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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로즈] 잠들지 않는 7일의 저택

퍄퍙책미 2022. 6. 20. 04:14

KPC 노엘 드 네쥬     PC 로즈 C. 벨몬트

날짜 2022.05.24 ~ 2022.05.30

플레이타임 총 12시간

원문 시나리오 링크    https://pp-trpg.postype.com/post/3486766

 

 

※아래 내용은 플레이로그입니다. 시나리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므로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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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저택 세카
 
w. 풉(PP)
 
 
흐름 끊기용
 
분주한 대저택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났습니다.
 
모든 정리를 마친 당신은 한적해진 2층 복도를 걸어갑니다.
 
댁의 주인어른과 부인, 다른 식구들은 런던에 용무가 있어
 
한동안은 이 깊은 숲속 저택에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고,
 
저택에 남은 하나뿐인 막내 도련님은…
 
노엘:안 잘 거야.
 
또 시작입니다.
 
침대 밑에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느니,
 
잠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느니,
 
잠자는 게 지겹다느니.
 
온갖 핑계를 들어가며 잠들지 않으려고 하는 저 도련님 말이에요.
 
저러기 시작한 지도 벌써 사흘은 됐던가요.
 
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먼발치에서 보이는 도련님은
 
이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메이드와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의 방문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보수가 월등히 많은 탓에 이 깊은 숲속까지 들어와
 
저 막무가내 도련님의 어리광을 몇 년째 받아주고는 있지만,
 
이젠 정말 관둘 때가 된 것인지…
 
당신이 머리를 짚으며 잠시 고뇌를 하고 있으면,
 
신입 메이드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당신이라고 별 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다른 사용인에 비해 도련님은 당신의 말을 잘 따르니까요.
 
로즈 C. 벨몬트:도련님, 정말 안 주무실 거예요? 제가 잘 때까지 곁에 있어드릴테니까 우리 얼른 자러 가요. 네? (반쯤 애걸하다시피 당신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잡아달라 손을 슬쩍 흔들며)
 
노엘:(여기저기서 다들 자라는 말밖에 안 해... 그렇게 하니까 더더욱 잠들고 싶지 않다. 내밀어진 손을 힐끔 올려봤다가, 발 한 쪽을 카페트 위에 한 번 굴린다) 그런 것보다 책 읽고 싶어.
 
로즈 C. 벨몬트:그럼 읽고 싶으신 책 몇 권 고르러 가요. (여전히 손을 내민 채로 제 도련님이 책을 고르면 읽어 재울 요량으로 져주는 척 제안했다.)
 
노엘:(게눈을 하고 바라보다가 당신의 말에 순순히 손을 잡는다. 힐끔 눈치를 보며 서재로 향한다) 응.
 
로즈 C. 벨몬트:(함께 서재로 향하다 당신에게 묻는다.) 어떤 책이 읽고 싶으신 거세요? 잠까지 자기 싫다고 하시면서. (당신을 타박한다기보다 궁금증이 묻은 말투였다.)
 
노엘:...책이라면 뭐든 괜찮아. 잠들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니까...
철학 책은 싫어, 어려우니까.
 
로즈 C. 벨몬트:그럼 재밌는 책을 골라봐요. 어여쁜 공주님이 나오는 이야기나 멋진 기사님이 나오는 이야기거나요. 어떤 책이 재밌으려나. 근데 왜 주무시고 싶지 않으신데요? (묻어가는 느낌으로 정말 얘기하고 싶은 질문을 마지막에 슬쩍 뱉었다.)
 
노엘:로즈가 읽어줄 거야? (별 기대는 싣지 않은 가벼운 어투로 툭 묻는다) 공주랑 기사라, 고전적이네.
하긴 서재에 있는 책이 다 그렇지. 그런 이야기가 좋아? 로즈는.
시간 낭비야. 자는 거 말이야.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곤 계단으로 탁탁탁 올라간다)
 
당신은 결국 어느 정도 져주고 맙니다.
 
그렇잖아요. 도련님(놈)은 언제든 책을 읽어주면 금세 잠에 들곤 했고,
 
또 지칠 때까지 놀아주면 금방 단념하고 잠들지 않겠어요.
 
담당구역이 아니기에 서재에 자주 갈 일은 없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곳이라 싫어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신은 도련님을 따라 먼지 하나 없는 계단을 밟고 3층으로 올라갑니다.
 
로즈 C. 벨몬트:(당신의 손을 잡고 서재가 있는 3층에 올라섰다.) 책 고르시면 방으로 같이 가실 거죠? (침실이 아니더라도 잠들어주시면 좋지만, 역시 서재보단 방이 그보단 나으니까..)
 
노엘:그럴 거야. (조금 앞장서며 답한다. 어린아이가 열기엔 좀 큰 서재 문을 낑낑대며 연다)
 
로즈 C. 벨몬트:제가 열어드릴 텐데. (호다닥 가서 커다란 서재의 문을 잡고 더 열어젖혔다.)
 
3층 왼쪽 복도 끝. 서재의 문을 열면,
 
벽면을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크기의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창밖은 이미 완전히 심야에 젖었고,
 
고급스러운 책상 위에는 여러 문서와 필기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습니다.
 
창문, 책상, 책장 정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볼 때마다 장엄한 서재 안은 책장과 책의 향연으로 늘 놀랍다. 청소할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지만, 제 담당은 아니니까 그 생각을 한 구석으로 밀어두었다.)
책을 찾아볼까요? 나중에 제가 읽어드릴게요! (밝게 얘기하며 당신을 데리고 책장으로 향했다.)
 
온갖 장르의 책들이 꽂혀있는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목재 책장입니다.
 
얼마나 큰지, 책을 꺼내기 위한 간이 사다리까지 구석에 놓여있을 정도입니다.
 
분명 도련님이 예전에 읽던 동화책들도 어딘가에 꽂혀있을 텐데 말이에요.
 
로즈 C. 벨몬트:(전에 좋아하시던 동화책들을 찾아볼까. 읽어드리겠다고 하면 싫어하시겠지만. 진저리를 칠 제 도련님을 떠올리고 몰래 키득 웃었다. 책장에 정갈하게 꽂힌 책의 제목을 눈으로 훑었다.)
 
하나하나 훑으면, 아무래도 어린이용 동화책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어려운 문서가 가득한 책장입니다.
 
중간중간 두꺼운 백과사전이나, 딱 봐도 재미없어 보이는 종교 관련 책도 눈에 띄네요.
 
도련님께 읽어드릴 만한 게 있을까요? 찾는 게 있다면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에 엄마 거위가 아기 거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표지의 책이 걸립니다.
 
책의 제목은 '마더구스(mother goose)'네요.
 
자장가나 짧은 동화가 여러 편 실려있는 책입니다.
 
로즈 C. 벨몬트:도련님! 제가 이 책을 찾았어요! 마더구스! (이 수많은 어려운 책들 속에서 동화책을 찾은 기쁨에 서재에서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다 핫! 깨닫고는 종종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움찔하여 뒤늦게 숨을 죽이더라도 이미 일으킨 소란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괜찮아요. 이 서재에서 당신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노엘:응... 그거 읽을 거야? 난 이거. (어쩐지 복잡해 보이는 책을 꺼내든다. 그것도 양장본에, 엄청나게 두껍다! 집어들면 오래된 책 특유의 종이 냄새가 난다)
 
로즈 C. 벨몬트:이게 무슨 책인데요? (어려워 보이는 책의 두께에 저도 모르게 으, 미간이 찌푸려진다.)
 
노엘:설명하자면 어려운데, ...수학의 정석 같은 거야. (저번 시간에 배운 부분이거든.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대답한다)
(이쯤되면 둘이 꺼내들 책이 바뀐 건 아닌가 싶다)
 
로즈 C. 벨몬트:에.. 전 못 읽어드리겠어요. 읽어드려도 엄청 더듬거릴 거구요. (글자만 읽는다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게 되니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그래도 이 책은 읽어드려도 돼요? (손에 쥔 마더구스 책을 들고 흔들었다.)
 
노엘:(진짜 읽어줄 생각이었구나. 좀 더 쉬운 책을 찾으려는 듯 책을 다시 뒤져보지만, 그래봐야 손에 집는 건 '코스모스'나 '이기적 유전자'(물론 18세기에 이 책들은 없었으므로, 비슷한 내용일 뿐입니다) 같은 책만 집어져 포기하고 돌아선다)
못 찾겠어. (뭐가 못마땅한지 팔짱을 끼며 담요를 좀 더 여맨다)
 
로즈 C. 벨몬트:(당신이 이리저리 책을 찾는 걸 보다가 고개만 갸웃거리고 말았다.)
 
노엘:...그거라도 읽어줘. (이내 어리광을 부리듯 팔을 두 손으로 잡으며 매달려온다)
 
로즈 C. 벨몬트:뭘 못 찾으시겠는데요?
 
노엘:읽어줄 만큼 쉬운 책.
애초에 이 서재에 내가 읽을 만한 건 많이 없었으니까...... 당연한 거야.
 
로즈 C. 벨몬트:(어리광을 부리는 제 도련님에게 저는 베시시 웃으버렸다.)
도련님께서 골라오신 책을 못 읽어드려서 죄송해요. 그래도 이 책으로 봐주세요?
이제 방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좀 더 서재에 계시고 싶으세요? (제 팔에 매달린 당신을 반쯤 안다시피하며 물었다.)
 
노엘:이제 서재라면 질리니까... 더 있고 싶지 않아. (로즈 팔에 반쯤 들린 채 고개를 저으며 서재 밖을 가리킨다)
이걸 읽겠다니, 오래 걸릴 텐데... (됐다는 듯 사양한다)
 
로즈 C. 벨몬트:좋아요. 그럼 이제 도련님 방으로 돌아가요. (한 팔에는 당신을, 한 손에는 마더구스 책을 든 채로 서재를 나섰다.)
천천히 읽어보죠, 뭐. 질리시면 노래 불러드릴게요. (당신에게 예고편이라도 들려준다는 듯이 흐흐응,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당신의 방으로 향했다.)
 
도련님은 당신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입니다.
 
이런 가벼운 허밍이야 당신이 일을 하면서도 몇 번이나 불렀으니까요.
 
이럴 때면 고분고분한데, 왜 자자는 말만 필시코 거부하는 걸까요.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벽면에 붙어있는 초상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로즈 C. 벨몬트:
예술/공예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미책 (GM):세상에
화,,,, 화려하네요....
 
하늘:여기서 다이스 운을 다 쓴 게 아닌지 ;;
 
이건 당신이 아는 그림입니다.
 
유명하죠. 인상주의 화가가 그린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살이 드러납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그림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종이의 빛이 바래 누렇게 뜨고,
 
물감이 덩어리져 그림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건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되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죠.
 
왜 지금까지 못 봤을까요?
 
이제 사람을 그린 초상화라기보다는 마치…
 
얼굴 없는 괴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알 수 없는 기괴함에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한동한 멈칫한 당신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도련님이 옷자락을 잡습니다.
 
노엘:로즈?
 
로즈 C. 벨몬트:네,네?! (화들짝 놀라며 당신을 쳐다보았다.) 부르셨어요... (당신에게 대답하며 다시 한 번 눈동자만 굴려 그림을 쳐다보았다.)
 
그림에게 곁눈질하면, 역시... 잘못 본 게 아닙니다.
 
전체적으론 멀쩡한데 얼굴 부분만 일그러져 있는 점이 더욱 기괴합니다.
 
무언가 봐서는 안 될 걸 봐버린 기분.
 
노엘:왜 그래...?
(무거워서 그랬나? 메이드의 팔을 벗어나 착 바닥에 내려간다)
 
로즈 C. 벨몬트: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린 당신에게 이런 걸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림 앞에 서서 슬쩍 가렸다.)
(제 품에서 내려간 당신의 손을 꼭 붙잡았다.) 우리 얼른 방으로 돌아갈까요?
 
노엘:...? 응.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놀라는 걸로 보아 바퀴벌레라도 지나갔지 싶다. 재촉하는 말에 내려가는 걸음만 빨리하다가,)
혹시 저택에 이상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다시 돌아간 도련님의 방은, 전과 같이 평화롭습니다.
 
실랑이를 벌이는 우리만 빼면, 그럭저럭 완벽한 풍경입니다.
 
로즈 C. 벨몬트:네, 알았어요. (어쩐지 보호자처럼 구는 당신이 귀여워 헤실 웃고는 일단은 당신과 침대에 다가갔다.)
잠들지 않으시더라도 편하게 침대에서 책도 읽고 얘기도 해요.
 
노엘:(어른스러운 척 말하고는 점잖게 침대에 앉는다.) 응...
로즈도 앉을 거야? (책을 우선 베개 옆에 두곤 옆의 빈자리에 시선을 둔다)
 
로즈 C. 벨몬트:앉아도 된다고 하시면 앉을래요. (귀여운 제 도련님의 곁에 앉는 것도 좋지만, 도련님의 침대의 푹신함은 제 침대와는 비교도 안 된다는 것도 한몫해서 냉큼 대답했다.)
 
노엘:그럼 앉아도 돼. (등받이처럼 큰 쿠션 두어 개를 벽 쪽에 깔고, 자연스럽게 기대 앉는다)
인형 안 깔게 조심해.
 
로즈 C. 벨몬트:감사합니다. 네, 인형은 조심할게요. (도련님이 아끼는 인형을 조심히 피해 침대에 올라 도련님 곁에 앉았다.)
(마더구스 책을 펼치기 전에 도련님에게 잠자기 왜 싫은지 물어볼까 말까 고민했다. 얘기하면 싫어하려나. 여전히 고민을 품고 입을 열어 일단 당신을 불렀다.) 도련님. 있죠..
 
노엘:(무릎을 끌어안은, 다소 예의바르지 못한 자세로 편하게 앉아 마더 구스를 펼치는 손만 쳐다보다가, 질문에 고개를 든다.) 응.
 
로즈 C. 벨몬트:우리끼리의 비밀 얘기로 하나 물어봐도 돼요? 다른 사람에겐 절대로 말 안 할게요. (결국은 묻기로 마음을 먹었다. 잠이 얼마나 중요한대!)
 
노엘:...? 응. (대체 얼마나 중요한 걸 물으려고? 고개를 가까이 기울인다.)
 
로즈 C. 벨몬트:잠들기 싫으신 이유가 뭐예요? 안 주무시면 엄청 피곤하실 거 아니에요. 전 하루라도 안 자면 너무 힘든데.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 속삭이듯 물었다.)
 
노엘:아까도 말했잖아, 자는 거 질렸어, 그리고 시간 낭비야.
(단호하게, 심지어 아까에 이어 하나 더 덧붙인다)
 
로즈 C. 벨몬트:자는 게 질릴 수도 있어요? (너무 놀라서 눈이 땡그래졌다.) 자는 게 어떻게 질릴 수 있지.. 전 자도자도 좋은데... 시간 낭비는 뭐예요? 자는 시간에 하고 싶은 거라도 계세요?
 
노엘:질릴 수도 있어, 아무리 맛있는 요리도 매일 먹다 보면 질리는 법이잖아.
어른들은 우리에게는 일찍 자라고 말하면서, 자기들은 잘 시간에도 여전히 깨어있잖아? 불공평해.
그러니까 한 번 따라해보는 거야. 잠을 거르면 느낌이 어떤지.
 
로즈 C. 벨몬트:그치만 나중에 어른들도 잔다구요? 도련님처럼 그냥 안 자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안 주무시면 다음날 안 괜찮지 않아요?
 
노엘:괜찮아. (멀쩡하다는 듯 팔을 휘적인다. 아무래도 어린이의 체력으론 지치지 않을 만도 하다)
그러니까 이제 됐다고 생각해. 깨어 있을 거야.
 
로즈 C. 벨몬트:음.. 그럼 오늘은 같이 깨어있어볼까요? 대신 저 내일 졸면 다른 분들한테 안 혼나게 해주시기에요.
 
노엘:자도자도 좋다면서. 그럼 자는 게 낫지 않아? (진심으로 의아해 보인다. 하지만 막 나서서 말릴 생각도 없어보인다) 다른 사용인들한테 말해둘게.
잘 거면 여기서 자도 되는데. (혼자서 눕긴 너무 넓은 침대를 힐끔댄다. 로즈의 3배 크기는 되는 듯하다)
 
로즈 C. 벨몬트:혼자 깨어계시면 심심하시잖아요. (당신을 닦달하기보다는 같이 깨어있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은 늘 당신을 이길 수 없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도련님 침대에서 어떻게 잠들어요. 메이드장님한테 저 엄청 혼날 거예요.
 
