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서쪽방이랑 자기 방 뺴고는 다 가도 된다고 했으니 들어가도 되겠지?)
 
창고의 문을 열자 오래 해묵은 듯 퀴퀴한 먼지 냄새와
 
곰팡이 썩은 내가 물씬 풍깁니다.
 
한걸음 내딛기만 해도 바닥에 카펫처럼 쌓여 있던 먼지가 날립니다.
 
구석에는 언제 벤 것인지도 모를 마른 장작더미가 얼기설기 쌓여 있습니다.
 
온갖 잡동사니가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선반 공구 상자가 눈에 띕니다.
 
로즈 C. 벨몬트:언제 패서 모아둔 거야. 바짝바짝 말라서 불은 잘 붙겠다. (최대한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치마자락도 제대로 걷어붙인 채로 수분이라곤 없을 장작더미를 손끝으로 확인했다.)
 
잡일꾼이 아닌 가정교사로 왔지만,
 
그래도 몸에 밴 습관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소매까지 걷고 질은 좋아 보이는 땔깜 앞에 주저앉으면
 
거뭇한 나뭇조각 틈에서 쇠붙이 같은 것이 반짝입니다.
 
저게 뭐지?
 
깊은 곳에 박혀 있는 탓에
 
꺼내기 위해서는 손을 안쪽 깊숙이 넣어야 할 것 같네요.
 
로즈 C. 벨몬트:빠지려나. (나무 틈새에 끼인 쇠붙이에 손을 뻗어 힘껏 잡아당겼다.)
 
쌓인 나무가 무너지지 않게 조심조심 꺼내야겠어요.
 
로즈 C. 벨몬트: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하늘:*....대실패???????????
 
책미 (GM):어. 어라
 
과하게 힘을 준 모양입니다! 장작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집니다.
 
당신은 한바탕 두꺼운 나무토막에 깔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온몸이 아프네요. 로즈, 체력 3 감소.
 
그나마 다행인 건 쏟아진 틈에서 쇠붙이는 챙길 수 있었다는 걸까요.
 
로즈 C. 벨몬트:끼약! (순식간에 쏟아져내린 장작 사이에서 낑낑거리다가 겨우 치워내고 일어섰다. 옷부터 팔이며 다리까지 엉망이었다.) 멍들겠네... (입을 삐죽대며 미간을 찌푸렸다가 무너져내린 장작을 다시 구석에 쌓아올리고서야 챙긴 쇠붙이를 확인했다.)
 
내일이면 전신이 색색으로 물든 걸 확인할 수 있겠군요...
 
아무튼 쇠붙이를 확인하면 그것은,
 
검집이 없는 서슬 퍼런 단도입니다.
 
스치기만 해도 살을 베어낼 듯 무척 날카로워 보이는데요.
 
손잡이 부분에 아름다운 문양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것 치고 께름칙합니다.
 
날선 단면 이곳저곳에 검붉은 것이 눌러 붙어 있는 탓일까요?
 
로즈 C. 벨몬트:어라.. 단도? (단도와 함께 쏟아져내렸던 장작더미를 떠올리고는 안 찔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근데 이건 왜 여기에? (좀 꺼림칙한 느낌에 단도를 쥔 채 우왕좌왕했다.)
 
다시 넣어둘까요? 아니면 가져갈까요?
 
로즈 C. 벨몬트:(단도를 들고 한참 고민하다가 일단 챙겨두기로 한다. 나중에 누가 장작 챙기다가 다치면 어떡해. 손수건에 감싸 챙겨 넣었다.)
 
꽁꽁 감싸서 손에 넣으면 안전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손수건으로 덮으려고 하니 끝에 묻어있던 검은 부스러기가 떨어집니다.
 
손수건에 얼룩이 묻어나 닿는 곳마다 붉은 궤적이 남습니다.
 
문득 쇠 냄새가 납니다. 그래요, 이건... 피입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짐승의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왠지 스산하네요...
 
로즈 C. 벨몬트:(피라는 걸 알아채고 더더욱 찝찝해졌지만 방에 얌전히 챙겨놔야겠다고 생각하며 꽁꽁싸맨 단도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장작 주변이 정리된 걸 확인하고 선반을 확인하러 갔다.)
 
어느새 먼지가 옮겨붙은 스커트를 탈탈 털고 일어납니다.
 
선반에는 새까만 먼지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검지 끝으로 문질러 보면 선명하게 길이 납니다.
 
선반의 물건들은 쓸모없는 고물 투성이지만, 나름 구분되어 있습니다.
 
한쪽 구석엔 빗자루나 나무로 만든 사다리 같은 것도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게 없는 흔한 구성입니다.
 
로즈 C. 벨몬트:여긴 별건 없네. (아까 단도를 발견한 탓에 별게 없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들여다보던 선반 위를 떠나 공구상자로 눈길이 향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사용한 듯
 
다른 물건들보다 위에 쌓인 먼지가 적습니다.
 
자물쇠로 묶여 있지만, 이가 헐겁네요.
 
열고자 한다면 근력 또는 열쇠공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얼마나 헐거운지 손으로 몇 번 흔들어보고 힘을 줘본다.)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힘을 줘 팍 잡아당겨 보지만, 역시 무리인지 끊어지지 않네요!
 
자물쇠를 따 볼까요? 열쇠공 판정도 해 봅시다.
 
로즈 C. 벨몬트:(열쇠.. 딸 줄은 모르는데.. 되도 않는 손놀림을 써보기라도 해본다.)
열쇠공
기준치: 1/0/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역시나... (이런 건 영 젬병이다.)
 
아무래도 공구 상자는 그냥 둬야겠습니다. 설마 날붙이마냥 수상한 게 있진 않겠죠.
 
그래도 마음에 걸린다면 강행이 가능합니다.
 
로즈 C. 벨몬트:나중에 공구 쓸 일 있으면 그냥 하녀장님한테 물어봐야지. (편한 길을 최대한 찾기로 했다.)
 
이만 포기하고 물러서면, 창고는 다 둘러본 것 같군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데 다른 곳도 둘러볼까요?
 
로즈 C. 벨몬트:(다른 곳을 둘러보기 전에 일단 단도도 빼놓고, 옷이라도 갈아입으러 방으로 향한다. 정말 먼지구덩이에서 뒹굴고 나온 것 같다.)
(방에 가서 가볍게 씻고 옷도 갈아입고 나와서는 씩씩하게 이번엔 식당으로 향했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지만 벗은 옷은 가지런히 접어두고 나옵니다.
 
단도는 적당한 곳에 숨겨 두었습니다.
 
식당은 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랍니다.
 
그 크기 탓에 때아닌 쓸쓸함마저 느껴집니다.
 
테이블 위를 따뜻한 촛불들이 밝히고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홀을 연상시키는 크기의 주방과 이어집니다.
 
로즈 C. 벨몬트:(몇 사람이 고작 사용하기엔 너무 큰 식당이라 아침에 그냥 방에서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을 한 바퀴 돌고는 옆에 주방도 슬쩍 들어가본다.)
 
주방에서는 점심 준비가 한창인지, 기웃대고 있자면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 하녀장이 바쁘게 움직이며 손길을 채근하고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뭔지는 모르겠지만, 맛있는 냄새네. 점심 때는 저걸 먹게 되려나.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을 빠져나온다. 바쁜 사람들을 방해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대신 식재료 창고엔 지금은 아무도 없겠네. 발이 이내 식재료 창고로 향한다.)
 
당신이 식재료 창고로 향하려는 찰나,
 
하녀장:선생님. 점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하녀장이 당신을 부릅니다.
 
저택만 돌아다녔는데도 벌써 이런 시간이네요!
 
로즈 C. 벨몬트: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식재료 창고는 나중에 들여다보기로 하고 종종걸음으로 하녀장에게 다가갔다.)
 
하녀장은 서빙 카트를 끌어오고, 상석에서 가장 가까운 의자 하나를 끌어줍니다.
 
하녀장:주인님께서는 곧 도착하실 테니 여기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공손하게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납니다.
 
...어째 부른 장본인보다도 당신에게 지극정성이네요.
 
로즈 C. 벨몬트:(바쁘게 떠나는 하녀장을 보고 안내해준 식탁에 얌전히 앉았다.)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로즈, 관찰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의자에 바짝 붙을 즈음이면, 그림자에 가려졌던 그것을 발견합니다.
 
길게 미끄러져 있는... 검붉은 흔적 말이에요.
 
점점이 찍힌 그것은 일부를 제외하고 나무 바닥의 틈새에 스며들어가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식당에서 대체 무슨 일이...??)
 
그걸 보고 굳어 있다 보면, 금세 끼이익 하고 문이 열립니다.
 
열리는 문틈 사이로 역광을 받는 노엘의 그림자가... 아주 길군요.
 
뚜벅 뚜벅 걸어오던 그가, 앉기도 전에 문득 묻습니다.
 
노엘:뭘 그렇게 보고 있었어?
 
로즈 C. 벨몬트:어, 어? (눈이 데구르르 구르다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저택의 주인에게 이 핏자국같은 건 뭐냐고 밥 먹기 전에 물을 일도 아니었다.)
 
노엘:(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방금 전 로즈가 바라본 지점을 정확히 응시하다가, 숨을 내쉬듯 천천히 식기에 손을 댄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노엘은 상석에 앉습니다. 날은 밝았는데,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만 갑니다.
 
그리고는 무언가 삼키듯, 아무 음식이나 대강 접시로 가져가네요.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의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같이 값비싼 식재료로 만들어진 것들뿐입니다.
 
통후추를 뿌린 대하 통구이, 가지 파마산,
 
색색의 야채가 들어간 촉촉한 단호박 샐러드, 치즈가 노릇노릇하게 올라온 송이버섯 리조또,
 
달콤쌉쌀한 자몽 주스, 후식으로는 밤 퓨레를 올린 크림 타르트.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턱 아래로 붉은색의 식전 스튜가 들어옵니다.
 
하녀장:맛있게 드시길.
 
스튜는 향신료가 가미된 듯 향긋한 냄새가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깊은 향과 따듯한 온기가 입맛을 돋웁니다.
 
수저로 휘저으면 푹 익은 고깃덩이가 걸립니다.
 
로즈 C. 벨몬트:잘 먹을게요. (가볍게 인사하고 가볍게 뜬 고기가 들어있는 스튜는 맛있기 그지없다.)
 
하녀장:
(To GM)rolling 1d100<15 로즈 정신력 판정
 
(
27
 
)
 
 
=
0 Successes
 
하녀장:
(To GM)rolling 1d2 1. 증오 2. 동정
 
(
1
 
)
 
 
=
1
 
먹어 보면 고기로 깊이 있게 우려낸 국물맛이 느껴집니다.
 
함께 들어간 화려한 향신료는 혀 위에서 총천연색을 뽐냅니다.
 
메인 디쉬도 맛있기 그지없네요.
 
어떤 단어도 과분할 만큼 훌륭한 음식들입니다.
 
노엘:오늘도 부탁이 있어.
 
그러나 한껏 올라간 기분은 그의 말 한 마디에 사정없이 추락합니다.
 
음식을 삼키던 목에 힘이 들어갑니다.
 
따뜻하게 뎁힌 속이 이번에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낍니다.
 
반대로 머리는 차갑게 식습니다. 손에 쥔 나이프의 냉기와 함께, 아주 차갑게.
 
그래요, 지금 당신이 노엘에게 느끼는 것은 이를 악물 정도의 명백한 증오입니다.
 
이 저택에서 쓰다 만 물건처럼 버려져 쫓겨나던 과거의 일을 떠올립니다.
 
무슨 염치로 당신을 여기에 불러, 또 부려먹으려 하나요?
 
우리가 이렇게 단란히 앉아 함께 식사를 할 사이였나요?
 
로즈 C. 벨몬트:(식기를 내려놓고 당신을 쳐다보았다. 네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면 이 감정은 좀 사그라들까? 글쎄, 모르겠다. 이뤄지지 않은 미래의 일은 알 길이 없다. 깊은 심호흡으로 제 감정을 달래고 입을 열었다.) 무슨 부탁인데?
 
노엘:...이젠 내가 말만 해도 싫은가 보네. 그렇겠지. (한껏 비아냥대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잊지 마. 이건 일이야.
 
노엘은 한 술을 더 뜹니다.
 
노엘:꽃을 구해다주면 돼. 아카시아, 가지째로 꺾어서.
 
아카시아라면 저택 정원의 그 나무인가요?
 
창문으로 매일 볼 수 있는데, 일일히 당신을 움직이게 하다니 별꼴이군요...
 
로즈 C. 벨몬트:아카시아? 집 앞에 있는 거?
 
노엘:응.
 
로즈 C. 벨몬트:굳이 내가?
 
노엘:...왜 묻는 거야?
 
음식과 함께 삼킨 말은, 분명 "어차피 내 말대로 해야 하는 입장이면서"라는 뉘앙스일 것만 같아요.
 
로즈 C. 벨몬트:네가 병약해서 집 앞의 아카시아도 스스로 못 꺾어오겠다니 그건 알겠는데, 이 집에 많은 사용인들 두고 굳이 나한테 '부탁'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노엘:글쎄. 알려주고 싶지 않아.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는 듯, 식사도 멈추고 굳게 입을 다문다)
 
로즈 C. 벨몬트:부탁이라고 얘기한 건 넌데?
 
노엘: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 건 로즈야.
들어줄 사람은 너밖에 없단 거 알잖아.
 
로즈 C. 벨몬트:나밖에 없다고?
 
하긴, 저 패악으로 하여금 저택의 모든 사용인들을 쫓아냈댔죠?
 
저 착한 하녀장은 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의문이군요.
 
이렇게 싹싹한 당신에게도 저 모양으로 구는데 말입니다.
 
정 불만이라면 불복해도 괜찮습니다만,
 
글쎄요, 그렇게 보고 싶다면야 눈앞에 가져와서 보란 듯이 꺾어주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다시는 꽃 같은 건 보지 못하게 아카시아 나무에 매달린 건 다 떨궈 버리는 건?
 
가만히 있어봐야 할 일도 없고요.
 
로즈 C. 벨몬트:(여기와서 느는 건 한숨 뿐인 것 같다. 꿋꿋하게 닫힌 당신의 입을 보다가 결국 마뜩찮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에 음식이 아닌 무언가가 가득 들어차는 느낌에,
 
이제 더는 뭘 삼킬 마음도 들지 않는군요.
 
그건 노엘도 마찬가지인지.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먼저 일어납니다.
 
노엘:정말로, 잊지 마.
 
그리고 당신이 거절할 거란 경우의 수는 없었다는 듯이, 당부만을 남기고 떠나네요.
 
절반도 줄지 않은 테이블 위의 음식이 차게 식어갑니다.
 
로즈 C. 벨몬트:(간만에 찾아온 두통에 미간을 문질렀다. 사람을 미워하는 건 품이 든다. 성정에 맞지 않게 누군가를 열렬하게 미워하는 건 더더욱. 그러나 사람의 감정이 마음대로 되던가. 식어가는 음식 앞에서 제 감정도 차게 식길 기도해야지.)
(하녀장에게 남긴 음식에 대해 사죄하고, 식당을 나서고 현관을 나서 나무에 도달했다. 시큰거리는 숨은 거리 탓이 아님이라. 저를 포함해 시커먼 무덤 같은 저택에서 여전히 홀로 생생한 아카시아 나무에 이마를 가져다댔다. 이틀만에 이곳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되리라곤 생각진 않았는데. 참 쉽지 않다. 이쯤되면 이게 현실인지 지독한 악몽인지 알 수조차 없어서 눈을 감았다.)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건 없다던가요.
 
여유를 갖고 심호흡을 하니 치솟아오르던 감정도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답지 않게 너무 흥분했어요.
 