노엘:(혼나는구나... 사용인들의 세계란 참 수직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안 심심하려고 책을 들고 온 건데. (하지만 본인도 안 자고 버티는 마당에 남한테 자라고 부추기는 건 어불성설이니까 가만히 있는다. 오히려 반기는 눈치)
읽을 거야? 아니면 노래 부를 거야? (담요를 둘둘 싸매며 묻는다. 담요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어린애같다)
 
로즈 C. 벨몬트:일단 책부터 읽어드릴게요! (펼친 책 안을 훑어보면서 어떤 것부터 읽어볼까 고민한다. 처음부터 쭉 읽어내리고 싶진 않다. 단편의 제목을 읽어보다 3번째 이야기를 골랐다.)
 
3번째 이야기를 펼치면,
 
이건, 동요네요. 그런데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핸드아웃: 마더 구스

 

[Baby, baby, naughty baby]

아가, 아가, 나쁜 아가,
조용히 해, 요 시끄러운 것아.
지금 좀 조용히 해. 아님,
보나파르트가 이 길로 지나갈 거야.
아가, 아가, 그는 거인이야.
루앙의 철탑처럼 거대하고 시커멓지.
그는 그 철탑을 의지하여 아침도 먹고, 저녁도 먹지.
나쁜 사람들을 매일 잡아먹지.
아가, 아가, 네 소리를 들으면
그가 집으로 뛰어와서
고양이가 쥐를 찢어 죽이듯이.
단번에 사지를 찢어 널 죽일 거야.
그리고 널 마구 때리고 또 때릴 거야.
곤죽이 될 때까지 때릴 거야.
한 조각씩 물어뜯어서.
그리곤 널 계속 먹어 치울 거야.


 
…이런 걸 들려줘도 될까요,
 
보나 마나 무섭다고 호들갑을 떨... 진 않겠지만, 어쨌든 좋아하지 않을 건 분명합니다.
 
로즈 C. 벨몬트:(소리내어 읽기 전에 책의 내용을 읽었다가 소리없이 경악했다. 이게 무슨 동화람... 듣고 자다간 악몽을 꿀 거 같다.)
(몰래 다른 페이지로 책을 넘긴다.)
 
열심히 페이지를 사각사각 넘기다 보면,
 
정적인 가사가 하나 실려 있습니다.

핸드아웃: 작은 별

 

[Twinkle, Twinkle, Little Star]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다행히 책의 뒤쪽에도 무난한 가사의 노래나 동화가 많이 실려 있고요.
 
로즈 C. 벨몬트:(아 이건 괜찮겠다.) 노래 가사예요! (당신에게 보여주고는) 먼저 부르고 뒤의 동화를 읽어볼게요!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노래를 불렀다.특기인 노래는 저도 뿌듯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평소의 발랄한 목소리는 어디가고, 어딘지 곱게 들리는 목소리가 노래를 불렀다.)
 
당신이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나긋한 음정 때문인지 굉장히 자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하지만 도련님을 재우기에는 노래가 너무 짧아요.
 
도련님은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멀쩡히 뜨고 맙니다.
 
노엘:(여전히 의중을 모르겠는 얼굴로 짝짝 박수친다.)
어렸을 때 들은 거야. 로즈 목소리로 들으니까 좋네.
 
로즈 C. 벨몬트:(앗! 잠드실 뻔 했는데..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당신의 박수에 방긋 웃었다.) 좋다고 하시니 저도 좋아요. 이제 책 읽을 거예요! (가사가 적힌 책장을 넘기고 동화의 첫장을 펼쳤다.)
 
동화 부분을 넘기면, 이번에는 훨씬 긴 글이 나타납니다.

핸드아웃: 누가 울새를 죽였나?

 

[Who killed cock Robin?]

누가 울새를 죽였나? / 나, 참새가 말했네. / 내 활과 화살로 내가 죽였다네.


누가 울새가 죽는 것을 보았나? / 나, 파리가 말했네. / 내 조그만 눈으로 내가 보았네.


누가 울새의 피를 받았나? / 나, 물고기가 말했네. / 내 조그만 접시로 받았네.


누가 그의 수의를 짓겠나? / 나, 딱정벌레가 말했네. / 내 조그만 바늘로 내가 짓겠네.

(중략)

하늘의 모든 새들은 / 탄식하며 울었다네.

불쌍한 울새를 위해 / 울려퍼지는 조종을 들으며.


 
마찬가지로, 수면에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로즈 C. 벨몬트:(대체 동화 내용이 왜 다 이렇담. 으음... 작게 한숨을 숨겼다.) 도련님, 이 동화책이 재미없어요. 그냥 우리 얘기 할까요?
 
당신은 동화책을 미련 없이 덮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야말로 좀 졸린 것 같기도 하네요.
 
방금까지 같이 깨어 있겠다고 말한 게 무색하게도!
 
도련님은 약간 피곤한 눈의 당신을 보더니 얘기합니다.
 
노엘:나한테 읽어주기 좋을 법한 책을 찾아와.
(위를 가리킨다.) 없으면 돌아가도 돼.
 
로즈 C. 벨몬트:앗, 저희 그냥 대화해요. 아님 제가 책 읽기 원하시면 서재 다녀올게요! (밤 새기로 마음 먹었는데, 돌아갈 수 없다. 마음 먹고 한손을 번쩍 들었다.)
 
노엘:가만히 앉아있으면 더 졸릴 텐데. (일부러 말한 듯하다.)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이랑 대화할 거니까 괜찮아요!
 
노엘:...응. 하고 싶은 대화라도 있어?
 
로즈 C. 벨몬트:오늘은 낮에 뭐하셨어요? 저 없을 때요!
 
노엘:낮에? 평소처럼 수업을 들었어.
그게 꼭 가장 대단하고 중요한 것처럼 가르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어. 실생활에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말야. (어린애 주제에 날카로운 지적을 내놓는다)
...그리고 선생님이 나보다 더 몰라. (투정부리듯 말한다. 아마 과장일 것이다)
 
로즈 C. 벨몬트:맞아요! 저도 도련님 공부하시는 거 슬쩍 봤는데 하나도 못 알아 듣겠더라구요. 도련님 말씀처럼 나중에 정말 쓰이나 싶기도 하구요. (당신의 말에 방글 웃으며 동조한다.)
 
노엘:(평이한 얼굴로 끄덕인다. 로즈는 오늘 카페트를 잘못 밟고 넘어질 뻔했던가... 옆에서 모두 보고 있었으니 물어볼 게 없다)
...티백, 또 갖다줄까. (떨어지지 않았냐고 묻는 듯하다)
오늘의 티타임은? (자길 재우느라 못 한 건 아닌지 살피는 눈치)
 
로즈 C. 벨몬트:앗 정말요? 네, 다 떨어져가고 있었어요. (당신의 말에 화색하다가 잠들기 전에 있는 자신의 조촐한 티타임을 신경 써주는 당신이 기특하고 어여뻐서 푸슬 웃었다.) 괜찮아요. 오늘은 도련님과 이렇게 얘기하면서 밤새보고 싶은 기분이니까요! 그리고 지금 티타임 해버리면 기절하듯 잠들어 버릴 거예요.
 
노엘:종류는 뭐가 좋아? (자기가 사오는 것도 아니면서-오히려 심부름 담당 사용인에게 부탁하거나 주방에서 훔치면 훔쳤지- 말만 해 보라는 듯 시킨다)
...그럼 지금 열자. (언제나처럼 시간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방을 조르르 나간다)
(따라오라는 듯, 더 앞서가지 않고 방문 앞에서 기다린다)
 
로즈 C. 벨몬트:아이참, 그럼 제가 잠들어버릴 거라니까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짐짓 화난 듯 무섭게 얼굴을 찡그리지만, 전혀 무섭지도 화난 것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하다, 정말로 화난 게 아니니까.)
저 오늘은 안 잘 거라니까요. (투덜거리며 그래도 당신을 따라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럼요. 당신이 어떻게 저 천하무적(?) 도련님을 이기겠습니까...
 
이렇게까지 늦은 시간에 티타임을 여는 것도 처음이고,
 
아마 간단한 디저트조차 없을 테지만...
 
맛있는 차만 있다면 모든 게 완벽할 테니까요.
 
당신은 도련님을 따라 1층, 당신의 방으로 내려갑니다.
 
묘하게 평소보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밟으며.
 
 
티백이 슬슬 떨어져간다는 말에
 
도련님은 당신의 방으로 향하다 말고 궤도를 틀어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은 주방이 같이 딸려 있으며, 저택 식구 모두가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습니다만...
 
그것은 오늘처럼 촛불 하나에 의지해 찻가루를 찾아야 할 때는 단점입니다.
 
불은 켜지 못하고, 당신은 도둑질하듯 몰래 들어와 찬장을 살펴봅니다.
 
로즈는 평소에 차 종류를 아주 잘 아는 편인가요?
 
로즈 C. 벨몬트:으음.. 도련님, 여기 있는 건 주인님과 주인마님께서 드시는 거라 비싼 건데요.. 제가 나눠마시는 건 좀 더 구석에 있는 블랜딩 된 퍼스트 계열이에요. (당신이 보라는 듯 가리킨 찬장 안을 촛불에 의지해 훑어보자 틴케이스들에 적힌 홍차 이름을 보고 홀로 작게 경악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조금 질이 떨어지는 찻잎들로 주방에서 일하는 이들이 블렌딩해둔 찻잎을 찾으러 가기 위해서였다.)
 
좋아요, 당신은 비싼 차는 감히 마셔볼 엄두도 못 내고, 옆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좀 더 낮은 데 있는 찬장을 열어보면...
 
당신이 잘 모르는 차 종류가 있네요.
 
아니, 자세히 보니 어떤 브랜드에서 나오는 블렌딩 티백 같은데...
 
처음 보는 허브가 마구 섞여있습니다.
 
곤란하네요. 차 효능도, 용량도 모르는데 차를 마실 순 없지 않나요.
 
로즈 C. 벨몬트:허브 쪽은 잘 모르는데.. (코 끝을 씰룩이며 허브들의 향을 맡다가 작게 침음성을 흘렸다.)
 
당신이 곤란한 음성을 내고 있으면, 옆에서 도련님이 손짓합니다.
 
노엘:허브 관련 책은 서재에 많아.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은 허브차 괜찮으세요? 전 홍차 쪽만 알아서... (당신의 손짓에 종종 다가갔다.)
 
노엘:(끄덕인다. ) 지금 홍차를 마시면 못 잘 거야.
(다녀오라는 듯 문을 열어주기는 하나, 따라오려고 하진 않는다)
 
로즈 C. 벨몬트:그렇군요.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제 도련님이 열어준 문 앞에 허둥지둥 서서 제가 문을 잡았다.)
어, 허브책을 가져오는 게 낫겠죠? (책을 보고 외워올 자신이 없다.)
 
노엘:편한 대로 해. (기다리겠다는 듯 식당 한켠의... 탁자 위에 앉는다. 그마저 올라가려다가 탁자가 너무 높아서 한 번 헛디딘다...)
 
로즈 C. 벨몬트:혼자 계셔도 괜찮으시겠어요? (한 번 헛디디고서 탁자에 올라가 앉은 당신을 안절부절 걱정된 얼굴로 쳐다본다.)
 
노엘:난 그렇게 어리지 않아. (어리다.)
 
로즈 C. 벨몬트:알겠습니다. 얼른 다녀올게요! (어른인 척하는 당신을 귀엽다고 생각하며 얼른 다녀오기 위해 문을 나서 서재로 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당신은 홀로 허브책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섭니다.
 
촛불 하나에 의지하기에 이 저택은 너무나 넓고 위태롭습니다.
 
몇 번은 어딘가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기본적으로 항상 쓸고 닦아 과하게 광이 나는 저택이긴 합니다.
 
다만, 최근 며칠 새에 저택의 구석구석이 눈에 띄게 낡아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면 저 거미줄이 처진 계단 손잡이라든가...
 
그냥 기분 탓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주인어른이 출장을 가셨다고, 모두가 청소를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아무튼 다시 찾은 서재의 공기는 여전히 고여 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부는지 창문이 끼릭- 끼릭- 비명을 지릅니다.
 
크게 눈에 띄는 건 창문, 책상, 책장 정도입니다.
 
로즈 C. 벨몬트:우... 서재는 밤에 오면 으스스하네... (혼자 중얼거리고, 바람 탓에 끼긱, 소리 내는 창문을 한 번 확인하러 간다. 이러다 창문이 깨져서 책이 상하면 호되게 혼이 날 테다.)
 
어쩐지 위태위태하게 덜컹거리는 창문.
 
다행히 창문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만... 바깥이 너무 어둡습니다.
 
아무리 늦은 밤이라지만, 짙은 안개가 끼어 앞이 전혀 보이질 않네요.
 
최근 며칠간은 밤낮없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심한 것 같은데…
 
이 정도의 안개는 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이래로 처음인 것 같아요.
 
로즈 C. 벨몬트:(새까만 밤 사이로 앞도 볼 수 없게 희뿌옇도록 낀 안개를 보고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든다. 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만도 아닌가. 괜히 으스스해져서 소름이 돋은 팔을 한 번 쓸어내리고 창문을 등지고 서서 서재를 한 바퀴 훑어보다 책상으로 다가갔다.)
아까 계단에도 거미줄 같은 게 있었는데, 책상도 제대로 정리 안 한 거 아니야?
(허브책을 가지고 제 도련님에게 돌아가기 전에 책상을 한 번 훑어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댁 주인어른의 책상입니다.
 
책상 서랍은 굳게 닫혀있고, 책상 위에는 각종 문서와 서신이 수없이 쌓여있습니다.
 
그런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하던가요...
 
자세히 보면 문서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에요.
 
그냥 대충 차곡차곡 쌓기만 한 것 같은데, 대체 여기 담당이 누구였죠?
 
이대로면 담당 사용인이 크게 혼날 게 뻔하니, 자비를 베풀어 당신이 대신 정리해줍시다.
 
서류를 정리하려면, 자료조사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착, 착, 착!
 
팔을 걷고 물 흐르듯 서류를 빠르게 정리하다 보면,
 
분류는 얼추 끝났는데, 자세히 보니 세 장 정도가 이상하게 삐져나옵니다.
 
좀... 이질적인 문서네요. 살펴볼까요?
 
로즈 C. 벨몬트:뭐지..? (슬쩍 봐도 안 혼나겠지.. 괜히 제 발 저린 생각을 하며 삐죽 튀어나온 문서를 읽어본다.)
 
호기심에는 죄가 없습니다. 문서의 내용이 샅샅이 파헤쳐집니다.
 
깔끔한 고딕체의 영문 계약서인 것 같은데,
 
내용이 많이 손상되어 무엇에 대한 계약서인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밑에 도련님의 삐뚤빼뚤한 이름과 서명이 있네요.
 
다음 장도 넘겨볼까요?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의 삐뚤게 적힌 이름과 서명이 귀여워 작게 웃고는 다음 장으로 넘겼다.)
 
어린 도련님이 계약서에 서명을 할 일이 대체 뭐가 있을까요?
 
다음 페이지도 딱히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도련님의 것 외에도, 두 개의 이름과 서명이 더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어른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람의 것입니다.
 
이 집안 사람들과 연이 있거나 친한 가문의 성 정도는 외우고 있는데도...
 
주인어른의 지인이라기엔 너무 생소한 이름이네요.
 
로즈 C. 벨몬트:으음... (전혀 모르는 이름만을 외우고, 다음 장을 또 넘겼다.)
 
후견인, 친권자, 관계 증명 등의 딱딱한 단어가 이어집니다.
 
이런 단어가 나올 만한 서류라면...
 
로즈 C. 벨몬트: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양자 입적 동의서, 정도겠죠.
 
당신이 원래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든 아니든,
 
집안의 무거운 비밀이 서재의 공기까지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생각지도 못한 서류에 깜짝 놀라서 서류를 놓쳤다가 얼른 쪼그려 앉아 주워들었다. 도련님이 알고 계실까? 그러나 물어볼 수 없는 질문이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래도 그는 제 도련님이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 생각하며 문서를 정리해 책상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허브책, 허브책. (시간이 한참 지나서 도련님이 기다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퍼뜩 들자 얼른 책장으로 향해서 허브책을 찾았다.)
 
어서 책을 찾아 돌아가려는데, 당신의 눈에 걸리고 만 게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상 서랍은 웬만해서는 잠궈두지 않잖아요.
 
이것도 담당 사용인이 실수로 잠근 건가 봅니다.
 
음... 잠궈 두면 서류 관리하기가 번거로워지니, 문을 따 놓을까요.
 
열쇠를 찾거나, 정말 문을 따도 괜찮습니다.
 
로즈 C. 벨몬트:열쇠가 여기 있을까.. (담당인 누군가를 대신해 책상을 정리해주기로 마음에 먹었으니 마지막까지 다 처리해줘야겠다.)
 
열쇠를 찾아보려면, 관찰력 또는 행운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행운 판정도 해 봅시다...
 
로즈 C. 벨몬트:주변에 없네...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카페트 위를 휘적휘적 헤집다 보면,
 
간절한 마음에 반응했는지 푹신한 카페트가 작고 딱딱한 열쇠를 뱉습니다.
 
로즈 C. 벨몬트:잃어버린 건가? (카페트에 이렇게 작은 열쇠를 떨어뜨렸으면 못 찾을만 하다. 찾아낸 열쇠가 서랍 열쇠가 맞길 바라며 열쇠를 돌렸다.)
 
정말이지 이런 중요한 걸 그냥 떨어트려두고 가다니,
 
누군진 몰라도 좀 혼쭐이 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튼 열쇠를 꽂아 돌리면 서랍은 얌전히 열립니다.
 
서랍 안에는 주인어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처음 보는 수첩이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기묘하게 생겼네요.
 
평범한 양장 노트인데, 집어보니 굉장히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로즈 C. 벨몬트:읽으면 혼나려나... (그렇지만 궁금증을 이길 수 없어 살짝 펼쳐본다.)
 
레드와인 색의, 또는 핏빛의 수첩을 열어보면,
 
같은 사람이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 필체의 라틴어와
 
기괴하고 기하학적인 원 모양,
 
출처를 알 수 없는 붉은 얼룩...이 가득합니다.
 
불길한 내용을 본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자고로 영국의 신사이자 지식인이라면 라틴어에 능해야 하는 법이니, 주인어른이 수첩에 라틴어로 쓰셨다고 해도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왜인지 쓰여있는 모양새가 너무도 섬찟합니다.
 
피 묻은 책
 
많은 부분이 손상되어 읽기도 힘들 뿐더러... 왼쪽에 이 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구태여 내용을 파헤치려면, 라틴어 판정해 봐도 좋습니다.
 
로즈 C. 벨몬트:(괜스레 핏자국 같은 붉은 얼룩에 괜히 봤다는 생각도 든다. 못 봤으면 못 본 대로 오늘 잠은 다 잔 것이겠지만... 저를 타박하면서도 수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외국어(라틴어) Roll
기준치: 16/8/3
굴림: 20
판정결과: 실패
 
미책 (GM):
(To GM)rolling 1d3
 
(
3
 
)
 
 
=
3
 
대가 없는 호기심이란 없죠.
 
하지만 주인어른의 상태가 이상했던가요?
 
겉으로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보이시는 분이신데, 이런 걸 적고 계셨을 줄이야...
 
미숙하게나마 라틴어 지식을 동원해 보면, 한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괴물 같은 신...?
 
뒷장을 더 넘겨보면,
 
이젠 라틴어가 아닌 전혀 알 수 없는 문자들만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용인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았을 법 한데, 여태까지 쉬쉬하고 다닌 걸까요.
 
침목은 귀족가 사용인의 덕목이라지만, 그래도 찝찝함을 내던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몰래 읽은 것이라 뭘 적은 거냐고 누구에게 물었다간
 
주인어른이나 하녀장님이 불호령을 떨굴 게 분명하죠.
 
그냥 허브 책이나 찾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수첩은 못 본 척 말이에요.
 
로즈 C. 벨몬트:(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더니... 수첩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서랍을 닫고서 눈을 한 번 꾹 감고 천천히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허브책을 찾으러 책장으로 향했다.)
 
책을 찾아보면, 확실히 도련님의 말대로 여러 허브 책이 있네요.
 
그 중에서도 두껍지만 실용적인 책 하나를 집어들면,
 
벌써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게 느껴집니다.
 
창문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인지,
 
스커트와 앞치마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파고들거든요.
 
심야 시간대 특유의 꿉꿉한 공기. 얼른 떨쳐내고만 싶습니다.
 
로즈 C. 벨몬트:(허브 책을 안고 결국 조르르, 달음박질 쳐 제 도련님이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서근서근한 공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아, 이제 비밀이고 뭐고 차 향기나 만끽할 시간이에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당신을 도련님이 맞아 줍니다.
 
바로 뒤에 있는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는지 열어둔 채네요.
 
노엘:어서 와.
 
로즈 C. 벨몬트:다녀왔어요. 많이 기다리셨죠.
 
노엘:(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바깥에는 가지 않는 게 좋겠네.
안개가 심해.
 
로즈 C. 벨몬트:네, 그렇더라구요. 엄청 안개가 심해요. (당신의 곁에 다가가 가지고 온 허브책을 보여주었다.) 허브책 가져왔어요!
 
노엘:재밌어? (호기심이 동한 듯 들고 있는 책을 살펴본다)
(책을 들고 낮은 찬장으로 다가가는 로즈를 따라간다)
 
로즈 C. 벨몬트:저도 안은 제대로 못 봤어요. (헤헤, 웃어버리곤 찬장에서 허브를 꺼내고 허브책을 펼쳤다.
 
책에는 여러 허브가 효능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는 허브를 찾아볼까요?
 
혹시 모르죠, 잠이 잘 오게 하는 허브차를 타 주면 도련님이 잠에 들 지도...
 
로즈 C. 벨몬트:안정을 주는 허브를 찾아볼까요? (잠이 오게 만드는 이라고 하면 거부해버릴 것을 아니 돌려 얘기했다.)
 
노엘:응. (로즈가 마시면 이만 단념하고 자겠지? 같은 계략만 세우며 끄덕인다)
 
잠이 잘 오는 허브는...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섞여 있네요.
 
캐모마일, 라벤더, 레몬밤, 루이보스까지.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은 어떤 게 마음에 드세요? (허브들의 이름과 모양을 눈으로 읽으며 물었다.)
 
블렌딩한 허브 중 섞여있나 보면, 다행히 레몬밤과 라벤더가 들어간 찻가루도 있고, 캐모마일은 아예 티백이 몇 개 있습니다.
 
노엘:로즈가 좋아하는 거.
(차 종류는 잘 모르니, 메이드의 안목에 맏기는 수밖에 없다. 향이 마구 뒤섞였지만 머리가 아프다거나 하는 감상은 없다)
 
로즈 C. 벨몬트:으음.. 그럼 라벤더나 캐모마일이 좋을 거 같아요. 향이 나는 게 좋으시면 라벤더, 아니면 좀 덜한 캐모마일을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캐모마일 티백과 라벤터 티백을 들어 당신에게 보였다.)
 
노엘:(멍하니 보고 있다가 캐모마일과 라벤더 중 2번째를 고른다.)
 
라벤더는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효능이 있으며, 레몬즙과의 조합이 좋죠.
 
레몬밤과 라벤더가 섞인 찻가루는 한 번도 손대본 적이 없는데, 맛이 좋을까요?
 
책에 적힌 정량을 담아 찻가루를 챙기고 방으로 돌아갑시다.
 
로즈 C. 벨몬트:(책과 차들을 챙겨 일어섰다.) 도련님, 가요. 제가 안내할게요~.
 
당신의 방에도 티 세트가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찻잔의 질이나 테이블 크기는 도련님의 방 쪽이 좋으니,
 
우리는 도련님의 방에서 차를 즐기기로 합니다.
 
따뜻한 물이 색과 향을 담으며 우려지는 것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장식용으로 말린 꽃잎도 몇 장 띄워진 찻물을 마시면...
 
로즈 C. 벨몬트: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처음 끓여본 허브 블렌딩 차인데도 맛이 좋네요!
 
향을 음미하며 홀짝 들이키면, 수면을 돕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정말인지,
 
어쩐지 굉장히 나른하고 편안해집니다.
 
당신이 이렇다면, 도련님 쪽도 분명...
 
노엘:로즈, 졸려?
 
...아니! 아주 멀쩡하게, 두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있습니다!
 
심지어 눈이 감기는 당신을 보고 졸리냐는 여유로운 소리까지 하네요.
 
로즈 C. 벨몬트:(당신의 눈이 똘망똘망한 걸 보니 졸리던 기분이 확 날아가버렸다.)
도련님, 뭘 혼자 하시려는 거예요?
 
노엘:...? 차 마시고 있잖아.
이만 자는 게 어때.
 
로즈 C. 벨몬트:그거 말구요. 저 재우려고 하시잖아요. 그 뒤에 뭐하시려고 하시냐구요.
 
노엘:뭘 하려는 건 없어. 그저 잠들지 않을 뿐이야...
 
로즈 C. 벨몬트:잠자는 시간이 아까우시면서 아무것도 안 하신다고요? (의아해지기만 했다.)
 
노엘:응. (뭐가 문제냐는 듯 그저 태연하다)
무언가 하지 않는 것조차 무언가 하고 있는 거야.
 
로즈 C. 벨몬트:에... (자신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무언가 하는 거라니...)
 
이 피곤한 도련님과 잠시 씨름하고 있으면, 다시 하품이 나옵니다.
 
아, 이대로 눈을 감을 순 없어요!
 
당신은 수업시간에 졸다가 호통을 들은 학생처럼,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으려 노력해보지만...
 
어쩐지 찻물은 없어지지 않고, 고개는 자꾸만 떨궈지려고 합니다.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대로 꿈나라로 직행하고 맙니다.
 
정신이 끊어지기 직전에, 한 마디를 듣습니다.
 
로즈 C. 벨몬트: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잘 자.
 
낯설지만 어딘가 그리운 성인 남성의 목소리를.
 
로즈 C. 벨몬트:(저도 모르게 안녕히 주무세요, 웅얼거리고 그대로 꿈나라로 빠졌다.)
 
 
흐름 끊기용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편안한 감촉에 슬며시 눈을 떠 보면,
 
당신은 도련님의 고급지고 푹신한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도련님은 당신이 앉아 있었던 의자에 앉아 당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거기 앉아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잠든 사용인은 놔두고 뭘 쳐다보고 있는 거죠??
 
도련님은 부스스 일어나는 당신에게 눈으로 인사하고, 일어나서 커튼을 걷습니다.
 
창 밖에는 해가 중천입니다. 그래봐야 안개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만...
 
로즈 C. 벨몬트:(멍한 정신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커튼이 걷히고 안개에 가려졌지만 어젯밤보다 훨씬 밝은 빛이 자신의 위로 쏟아지자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련님!
(침대에서 후다닥 내려오다가 카페트 위로 엎어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 당신에게 구르듯 달려갔다.)
죄송해요!
(당신과 약속해놓고 먼저 잠든 미안함, 당신의 침대에서 드러누워 잠들어버린 자책감, 그 위에 대낮까지 자고 있던 자신에 대한 황망함 등 온갖 감정이 뒤섞여 망연해졌다.)
 
도대체가, 도련님을 재우지는 못할망정 침대를 차지하고 잠에 들어버리다니,
 
잠이 번쩍 달아나는 느낌에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충격을 받은 한편, 그래도 몸도 개운하고 잘 쉬었네~ 싶어 심각한 표정이 자꾸만 풀리려는 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까스로 티는 내지 않습니다. 당신은 프로니까요.
 
로즈 C. 벨몬트:(흐물 풀어지는 입가를 다잡고 당신을 붙잡았다.)
흐엉, 도련님! 진짜 한숨도 안 주무셨어요?! 아침은 드셨어요?!
 
아무튼 편안한 가시방석에서 일어나 도련님을 재차 부르면,
 
노엘:아침 산책 가자.
준비하고 나와.
 
도련님은 자기 할 말만 던지고 자리를 비워 줍니다...
 
로즈 C. 벨몬트:으이잉...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제 머리를 스스로 한 대 쥐어박고 얼른 침대를 정리하고, 호다닥 제방으로 간단히 씻고, 옷을 다시 갈아입고 당신이 기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허겁지겁 준비한 로즈, 몸단장은 제대로 잘 마쳤나요?
 
외모 판정해 봅시다.
 
로즈 C. 벨몬트:
외모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하늘:* 여기서...???
 
미책 (GM):무슨일이야..................?
아니 주운 안좋을거같다던 하늘님 어디갔어요
 
하늘:*로즈 미모 무슨 일이죠 ㅋㅋ 어이없네요 ㅋㅋ
 
미책 (GM):무슨일이야..........
 
거울 속 모습을 살피면,
 
세상에! 아주 회춘했네요.
 
화장품은 커녕 물도 급하게 바른 얼굴은 윤기가 흘려 매끈하게 빛나고,
 
옷은 구김 없이 메이드의 정석대로 잘 입었습니다.
 
두 눈은 총명하게 빛나 생기 있어 보이고,
 
머리는 기분 탓인지 실크 자락처럼 찰랑이는 것 같아요.
 
로즈 C. 벨몬트:(어제 도련님 침대에서 꿀잠 잔 탓인가.. 거울 속 자신에게 감탄하며 어쩐지 도련님의 침대가 탐납니다.)
 
역시 하루만 더 저 침대에서 잘 수 있었더라면... ...
 
...물론 그럴 수는 없죠. 이만 정신차리고 나갑시다.
 
1층 홀로 내려가면, 도련님은 식당으로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노엘:아침... 아니, 이제 점심이네.
점심 먹자.
 
그 말대로 시계를 살펴보면 벌써 정오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예상한 바입니다만...
 
로즈 C. 벨몬트:도련니임- 저때문에 아침 안 드신 거예요?
 
노엘:아니. (어느 부분을 부정하는 지 모를 짤막한 대답만 내놓는다.)
 
식당에는 메이드가 열심히 식사를 준비하고 있... 지 않네요.
 
하긴, 주인어른은 저택을 비웠으니까...
 
도련님은 적당한 나무 발판 하나를 끌고 와서, 끓여둔 스프에 불을 지핍니다.
 
솔솔 저으면 고소한 향기가 납니다.
 
로즈 C. 벨몬트:제가 할게요!!
 
옆에는 갓 구운 듯 좋은 향기가 올라오는 바게트도 있네요.
 
로즈 C. 벨몬트:(진짜 오늘 무슨 일이야, 당신의 행동에 기겁하며 도련님의 등을 식당으로 떠밀었다.)
 
도련님의 손짓은 영 어색하지만... 당신이 밀어내려고 해도 꼼짝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당신은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옷자락만 붙잡게 됩니다...
 
로즈 C. 벨몬트:도련니이임 (결국 당신을 부르는 말꼬리가 늘어진다.)
 
도련님은 당신을 힐끔 쳐다보다가,
 
다 끓은 스프 냄비에 국자를 내려놓고, 바게트 몇 조각을 바구니에 담습니다.
 
거기에 냉장고에서 샐려드까지 찾아 볼에 담습니다.
 
후식으로는 스콘같은 식감의 쿠키와, 딸기잼 한 그릇이 담깁니다.
 
노엘:(빵가루가 잔뜩 묻은 손을 물에 털어내고, 받침대에서 내려온다) 저거 들어줘.
 
로즈 C. 벨몬트:으아아아앙 (안절부절 못하며 당신의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다. 뺏어들자니 자기가 다 흘릴까 걱정되고, 그걸로 당신과 실랑이 하기도 그렇다.)
 
노엘:무거우니까... 내가 들고 가면 쏟아져.
 
로즈 C. 벨몬트:네! (그리고 얼른 당신이 주는 걸 받아들고 조금 안도했다.)
 
당신은 노련한 손길로 트레이를 식탁에 늘어놓습니다.
 
과하게 넓은 식탁 한 켠이 소박한 점심으로 채워집니다.
 
노엘:좀 더 많은 요리를 할 줄 알았다면 좋았을걸.
 