노엘도 너무 아니꼽게 보였고 말이죠.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고,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란 시간이 더 빨리 가길 기다리는 것밖엔 없군요.
 
마침 가지 사이로 중턱에 걸린 해가 보입니다.
 
여전히 혼탁한 빛이지만, 눈부셔요.
 
이튿날에도 버텼으니, 앞으로 절반 즈음만이 남았습니다.
 
물론 업무를 계속하려면 그놈의 "부탁"을 잘 들어줘야겠지만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지를 꺾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 오래된 나무의 크기를 간과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점프를 해도 맨 아래 잔가지에 손끝 하나 닿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이 나무는 6년 전에도, 어쩌면 저택이 지어질 때부터 있었습니다.
 
오랜 해를 넘겨 연식이 가지마다 단단히 들러붙었어요.
 
이 두껍고 튼튼한 잔가지를 꺾으려면 보통 힘으론 안 될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도구가 있어야겠네. (아까 창고에서 본 사다리와 연장도구를 떠올렸다.) 근데 이거 언제까지 해줘야 하는 거지.
 
내일은 또 내일의 부탁이 있을 테니 오늘까지는 전해 줘야겠죠.
 
공구 상자는 하녀장에게 말하면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일단 하녀장에게 가서 공구상자의 열쇠를 물어본다.)
 
하녀장은 복도의 먼지를 털고 있습니다.
 
이 넓은 저택을 혼자 관리하려면 힘들겠죠.
 
하녀장:아, 창고의 공구 상자라면... (짤랑거리는 열쇠 꾸러미 사이에서 작고 아주 녹슨 열쇠를 꺼낸다) 여기 있군요.
...주인님도 참 무정하시죠. 로즈 선생님처럼 오래 돌봐주셨던 분께 그런 말을 하다니요.
마음이 힘드셔도 선생님의 잘못이 아닐 겁니다. 곤란하실 때는 이렇게 도움을 요청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선선히 웃는다.)
 
로즈 C. 벨몬트:고마워요. 하녀장님. (당신을 따라 웃으며 공구 상자 열쇠를 챙겼다.) 얼른 일 해결하고 올게요.
(창고에 사다리와 공구상자를 챙기러 향했다.)
 
퀘퀘한 냄새가 나는 창고에 들어가면, 필요한 것들이 다 있군요!
 
들고 나온 사다리는 나무에 걸치고, 공구 상자에서 원예용 마체테를 찾아냅니다.
 
아카시아 꽃은 나이에 비해 날붙이 하나에 아주 손쉽게, 똑 부러집니다.
 
꺾자마자 어째 점점 더 시드는 느낌이 드네요.
 
벌써 아카시아가 질 계절이던가요.
 
거센 바람을 뒤로하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능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명색이 가정교사인데 정말 꽃만 꺾어가도 괜찮은 걸까 싶습니다.
 
이래서는 심부름꾼이랑 다를 게 없잖아요.
 
꽃과 관련된 배울거리라도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수많은 정보의 보고, 서재에서 찾아보면 딱일 것 같네요.
 
로즈 C. 벨몬트:(잠시 고민하다가 방으로 꽃은 조금이라도 덜 시들도록 화병에 물을 담아 꽂아두고서 서재에서 꽃에 관한 책을 찾았다.)
 
저택의 서재로 들어가 보면 노엘은 보이지 않습니다.
 
참, 그 자식도 책은 그렇게 많이 읽으면서 왜 그리 지혜롭지 못할까요.
 
역시 배운 사람들이 더하다니까요.
 
식물학 코너에서 책을 찾아보면... 로즈, 자료조사 판정.
 
로즈 C. 벨몬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마침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진실〉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핸드아웃: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진실〉

 

아카시아 나무는 꽃, 잎, 열매, 나무 할 것 없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꽃과 잎은 바짝 말려 차를 내리거나 식재료로 곁들여 섭취할 수 있고, 뿌리와 열매는 약효로써 사용처가 무궁무진하다. 목재는 특유의 무늬가 아름답고 고풍스러워 고급 목재로 쓰이기도 한다.


 
로즈 C. 벨몬트:(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책을 챙기고, 꽃가지와 함께 전달하기 위해 노엘의 방으로 향했다.)
 
서재에서 나오면, 하녀장이 다가와 저녁 시간임을 알립니다.
 
꽃 하나 꺾는 데 하루 종일 고생했군요...
 
로즈 C. 벨몬트:아, 벌써 시간이.. (품에 챙겨든 것들을 보다가 식사를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안내를 받아 식당에 들어서면 테이블은 가득 차 있으나 좌석은 텅 비어 있습니다.
 
자리에 앉기 직전, 뒤늦게 등판한 노엘이
 
당신 자리의 의자를 소리 없이 빼줍니다.
 
가까이서 본 노엘은 더욱 피로하고, 예민해 보입니다.
 
아니면, 저 표정은 단순히 당신을 보기 싫기 때문에 지어지는 걸지도요.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은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점심과 비교할 바가 되지 않습니다.
 
전부 먹지도 못할 음식을 뭘 이렇게 많이 내오는 걸까요.
 
노엘:꽃은?
바람이 강해서 외출은 힘들었을 텐데.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러 묻는 투입니다.
 
역시 그냥 당신이 고생하길 바란 거였을 거에요.
 
로즈 C. 벨몬트:따로 챙겨뒀어.
 
노엘:그럼 갖다 줘.
 
로즈 C. 벨몬트:밥먹고 해.
 
노엘:(앞에서 김이 나오고 맛있는 냄새가 폴폴 솟는 음식까지 마다하고 이쪽을 보고 있다)
...그래.
 
그리고 가만히 기다립니다.
 
식사에 손을 대지 않는 주인을 보다 못했는지 하녀장이 다가옵니다.
 
하녀장:저... 로즈 선생님께서 꺾어 오신 꽃을 가져다 드릴까요?
 
로즈 C. 벨몬트:밥 먹고 갖다줘요. 시위하는 거야, 뭐야. 밥 먹어야 줄 거야.
(직업병처럼 선생님같은 말투가 튀어나왔다.)
 
하녀장:맞습니다. 계속 식사량이 줄어드시는데 이대로 안 드셨다간 건강이...
(옆에서 거든다.)
 
노엘:(하녀장의 손을 날카롭게 탁 쳐낸다.)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 하지 마. 그렇게 말해도 유산은 네게 안 줘.
필요 없어. 소용도 없고.
 
하녀장은 소리 없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납니다.
 
노엘은 전채 요리인 체리청을 채운 자몽을 조금 깨작거리고, 다시 스푼을 내려놓습니다.
 
노엘:
(To GM)rolling 1d100<37 로즈 정신력 판정
 
(
77
 
)
 
 
=
0 Successes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감정으로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지근거리에 저렇게나 마음을 써 주는 사람이 많은데,
 
마치 어린애처럼 모든 걸 거부하고 있으니.
 
로즈 C. 벨몬트:잘 먹어, 날 가정교사로 부른 건 너잖아.
 
여전히 음식을 거부하고 있는 걸 보면 식사할 생각따윈 없어 보이네요.
 
잘 먹어도 기운을 차릴까말까 해 보이는데요.
 
그래요, 당신은 저 불편한 상대에게도 동정심을 느끼고 맙니다.
 
저 어린애가 벌써부터 유산이니 뭐니, 한참 나간 것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게다가 아무도 없이 너무나 넓고 썰렁한 이 저택에 홀로 남아있겠죠.
 
당신이 나간 뒤엔 아마도 정말 혼자.
 
괜시리 마음 한켠이 얹힌 느낌이 듭니다.
 
노엘은 당신의 잔소리에도 여전히 수저를 움직이지 않습니다.
 
급기야 식탁 위에 지던 그림자가 길어집니다.
 
노엘:일어날게.
 
로즈 C. 벨몬트:말이라곤 안 듣는구나. (결국 타박을 내뱉고는 자리를 지켰다. 아까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까지해서 저녁은 꼭 챙겨먹어야 할 듯했다.)
 
노엘:언제는 들었다고. (한 마디 덧붙이지 않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툭 내뱉고 식당을 뜬다)
 
그래요. 뭘 하든 일단은 밥을 먹어야 힘이 날 겁니다.
 
오늘 저녁은 해산물 요리가 주를 이뤄
 
토마토 소스를 뿌린 가리비 구이며 우럭 튀김, 새우와 바지락이 들어간 파스타, 버터 향이 나는 에그 스크럼블과 후식인 메론 셔벗까지 꽉꽉 차 있습니다.
 
이것도 메인 디쉬만 꼽은 거지, 더 작은 접시는 정말 수없이 많다니까요.
 
하나같이 맛있음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겠죠!
 
노엘의 패악은 잊어도 이 맛만은 죽어서도 못 잊지 않을까요.
 
로즈 C. 벨몬트:잘 먹었어요. (양껏 먹고 인사한 뒤 방으로 가 꽃가지와 책을 챙겼다. 마음 같아서는 갖다주고 싶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노엘의 방문을 두드렸다.)
 
2인분을 혼자 먹었으니 배가 무척 부릅니다.
 
노엘은 먹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요?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은 들지만, 갑자기 걱정이 됩니다.
 
문을 열면 노엘은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을 발견하면 몸을 세워 앉습니다.
 
로즈 C. 벨몬트:꽃가지랑 아카시아에 관한 책이야. 그래도 명색이 가정교사인데 기본은 해야겠지. (노엘에게 다가가 화병과 책을 건냈다.)
 
노엘:(화병은 받아들어 품에 안고, 책은 툭 밀어낸다.) 읽어 줘. 선생님이잖아.
 
로즈 C. 벨몬트:(글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뭘 자꾸 읽어달래. 노엘을 슬쩍 노려보았다가 결국 책을 펴 읽었다.)
 
책의 내용을 모두 일러주면, 노엘은 묘한 표정을 합니다.
 
아니, 무슨 표정을 짓고는 있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보이긴'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읽을 수 없는 저 시선, 두 눈.
 
메마른 눈길이 당신을 향합니다.
 
노엘:...그래.
하지만 그거 알아? 아카시아 나무는 베어낼 수록 점점 더 억세져. 엉기고 성기다 가시덤불이 되면 잎도 꽃도, 목재도 구할 수 없어.
 
로즈 C. 벨몬트:너, 아카시아 나무가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베어봤어....?
 
노엘:옛날에, 책에서 읽었어.
그렇다고 그냥 뒀다간 주변의 양분을 흡수해서 근처의 식물을, 콜록, 말라 죽여. 하지만 베었다간 더 단단해질 뿐이지.
그렇게 가시가 모난 아카시아 나무를 없애는 방법은 뭘까.
 
로즈 C. 벨몬트:저택 앞의 아카시아는?
(불쑥 홀로 생경한 아카시아 나무를 떠올렸다.)
 
노엘:글쎄. 내버려두면 알아서 쓰러질 거야.
크는 건 빨라도 지탱하는 능력은 약해서, 결국 비바람에도 뿌리채 뽑혀 쓰러져.
...나는 저택 마당의 아카시아가 빨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로즈 C. 벨몬트:(노엘의 마지막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무언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어째서일까. ...혼자 생생한 나무가 기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켜서일까.)
 
노엘:...로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기뻐.
 
가라앉은 목소리로 짓는 건, 기쁜 표정인가요? 슬픈 표정인가요?
 
아니, 처음부터 표정을 짓기는 했던가요?
 
왜 이렇게 눈 앞의 사람이 마네킹처럼 느껴질까요?
 
마치 당신의 인식 밖을 벗어난 것처럼.
 
물론 당신이 신경쓰지 않고 털어버린다면 아무렴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노엘은 이만 꽃병을 옆 장식장 위에 두고 다시 눕습니다.
 
로즈 C. 벨몬트:(느리게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노엘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방엔 들어오지말라고 하더니 이렇게나 쉽게 내어준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현실인지 사용할 수 있나요?)
 
좋습니다. 판정해 주세요.
 
원래 비밀 굴림이지만, 이번은 예외적으로 PL님이 이성 판정해주시면 됩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 시야가 아득하게 뒤집히는 느낌이 들더니,
 
어지러움이 끝나면 오히려 보이는 모든 것이 또렷해집니다.
 
우선 느껴지는 건 저택의 공기가 너무 춥다는 것 정도.
 
특히나, 노엘의 방이 심합니다.
 
왜냐하면 창문이란 창문은 전부 열려 있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꺾어온 꽃은 이제 보니 전부 갈빛으로 시들었습니다.
 
꽃대가 다 꺾여 있어요.
 
정말 노엘의 말대로군요.
 
하지만, 가장 또렷하게 달라진 것은 노엘입니다.
 
산발이라고 생각했던 머리는 병자다운 푸석함을 안고 있을 뿐이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추악하다고 느꼈던 눈동자는 이제 맑고, 어딘가 흐리멍텅하기만 합니다.
 
검어진 눈두덩이 위로 담긴 것은, 슬픔과...... 조금의 기대감.
 
그리고, 낯설고도 기묘한 광신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로즈, 듣기 판정.
 
로즈 C. 벨몬트: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갑자기 인식한 이상한 현실에 가만히 서서 눈만 깜빡일수 밖에 없었다.)
 
노엘:…콜록, 콜록, 쿨럭, 커헉.
 
아까보다 훨씬 거세진 기침 소리를 듣습니다.
 
이건 정말 당장 피를 토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인데요.
 
물론 죽을 병은 아닌 것 같으니 괜한 걱정이겠지만요.
 
로즈 C. 벨몬트:(기침소리에 잠에서 깨듯 화들짝 놀라 서둘러 창문으로 다가가 문을 닫고 물부터 컵에 따라 건넸다.)
 
노엘:닫, 닫지 마. (잔뜩 떨리고 엉망으로 헝클어진 목소리로 되도 않는 고집을 부린다.)
 
로즈 C. 벨몬트:방도 추운데 너 얼어죽어.
 
노엘:(물을 받아 얌전히 들이마시지만, 다 삼키기도 전에 또 다른 기침이 터져나온다.)
 
당신의 혼란은 뒤로하고, 힘껏 기침을 뱉느라 굽어진 등으로 그가 얘기합니다.
 
노엘:꽃도 받았으니 됐어. 이만 나가.
 
로즈 C. 벨몬트:저런 말라비틀어진 건 꽃이 아니지 않니?
 
노엘:...꽃이야. 곧 죽겠지만.
(그리고 돌아 눕는다. 아까의 악이 거짓말인 것마냥 몸짓에 힘이 없다)
 
로즈 C. 벨몬트:(어떻게 이렇게 늘 자신의 신경을 긁어내릴까... 자신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이렇게 비아냥거리게 되었을까.)
(고찰해봐도 잘 모르겠다. 결국 너를 등지고 방을 니섰다.)
 
조금 더 선명해진 당신의 감각으로도 알 수 없습니다.
 
저런 치는 내버려두고 이만 잠을 청합시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내일도요.
 
로즈 C. 벨몬트:(결국 방으로 돌아와 피곤과 함께 잠들었다.)
 
지독한 피로를 잠자리에 모두 풀어냅니다.
 
아른아른 권태로움이 당신을 덮칩니다.
 
이만 내일을 기약하기로 해요.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간밤새 폭풍우가 몰아치는 탓에 몇 번이고 잠에서 깼습니다.
 
이른 시각, 어두운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 도시의 낮은 이르게 열리지 않지만,
 
저택에 고용된 사용인의 하루는 빠르게 시작되기 마련입니다.
 
날씨가 영 안 좋지만, 어쩌겠나요.
 
그래도 오늘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해야죠.
 
로즈 C. 벨몬트:(잠을 설친 탓에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피곤한 눈두덩을 손으로 눌러 가벼운 마사지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신문을 찾았다.)
 
오늘은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네요.
 