당신이 먹기에는 나쁘지 않은 식사인데, 도련님의 생각은 다른 모양입니다.
 
기분 탓인지, 기분이 좀 가라앉아 보이기도 하고요...
 
로즈 C. 벨몬트:아녜요! 제가 해야했는데, 도련님이 다 차려주시는 걸 받아먹구.. 그리고 정말 맛있을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당신의 말을 부정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먼저 드세요.
 
도련님은 끄덕이며 샐러드 위의 토마토 하나를 포크로 콕 집어듭니다.
 
찐 단호박과 싱싱한 참치 샐러드, 양파가 들어간 바게트와 양송이 스프,
 
스콘 쿠키와 잼, 그리고 앙증맞은 과일 푸딩까지!
 
맛있는 게 가득하네요. 게다가 좋아하는 스프와 빵도 있고요.
 
자, 식사할까요?
 
로즈 C. 벨몬트:잘 먹겠습니다.
(당신이 먼저 토마토를 집는 걸 보고 숟가락을 들어 스프부터 한 숟가락을 먹었다.)
아, 따뜻해..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에 헤실 얼굴이 풀렸다.)
 
근처에 널린 게 사용인인데 직접 요리하겠다고 나서는 도련님의 행동이 의아한 건 둘째치고,
 
음식은 아주 맛있습니다.
 
스프는 좀 밍밍하지만, 파슬리와 바삭한 빵 조각이 올라가 배가 따뜻하고 푸근해집니다.
 
샐러드는 파릇하고, 단호박은 촉촉하고 달아요.
 
쿠키는 좀 퍽퍽하지만, 그렇기에 잼을 올리면 안성맞춤입니다.
 
바게트는 맛에 깊이가 있고 쫄깃합니다. 중간에 끼어 있는 양파 조각이 아삭아삭하네요.
 
우유 한 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면, 저절로 잘 먹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도련님은 하품을 한 번 하고, 식기를 한가운데 정리합니다.
 
노엘:로즈가 돌려놓을래.
 
로즈 C. 벨몬트:네네. 그럴게요! (한 곳에 모은 식기를 앞으로 당겨왔다.)
방으로 가실 거예요?
 
노엘:아니. 산책 가자.
날이 많이 개었어.
 
로즈 C. 벨몬트:그렇구나. 그럼 그,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치우고 올게요.
(모은 식기를 안아들고 주방 안 싱크대에 담갔다. 일단 산책부터 도련님이랑 같이 다녀와야지. 다른 분들이 씻어두시겠지? 아니면 다녀와서 해야겠다. 태평하게 생각하고는 당신의 곁으로 돌아간다.)
 
일은 다른 사용인들이 어떻게든 해 주지 않을까요...?
 
당신은 쌓여있는 일거리를 애써 외면하며 바깥으로 나갑니다.
 
하녀장님이나 같은 메이드들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지만,
 
다들 당신을 보고 눈을 돌리거나,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은 휴가, 라는 느낌인가 보네요.
 
노엘:쉴 거라고 말 해뒀어.
이제 새 업무를 줄게.
 
로즈 C. 벨몬트:앗, 그러셨어요?
네, 어떤 걸 하면 될까요! 맡겨만 주세요!
 
도련님은 그렇게 말하며 안개 낀 정원을 파헤쳐 나아갑니다.
 
자신은 봐도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어지러운 길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걸까요?
 
로즈 C. 벨몬트:(멀어지면 보이지도 않을 거 같은 안개 속의 당신의 등에 바짝 붙어 따라갔다. 나중에 혼자 돌아오려고 하면 길 잃어버리겠다..)
 
아침 안개는 어찌나 지독한지, 솜을 가득 뭉친 듯 빽빽합니다.
 
답답할 만도 한데, 어째선지 들이쉬는 숨은 시원하네요.
 
어린 풀냄새와 이르게 핀 꽃향기가 당신의 코를 맴돕니다.
 
봄철의 정원은 싱그럽습니다. 지금은 안개에 덮여 잘 보이지 않지만...
 
약간 긴장한 당신을 보며 도련님이 손을 내밉니다.
 
길이 어두우니, 손을 잡고 걸을까.
 
로즈 C. 벨몬트:(봄의 향기가 이렇게 싱그러운데,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영 아쉽다고 생각할 때쯤 당신이 손을 내밀었다.)
네, 감사합니다.
(사양도 않고, 당신의 손을 덥썩 잡았다. 가끔 저와 당신의 나이가 바뀐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가.끔. 그리고 저는 그런 때를 놓지지 않았다.)
 
당신은 냉큼 손을 잡고 척척 뒤를 따릅니다.
 
양옆으로 만개한 봄의 향연이 지나갑니다.
 
프리지아, 튤립, 아카시아, 헬리오트로프, 라일락...
 
전부 개성이 강한 꽃들이라 향에 어지러울 정도네요.
 
하지만 도련님은 그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걸음을 계속합니다.
 
걷고, 걷고 또 걸어, 바닥에 박힌 돌을 몇수십 개나 지나치면...
 
로즈 C. 벨몬트:(아무말 않고, 당신을 따라나선 길이지만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디로 가는 걸까. 도착하면 알려나. 물을까 말까 고민했다.)
 
도련님은 한 나무 담장 틈새 앞에 멈춰섭니다.
 
노엘:여기, 비집고 들어갈 수 있어?
 
로즈 C. 벨몬트:어.. 모르겠어요. (틈새를 살폈다. 들어갈 수 있으려나.)
 
노엘:그럼 따라와, 비밀을 하나 알려줄게.
(그리고는 좁은 틈새로 쑥 들어가버린다.)
 
오... 틈새로 파고들 수 있을까요?
 
로즈 C. 벨몬트:(당신을 따라가려고 틈새로 몸을 구겨넣어본다.)
크기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문제없이 담장을 비집고 들어갑니다.
 
그 사이로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비밀 정원이라고 불러야 맞을 것 같습니다.
 
정원 가는길
 
로즈 C. 벨몬트:와...
 
안으로 들어가면, 맨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오두막과 벤치입니다.
 
그 주변에 가득 핀 아카시아 나무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어우러져,
 
아담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관리되지 않은 야생화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그 사이에는 쟈스민도 있네요.
 
로즈 C. 벨몬트:(아까까지의 안개는 어디로 가고 이런 정원이 있지..)
 
쟈스민은 서늘한 환경에서 더욱 번성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죠.
 
그 말대로 꽃밭은 아주 화려합니다.
 
저택의 정원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요?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입니다.
 
유독 이곳에만 안개가 끼지 않아,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이 시원하도록 맑습니다.
 
문이 없어 햇살이 잘 드는 오두막 안에는
 
간이침대와 테이블, 간단한 취사도구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엘:가끔 혼자 있을 때 여기로 와.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 비밀 정원이야.
 
로즈 C. 벨몬트:이런 곳이 있었어요? 저택이랑 완전히 다른 공간 같아요.
너무 예뻐요!
 
노엘:마음에 들면 다음에도 찾아와. 여긴 늘 예쁜 곳이니까...
 
로즈 C. 벨몬트:(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눈에는 점점 자연의 싱그러움과 햇빛이 쏟아지는 하늘이 담겨가며 초롱하게 맑아진 눈이, 당신에게 향하고는 기쁜 듯 휘어졌다.)
고마워요, 도련님.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거 같아요.
(평소와 다르게 차분해진 톤이었지만, 그 안에 숨길 수 없는 환희가 있었다.)
 
노엘:(드리워진 나무 그림자가 햇살을 조각낸다. 드문드문 들어오는 빛이 머리를 더욱 새하얗게 해, 꼭 꽃이 위에 올라온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봄은 꽃을 즐기기 참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해.
4월에도 다양한 꽃이 피지만, 절정은 5~6월이니까, 그 때도 이 곳을 잊으면 안 돼.
 
로즈 C. 벨몬트:어떻게 여길 잊겠어요! 정말 매일 오고 싶은 곳이에요. 아까 저택 정원을 지나올 때 꽃향기와 풀내음이 가득한데, 하나도 볼 수 없어서 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은 다 날아갔어요.
(꽃향기 사이로 활짝 웃으며 춤추듯 저도 모르게 빙글 한바퀴 돌았다. 발목께에 오는 치마자락과 흰 치마가 희게 피었다. 온전히 피워낸 저의 기쁨이었다.)
 
꽃향기를 파헤치며 활짝활짝 걸으면, 나뭇잎들이 스치며 꽃잎을 몇 자락 떨굽니다.
 
길을 덮는 상냥한 봄의 손길.
 
잔뜩 상쾌해져 피곤이라고는 전부 달아났습니다.
 
도련님은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더니, 삽 하나를 들고 나옵니다.
 
노엘:여기 내가 묻어둔 게 있어.
찾아내면 로즈에게 줄게.
(모종삽 하나를 건넨다.)
 
로즈 C. 벨몬트:묻어둔 거요?
(당신이 건넨 모종삽을 받았다.)
 
도련님이 가리키는 곳은, 한 담쟁이 낀 돌담 아래입니다.
 
그 말대로 잡초 대신 부드러운 흙만이 덮여 있네요.
 
땅을 파 보려면, 행운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얼마 파내지 않아 딱딱한 무언가가 걸립니다.
 
삽으로 쑥 하고 빼내면, 그것은 상자입니다.
 
작고 삐걱대는 나무 상자.
 
분명 처음 보는 것인데, 어딘가 그립기도 하네요.
 
그리고 당신은, 어째선지 안에 들은 것이...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시계임을 확신합니다.
 
작고, 손 안에 들어오는 종류의...
 
...?
 
...이상하네요, 어떻게 맞췄을까요?
 
상자를 열면, 가지런하게 회중시계 하나가 담겨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시계...? (가, 뭐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당신을 돌아봤다.)
도련님, 묻어두신 거 이거예요?
 
노엘:...응.
로즈 거야.
 
로즈 C. 벨몬트:제 거요? 어.. 이게 뭐예요?
이건 왜 묻어두신 거예요?
 
노엘:...비밀이야, 그건.
 
로즈 C. 벨몬트:에...
 
노엘:행운을 가져다주는 거야.
원래는 내 것이 아니었거든.
 
로즈 C. 벨몬트:행운..
선물 받으신 거였어요? 그럼 도련님께서 주신 거니 소중히 할게요..
(뭔가의 기시감만 들 뿐,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당신이 준다니 소중히 해야겠다.)
 
노엘:응.
잘 간직하고 있어야 해.
 
회중시계
 
곳곳에 녹빛의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금제 회중시계.
 
굉장히... 좋아 보이는 것인데, 어쩌다 묻게 된 걸까요?
 
곁에는 쪽지가 하나 들어 있는데, 내용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련님은 그걸 보더니 속삭이듯 말합니다.
 
노엘:타임 캡슐이 비었으니까, 새로 채워 넣어야지.
 
로즈 C. 벨몬트:어.. 새로 채울 거요. (눈만 깜빡깜빡 거렸다.)
 
노엘:(빈 나무상자를 쳐다보다 말고, 오두막 안에서 연필 두 개와 쪽지 몇 장을 꺼내온다.)
(그리고 테이블 앞에 앉아서는, 하나씩을 로즈에게 건넨다)
롤링 페이퍼 쓰자. 10년 후에 서로 바꿔서 읽어보는 거야.
…그때까지 여기서 일해야 해.
 
로즈 C. 벨몬트:와, 좋아요. (당신이 건네준 종이를 바라보며 대답하다 마지막 말에 고개를 들고 당신을 말간 눈으로 쳐다보았다.)
네, 약속해요. 그 때까지 여기 있을게요.
 
노엘:...응, 약속이야. (두 손을 꼭 잡아온다.)
훔쳐보면 안 돼. (편지를 써내려간다. 내용은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손으로 꼼꼼히 가린다.)
 
로즈 C. 벨몬트:알았어요. (당신이 조막만한 손으로 가린 종이를 잠깐 바라봤다가 저도 종이에 집중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약간 삐뚤한 글씨와 단정한 글씨가 종이를 채워나갑니다.
 
당신이 한창 편지쓰기에 열중할 참이면,
 
노엘:...고마워.
 
도련님이 들릴 듯 말듯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로즈 C. 벨몬트:네? 저도 늘 감사하죠.
 
도련님은 편지를 적으면서, 무언가 중얼거리기도 하고 당신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노엘:오두막에 물뿌리개가 있어. 아무도 손대지 않아서 낡았지만, 가끔 그걸로 물을 주곤 해.
그러지 않아도 이 곳의 꽃들은 잘 자라지만.
(이만하면 다 썼다 싶었는지 움직이던 손을 멈춘다)
 
로즈 C. 벨몬트:(그 상자를 채울 글을 잔뜩 쓰고 마침표를 찍고 종이를 예쁘게 접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다 적으셨어요?
 
노엘:응. (약간 삐뚤게 종이를 접어 건넨다.)
이제 다시 묻어야겠지... (말하고는 하품을 길게 한 번 한다)
 
로즈 C. 벨몬트:좋아요. 묻으러 가요. (당신과 나의 종이를 손에 들고 모종삽도 챙겨들었다.)
(하품을 하는 당신을 보고는) 많이 졸리신 거죠? 묻고 방으로 돌아갈까요?
 
노엘:안 졸려. 난 멀쩡해. (전혀 멀쩡해보이지 않는 낯이다.)
 
모종삽을 들고, 내용물만 달라진 추억 상자를 땅 밑에 묻습니다.
 
가만히 그걸 보고 있던 도련님은 그저 흙만을 도닥거려 덮어줄 뿐입니다.
 
로즈 C. 벨몬트:(뗴를 쓰는 당신을 보면 역시 아이인데, 속으로만 생각하고 당신과 정원으로 다시 나가 타임캡슐을 묻었다. 이곳은 다시 봐도 아름답다. 흙 위를 도닥이는 당신의 손을 끌어 손바닥의 흙들을 제 손으로 털어주고 잡았다.)
이제 돌아갈까요? 같이 종종 이곳에 와요.
 
노엘:...응.
 
로즈 C. 벨몬트:(당신의 손을 잡고 담장의 틈새로 오긴 했지만, 앞으로의 길은 모른다.)
 
노엘:(연한 풀을 밟고, 담장을 지나 앞장선다.)
(영원히 봄일 수는 없는 법이다. 멀어지면서도 아쉬운 듯 눈으로 비밀정원을 붙잡아둔다. 전부 고약한 아침 안개 너머로 파묻혀 버리지만)
 
로즈 C. 벨몬트:(아쉬운 듯 바라보는 당신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은 저희만의 계절이 되겠네요.
 
노엘:누구에게 말 안 할 거지.
그럼 우리만의 추억이 될 거야.
 
로즈 C. 벨몬트:그럼요. 도련님이 하지 말라고 하면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예요. 애초에 말할 생각도 없었지만요.
(저는 소중한 것을 혼자만 알고 있는 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소중한 걸 알리고 싶어하지만, 저는 그렇다.))
 
노엘:그럼 다행이야. 늘 덜렁대지만, 자기와의 약속은 꼭 지키려는 로즈니까...
 
로즈 C. 벨몬트:당연하죠,... 아니, 덜렁댄다고 말하지 마시라구요.
(괜히 제 단점을 아는 당신의 말에 빨개져 투덜거렸다.)
 
노엘: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칭찬... 한 거였는데. 조금 시무룩해진다.)
 
로즈 C. 벨몬트: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덜렁댄다는 건 부끄럽단 말이에요..
(여전히 발그레해진 얼굴이다. 그게 당신이 덜렁거린다고 해서인지, 아니면 약속을 잘 지킨다 믿어주는 당신 탓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다 시무룩해진 당신을 보고 어버버, 거리다)
그래도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노엘:로즈가 아니면 누굴 믿겠어.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정원의 안개도 빠져나간다.)
피곤할 테니까, 이만 돌아가야지.
 
로즈 C. 벨몬트:저보단 도련님이 피곤하신 거죠. (당신의 손을 잡고, 안개속을 따라간다.)
 
봄볕을 뒤집어쓰고 있던 몸은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싸늘히 식습니다.
 
비밀 정원에서 보낸 시간은 참 따뜻했는데,
 
도련님은 왜 또 저런 얼굴일까요?
 
창 밖은 벌써 약간 어둑해져 있고, 복도는 여전히 침침합니다.
 
풀벌레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밤이 찾아옵니다.
 