복도로 나가 주변을 살펴도, 신문은커녕 하녀장의 그림자 한끗도 안 보입니다.
 
오늘은 배달되지 않으려나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대강의 채비를 하다 보면 반쯤 열려 있는 창문을 발견합니다.
 
로즈 C. 벨몬트:(어젯밤 날씨 탓에 으슬한 기운도 들어 숄까지 덮고 나오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저택이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져서 숄자락을 더욱 꾹 부여잡았다.)
어제 비도 많이 왔는데, 창이 열려있네. (비는 안 들이닥쳤나? 이르게 열었을 뿐인가... 작게 중얼거리며 가까이 다가섰다.)
 
가까이서 보니, 들이닥친 빗줄기 탓에 바닥이 흥건합니다.
 
깜빡 잊고 열어둔 채로 잠들었던 모양이에요.
 
바닥을 닦든, 창문을 닫든 해야겠는데요.
 
창문 앞에서, 로즈, 행운 판정.
 
로즈 C. 벨몬트:
기준치: 70/35/14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창문을 닫으려 팔을 뻗으면,
 
바로 맞은편에 우뚝 서 있는 아카시아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는 거센 비바람에 뽑혀 나갈 듯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빼곡히 맺혀 있던 꽃과 잎사귀가 시들어 형편없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로즈 C. 벨몬트:어...? (하루만에 볼품없어진 아카시아 나무를 보고는 절로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제 폭풍우가 치긴 했지만 이정도까진 아니지 않았나...?)
(눈까지 가늘게 뜨며 재차 쳐다보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창을 닫고 치맛자락을 걷어잡은 채 후다닥 현관을 나서 나무로 향했다.)
 
바닥에 그새 묻은 약간의 빗물을 박차고 달립니다.
 
어느새 이렇게까지 무너진 걸까요?
 
가까이서 보면, 무거운 빗물에 섞여 꽃향기도 우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문득, 어제 노엘과 주고받았던 대화를 떠올립니다.
 
운이 나쁘면 정말 뿌리째 뽑혀 쓰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즈 C. 벨몬트:...이거 괜찮은가..? (그 위화감에 없어지면 좋겠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하룻밤새 사그라지는 꼴을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손을 뻗어 쓰러질 것 같은 나무의 기둥을 매만지다가 돌아섰다. 나무에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실로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노엘에게 한 번 언질주는 것뿐이겠지.)
(나무에게서 등을 지고 느릿한 시선에 신문을 찾았다.)
 
신문을 찾자니, 저 멀리서 저택 입구의 빗물을 털어내는 하녀장이 보입니다.
 
한 번 물어볼까요?
 
로즈 C. 벨몬트:아, 저기있네. 하녀장님. (그녀에게 다가가며 소릴 높였다.)
 
하녀장:아, 좋은 아침입니다. 로즈 선생님.
무슨 용건이라도 있으신가요?
 
로즈 C. 벨몬트:그러게요. 어제는 그렇게 비바람이 불더니 아침엔 비가 그쳐서 다행이네요. 오늘 온 신문이 있을까요?
 
하녀장:그러게요, 먹구름이 가득 낀 절로 봐선 곧 다시 몰아칠 것 같지만요.
아뇨, 오늘은 배달이 안 왔네요. 궂은 날씨 탓이 아닐까요.
 
로즈 C. 벨몬트:그런가요. 하긴 어젯밤의 폭풍우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고개를 몇 번 주억이다가 나무에 대해 얘기를 꺼낼까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털어냈다.) 그럼 전 일단 노엘에게 가볼게요.
(하녀장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저택으로 올라가 노엘의 방문을 두드렸다.)
 
노엘에게로 향하는 길, 당신의 방문 앞에 누가 서 있습니다.
 
방문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다름아닌 노엘입니다.
 
어쩐지 묘하게 흐트러진 차림새에, 피곤한 낯이네요.
 
로즈 C. 벨몬트:노엘?
 
당신이 부르자 그제야 돌아보는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넌지시 얘기합니다.
 
노엘:오늘 신문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왔어.
 
로즈 C. 벨몬트:나도 신문 찾으러 다녀왔는데, 오늘은 온 신문이 없대. 어제 폭풍우가 심해서 그런가 싶어.
 
노엘:...그렇구나.
그럼 뭐든 좋으니까 읽어줘. 심심해.
선생님은 가정교사잖아. 옛날처럼 뭐라도 해 줘.
 
로즈 C. 벨몬트:(어린애마냥 떼를 쓰는 당신을 보다가 별다른 말없이 그래, 라고 답을 돌려줬다. 암울한 날씨며 허망한 모습의 나무며, 뭔가 오늘은 노엘과 크게 대거리하고 싶진 않았다.) 듣고 싶은 거라도 있어?
 
노엘:아니. (그리고 로즈의 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소리를 비운다)
 
눈빛을 보니 뭐라도 들려주지 않으면 고집을 꺾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적당히 책이라도 몇 줄 읽어줄까요.
 
마침 당신의 책상 위에 몇 권의 책이 꽂혀 있었죠.
 
로즈 C. 벨몬트:그래, 뭐라도 좋다면야. (어깨를 으쓱이고는 방에서 책을 챙겨 금세 돌아나왔다.)
 
달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어딘가에 들어가서 읽는 게 좋을지도요.
 
로즈 C. 벨몬트:서재로 갈까?
 
하여간 책을 찾아본다면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노엘:어디든 괜찮지만, 빨리 읽어줘. (그렇게 말하며 셔츠 깃을 답답할 정도록 꽉 여맨다)
 
마침 책상 위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중 하나인 〈As You Like It, 뜻대로 하세요〉를 발견합니다.

핸드아웃: 〈As You Like It, 뜻대로 하세요〉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They have their exits and their entrances,
And one man in his time plays many parts,

Last scene of all,
That ends this strange eventful history,
Is second childishness and mere oblivion,
Sans teeth, sans eyes, sans taste, sans everything.

이 세계는 모두 하나의 무대,
이 세계의 모든 이는 그저 배우일 뿐.
그들에게는 서막과 종막이 존재하고,
그들은 생애에 주어진 무대 위에서 많은 배역을 맡는다.

마지막 장면,
이렇게 수많은 생애를 마무리 짓는 것은,
한 번 더 맞이하게 되는 어렸던 시절과 모든 것의 망각.
이도, 눈도, 혀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망각.


 
로즈 C. 벨몬트:(위대한 명작이자 공부로써도 나쁘지 않은 셰익스피어의 책을 집어들었다. 이런 순간엔 늘 가정교사로 다시금 돌아간 것 같았다. 그를 서재로 데려가 소파에 앉히고 옆에 앉아 글을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문장은 읽으면 늘 노랫소리 같았다.)
 
당신도 모르게 너무 들떠, 마치 노래하듯 운율을 섞어 읽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다 읽고 책을 내려 보니 노엘은 눈을 감고 있네요.
 
......설마 졸았나?
 
하여간 다음 장이 유독 튀어나와 있어 넘겨보니
 
책장 사이에 쪽지 하나가 껴 있었네요.
 
로즈 C. 벨몬트:쪽지? (잠든 것 같은 노엘은 두고서 확인했다.)

핸드아웃: 〈Romeo and Juliet, 로미오와 줄리엣 중 2막 2장〉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이름이 다 무슨 소용이지?
우리가 장미꽃을 그 어떤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여전히 아름답고 향기로울 텐데.


 
로즈 C. 벨몬트:이건 왜..? (이또한 셰익스피어의 명작이지만, 누가 여기에 끼워뒀지? 쪽지를 손으로 살랑 흔들어보았지만 위대한 한 작가의 희극과 비극 외의 의미를 찾기란 지난한 일이었다.)
 
당신의 말에 노엘이 눈을 뜹니다.
 
노엘:무슨 문제라도 있어?
 
로즈 C. 벨몬트:응?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누가 무슨 의미로 끼워둔 건지 모르겠지만, 제자리에 쪽지를 돌려두었다.)
 
책을 모두 읽어주고 나면, 노엘이 눈을 감습니다.
 
비바람 소음의 포화 속에 가만히 숨을 죽이던 그가 속삭입니다.
 
아, 어느새 또 비가 내리는군요.
 
노엘:6년 전엔 로즈가 곧잘 내게 동화책을 읽어줬는데.
이름도 기억나. 〈반짝반짝 작은 별〉이었던가.
 
로즈 C. 벨몬트:그땐 그랬지. 넌 꼬꼬마였으니까. (다 읽은 책을 제 옆자리에 내려놓으며 여상하게 대답했다. 빗소리는 모든 것을 죄 덮어버릴 듯하게 들렸다.)
 
그랬던가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6년 전의 일을 잘도 기억하고 있는구나 싶습니다.
 
로즈 C. 벨몬트:동화책이 듣고 싶었니?
 
노엘:...아니, 괜찮아.
문득 생각났을 뿐이야.
 
로즈 C. 벨몬트:그래. (창 밖을 때리는 빗줄기를 시선으로 쫓으며 입을 열었다.) 밖에 나무가 하룻밤새 시들었더라. 어제 폭풍우가 많이 심했나봐.
 
노엘:그럼 로즈가 갈 때쯤이면 죽겠네. (창밖의 아카시아 나무를 응시하며 얘기한다. 다가올 죽음을 음미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표정은 기묘하고 목소리는 느릿하다.) 드디어 지는구나.
 
그리고 바닥에 앉아 있던 그는 이만 일어섭니다.
 
노엘:갈게. 점심에 봐.
 
그러면 혼자 남습니다.
 
점심까지 시간도 조금 남아있겠다, 어제 못다 둘러본 곳을 마저 살필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즈 C. 벨몬트:(나무의 죽음을 말할 때의 노엘의 기묘한 표정을 되새기다가 저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제 못들어가본 곳은 식재료 창고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호기심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이 천천히 식재료 창고로 이동했다.)
 
식재료 창고는 그냥 창고와 구분되어 있음에도 제법 넓습니다.
 
저택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 정도 규모는 무리도 아니죠.
 
각 연도별로 구분해 둔 값비싼 와인과 술부터 시작해,
 
최근에 구비한 모양인지 온통 신선한 것들 투성이인 식재료들도 보입니다.
 
물론 전부 최고급입니다......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하녀장이 다가와 아는체를 합니다.
 
하녀장:선생님, 무언가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로즈 C. 벨몬트:아, 아뇨. 그냥 구경 중이었어요. 식재료 창고인데 제가 너무 서슴없이 들어왔죠.
 
하녀장:점심이 곧 준비될 테니, 식당에서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프라이팬을 흔든다. 바빠 보인다)
 
로즈 C. 벨몬트:네, 그럴게요.
(하긴 책 한권을 읽었는데 점심시간이 다가올 법도 했다.)
 
나가는 길에 어쩐지 선반에 시선이 닿습니다.
 
조미료 병인 것 같은데, 반쯤 채워져 있네요.
 
살펴보려면 관찰력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동물의 젖 같은데. 평범한 젖이라고 하기엔 기분이 너무나도 묘합니다.
 
착각이겠죠?
 
로즈 C. 벨몬트:(결국 조미료(?) 병에 손을 뻗어 살짝 흔들어보며 확인했다.) 이게 뭐지...?
 
흔들어 보면 끈적한 하얀 액체가 흔들립니다.
 
그러고 있으면 하녀장이 얘기합니다.
 
하녀장:아, 아직 계셨군요. 이만 식당으로 가 주세요.
오늘의 점심이 준비되었답니다. (그렇게 말하며 음식을 떠 그릇에 담는다.)
 
로즈 C. 벨몬트:아, 네.
(병을 반사적으로 쥐어 챙기고 말았다. 나중에 제자리에 돌려놔야지... 식당에 가 자리에 앉았다.)
 
몰래 챙기려면 은밀행동 패널티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은밀행동
기준치: 60/30/12
굴림: 73, 87, 3
+2: 극단적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당신의 행동을 본 하녀장이 앞에 멈추어 섭니다.
 
하녀장:뭔가 문제가 있나요?
(그리고 달라는 듯 손을 내민다)
 
로즈 C. 벨몬트:아뇨. (저도 모르게 놀라서 반사적으로 챙기려든 것이니 고이 하녀장의 손 위에 올려두었다.)
 
하녀장:(몇 번 이리저리 살피더니,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본다) 이건... 상한 우유군요.
제가 치우겠습니다. 로즈 선생님께서는 신경쓰지 마시고 식사에 집중해주세요.
 
로즈 C. 벨몬트:그렇군요. (궁금증은 풀렸고, 자리에 앉아 식탁에 올려진 음식들을 확인했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당신이 자리에 앉으면,
 
노엘은 그보다 조금 늦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까보단 정돈된 차림새지만,
 
여전히 타이라든지 옷의 태가 엉망이네요…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합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각종 요리가 상다리 위를 근사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버터를 발라 바삭하게 구운 마늘빵과
 
올리브 오일을 바른 소고기 카르파초(*이탈리아의 육회),
 
부드러운 콘소메 스프, 닭가슴살과 야채를 넣은 양배추 찜말이.
 
후식으로는 크랜베리를 곁들인 로즈 애플 젤리가 나오는군요.
 
색도 빨갛고 예쁜데 생화로 장식까지 되어 냄새만 맡아도 상큼합니다.
 
음료수로는 향긋하게 우린 블랙티가 나오네요.
 
오늘도 휘황찬란하기 짝이 없는 구성입니다.
 
로즈 C. 벨몬트:오늘도 맛있네요. (감탄하며 음식을 먹었다.)
 
먹으면 하나같이 환상적입니다.
 
소고기 카르파초는 신선하고도 감칠맛이 있습니다.
 
갓 나온 마늘빵을 스프에 찍어먹으니 뜨끈하고 바삭해서,
 
먹다 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어집니다.
 
아니, 그것보다 양배추가… 양배추가 이렇게 달고도 적당히 짭짤할 수가 있었나요?
 
음식을 몇 입 먹고 있는데,
 
노엘:하녀장… 무슨 짓이야?
 
그가 차갑게 일갈합니다.
 
당신도 처음 듣는, 아주 시퍼렇고 매서운 목소리입니다.
 
순간 당신이 듣던 건 철없는 어린애의 반항처럼 여겨질 정도로.
 
노엘:로즈의 식사만 뭔가 이상해. 내 것과 낌새가 다르잖아. 이 차도, 스프도.
 
하녀장:네? 아닙니다. 동일한 메뉴에 동일한 분량을 준비했습니다.
명령하신 대로, 주인님이 먹는 것과 같은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했고……
 
노엘:그래? 그럼 로즈의 접시와 내 접시를 바꿀게.
 
노려보는 눈에서 새까만 불신이 터져 나올 듯 아슬아슬하게 일렁거립니다.
 
한마디 할 때마다 흔들리는 하얀 머리카락은 밉게 헝클어졌습니다,
 
생기를 잃은 머리는 금방이라도 다 빠지고 끊어질 듯 푸석푸석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내일 하는 노인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이건 또 무슨 짓이죠?
 
로즈 C. 벨몬트:(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변을 둘러보며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당신 접시의 뭐가 다르단 건지 살핍니다.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러고 보니 맑아야 할 블랙티의 색이 좀 탁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겨우 그것 때문에 트집을 잡다니……
 
갑자기 책잡힌 하녀장은 곤란한 얼굴로 입을 엽니다.
 
하녀장:도련님…… 접시는 제가 바꿔드리겠습니다.
 
노엘:손대지 마…!
 
그리고, 쨍그랑! 불길한 파열음이 들립니다.
 
노엘이 쳐낸 손으로 인해 당신이 먹으려던 식사가 바닥에 산산이 퍼집니다.
 
당신에게 튀진 않았지만,
 
그릇을 들려던 하녀장은 팔에 뜨거운 걸 뒤집어썼습니다.
 