당신은 돌아가서 간단한 업무를 마친 후-당신 몫의 빨랫감을 바깥에 내놓고 오는 정도의-
 
문득 비밀정원이 있던 쪽을 한 번 돌아봅니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네요. 안개에 가려져서 그럴까요.
 
걷힐 생각이 없는 안개에 기분이 묘해집니다.
 
잠시 그러고 있으면, 당신을 찾는 도련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로즈 C. 벨몬트:네! (당신의 목소리에 답하고, 안개를 등지고 당신을 향해 걸어간다.)
 
허겁지겁 도련님의 방으로 올라가면, 도련님은 갑자기 목욕물을 받아 놓으라고 시킵니다.
 
...저녁 때니까 목욕을 할 만도 하기는 하지만요.
 
로즈 C. 벨몬트:네~! (목욕물을 받으며, 오늘밤은 따뜻하게 몸을 데우고 당신이 푹 잤으면 한다.)
 
번거롭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로즈. 어쩌면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요.
 
만약 저 안에 잠이 잘 오는 입욕제를 몰래 풀어놓으면...
 
오늘도 잘 생각이 없어 보이는 도련님을 재울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까지 해서 이길(?) 생각이 없다면 그냥 시킨 것만 합시다.
 
로즈 C. 벨몬트:(당신을 재울 생각 만만으로 입욕제를 찾았다. 몸이 노곤하게 풀리면 잠들 터다.)
 
당신은 틈바구니에서 몸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향을 찾아 풀어둡니다.
 
약간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바깥으로 나오면...
 
다 받았냐고 묻는 듯 도련님이 당신을 쳐다보네요.
 
로즈 C. 벨몬트:물 다 받았어요! 따뜻하게 몸 데우세요.
(당신에게 방긋 웃었다.)
 
당신이 그렇다고 말하면, 도련님은 아주 뜻밖의 말을 꺼냅니다.
 
노엘:잘 됐네.
이제 씻어.
 
로즈 C. 벨몬트:네?
 
네?
 
도련님은 어제보다 한층 더 피곤한 낯을 한 채로,
 
여분의 옷을 들여보내 주더니 당신을 밀어넣고 문을 닫아버립니다.
 
참고로 들고 있던 메이드복은 뺏겨버렸습니다...
 
...
 
생각해보세요, 목욕물을 받으라고만 했지,
 
누가 씻겠다는 말은 쏙 빼먹지 않았나요?
 
당신은 얼결에 자기가 판 함정에 자기가 걸려들고 맙니다...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은요?! (결국 욕실 안에서 목소리를 올리고 말았다.)
 
당혹스러움에 불러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입욕제까지 풀어놓은 물을 버리기엔 당신의 신념이 허락하지 않죠.
 
하는 수 없이 몸을 담그고 맙니다...
 
로즈 C. 벨몬트:(어젯밤에는 차와 당신의 침대로 날 재우더니, 오늘은 따뜻한 목욕물인가요. 욕조에 몸을 담그고 불만을 담아 반쯤 잠긴 입에서 뿌그르으르, 예의없이 소리내고 만다. 입욕제까지 풀린 물에서 올라오는 향이 따뜻한 물과 커다란 시너지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여기까지 예상한 건지 알 수가 없네요,
 
만약 그렇다면 정말 똑똑하시다고 칭찬...해 드려야 할 지경입니다.
 
따뜻한 물에 잠기면 몸은 노곤해지고, 머리는 늘어집니다.
 
아, 평생 이렇게 놀기만 한다면 소원이 없을 텐데!
 
(물론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알면 어머니께 한소리 들을 겁니다.)
 
잔뜩 따끈해지고 깨끗해지고 뽀송해진 채로,
 
그것도 도련님용 고급 가운(어째선지 당신에게 꼭 맞습니다)까지 걸치고 나오면,
 
도련님이 아주 만족스러운 눈치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여지없이 입에서 말이 쏟아졌다.) 저 이러다가 경을 쳐요. 도련님 걸 탐낸다구요..!
(너무 좋았으니 싫다는 말은 결국 입에 담지 못했다.)
 
노엘:더 가져가도 되는데. (이런 걸 욕심내지 않는 게 더 어려운걸. 왜 혼내는지 알 수 없다)
잘 시간이야.
 
로즈 C. 벨몬트:그렇게 다 주시면 안 되죠. 그리고 도련님도 주무실 시간이세요.
 
노엘:나는 아직.
조금 더 있다가, 실컷 자야지.
자장가 불러줄까?
 
로즈 C. 벨몬트:조금 더 있다가? 실컷이요? 언제 주무신다는 거예요?
아니, 자장가까지 불러주신다고요? 그건 제 역할 아니에요?
 
누가 누굴 재워 준다는 건지, 혈색이 점점 어두워져 더 안쓰러워 보이는 안색입니다.
 
대체 왜 잠을 자지 않는 걸까요?
 
로즈 C. 벨몬트:저랑 같이 누워 주무실 생각은 없으세요.
 
당신의 궁금증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련님은 책을 펼칩니다.
 
그리고 어제 당신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의자 하나를 침대 앞에 끌어다 앉고, 한가운데를 툭툭 치네요.
 
마지못해 옷도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노엘:없어.
 
로즈 C. 벨몬트:왜요?
 
노엘:조금 더 깨어있을 거야.
(책을 펼친다. 어떤 동요가 있는지 가볍게 흝는다)
 
로즈 C. 벨몬트:침대에라도 올라오세요..
 
이 도련님, 혹시 사춘기가 벌써 온 건 아닐까요?
 
자기 싫다느니, 오히려 재워 주겠다느니 하는 걸 봐서는요...
 
로즈 C. 벨몬트:(옆으로 비켜 앉아 옆을 살짝 두드렸다. 정말로 걱정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말하는 건 다 들어줬다고 생각했는데,
 
무엇에 불만이 생긴 걸까요...
 
당신이 연달아 재촉하면, 그는 침대 위에 '앉기까지는'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있네요.
 
...
 
질 수 없죠.
 
둘 중 아무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어디 누가 먼저 잠드는지, 끝까지 가봅시다.
 
로즈 C. 벨몬트: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노엘: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아...!
 
아무리 도련님이라도, 사흘 밤샘은 무리였던 겁니다!
 
당신은 그의 부정행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잠들지 않고 긴 밤을 버텨냅니다.
 
곧 도련님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도련님을 재울 수 있는 걸까요?
 
당신이 재빨리 이불을 덮어주려고 하면,
 
...
 
어라,
 
시야가 깜깜해집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이러면, 마치…
 
 
흐름 끊기용
 
???
 
 
…또 구름에 붕 뜬 기분입니다.
 
몸에 감기는 감촉이 푹신합니다.
 
또?
 
눈을 떠 보면 역시나, 당신은 도련님의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고 누워있습니다.
 
지금이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방안과 창밖은 어둡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보아도, 어디에서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네, 도련님이 없어요.
 
...어디로 간 거죠?
 
로즈 C. 벨몬트:도련님? (또 다시 당신의 침대에서 잠든 것보다 당신이 이곳에 없다는 것에 더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매무새를 챙길 생각도 없이 방 안을 한 바퀴 돌며 당신을 불렀다.) 도련님?!
 
목소리는 텅 빈 방을 울릴 뿐입니다.
 
알 수 있습니다.
 
이 방엔 당신밖에 없어요.
 
로즈 C. 벨몬트:(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다다다달려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방문을 열고 문턱에 발을 뻗으면,
 
복도에서 누군가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쪽을 돌아보면, 처음 보는 인영이 복도를 앞서 지나가고 있습니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옷에, 산발로 풀어헤친 머리…
 
 
로즈 C. 벨몬트:도련님?!
(냅다 불러놓고 아닌가? 싶은 기분에 슬쩍 몸을 물렸다.)
 
잠깐, 고급스러운 옷이요?
 
저택의 사용인이 입을 법한 옷도 아니고, 이 집안 사람들이 돌아온 것도 아닐 텐데
 
저건 대체 누구죠?
 
흐릿한 형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뒷골이 서늘하게 만듭니다.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4/37/14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이 밀려오는 불안한 예감을 두 팔로 막고 있노라면
 
그 주인모를 인영은 점점 더 멀어지고, 멀어집니다.
 
이윽고 계단 쪽으로 향하네요.
 
뭐죠? 도둑? 괴한? 주정뱅이?
 
어느 쪽이든, 유쾌한 경우의 수는 아니네요.
 
로즈 C. 벨몬트:(난생 처음 본 인영에 불길한 기분만 느끼며 제 도련님을 찾으러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누군가'가 들을까봐 크게 소리내지도 못하고, 도련님- 도련님, 작게 당신을 부르면서..)
 
하지만 아무리 불러봐도 도련님은 대답하는 일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저택의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합니다.
 
설마 저 사람이 한 짓일까요?
 
대체 저 사람은 누구고 도련님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당신이 어둠에 밀려나 1층 계단으로 숨죽여 내려오면,
 
남자는 이윽고 저택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저택 밖의 자욱한 안개에 서서히 그의 모습이 묻혀들어갑니다.
 
로즈 C. 벨몬트:으... (수년째 다닌 저택 안이 이상하게 으스스하고, 무서워하고 제 팔을 움켜잡고,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기만 했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요?
 
왠지, 이 저택에 혼자 남아선 안 될 것 같아요.
 
벌써 응접실과 거실 쪽 불은 전부 나갔습니다.
 
으스스한 정도가 아니라, 앞과 뒤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의
 
아주 두텁고 기분 나쁜 심연이 덮칩니다.
 
그는 누구죠? 그를 붙잡아야 할 것 같아요.
 
붙잡아 그의 모습을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로즈 C. 벨몬트:(안절부절하다가 결국 뒤늦게 발을 떼 달려 누군가의 등을 쫓았다.)
 
마지막 어둠이 팔을 뻗어 당신을 붙잡으려 하는 찰나,
 
당신은 저택을 뿌리치고 바깥으로 내달립니다.
 
안개가 자욱한 정원을 지나, 밖으로...
 
...
 
밖으로... 이어져 있던 게 아닌가요?
 
이상해요. 마치 장벽에 갇힌 것처럼, 정원 너머 나오는 대문과 울타리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주변 풍경이 바뀌지 않아요.
 
앞서가던 인영 또한 닿을 듯 닿지 않고, 여전히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당신 주변을 에워싼 안개는 점점 더 짙어져 방향 감각마저 잊고 맙니다.
 
남자의 인영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됩니다.
 
마치 안개 속에 갇혀버린 것만 같아요.
 
로즈 C. 벨몬트:저, 저기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 안개 속에서 겁에 질려 아무라도 좋으니 나타나라는 심정으로 목청높여 불렀다.)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군가를 찾으면,
 
역시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숨이 막히는 듯한 감각이 몰려듭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죠?
 
도련님은, 어디로...
 
한참을 안개 속을 헤매고 있었을까요,
 
로즈 C. 벨몬트:(그 때의 비밀정원으로라도 가고 싶은데, 그때는 그저 제 도련님만을 뒤따라 걸었더니 그저 방향만 잃고 무한정 발만 옮겼다. 이미 그 커다란 저택도 안 보였다.)
 
탁, 하고 어떤 손이 맞닿습니다.
 
아주 미약하고 작은 떨림이었습니다.
 
잡아당기듯 이끄는 힘에 빙글 돌면,
 
…울 것 같은 표정의 작은 도련님이.
 
노엘:......
 
로즈 C. 벨몬트:도련님!
 
노엘:(고개를 숙이던 것도 잠시, 회중시계를 건넨다. 그저 받으라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로즈 C. 벨몬트:(그제야 하얀 안개속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안도했는데, 당신이 그저 회중시계만 내미는 것을 빤히 보았다.)
도련님? 제가 이걸 가지고가길 원하세요?
 
분명 도련님에게 받았던 그 회중시계인데…
 
주머니에 넣어두었잖아요, 언제 떨어트렸던 거죠?
 
노엘:...여긴 위험해.
 
생각도 잠시, 도련님이 무작정 당신을 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택은 지금 어둠에...
 
...어둠?
 
이상하네요, 방금 전까지 한없이 어두웠던 곳 아닌가요.
 
지금은 오히려 이 암흑 속에서 저택의 불빛만이 길을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등대처럼, 갇힌 빛이 작은 건물을 빙글빙글 돕니다.
 
로즈 C. 벨몬트:...무슨 일이지... (당신에게 팔이 잡힌 채로 따라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뿐이다.)
 
노엘:손 놓지 마. 길을 안내할 테니까...
 
도련님은 도련님대로 불안한 눈치로 당신을 안내합니다.
 
당신과는 다르게, 안개 속을 익숙하게 걸어갑니다.
 
사라졌었는데... 지금까지 밖에 있던 걸까요?
 
로즈 C. 벨몬트:도련님, 어디 계셨어요?
아까 안 보여서 엄청 놀랐어요. (속삭이듯 당신에게 얘기했다.)
 
노엘:...방 안에.
갑자기 밖으로 나가서... ... 놀랐어.
 
로즈 C. 벨몬트:방 안에 계셨다구요? (저는 아까 전혀 못 봤는데.. )
 
노엘:아예 저택 바깥으로 나가버려서, 쫓아왔어.
불러도 대답하지 않아서...
 
로즈 C. 벨몬트:아까... 도련님을 못 봤어요. 부르셨다는데... 듣지도 못했어요. 제가 도련님 목소리를 놓칠 리가 없는데..
(당신의 말에 점점 오싹해지기만 했다.)
 
노엘:......
알았어. 잘못했으니까, 이제 혼자 두지 마.
 
밤비에 찝찝하게 젖은 구두가 저택의 현관을 딛고,
 
로즈 C. 벨몬트:아녜요! 도련님이 잘못한 거 없어요! 그리고 도련님 혼자두지도 않을 거예요! 아까는 그냥.. 제가 뭔가 이상했던 거 같아요.
(당신과 함께 저택에 들어서며 안도했다.)
 
기분 나쁘게 일렁이는 가로등 불빛은 오늘따라 유령처럼 흐릿합니다.
 
묘한 상황의 연속.
 
어느 쪽이 미쳤는지 알 수 없는 상황과,
 
끝없는 밤의 어둠.
 
가까스로 소리지르지 않고, 그저 하루사리처럼 빛을 향해 나아갈 뿐입니다.
 
도련님은 1층의 넓은 로비에 멈춰서 무어라 중얼거립니다.
 
손은 놓아버린 채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내가 전부 고쳐줄 테니까."
 
"이만 자야 해."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의 시야는 다시 까맣게 꺼지게 됩니다.
 
 
흐름 끊기용
 
 
어제의 일은 그저 꿈이었는지, 자신은 언제 이곳에 돌아온 건지,
 
어느 것 하나 모른 채로, 저택의 1층 방에서 눈을 뜹니다.
 
당신이 생활하던 그 곳입니다.
 
몇 시쯤이 된 걸까요.
 
시야는 가물가물하고, 몸은 어디 하나 성치 않은데,
 
그나마 회중시계만은 손에 잘 쥐여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그때 받았을 때는 방 안에 잘 두고 다니려고 했는데... 꿈인지 현실이었는지 알 수 없는, 어제?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회중시계를 꽉 쥐었다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도련님께 가야지.
(벌컥 문을 열고 도련님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왁자지껄한 소음이 닥칩니다.
 
여러 사용인들이 정신없이 청소하며 집 안을 정돈하고 있습니다.
 
다들 퍽 급해 보이네요.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거실의 괘종시계는 벌써 8시를 가리키고 있네요.
 
어제보단 덜하지만 오늘도… 지각은 지각입니다.
 
사용인들은 6시부터 기상해서 일하는 게 기본이니까요...
 
이러다 정말 해고당하기라도 하면 어쩌죠?
 
로즈 C. 벨몬트:(시계를 보고 쩔쩔매다 도망가듯 도련님의 방으로 올라갔다. 똑똑, 당신의 방문을 두드렸다.)
 
도련님의 방은 2층에 있습니다. 만...
 
사용인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파헤치고 가기가 힘드네요.
 
어제(?) 의뭉스러운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리더만은,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알 수조차 없겠습니다.
 
그나저나 별일이에요.
 
집안 어르신들은 전부 외출 중이시고, 저택에 남은 고용인이라곤 도련님 뿐이니,
 
며칠간은 다들 알게 모르게 풀어진 채로 집안일을 했다면...
 