그걸 본 노엘이 놀란 얼굴로 손수건을 건네기는 하지만,
 
그런 걸로는 응급처치가 안 될 텐데요.
 
로즈 C. 벨몬트:(파열음에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단단한 얼굴이 되었다.) 하녀장님, 찬물에 얼른 팔 식히러 가세요. (노엘이 건네는 손수건을 그녀의 팔에 덮어 얼른 등을 밀었다.)
노엘. 뭐하는 거야. 위험하잖아.(오늘 하루는 정말로 대거리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가 튀어나갔다.)
 
치료를 도와준다면, 응급처치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응급처치
기준치: 40/20/8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물을 틀어줬지만, 큰 차도가 없어 보입니다.
 
결국 팔 일부가 빨갛게 부었습니다.
 
당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손수건을 좀 더 튼튼하게 묶어주는 것 정도밖에 없네요.
 
로즈 C. 벨몬트:약을 따로 바르셔야겠어요..
(부어오른 화상자국에 낙담하고는 조근하게 얘기했다.)
 
하녀장:그렇네요. 저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마세요. 이런 것쯤 제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는 도련님이 죽을… 돌아가실 때까지 곁을 지키고 싶으니까요.
 
싸늘해진 공기 속에서, 노엘의 목소리가 유독 크고 사납게 울립니다.
 
노엘:하녀장, 식사를 모두 치워.
이래선 믿고 먹을 수 없어.
 
그 말에 하녀장은 다친 팔로 식탁에 차려진 식사들을 모두 걷어내고,
 
노엘의 성화에 먼저 식당을 떠납니다.
 
로즈 C. 벨몬트:(이루어진 모든 상황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말았다. 진짜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반사적으로 노엘을 돌아보면,
 
그는 고개를 떨어트린 채 횡설수설하고 있습니다.
 
노엘:…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어. 로즈도, 로즈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녀장은 처음부터 수상했으니까. …이게 맞는 거야. 나는 몰라도 로즈만은……
 
로즈 C. 벨몬트:...노엘?
(엄하게 한소리할 생각이었는데 이상한 네 반응에 너를 불렀다.)
 
당신이 대답하면 그제야 초점이 들어옵니다.
 
그리곤 대답은 없이 잠시 기다리라며 사라지더니,
 
어딘가에서 절뚝거리며 커다란 봉투를 들고 옵니다.
 
안에 빵이며 치즈, 과일 같은 음식들이 꽉 차있네요.
 
노엘:앞으로, 쿨럭, 식사는 내가 차릴게. 그런 사람에게 요리를 맡길 순 없어.
 
로즈 C. 벨몬트:네가 요릴 할 수는 있니?
(정말로 머리가 아팠다. 한숨을 쉬머 미간을 몇 번이고 문질렀다.)
 
노엘:...그건, 노력할게. 뭐라고 해도 하녀장의 음식을 먹는 건 안 돼.
 
그렇게 말한 노엘은 간편식 위주로 식탁을 차립니다.
 
테이블 위로 한없이 원재료에 가까운 ‘음식’들이 들어섭니다.
 
로즈 C. 벨몬트:...뭐가 그렇게 불안하고, 그녀를 못 믿겠는 건데?
 
노엘:계속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로즈의 식사에서만 이상한 냄새가 났어.
......내 손님 대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하녀장은 필요 없어.
 
로즈 C. 벨몬트:..난 못 느꼈는데..
 
노엘:내가 더는 두고 못 보겠어. (아까와 비슷하게, 뭐라고 말해도 자기 의견을 끝까지 밀고 나갈 것 같은 어조다. 어린애가 고집을 피우는 것 같다.)
 
로즈 C. 벨몬트:이걸 그냥 먹을 거니...? (못 먹을 것도 없지만, 역시 조리가 된 음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법니다.)
 
노엘:당장 먹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
필요없다면 치울게.
 
로즈 C. 벨몬트:하... (이미 치워진 음식들을 어쩔 수도 없고, 아직 배도 덜 찼다. 잘 먹고 있던 음식을 갑자기 뺏긴 기분에 짜증이 올라왔지만, 어쩔 수 있나. 결국 식탁에 늘여진 재료들을 겹쳐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급하게 음식을 만듭니다.
 
나름 질은 좋은지 간단하게만 차려먹어도 맛은 있습니다.
 
따끈하고 푸짐하게 배를 채워주던 음식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요...
 
식사가 마무리될 때 쯤이면 노엘이 입을 엽니다.
 
노엘:오늘도, 커흑, 콜록, 들어줬으면 하는 게 있어.
 
로즈 C. 벨몬트:(기침해대는 너의 찻잔에 찻물을 부어주며 얘기하라 종용했다.)
 
노엘:어제와 마찬가지로 꽃을 한 송이. 종류는…… 헬리크리섬으로 갖다줘.
 
그렇게 말하고는 당신이 내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등을 돌려 식당을 떠납니다.
 
로즈 C. 벨몬트:뭐? (제 부탁만 내뱉고 도망간 노엘의 등을 황망하게 보다가 콧잔등을 찡그리고 말았다. 나무도 시들었는데. 종류는 상관없단 거야? 헬리크리섬? 비까지 오는데?)
 
바깥에는 여전히 세찬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이런 날씨에는 바깥에 가만히 서 있더라도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해 넘어지고 말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심술일까요.
 
그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함만 커져 갑니다.
 
그렇다고 이미 떠난 사람을 붙잡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꽃을 구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로즈 C. 벨몬트:(어제보다 더욱 피곤하기만 한 몸을 이끌고 축 처진 기분으로 생각했다. 꽃을 어디서 구하지. 이 날씨에 꽃가게가 문을 열기는 했을까.)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노엘은 헬리크리섬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헬리크리섬이라면 당신이 잘 모르는 꽃인데요.
 
하지만 모르는 것은 뭐든지 알아낼 수 있는 곳이 하나 있죠.
 
로즈 C. 벨몬트:(일단 꽃을 알아야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숄을 다시 추스르며 서재로 향했다.)
 
서재로 들어가 아카시아에 대해 조사하며 발견했던 식물 사전을 뒤적이다 보면…
 
마침 헬리크리섬의 페이지가 있습니다.

핸드아웃: 「헬리크리섬에 대하여」

 

헬리크리섬은 생화일 때와 말렸을 때를 구분치 않고 같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꽃이다. 그 성질이 기이해 ‘종이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헬리크리섬의 꽃말은 두 가지다.
• 나를 항상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 내 안에 고여 있는 슬픔은 끊임이 없습니다.


 
로즈 C. 벨몬트:생화랑 말린 꽃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그건 정말 특이한 일이긴 했다. 집 안에 말린 꽃이라도 있나...)
 
그런데… 그래서 헬리크리섬을 어떻게 찾죠?
 
저택 안에 없으면 밖에 나가서 사 오기라도 해야 할까요…?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종이꽃이라는 별칭도 있겠다,
 
날씨가 날씨이니만큼 종이로 꽃을 직접 만들어 주면,
 
노엘도 딱히 별 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꽃을 만들 만한 종이를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순간 책상 위, 잡다한 종이들에 시선이 닿습니다.
 
숲속의 검은 염소인지 양인지가 어쩌고저쩌고하는 낙서 같은 문서들.
 
이걸 가져다 써도 큰 문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저택에서 막 써도 되는 종이를 처박아둘 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로즈 C. 벨몬트:여기나 내 방에 종이가 있을지도... (일단 서재의 책상 위에 흰종이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책상 위에 빈 종이는 없네요. 낙서투성이 종이는 있어도요.
 
당신 방에 빈 종이가 두어 장 있었지만, 한번에 종이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밑져야 본전일지도요.
 
로즈 C. 벨몬트:(분명 낙서투성이인 종이는 버리는 것일지도. 확신은 없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몇 번 접는 연습을 하면 정말 꽃처럼 접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종이꽃을 접는다면 손놀림 또는 예술/공예 판정입니다.
 
로즈 C. 벨몬트:
손놀림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몇 번 낡은 종이를 붙잡고 낑낑대면
 
그런대로, 그럴싸한 종이꽃을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부탁한 꽃을 서재의 테이블에 내려놓습니다.
 
멀리서 무거운 꽃향기가 쏟아집니다.
 
창문은 분명 꽁꽁 닫아 놓았는데요.
 
로즈 C. 벨몬트:(갑작스런 꽃향기에 방향을 확인하려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했다.)
(*현실인지 부탁드려요..!)
 
책미 (GM):
(To GM)rolling 1d100<75 현실 인지 판정
 
(
65
 
)
 
 
=
1 Success
 
고개를 휙 들어보면, 꽃향기는 온데간데없고 저택의 싸늘한 나무 향만 남아 있습니다.
 
어디선가 짐승이 그르릉거리는 소리 같은 천둥과,
 
누군가의 거센 기침 소리가 들려올 뿐입니다.
 
기분 탓이었을까요. 어쩌면 아카시아 꽃에 너무 익숙해진 걸지도요.
 
처음에 마신 것도 아카시아 꽃차였으니.
 
종이꽃을 다 만들고 나면, 노엘이 서재로 들어옵니다.
 
노엘:(몇 번 숨을 헐떡인다.) 한참 찾았잖아.
저녁... 다 됐어. (좀 전보다 작아진 목소리로)
 
로즈 C. 벨몬트:(저를 급하게 찾은 것 같은 모양새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만들어 본 종이꽃들 중 가장 모양이 예쁜 것으로 하나 챙기고 일어섰다.) 그래.
 
당신은 노엘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노엘은 조금만 걸어도 걸음이 이지러지거나, 호흡이 가빠집니다.
 
아직 병이 나을 기미가 안 보이는 것 같아요.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그가 직접 차린 저녁은 엉망입니다.
 
스프는 가루가 제대로 섞이지 않고 덩어리로 뭉쳐 있고,
 
양파가 콕콕 박힌 바게트는 질기고 딱딱합니다.
 
전채랍시고 내놓은 샐러드는 야채의 숨이 죽어 푸석푸석합니다.
 
디저트인 쿠키는 아무 맛도 없이 밍밍하고,
 
기성품인 듯한 푸딩은 너무 달아요.
 
메인 디쉬인 스테이크마저 엄청나게 질기네요...
 
노엘도 처참한 결과가 괴롭긴 한지 평소보다 식사 속도가 느립니다.
 
제대로 만들지도 못할 거면서 하녀장은 대체 왜 쫓아낸 거죠?
 
저놈의 고집 때문에 당신까지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하게 된 상황이 우습고 분합니다.
 
로즈 C. 벨몬트:이래서 며칠동안 제대로 식사하겠어? (정말 요리라곤 해본 적 없을 손으로 요리를 하니 당연히 이꼴이 나겠지..)
 
노엘:...입맛에 안 맞아? 로즈 입에는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로즈 C. 벨몬트:이게 입에 맞는 사람이 몇이겠어...
 
노엘:(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였다, 곧 고개를 숙인다.) ...그래.
꽃은 구해 왔어? 나가긴 힘들었을 텐데.
 
이번에도 그쯤 알고 있다는 표정입니다.
 
로즈 C. 벨몬트:(챙겨왔던 종이꽃을 건넨다.) 자, 여기. (솔직히 이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만든 종이꽃을 건네주면
 
노엘은 비뚜름하게 당신을 봅니다.
 
좀 설명해줘야 할 것 같은데요.
 
로즈 C. 벨몬트:네가 구해달라던 헬리크리섬, 생화랑 말린 것이 똑같아서 종이꽃이라고도 불린대. 지금은 밖에 비도 많이 오고, 당장 구할 곳도 없으니 종이로 만들었지만. (비가 많이 오는 창밖을 손으로 가리켰다.) 네가 실제 꽃이 필요하면 나가서 가게에 구해와야 할 거 같은데.
 
당신이 일러 줘도 그의 표정은 흐릿하기만 합니다.
 
노엘:그렇구나. 알겠어. (그리고 종이가 구겨지지 않게 꽃을 조심히 주머니에 넣는다.)
 
로즈 C. 벨몬트:그럼 된 거니?
 
노엘:응.
그거 알아? 헬리크리섬의 꽃말은 '나를 항상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래.
죽어서도 영원한 꽃이라서 그런 걸까.
 
로즈 C. 벨몬트:그럴지도 모르지. (네게서 꽃말을 들으니 아까 전 읽었던 다른꽃말도 반사적으로 떠올랐으나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점심의 것과 지금 이것들은 같은 식사라고 불렀다간 모욕일 것 같지만...
 
당신은 어떻게든 맛이 느껴지지 않는 식사를 입에 넣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입에 전혀라고 해도 좋을만큼 맞지 않는 식사였으나 만든 노고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솔직히 맛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먹었어, 노엘. 처음 한 요리였지? 수고했어.
 
노엘:......미안.
 
순간 그의 입에서 약한 소리가 나옵니다.
 
점심에 저기 앉아있던 사람과 같은 인물이 맞나요?
 
반사적으로 그를 쳐다보면, 그는 전과 다를 바 없는 예민한 표정입니다.
 
노엘:...그래. 가 봐.
 
로즈 C. 벨몬트:(뭐가 미안한 걸까. 하나하나 곱씹자면 자신에겐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네가 미안해하는 건 다른 게 아닐까 싶은 기분도 들었다.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일지도 모르지.)
그래, 노엘. 나 먼저 방에 올라갈게.
 
역시 잘못 들은 거겠죠.
 
당신은 기침하는 노엘을 뒤로하고 식당을 떠납니다.
 
순간 그의 입가에 새빨간 무언가가 묻은 것 같았지만,
 
뭐, 음식이 묻은 거겠죠.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눈을 뜹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어 늘어진 이불이 무겁습니다.
 
빗줄기는 어제보다 유해졌지만 그뿐입니다.
 
조금 이른 장마가 시작된 걸까요?
 
봄장마 소식은 들은 적 없는데.
 
전신이 추를 매단 듯 무겁습니다.
 
그래도 일어나야죠, 오늘도 당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쳐내기 위해서는요.
 
로즈 C. 벨몬트:오늘은 신문이 왔으려나... (찌뿌듯한 몸을 늘리며 확인한다.)
 
확인해 보니, 오늘도 책상 위는 비었군요.
 
아무래도 새로 발행되지 않은 걸까요.
 
이 도시는 바쁘고 부산스럽게 돌아가지만 소음의 농도만큼은 낮은 곳이니까요.
 
신문이 띄엄띄엄 발행되는 것 정도야, 대수도 아닙니다.
 
로즈 C. 벨몬트:신문 없나보네. (나오지 않는 신문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방을 나서 노엘의 방문을 두드렸다.)
 
나가기 전, 문득 창문 너머로 시선이 튑니다.
 
바깥의 시간대만큼은 아침인데도 꼭 밤하늘을 떼어온 양 탁하고 어둡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그 불투명한 어둠 사이로…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엉망이 된 아카시아 나무가 보입니다.
 
꽃잎이며 잎사귀는 전부 떨어져 나갔고,
 
몸통에는 상처가 나 있으며, 뼈처럼 가늘은 가지는 폭삭 꺾여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어제보다... 더 심해진 거 같은데? (노엘이 바란대로 다 죽어가는 나무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노엘에게 향하다 보면, 노엘의 방에서 나오는 하녀장을 마주칩니다.
 
하녀장:아, 로즈 선생님. 오늘도 날씨가 많이 흐릿하네요.
 
로즈 C. 벨몬트:그러게요, 오늘도 날이 안 좋네요...
 
하녀장:주인님으로부터 전언이 있습니다. 오늘 식사는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시네요.
 
로즈 C. 벨몬트:하루종일이요..?
그럼 일은...?
 
하녀장:그러지 않아도 요구사항이 있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장신구를 구해주시면 됩니다. 귀하신 분께 선물용으로 보낼 것이므로 고심해서 골라올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또 에델 거리 세 번째 블록의 장신구 가게에서 맡겨둔 물건을 찾아와 주세요. 주인님의 이름을 대면 알아서 전해 줄 것입니다.
 
로즈 C. 벨몬트:장신구요? 어... 그럼 맡긴 물건을 찾는 가게에서 제가 사와야 하는 건가요?
 
하녀장:그러시면 될 것 같네요.
주인님의 특별한 부탁이니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인다)
 
로즈 C. 벨몬트:어.. 음, 네. (대금 청구는 노엘한테 하면 되겠지? 혼자 생각하다가) 아, 장신구 종류같은 건요?
 
하녀장:따로 언급이 없으셨습니다. 로즈 선생님께서 임의로 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음... 그래요. 전해줘서 고마워요.(노엘에게 따로 물어봐야겠다. 장신구란 게 누구에게 선물하느냐에 따라 종류나 디자인이 얼마나 달라지는데...)
 
노엘의 요구를 전달한 하녀장은 1층으로 내려갑니다.
 
식사 준비를 하지 않게 되어도 아주 바빠 보입니다.
 
노엘의 방으로 다가가면, 문이 잠겨 있습니다.
 
노크를 하거나 노엘을 불러도 답이 없습니다.
 
대신 거센 기침 소리만이 몇 번 이어집니다.
 
이래서야 뭘 물어보지도 못하겠군요...
 
로즈 C. 벨몬트:선물하는게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도 모르는데 장신구를 어떻게 구해.. (기침소리가 나는 걸 보니 안에 뻔히 있는 거 같은데, 커다랗게 한숨을 쉬고 노엘의 방문을 흘겨보았다.)
 
그래도 전에는 당신이 부르면 나와 줬는데,
 
이젠 들은 척도 안 하는군요. 몸이 그렇게 안 좋은가?
 
하녀장에게서 그가 아프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말이에요.
 
어쩐지 나날이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요?
 
어제 자꾸 기침하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불편합니다.
 
딱하고 딱한 노엘!
 
하지만 당신에게 못되게 굴던 과거를 되받는 거라고 생각하니 금방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네요.
 
로즈 C. 벨몬트:어휴... (어쩔 수 없지, 알아서 사오라고 했으니 뭐라하는 소린 듣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방으로 돌아가 얼른 가게에 다녀올 채비를 하고 나선다.)
 
아침은 근무시간이 아닌데, 그래도 외출하나요?
 
로즈 C. 벨몬트:(오랜만에 저택을 나서는 김에 구경도 할 생각으로 나섰다. 생각해보니 며칠 내내 저택에만 있었다.)
 
당신은 노엘이 말한 장신구를 구입하고,
 
물건을 찾기 위해 간만에 저택 바깥으로 외출합니다.
 
오늘의 점심 식사는 바깥에서 먹고 돌아오라는 권고가 있었다네요.
 
하녀장:이 일대 어느 식당에도 저택의 만찬만큼 화려하고 수준 높은 메뉴는 없는데… 대접해드릴 수 없는 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배웅해주던 하녀장이 못내 아쉬운 듯 얘기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로즈 C. 벨몬트:괜찮아요. 그냥 오랜만에 외식하고 좋죠, 뭐.
 
하녀장:그럼.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저택을 벗어나 잘 닦인 길을 걸어 내려가면 금세 번화가에 도착합니다.
 
늘 복작이던 도시의 거리에는 온통 안개가 끼어있고,
 
날씨 탓인지 유동객도 많지 않습니다.
 
누군가 물웅덩이가 고인 바닥을 밟자
 
찰박이는 소리만이 귓전을 때립니다.
 
하녀장이 말한 에델 거리 세 번째 블록으로 향하면…
 
로즈 C. 벨몬트: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운이 좋군요. 바로 근처에 장신구 가게가 보입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던 모양입니다.
 
로즈 C. 벨몬트:오, 가게 멀지 않네. (운 좋게 금방 찾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장신구 가게에 들어서면 맑은 종소리와 함께
 
푸근한 인상을 한 가게의 주인이 다가옵니다.
 
가게 주인: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게 있나요?
 
로즈 C. 벨몬트:안녕하세요. 저 노엘.. 님의 물건 찾으러 왔어요. 선물용 장신구도 하나 볼 거구요.
 
가게 주인: 아, 노엘 고객님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인은 카운터 아래 유리관의 뚜껑을 연 뒤,
 
잘 포장되어 있는 상자를 하나 건넵니다.
 
고급스러운 벨벳지로 한 번 휘감은 손바닥 반만 한 상자를
 
실크 리본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가게 주인: 아주 비싼 것이니 조심히 들고 가세요.
 
로즈 C. 벨몬트:어, 잘 깨지는 건가요?
 
가게 주인: 그건 아니지만, 여기 장식된 손톱만한 보석 하나가 제 일주일치 식비는 될 거에요.
 
로즈 C. 벨몬트:...음, 조심할게요.
 
가게 주인: 그리고 또... 장신구를 사러 오셨다고요!
잘 찾아오셨군요. 악세서리 하면 퀄리티든 디자인이든, 저희 가게가 제일이죠!
 
주인은 가게 한켠의 진열대 부근으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각종 브로치부터 귀걸이, 타이, 크라바트, 목걸이, 손수건 할 것 없이
 
값비싸 보이는 장신구가 가득합니다.
 
하나같이 기성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주인은 모두 수제라는 설명을 합니다.
 
악세서리는 종류가 꽤 다양하고, 원한다면 종류도 변형해 줄 수 있다고 하네요.
 
목걸이를 안경줄로 바꾼다든지, 반지를 귀걸이로 바꾼다든지.
 
로즈 C. 벨몬트:와, 예쁘네요. (반짝이는 장신구를 한차례 훑어보고는 곰곰히 생각했다. 누구에게 선물할지도 알 수 없으니까 편하게 브로치면 되려나..)
추천해주실만한 브로치도 있을까요..?
 
가게 주인: 브로치라면 예쁜 게 많죠! 어디 보자, 이런 색은 어떠세요? 여기 박힌 보석은 다 천연이에요~ (맑은 연두색의 토파즈가 박힌 우아한 브로치를 보여준다)
아니면 이런 제품도 있어요. (그러곤 옐로우 베릴이 섞인, 목걸이 겸용의 브로치도 보여준다) 요즘은 또 이런 디자인이 유행이에요~
 
로즈 C. 벨몬트:와, 예쁘네요.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잘 어울릴 것도 같은데... 이걸로 할까. 전부 다 예쁜데다 가게 주인의 센스가 저보다 좋지 않을까 싶어서 잠시 고민했다.)
여자도 남자도 쓰기 괜찮을까요?
 
가게 주인: 아, 손님이 직접 쓰시는 게 아니신가요? 성별 상관없이 무난하게 어울리려면 역시 초록색이 괜찮죠~
 
로즈 C. 벨몬트:네, 선물용이거든요. (내가 선물하는 것도 아니지만, 하는 소리는 속에 묻어뒀다.) 그럼 연두색 토파즈 브로치로 포장도 가능할까요?
 
가게 주인: 그럼요, 여기 있습니다 손님~
 
주인은 익숙하게 장신구를 포장해 당신에게 건넵니다.
 
로즈 C. 벨몬트:감사합니다. 영수증도 같이 주시겠어요.
 
당신의 말에 주인은 영수증을 건넵니다.
 
여기에 노엘의 이름을 적으면 그가 지불하는 걸로 처리되겠죠.
 
볼일도 끝났겠다 가게를 나섭니다.
 
이제 어디로 가 볼까요?
 
이 거리는 조용한 민가지만 상점가와도 이어져 있어 적당히 북적거립니다.
 
찾는 가게가 있다면 가볼 수 있겠어요.
 
로즈 C. 벨몬트:(장신구 상자 두 개를 잘 챙겨들고서 산책하듯 한바퀴를 둘러보고 점심도 해결할 곳을 찾기 위해 방향성없이 발을 옮겼다.)
 
정처 없이 돌아보면 식당도 있고, 잡화점도 있고, 극장이나 쇼핑몰, 광장과 시계탑도 있습니다.
 
시계탑은 저 멀리 있지만 커다란 괘종과 시계판이 여기까지도 시간을 알려줍니다.
 
로즈 C. 벨몬트:(고작 며칠 묵었을 뿐인 저택에 어느새 저도 젖어들었었는지 활기찬 거리를 걷고 있자니 다소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나쁘다기보단 제가 그 저택에서 왜 그리 들쑥날쑥 부정적인 감정을 태웠는지 알 것 같아졌을 뿐이어서 복잡한 마음은 눌러담고 제얼굴에 제대로 미소가 올라올 때까지 걷고 또 걷다가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니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식당가로 향했다.)
 
부슬부슬,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하고 접기에도 애매하게 내리는 비.
 
저 멀리서 먹구름의 손톱만한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
 
아직 켜지지 않은 가로등은 열을 지어 서 있고
 
사람들은 트렌치 코트를 입고 저마다 수다를 떨거나 흥정을 합니다.
 
바쁜 거리 가운데를 걷다 보면...
 
팍! 갑자기 한 소년과 크게 몸을 부딪혀 나자빠집니다.
 
소년은 사과도 하지 않고 빠르게 장소를 벗어납니다.
 
우산이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축축한 길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낭패입니다. 하지만, 더 낭패인 건…
 
로즈 C. 벨몬트: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방금까지만 해도 가지고 있던 물건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소매치기를 당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 노엘이 부탁했다던 물건은 그대로지만
 
함께 요구한 장신구는 온데간데없네요.
 
아직 지불도 제대로 못 했는데...
 
로즈 C. 벨몬트:아...!! (잠깐 정신못차리는가 싶다가 다급히 노엘이 부탁한 물건을 품에 안고 벌떡 일어나 소년을 쫓아 달음박질했다. 수제라 싸지도 않았다고...!)
 
쫓아가려 해도 어느새 골목으로 달아났는지 발자국 하나 안 보입니다.
 
다시 가게로 돌아가서 또 다른 장신구를 살 수도 있겠지만...
 
노엘에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로즈 C. 벨몬트:이 와중에 소매치기.. 아... (겨우 미소가 입가에 올라온 찰나였는데 단절되듯 빼앗긴 느낌에 기분이 곤두박질쳤다. 잃어버린 건 어쩔 수 없으니 다시 새로 사서 그냥 바로 저택으로 돌아가야겠다.)
 
당신은 결국 아까 나온 가게로 돌아가 또 다른 장신구를 삽니다.
 
그러고 나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많은 걸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점심 무렵이네요...
 
로즈 C. 벨몬트:(우울한 기분에 외식도 다 귀찮아져서 샌드위치나 가볍게 사먹을 요량으로 빵가게를 찾았다.)
 
근처에 팬케이크 정식으로 유명한 브런치 식당이 있다고 하네요.
 
그 밖에도 웬만한 먹거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빵집도 있습니다.
 
가게에서 풍겨오는 빵 굽는 냄새가 당신을 이끄는 길이 됩니다.
 
샌드위치를 사고 나오면 이제 저녁이 문제입니다.
 
방에만 처박혀 있는 노엘이 식사를 차려줄 리가 없으니 먹고 싶은 걸 따로 포장해 가야겠어요.
 
 
먹고 싶은 것도 다 사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골목 한켠에 있는 꽃집이 눈에 띕니다.
 
흐드러지게 핀 색색의 봄꽃들이 있습니다.
 
차양 쪽에는 드라이 플라워며 덩굴줄기 식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요.
 
문득 예민하고 편찮아 보이던 노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연신 꽃을 요구하는 걸 보면 꽃을 좋아하는 듯한데…
 
꽃집에서 뭐라도 사 가면 기분을 좀 풀지 않을까요?
 
아까 물건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사과도 해야 하고,
 
앞으로 하루 더 버티려면 고용주의 비위를 좀 더 맞춰 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로즈 C. 벨몬트:(요 며칠 찾던 꽃 말고 전혀 다른 꽃이나 사갈까... 꽃집에 가까이 다가가 손님을 부르듯 자리한 꽃들을 보았다.
 
날씨에도 불구하고 꽃들은 활짝 펴 있습니다.
 
이슬비를 한껏 맞은 식물 이파리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봄의 꽃봉오리들이 사랑스럽습니다.
 
무슨 꽃을 사 갈지 고민하고 있으면,
 
꽃집 주인이 “선물용이면 꽃다발은 어떠시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걸 몇 개 보여주는데, 가격에 비해 꽤 예쁘네요.
 
로즈 C. 벨몬트:그것도 좋겠네요. 꽃을 선물할 사람이 요즘 건강이 좀 안 좋아서.. 백합류나 장미는 빼고 선물하고 싶어요.
 
꽃집 주인은 유의하겠다고 말하며, 꽃다발 포장지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손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엮어 주네요.
 
헬리오트로프, 안개꽃, 라넌큘러스...
 
다양한 꽃이 봄의 연한 이파리와 함께 품에 안깁니다.
 
로즈 C. 벨몬트:감사합니다. 꽃다발 너무 예쁘네요. (꽃집 주인에게 꽃다발 금액을 지불한다.)
 
꽃집 주인은 고맙다며 활짝 웃어줍니다.
 
가격을 지불하면, 이것저것 샀겠다 이제 정말 돌아갈 때입니다!
 
...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저택으로 돌아옵니다.
 
로즈 C. 벨몬트:(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노엘의 방으로 직행해서 방문을 두드렸다.) 노엘, 찾아오라는 거 다 찾아왔어.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대문을 열고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밝고 선명하던 꽃잎들이 모두 갈변하고,
 
이파리는 쪼그라들었어요.
 
줄기는 단단함을 잃고 축 늘어지네요.
 
명백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너무 놀랐나 봅니다.
 
꽃을 놓쳤는지, 정신 차리고 보니 강풍에 날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더 놀라 까무러칠 일이 일어납니다.
 
뒤로 날아가며 대문 바깥으로 벗어난 꽃이 고개를 확 젖힌 겁니다!
 
꽃대가 싱싱해지고, 줄기가 단단해지더니
 
푸석푸석해졌던 꽃술과 빛바랜 꽃잎까지도
 
모두 당신이 샀을 때의 그 상태로 돌아옵니다.
 
아주 생생하고 어여쁘네요.
 
당신의 지식으로 미처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이성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게 현실인가...?)
 
눈을 아무리 감았다 떠도, 당신이 잘못 본 게 아니네요.
 
꽃은 다시 주워들어, 저택 부지 내로 들고 오기가 무섭게 다시 시듭니다.
 
살아있는 것 하나 없는 마당 위에서 멍하니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얼굴에 무언가 흐릅니다.
 
닦아내 보면 코피입니다.
 
열매처럼 새빨간 액체는 조용히 아래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토록 간절한 영양분일 텐데 이미 척박해진 땅은 피를 흡수하지도 못합니다.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죽어가는 꽃, 코피를 흘리는 당신.
 
…어쩌면 저택의 모든 것이 죽은 건 단순히 관리가 되지 않아서가 아닌 걸까요?
 
로즈 C. 벨몬트:(현실감없는 상황에 한팔에 물건을 몰아안고서 빈손으로 콧잔등을 눌렀다. 뚝뚝 떨어지는 코피가 이토록이나 이질적일 필요가 있던가...)
 
다행히 처치를 하니 코피는 금방 멎습니다.
 
가서 얼굴을 좀 씻어야겠어요.
 
로즈 C. 벨몬트:(그대로 제 방으로 직행해 책상 위에 물건을 올려둔 채 얼굴을 씻어냈다. 분홍빛으로 물든 물이 흘러내려가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다 거울속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새하얗게 질린 낯빛이 제 얼굴임에도 생소했다.)
 
언제 얼굴에 이렇게 혈색이 빠졌더라.
 
밥을 그렇게도 잘 먹었는데, 영문 모를 일이네요.
 