오늘은 어제보다 배로 소란스럽습니다.
 
당신이 멀뚱히 서 있으면, 옆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레이스: 벨몬트, 벨몬트!
 
로즈 C. 벨몬트:네?
 
그레이스: 얘가 무슨 일이니, 정신 차리렴!
내일까지 빨리 청소 다 끝내놔야 하는데, 이럴 시간이 없다구.
자, 너도 얼른 빗자루 들어. 오늘은 대청소야!
 
면식이 있는, 당신보다는 오래 근무한 메이드입니다.
 
그는 한숨을 쉬더니 일거리를 맡기네요.
 
로즈 C. 벨몬트:아.. (얼떨결에 빗자루를 들었다.) 도련님께는 누군가 갔나요?
 
그레이스: 도련님께? 아니, 왜?
 
로즈 C. 벨몬트:아무리 대청소라도 누군가 한 명은 도련님을 챙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레이스: 도련님은 원래 자기 방에 누가 들어오는 거 싫어하시잖아?
하녀장님이 한 번쯤은 둘러보시겠지만, 글쎄...
 
로즈 C. 벨몬트:전 자주 들어갔는데요...? (뭔가 이야기가 어긋나는 이 기분은 뭘까..)
 
그레이스: 뭐, 자청할 사람도 없다시피하잖아? 저택 일로 이렇게 바쁜 와중에.
그것보다 어서 일손 좀 도우렴.
난 네가 하도 안 나오길래 너까지 사라진 줄 알았다!
 
로즈 C. 벨몬트:사라져요? 누가요?
 
그레이스: 아 글쎄, 내일 주인어른이 돌아오신다니까 싹 다 치워놔야 되는데 사라진 애들이 있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데, 하녀장님이-
 
한창 그녀와 엇갈리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노년의 하녀장님이 다가오더니 안부부터 묻습니다.
 
하녀장:자네, 괜찮은가?
 
그레이스:아, 하녀장님...! (급하게 자세를 갈무리한다)
 
로즈 C. 벨몬트:아, 네... 괜찮아요. (아마도,는 입으로 꿀꺽 삼켰다.)
 
하녀장:자네는 여기서 뭣 하는 겐가. 어서 볼일 보게. (그레이스를 강단 있는 손짓으로 내보낸다)
오늘도 일을 쉬는 줄 알고 놀랄 뻔 했네.
그저께는 도련님을 챙기느라 바빴고, 어제는 하루종일 보이질 않더니, 허허.
저택이 넓은 만큼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세나.
 
로즈 C. 벨몬트:어제요..? (오늘따라 뭔가 대화가 이상하지 않나? 어제라면..., 생각을 하다가 그녀에게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손에 쥐고 있는 빗자루를 한 번 흔들어 보였다.)
청소하러 갈게요.
 
어제? 그저께...?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로즈, 지능 판정.
 
로즈 C. 벨몬트: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람들이 사라졌다느니 하는 것도 이상하고…
 
'내일' 집안 어르신들이 돌아온다니요?
 
분명 7일에 돌아오신다고 똑똑히 들었는데.
 
어제는 분명 4일이었고, 오늘은 5일일 테고,
 
그럼 내일은 6일이잖아요...?
 
로즈 C. 벨몬트:주인님들께서 일이 일찍 끝나셨나? 하루 일찍 돌아오시네..
 
중얼거리는 당신의 앞을 떠나지 않고, 하녀장은 부탁을 하나 얹습니다.
 
하녀장:식구들을 맞을 준비로 남는 인력이 거의 없는 것 같으니….
자네가 잠깐 저택을 돌아다녀 보면서 사라졌다는 사용인들을 찾아봐 주겠나?
짐도 그대로이고, 사라진 물건도 없고, 밖에 나간 걸 봤다는 목격자조차 없다고 하니,
 
로즈 C. 벨몬트:아, 네! 그럴게요. 누가 없어졌어요..?
 
하녀장:분명 저택을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일 걸세.
지금은 나타샤, 샬롯, 베인 정도인 것 같군.
특히 베인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니, 만난다면 자네가 잘 달래줌세.
 
하녀장은 우선 1층을 부탁한다며, 계단 위로 바삐 올라갑니다.
 
사라진 사용인들을 찾아달라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선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묻거나 직접 찾아보는 편이 좋겠어요.
 
로즈 C. 벨몬트:(일단 응접실부터 가서 모두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그렇게 친하게 지낸 이들도 아니고, 한 명은 들어온지도 얼마 안 되었다니 더 모르겠다. 그들과 친하게 지낸 사람들한테 물어야지.)
 
좋아요. 당신은 우선 우측의 응접실로 발을 돌립니다.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쓸 일이 없어 찬 공기만이 맴도는 곳이죠.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쿵. 누군가와 부딪힙니다.
 
견습 하인: 아, 아아, 아, 안녕하세요!!!!
 
도련님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는 견습 하인이네요.
 
혹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는 아이가...
 
딱 봐도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얼굴의 견습 하인은,
 
당신이 뭐라 할 새도 없이 다급히 문밖으로 나가버립니다.
 
로즈 C. 벨몬트:저기요? (도망가듯 나가는 그를 쫓아간다.)
 
그런데 방 안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나요?
 
냄새가 나는 쪽을 쳐다보면 벽난로입니다.
 
무언가 타고 있지만, 아직 불씨가 완전히 번지기 전이네요.
 
지금이라면 화병의 물을 들이부어서라도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떡할까요. 하인을 쫓아가나요?
 
로즈 C. 벨몬트:어라? 뭐지.. 벽난로에서 뭘 태우면 안 되는데.. (화급히 화병을 집어들어 벽난로 안에 부었다.)
 
다급하게 불을 끄면,
 
이미 벽난로 안에는 수십장의 종이와 책이 타 군데군데 그을음이 남아 있네요...
 
그나마 읽을 만큼 멀쩡한 건 종이 한 장과 책 한 권뿐입니다.
 
로즈 C. 벨몬트:이게 뭐지..? (그을음을 털어내고 종이를 확인했다.)
 
이건, 글씨 하나 적히지 않은 그림에 가깝네요.
 
가운데의 작은 원을 큰 원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고,
 
그 사이엔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원,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자세히 보니 마법진 같은 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로즈 C. 벨몬트:아, 그때 본.. 거 아닌가? (서재의 서랍장 수첩에 있던 그런 거 같은... 일단 잘 챙겨 앞치마의 주머니에 집어 넣고, 책 안을 확인했다.)
 
그을음이 심한 책의 표지에는,
 
영어로 『존재의 증명(Proof of Existence)』이라는 제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영어와 라틴어가 섞여 있습니다.
 
음... 라틴어는 자신 없지만, 일단 읽어볼까요.
 
로즈 C. 벨몬트:
언어(모국어)
기준치: 65/32/13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외국어(라틴어) Roll
기준치: 16/8/3
굴림: 22
판정결과: 실패
 
여전히 못 알아듣는 문장이 많지만,
 
그래도 파헤치다 보면 눈에 띄는 구절이 하나 나옵니다.
 
로즈 C. 벨몬트:(너무 철학적인 책이다.. 자신에겐 너무 어려운 내용이지만, 내용처럼 주변이 거짓이라고, 모든 게 허상이라고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 제 심력을 소모하고 싶진 않았다. 제 주변의 사람들이, 제 도련님이 허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책을 읽다가 입만 삐죽이고는 챙겨들었다.)
 
별로 정서교육에 좋지 않아보이는 책이지만, 그래도 서고에 있을 책이니 돌려놓아야겠죠.
 
책과 종이를 챙기고 다시 거실로 나오면, 저택은 여전히 바쁘고 소란스럽습니다.
 
로즈 C. 벨몬트:(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다가 지금이면 방에 다들 아무도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사라진 사람들의 방으로 가보기로 했다.)
 
사용인들의 방은 문패로 주인을 구분합니다.
 
나타샤와 샬롯의 방 문을 두드리면, 잠겨있지 않네요.
 
열어보면 정말 평범하디 평범한 방이 펼쳐집니다.
 
취미가 재봉이었던 샬롯에게 걸맞게 작은 반짇고리와, 조화 장식 몇 개가 책상 위에 흩어져 있고,
 
창문에는 가랜드를 달아 커튼과 함께 팔랑입니다.
 
아주 평화롭고 일상적인 풍경이에요.
 
방의 주인만 사라지지 않았더라면.
 
로즈 C. 벨몬트:(평화로운 방 분위기에 낮게 한숨을 뱉고는 책상을 들여다보았다.)
 
책상 위에는 아쉽게도 별다른 게 없습니다.
 
하물며 어디로 갔다는 단서라든가, 일기라든가... 그런 것조차 없어요.
 
그렇다면 사용인들은 정말로 난데없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뜻입니다.
 
더 살펴본다고 눈에 띄는 건 없겠어요.
 
로즈 C. 벨몬트:아무것도 없네... (다시 정리를 해두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사람이 베인이 맞을까?
 
인상착의를 모르니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얼핏 베인이라는 신입이 들어왔다는 소문을 들어보았으니, 아주 안 맞지는 않네요.
 
로즈 C. 벨몬트:(애매한 기분만 안고서 식당으로 향했다. 거기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을 터다.)
 
식당 겸 주방은 지난날과는 달리 주인어른 맞이로 아주 바쁩니다.
 
전채요리부터 에피타이저, 찜 요리, 구이 요리, 리조또와 스파게티와 피자와 스튜와 파이같은 디저트까지...
 
아주 정찬을 차릴 기세로 씻고, 쓸고, 닦고, 요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물어본다거나 흔적을 찾아보긴 어려울 것 같죠.
 
식당을 조금 서성거리면,
 
이 북새통에서도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은 식기를 닦고 있는 메이드와 키 큰 풋맨...인 것 같은데.
 
로즈 C. 벨몬트:(다들 너무 바쁜데.. 물어도 될까.. 괜히 그들의 기세에 조금 질렸다.)
저기...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메이드: 작은 도련님이 미쳐서 명을 재촉하네.
 
풋맨: 쉿,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메이드: 왜, 뭐 어때서. 미친 도련님에다 이젠 하인까지 없어지고...
이 저택 진짜 저주받은 거 아니야?
 
풋맨: 그러게, 괴물 괴물 하더니 진짜 괴물이라도 나오나 봐.
 
그 후로도 한참인가 더 주인어른이나 도련님에 대한 악담을 수군거립니다.
 
듣자 하니 저택에는 공공연하게 나쁜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이잖아요.
 
도련님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말 미쳐버리기라도 한 건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몇몇 사용인이 도망치거나 사라지기까지 했고요.
 
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로즈 C. 벨몬트:(도련님께 나쁜말을 하는 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여기서 싸움을 일으킬 수 없으니 둘의 얼굴을 기억해뒀다. 어린 도련님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어릴 땐 다 그런 거지.. 뚱해져서 식당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로즈, 정말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도련님이 제정신이 맞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사라진 사용인들이 무사하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당신이 무사할 거라는 보장은요?
 
이 저택이 멀쩡할 거라는 보장은요.
 
의심은 저택의 악귀들에게 세를 붙이고, 불길함을 눈덩이처럼 불릴 뿐입니다.
 
로즈 C. 벨몬트:(한숨을 쉬고 다시 그들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어디로 향할까요?
 
로즈 C. 벨몬트:(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도 안개가 가득할까.. 그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닐가..)
 
무거운 대문을 열면 여전히 안개가 짙게 끼어있습니다.
 
어제의 그 이상한 꿈 때문에,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는 게 내키지 않네요.
 
하지만 당신과 같이 누군가 길을 잃기라도 했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겠죠.
 
바깥에는 중년의 정원사가 저택의 문 앞에서 정원 쪽을 쳐다 보며 눈을 한껏 찌푸리고 있네요.
 
로즈 C. 벨몬트:(안개 속으로 함부로 발을 떼지는 못하다가 사람을 발견하고 조금 밝아졌다.)
정원사 아저씨!
 
정원사: 예?
 
정원사는 부름에 잔디를 깎다 말고 돌아봅니다.
 
로즈 C. 벨몬트:안개가 너무 심하죠!
 
정원사: 아이구 예, 그럼요. 심하고말고요...
것보다 일은 어쩌고 일로 와서 노닥거리고 있어요?
 
로즈 C. 벨몬트:노닥거리는 게 아니라구요. 하녀장님이 사라진 사람들을 찾아달라고 하셔서 일하고 있는 거라구요.
 
정원사: 안개가 심해서 산책은 고사하고 잔디 깎기도 여간 거사가 아니어요...
사람들이 사라졌다뇨? 가봤자 저택 안에나 있지, 이 안개 속에 도망을 갔겠어요, 뭘 했겠어요.
아유, 주인어른이 돌아오시기 전에 이렇게, 이렇게 잘라야 하는데 이걸 어쩐담...
 
정원사는 정원의 모양새에만 집중하며, 연신 혀를 찹니다.
 
로즈 C. 벨몬트:그렇겠죠? 저도 이 안개 속을 나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어요. 수고하세요!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당신은 정원 쪽은 빠르게 포기(?) 하고 다시 홀로 돌아옵니다.
 
샹들리에 불빛이 그림자를 부채 펼치듯 발산시키고,
 
그림자가 겹치고 겹친 곳은 유독 어두워집니다.
 
음영에 잠긴 나무바닥의 무늬가, 그 날따라 유독 어둡고,
 
유독 불길했습니다.
 
 
1층을 전부 둘러보았지만, 베인 말고는 딱히 사라진 사용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2층도 둘러봐야 할 것 같은데...
 
그 수상한 견습 하인도 신경 쓰이고, 하녀장님께 보고한다는 구실로 올라가보는 게 좋을까요?
 
로즈 C. 벨몬트:(1층은 아무래도 아무것도 없는 거 같으니, 2층으로 올라가봐야겠다. 책도 서재에 가져다 두고..)
 
당신이 계단 위로 올라오면,
 
맨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원의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입니다.
 
발코니를 기준으로 왼쪽 복도 끝은 도련님의 방,
 
오른쪽 복도에는 사라진 사용인의 또 다른 청소 담당 구역이던 귀빈실과
 
주인어른의 침실이 있습니다.
 
복도에는 딱히 특별한 게 없고, 하녀장님 역시 보이지 않네요.
 
로즈 C. 벨몬트:(주인님의 침실에 뭐가 있을까, 싶지만 들어갔다 혼날 거 같으니 아무도 없을 때 빠르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도도도, 조심히주인님의 침실로 향한다.)
 
주인어른의 침실은 아직 잠겨 있습니다.
 
당연하죠, 지금 자리를 비우고 계시니까요.
 
내일 돌아오신다면 이 곳이 채워지겠지요.
 
로즈 C. 벨몬트:아잇, 잠겨있네... (허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귀빈실로 향한다.)
 
사라진 사용인의 다른 담당구역인 귀빈실의 문을 열면,
 
…이게 무슨 일이죠?
 
있어야 할 침대와 테이블 등 가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자명종 시계 단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어라..? 이렇게 다 치워놔도 되는 건가? (당황해하며 하나만 남아있는 자명종 시계에 다가갔다.)
 
자명종 시계에 가까이 가면,
 
―!
 
자명종 시계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더니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느낄 새도 없이,
 
당신의 옷 주머니 속에 있던 회중시계가 체인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진 회중시계는 자명종 시계와 같이 시침과 분침이 아주 빠르게,
 
...헛것을 보는 걸까요?
 
일단, 떨어트린 시계부터 주워듭시다.
 
어제부터 자꾸 떨어트리고... 어딘가 흠집이 생기진 않았겠죠.
 
로즈 C. 벨몬트:어휴, 또 떨어뜨렸네. (급하게 회중시계를 확인한다.
 
회중 시계를 다시금 손에 들면...
 
당신의 손이 흐려지면서 회중시계가 바닥으로 다시금 떨어집니다.
 
붙잡을 수 없어요.
 
로즈 C. 벨몬트:어?
 
...... 칼로 긁듯이 날카로운 바람 소리만이 창문을 두드리고 지나갑니다.
 
이명이 지나갑니다.
 
함께 찾아오는 감각은 마치 달려가는 기차에 깔린 듯,
 
한없이 묵직하고, 두렵고, 무섭고, 암울하고,
 
또...
 
...잠시 협탁을 받치고 섭니다.
 