...
 
하여간 찾아온 물건을 들고 노엘의 방으로 가면
 
노엘은 이번에는 방에 없습니다.
 
로즈 C. 벨몬트:얜 나랑 오늘 얼굴 마주치기 싫은건가..
 
얼굴 한 번 보기 참 어렵네요.
 
찾으러 다니기엔 그렇게까지 마주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대로 영영 마주치지 못한다면!
 
당신이 그렇듯이, 노엘도 천천히 기운을 빼앗겨 더는 말하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충족되고 얼굴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럼 모처럼 시간도 비었겠다. 식사를 하고 저택 산책이라도 합시다.
 
고용주도 없으니, 없는 할 일을 만들어서 할 수도 없으니까요.
 
로즈 C. 벨몬트:(일단 제 방에서 사온 샌드위치를 늦은점심으로 먹었다. 평소보다 한참 천천히 씹어먹고는 갈곳도 없으니 서재로 가보기로 한다.)
 
샌드위치는 어제 직접 만들어 먹은 것과 태가 다릅니다!
 
노릇노릇하게 버터가 발려 있고, 안에 옥수수가 들어간 폭신한 계란과 특제 소스, 치즈, 감자와 베이컨이 가득 끼어 있으니까요.
 
빵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입니다.
 
역시 뭐든 사먹는 게 낫다니까요.
 
여하튼 서재로 향합니다. 따로 찾는 게 있나요?
 
로즈 C. 벨몬트:(읽어보지 못했을 책이 있을지 찾아본다.)
 
서재에는 더 눈에 띄는 건 없지만,
 
그때 워낙 악필이라 다 해독하지 못한 서적이 하나 있었죠.
 
알아들은 문장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한 번 더 읽으려면 읽을 수 있겠습니다.
 
로즈 C. 벨몬트:(혹시나 악필해독(?)이 오늘은 될까 싶어 종이를 자세히 뜯어보았다.)
 
로즈 C. 벨몬트:
언어(모국어)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역시 다른 부분은 모르겠습니다.
 
이런 낡아빠진 고문서는 이만 내려두고 산책이나 하죠.
 
바람도 쐴 겸 테라스로 가 보는 건 어떨까요?
 
로즈 C. 벨몬트:역시나 이 악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그나마 읽어내렸던 '그것'에 대해 고찰해보지만 읽은 게 없으니 알 수 있을리가 없다. 머리 아팠던 악필에서 벗어나 테라스에 잠시 나갔다.)
 
테라스에 들어서면 탁 트인 넓은 저택 부지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난간 앞에는 작은 꽃나무나 화분이 놓여 있는 게 보입니다.
 
저마다 상태가 딱히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빛이 들어오지 않는 저택 탓이라고, 우선은 치죠.
 
로즈 C. 벨몬트:저택 안이라서 그런걸까... (시든 아카시아나무와 시들었던 제 꽃다발을 떠올렸다.)
 
글쎄요. 누군가에게 묻지 않는 이상은 모르겠군요.
 
로즈 C. 벨몬트:(풍경을 보기 위한 테라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저택부지를 내려다보았다.)
 
초여름이 바짝 다가올 생명의 계절임에도 온통 갈빛으로 물든 잔디는
 
꼭 갈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매일 정원사가 가꾸던 정원은 이제 과거의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네요.
 
로즈 C. 벨몬트:살아있는 거라곤 없네..
 
저택이라는 뼈만 남은 것 같은, 삭막한 광경입니다.
 
로즈 C. 벨몬트:(얕은 우울감이 몰려오는 기분이라 그 황량한 갈색빛에서 눈을 떼고 한때는 테라스를 화사하게 꾸몄을, 이제는 시들시들한 화분으로 시선을 옮겼다.)
 
언젠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을 꽃은 폭삭 시들어 있습니다.
 
꽃은... 로즈, 교육 판정.
 
로즈 C. 벨몬트: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겨울이나 초봄에 피는 종 같습니다.
 
씨를 심으면 몇 달 뒤에나 개화한다던가.
 
로즈 C. 벨몬트:(화분을 살펴도 대략적인 것만 판단될 뿐 막상 식물의 이름은 전혀 모르겠다. 고개만 갸웃거리다 테라스 내부를 한 번 더 시야로 훑기만 했다.)
 
테라스를 살펴보면 눈에 거슬리는 게 있습니다.
 
바닥에 말라붙은, 정확히는 부자연스럽게 닦인 검붉은 자국이 있습니다.
 
난간에도 비슷하게 서너 줄로 짧게 찍힌 자국이 있네요.
 
…먼지가 묻은 거겠죠?
 
로즈 C. 벨몬트:이상한 자국이네...
(괜히 소름돋는 자국에 몸서리 치며 테라스를 빠져나왔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저택을 둘러보면 어느새 흐릿하던 하늘의 색이 점차 바랩니다.
 
테라스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고 있으면,
 
…노엘과 마주칩니다.
 
노엘은 어딘지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옷에는 미운 주름이 져 있고,
 
소매는 구겨져 있으며,
 
머리칼은 부산스레 흐트러져 있습니다.
 
노엘은 당신을 발견한 순간 걸음을 멈춰 세웁니다.
 
저 눈, 저 흉흉한 눈!
 
온 세상의 분노와 발악을 긁어 모아 틀에 박아넣은 듯 일그러진 저 표정.
 
노엘은 당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섭니다.
 
무어라 말을 걸기도 전에 너른 보폭으로 당신에게 다가서,
 
바깥으로 향하는 대문 쪽으로 밀쳐냅니다.
 
위협하는 듯 얼굴을 밀착시키는 바람에
 
당신은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집니다.
 
그는 당신을 한참 노려보더니,
 
노엘:죽어, 죽어, 죽어… 나와 함께 죽어…
 
곧 흉악한 저주의 말을 마구 뿌리기 시작합니다.
 
로즈 C. 벨몬트:뭐? (어이가 달아난 황망한 상황에 바닥에 주저앉은 채 노엘을 올려다보았다.)
 
눈가에 고인 광기가 억셉니다.
 
이성은 비바람에 뿌리채 뽑혀 나간 것만 같습니다.
 
드디어 미친 걸까요?
 
로즈 C. 벨몬트:미쳤어? 정신 안 차려?! (이성을 잃은 건 알겠다만 그보다는 차오른 분을 못 이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내질렀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오히려 차게 식는 느낌이 듭니다.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나면, 조용한 틈으로 어떤 생각이 찾아듭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니, 아닙니다.
 
다시 한 번, 두 눈을 뜨고 잘 보세요.
 
그가 하려는 말은……
 
노엘:이 저택에 있으면 나와 함께 죽어…
그러니까, 제발……
 
눈앞이 핑 돌며, 어지럽던 시야가 돌아옵니다.
 
당신의 인지가 왜곡하던 그의 표정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보입니다.
 
노려본다고 생각했던 표정은 그저 당신을 불안하게 응시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모든 걸 잃은 자의 절박함입니다.
 
…어째서?
 
노엘:…아……
 
노엘은 당신이 넘어진 것을 보고서야 뒷걸음질치더니,
 
곧 빠르게 도망칩니다.
 
땅을 치는 번개도 저것보다 날렵하진 않겠어요.
 
이제 이 자리에 남은 건 저택의 출구에 등을 대고 앉아있는 당신밖에는 없군요.
 
그러고 있자니 당신의 것이라 생각했던 질척한 감정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얕아진 감정은 더 이상 당신의 발을 묶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생각은 조금씩 조금씩 나아갑니다.
 
예를 들면, 어째서일까요.
 
왜 이렇게 노엘이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우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부아가 치밀었던 걸까요.
 
어째서일까요.
 
왜 이렇게 노엘이 안쓰럽고, 신경 쓰이며, 그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얹힌 듯 무거워졌던 걸까요.
 
당신은 6년 전 가르치던 어린애를 지독하게 증오하고 멸시할 성격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냥 불쌍히 여길 만큼 여유로운 사람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노엘을 미워하고, 동정한 거였죠?
 
그리고…… 왜 하필 지금에서야 이런 생각이 드는 거고요?
 
어제까지와 지금이 다른 게 뭐라고?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에 돌아올 답은 존재치 않습니다.
 
로즈 C. 벨몬트:(갑작스런 상황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웅크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해일처럼 몰려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군요.
 
이른 시간이지만, 몹시 피곤해집니다.
 
어차피 노엘이 부탁한 물건은 하녀장에게 맡기면 알아서 전해줄 테니.
 
당신은 이만 잠들까요?
 
로즈 C. 벨몬트:(당장은 감당할 수 없는 거 같은 상황에 결국 도피하듯 물건들을 하녀장에게 맡기고 제 방의 침대에 몸을 말았다.)
 
모든 걸 어둠 속에 묻어버리니 마음은 편해집니다.
 
영원히 지나지 않을 것만 같던 척척한 시간이 끈적하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지천을 울리는 천둥 번개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사방은 빛 하나 없이 어둡고 음침합니다.
 
창을 두드리는 빗줄기는 맹렬하다 못해 사납기까지 합니다.
 
이대로는 하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착각도 잠시,
 
문득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낍니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들어오는 편이 좋겠어요.
 
로즈 C. 벨몬트:(주섬주섬 귀신같은 몰골로 일어나 물을 찾았다.)
 
복도로 나오면, 죽 나열되어 있는 창문 너머로 드러나는 하늘이 묘연하고도 광활하기만 합니다.
 
온 세상을 침식시킬 듯 빽빽하고 두터운 구름으로 휩싸여 있습니다.
 
1층 주방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로즈 C. 벨몬트: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어디선가 희미하고도 창백한… 신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노엘의 방 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데요.
 
로즈 C. 벨몬트:...노엘..?
 
노엘은 분명 자기 방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곧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앓는 신음성을 듣고서도 모른 척 넘어갈 만큼…
 
당신은 무정한 인간인가요?
 
로즈 C. 벨몬트:(방문을 작게 두드렸다.)
 
똑똑, 두드리면 돌아오는 것은 더 정신없이 앓는 소리뿐입니다.
 
뭐라 정의내려야 할지 모를 감정을 갖는 사이,
 
방 안에서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로즈 C. 벨몬트:(앓는 소리만 들려오는 방문을 살짝 열었다.)
 
대체 이, 문틈 사이로 들려오는 조소와 멸시에 가득 찬 새까만 목소리는 누구의 것입니까?
 
적어도 로즈의 것은 아닙니다.
 
노엘의 것도 아닌 것 같고요.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하녀장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하녀장:아아, 로즈 선생님. 이곳까지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이 즐거운 일에 좋은 조미료를 뿌릴 수 있었네요.
참, 식사에 넣은 조미료는 입에 맞으셨을련지요.
 
그리고 당신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립니다.
 
로즈 C. 벨몬트:(끔찍한 악의에 소름이 돋는 것도 찰나. 후에 따라오는 것은 안온했던 자신을 향한 분노. 그리고 멍청하게 굴고 있는 당신을 향한 짜증까지 그 모든 게 한데 어우러진 감정을 꾸역구역 삼키며 당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으로 발돋움하니 침대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신음하고 있는 노엘이 보입니다.
 
잠들어 있는 것 같아요.
 
핏기가 완전히 가신 채 식은땀에 흠뻑 젖은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양 눈에 선명히 들어옵니다.
 
로즈 C. 벨몬트:미련하기 짝이 없는 노엘. (침대가에 걸터앉아 당신의 젖은 이마를 소매를 당겨 꾹꾹 눌렀다.)
 
손이 약간 이마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열이 너무 높아요.
 
아무래도 병이 심하게 도진 것 같은데,
 
약이라도 먹여야 할까요?
 
로즈 C. 벨몬트:노엘.. (낮게 네 이름을 부르며 머릿속에 챙겨올 것들을 정리했다. 물이 담긴 대야, 수건, 약, 마실 물..)
 
그나저나 다른 건 몰라도 약은 어디서 찾으면 좋단 말인가요.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때 문득, 무자비한 계시 같은 깨달음이 뇌리를 스칩니다.
 
노엘이 건넨 말.
 
그리고, 하녀장이 노엘에게 비처럼 고요하게 쏟아내리던 저주.
 
모든 말이 사실이라면 노엘의 저주에 약 따위는 없을 겁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떡하죠? 혹시 모르니 방을 뒤져보나요?
 
로즈 C. 벨몬트:(저주라지만 해열이라도 되면 좋겠는데.. 그조차도 안 되려나. 일말의 희망을 잡고 방을 뒤진다.)
 
한 번 크게 둘러보자니,
 
과거, 저마다 호화로운 가구로 채워져 있던 노엘의 방은
 
이제 너무나도 황량하고 서늘합니다.
 
그야 기껏 닫아놓았던 창문이 활짝 열려 있거든요.
 
거센 바람을 타고 다 시든 아카시아 꽃잎이 책상 위까지 올라왔네요.
 
창문에서 들어온 창백한 달빛은 침대 위에 내려앉습니다.
 
침대 옆에 바로 손이 닿는 곳에 책장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집주인의 침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출합니다.
 
그저 최소한의 필요한 가구만이 공간을 넉넉히 채우고 있을 뿐입니다.
 
로즈 C. 벨몬트:(시린 바람부터 막으러 창문부터 닫으러 이동했다.)
 
창문 너머로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비가 내립니다.
 
습하고 눅눅하고 차가운 봄비. 너무나도 이른 장마입니다.
 
창문을 닫자 그제야 최소한의 온기라도 감돕니다.
 
로즈 C. 벨몬트:(창문이 잘 닫힌 걸 확인하고, 혹시나 하는 맘에 찾는 약을 위해 책상 위부터 뒤졌다.)
 
이곳저곳 애정이 담긴 손길이 가득 묻어 있는 책상입니다.
 
오래 사용한 감이 있지만,
 
그만큼 잘 관리가 되어 왔다는 뜻이겠지요.
 
만년필이며 묶인 종이, 책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책상 위를 헤집으며, 로즈, 자료조사 판정.
 
로즈 C. 벨몬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순차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책의 틈바구니에서,
 
유독 얇고 거칠게 손상된 책들이 있습니다.
 
꺼내 보면, 일기장입니다.
 
제일 오래된 걸 펼쳐보면 6년 전,
 
당신이 처음 이 저택에 가정교사로 부임했을 시기와 맞물립니다.
 
로즈 C. 벨몬트:노엘의 일기장인가...?
 
내용을 슬쩍 살피니 그런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무슨 내용이지..)
 
읽어 볼까요?
 
로즈 C. 벨몬트:(일기를 읽어본다.)
 
당신은 일기를 펼칩니다.

핸드아웃: 노엘의 일기

 

1XXX. …월 …일.
오늘은 새로운 사람이 저택의 식구가 됐다. 낸시, 내 가정교사다. 나에게 정원 꽃의 이름들을 알려주고, 내 이름의 뜻도 알려줬어.
좋은 사람이지만, 곧 보지 못하겠지. 내게 쫓겨나거나, 아니면……

1XXX. …월 …일.
…소리를 너무 지른 탓에 목이 따끔거린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마음에도 없는 매서운 말을 뱉다 보면, 내가 사람이 아닌 차가운 자동 인형이 된 것만 같다.
부모님의 일에 대해 저항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사소한 훼방이나 놓고 있으니, 맞는 걸지도.

1XXX. …월 …일.
차를 세 번 정도 옷에 엎어 낸시를 쫓아냈지만 또 다른 가정교사가 들어왔다. 이름은 로즈라고 한다. 맨 처음 가정교사로 들어왔던 아돌프도 이렇게 주근깨가 있었는데. 결국 죽었지만.

1XXX. …월 …일.
악을 쓰고 심술을 부렸더니 로즈가 어서 잠들지 않으면 키가 크지 않는다며,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는 동화책을 한 권 읽어줬다. 목소리가 예뻤다.

1XXX. …월 …일.
(직전에 작성한 일기로부터 꽤 오랜 날짜가 흘러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일을 그만 두지 않는 걸까.
옷에 뜨거운 차를 쏟아버리고, 신발을 내다 버리고, 하나하나 트집을 잡으며 못살게 구는데도 선생님이 이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안 되는데.

1XXX. …월 …일.
어제까지만 해도 이 저택에서 일하던 메이드 둘이 종적을 감췄다. 리나는 내 소중한 인형을 빨아줬고 앨리스는 아침에 입맛 없을 때마다 따뜻한 우유를 타 줬는데. 분명 살해당한 거야…… 그 괴물에게 잡아먹힌 거야. 그날 밤 보았던 것처럼.
선생님이 이걸 아는지 에둘러 물어봤다. 로즈는 내가 잠들기 싫은 핑계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1XXX. …월 …일.
믿어줄까? 선생님이 내 말을 믿어줄까?
우리 집에 있으면 죽는단 말이에요. 아버지와 어머니한테 살해당할 거예요. 괴물에게 잡아먹힐 거예요.
그러니 제발 이 집에서 나가, 꺼져, 다시는 돌아오지 마. 제발, 제발요. 선생님.
선생님, 제발요.

1XXX. …월 …일.
누명을 씌운 끝에 선생님을 저택 바깥으로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왜 이렇게 목구멍이 꼭 틀어막힌 것 같을까. 왜 이렇게 숨 쉬기가 힘든 걸까.
선생님, 저는 벌을 받는 건가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이런 것밖에 할 수 없는 절 용서해 주세요.


 
의미 모를 노엘의 일기를 모두 읽은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저택의 괴물이라니, 살해라니.
 
허무맹랑한 아이의 망상에서부터 비롯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어린 필체에 서린 서글픔과 무력감이 너무나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로즈 C. 벨몬트:(노엘의 하지만 아까 전 자신은 보았다 혐오와 분노에 얼룩진 악의 덩어리같은 것을. ... 그게 괴물이었을까? 아니, 그게 괴물이 아니라면 말이 안되지 않을까. 다 읽은 일기장의 표지를 느리게 쓰다듬었다. 어리고 연약한 그 애가 홀로 아득바득 이 모든 걸 짊어지고 있었다니. 입술 새로 얕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번뜩 든 정신으로 책상 위에 일기장을 내려놓고 약을 찾았다.)
 
이제야 어린 제자가 그토록 바란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엘이 어제 삼키고 미처 하지 못한 말도.
 
'약'을 찾기 위해 둘러볼 곳이란 이제 책장과 침대 위군요.
 
로즈 C. 벨몬트:하지만, 어린 제자야. 날 여기로 다시 불러온 건 너 아니었니? (직접 듣지 못했을 말이 환청처럼 들리는 거 같아서 홀로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답을 구하진 않는 말이었다. 헤집은 책상에서 일기장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침대 옆 책장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책장은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서적들로 가득합니다.
 
문학과 비문학을 막론하고 전문적인 내용까지도 거침없이 꽂혀 있네요.
 
살펴보면... 로즈, 관찰력 판정.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눈에 익는 책을 몇 권인가 발견합니다.
 
온갖 어려운 책들 사이에서도 뜬끔없는 동화책이.
 
하나 꺼내 제목을 읽어보면, 〈반짝반짝 작은 별〉입니다.
 
로즈 C. 벨몬트:(일기장에 적혀있던 책이다. 그리고 제가 읽어주었던 동화이기도 했다. 전문적이고 교양을 위시하는 듯한 책들 사이에서 그토록이나 이질감들도록 하는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동화책 한 권. 네가 무슨 마음으로 이 책장에 꽂아뒀을지는 알 길이 없어 책 귀퉁이만 손끝으로 문지르다 얇은 동화책을 펼쳐 읽었다.)
 
책장을 넘기자 그 틈에 꽂혀 있던 종이 쪽지 한 장이 발치에 떨어집니다.
 
로즈 C. 벨몬트:쪽지? (책을 쥔 채 허리를 숙여 떨어진 종이를 주웠다.)
 
어린아이가 휘갈겨 쓴 쪽지인 듯 필체는 삐뚤빼뚤 못나기만 합니다.
 
뒤집어 보면, 뒷면에 또 다른 글씨가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꽂으려고 보면 또 다른 쪽지가 있습니다.
 
새하얀 색을 보아 조금 더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네요.
 
글씨는 간결하게, 「창고의 액자 뒤, 0412」라고 적혀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아이가 적었을 유일한 진심에 아득한 감정에 혀를 잘근 씹었다. 날카로운 통증에 절로 인상이 쓰여졌으나 쇳맛은 없어 종이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챙기고,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듯한 종이는 다시 제자리에 집어넣었다.)
0412.. (외우듯 한 번 입에 숫자를 굴리고, 침대로 다가가 아이의 이마를 손으로 쓸었다.)
 
침대는 한 사람이 쓰기에는 더없이 넓고 커다랍니다.
 
그 위로, 식은땀에 흠뻑 젖은 노엘이 침잠음을 흘리고 있습니다.
 
번쩍, 침대에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사방에 요동치는 번개와 함께
 
침대 시트 이곳저곳에 묻어난 검붉은 것을 봅니다.
 
색을 뚜렷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게 바랜 자욱부터,
 
비교적 최근에 생긴 듯한 새빨간 자욱까지 거칠게 얼룩져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혹시 응급처치 기능도 가능한가요..?)
 
*침대에 대고 판정하는 것이므로 불가능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의료
기준치: 1/0/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음식이라도 묻은 걸까요?
 
침대 시트에 묻어난 것의 냄새를 맡으면, 비릿한 쇠냄새가 납니다.
 
이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혈액입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3/36/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일렁이는 감정 때문에 미처 신경쓰지 못 했던 노엘의 모습은 끔찍합니다.
 
입가며, 목덜미며, 옷깃이며, 가슴팍이
 
새빨간 선혈에 젖어 있습니다.
 
입술 안쪽에 고여 있던 핏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왜 이걸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요.
 
로즈 C. 벨몬트:노엘?! (새된 비명같은 목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허둥거리다가 혹여나 핏물이 기도로 넘어갈까 몸을 옆으로 돌려뉘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깨웠다.)
노엘! 일어나봐, 눈 떠봐! (손끝에 묻어나는 질척한 것을 외면한 채 필사적이었다.)
 
다급하게 노엘을 깨우면, 그가 입만을 엽니다.
 
노엘:로즈…? 로즈, 잘 들어.
내가 죽는다면, 내 재산은 모두 로즈 거야.
책장에, 흐윽, 쪽지가…… 금고………
 
그리고 다시 말이 끊깁니다.
 
얌전히 잠들어선 꼭 죽은 것만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내가 재산 필요하댔어!? 일어나, 깨어나! (마치 죽은 것 같은 모습에 질색하며 그를 깨웠다. 저주인지 뭔지도 모를 것으로 인한 게 이러한 것이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절망에 발을 하나 담금 것 같은 표정으로 침대에 무릎걸음으로 기어올라가 그를 끌어안았다.)
 
저주의 결과가 어제 당신이 흘린 코피였을진대,
 
심지어 그는 이 저택에서 몇 달을 있었습니다.
 
그를 끌어안으면, 손에 차가운 게 만져집니다.
 
손아귀에 무언가 쥐고 있네요.
 
조심스레 펼쳐 살펴보면 은색의 열쇠입니다.
 
어디에 쓰는 열쇠이길래, 잠을 자는 와중에도 이렇게나 꽉 쥐고 있는 걸까요.
 
로즈 C. 벨몬트:어디 열쇠지.. (이제는 제 손에 들어온 열쇠를 쳐다보다가 가보지 않은 방이 떠올랐다. 서재옆 서쪽방... 맞을까?)
 
문득 맥이 요동칩니다.
 
그래요. 노엘이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방이 하나 더 있었죠.
 
당신의 손에는 쓰임새 모를 열쇠가 걸려 있고요.
 
로즈 C. 벨몬트:혹여 이 열쇠가 그 방의 열쇠라 하더라도 내가 널 두고 그 방에 갔다오는 게 맞나? (피로 얼룩진 그와 자신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 방에 약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곳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즈 C. 벨몬트:(제 품에 안긴 그를 빤히 내려보다가 돌연 결심한 표정으로 일어나 제 방에서 이불을 가져왔다. 피에 젖은 그의 이불은 바닥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 가져온 제 이불을 덮어주고 낮게 속삭였다.) 금방 다녀올게, 좀 자고 있어.
(의식도 없는 네가 들을 리도 만무하건만 신경쓰지 않고 열쇠를 쥔 채 맞은편 서쪽방으로 달음박질쳤다.)
 
그에게선 여전히 대답이 없습니다.
 
그저 이불에서 온기라도 나눠받아, 창백한 인상이 나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서쪽 방문 앞으로 이동하면
 
입구가 낡고 눅은 나무판자로 덧대어져 못박혀 있습니다.
 
어떻게 하죠?
 
로즈 C. 벨몬트:창고에서 도구라도 꺼내와야겠네. (못박힌 나무판자를 확인하고 창고로 향했다.)
 
1층으로 이동하며 주변을 살피면,
 
깨끗하다고 생각했던 집은 지금 보니 온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질러질 일조차 없었을 나날들.
 
사이를 걸어 창고로 가면,
 
당신이 열어둔 나무 상자 안에 망치가 보입니다.
 
로즈 C. 벨몬트:(망치를 챙겨들고 다시 서쪽방으로 향했다.)
 
문 위에 덕지덕지 붙은 판자들을 떼어내고,
 
마침내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그 문을 열면.
 
구분선
 
꽃장식
 
쪽 방
 
구분선
 
내부는 아주 어둡습니다.
 
잠시간 어둠에 눈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방의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고,
 
창문이란 창문에는 모두 카펫같은 커튼이 너르게 둘러 쳐져 있습니다.
 
낮인데도 햇빛 하나 없이 어두워 분위기는 아주 음산합니다.
 
사방에서 습하고 역겨운 악취가 풍깁니다.
 
로즈 C. 벨몬트:(얼마나 오랫동안 잠가둔 걸까. 역한 냄새에 코를 붙들고 조심조심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러고보니 여긴 무슨 방이었지...)
 
편두통을 일으킬 만큼 지독한 썩은 내는 바닥 제단으로 다가갈수록 심해집니다.
 
근무할 당시에도 이곳은 당신에게 열린 적이 없습니다.
 
로즈 C. 벨몬트:제단..? (어두칙칙한 곳에서도 눈에 띄는 제단에 시선이 절로 갔다.)
 
돌로 만들어졌는지, 나무로 만들어졌는지,
 
짐승의 뼈로 만들어졌는지―
 
그 어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기이한 형질의 제단.
 
아랫부분에는 말라붙은 피와, 피와 함께 굴러다니는 문서 몇 장이 보입니다.
 
모두 죄다 타고 남은 조각인지라 정확한 내용은 읽을 수 없지만,
 
어떤 주술의 술식이 적혀 있는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사이비...? 악마 숭배? (죄 알 수 없는 것들 뿐이다. 단지 알 수 있는 건 모든 것이 끔찍하다는 것 뿐. 제단을 살피던 시선이 아래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바닥은 정체 모를 것들의 박살난 잔해로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그 난리통의 한가운데 붉디 붉은 카펫이 깔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로즈 C. 벨몬트:(바닥의 박살난 잔해를 발끝으로 살살 건드려 보았다.)
 
금이 가 있거나, 거칠게 뜯겨 있거나, 내지는 박살난 가구의 잔해입니다.
 
드문드문 찢어진 옷도 보입니다.
 
…어딘가 익숙합니다.
 
이거, 이 저택 사용인들의 지정복이잖아요.
 
저마다 피나 썩은 살덩이와 한데 엉겨 응고되어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오.. 미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비속어를 뇌까리며 한발자국 물러났다.) 제물...?
(이쯤되니 시야에 들어오는 붉은 카펫도 진짜 원래 붉은 색인지 싶다.)
 
카펫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검붉고 끈적한 흔적에 얼룩덜룩 점철되어 있는 모습은
 
역겹고 불쾌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카펫 위를 딛고 선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 채입니다.
 
이건... 로즈, 교육 판정.
 
로즈 C. 벨몬트: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살이 완전히 썩어나가 하얀 백골이 드러나 있는 인간의 뼈입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3/36/14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도대체, 이 저택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반사적으로 뒷걸음칩니다.
 
뒤늦게야 기저에서부터 밀고 올라오는 저택의 음산함에 짓눌립니다.
 
노엘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일련의 단어들이
 
머릿속에 나열되지 못하고 줄줄이 떨어집니다.
 
살해, 괴물, 살해, 괴물.
 
우리집에있으면죽어요아버지와어머니한테살해당할거예요괴물에게잡아먹힐거예요그러니제발이집에서나가다시는돌아오지마―
 
제발, 제발요. 선생님. 선생님, 제발요.
 
제발 이 저택에서 나가요…
 
비통한 절규가 섞여 있던 제자의 필체가.
 
구토감이 치밉니다.
 
이 방에서 당장 빠져나가야만 할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본능이 살가죽을 타고 오릅니다.
 
로즈 C. 벨몬트:(악의와 절규, 비통함과 좌절, 모든 부정적인 것들만 버무려둔 것 같은 공간에서 달아나듯 방을 나섰다. 이 방을 왜 못질까지해서 가둔 건지 알 것 같았다.)
 
문턱에 발을 딛으면,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돌아보면 노엘이 서 있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달려들어 목덜미를 짓누릅니다.
 
목을 졸리는 건 당신인데, 정작 본인이 숨을 못 쉬는 것처럼 쌕쌕거립니다.
 
절단된 숨, 억눌린 호흡.
 
기도를 틀어막은 억센 손길에 핏기가 가십니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건가 싶습니다.
 
로즈 C. 벨몬트:노, 엘! 그만, 해! (켁켁거리며 너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다.)
 
노엘:또 거기에 갔어? 이제 그만해… 당신들 때문에 몇 사람이나 이 저택에서 죽어나갔어. 이쯤 하면 됐잖아… 이쯤 하면 됐잖아……
 
그는 맥락이 없는 말을 두서없이 중얼거립니다.
 
그러는 사이 점점 호흡이 멎어갑니다.
 
그의 팔을 떨쳐내려면 근력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아, 노엘을 밀어내려던 손이 미끄러집니다.
 
동시에 노엘이 두 손을 쳐내듯 뗍니다.
 
하지만 이미 산소가 결핍된 머리는 경종을 칩니다.
 
무릎에 힘이 풀리고,
 
시야가 끝끝내 저택의 암흑에 잡아먹힙니다.
 
열감에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에 맺혀 있던 굵은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온전히 눈을 감기 직전, 귓전을 때리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노엘:미안… 미안해……
 
구분선
 
꽃장식
 
구분선
 
온몸이 자근자근 밟히는 것만 같은 불규칙한 무게감.
 
전신이 나른하게 늘어지는 것만 같은 비정상적인 해방감.
 
그 틈에 목을 내리누르는 홧홧한 손길.
 
급히 숨을 들이마십니다.
 
불현듯 눈꺼풀을 떠올립니다.
 
식은땀에 끈적하게 젖은 몸이 무겁습니다.
 
등허리 아래가 푹신한 것을 보면 분명 침대인 것 같은데,
 
방을 살피면 당신의 침실이 아닙니다.
 
어쩐지 다리가 묵직합니다.
 
로즈 C. 벨몬트:(멍한 얼굴로 손끝으로 목만 더듬다가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상체를 일으키면 무릎 아래로 무언가 흘러내려 있습니다.
 
희뿌연 시야를 깜빡깜빡 닦아내 살피면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노엘이 보입니다.
 