눈을 떠 보면 자명종 시계가 협탁 위에 멀쩡히 올라와 있고,
 
원래 있어야 할 가구 등도 잘 놓여 있습니다.
 
...불길함을 넘어 혼란스럽습니다.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3/36/1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손도 아주 멀쩡하게 돌아와 있습니다.
 
평소대로의, 굳은살 박힌 손이잖아요.
 
바깥에는 바람소리는 커녕 새가 지저귀고, 저택 안은 요란스럽고,
 
흐릿하게나마 햇빛이 쏟아지는, 아주 평화롭기 짝이 없는 일상입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잘못 본 걸거에요.
 
잠깐 귀빈실 문손잡이를 잡고, 멍하게 서 있으면,
 
옆의 침실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도 없는 게 아니었나?
 
로즈 C. 벨몬트:(옆의 침실로 다가가 슬쩍 문고리를 돌려본다.)
 
당신은 회중시계를 다시금 챙기고 옆으로 향합니다.
 
사슬이 맞닿아 챙강거리는 소리에 심장께가 서늘해지는 것 같은 건, 착각인가요.
 
침실은, 다시 와 보니 정확히는 잠긴 건 아닙니다.
 
문고리도 돌아가고 문도 조금 열어볼 수 있지만,
 
묵직한 무언가에 가로막혀 있는지, 열리다가도 턱턱 걸리네요.
 
누가 있나?
 
로즈 C. 벨몬트:(똑똑 두드려본다.) 누구 있어요?
 
당신이 노크하자마자 작게 들려오던 소리가 끊깁니다.
 
그러더니 다시 훌쩍거리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아까까진 듣지 못했는데,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려요.
 
...대화할 만한 상황이 아닌 걸까요? 일단 문틈으로 안을 살펴보는 것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로즈 C. 벨몬트:저기요, 거기 괜찮아요...? (문틈으로 슬쩍 쳐다본다.)
 
견습 하인: 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안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답합니다.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지.
 
아무래도 견습 하인이 문을 가구로 막아 둔 것 같은데…
 
근력 판정하여 문을 강제로 열거나, 대인기능 판정으로 하인을 구슬려볼 수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
설득
기준치: 50/25/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까도 도망가시더니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안 돼요.
 
당신이 차분히 설득하면, 견습 하인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문을 열어줍니다.
 
견습 하인: 베, 벨몬트님... 전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로즈 C. 벨몬트:무슨 일을 하신 거예요.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잖아요, 우리.
진정될 때까진 기다리겠지만, 그 후에는 정확하게 얘기해주시기에요.
 
견습 하인: (탈진하여 한 움큼의 눈물을 힘없이 쏟아낸다) 벨몬트님, 제발요, 저는 너무 무서워요. 제발,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주인어른한테 비밀로 해주세요, 벨몬트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희 다 죽을 거란 말이에요.
 
로즈 C. 벨몬트:좋아요, 비밀로 할게요. 약속해요.
(당신의 등을 다독이며 차분히 얘기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차분함이었다.)
 
벌벌 떨며 대답하는 몸은, 도련님보다 약간 큰 또래로 보여 심히 안쓰럽습니다.
 
당신이 재차 약속하면, 견습 하인은 숨이 끊어질 듯이 울다가도 띄엄띄엄 말합니다.
 
견습 하인: 주, 주인님은 내일, 흐윽, 사람 하나를... 히끅, 제물로 바쳐서 괴물, 흑, 괴물을 소환해낼 생각이세요. ...
그런데 그건 괴, 괴물이잖아요, 그건 괴물이란 말이에요….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 눈물로 젖어 들어갑니다.
 
제물은 무엇이며 괴물은 또 무슨 소리일까요.
 
단순히 종이나 책을 태운것 치고는 너무 절박한 표정입니다.
 
이윽고 그는 울면서 바닥에 엎어지고, 당신의 앞에 몸을 수그리며 발목을 잡습니다.
 
로즈 C. 벨몬트:제물? 괴물이요? ...그걸 왜 소환하는데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엎어져 제 발목을 잡은 당신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견습 하인: 벨, 벨몬트님… 저는 죽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저는……
 
견습하인은 무아지경으로 죽고싶지 않다고 절규를 토해내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합니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사라진 사용인들이 가는 곳을 알아버린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73/36/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로즈, 이성 4와 3 감소.
 
...이상해요.
 
언제부터, 이렇게,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던 거지.
 
이대로라면, 1층에 남아있던 사용인들도 위험해지는 게 아닐까요. 심히 불길합니다.
 
견습하인이 있었던 자리의 뒤에는
 
집안 식구들을 그려놓은 거대한 액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눈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충격 때문인지,
 
거대한 그림이 오늘따라 더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좀 더 살펴보려면, 관찰력 어려움 또는 예술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예술 판정도 한 번...
 
로즈 C. 벨몬트:
예술/공예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유독 도련님을 그려놓은 부분이 동떨어져 보입니다.
 
실제로도 종이 사이에 틈이 살짝 있네요.
 
이거, 도련님만 나중에 따로 그려서 붙여놓은 것 같습니다.
 
왜 지금까지 이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죠?
 
로즈 C. 벨몬트:어라.. (그림에 다가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왜 도련님만 따로...
 
그림을 좀 더 살펴보면, 그새 그림이 상한 걸까요,
 
액자 속 부자연스럽게 붙여져 있던 도련님의 그림이 툭, 하고 떨어져 버립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자연스러웠던 그림은
 
도련님을 그린 부분이 떨어져 어딘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로즈 C. 벨몬트:아... (안정적이어 보이는 그림에 되려 어딘가 슬퍼졌다. 허리를 숙여 그의 그림을 주웠다. 그 때의 입적 서류와 관계 있는 걸까...)
 
그림을 주으면, 분명 웃고 있었던 것 같은 그림 속 도련님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습니다.
 
...이만 나갈까요. 당신이 이 곳을 나가고서도 안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의 그림을 다시 올려두고 밖으로 나선다. 어제부터 너무 기상천외한 일들만 일어나니 눈과 머리가 아파 눈두덩을 눌렀다가 다시 걸음을 이동했다. 발코니에는 그저 안개낀 바깥만 보일까.)
 
원래라면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발코니이지만… 안개 때문에 경치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정원의 한 가운데에 높게 쌓인 거대한 무언가만은 유독 눈에 띕니다.
 
적어도 10m는 되는 것 같은데, 저런 게 언제부터 저기 세워져 있었죠?
 
좀 더 살펴보려면 관찰력 판정해봐도 좋습니다.
 
로즈 C. 벨몬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안개 사이로 거대한 무언가의 형체를 더듬으면,
 
재질로 보아 아무래도 석탑같네요.
 
게다가 이 정원… 평소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조금 특이한 모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정원의 나무 담장과 덤불들이
 
가운데의 석탑을 중심으로 어떠한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한......
 
로즈 C. 벨몬트:...왜 정원에 이런게 있지... 정원 디자인도... 특이하고...
 
좀 더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모를 수 없습니다.
 
이 모양, 분명히 수첩에서, 그리고 타다 만 종이에서 본 그 마법진 모양이잖아요.
 
기이한 정원의 모양새를 확인한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충격을 받을 대로 받아서 머리가 무감합니다.
 
당신이 발코니를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옵니다.
 
차라리 절규에 가까운, 절박한 소리.
 
이 방향이라면, 한 곳 밖에 없잖아요. 그렇죠?
 
로즈 C. 벨몬트:(깜짝 놀라 정원을 내다봤다. 다들 들었을까?)
 
정원은 조용합니다. 들리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들을 사람도 없이 이미 모두......
 
아니, 안 좋은 생각은 그만둡시다. 우선은 도련님의 방에 무슨 일이 없는지부터 확인해보기로 해요.
 
로즈 C. 벨몬트:(아무도 못 들은 거 같아 헐레벌떡 도련님의 방으로 뛰었다.)
 
제발 아니길. 아무런 일도 없길.
 
그저 잘못 들은 것이길...
 
언젠가의 견습 하인처럼 덧없는 소원을 중얼거리고, 도련님 방의 문을 열면.
 
사용인 한 명이 붕대를 들고 도련님의 침대 앞에서 벌벌 떨고 있습니다.
 
이상해요, 무언가, 못 볼 일이라도......?
 
로즈 C. 벨몬트:뭐예요! (붕대를 든 사용인을 반쯤 밀치며 침대 맡에 다가갔다.)
 
붕대를 든 사용인의 두 눈은 걱정이 아니라, 공포로 젖어 있습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뒤바뀌고 미쳐가는 저택.
 
사용인을 치우고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흰색 이불 위에 선혈이 낭자합니다.
 
선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도련님의 팔목이고,
 
그 작은 손에는 나이프가 들려있습니다.
 
설마, 자기 손으로 팔목을...
 
무심코 헛숨을 들이킵니다.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도련님!! (새된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시트로 손목을 잡아 지혈하고서 붕대를 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도련님의 부상을 치료하려면, 응급처치 보너스 다이스 판정합니다.
 
로즈 C. 벨몬트:
응급처치
기준치: 40/20/8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가까스로 붕대를 감아 치료하는 데 성공합니다.
 
도련님은 그저 피곤한 얼굴로 모든 걸 관망하고 있습니다.
 
이제 열두 살을 겨우 넘긴 어린이의 눈이라기엔,
 
너무나 무심하고, 너무나 슬픈 얼굴.
 
도련님은 당신의 손이 닿은 곳을 몇 번이고 매만지더니, 얼굴을 파묻고 입을 엽니다.
 
로즈 C. 벨몬트:도련님! 왜 그랬어요! 왜!!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기분이라 눈물부터 울컥 치솟았다.당신을 향한 걱정이 울음이 되었다.)
 
노엘:......책 가져와 줘.
듣고 싶어, 로즈 목소리로.
 
로즈 C. 벨몬트:흐엉, 진짜아!! (빽, 울음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는 결국 당신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책상 위 책을 가져와 당신의 머리 맡에 앉았다.)
 
도련님은 책을 가져다줘도 고개를 젓습니다. 이게 아니라는 것 같네요.
 
며칠 전 당신이 불러준 그 책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마더 구스라면, 다시 책장에 돌려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로즈 C. 벨몬트:그때, 작은별 노래 부른 책이요? (훌쩍훌쩍거리며 되묻고는) 서재에 다녀올게요...
(책은 책상 위에 돌려놓고, 서재로 향했다.)
 
결국 당신이 도련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서재로 가기 위해 저택을 나서면...
 
밖의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습니다.
 
방금 전의 화려했던 복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썩은 나무의 끼익 소리가 들려오는 바닥과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곰팡이가 슨 낡은 벽만이 남았습니다.
 
'돌아온' 저택의 모습에 로즈, 이성 판정.
 
로즈 C. 벨몬트: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이 낡아 있음을 과시하는 저택입니다.
 
저택 안은 조용합니다.
 
방금까지 청소로 소란스러웠던 저택은 마치 거짓말인 것만 같습니다.
 
이 저택엔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내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
 
당신이 3층으로 올라와 왼쪽 복도 끝에 있는 서재의 문을 열면,
 
역시 당신이 기억하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마치 10년 정도는 방치된 것만 같이 낡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책장의 끝에서 노년의 하녀장이 의연한 표정으로 책의 먼지를 닦고 있네요.
 
저택의 모두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로즈 C. 벨몬트:..하녀장님...?
 
그는 책장에서 책 하나를 꺼내더니, 당신에게 '마더 구스'를 건넵니다.
 
하녀장:저택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구려. 사라진 사용인들은 찾았나?
 
로즈 C. 벨몬트:...아니요. 못 찾았어요. (당신이 건넨 마더구스를 품에 안고 고개를 저었다.)
 
하녀장:그래, 그랬구먼...
아마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르지, 아주 먼 곳으로 떠나서 말임세... (조금 슬픈 눈으로 묵묵히 책장만을 돌본다)
 
로즈 C. 벨몬트:...무슨 일인지 아시나요? 너무 이상한 일들이 많아요...
(늘 밝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눈물길이 얽힌 얼굴은 그저 슬펐다.)
 
하녀장:아마 저택의 주인님들이 관련된 일이겠지. (낙엽처럼 낡고 쓸쓸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주인님들께서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종교에 빠져있다는 것은 내 잘 알고 있었다네.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분들을 모시며 충성을 맹세하는 자였으니 말일세.
사용인의 덕목은 첫째도 침묵, 둘째도 침묵이지 않은가.
하루하루 저택에는 이상한 책들과 문서들이 쌓여갔어.
 
로즈 C. 벨몬트:나쁜 길로 가는 걸 말리지 않고 침묵하는 것도, ...그저 덕목이니 지켜야 하는 건가요? 주인님들이 잘못되어 가더라도요? ...만약, 알게되었다면... 저는 그러지 않을래요.
(당신이 말하는 이상한 책들과 문서는 분명 자신이 알음알음 봐왔던 것이었겠지. 애초에 뭔지도 몰랐으니 내버려두었으나, 나는 도련님이 그런 길에 빠진다면 전력으로 말리고 싶다.)
 
하녀장:만약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더라도, 결국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걸세. 주인님들의 세계를 바꾸기에 우리는 너무나 작은 존재들이니 말일세...
... 저택의 분위기가 점점 가라앉을 무렵, 주인어른께선 뜬금없이 도련님을 양자를 들이셨지.
그분들은 정말 자식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어. 그건… 마치 어딘가에 '쓸' 귀한 물건을 얻은 표정이었지.
 
하녀장은 그저 제 할 일을 하듯, 점점 흐릿해져 가는 손으로 책장을 한 번 닦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라져 가는 손을 가만히 쳐다보다,
 
덤덤하게 당신에게 낡은 공책 하나를 꺼내 건넵니다.
 
하녀장:나는 떠날 때가 된 것 같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감세.
나는 죽기 위해서, 자네와 도련님은… 둘 중 하나는 살기 위해서겠지.
 
로즈 C. 벨몬트:......어떤 여정이 되실지는 모르지만, 편히 가세요.
도련님은, 제가 구할게요.
(당신에게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녀장:이제 무엇이 최선이었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겠지...
그저 무운을 비네.
 
노년의 하녀장은 그 말을 끝으로 웃으며,
 
안개처럼 사라집니다.
 
말소리가 멎고 나면, 발 밑에 사각거리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이 감촉은, 다행히 벌레는 아니겠네요.
 
오히려 조금 더 미끄러운 재질의...
 
로즈 C. 벨몬트:(발 아래를 쳐다본다.)
 
발 밑에 쌓인 것은, 무수히 많은 종이입니다.
 
빼곡한 수식이 내용의 주를 이루고,
 
어지러운 필기체가 그림처럼 그려진.
 
삐뚤빼뚤해서, 당신이 종종 귀엽다며 웃곤 했던 글씨체.
 
들어서 읽으면, 연구 일지 같습니다.
 
그것도,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연구에 대한 것 말이에요.
 
종이들은 서재 바닥을 가득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책상 위에도 눈처럼 소복히 쌓여 있습니다.
 
당신의 발짓에 이리저리 흩어지는 형체가 누군가를 떠오르게 합니다.
 
...
 
이제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마더구스와, 정체 모를 낡은 공책만이.
 
로즈 C. 벨몬트:(다시 눈물이 터질 거 같은 기분을 참으며, 책과 공책을 안고서 당신에게로 돌아간다.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어느새...)
 
흐름 끊기용
 
 
당신은 도련님의 방으로 향합니다.
 
이 저택은 뒤틀리고, 공간마저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양새였나요?
 
이 저택은 이렇게 낡고, 병들어 있었나요.
 
도련님의 방문을 열려 하면, 문득 손에서 공책을 놓칠 뻔합니다.
 
그러고보니 이거, 처음 보는 것인데... 도대체 무슨 내용이 쓰여있는 걸까요.
 
로즈 C. 벨몬트:(잡아챈 공책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첫장을 펼쳤다.)
 
첫 장을 펼치면, 삐뚜름한 글씨와 조악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꼬박 6년 전의 일기입니다.
 
더 훑어보면 월 단위, 혹은 연 단위로 드문드문 그림과 함께 일기가 쓰여 있습니다.
 
어딜 보나 도련님의 글씨체입니다.
 