이만큼 자랐는데, …이만큼이나 자랐는데도
 
여전히 앳된 티를 벗겨 내지 못한 당신의 옛 제자, 노엘입니다.
 
노엘을 증오스러운 치라고 생각했던 적도,
 
가엾은 어린애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난 지금 다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세요.
 
노엘은 그저 노엘이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당신의 제자일 뿐이에요.
 
6년 전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 감상을 주기란 힘들 겁니다.
 
시간은 허무할 만큼 많은 것을 지우기 때문입니다.
 
읽어 주던 동화책의 내용, 점심 식사가 끝나면 차를 마시던 기억, 허리께까지밖에 오지 않던 도련님의 키, 고함치는 목소리, 손편지,
 
그리고, 4월 12일 처음 응접실에서 도련님을 소개받던 순간까지도.
 
그런 얕은 감정에 잠겨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건,
 
누가 당신이 빠지게끔 등 뒤에서 밀었다는 뜻이 되겠죠.
 
그리고 감정이 유독 솟구친 건 반드시 하녀장이 내주었던 차나 식사를 먹은 뒤였고요.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2/36/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잠들어 있던 노엘도 눈을 뜹니다.
 
타이는 흐트러져 있고, 셔츠는 구겨져 있으며
 
머리칼은 엉망으로 부서져 있습니다.
 
바깥에선 여전히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그 고요를 가르고, 노엘이 운을 틔웁니다.
 
노엘:이런 꼴을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일기도.
내 생각보다 내가 훨씬 약했던 모양이네.
 
어조는 한없이 차분하나 목소리는 잠겨 있습니다. 운 걸까요?
 
로즈 C. 벨몬트:(정말로 저에게 이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더라면 저를 찾는 편지는 애당초 도착하지 않았을 거란 걸 알았다. 여전히 어린 그가 기대고 싶은 누군갈 찾은 것도 알았고, 구해달라고 소리없이 비명지르는 중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까 스승으로서 제자를 구해줘야 하지 않겠나.)
노엘, 같이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노엘:...나는 못 나가. 시도해 봤지만 장막 같은 것에 가로막혔어.
그렇다면 저택 전체에 흩뿌려진 저주를 피할 수도 없으니, 난 머지않아 죽겠지.
 
로즈 C. 벨몬트:정말 너 혼자 모든 방법을 찾아봤다고 확신해?
 
노엘:모든 방법을 찾기엔 역량도, 시간도 부족했어.
(이제 큰 소리를 낼 수도 없어 콜록대는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길고 조용하고 고통스러운 기침을 한다) ...그러니까 로즈를, 선생님을 여기 부른 거야.
그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어.
 
그리고 그는 품속에서 작은 상자를 꺼냅니다.
 
벨벳 포장지로 잘 감싸고, 리본으로 정성스레 묶어 고정한.
 
당신이 장신구 가게에서 가지고 왔던 그 물건입니다.
 
옆에는 하나를 잃어버려 두 개째를 사 왔던 브로치가 있습니다.
 
노엘은 브로치를 당신에게 건네고, 메마른 손길로 벨벳 포장지를 뜯습니다.
 
상자 속에 들어 있던 것은 목걸이입니다.
 
단아한 금의 곡선으로 수놓인 가운데 선혈같은 붉은 루비가 장식되어 있는,
 
카네이션 목걸이.
 
노엘은 당신의 목가에 그걸 걸어주며 속삭입니다.
 
노엘:그런 것치고 나는 계속 못살게 굴었지.
밉기만 한 제자의 곁을 죽을 때까지 지키는 게 스승의 은혜라면, 남겨질 스승의 죄책감까지 전부 가져가는 건 제자의 도리라고 생각했어.
 
로즈 C. 벨몬트:(저에게 걸어준 카네이션 목걸이를 가만히 만지작거리다가 작게 속삭였다.) 네가 좀 못되게 굴긴했지. 그래도 그런 건 괜찮아. 그보단 어린 제자가 스승보다 더 빨리 세상을 떠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건 알고 있니?
 
노엘:문제될 건 없어. 난 괜찮아. 재회도 했고, 목걸이도 전했고… 하고 싶은 건 모두 했으니까.
이제 떠나. 저택에서 본 건 모두 잊어. 다시는 기억으로도 이곳에 되돌아오지 마.
 
그러고는 자신의 앞날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 환하게 웃습니다.
 
이 어두침침하게 무너져가는 저택에서,
 
오로지 그의 희소만이 빛납니다.
 
로즈 C. 벨몬트:나한텐 문제야. (단호하게 문장을 끝맺었다.)
그러니 뭐라도 생각해내 보렴. 여기서 같이 떠날 수 있는 방법을. 하녀장도 여기다 홀로 가둬둘 수 있다면 더 좋을 거 같고.
 
노엘:하녀장이라... 그것까지 들었구나.
그건 우리가 못 가둬.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그랬다면... 진작 뭐라도 했을 거야... (죽어가는 사람답지 않게, 편안하고 조곤조곤하게 말하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놓았기에 숨결은 가볍다)
 
로즈 C. 벨몬트:그건 좀 아쉽네... 그럼 너도 도망갈 방법을 좀 생각해내봐.
 
노엘:나는 못 해. 로즈에게 직접 찾아가지 않고 편지를 보낸 것도 그것밖에는 할 수 없어서였으니까.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그는 제 힘으론 저택을 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멀쩡히 대문을 통과할 수 있었는걸요.
 
저주로 인해 그의 발이 묶여 대문 문턱에 닿을 수 없는 거라면,
 
그렇다면......
 
문득 저 멀리에서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근원지는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단 하나 남아 있었던 산 것이, 드디어 완전히 꺾여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머지 않았어요.
 
새하얀 꽃잎이 전부 떨어져 피로 물들기 전에,
 
당신도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겁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하지만 실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겠죠.
 
결심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정말, 그토록 제자를 살리고 싶나요?
 
로즈 C. 벨몬트:그럼 같이 나가볼까? 너 '혼자서' 못 나가는 것 아니겠어?
 
노엘:......혼자서...?
아니,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그건 너무......
나, 난 싫어. (뭐라 말을 더하기도 전에 섣불리 울음으로 목소리가 번진다) 이제 하나 남은 소중한 사람을... 무리시키고, 싶지 않아...
 
로즈 C. 벨몬트:노엘. 내가 소중하니? (단정한 낯빛으로 의문만을 담아서 물었다. 비꼬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니었다.)
 
노엘:...그렇지 않을 리가 없잖아.
(괴롭게 숨을 내쉬다, 한 쪽 손으로 로즈의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잡는다기에도 애매하게, 그저 닿는 것에 가깝다.)
 
로즈 C. 벨몬트:내가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실상 따지고보자면 잠깐 스쳐지나가는 가정교사였을 뿐인데도 그래?
 
노엘:계속 여기 있어 줬잖아. 그때도 그랬고... 로즈는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어떤 사람이었어도, 콜록, 필요하면 곁에 있어 줬으니까.
 
로즈 C. 벨몬트:(네 말을 듣고서 작게 웃었다.) 그렇지? 나도 그래, 노엘. 그런데 왜 너는 나에게 남겨진 사람이 되라고 하니? 만약 네가 남겨질 사람이 된다면 말한 대로 선택할 수 있어?
 
노엘:......(말문이 막힌 듯, 한동안 아무것도 뱉어내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겠지. (그리고 이게 로즈가 할 말이란 걸 모르지 않는다) 이럴까봐 나쁜 사람이 되려고 한 건데.
그래도 내가 험악한 말을 한 건... 사실이야. 없어지지 않는 과거인데. 로즈는, 날 용서할 수 있어?
 
로즈 C. 벨몬트:네가 제대로 나에게 사과만 한다면, 스승님은 언제나 제자를 용서해줄 수 있단다. (그제야 맑게 웃으며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으며 정리해줬다.)
 
노엘:그렇게 쉽게? 다른, 쿨럭, 다른 걸 할 필요는 없어?
 
로즈 C. 벨몬트:스승이 제자를 용서하는데 다른 게 뭐가 필요해? 필요한 건 그저 진심어린 사과야, 제자님. (어린애 대하듯 네 뺨을 손으로 문질러 쓰다듬었다.)
 
노엘:그런, 거였구나...... (멍하니 나간 초점으로 눈물을 한 번 더 쏟는다)
나, 기뻐. 너무 기쁜데, 태어나서 지금이 제일 행복한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이래도 되는 거였다면, 벽을 쌓을 게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고 대화를 할 걸...
 
로즈 C. 벨몬트:사람은 행복하면 눈물이 나기도 해. (스승이 어린 제자를 가르치듯 얘기하고는 너를 안았다. 어릴땐 한 품에 들어오던 너는 어느새 이미 훌쩍 커서 제 품에서 넘쳤다.)
 
노엘:(완전히 일으켜지자 북받친 듯 더 울기 시작한다. 비유적 의미로도 말 그대로도 곧 숨이 끊어질 사람처럼 운다.)
미안,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잘못, 윽, 잘못했어... (식어가는 체온, 감각이 없어지는 몸으로도 열심히 얘기한다)
 
로즈 C. 벨몬트:그래, 알면 됐어. 앞으론 하지 않을 거지? (끌어안은 네 등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울음을 터뜨리는 너를 달래듯이, 차게 식은 네 몸을 데우려는 듯이.) 우리 같이 나가자. 그때 너한테 못 가르쳐준 것들이 너무 많아.
 
노엘:내가 선생님을 남기고 갈 일이 없다면, 아니, 설령 그렇더라도... 다시는 하지 않을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멍하게 떨구어지는 정신머리를 억지로 붙잡아 끄덕인다.)
 
원수와도 같았던 제자를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길을 돌아왔습니다.
 
거미줄처럼 이어져 갈라지고 터진 틈은 깊이 신음하며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돌아온 길의 반대편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제… 이 균열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를 데리고, 기어코 온 길의 반대편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이런 비바람과 혈향이 몰아치는 저택이 아닌, 맑은 하늘 아래로.
 
빽빽한 감정으로 인해 목이 메입니다.
 
그게 증오든, 동정이든, 사랑이든 상관 없어요.
 
어느 쪽이든 오로지 당신 자신의 것일 테니.
 
당신은 노엘을 부축해 걷기 시작합니다.
 
그의 목전에 놓인 죽음에 반항하려면, 근력 패널티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64, 48, 46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의지는 굳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를 받치자니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직 실내인데도 온몸이 물을 먹은 것처럼 무겁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야만 합니다. 로즈, 근력 패널티 재판정.
 
로즈 C. 벨몬트: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2, 19, 86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비틀거리며 겨우 일어섰다 싶으면,
 
함께 계단을 굴러 저택 밖 부지까지 내던져집니다.
 
온몸이 비명을 지릅니다.
 
당신도 이렇게 힘든데 환자인 그는 어떨까요?
 
로즈 C. 벨몬트:(애초에 제게 독기도 의지도 하나 없었다면 여기까지 기어들어올 생각도 안 했을 터다. 이 열받기 짝이 없는, 거지같은 저택은 제 제자와 기어서라도 나가고 말 거다.)
 
그래도… 앞으로 조금입니다.
 
바로 눈앞에 끼익, 끼익 흔들리는 저택의 주물 대문이 있습니다.
 
저기만 넘으면 금방 비가 그칠 겁니다.
 
당신에겐 이 정도는 넘어갈 만한 의지가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24, 27, 25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2: 어려운 성공
 
발을 옮기다 말고 돌에 걸려 콰당, 넘어집니다.
 
그런데 몸이 일으켜지지 않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건 고행길뿐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당신의 몸에도 더는 힘이 없습니다.
 
결국 정말 손바닥 하나를 남겨둔 무렵에서 넘어지고 맙니다.
 
몸을 가누기가 힘듭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저택 밖으로 나가는 길을 거슬러도 죽음은 거스를 수 없었을까요…
 
그런데 그때 당신을 누군가 잡고 일으킵니다.
 
그의 피부는 창백하다못해 희게 질려서 꼭 귀신의 것처럼 보입니다.
 
노엘:로…… 즈…… 쿨럭.
 
꺼져가는 두 눈에 걱정이 가득합니다.
 
여남은 힘을 짜내어, 그가 당신의 의지에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이 되지 않도록,
 
당신도 걸어나갈까요.
 
로즈 C. 벨몬트:(있는 힘을 짜내 서로에게 기대어 발을 내딛는다.)
 
내내 척을 지다가 뒤늦게 서로에게 발맞춰 걷는 건 무척이나 고된 일이었을 겁니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시간을 삐걱이게 될 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런 미래를 생각하는 것조차 지금은 사치입니다.
 
당신은 지금 당장의 그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겨우 걷고 또 걸어, 마침내 후들거리는 발이 저택 문턱 너머에 닿고.
 
노엘도 저택의 저주를 뚫어, 당신의 곁으로 끌려옵니다.
 
악몽에서 벗어나 아침으로 빠지듯이, 공기의 흐름이 변화합니다.
 
거센 빗줄기가 점차 걷히고
 
흐릿한 새벽을 가르며 동이 터오르는 것을 봅니다.
 
정신이 흐립니다.
 
마침내 저택의 아카시아 나무가 쓰러지고, 지척으로 꽃잎이 흩날립니다.
 
하지만 모두 이제는 세상 바깥의 일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택의 울타리를 빙 돌아 교외로 향합니다.
 
이렇게 화려해 보이기만 했던 저택의 뒷면을 보니 참 새로운 기분이네요.
 
노엘:로즈, 나를 미워하지 말아줘.
…버리지 말아줘…
 
그도 지금까지 꺼내 보이지 못했던 마음의 뒷면을 보여줍니다.
 
로즈 C. 벨몬트:(주머니에 챙겨왔던 쪽지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직접 내비치는 그의 진심에. 그때는 혀를 깨물었다만, 이제는 웃어줄 수 있었다.)
미워하지 않아, 노엘. 내가 널 버리지도 않을 거야.
 
노엘:......응...
이럴 땐 뭐라고 하면 좋은 걸까.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이 말만은 하고 싶어.
...고마워, 선생님.
 
새벽입니다.
 
곧 눈부시게 밝아질 것이기에 가장 어두운 하늘을 가르고 곧 해가 뜹니다.
 
END1. 상처받은 죄인을 아량으로 구원하라.
 
KPC 생환, 탐사자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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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도, 읽지 않아도 좋은. 이제는 지난 과거의 한조각일 뿐입니다.


핸드아웃: 몇 달 전 노엘의 일기

 

1XXX. …월 …일.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은 허무했다. 배신감에 차 나를 막으려던 부모님의 손이 지금도 내 팔에 달라붙어 있는 것만 같다.
진작 이렇게 하지 않은 내가 원망스럽다.

이제 모두를 못살게 굴지 않아도 돼. 그렇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오니 모두가 쓰러져 있었다.
이 모든 게 꿈만 같다. 눈을 감았다 뜨면 평소처럼 그레이스가 빨래를 널고, 존이 아침 인사를 왔다가 내 눈이 부은 걸 보고 달래줄 것 같다.

이 저택은 저주받게 된 거다. 이제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겠지. 부모님은 막았으니  된 거다. 이걸로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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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정말 참스승이에요........... 아이고 내 탐사자.............. 엔딩 분기에서의 RP는 언제 읽어도 좋네요. 여운이 남아요 ㅠㅠ

현실 인지 판정부터 장면 추가까지,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게 들어간 것 같기도 하네요. 진상을 시나리오 내에서 다 해명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니 특유의 서늘하고 안개 낀 것 같은 분위기를 해친 것 같아 고민이 남습니다.

내 마스터링 재미있나? 님이 괜찮다고 해 주셨으니 된 거겠죠?(?) 다음엔 좀 더 좋은 마스터링으로 보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