이 저택에 처음으로 오게 된 날의 기록, 가정교사가 너무 바보같다는 내용,
 
비밀 정원을 찾아냈다는 내용, 친부모에게서 회중시계를 선물받았다는 내용,
 
자신을 돌봐준 당신에 대한 내용…
 
성장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중간 이상의 페이지부터는 더 이상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짜의 일기가 벌써 쓰여 있네요.
 
읽어볼까요?
 
로즈 C. 벨몬트:(오늘의 일기를 폈다.)
 

 

 

 
...이상해요. 오늘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비밀정원에 다녀온 건, 벌써 며칠 전이었는데.
 
로즈 C. 벨몬트:이건 며칠 전...이었던 거 같은데...?
 
회중시계를 묻은 기억도, 꽃 튀김을 먹은 기억도 없습니다.
 
... 일기는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읽어볼까요?
 
로즈 C. 벨몬트:(일기는 이상했지만, 다음을 이어 읽어내려간다.)
 
이어서 뒷장을 넘겨보면,
 
검은 크레파스로 규칙 없이 마구 칠한 것 같은 기괴한 그림과,
 
얼룩이 져 번진 글씨의… 내일 일기가 있습니다.

핸드아웃: 1866.04.07

 

...그레이스가 사라졌다. 하녀장님도 사라졌다. 알제도, 로빈도, 뉴먼도, 캐시도,
그리고... 로즈도.
전부 그 신이 데려가 버렸다.
저택에 하루종일 비명소리가 들린다, 내가 사랑했던 모두가 나를 두고 떠난다, 나만을 두고. 언제까지고 가족일 줄 알았는데, 정작 나를 데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제 나와 함께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벌을 받는 걸까? 아니면 모두 내 가족이 아니라서 다시 돌아가는 걸까? 그럼 나는, 나는.
나도...


 
로즈 C. 벨몬트:(있지도 않은 내일의 일기가 적혀있다. 거기에... 내가 겪은 것 같이 모두가 사라졌지만, 모순된, 있지도 않은 비명소리들과 혼자 남았다는 도련님의 이야기... 이건 대체... 언제 쓰여진 거지..)
 
이상한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일기는 다음 년도에도, 그 다음 년도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거든요.
 
마저 읽어볼까요?
 
로즈 C. 벨몬트:(당황한 채로 다음 장들을 계속 읽어내렸다.)
대체...
 
1년 후, 1867.08.03
 
불안함과 절박함이 묻어나는 문장이 가득합니다.
 
견습하인이 했던 말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해집니다.
 
로즈 C. 벨몬트:(어지러운 머릿속에서도 하나만은 명백합니다. 모든 잘못은 분명 그들일텐데, 아무잘못도 없는 당신이 이렇게 빌었던 걸까요. 이것이 있었던 일이더라도, 그 모든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닌데...)
 
3년 후, 1869.12.25
 
원래라면 같이 맞기로 했던 여름의 어느 날도, 크리스마스이자 생일도 외로이 지나갑니다.
 
다시 멈춰선 곳은 꼬박 1년 뒤.
 
4년 후, 1870.04.23
 
6년 후, 1872.01.19
 
7년 후, 1873.11.03
 
8년 후, 1874.07.15
 
9년 후, 1875.06.06
 
10년 후, 1876.04.07
 
...넘어가고 넘어가던 일기는 마지막 장에 멈춰섭니다.
 
마지막 페이지
 
1876.04.08
 
...
 
 
영원 같던 찰나가 끝나고, 일기를 덮어 현실로 돌아옵니다.
 
로즈 C. 벨몬트:(일기장을 덮고, 한차례 깊게 호흡한 뒤 당신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예의없는 행동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달리듯 당신의 침대 앞에 다가가 바닥에 무릎 꿇듯 앉았다.)
도련님.
(나직하게 당신을 불렀다.)
 
이 일기에 따르면…
 
당신에게는 실체가 없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 의해, 도련님에 의해 다시금 만들어진 환영입니다.
 
이 저택에 있는 모두가 허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련님은?
 
침대 위에는 도련님이 아닌 누군가가 앉아 있습니다.
 
당신이 들어오는 소리에도 창밖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미 그를 알고 있습니다.
 
어제 꿈에서 보았던, 당신이 안개 속에서 쫓아갔던 그 뒷모습입니다.
 
노엘:안녕하세요, 로즈 씨.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한 그는 애써 웃어 보이며 당신을 맞습니다.
 
성인의 얼굴이지만, 어린 도련님의 모습이 뿌옇게 겹쳐집니다.
 
그래요, 그랬습니다.
 
로즈 C. 벨몬트:안녕하세요, 도련님.
(눈물이 그렁하게 차올랐지만, 아마도 당신이 기억할 방긋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나'와 이 저택의 허상을 만들어 낸 건
 
당신이에요, 노엘.
 
노엘:(바닥에 앉은 로즈를 일으켜, 침대에 앉힌다) ...다행이에요. 당신이라도, 살릴 수 있어서...
 
로즈 C. 벨몬트:도련님,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에요.
(당신의 말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을 꺼냈지만, 이건 일기를 읽는 내내 당신에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분명, 과거의...... 그리고 지금의 나는, 도련님이 살았다는 사실에 기뻤을 거고, 도련님이 행복하기만을 바랐을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나, 우리에게만 매달려서 이렇게 계속 슬퍼하고 괴로워하기만 했다는 게 너무... 너무 슬퍼요.
(당신의 손을 잡고 낮게, 그러나 당신에게 들리도록 속삭였다.)
 
노엘:나는 슬프지 않아요. 모두와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다만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나도 그들의 진짜 가족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서.
그럼 내가 이렇게 일주일동안 잠들지 않으려고 해도 걱정해 주었을까요?
(모두 자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지. 그래서 더욱 잠들고 싶지 않았다. 이게 꿈이라면, 차라리 깨지 않는 게 나아.)
 
로즈 C. 벨몬트:저도, 도련님과 만나서 행복했어요.
주인님 내외는, 글쎄요. 피가 이어지든 이어지지 않았든 그들은 상관없이 그랬을 거 같다는 생각뿐이지만요.
저에겐 자지 않는 도련님이 너무 걱정되었었어요. 외람되지만, ...저에게 주인님내외분은 그렇게 소중하지 않았어서 잘 모르겠어요. 제게 제일 중요한 건 당신과 어머니 뿐이었거든요... 다른 사용인친구들이 소중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에겐 우선순위가 있고요. 그러니, 이번 주 내내 늘 당신이 걱정이었어요.
소중함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 그렇게 누군가의 목숨을 쉽게 바치는 사람들에게서 당신께 소중한 걸 원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미안함도 죄책감도 갖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당신을 향해 차분하게 미소지으며 당신의 손을 꽉 잡았다.)
 
노엘:고마워요, 그렇게 말해 주셔서. (희미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두 손에 불을 비빈다)
로즈 씨가 나를 걱정하는 건 알고 있어요. 바보라도 알지요. 그래도, 눈에 보이는 형태로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조금 더 어리광부렸어요.
 
로즈 C. 벨몬트:어리광은 잔뜩 부려주세요.
 
노엘:몇 번이나 비밀정원을 보고도 똑같이 기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 곳은 당신에게 더 잘 어울려요.
비밀 정원에는 가지각색의 꽃들이 얼굴을 비추어요. 로즈 씨가 스노우드롭도, 은방울꽃도, 해바라기도, 국화꽃도 모두 보았으면 좋겠는데, 욕심일까요?
 
로즈 C. 벨몬트:제가 그랬잖아요. 둘만의 계절로 하자구요. 그러지 않으실 거예요?
 
노엘:...하지만 모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는걸요.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제게는 전부 가족이었어요.
여러분의 삶을 되돌리고 싶어서 평생을 바친 것 뿐이에요.
어렸을 때 애착인형이 많았다는 건 잘 알고 있죠? 사실 전 인형뿐만 아니라 모두를 좋아해요. 사정이 있어서 저와는 잘 놀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같은 집에 살고, 각자의 방식으로 신경써 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삶을 바쳐서라도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이걸 보니 모두 잘못 생각했던 것 같네요.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은 상냥하시네요. 너무나도요.
(당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눈을 마주쳤다.)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정말요.
 
노엘:이제 둘만의 계절로 하는 건 무리에요, 하지만... 남는다면, 로즈 씨가 그 정원을 지켜주었으면 해서.
난 어리석었어요. 혼자서 모두를 되살린다는 건 가능할 리가 없는데.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천재에요. 이런 결말까지도 전부 예측한 뒤에 이 연구에 뛰어들었고, 세상의 그 누구도 나를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걸 깨우치지 못하는 바보였죠.
감당할 수 없는 애정을 가지니까,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결국 애정 하나로 시작했던 일이 모든 자아를 무너트리게 만들죠.
마치 너무 많은 열을 받은 눈사람처럼 녹아내리고 마는 거에요. 그럼에도 봄을 기다리고 말죠.
 
노엘:...일기의 저는 어땠어요? 생각만큼 한심했나요?
 
로즈 C. 벨몬트:...(당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한심하지 않았어요. 너무나도 상냥한 당신이 어떻게 발버둥쳐서 여기까지 왔는지, 당신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고 어떻게 닳아왔는지... 그걸 알았을 뿐이에요.
나는 늘 도련님의 행복만을 바라왔는데, 제 기도가 부족했나봐요. 조금 더 빌고 또 빌 걸...
궁금한 게 있어요. 솔직하게 대답해주실래요?
저만이 살아남았다는 건 당신을 포함해서인가요?
 
노엘:여러분이 다시 삶을 얻고 살아가는 게 저에겐 행복이었어요. 그 뿐이에요.
...제 연구는 실패했고, 이 모든 일은 저택에 찾아온 괴한과 계약을 한 결과에요.
계약의 조건은, 일주일 동안 잠에 들지 않고 제가 보고 있는 환각을 계속 유지시키는 것.
하지만 저는 실패했고, 이제 환각 속에는 당신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 환각을 유지해서 7일째를 맞으면 당신은 살아날 수 있어요. 저는 원래 그래야 했던 대로 소멸할 테고요.
부탁이 있어요. 그 때까지 저와 함께 있어 주세요.
 
로즈 C. 벨몬트:도련님, 그럼 같이 잠들까요?
(일상 얘기를 하는 것처럼 잔잔하게 얘기했다.)
 
노엘:...저는 잠들면 안 돼요. 당신이 잠드려면요.
 
도련님은 자명종 시계를 봅니다.
 
아까 거꾸로 돌아갔던 귀빈실의 시계와는 달리,
 
시침과 분침은 정확히 돌아가며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로즈 C. 벨몬트:(당신을 따라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같이 잠들자고 한 건데요.
그거 아세요, 도련님? 당신마저 가고 나면, 저는... 당신과 같은 길을 밟게 될지도 몰라요. 혼자 살아남아서 당신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평온하게 사는 게 아니라...... 전 똑똑하지 않으니까 평생 그저 괴로워만 할지도 몰라요.
(죽음은 딱히 두렵지 않지만, 홀로 남는 건... 역시 무서울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노엘:...잊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인간의 기억력은 유한해요. 저는 이제 혼자 남겨지는 것도, 누군가를 잊게 되고 싶지도 않아요.
...인간사는 어떤 마더구스보다도 잔인하네요. 그렇게나 보고 싶었는데 이제 둘 중 한 명은 떠나고, 나머지 한 쪽은 남겨져야만 한다니.
하지만, 비록 생각한 대로의 결과를 맞더라도, 당신이 살아가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인생에서 어떤 수모를 겪더라도, 결국은 나를 견디고 살아가줄 거라고. 나에게도 따뜻했던 사람이니, 분명 다시 빛날 수 있을 거라고.
 
로즈 C. 벨몬트:도련님은... 거짓말쟁이시네요. 떠나지 말라고, 같이 있자고 해두시고선.
그렇게 얘기하시면서 결국 제가 남아있길 바라시는 군요.
 
노엘: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이만 잠드세요.
어떤 밤이라도 해는 반드시 뜰 거니까...
 
…이제는 결정해야 해요, 로즈.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작은 주인이 10년간 그토록 원했던 일을,
 
당신이 비로소 이뤄준 후 그의 마지막을 지켜볼지.
 
그를 모시는 자로서,
 
또 한 번 밤을 새운 작은 주인이 사라지지 않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잠자리에 들게 해줄지 말이에요.
 
로즈 C. 벨몬트:... 도련님, 저 책 읽어드리고 싶어요. 아까 책 읽어달라고 하셨잖아요.
(당신을 잡아당겨 침대로 눕히고 그 옆에 같이 몸을 늬었다. 며칠 전의 반짝반짝 작은별은 이미 외웠다. 어린 당신을 재웠었던 때처럼 느리고 고요하게 당신의 가슴팍 위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외워버린 곡조를 입에 담으며,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도련님은 안타까운 얼굴로 무언가 중얼거리다,
 
결국 포기했는지 눈을 감고 미미하게 웃습니다.
 
이윽고 침대에 기댄 도련님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밖의 안개는 천천히 사라집니다.
 
노래의 가사대로,
 
하늘 위에는 작은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전부 부르기까지 몇 문장 남지 않았을 무렵.
 
당신도 역시 서서히 안개처럼 사라져갑니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말이에요.
 
결국엔 형체마저 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몇 시간이고, 잠이 든 도련님을 가만히 응시합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도련님이 팔을 뻗어 허공에 손을 얹습니다.
 
노엘:로즈, 거기에 있나요?
 
로즈 C. 벨몬트:네, 있어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이 대답을 해도, 둘 사이엔 어떠한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노엘:이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네요...
 
당신은 도련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립니다.
 
이미 사라졌기에 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전할 말이 있습니다.
 
 
END 2. 잘 자요, 내 작은 주인님.
 
KPC 생환, PC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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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중시계는 일기의 내용대로, 1866년 4월 6일 로즈와 노엘이 함께 묻은 게 맞습니다. 그러나 저택의 환각은 4월 1일부터 덧씌워졌고, 4월 4일의 로즈는 미래의 일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묻은 기억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어렴풋하게 몸에 새겨진 기억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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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오늘 우리는 여기서 함께 이 타임캡슐을 열고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당신과 약속했으니 저는 여기 있을 것이고, 같이 열어보고 함께 깔깔거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도련님은 저에겐 늘 관대하셨으니까요. 그정돈 봐주시겠죠.


도련님은 기억하세요? 오늘의 따뜻했던 날을요.
그리고 지금껏 보냈던 당신과의 나날도 따뜻하고 상냥했어요. 이것은 분명 좋은 추억으로 제 안에 남아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10년 후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제가 도련님의 곁에 있었길 바라요.
늘 감사해요, 노엘.


-로즈 C. 벨몬트

 


p.s. 어쩐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거 같아요. 그만큼 도련님 곁에 있고 싶다는 의미니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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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10년 후의 로즈


로즈, 10년 뒤의 세상은 어떤가요? 큰일 없이 잘 살고 있겠죠? 저택의 모두는 잘 있나요? 마음에 드는 사람은 만났나요? 그러길 바라요.
완성된 문장으로, 그것도 편지… 를 쓰는 건 처음이에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요…….

음.
어릴 때, 어느 성탄절 날 비밀정원에 눈이 가득 쌓여서 작은 눈사람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 날은 다들 바빠서 나와 놀아주지 않았거든요. 
잘 만들지는 못했어요. 온통 울퉁불퉁하고, 눈코입도 대충 박힌 못난이었거든요.
문득 눈사람이 너무나 작고 외로워 보여서 끌어안아 주니, 녹아서 사라져버렸죠.
누구보다 추웠을 텐데, 왜 봄을 맞지 못하는 걸까요? 누구보다 외로웠을 텐데, 왜 사랑받지 못하고 사라진 걸까요?
왜, 혼자가 된 걸까요?

하지만 말이에요, 비록 내가 녹아 없어진다고 해도 누군가 끌어안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내 말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건 내 바람대로 해 주었다는 거겠죠. …감사했어요.
비밀정원이 아닌 곳이라도, 부디 꽃 아래에서 웃으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우리가 보냈던 시간을 비극이 아닌 추억으로 기억해주세요.
다음에는 천재도 연구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봄이 찾아와도 녹지 않는 사람이 될게요. 그 때는 꼭 로즈의 자장가를 듣고 잠들 수 있게 해 주세요.
안개가 희뿌연 하늘이 아닌, 작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다시 이야기해요.


Sincerely, 노엘 드 네쥬